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는 대한민국 빙상의 스타 산실이다. 배기태, 제갈성렬, 김윤만, 이강석 등 동계아시아경기대회와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해 수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배출해 왔다. 대한민국 빙상을 이야기할 때 의정부시를 빼놓고는 논할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의정부시청 소속의 김민선 선수가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서 여자 500m를 석권하며 ‘단거리 여왕’으로 우뚝 섰다. 은퇴한 ‘빙속(氷速) 여제’ 이상화를 능가할 재목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스타 산실인 의정부시에는 공교롭게도 선수들이 훈련할 400m 빙상경기장이 없다. 국내 실내스피드스케이트장은 태릉국제빙상장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른 강릉스케이트장 단 두 곳뿐이다. 그 마저도 강릉스케이트장은 올림픽 후 폐쇄된 지 오래다. 유일하게 운영되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주변이 조성왕릉 권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당초 2024년 철거키로 했다. 대안 없이 철거 이야기가 나오면서 빙상계는 들끓었고 뒤늦게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부터 대체시설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에 나섰다. 소식을 접한 의정부시는 발 빠르게 유치에 나섰다. 당시 의정부시는 녹양동 종합운동장 인근의 3만2천㎡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문체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이 부지에 국제 규격의 빙상장과 2천명 수용의 관중석이 마련된 경기장 건립을 제의했다. 명분도 충분했다. 의정부시가 오랫동안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데다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등록된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250여명으로 이 가운데 70%가 수도권 거주자다. 의정부, 동두천, 남양주, 양주 등 경기도 선수들이 60% 넘는다. 하지만 한동안 이슈가 됐던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이야기는 지난해 정권이 바뀌고 철거 시기가 새로운 경기장의 건립 이후로 미뤄지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올해 상반기 중 새 스케이트장 공모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경기도, 특히 의정부시 출신 빙상인들은 정부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 지방정부의 수장이 바뀐 경기도와 의정부시에도 적극적인 경기장 유치에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새 경기장 건립은 부지를 지자체가 제공해도 1천500억원이 넘는 건립 비용이 필요하다. 일반인은 수백명의 선수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유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논두렁 신화’를 통해 대한민국 빙상의 위상을 세계에 떨친 의정부시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경기장 건립시 각종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얻어지는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와 세계에 알려질 홍보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경기 북부지역 위성도시와 서울시 동호인들이 모여들게 돼 ‘군사도시’로 이미지가 각인된 의정부시의 이미지 변신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경기도와 의정부시가 빙상장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봄, 다시 카미노데산티아고를 걸었다. 이번에는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시작해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향하는 14일의 여정이었다. 어느날 숲길에서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걷는 여성 순례자와 마주쳤다. 오르막은 아니었지만 길이 고르지 않았다. 유모차를 밀며 걷기에는 힘이 꽤 드는 길이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쉬던 우리 일행이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갔다. 초콜릿을 건네니 그녀가 환히 웃으며 받았다. 포르투갈 길은 급한 경사가 없어 쉬운 길로 꼽히지만, 숲이 많았다. 배낭만 메고 걸어도 힘든 길을 아기와 함께 오다니! 그 용감한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내면의 용기에 더해 그녀에게는 어떤 믿음이 있지 않았을까. 이 길에서 혼자가 아닐 거라는, 도움을 주는 선의의 손길이 있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그 믿음대로 그녀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줄곧 이어졌다. 우리도 그녀의 유모차를 밀어주거나, 들어서 옮겨 주기도 했다. 도움을 받는 이도, 도움을 주는 이도 자연스러웠다. 우리가 산티아고에 들어선 다음날, 그녀와 아기도 타인의 친절에 기대 무사히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카미노의 정신이 오롯이 구현된 순례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하니까. 우리가 걷기에 급급해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그녀를 모른 척했다면? 제대로 카미노를 걸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다. 그녀 또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걸어야 했다면 좀 서글프지 않았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읽은 이가 질문을 남겼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자신도 그 길을 걸을 수 있겠느냐고. 전동휠체어로 카미노를 걷는 일은 외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스페인에는 장애인들이 카미노를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들이 있다고 했다. 전 구간은 아니더라도 카미노의 일부라도 경험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 주는 단체가 활동하고 있었다. 카미노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공공기관도 ‘모두의 카미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모두를 위한 카미노라니. 장애인도, 아이도, 노인도 걸을 수 있는 카미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단지 구호로 끝내지 않고, 현실화를 위해 그들은 노력하고 있었다. 갈리시아에서는 모든 알베르게(순례자 전용 숙소)가 장애인 화장실과 휠체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방을 하나씩 갖춰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 놓았다. 실제로 우리가 머문 알베르게마다 장애인 화장실이 있었고, 알베르게 안에 턱이 없어 휠체어가 이동하기에 수월했다. 카미노가 끝난 후 나는 코로나에 걸려 스페인에 남아야 했다. 다행히 증상은 가벼웠다. 스페인은 격리 규정이 해제된 후여서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코비드 유목민이 돼 스페인을 떠돌았다. 스페인 남부 코르도바에서는 마침 안뜰 축제(저마다 정성껏 가꾼 자기 집 안뜰을 개방하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안뜰을 공개한 집들이 표시된 지도 한 장을 들고 매일 남의 집 정원을 기웃거렸다. 지도에는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집들이 따로 표시돼 있었다. 작은 도시 아빌라의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지도에도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모든 거리가 표시돼 있었다. 비단 스페인만이 아니다. 유럽의 미술관이나 상점은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이 가능한 곳이 많았다.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미술관에서 휠체어에 앉아 그림을 감상하는 이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그 뒷모습을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고는 했다. 아무렇지 않은 그 주변의 공기까지 부러웠다. 그들에게 시선이 멈추는 건 나에게 장애인 가족이나 벗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삶이 불가능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때 내 삶의 질을 떠올려 보면 암담해진다. 슬프게도 나에게는 믿음이 없다. 내 이웃이, 내 조국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없다. 나에게 가장 절실한 국가의 역할은 장애인, 성소수자, 어린이, 노인, 여성,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약자로 삶을 시작해 사회적 약자로 삶을 마감하기에. 선진국의 척도 또한 내게는 국가가 사회적 약자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해주는가, 그 사회가 약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다.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기에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보호하는 나라를 꿈꾼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당의 대표였던 이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해 막말 수준의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언론은 아직도 “시민을 볼모로 어쩌고” 등의 헤드라인을 쏟아내는 나라이니. 선진국 진입을 자랑하는 지금에도 장애인들이 이동권 시위를 해야 할 정도로 우리는 그들에게 무관심했다. 화를 낼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30년 전 처음 유럽을 여행할 때 의문이 들었다. 아니, 선진국이라면서 길에 왜 이렇게 장애인이 많은 거지? 인구 대비 장애인 수가 특별히 많아서가 아니었다. 인구의 10%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외출을 하지 못해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장애인을 비롯해 교통약자가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의 도입률은 현재 30%에 불과하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경우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전체 노선의 4%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도 장애인들은 목숨을 버려 가며 싸워야 했다. 지난 여름, 밥벌이를 하느라 여러 번 바깥 나들이를 했다. 인천공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올 때마다 트렁크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장애인들의 목숨 값으로 생겨난 결과물에 무임승차하며 생각했다. 비장애인이 설계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포기하는 일 없이 더 끈질지게 싸워 주면 좋겠다고. 세상은 한 번도 저절로 나아진 적은 없었다. 우리 삶의 질은 언제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소수의 사람들 덕분에 향상돼 왔다. 그들이 싸울 때 함께 선로에 드러누울 용기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지하철이 멈췄을 때, 평생 그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살아온 누군가의 삶을 상상해보며 30분이든, 세 시간이든 기꺼이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 시위는 결국 내 미래를 위한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주교도소는 9일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32 이승현)가 상습도박과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만기 출소했다고 밝혔다. 승리는 당초 오는 11일 출소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정보다 이틀 앞선 9일 새벽 5시에 여주교도소를 나왔다. 여주교도소에서 1년 6개월을 복역한 승리는 상습도박,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성매매 알선·카메라 등 이용 촬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는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클럽과 금융투자업 투자 유치를 위해 대만, 일본, 홍콩 등의 투자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성매매를 알선하고 자신도 성 매수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서울 강남의 주점 '몽키뮤지엄' 브랜드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클럽 '버닝썬' 자금 5억2800여만 원을 횡령하고 직원들의 변호사비 명목으로 유리홀딩스 회삿돈 2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승리는 2018년 불거진 '버닝썬 사태' 핵심 인물로 지목됐고 2020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3월 제5포병단에 입대한 승리는 군사법원 재판 1심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 받고 국군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2심에서 1년 6개월로 형량이 줄었고 전시근로역으로 편입돼 민간 교도소인 여주교도소로 이감됐다. 지난 2006년 그룹 빅뱅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 승리는 '거짓말', '뱅뱅뱅', '하루하루' 등 다수 히트곡을 내며 K팝 스타로 정상을 밟았다. 그러나 승리가 사내 이사로 있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성범죄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그는 결국 2019년 3월 팀을 탈퇴했다.
경기도가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기대를 모은 ‘테크노밸리’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일자리’와 ‘거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전략 수립에 총력을 가한다. 공사 과정에서만 3조원의 경제효과를 보이는 테크노밸리가 앞서 조성된 제1·2판교 테크노밸리처럼 ‘베드타운’화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9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6월 시작한 ‘고양 일산 TV 활성화 전략 수립 용역’을 오는 5월까지 마무리하고,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양주 TV 제조업 및 연구개발 용지 활성화 전략 수립 용역’은 올해 하반기까지 마무리한다. 특히 두 곳의 용역에서는 기업의 입주 수요와 주택 공급 일정 등 개발 계획에 부합하는 단계별 대책을 포함했다. 도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테크노밸리가 산업·주거 등 종합적인 분야에서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기존에 조성된 테크노밸리의 경우 일자리와 주거지 분리 현상으로 자족 기능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고양 일산·양주 TV를 포함해 지금까지 진행된 제3판교, 용인플랫폼시티 연구용역을 종합해보면, 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효과만 3조원에 달한다. 고용효과는 약2만7천804명이다. 조성이 완료된 제1·2판교 TV의 지난해 기업 매출액만 121조원에 달하는 만큼, 경제 발전을 꾸준히 견인할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도는 체계적인 일자리 기반 조성의 기본이 되는 기업 입주 수요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제3판교 TV와 용인 플랫폼시티 각각 10만6천446㎡, 10만1천993㎡ 규모의 기업이 입주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주 TV의 경우 기업·협회·연구소 등 100개 단체가 입주 의사를 표명하며 계획된 산업 시설 용지 대비 192.6%의 수요가 있었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거주지를 제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지난 2일 진행된 ‘테크노밸리 자족 활성화 도 TF 구성 회의’를 시작으로 테크노밸리의 자족기능용지(248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도 관계자는 “일자리와 주거 등 복합적인 기반 시설을 적기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세계 40위권 국가에 버금가는 대도시권 지역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연구와 정책모델의 발굴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남북평화 문제, 지역 균형발전 문제, 일자리 확충 문제, 복지모델 구축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1천350만 도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들 도내 문제를 비롯해 기후변화 등 국제환경 문제 등을 분석,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경기도의 종합 싱크탱크, 아이디어 플랫폼으로서 경기연구원이 올해 추구하는 연구 방향과 계획을 본보가 자세히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 ‘혁신·소통·융합’ 비전으로 미래 주도하는 ‘정책 플랫폼’ 경기연구원은 퀄리티 높은 연구로 도정을 지원하고 도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일뿐 아니라, 17개 시·도 중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도도 1위다. 이에 연구원은 경기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갈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비전과 함께 경기도의 미래를 주도하기 위한 정책연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연구원은 ‘혁신’, ‘소통’, ‘융합’ 등 3대 비전에 따라 3개년 연구계획을 수립했다. ▲자치분권 분야의 경기도 혁신행정 실현방안 연구 ▲경제·사회 분야의 경기 북부 혁신생태계 구축 ▲도시주택 분야의 주거 거버넌스 포털 구축 ▲교통 분야의 경기도 MaaS 플랫폼 도입 검토 ▲기후·환경·에너지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는 3개년 연구계획 내에서 7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도내에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 연구, 교통 및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3高(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이 가져온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민생 지원 연구가 그것이다. 또 경기도가 ‘기회수도’ 조성을 위해 내건 5대 기회 패키지에 관한 정책적 지원 연구도 시행한다. 아울러 연구원은 개발제한구역, 수도권정비권역, 군사시설보호구역, 환경규제 등 경기북부의 발전을 저해하는 중첩 규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연구분석하고, 경기 북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과 경기 북부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한 개발전략도 마련할 계획이다. ■ 탄소중립 위한 ‘기후변화 대응’ 연구 주력 연구원은 올해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체계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혹한과 폭염 등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 농산물 지도가 바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식탁에 오르는 반찬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도 차원의 적극적,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이다. 특히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도내 제조업체들에 대한 국제적·정치적·경제적 문제로 연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시행해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수입 시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SG 경영에 취약한 도내 기업들이 고객사와의 거래·계약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구원은 올해부터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등에 따라 감축목표 이행이 본격화되고 ESG·RE100·탄소국경조정제도 등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함에 따라 경기도에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 등과 관련된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 관련 규제의 강화가 지역 경제, 산업계와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탄소중립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에 앞장설 계획이다. 또 탄소중립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방안, 그린뉴딜과 연계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관련 연구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연구원은 지난해 도내 에너지 다소비 산업 및 건물 분포 현황 등을 분석해 ▲중점관리 대상 사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와 집중 지원 ▲중소기업 에너지 진단 및 시설개선 원스톱 지원 확대 등 기후변화와 관련한 5가지 정책 방안을 제시해 연구 기반을 닦아왔다. 인터뷰 주형철 경기연구원장 “일상 속 지원방안 마련… 가려운 곳 해결 온힘” “과거에는 ‘경제성장=환경파괴’의 관계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친환경 노력=신성장동력’으로 바뀔 것입니다.” 경기도정 지원이라는 중책을 맡은 주형철 경기연구원장은 9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도민의 일상생활 속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주 원장은 “탄소중립 이행이 당장은 우리 산업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우리 일상생활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에 대해 학계·정책 전문가 및 민간·업계 실무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외부 전문가들과의 소통 및 협력 확대를 위한 정책 플랫폼을 구축하고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주 원장은 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정책수립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연구 결과의 정책화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주 원장은 이 같은 소통이 ‘에너지전환,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기후위기 대응’,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국제 메가 이벤트 경기도 유치를 통한 지역활성화’ 등 연구원이 추진하는 3개년 연구계획과 7개 과제의 시그니처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 방향을 확립하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 원장은 “도청 및 공공기관과의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연구원에 대한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적시성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원의 성과가 도민에게 더욱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이 개입하면서 유엔군은 청천강과 장진호전투에서 참담하게 패퇴했다. 이후 서울까지 중공군에게 내줬다. 그 뒤 유엔군은 평택-원주-삼척 선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1951년 2월 반격에 나섰다. 선더볼트 작전, 라운드업 작전 등이 그것이다. 반격 작전은 인접 부대의 진격 속도에 맞춰 모든 전선에서 천천히 진격하는 형태로 진행됐고 유엔군의 반격 작전에 공산군 측도 공세로 대응했다. 유엔의 반격 작전 중 인해전술을 앞세운 중공군의 공세에서 처음으로 대승을 거둔 게 지평리전투다. 2월13~15일 진행된 지평리전투는 불리하던 전세를 역전시키고 유엔군의 사기를 진작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인천상륙작전과 용문산전투 등과 함께 6·25전쟁의 판세를 뒤집은 3대 전투로 꼽히는 지평리전투가 72주년을 맞았다. 양평군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올해 기념식을 오는 16일 지상작전사령부와 함께 개최하고 그날의 승리를 되새긴다. 행사에는 군 고위 관계자는 물론 전투의 주축을 이뤘던 미국과 프랑스를 대표해 양국 대사도 참석한다. ■ 지평리전투는? 양평 중심지에서 동쪽으로 14㎞ 지점, 지름 3㎞가량의 분지 안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 지평리다. 이 작은 분지에서 6·25전쟁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지평리전투는 1951년 2월13~15일 프랑스군 대대가 포함된 미군 제23연대의 유엔군과 중공군 3개 사단이 사흘간 벌인 전투다. 당시 미 제9군단의 우측방을 엄호하기 위해 지평리에 남게 된 제23연대는 라운드업 작전을 위해 편성된 전투단이자 중공군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 역할을 했고 중공군은 그 미끼를 물었던 것이다. 중공군은 이 지평리에 제39군 예하 3개 사단을 투입했다. 좌우 인접 부대가 철수하면서 고립됐던 제23연대는 1.6㎞ 길이의 원형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전투에 대비했다. 2월13일 저녁, 중공군 2개 사단이 전방 2개 대대에 8차례에 걸친 파상공격을 가해 왔으나 미군은 이를 모두 격퇴했다. 다음 날인 2월14일 오후 7시, 중공군은 4개 사단 규모의 병력으로 다시 일제 공격을 시작했고 중공군 1개 연대 병력이 방어선을 돌파해 진지 내에서 백병전이 벌어졌다. 미군과 프랑스군이 진지를 사수하면서 중공군은 새벽녘에 철수했다. 지평리전투를 상징하는 프랑스군의 총검 돌격도 이날 전투에서 이뤄졌다. 프랑스군은 인해전술로 공격하는 중공군에 맞불로 승부해 진지를 지켜내며 최대의 위기를 넘겼다. 2월15일에는 아침부터 교전이 벌어졌고 이날 오후 미 제5기병대가 후방에서 중공군의 포위망을 돌파하며 제23연대와 전선을 연결해 중공군을 퇴각시켰다. 당시 제5기병대 특임대는 공격 개시 1시간15분 만에 6마일의 거리를 뚫고 지평리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지평리 동쪽에서 한국군 제5사단과 제8사단 등을 붕괴시킨 중공군의 공세는 지평리에서 좌절됐다. 미군 제23연대와 프랑스 대대의 치열한 저항과 후방의 화력 지원, 중공군 자체의 문제 등으로 중공군은 물러서게 됐다. 전투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유엔군이 300여명에 불과한 반면 중공군은 5천여명에 달했다. 지평리전투 승리로 1950년 말의 연이은 패배로 떨어졌던 유엔군의 사기는 다시 고무됐다. 지평리전투는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화력과 견고한 방어진지로 물리친 최초의 전투가 됐다. 이후 자신감을 되찾은 유엔군은 다시 북진을 재개했다. 지평리전투는 3개월 뒤 벌어진 용문산전투에서 승리해 현재의 휴전선을 확보하게 한 동력을 준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 양평군, 기념관 건립... 매년 기념식도 개최 양평군은 1·4후퇴 이후 중공군의 총공세를 막아내고 거둔 첫 승리인 지평리전투를 기념하는 기념관을 2015년 건립했다. 지평리전투기념관(전시공간2)은 지평면 월산리 일대 군유지 2만7천305㎡에 을미의병의 최초 거병을 기념해 만든 을미의병기념관(전시공간1)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6·25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에서 양평군이 유일하다. 지평면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단발령에 분격한 유생들이 일으킨 을미의병이 최초로 일어난 곳이자 지평리전투가 벌어진 곳이어서 군민들이 ‘호국의 메카’로 자부하고 있다. 양평군은 역사 속의 지평리전투를 재조명하고 살아 숨 쉬는 향토유적으로 남기기 위해 기념관을 건립하고 호국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을미의병기념관(전시공간1)은 ▲의향(義鄕) 양평 ▲일제의 침략과 저항의 역사 ▲항일의병의 효시, 지평의병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는 밤 ▲꺼지지 않는 희망, 양평 의병전쟁 ▲푸른눈의 이방인이 본 지평의병 등 6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지평리전투기념관(전시공간2)은 ▲6·25전쟁의 타임라인 ▲새로운 전쟁 그리고 1·4후퇴 ▲전환점의 시작 ▲기다렸던 승전보, 지평리전투 등을 주제로 꾸며져 있다. 양평문화원도 ‘지평리를 사수하라’ 등 책자를 발간하며 전쟁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굵직한 이야기와 역사가 시사하는 교훈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평리전투는 결코 잊어서도 버려서도 안 되는 역사라는 이유에서다. 양평군은 매년 2월 지평리전투기념관에 있는 전적비 앞에서 전승기념식과 전몰장병에 대한 추모식을 연다. 군과 지역 참전용사회, 국방부 등 국내 유관기관은 물론 주한미군사령부와 프랑스대사관 등 지평리전투 당사자들이 모여 이 전투에서 산화한 호국영령을 기린다. 추모식에선 적군(敵軍)인 중공군 희생자를 위한 위령제도 진행된다. 공식 행사의 순서에 없기 때문에 본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박하게 진행되지만 중공군의 위패를 모셔 놓고 넋을 기리며 향불을 피우고 술을 올린다. 위령제는 서로 총부리를 겨눴을지도 모르는 6·25참전용사회의 노병들이 자발적으로 지낸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위령제는 화해와 평화를 위해 대가 없이 피해자가 가해자를 위령하는 놀라운 사례”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평리가 실천해 온 위령은 평화적 행동의 실천이자 인도주의의 표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현대차) 채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3년 이후 10년 만에 현대차가 올 상반기 400명, 하반기에 300명 규모의 신규 생산직을 채용한다는 소식에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문의가 폭증한다고 한다. ‘현대차 생산직이 되면 인생이 1단계는 올라갈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봤다. 현대차 생산직 연봉과 각종 지원 등을 보면 그럴 만하다. ‘현대차 기술직의 고졸 이하 1년 차 신입 평균 연봉의 경우 성과급을 포함해 6천만~7천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이 현대차 생산직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물론 지자체의 전체 예산 중 복지 관련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복지 관련 예산 지출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 준비 실태’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고령자 중 현재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경제력을 가졌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54.7%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4차 산업혁명에 맞춘 산업 구조 개편, 이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제공, 정년 연장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인천시도 이런 흐름에 맞춰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남동구도 ‘경제가 복지’라는 생각에 기초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해 경제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해법 찾기에 노력하고 있다. 해법 중 하나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가시적인 방안으로 산업단지(산단)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산단이 만들어지면 기업이 입주하고, 이에 따른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인천에는 남동, 주안, 부평 국가산단과 송도지식정보 등 11곳의 일반산단이 있다. 겉으로는 산단이 충분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인천지역 경제계 일각에서는 인천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는 한편 기업들이 원하는 산업용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년 16만~20만㎡ 규모의 산단이 조성돼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맞춰 남동구도 2016년 8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시작으로 남촌일반산단(면적 25만6천616㎡)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남동산단 인근에 23만3천307㎡ 규모의 남동도시첨단산단을 만들고 있다. 이 산단들이 준공되면 기술력이 뛰어난 우수 기업들이 입주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남동산단 입주 업체는 모두 7천812개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원만 8만5천613명에 달해 인천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국의 저성장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정부 및 지자체 등에서 펼치는 복지 지원도 영향을 받는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가 산단 조성이라고 생각한다. 산단 조성의 결과로 일자리가 증가해 소득과 세금 증대로 이어져 더 좋은 복지가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봄이 일어서는 입춘이 지났다. 얼었던 대지가 녹아내리며 얼음장 속 물소리는 도르르 도르르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 리듬에 맞춰 희망찬 봄을 노래해 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갑은 자신 소유의 토지에 주택을 건축하여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위 주택이 소재한 토지는 인접해 있는 을 소유의 토지를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고, 위 토지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공로에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을이 자신 소유의 토지에 펜스를 설치해 갑이 더 이상 위 토지를 통행로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갑은 어떻게 해야할까? 민법 제219조 제1항은 ‘어느 토지와 공로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토지소유자가 공로의 출입을 위해 이웃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는 주위토지통행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법원(1996년 11월29일 선고 96다33433,33440 판결 참조)은,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와 관련해 통행권을 가진 자에게 필요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주위토지 소유자의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의 범위 내에서 인정돼야 함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결국 그 범위는 사회통념에 비춰 쌍방 토지의 지형적, 위치적 형상 및 이용관계, 부근의 지리상황, 상린지 이용자의 이해득실 기타 제반 사정을 참작한 뒤 구체적 사례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하지만, 통상 사람이 주택에 출입하여 다소의 물건을 공로로 운반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범위의 노폭까지 인정된다. 또한 대법원(2006년 6월2일 선고 2005다70144 판결 참조)은 토지의 이용방법과 관련해 자동차 등이 통과할 수 있는 통로의 개설도 허용된다고 판시하면서도 단지 토지이용의 편의를 위해 다소 필요한 상태라고 여겨지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까지 자동차의 통행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법원은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을 고려해 현재의 이용상황을 기준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범위의 노폭까지 주위토지통행권의 범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면 주위토지통행권자는 통행지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민법 제219조 제2항). 즉 통행지소유자에게 사용료 상당액의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갑은 우선 을과 을 소유 토지의 통행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갑은 을을 상대로 주위토지통행권 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해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갑은 을에게 사용료 상당액의 손해를 보상해야 함은 물론이다.
작가의 정성스러운 바느질은 예술적 감성이 더해져 화면을 가득 채운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또 정갈한 항아리와 그릇으로 탄생했다.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는 ‘회수(繪繡)’ 작업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일궈온 김순철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인사동의 희수갤러리는 오는 23일까지 김순철 작가의 35번째 개인전, ‘About wish - golden age’를 선보인다. 인고의 바느질로 ‘황금기(golden age)’를 피워 올린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한지 위에 채색과 바느질로 작업을 한다. ‘About wish’는 요철감 있는 수제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기법으로 실의 물성을 응용한 회화 작품이다. 작가는 1997년부터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는 ‘회수(繪繡)’ 작업을 시작했다. 동양화에선 선을 중요시 하는데, 그 선을 어떻게 하면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바늘땀을 생각해 낸 것. 그의 작품은 한 땀 한 땀, 한 점 한 점 느린 작업의 결과물이다. 고단하게 반복되는 긴 시간의 노동은 몰입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고, 비워내게 하고,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녀에게 작업은 치유이며 명상이다. 김 작가는 “화면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확산되는 바느질의 흔적은 주변과의 연결과 소통의 의미이며, 짧고도 긴 호흡처럼 이어지는 일상의 운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활짝 피어 절정을 이룬 꽃의 이미지는 중심에서 주변으로 퍼지는 기운의 확산을 의미한다. 항아리와 그릇 역시 좋은 기운과 생각을 가득 담았다. 그의 작품이 각종 아트페어나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테다. 김 작가는 “About wish 작품에서 나오는 밝은 긍정의 기운이 삶의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