[사설] ‘경영난보다 아찔한 인력난’… 저 많은 공장 거미줄 치려나

여기저기서 일손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아우성이다. 중소기업 구인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층 악화된 모양이다. 오죽하면 ‘경영난보다 인력난이 더 무섭다’고 할까. 인천·경기 지역 산업단지들에서는 365일 ‘직원 채용’ 공고를 내붙인다. 그러니 직원 중 누가 곧 나간다는 소문만 돌아도 초비상이 된다. 최근에는 애써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한두 달 만에 더 나은 곳을 찾아 가버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 청년들의 구직난은 여전히 첫손 꼽히는 사회 문제다. 이 모두, 지난 반세기 땀흘려 쌓아온 성과와 그 지속가능을 위협하는 난제들이다. 극심한 구인난의 현장을 가보자. (경기일보 7일자 1면) 인천 남동구의 한 석유·화학 소재 기업은 1년 내내 채용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그래도 늘 인력난에 허덕인다. 가급적 내국인을 쓰려 하지만 내국인, 특히 청년은 ‘씨’가 마른 것 같다는 푸념이다. 하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지만 일이 손에 익을만 하면 본국으로 돌아가니 상시 인력난이다. 경기 화성의 한 화장품 용기 업체에서도 직원 한 명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쯤 된다. 제조업=3D 편견을 벗기 위해 수억원짜리 정화시설과 스마트 공정도 도입했다. 신입사원 초봉 3천만원에 무료 기숙사까지 지원한다. 그래도 사람을 못 구하니,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꾸려갈 것인지 답답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하는 정책도 그간 많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과 기업, 정부가 2년간 함께 공제부금을 넣어줘 몫돈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대부분이 ‘내채공(청년내일채움공제)’이 끝나면 회사를 나가 버린다. 청년들의 장기 근속은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지원사업’이나 인천시의 ‘중소·중견기업 청년 취업지원사업’도 청년들을 일시적으로 붙들어 놓을 뿐이라는 평가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이들 정책의 청년 지원이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더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짧은 기간이나마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힘들어져서다. 결국 백약이 무효인 셈이란 말인가. 중소기업의 ‘경영난보다 아찔한 인력난’은 악화일로의 출생률 하락을 떠올리게 한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퍼부은 온갖 처방에도 되돌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선진국병인가. 출산격려금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데에야 무력하다. 마찬가지로 궂은일은 하기 싫다는데, 어떤 처방이 통할 것인가. 결국 시간이 약일 것인가. 저 많은 공장들이 거미줄 치게 될 것이 두렵다.

[사설]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반시설 등 종합대책 꼼꼼히 세워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시동이 걸렸다. 정부가 신도시 재건축에 안전 진단을 면제·완화하고, 사업성 보장과 가구 수 확대를 위해 용적률을 500%까지 풀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개했다. 용적률 규제 탓에 사업성이 낮아지거나 안전진단에 가로막혀 재건축 계획을 못 짜는 일이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다. 경인지역에선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와 인천 연수·안양 포일·수원 영통지구 등이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가구 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수직증축 허용 가구 수를 일반 단지에 적용되는 15%보다 더 높여주기로 했다.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거나 완화하고, 건축 사업의 핵심 변수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는 것은 파격적인 혜택이다. 1기 신도시 등 단기에 공급이 집중된 고밀 주거단지는 기반시설 노후화로 지역주민의 불편 호소와 정비 요구가 높았다. 정부가 기존 ‘도시정비법’과 ‘도시재생법’으로는 신속한 정비가 어렵다고 판단,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마련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숙원인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별법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빨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규모 동시다발적 개발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적률을 크게 높이고 종 상향도 가능해 고밀·복합개발로 토지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기반시설 용량이 크게 부족하게 된다. 현재 신도시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은 200% 안 되는 용적률에 맞춰져 있는데 특별법으로 이를 350%, 최대 500%까지 올린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당연히 주거환경이 열악해진다. 도로 확충이나 주차, 난방, 상하수도 문제 등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 베드타운에 불과했던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인근 집값·전셋값 안정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도 신도시 정비사업의 장애요인이다. 재건축 사업의 큰 걸림돌이 초과이익 환수제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특별법의 정책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이를 폐지하면 좋지만 쉽지 않다면 감면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마스터플랜 수립과 지자체의 기본계획 수립이 동시 진행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업도 중요하다. 경기도 등 지자체에 권한을 충분히 부여하되 사업 우선순위 등을 놓고 지자체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으므로 정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김종구 칼럼] 가스공사, 난방비 폭탄 던지고도 억대 연봉

킨텍스(KINTEX)는 공공기관이다. 정부, 경기도, 고양시가 출자했다. 국민, 도민, 시민이 주인이다. 공공의 가치가 그만큼 중시된다. 여기 새로 간 사장이 이재율씨다. 경기도·행안부·청와대에서 근무했다. 평생 공직자로 살았다. 그가 이런 주문을 냈다. ‘내 연봉을 깎아라.’ 취임과 동시에 이뤄졌다. 3천600만원이 삭감됐다. 사장이 이러니 임원들도 따랐다.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 다른 기관에 부담주기 싫다고 한다. 그래도 기자가 썼다. 킨텍스가 무슨 사고를 쳤나. 뭘 잘 못해서 연봉을 깎은 걸까.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객관적 수치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순위’다. 22년까지 경기도에서 받았다. 지금은 고양시다. 그때 평가에서 83.95점 받았다. 18개 기관 가운데 10위다. 코로나19의 직격이 마이스산업이었다. 18위를 했더라도 이상할 거 없었다. 그런데 10위를 했다. 다들 선전이라고 했다. 연봉 토해낼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반납했다. 간단하다. 고통 분담. 뜬금없지만 난방비 얘기로 가 보자. 어느 84㎡ 아파트 홈페이지다. 관리비 고지서가 인증샷으로 떴다. 12월분 총 48만1천240원이다. 세대 난방비가 무려 7만9천300원 올랐다. 12만4천800원이다. 세대 급탕비도 1만6천600원 올랐다. 5만4천400원이다. 인터넷 곳곳에서 난리다. ‘전용면적 84㎡ 관리비가 60만원 나왔어요.’ ‘원룸 1인 오피스텔 관리비가 33만원이 나왔어요.’ 경험해보지 못한 난방비 고통이다. 이야말로 분담해야 할 고통이다. 이 난방비를 정한 곳이 한국가스공사다. 최연혜 사장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비례)을 했다. 전엔 철도공사 사장이었다. 가스공사와 닿는 에너지 전문성이 없다. 지원 때부터 말이 많았다. 자기소개서 짜깁기 논란도 그래서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다. 결과적으로 정치권 낙하산이다. 취임이 12월이었는데,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최연혜 가스공사’발 요금 폭등이 시작됐다. 이게 끝도 아니다. 더 올린단다. 참 많은 얘기를 한다. 최근 인터뷰도 있다. ‘8번 가스요금 인상을 요구했는데 거절 당했다.’ ‘TF를 남발해 조직 운영이 엉망이 됐다.’ ‘1·2급 30명에 직책을 주지 않을 만큼 비정상적인 조직이었다.’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서-. 모두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말하고 있다. 틀린 소리 아니다. 난방비 폭탄은 포퓰리즘의 저주다. 그때 올렸으면 이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맞는 말도 하면 안 될 사람이 있다. 지금의 최 사장이다. 누가 누굴 탓하나. 난방비 책정이 거기 일이다. 그때 요금 인상 관철시켰어야 했다. 심각성 주지시켰어야 했다. 직이라도 걸었어야 했다. ‘8번’ 요구가 무슨 면죄부라도 되나. 8번 해서 안 되면 80번이라도 해야 했다. 결국은 아무것도 못했다. 이제서야 올렸고 국민이 힘들어졌다. 해야 할 때 못하고 자리만 지키던 가스공사다. 그 조직의 총책임자가 최 사장이다. 사과하고, 책임지고, 대책 내는 게 우선이다. 누굴 평가하고 뭘 지적하고 있나. 좋은 회사다. 소속 직원 4천307명이다(2021년 기준). 1인당 평균 연봉 8천172만원이다. 기술직 남성은 8천627만원이다. 임원은 1억1천426만원이다. 최 사장은 1억5천만원 정도를 받는 것 같다. 평직원의 책임을 논할 건 아니다. 정부를 설득할 힘도, 경영을 좌우할 힘도 그들에겐 없다. 정부 설득, 경영 좌우가 전부 임원들의 일이었다. 그때 임원들, 그리고 지금 임원들 모두의 책임이다. 그리고 맨앞에 서야 할 이가 최 사장이다. 그때. IMF로 금융이 무너졌다. 연봉 1원 행장들이 등장했다. 그 희생에 금융이 살아났다. 이재율 사장의 연봉 반납은 미담이다. 안 해도 되는데 했다. 최연혜 사장의 연봉 반납은 책임이다. 해야 하는 데 안 하고 있다.

[지지대] 아! 튀르키예

지난 6일 튀르키예 동남부 지방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수천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번 튀르키예 강진은 원자폭탄 32개를 터뜨렸을 때의 충격과 맞먹는다고 하지만 그 파괴력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아직 사고를 수습 중인 상황에서 사망자가 수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믿고 싶지 않은 예측도 나온다. 현지에서 속속 안타까운 사연들이 알려지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튀르키예는 아직 ‘터키’라는 국가명이 익숙하다. 지난 2022년 튀르키예 정부가 유엔을 통해 국명을 변경하면서 우리나라도 튀르키예로 부르고 있다. 튀르키예는 1950년 6·25전쟁 때 연합군으로 참전해 우리나라를 도운 우방 참전국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친근하다. 튀르키예 사람들도 대한민국을 형제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6·25전쟁 당시 튀르키예군은 전쟁고아를 모아 학교를 세우고 돌봤다. 그 고마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자취는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남아 있다.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이름을 딴 앙카라 학교 공원이 그곳이다. 6·25전쟁에서 튀르키예군의 인도적 활동은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3, 4위전에서 만난 대한민국과 튀르키예는 승패를 떠나 형제의 나라로 서로 존중하며 훈훈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이런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가 대재앙에 속수무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가 나서 긴급 구호물품과 지원단을 파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런 지원도 부족해 보인다. 수원시 등 지자체는 물론 민간에서도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형제국의 도리다.

[인천의 아침] ‘인천 정신’ 말살

인천은 전국에서 근대건축물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그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있다.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도시브랜드로 살려내지 못할망정 보물과 같은 건축자산을 뭉개고, 부숴버리기 일쑤다. 2017년 이후 철거된 옛 건물들을 떠올리더라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붉은 벽돌공장 애경사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역사를 알릴 미쓰비시 줄사택과 산곡동 영단주택, 노숙자시설이었던 내동 직업소개소 및 공동숙박소, 목선 못을 만들던 신일철공소, 식민지 노동역사를 알려줄 아베식당과 오쿠다정미소, 신흥등 적산가옥단지가 줄줄이 사라졌다. 요즘 인천 3·1운동 발상지인 창영초교 이전과 부평 미군부대 내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 최초 근대극장 협률사의 맥을 잇는 애관극장 보존 논란이 뜨겁다. 해외에선 역사문화적 시가지 보존과 재생을 통해 도시 혁신을 이룩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공장지대를 예술특구로 만든 베이징 다산즈, 고급문화와 디자인도시로 주목받는 미국 포틀랜드, 안드르센 문학도시인 덴마크 오덴세, 교황 유폐 역사를 살린 프랑스 아비뇽축제, 폐광촌에서 예술도시로 거듭난 영국 게이츠헤드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인천도 창조적 문화도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과 잠재력은 충분한데도 지역자원을 살려낼 프로젝트, 이를 추진할 인재 시스템, 민관협치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늘 나온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의 도시철학 부재를 꼽을 수 있다. 1911년 일본인 사업가에 의해 건립된 이후 80년 세월을 지켜온 경인철도변 애경사 철거를 관할 구청이 단행했다. 이후 각계 비난이 쏟아지면서 인천시가 근대건축물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인천 정신’의 뿌리로 일컬어지는 창영초등학교 이전을 강행하고 나섰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잇따르자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이전 계획을 일단 부결했으나 합리적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교육청 논리를 살펴보면 지역 역사와 문화를 중시하는 정신이나 교육철학이 너무도 빈약하다. 도시재개발로 늘어날 학생을 감당할 창영초 학급 증설은 문화재지구에서도 시설 증축을 이뤄낸 영화국제관광고처럼 인천시와 협의해 풀 수 있는 문제다. 인천에 100년 전통을 잇는 학교가 18개나 있는데 그중 창영초는 3·1운동 때 인천 최초로 독립만세를 외친 ‘인천 얼’의 상징이다. 한국 미학의 선구자 고유섭,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인공 이길용 기자, 극작가 함세덕, 의사이자 향토사학자 신태환, 그리운 금강산 작곡자 최영섭, 2대 대법원장 조진만, 구국의 화신 강제구 소령, 야구선수 류현진 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학교다. 이런 학교의 이전은 ‘인천 정신’ 말살이다.

[문화 카페] 산업 통계로 본 한국영화계의 현주소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연도별, 상·하반기, 월별로 국내 영화 산업에 관한 결산 자료를 공개한다. 이 가운데 연도별 결산 보고서는 통상적으로 매년 2월20일 전후에 발표되므로 2022년 영화 산업 현황을 나타내는 모든 사항을 아직 상세히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22년 12월 결산 보고서 안에는 2022년 한 해 동안의 극장 상영작과 관객 수, 매출액뿐 아니라 국적별, 기업별 매출액과 관객 점유율 등에 관한 통계적 수치가 정리되어 있어 이를 통해 한국 영화계의 현주소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극장 개봉 편수는 총 1천773편, 관객 수는 1억1천280만여명, 매출액은 1조1천602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 영화는 개봉 편수 771편, 관객 수 6천279만여명, 매출액 6천310억여원으로 이는 전체 대비 개봉작 점유율 43.5%, 관객 수 점유율 55.7%, 매출액 점유율 54.4%에 해당한다. 2021년 극장 개봉 편수는 1천637편이었으며 그중 한국 영화가 653편, 외국 영화가 984편이었다. 2022년과 별다른 차이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관객 수는 6천53만여명, 매출액은 5천845억여원이었고 한국 영화의 경우 1천822만여명과 1천734억여원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2022년 한국 영화계의 산업 환경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데에는 2022년 들어 코로나19의 여파가 다소 진정됐다는 점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극장 관객 수는 5천952만여명, 매출액은 5천104억여원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는 적어도 최근 십수년 사이의 최저 수치에 해당한다. 한국 영화의 비중 또한 주목된다. 2020년 관객 수 4천46만여명, 매출액 3천504억여원으로 각각 68.0%, 68.7%를 차지하던 것이 2021년에는 30.1%, 29.7%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의 대유행하에서 한국 영화의 기획, 투자 및 제작 활동이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따라서 영화 산업적 흐름에 있어 2022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상승 국면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고 할 만하다. 단적으로 2010년대 매년 50%대를 유지했던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2020, 2021년 크게 요동쳤으나 2022년에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완전한 회복 상황을 맞이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팬데믹 이전까지 국내 극장 관객 수는 7년 연속 연간 2억명 이상을 기록 중이었고 2019년에 이르러 2억2천668만여명이라는 최대 수치에 도달한 바 있었기에 그렇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던 것이 2022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2배가량의 회복세를 나타낸 것이다. 국내 영화 산업의 회복세를 견인한 것으로 1천269만여명의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워 역대 10위에 오른 ‘범죄도시 2’를 비롯해 726만여명의 ‘한산: 용의 출현’과 698만여명의 ‘공조 2: 인터내셔날’, 아울러 외국 영화로는 818만여명의 ‘탑건: 매버릭’ 및 12월에만 731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아바타: 물의 길’ 등 이른바 흥행 ‘대작’들을 지목할 수 있다. 그러나 스크린 독점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대부분이 연작이나 시리즈물 형태를 취했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의 제작 경향이 긍정적인 신호만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 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30일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극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갈수록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영화 산업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될 2023년에는 보다 다양한 소재와 매력을 지닌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기획, 제작돼 전국의 스크린을 채워 주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정치복지 포퓰리즘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정치권 여기저기서 국민기본소득에 대한 이슈로 여러 논쟁이 있었다. 2023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은 638조7천억원으로 그중 226조원이 보건, 복지, 고용에 대한 비용이다. 경기도내 어느 지자체는 전체 예산 대비 47% 정도가 복지예산이라고 한다. 과연 이대로 지속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면 국민기본소득에 대한 개념과 목적, 그리고 그에 대한 최소한 20~30년 이후까지의 재원에 대해 고민하고 구체적 대안을 가지고 주장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국민기본소득이라면 그 나라의 국민총생산(GNP)을 기준으로 기본적 소득을 보장해 보편적 삶과 최소한의 안정된 생활 및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아닐까. 국민기본소득을 실행하거나 실행해 본 나라는 대부분 유럽 국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들 국가와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역사에서부터 국민적 의식의 차이, 그리고 수십, 몇 백년간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하지 않아도 될 지하자원이나 관광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제도 도입 후 지출과 조달에 대한 대안을 그 누구도 내놓지 않고 무조건 주고 보자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 당사자들은 4, 5년 임기 내 퍼지르기만 하고, 치우는 것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기본소득을 최초로 시행한 나라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약 2년간 25~58세 실업자 2천여명을 대상으로 매달 560유로를 지급했다.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76만4천400원 정도다. 실험 결과 대상자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졌으나 취업률은 낮아졌다. 과연 생산 없이 소비가 가능할까? 그나마 핀란드는 실행 전 선별적 지급 방법을 선택했고 제도화 전 실험적 차원에서 실행했기에 다행 아닌가 한다. 전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석유 수출에 대한 수입금을 영구 기금으로 설립해 1982년부터 6개월 이상 거주한 모든 지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으며 2016년 복지국가라고 말하는 스위스에서는 정부가 매월 18세 이상인 성인들에게는 2천500프랑(약 300만원), 18세 미만인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는 625프랑(약 78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국민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은 영국의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가 이상적 국가상을 그린 ‘유토피아’에 처음 등장했다. 일하지 않아도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유토피아’일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뉴스로 많은 국민이 국가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복지 포퓰리즘보다 범국민적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정책이 제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남희의 길 위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산다는 일

바드 아우시에 갈 계획은 없었다. 호숫가의 뾰족탑 교회 풍경으로 유명한 할슈타트에 가던 길이었다. 할슈타트는 에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배경이 됐다는 소문으로 ‘오버 투어리즘’을 앓고 있었다. 인구 8백 명의 작은 마을이 수용할 수 없는 수의 관광객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 대부분은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넘쳐나는 쓰레기, 빈번한 사생활 침해, 치솟는 물가 등 주민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마을 곳곳에는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쓰레기 버리지 않기’, ‘사적인 공간 침해하지 않기’, ‘소음 주의’ 등의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머물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당연히 숙박비도 비쌌다. 에어비앤비 앱에서 외곽의 숙소를 골랐다. 할슈타트에서 기차를 타고 이십 분쯤 가는 곳이 바드 아우시였다. 2천 미터 내외의 산들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지만 산골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알렉산드라의 집은 평이 꽤 좋았다. 에어비앤비는 공유 경제에 기반한 숙박업이다. 원래 의미는 자기 집의 남는 공간을 숙소로 내놓고 손님과 주인이 교류하는 곳이었다. 이 앱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에어비앤비의 본래 의미는 퇴색하고 변해갔다. 자기 집이 아닌 아파트를 몇 채씩 빌려 세를 놓거나 전문 업체에 관리를 맡기는 ‘임대업자’들이 늘어났다. ‘비대면 체크인’에, 모든 응답이 문자 메세지로 이루어지는 일도 흔하다. 늘 혼자 다니느라 대화가 아쉬운 나는 가끔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고르곤 한다. 하지만 점점 주인 얼굴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도 버릇을 못 끊고 사람이 그리워질 때면 에어비앤비를 뒤적인다. 알렉산드라의 집을 예약할 때도 큰 기대는 없었다. 예약 후 받은 첫 문자의 내용은 도착 시간을 알려주면 기차역으로 픽업을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차역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13분.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나는 도착 시간을 알려줬다. 기차역으로 나를 데리러 온 알렉산드라는 내 또래의 여성이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그녀가 이 근처에 예쁜 호수가 있는데 둘러보고 가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가죠.” 우리는 호숫가에 차를 세워두고 호수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7월 중순의 오스트리아는 날씨가 좋았다. 시원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었고, 하늘은 붓질 한 번으로 꽉 채운 캔버스처럼 푸른 빛으로 가득했다. 어디에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어서 코로나 따위는 이미 사라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호숫가의 카페에서는 결혼식 피로연에 온 이들이 라이브 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해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너머로는 작은 조각배 한 척이 천천히 흘러갔다. 마음이 몰랑몰랑해지는 풍경이었다. 그녀에게 손님과 자주 산책을 하냐고 물었다. “그러고 싶지만 바쁠 때가 많아 자주 못해요. 하지만 손님을 통해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해요.” 그녀는 어렸을 때 바드 아우시를 떠나 비엔나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십 년 전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 소란스럽고 소비적인 도시에서의 삶에 지쳤다고 했다. 그녀는 녹색당의 열렬한 당원이었고 이 지역 위원장이기도 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낯선 문화에 호기심이 많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 둘 다 싱글이며, 에어비엔비 호스트라는 점. 우리는 공통점이 많아서인지 이야기가 잘 통했다. 호수를 한 바퀴 걷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다시 물었다. “옆 마을에서 소방관 돕기 자선 바자를 하는데 가볼래요?”, “와이 낫.” 다시 차를 몰고 10여 분을 달렸다. 장터에는 옷과 가구와 그릇, 책 등 다양한 물건이 나와 있었다. 집집마다 무언가를 무료로 내놓고, 수익금은 전액 소방관들의 장비 마련을 위해 기부한다고 했다. 동네 청년들로 꾸려진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전통옷 던들을 차려입은 청년들이 간이 주점에서 술과 음료를 팔았다. 나는 십자수를 놓은 테이블 매트와 방석 커버를 1유로씩 주고 샀다. 알렉산드라는 손님 방에 놓을 램프와 좋아하는 작가의 책 예닐곱 권. 천막을 쳐서 만든 주점에서 맥주를 마시며 물었다. “소방관들이 왜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어요? 국가가 보조를 안 해줘요?”, “이런 작은 마을은 국가 보조가 없어서 훈련도, 장비 구입도 알아서 해야 해요. 그래서 마을마다 소모품인 장갑이나 헬멧, 방호복 같은 장비 마련을 위해 바자회를 열고는 하죠.”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오스트리아마저도 소방관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은 건가 싶었다. 우리는 각자의 전리품을 손에 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귀가했다. 다음날은 기차와 배를 갈아타고 할슈타트로 건너갔다. 이 지역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었던 소금광산 투어는 꽤 알차고 재미있었지만, 마을은 딱히 볼거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어서 바드 아우시로 돌아가고 싶었다. 마을로 돌아와 그녀가 추천한 산책로를 걸었다. 할슈타트에서 나는 반갑지 않은 관광객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미움받지 않는 존재인 것 같았다. 일단 외지인으로 붐비지 않으니 부담이 없었다. 바드 아우시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그녀가 왜 비엔나를 떠나 이곳에 정착했는지 알 것 같았다. 7박 8일의 짧은 오스트리아 여행 중 가장 충만했던 시간은 바드 아우시에서 보낸 이틀이었다. 그곳에 알렉산드라의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롭고 고단한 여행자의 어깨를 담담히 토닥여주는 손길이 있었기에. 나도 우리집 아래층을 여성 전용 에어비앤비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집을 찾는 손님의 대부분은 이삼십대 여성들. 평소에는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그녀들은 꽤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때로는 눈물을 떨구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내가 모르는 그녀들만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럴 때면 앉은 자리에서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차려주는 밥상은 어쩌면 미끼인지도 모르겠다. ‘자, 나는 당신을 위해 이렇게 공을 들였어요. 당신도 무언가 내놓아보세요.’ 그렇게 말을 하는 일은 물론 없지만, 밥은 사람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은 느슨해진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내내 누군가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한 사람을. 낯선 여행지에서 우리 마음의 빗장은 쉽게 헐거워진다. 스쳐 지나는 사람이기에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예기치 않았던 그런 순간을 통해 어떤 해방감을 맛보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는 그 드물고 귀한 순간을 위해 오늘도 나는 에어비앤비의 문을 두드린다. 지금은 헝가리를 떠도는 여행자로 문을 두드리지만, 돌아가면 내 집 문을 두드리는 이를 맞이할 것이다. 그 양쪽 세계를 오가며 나는 여전히 꿈꾼다.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그 찰나의 소통을.

이상민 행안부장관 탄핵안 ‘가결’…헌재 판결 때까지 직무 정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공동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건 헌정사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총 투표 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재적 의원(299명) 3분의 1 이상 발의와 재적 의원 과반 수(150명) 찬성이 가결요건이다. 이 장관은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순간 국회 안에 마련된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이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 장관의 직무는 의결서 송달과 함께 정지되고,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최종 확정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수원무)은 이날 예정된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려 했으나, 민주당이 이에 반발해 의사일정 변경 동의 절차를 거쳐 탄핵소추안을 먼저 처리하도록 순서를 바꿨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수원갑)은 이날 탄핵소추안 안건 설명에서 “이 장관은 재난 예방 및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공직자로서 성실 의무를 위반한 책임, 국회 위증과 유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2차 가해 등 헌법과 법률 위반을 한 여러 탄핵 사유가 적시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국회가 정부의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에라도 그 책임을 다했다고 기록되길 바란다”며 희생자 159명 중 109명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앞서 탄핵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를 우선 진행하자고 제안했으나 부결됐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본회의장 앞에 집결해 “‘이재명 방탄쇼’ 탄핵소추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발했다.  한편 국회는 오후 5시께 소추의결서를 이 장관 측에 전달했다. 헌재는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뒤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한다. 헌재판소법에 따라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을 맡는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헌재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오늘 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업존속, 10년도 힘들다] 경기도내 제조업은 ‘고참’… 소매업은 ‘신참’ 많다

2월 현재 전국 사업자(970만2천506명) 4명 중 1명이 경기도(265만6천148명·27.3%)에 있다. 분야는 각양각색이지만 이들 사업 모두 지역 경제를 이끈다. 하지만 누군가는 6개월마다 업종을 바꾸고, 누군가는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사업자들이 ‘10년만 버텨도 성공’인 상황, 업태별 존속연수를 통해 경기도내 사업자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이제 ‘3대 가업’은 옛말이다. 경기도 전체 사업자 중 ‘30년 이상’ 존속하고 있는 사업자는 단 1.1%포인트(p)에 불과하다. 사업의 흥망 여부를 존속연수 하나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특정 업태는 ‘신참’이 많고 특정 업태는 ‘고참’이 많다. 이 안에서 ‘10년 존속’조차 힘든 게 현 상황이다. 8일 국세청의 ‘존속연수별 사업자현황’ 자료에 따라 경기지역 업태를 ‘농·임·어업’, ‘건설업’, 음식업’, ‘소매업’, ‘숙박업’ 등 14개로 나눠봤다. 그리고 이 업태 가동사업자들의 존속 연수 또한 ▲6개월 미만 ▲5년 이상 ▲10년 이상 ▲20년 이상 ▲30년 이상 등 5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14개 업태에서 30년 이상 존속하고 있다는 사업자는 평균 1.1%포인트(p)에 그쳤다. ‘광업’의 경우 경기도 전체 사업자 48명 중 3명이 30년 이상 사업을 유지, 가장 많은 비중(6.2%)으로 나타났다. 다만 광업 사업자 수가 워낙 적은 편이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계산됐을 뿐 객관적인 수치로만 보면 ‘단 3명’이라고 볼 수 있다. ‘광업’(6.2%) 다음으로는 ‘농·임·어업’(3.1%), ‘제조업’(2.2%), ‘도매업’(0.8%) 등이 차지했다. 특정 업태는 ‘30년 이상’ 버틴 사업자가 전무하기도 했다. ‘전기·가스·수도업’의 경우 경기도 사업자는 9천257명인데 이 중 3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한 사업자는 0명이었다. 이와 함께 ‘부동산 매매업’(2만8천649명) 역시 0.01%인 3명의 사업자만이 30년 이상 존속하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 용인에 있어서 나머지 30개 시·군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10년 이상’의 경우는 어떨까. 14개 업태 전반에서 10년 이상 존속했다는 경기도 사업자는 23.7%포인트(p)로 집계됐다. 특히 ‘전기·가스·수도업’(246명·2.6%)은 30년은커녕 10년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대리·중개·도급업’(9.5%)과 ‘소매업’(9.7%)도 10%대를 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21만7천828명 중 5만4천330명(24.9%)이 ‘10년 이상’ 비중이 높아 1등을 기록했고, 이어 ‘도매업’(24.3%), ‘운수·창고·통신업’(23.8%)이 선방한 편이었다. 오랜 세월 존속하고 있는 사업자가 없다는 건 해당 업태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거나, 지역의 경제적 수요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업자의) 존속 연수가 짧으면 그 지역 경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이 적은 지역에선 새로운 진입자가 없기 때문에 특정 사업자가 오래 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국내 시장이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사업자 수’와 ‘존속 기한’과 함께 ‘경제적 수요’를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한 측면에서 어느 지역, 어느 사업자가 오래 살아남는지를 분석하는 게 업종을 오래 이끄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