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절규’는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으로 현재까지 매우 사랑받는 작품이다. 절규는 오늘날에도 광고부터 시작하여 만화, 이모티콘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대로 쓰이거나 패러디되고 있다.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삶 속의 심리적 긴장감이 잘 묻어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뭉크는 신경증과 우울증을 앓았는데 그 원인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를 폐병으로 잃고 자신의 건강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증상이 자신의 예술 활동에 촉매가 된다고 생각하여 공포, 절망, 고독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작품에 드러내었다. ‘절규’는 뭉크가 두 친구와 교외에서 산책 중 직접 체험한 것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산책 중에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 그것이 불꽃과 피로 느껴지며 신경증이 도졌다. 그에게는 자연의 비명이 들렸고 제자리에 서서 공포에 떨었는데 이때 느낀 감정을 화폭에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화면 중앙에는 공포에 떨었던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남성이 서 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은 해골과 같은 얼굴 모양으로 두려움에 떨며 자연의 비명을 막으려는 듯 귀를 손으로 막고 절규하고 있다. 남성의 몸이 곡선으로 왜곡되어 그가 느끼고 있는 공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뒤의 배경은 사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선의 좌측에는 다리 위로 공포에 떠는 남성의 상황에 동떨어진 듯 걸어가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여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우측에는 중앙 남성과 연결되듯 굽이치는 검푸른 해안선과 붉게 노을 진 하늘이 있다. 당시 예술계에 뭉크가 끼친 영향은 매우 커 노르웨이 정부와 프랑스 정부에게서 훈장을 받았으며 유럽의 모든 중요 도시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또한 인간의 감정을 왜곡된 형태와 강렬한 색채, 율동감이 느껴지는 선으로 드러내어 관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양식은 표현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민선 8기 취임 100일을 맞아 “1기 신도시 재건축, 구도심 재개발, 신분당선 연장, 자유로 지하고속도로 등 고양시 발전의 큰 역점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대도약을 이루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는 주택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으나 수도권 정비계획법 과밀억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지역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한 자족시설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주택과 인구는 많지만 산업구조는 빈약한 형태의 불균형 상태다. 경제, 산업, 일자리 등 도시의 자족 기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기업유치·경제자유구역 추진... 도시 자족시설 확보 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유치, 창업, 투자가 활발한 기업친화적 환경을 마련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의료정밀, 반도체, 문화콘텐츠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시는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산업기반시설 조성을 억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 군사보호구역의 3대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유치·성장동력 확보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경제활동의 예외 조치를 허용하고 혜택을 부여하는 특별지역이다.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각종 인프라 제공, 노동 관련 규제 완화 등 다양한 혜택이 부여된다. 현재 인천, 경기, 충북, 광주, 광양만, 동해안, 대구경북, 울산, 부산·진해 등 총 9곳이 지정돼 있다. 이 중 경기경제자유 구역은 평택 포승·현덕, 시흥 배곧지구가 지정돼 있다. 고양시는 이달 경기도에 경기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신청했다. 경기도에서 심사를 해 1차 후보지로 지정되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최종적으로 경제자유구역 지정 여부를 심사한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고양일산테크노밸리, CJ라이브시티, 고양방송영상밸리, 킨텍스 제3전시장, 창릉신도시 자족용지 확보, 대곡역세권 개발 등 주요 사업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3중 규제로 막혀 있는 산업시설을 확보하고 도시 자족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돌파구“라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첨단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해 잃어버린 도시의 가치를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 바이오·정밀의료 클러스터 조성 시는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예측 중심의 정밀의료로 전환돼 감에 따라 바이오·정밀의료 산업을 특화해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은 474억7천만달러(2017년)에서 1천289억달러(2025년)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 지역 내에 위치한 6개 종합병원, 동국대 바이오 메디컬센터 등 바이오 인프라와 인력을 기반으로 미래성장 동력이 될 바이오산업을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민간형 일자리 창출 및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해 유전공학, 의료기기, 인공지능, 빅데이터 관련 기업을 집적화하고 유치할 계획이다. 해외 대형 의료기관과 제약회사, 바이오헬스 기업, 연구기관 등을 함께 유치해 병원·기업·연구소가 머리를 맞대는 산·학·연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시는 10월부터 ‘정밀의료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한다. 2024년 하반기에는 고양일산테크노밸리 토지 분양이 예정돼 기업 유치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재건축·재개발 마스터플랜 준비 신도시 개발 30년이 가까워지면서 노후한 구도시의 새로운 변화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일산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원도심 재개발사업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도시 전체에 건물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고 주차공간 부족, 배관 부식으로 인한 녹물, 층간 소음 등으로 일상 생활에 불편도 커져 재정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단지 공모에 발맞춰 고양시에서도 공공지원, 허가 기간, 절차 완화로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 7월 민·관 합동으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통합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8월 신도시 재정비 전담 조직인 도시정비TF를 신설했다. 지난 9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5개 신도시 지자체장이 간담회를 갖고 상설 협의체도 구성했다.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용역, 재건축 선도단지 지원 사업 공모 등 자체적 주민 맞춤형 재건축을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시는 일산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국토부와 함께 공동 추진하고 총괄기획가(MP)를 위촉해 정부·고양시·주민 간 소통, 지역 여건을 반영할 계획이다. ■ 서울 출퇴근 ‘30분 시대’ 연다 시는 서울 주요 지역을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편리한 출퇴근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내년 ‘고양시 광역철도 확충방안 수립 연구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분당선 일산 연장, 3호선 급행, 9호선 급행 대곡연장 방안을 마련하고 2024년으로 예정된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자유로~강변북로 지하고속도로 건립을 위해 국토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서울시 강변북로 및 경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 등과 연계하기 위한 ‘고양시 주요도로망 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국토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양재(청계천JCT)~고양(남고양IC) 구간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 타당성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각 사업의 검토 결과를 반영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동환 시장은 “종류가 많고 복잡한 복지 서비스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쉽고 빠른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꼭 필요한 계층에 더 많이 지원하는 복지정책 개발, 취약계층 발굴 지원을 총괄하는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도 추진한다”고 말했다. 고양=권순명기자
김국환의 노래 중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라는 게 있다. 30년 전쯤 노래다.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부엌으로 가서 놀자. (중략) 자 이제부터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어지나’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때만 해도 설거지하는 남편이 드물었는데, 부엌일을 함께하자는 말을 ‘접시를 깨자’고 표현한 것이다. 공직사회에 ‘접시깨기’ 행정이란 게 있다. 새로운 일에 손을 댔다가 실패해 문책을 당하느니,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공직자들의 보신주의를 지적하는 말이다. 일하다 실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있으니 접시 깨는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고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주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신년 업무보고에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020년 1월 취임사에서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난 7월 취임하면서 “일하다가 접시 깨는 행정은 용인하겠지만, 일하지 않고 접시에 먼지 끼게 하는 것은 참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일하다 접시를 깨더라도 도지사가 책임지겠다”며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경기도 감사관실은 김 지사가 강조하는 ‘접시깨기’ 행정을 적용해 감사한다는 방침이다.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게 하는 식의 소극 행정은 문책한다. 반면 경제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 등 공공 이익을 위해 적극적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면책 적용한다. 접시깨기 행정 주문이 이어지는 것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서 접시를 깨뜨리자는 도지사의 적극 행정 주문이나 소극 행정 문책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정권마다 접시깨기 행정 주문이 많았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열심히 일하다 접시를 깨면 피부에 와 닿게 적극 보호해줘야 한다. 시늉만 해선 안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환율과 금리, 원자재 가격 등 각종 지표가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월 3.6%, 7월 2.9%에서 10월 2.7%로 보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1.1%까지 내다보고 있다. 경제학자, 금융전문가, 언론 모두가 경기침체를 얘기하고 있다. 다가오는 경기침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길고 깊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복합위기는 맞지만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예측불허의 글로벌 반도체 대란과 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환율 급등,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하강하는 주가와 주택시장, 미국과 중국의 대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보면 이미 복합위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개방경제이기에 경기침체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원화 약세 전망, 1천900조원 규모의 가계 부채, 집값 하락에 따른 부동산 대출의 부실 가능성,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의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등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등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외국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재정건전성 강화, 경상수지 흑자 유지, 한미 통화 스와프 등 전방위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의 경제전문가 설문조사(10월17일)에서 전문가의 4분의 3이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가 당분간 선(先)물가 대응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펼치되 경기침체 터널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대증요법보다 중장기 비전을 세우며 근본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경제의 펀드멘털(기본)을 지키기 위한 가장 근본적 대책으로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 둘째,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양성과 기술개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에 부여된 법정 의무지출을 완화해야 고(高)금리, 고(高)환율, 저(低)성장의 삼중고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경제주체들은 다가올 경기침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반면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측면도 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수많은 위기를 겪어 왔지만 기술혁신을 동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해 왔다. 경기침체의 위험한 터널이 있을지라도 극복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정책의 원칙을 지키는 끈기를 갖고 세계경제 회복 국면에 대비한 회복 탄력성을 키워 나가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잇단 북한의 도발로 안보 상황이 예단하기 힘들다. 핵무기 억제를 위한 군사적 옵션에 대한 언급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핵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에 전쟁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 구상을 거론하게 하고 선제타격(Kill Chain) 같은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만일 지금 선제타격을 고려하는 경우 과연 ‘정밀타격’으로 북한의 핵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북한은 게임도 안 되고, 쉽게 없애버릴 수 있는 그런 상대일까. 전면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타격할 수는 있겠지만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북한의 핵 개발 능력과 의지를 완전히 말살할 수 있는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제한적 범위의 타격이라도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많다.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때도 영변의 핵시설을 폭격했다면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당시에도 전면전에서 발생할 사상자 수를 감안해 계획은 무산됐다. 이처럼 군사적 옵션은 쉽게 말할 수 있어도, 생각만큼 깔끔하고 단순한 옵션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지켜만 볼 수도, 전면전을 각오하고 선제타격의 방법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칠 건가 말 건가를 결정 못 하는 전략적 딜레마다. 군사적 작전으로는 유효성이 주저된다. 다음은 참수(斬首) 작전을 보자. 적의 전쟁지도부가 마비되면 적을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효한 전술이다. 오사마 빈라덴과 사담 후세인 제거는 대표적 성공 사례다. 미군의 참수 작전은 현재 ‘고가치 표적(High Value Target)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정규 작전이 됐다. 그러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전쟁은 깊어지게 된다. 전쟁 상황을 가정해 보자. 북한은 상당한 재래식 전력과 화학·생물학무기,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재래식 전력인 장사정포는 핵무기나 미사일 같은 정밀유도무기보다도 오히려 우리를 가장 괴롭힐 수 있다. 사거리가 30~60km에 달하는 이들 무기를 경기 북부권과 서울 중심부를 타격하는 데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은 전면전에서 북한의 군대와 무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 작전을 전개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한국과 미국 모두에 판단이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군사적 선택은 고민만 했다.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얻게 되는 것이 안정일지, 극도의 혼란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남과 북 모두의 생명과 평화는 처참하게 변한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드는 것은 분명한 우리의 소망이지만, 평화를 지키는 기본적 전제는 어떠한 계산된 광기도 궤멸(潰滅)할 수 있는 억지력의 보유다. 우리는 과연 전쟁을 감당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지, 아니면 무엇을 해도 어차피 전쟁은 안 난다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만에 하나 어림짐작으로 전쟁을 그리며 군사적 옵션을 이야기하고, 북한 정부의 붕괴를 바라고만 있다면 그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책임 없는 자세다. 지금 우리 안보 상황은 엄중하다. 핵 참화가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커지고 있다. 이제 정치권의 분별없는 정쟁도 그치고, 튼튼한 나라 만들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타와 가상현실, 로봇 등 4차산업혁명이 온통 세상을 집어삼킬 듯 밀려와 우리들의 평범한 삶까지 재설계 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공상과학이 현실이 되는 이런 세상에서 현실 적응 노력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사방에서 충돌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밀어닥쳐 역사 속 한 장면처럼 순식간에 세상을 뒤덮었다. 사람들은 경악했고 당황스러워 했고 숨죽였으나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회복하며 활보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나마 마스크 쓰는 모습을 통해 코로나가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음을 경각심을 잃지 않고 있을 뿐이다.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를 겪어오던 우리들 일상 앞에 이제는 유가, 환율, 금리,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위기를 알리는 시그널 들이 월말의 카드 청구서 처럼 계속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IMF와 금융위기에 이은 코로나까지 거의 10년 주기로 위기를 경험했기에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며 움츠려 들기도 하고 계산기도 두드리며 기회와 위협을 부지런히 저울질 하는 중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냉정하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적합한 자를 솎아내는 체제이고 경쟁을 본질로 하는 ‘피로사회’ 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체제를 냉정히 바라보고 직시해야 한다. 과거 20세기의 IMF처럼 21세기 지금 코로나19와 4차산업혁명, 환경파괴 등이 오롯이 취약한 개인에게 직격탄으로 해일처럼 밀려드는 것을 이렇게 계속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러우전쟁과 에너지 공급대란, 미중 패권경쟁과 갈등심화, 핵무기 법제화와 잦은 도발 등의 한반도 긴장고조 등 우리를 둘러싼 외부적 요인들이 갈수록 우려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국가경영의 리더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수준이 약화 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문제해결 중심이 아닌 정쟁과 비방으로 가득한 국내의 정치수준은 불안과 위기를 더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가? 이건 바로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몰된 채 이기심과 그릇된 신념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끊임없이 탐하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역사가 그러하듯 모든 전쟁과 파괴, 저주와 공격의 원인은 바로 갈등의 불을 지피고 이익을 얻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진정되어 가는 이제 우리 앞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위기 속에서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갈등산업은 성황 중하다. 군수산업, 후진적 정치체제와 일부 언론, 극단적 광신교 등 갈등에 기생하고 편승하여 차별을 강조하고 낙인찍고 편가르고 공포와 불안감을 확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사회에는 이념, 소득, 지역, 종교에 이어 세대(나이)와 젠더갈등까지 실로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지난해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 30개국 가운데 최상위권이지만, 갈등관리 능력은 27위라고 한다. 첨단기술과 거대자본의 위력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잘못된 신념과 광기를 멈출게 할 인간의 예지와 집단지성, 진지한 고백과 성찰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인간은 점점 왜소해져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지금처럼 갈등 관리 능력은 약해가고 갈등 생산은 나날이 커지고 확산되어 간다면 우리에게 또다른 코로나19나 전쟁과 같은 끔찍한 재앙이 오지 않을까?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이 마음의 전염병, 바로 갈등 바이러스이다. 오형민 부천대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0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34년이 되는 올해 5월 수급자 수가 600만명을 돌파했다. 그중 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500만명을 넘었다. 65세 이상 인구의 상당수가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을 수령해 기본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어르신들이 국민연금의 혜택에서 벗어나 있어 언제 노인 빈곤율 증가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노후생활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경제력이다. 경제력 중 가장 기본은 다층노후소득보장의 1층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보험료 납부 기간과 연금액에 따라 결정되므로 젊을 때, 일할 수 있을 때부터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크게 사업장가입자,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로 분류된다. 18세 이상 60세 이전에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 해당돼 보험료가 부과된다. 지역가입자 중 사업 중단 또는 실직 등으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납부 예외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그 기간은 국민연금을 받을 때 연금액 산정에서는 제외돼 그만큼 수령액이 줄어들거나 납부 기간이 10년이 안 돼 연금으로 받을 수 없어 한꺼번에 일시금으로 수령해야 한다. 이에 공단에서는 지난 7월부터 납부 예외 중인 사람의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사업 중단, 실직, 휴직으로 납부 예외 상태에서 다시 보험료 납부를 신청하는 사람이다. 다만,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소득과 재산은 일정 기준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원 수준은 연금보험료의 50%이고, 최대 월 4만5천원, 지원 기간은 1인 생애 최대 12개월이다. 그동안 공단에서는 저소득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해 주고자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지역가입자에게는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94만9천여명, 2조3천897억원을 지원했으며, 1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월 소득 230만원 미만의 근로자에게는 연금보험료의 최대 80%까지 지원하는 ‘두루누리 지원사업’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85만3천여명, 6조298억원을 지원했다. 코로나19 시기는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 겨울보다 더 차가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올해 시행된 저소득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제도를 통해 그분들이 조금이나마 삶의 활력소를 얻고, 더 나아가 연금 가입과 수급권 확대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바란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안정적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1인 1연금을 실현하는 데도 중요한 초석이 되기를 소망한다. 신동관 국민연금공단 경인지역본부장
술과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 ▶소나기술 : 보통 때에는 마시지 않다가 입에만 대면 한정 없이 많이 마시는 술 -다른 술자리에서는 잔도 잘 들지 않는데, 너희만 만나면 소나기술이구나! ▶억병 : 한량없이 많은 술 -우리는 억병으로 취해 물먹은 솜처럼 흐느적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풋술 : 맛도 모르면서 마시는 술 -준기는 대학에 막 입학했던 시절에 술맛도 제대로 모르고 그저 풋술이나 실컷 마셨었다. 국립국어원 제공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