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정치와 여론조사

대통령을 시작하는 날부터 국정 수행을 평가하는 여론조사가 행해진다. 회사도 먹고살아야 하겠지만, 일에는 의미가 있고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돼야 하는데, 여론조사가 비지지자의 목소리만을 증폭시켜 국민 분열과 국가 혼란을 야기시키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필요한 시기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면 될 여론조사가 사익을 탐하며 정치적 의도에 편승한 채 내려올 줄을 모른다. 며칠이나 됐는데 평가한다는 말인가. 여론조사가 정말 의미 있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면 막대한 세금만 들고 번거로움만 초래하는 대규모 선거제도를 여론조사로 대치하거나, 온 국민이 참여하는 직접선거를 그만두고 여론조사처럼 유권자를 일정 수 무작위로 선발해 선거를 치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사실 반드시 내가 참여해야 좋은 선거 결과를 얻어내는 것도 아니다. 선거를 위한 여론조사는 정치 구도를 일방적으로 고착화해 새로운 변화를 차단하고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키는 악영향이 두드러지는 만큼, 특히 정치인에 대한 여론조사는 시기나 방법 등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여론조사 자체가 정치 행위가 돼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은 제도는 공공의 영역에서 배제해야한다. 여론조사는 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공익 목적에 부합한 경우에 한해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국민의 선택을 강요할 우려가 큰 여론조사는 조사의 순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순기능이 기대되던 제도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폐지 또는 재설계를 하는 것이 순리이다. 정당이란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사인 집단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니 정당 내부의 일은 정당 스스로 처리함이 옳다. 국민경선이다 뭐다 국민을 끌어들이는 일은 늘 보듯이 부조리가 많은 부패적 연출이 되곤 한다. 정치적 술수만이 난무하는 혼탁한 제도로 정당성을 부여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물어보고 결성한 정당이 아닌데 정당 내부의 일을 국민에게 물어 처리하는 것은 이치에 반한다. 여론의 도움 없이는 정의나 공정을 지켜내지 못할 그런 무능한 정당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 매사 자체적으로 결정한 결과를 가지고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아라. 정치가 국민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방향을 선도해 국민을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것도 정치이다. 늘 국민에게 물어만 보고 하는 정치에 전문성이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작동하겠는가.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 토닥토닥] 愛너지 넘치는… 당신이 선물입니다

‘사람 냄새’가 뭘까. 기쁜 날엔 웃는 모습, 슬픈 날엔 우는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주는 우리네 삶 저편에 그 답이 배어 있었다. ‘사람다움’은 뭘까. 올바름을 지향하고, 잘못됨을 지양하는 양심들 사이에서 조금은 그 느낌을 배울 수 있었다. 경기일보는 2022년 한 해 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사람’을 찾아다녔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이, 주변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커다란 가치를 지녀왔는지 소중히 그 뜻을 전하고자 했다. 의사, 주부, 경찰, 만학도, 봉사원…. 매 순간이 마냥 즐겁고 건강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사회 곳곳에 온정을 나누며 어려운 이웃을 토닥여주는 사람이 참 많았다. 올 1월 첫 순간부터 12월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여러 인물을 만나왔음에도 여전히 우리가 접하지 못한 사람이 많을 테다. 연말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모두에게 따뜻했고 행복했던 기억이 새겨졌길 희망한다. 기나긴 세월 타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각각의 인생이, 앞으로도 타인을 응원하며 살겠다는 개개인의 목표가 전부 귀중했던 한 해였길 바란다. 검은 호랑이 해는 저물지만 검은 토끼 해는 새롭게 떠오른다. 어제나 내일이나 곁에는 늘 사람이 머물고 있듯, 우리에게도 변치 않는 새해가 시작되길 꿈꾼다. 경기일보는 한 걸음 더 성장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며 꾸준히 ‘사람’을 만날 것이다. 때로는 지치겠지만 그때마다 서로를 북돋고 위로하며 ‘새로운 사람’을 찾아가겠다. 임인년(壬寅年) 어땠는지 되묻고 싶다. 꽤 다사다난하고, 꽤 다를 바 없는 시간이진 않았나. 그 일상마다 사람 냄새가 묻어 있었음을, 사람다움이 숨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1년이었다. 올 한 해 ‘함께 토닥토닥’했던 인물들을 다시 커튼 콜(Curtain call) 무대에 올린다. 2023년에도 다 같이 마음을 나누는 온정이 가득한 시간이길 염원한다. 이연우기자

[토닥토닥 7人의 소망트리] 서로가 서로에게 쓰는 ‘크리스마스의 기적’

▲ 최신규 이사랑치과 원장 -25년째 국경 없는 의료 나눔 (1월21일자) 올해도 평소와 같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아직 코로나19 여파가 남아 있는 탓에 내원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평년과 비교해 적긴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따른 치료에 고마움을 표하는 이들을 보면서 의료 나눔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년에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에서 완벽하게 벗어났으면 합니다.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등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보다는 이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간다는 인식을 가지면 더 따뜻한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나눔스토리 소잉’ 운영·자원봉사자 박영아씨 -외롭지 않게… 입양 전 따뜻한 기억 선물 (2월11일자) 위탁가정·미혼모쉼터 등지의 소외된 아이들에게 유독 마음 아픈 소식이 많았던 2022년이 지났습니다. 조금 더 봉사하고 싶고, 조금 더 선물하고 싶은 한 해였지만 스스로 되돌아봤을 때 부족함이 컸던 것 같아 많은 반성을 합니다. 2023년은 세상 모든 아이들이 공평하게 행복하고, 평등하게 예쁨 받는 한 해이길 희망합니다. 경기도 내 여러 자원봉사센터와 기획·연계해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치고, 그간 자립시설이 부족했던 지역도 살필 수 있는 새해이길 바랍니다. ▲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대표 -연필 쥔 백발의 만학도들...배움의 恨 50년만에 풉니다 (4월15일자)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에는 이념, 지역, 계층, 세대 간 갈등이 참 많았습니다. 또한 물가 급등과 금리 상승으로 서민들의 삶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어려움이 다 사라지고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지혜를 모아나가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서로 배려하면서 마음껏! 힘껏! 재주껏! 새해를 힘차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7명에 장기기증한 고(故) 신창자씨의 남편, 도너패밀리 이춘남씨 -7명에 장기기증... 아름다운 생명나눔 ‘최고의 선물’ (6월16일자)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와 여러 사건·사고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등 마음 아픈 일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특히 가족간의 갈등으로 생긴 사건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유난히 더욱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2023년은 우리 가족을 포함해 세상 모든 가정이 평화롭고 건강한 한 해이길 바랍니다. 바쁘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못 다한 이야기도 더 많이 나누고 서로를 아끼는 새해이길 희망합니다. ▲ 안승영 유쾌한공동체 대표 -홀몸노인·노숙인 100명에 무료 급식 24년째 맛있는 사랑나눔 (7월1일자) 새해에는 소외된 이웃들이 존중받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꿈이 실현되는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취약계층 분들의 보금자리가 잘 마련돼 노숙인분들이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 이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공동체에 기여한다면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구석구석까지 끼칠 수 있게 되는 그런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 수어봉사동아리 ‘손으로하나되어’ 송남숙 회장 -손에서 손으로…‘사랑의 소리’ 들리나요 (9월2일자) 농인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과 나눔 속에서 소통의 가치를 발견했습니다. 코로나19로 지쳐 있던 2022년에도 농인 어르신들을 꾸준히 만나뵐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2023년에도 손으로하나되어는 농인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농문화 확산에 기여하겠습니다. 문화체험 활동을 지속하면서 경기도농문화제에 참가해 농인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찾아나가겠습니다. 동아리와 그 뜻을 함께할 지원자들도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 부부공연단 ‘아낌없이 주는 나무’ 김수경·이옥자씨 -이웃들 ‘웃음소리’ 반주로 부부가 전하는 사랑의 합주 (10월21일자) 경기일보 ‘함께 토닥토닥’ 편에 저희 부부의 이야기가 실린 뒤 KBS <인간극장>, <황금연못>에 출연하게 됐고, 각종 뉴스 프로그램과 신문 등에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 많은 곳에서 봉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는데, 저희 부부를 찾는 곳이 많아져서 기쁩니다. 누구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게 해준 경기일보에 감사합니다. 점차 나이가 들어 먼 곳을 다니기가 힘들어집니다. 내년에는 더욱 건강해져서 소외되고 어려운 많은 이웃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고 음악으로 계속해서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법률플러스] 판결로 확정된 면접교섭권을 배제할 수 있을까

A는 B와 혼인해 자녀로 C, D를 두고 있었다. 계속된 B의 폭행과 폭언으로 인해 A는 B를 상대로 법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 A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면서 C, D의 친권자와 주양육자를 A로 지정하고, B에게 하여금 자녀인 C와 D를 한 달에 2번 지정된 날짜와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B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자라온 C, D는 B와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급기야 B와의 면접교섭을 거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는 자녀들과 B의 만남을 막을 수 있을까? 면접교섭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 면접교섭권을 가진 당사자는 법원에 그 의무를 이행하도록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가사소송법 제64조), 이행명령을 받고도 면접교섭을 허용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직권 또는 권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상대방에게 부과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따라서 무작정 자녀들과 상대방의 만남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판결로써 확정된 면접교섭권이더라도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부모 일방)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해 면접교섭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민법 제837조의 2 제2항). 대법원도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경우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해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1년 12월 16일 선고 2017스628 판결 참조) 그렇다면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경우’란 무엇일까? 위 대법원 판결은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나 친밀도,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의도나 목적, 면접교섭이 양육자인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자녀가 새로운 양육환경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되는지 여부, 면접교섭 청구인에게 양육자인 부모 일방 또는 자녀에 대한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등의 전력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경우인지를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비양육자인 아버지가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을 신청한 사건에서 청구인(아버지)이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점, 자녀가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고 있는 점, 자녀는 이와 같은 불안으로 인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는 점, 무엇보다도 자녀가 청구인(아버지)과의 면접교섭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을 배제한 사례가 있다.(부산가정법원 2017년 11월 20일 선고 2016느단4222 판결) 조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풀뿌리 체육’ 선거의 날 밝았다… 20개 시·군체육회 내일 회장선거

민선 2기 경기도내 시·군 체육회장 선거가 22일 오후 일제히 진행되는 가운데, 시·군별 시간 차는 있지만 오후 1시~5시 사이에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단수 후보가 등록한 11개 시·군을 제외한 20개 시·군이 투표를 진행한다. 각 시·군 선거관리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체육회별 대동소이하게 투표 시간이 정해졌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투표하는 시·군은 성남시와 화성시로, 각각 성남종합스포츠센터 다목적체육관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오후 1시30분부터 5시까지 투표를 진행하는 시·군은 수원시와 동두천시 등 두 곳으로, 수원시체육회관, 동두천국민체육센터가 투표소다. 투표 시간을 2시간으로 정한 시·군은 총 6곳이다. 평택시(북부문예회관)와 안성시(한경대 산학협력관), 연천군(수레울체육관)은 오후 2시~4시, 고양시(문예회관 공연장)와 의왕시(시청 제1별관), 김포시(시민회관 실내체육관)는 오후 3시~5시까지 투표가 이뤄진다. 또 용인시를 비롯한 9개 시·군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투표 시간이다. 용인시는 용인실내체육관, 안양시는 시청 제1회의실, 부천시는 종합운동장 대강당, 안산시는 와스타디움 기자실, 오산시는 오산문화스포츠센터, 여주시는 시여성회관 평생학습센터, 이천시는 시청 소통큰마당, 광주시는 시다목적체육관, 양평군은 양평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다. 한편, 파주시는 오후 2시30분~5시 금촌다목적실내체육관 투표소서 치른다. 김영웅기자

[경기도 생활문화 꽃이 피었습니다] ⑤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

내 몸의 감각을 깨우고 관계를 연결하고픈 누구나에게 문이 열려 있다. 경기문화재단의 2022경기권역 생활문화 교류 및 확산 연계사업이 고양시에서도 시민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생활 속의 문화 네트워크 구축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역끼: 엮어서 함께 들어올리기 또는 내려놓기’는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을 중심으로 화전마을학교, 오후서재가 힘을 합쳐 마련한 생활문화 프로그램이다. 활동기획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시민들 역시 그 교류의 장에 자연스레 합류해 서로 엮여 가면서 관계를 만들어 간다. 별책부록이 총괄을 맡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혼자가 아닌 함께한다는 가치를 나누는 일이다. 따라서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서로의 독자성을 존중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며 프로그램을 꾸려나간다. 이를 통해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는 활동 무대가 더 넓어지고 더 풍성한 이야기로 채워질 수 있다. 화전마을학교를 통해 공유공간 별별을 거점 공간으로 활용하는 엄미애 활동가는 ‘몸을 짓는 밥상’이라는 기치 하에 고양시민들을 위한 격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환경에 관한 주제를 살려보기도 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거나 아카이빙으로 활동의 순간들을 남겨오는 엄 활동가는 고양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문화생활에 관심이 많다. 때로는 동아리처럼, 때로는 연구 모임처럼 활동 방식과 형태를 자유롭게 바꿔 가기도 한다. 활동가 주위로 모여드는 시민들 역시 각자의 관심사와 취향이 다양하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활동을 긍정하는 마음가짐만은 똑같다. 지역주민들과 만남이 이어지고 서로의 인맥이 생겨나면서 사소한 이야기에도 하하호호 웃음이 떠나질 않는 관계가 형성된다. 지난 11월9일 오후 7시 고양시 화전동의 마을공유공간 별별에선 잔잔하게 깔리는 재즈 선율이 바쁜 일상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있었다. 이날 프로그램은 엄 활동가와 정지은 요리연구가가 힘을 합쳐 고양시민들에게 함께하는 비건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자리였다. 공동부엌 프로그램으로 채식문화 활성화를 위한 방법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15명의 시민들이 제각각 도착한 뒤 서로의 근황을 통해 가족 또는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비건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털어놓는 시간이 이어졌다. 제주도 여행을 가서 고기 대신 야채를 구워먹었다는 에피소드나 채식을 시작한지 4~5개월 차에 접어들자 회식 자리에서도 샐러드를 시켜줘 주변의 배려가 늘어났다는 경험 등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이날 모임을 이끈 정 연구가는 토마토 페이스트, 캐슈넛 크림치즈, 후무스 등의 소스 레시피를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요리 과정마다 챙겨갈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짚어주면서 시민들과 레시피를 공유했다. 시민들은 정 연구가의 정성이 깃든 음식을 먹으면서 “양파로 만든 육수에서 어떻게 고깃국물보다 깊은 맛이 나냐”는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의 최고 인기 메뉴는 가지, 파프리카, 양파, 호박, 버섯 등을 한데 모아 구운 야채들과 토마토소스와 캐슈넛 크림치즈, 후무스 등을 넣어 구운 파니니였는데, 굽자마자 사라지는 파니니에 먹지 못한 시민들이 입맛을 다시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시민들에게 요리를 알려준 정 연구가는 “어떻게 먹어야 채식 생활을 잘이어가는지,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신이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리려고 한다”면서 “정성껏 만든 음식을 함께 먹는 시간이 각자에게 뜻깊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모임에서 옆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눴던 김소원씨(48·덕양구 행신동)는 30분 전에 먹었던 비건 파니니가 주는 여운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는 “조미료나 첨가제 없이도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시키는 법을 알았으니 집에 가서 실천해볼 생각”이라며 “각자 집에서 해 먹는 비건 음식의 노하우나 팁을 나눠 더 알찬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영미씨(54·덕양구 화전동)도 “흔히 채식주의 하면 과일이나 야채를 간단하게 조리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선생님과 이웃 덕분에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요리 방식과 형태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 “혼자였다면 절대 채식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같이 정보를 공유하고 음식을 나누니까 행복이 배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강상구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 총괄기획단장 생활문화 네트워크 구축 ‘역끼’ 프로젝트 가동...민간 기획사업 활성화 Q 경기권역 생활문화 교류 및 확산 연계사업을 기획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다면. A 고양시내 구석구석에서 생활문화 활동을 이어오던 활동가들이 많다. 이들은 각자 활동하는 데 있어선 경험이 많지만, 서로 협력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이들의 활동 방식과 생각들을 엮어낼 수 있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기획명도 ‘엮다’의 의미가 담긴 ‘역끼’로 정했다. 서로 활동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누면서 소통의 장을 넓히기 위해서다. 여기에 더해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더라도 기록으로 남기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도 주목했다. 사업에 참여하거나, 타 기관에서 활동하는 사례는 많은데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직접 기록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 점도 역시 프로그램 구상에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켰다. Q 화전마을학교 등의 연계 단체들과 원활한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소통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A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은 생활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증폭하기 이전부터 오랜 기간 지역을 거점 삼아 활동해왔다. 그렇기에 민간 영역끼리의 결속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민·관 협력 사업과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사업을 진행하며 지키려고 했던 원칙 중 하나는 ‘각 연계 단체의 독자성을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침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화전마을학교의 경우도 엄미애 활동가의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가 모든 과정을 검토하거나 체크하면 안 된다. 따라서 서로 협력하는 파트너이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활동가들과 모임을 갖고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상황을 공유하는 차원에서의 의견 교환을 통해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Q 이번 사업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가. A 이번 사업은 별책부록을 중심으로 화전마을학교, 오후서재 등의 활동 단체들과 연계의 장을 마련하는 기회였다. 사실 고양시에는 이들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의 생활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역시 그들과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뜻을 이어가고자 한다. 다양한 단체와 기획자들이 이 같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데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기획자들이 모여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자리가 내년에는 더 늘어날 예정이고, 사업 역시 확장된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송상호기자

[특별기고] 지방자치 시대는 요원한가?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직 정착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2021년에는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주민 주권 강화를 위한 자치분권의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지방자치제도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풀뿌리처럼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면서 대중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의 사소한 문제부터 대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도시 인프라 구축 사업까지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자치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듯 지방자치는 이론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자율성에 기반한 지역의 창의적 발전과 분권화를 통한 능률 향상, 이해당사자들이 사무를 관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가 의존형 세입 구조, 지방정부의 책임성 미흡, 자치단체장의 전횡, 주민의식 부재, 정실주의로 인한 부패 조장 등 부작용도 존재해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 중 가장 큰 숙제는 ‘재정분권’이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살림살이’를 해 나갈 수 있는 규모와 권한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지나친 정부 의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자주 재원 규모가 작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는 정부로부터 더 많은 의존 재원이 지원되는 경우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이유로 재정위기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며 그에 따른 도덕적 해이는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 총 기능을 ‘100’이라고 한다면 지방의 기능은 ‘30’정도에 그치는데, 세입 측면에서 봤을 때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이 최근에야 25%를 간신히 상회하고 있는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지속적으로 흡수하고 있으며, 그에 기반한 세원 또한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어 지역 간 재정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올 4월 ‘지역 균형발전 비전 대국민 발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관련한 15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기능 재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분권 강화’와 재정자주도 기반의 목표 설정, 지방의 자주재원 확충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 재정력 강화’를 중점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지방교부세 법정세율 인상 등 자주재원 확충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강력한 재정분권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저출산 정책과 노인복지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복지 지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므로 국고보조금은 급증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지방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지방재정의 중앙 의존성은 심화되는 동시에 재정 경직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중앙정부 의존적 세입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 국고보조사업의 지방 이양 등 강력한 재정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또 소득세, 법인세 등 세수 시장성이 높은 국세의 일부를 과감하게 지방세로 전환하고 국가보장사업과 지역 밀착형 사업을 분리·조정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기능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첫 단추는 재정분권이다. 재정분권을 바탕으로 그에 따른 사무와 기능 또한 자동적으로 이양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재정분권이 실현되지 않으면 지방자치시대는 말 그대로 요원(遼遠)할 뿐이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천자춘추] 미래세대 위한 의료 체계 도입하자

# 장면 1(2022년 9월16일):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 세계에서 ‘2위 우뚝’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 의료 수준은 세계에서 2위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23년 진료과목별 세계 최고 병원’을 통해 내과 등 11개 진료과목 중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는 소아청소년과라고 발표했다(28개국 300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평가). 세계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가장 잘한다는 200개 병원 중 미국이 61개로 1위, 우리나라가 29개로 2위를 기록했다. # 장면 2(2022년 12월8일):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 8일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의 지원율은 정원의 16.4%로 나타남에 따라 언론은 일제히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를 대서특필했다. 12일 이러한 ‘붕괴’를 대변하듯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성명서 발표·2022년 12월16일) 정부(보건복지부)도 발 빠르게 ‘필수의료’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 장면 3(미래): 저출산 꼴찌 대한민국 ‘미래세대 의료 체계’ 구축해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명(2021년)으로 세계에서 꼴찌다. 이러한 저출산 시대에 소아청소년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다. 출생한 어린이(아동)의 숫자가 과거보다 적지만 더 잘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만혼(晩婚)에 따른 저체중아 등 심신발달장애를 가진 신생아에 대한 대처 포함). 그래서 일본은 2019년에 ‘어린이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철학을 담은 ‘성육(成育)기본법’을 제정해 미래세대인 어린이(아동)를 위한 의료 체계(이하 ‘미래세대의료’)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성육의료(成育醫療)’ 개념은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의료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 유럽과 미국에서는 1850년대부터 어린이에게 필요한 다학제적 의료를 제공해 왔음). 2021년 말 현재 국민 1인당 소득은 3만5천달러이고, 곧 4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과 같이 ‘미래세대의료’ 도입을 위한 입법화와 그 입법화에 따른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붕괴’돼 가고 있는 ‘세계 2위인 소아청소년과’를 되살려 저출산 시대에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김정덕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연구실장·보건학박사

[기고]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

근 몇 년간 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등 산업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건, 4·16 세월호 사고와 같은 시민재해가 예기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도 어언 1년이 다 돼 가고 있다. 허나 근래에도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해를 끼치는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828명으로 전년에 비해 54명이 감소했으나 아직도 하루 두 명 이상의 근로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고 있다. 수돗물도 일반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일련의 제조·공급 과정을 거쳐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된다. 내가 마시는 수돗물의 공급 과정에서 산업재해가 발생, 근로자의 희생이 포함돼 제조됐다고 하면 맘 놓고 그 물을 마실 수 있을까? 대답은 아마 ‘아니다’일 것이다. K-water도 지속 가능한 물 안전, 물 복지를 추구하는 공기업으로서 안전보건경영헌장을 선포하고 최고경영자 이하 전 임직원을 포함하는 안전보건경영체제를 구축해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안전한 수돗물을 만드는 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경기동북권지사는 남양주시에서 덕소정수장 및 와부정수장 등을 운영하며 수도권 동북부 지역 7개 지자체, 약 190만명의 시민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중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을 준용해 정수장 내 안전난간 등 시설물을 개선하고 근로자의 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한 보호구를 지급하는 등 안전 조치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안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올해 경기동북권지사는 산업재해 제로(0)를 달성했으며 향후 사고 없는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늘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으며 필요에 따라 많은 것을 주는 물, 때로는 조용한 연못처럼 평화로워 보이나 때로는 거친 풍랑의 파도처럼 위험하기도 하다. 이러한 물을 관리하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늦가을 정수장의 풍경은 고요하며 목가적이지만 안전한 수돗물을 만들기 위한 근로자들의 분주한 노력은 그 어느 건설현장 못지않게 치열하다. 오늘은 그 노고를 떠올리며 한잔 물을 마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인장환 K-water 경기동북권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