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공기업 방만·부실, 결국 시민의 짐이다

공공기관 혁신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다.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하나둘 늘어난 공사 공단 등이 방만·부실 경영으로 국민의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해마다 성과급 잔치가 벌어진다. 공공기관 개혁의 키워드는 축소지향이다. 민간 부문과 경합하는 기능,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 비핵심 기능 등을 통폐합 또는 축소한다는 것이다. 방만한 조직과 인력 감축도 과제다. 이는 지방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인천시 산하 공공기관들의 실상은 어떠한가. 인천시 산하에는 도시공사, 교통공사 등 5개 공사·공단과 12개 출자·출연기관들이 있다. 또 11개 SPC(특수목적법인)와 시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120개 센터 등 총 148개의 공공기관들이 있다. 최근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이 확보한 5개 공사·공단 경영실태 자료를 보면 곳곳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공기업 임원들은 공용차량을 공식 일정이 없는 주말·공휴일은 물론 개인적으로 병원에 가거나 외출 시에도 사적으로 사용했다. 고속도로도 공용차량의 하이패스로 드나들며 사적 용무로 수십만원의 통행료를 지출했다. 한 공기업은 임원급 이상 업무용 차량에 회사 경비로 대리운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연차 또는 조퇴를 낸 날에도 이 대리운전서비스를 이용했다. 165건의 대리운전서비스 이용 중 사적 이용이 94건에 달했다. 퇴직 임원에게 수천만원의 전별금품을 제공하거나 관외 출장 시 여비 명목의 금품을 제공한 곳도 있었다. 명백한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공과 사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례는 더 있다. 한 공기업에서는 임원에게 제공한 사택의 관리비 중 개인 사용료까지 예산으로 집행했다. 고가의 침구류까지 예산으로 구입해 쓰기도 했다. 또 다른 공기업에서는 개인명의 휴대전화의 통신요금과 단말기 할부금, 부가이용료까지도 예산으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부적절한 공무국외여행, 규정 외 업무추진비 사용 등 끝이 없다. 이런데도 지방 공공기관은 계속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어디에 어떤 기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결국 시민 세금으로 유지되는 기관들이다. 말 등에 짐을 너무 많이 실으면 결국 말이 주저앉게 된다. 공기업의 방만·부실 경영이 이대로 가면 시민들 어깨에 과부하가 걸린다. 인천시는 산하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SPC. 각종 센터 등에 대한 구조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사설] 억대 연봉 道기관장에 또... 또... 前도의원들/도민이 이 실태 알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의원 출신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속속 채워지는 도 산하기관장 임명 얘기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장에 안혜영 전 의원이 내정됐다. 3선 도의원 출신이다.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에는 원미정 전 도의원이 내정됐다. 역시 3선 도의원을 했다. 경기교통공사에는 민모 전 의원이, 경기도교통연수원에는 김모 전 의원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도의원 출신의 도기관장 취업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그동안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 도산하 기관장 선임에 대한 도민의 관심은 높다. 김동연 지사의 약속 때문에 더욱 그렇다. ‘측근 채용은 없을 것’이라며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고민을 짐작하게 하는 정황도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다. GH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둘을 올렸다. 경기도가 ‘적격자 없음’ 결정을 내렸다. 도민에게는 ‘전문가 엄선’이라는 약속을 이행해 가는 과정으로 보였다. 그러더니 이게 뭔가. 줄줄이 전직 도의원이다. 의정 활동을 통해 도정 감시 역할을 해왔다. 기본적으로 행정에 대한 이해력은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만으로 기관 책임자의 충분조건을 갖췄다고 평할 순 없다. 경기도 행정을 30년 해온 공무원 출신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정부 투자 기관의 본부장을 했어도 함량 미달이라며 퇴짜 맞았다. 사회서비스원장·복지재단 대표에 두 전직 도의원이 과연 경쟁자 없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기준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의회에서 ‘도민 삶’을 입에 올렸을 그들이다. 그 ‘도민 삶’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마치 ‘맡겨 놨다가 찾아가듯’ 기관장 자리에 밀고 들어오고 있다. 도민은 꿈도 못 꿀 일자리다. 27명의 기관장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0명이다. 전체 74%가 1억원 이상을 받는다. 그보다 적다고 해도 모두 8천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다. 꿈의 직장이자 선망의 직책이다. ‘왜 전 도의원이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 ‘왜 전 도의원밖에 없냐’를 묻는 것이다. 곧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대상 기관이 20개 기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도의원 카르텔’의 한 부분이다. 도의원 출신들은 늘 무탈했다. 도의원 출신 기관장 후보가 낙마한 예를 본 적이 없다. 민선 30년, 많은 도산하 기관장 자리가 도의원 출신들에게 세습되고 있다. 거기에 ‘도의원 출신은 모든 도정의 전문가’라는 증명되지 않은 전제까지 깔려 있다. 경기도를 10년 취재한 기자가 행정 전문가라고 자청한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것이다.

[경기시론] 정치 엘리트의 소명

법 관료들이 법률에 따라 수사∙기소하고 판결함으로써 사회와 국가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처럼 법치의 기준에 따라 조직되고, 구성원들이 예측 가능한 법질서 안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한다는 자부심 충만한 역할에 머물기보다는, 더욱 ‘거대한 소명’을 받들어 한 번쯤 국가 경영과 통치의 욕심을 부릴 수도 있겠다, 생각은 한다. 하지만 범죄 수사와 기소, 판결을 전문으로 하는 관료 시스템 안에서 단일 집단의 가치 체계 및 행동 양식과 인간관이 그대로 옮겨와 온 국민을 상대로 그들만의 정치를 실험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더구나 그 법치 기준이 자기 집단엔 지극히 관대하면서, 정치적 경쟁 상대나 시범 케이스 국민에게는 비상식적으로 가혹하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정부의 핵심 물리력으로서, 국가운영 체계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는 엘리트 의식으로, 정∙재계 이권과 쉽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좇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 정치와는 비타협적으로 검찰 조직의 상징 자산까지 모두 끌어다 쓰는 모양새는 전례가 없어 보인다. 경제관료집단이야 더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정치∙경제적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 더욱 무서운 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 조직이 대놓고 정치권력을 장악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은 정치군인들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스스로를 새시대 ‘신진 사대부’쯤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검찰이 검사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들의 대장격인 현직 대통령이 아직도 사람을 ‘인적 자원’이라는 한정된 모델 속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고, 교육을 ‘자원’의 공급처쯤으로 보는 천박한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면. 종북∙주사파와 협치할 수 없다는 공개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할 정도로 다시 색깔론으로 극우 정치로 퇴행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위해 보릿고개 시대 농촌을 개량하던 새마을운동정신을 되살리자고 부르짖는 철 지난 상황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분은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상황이 다시 시작되고,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상황이 일상이 되고 사회∙경제적 국가 지표가 심대한 타격을 받으면서 붕괴의 도미노가 취약한 부분과 사람들부터 사회 전체로 퍼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니, 굳이 위기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점점 고도화된 산업생산과 소비 시스템, 이에 기반한 이윤 추구와 자본 축적 체계와 함께 법∙제도와 관료 시스템도 비대해지고 고도화됐다. 이는 필연적으로 엘리트주의를 양산한다. 선악을 구분할 수 없게 여러 다발로 얽히고설키면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생산하고 조직해 왔다. 민중에겐 민주주의마저도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다. 이제 권력놀음은 됐으니 ‘좋은 삶’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 만 가지 시각과 방법으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인식’으로 우리에게 닥친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길 바란다. 돌아올 수 있는 다리를 불사르면서 국민들과 싸우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경기도 독립운동단체를 조명하다] 12. 신간회 도내 지회가 민중운동 주도하다

■ 민족협동전선체로서 신간회 탄생 3·1운동 이후 민족해방운동은 크게 민족주의·사회주의·아나키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향의 단체에 의해 전개됐다. 그런 만큼 운동방략이나 주도 세력 등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자치운동으로 대표되는 개량주의를 지원하는 일제의 민족분열정책은 대립과 갈등을 조장했다. 항일투쟁에서 민족적인 역량 강화는 우선적인 과제로서 다가왔다. 1927년 2월15일 창립된 신간회는 비타협적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의 ‘민족협동전선(민족통일전선)’으로 민족유일당운동의 일환이었다. 이에 앞서 발기인대회에서 “①우리는 정치적·경제적 각성을 촉진한다 ②우리는 단결을 공고히 한다 ③우리는 기회주의(자치운동) 일체를 부인한다”라는 강령을 채택했다. 1931년 5월 해소될 때까지 신간회는 서울에 본부를 두고 국내외에 150여 지회를 뒀다. 회원도 4만여명에 달하는 식민지 시기 가장 규모가 큰 항일단체로서 자리매김한다. ■ 경기도내에 신간회지회가 조직되다 신간회는 창립 직후 내부 조직을 정비한 후 지회 설립에 나섰다. 농민·노동·학생·청년·여성 등 부문 운동에서도 민족 협동을 강화했다. 경기도에는 서울을 비롯해 강화, 개성, 광주, 수원, 안성, 용인(미상), 인천, 장호원 등지에 지회가 조직됐다. 서울에 조직된 경성·경서·경동지회 등을 제외한 1930년 9월 당시 회원은 광주 65명, 수원 243명, 안성 60명, 인천 116명, 개성 112명 등이었다. 개성지회는 준비위원회를 조직해 노력한 끝에 8월8일 설립대회를 개최했다. 부서는 출판부·서무부·정치문화부·재정부·조사연구부·조직선전부 등으로 각 부에 간사 3인을 뒀다. 피선된 임원은 회장 이연교, 부회장 한창환, 간사 이기연 등 15명이었다. 광주지회는 임시사무소를 두고 회원을 모집하는 가운데 8월24일 설립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서막을 올렸다. 임원진은 회장 한순희, 부회장 석혜환, 총무간사 한철기 등 5명, 상무간사 변종희 등 5명, 간사 구자달 등 5명이었다. 한순희는 한학자로 3·1운동에 참가한 이후 천도교 광주교구장 등을 역임했다. 사회주의자 석혜환은 광주공산당협의회의 비서부 책임자를 지냈다. 이러한 인적 구성은 비타협적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의 민족협동전선임을 의미한다. 지회 활동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지역민들의 기본인권을 위한 투쟁이었다. 광주지역 군리원(郡吏員)은 주민들을 폭행하는 경우가 빈발했다. 조사연구부는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는 한편 회장 한순희를 파견해 항의했다. 수원지회는 10월에 준비모임을 가진 후 17일에 지회설립대회를 개최했다. 임원진은 회장 김노적, 총무간사로 서무부 김병호, 재무부 이각래, 조사연구부 공석정, 조직선전부 홍종각, 간사 이연학·김현설 등이었다. 이들은 3·1운동 이후 구국민단을 조직해 항일운동에 참여한 사람들과 천도교·기독교 지도자, 사회주의자 및 교사 등이었다. 김노적·홍종각 등은 종교 세력, 공석정·염석주 등은 사회주의자로 명실공히 민족협동전선이었다. 12월12일 조직된 안성지회의 임원진은 회장 박용희, 부회장 이구순, 총무간사로 서무부 윤진영, 정치문화부 김태영, 조직선전부 민홍식, 조사연구부 윤효병, 간사 유창준 등 6명이었다. 이들은 안성청년동맹과 죽산농우연맹을 비롯해 계몽운동과 대중운동을 주도하는 계층으로 구성됐다. 인천지회·장호원지회·광흥지회 등도 다른 지회와 성향이 비슷한 인물로 구성됐다. 이는 민족협동전선에 대한 활동가들의 높은 관심도를 보여준다. ■ 지역사회 민족해방운동의 구심체가 되다 지회의 구체적인 활동은 안성지회가 결의한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주요 내용은 노동자·농민·청년·여성·소년 각 부문 운동 지원, 문맹퇴치와 미신타파 등 생활인식의 변화와 각 계급·계층의 실태조사는 물론 정치 사회문제에 대한 대응이었다. 광주지회·수원지회·안성지회 등은 재만동포옹호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또한 원산총파업 지지와 아울러 각지의 수재민과 이재민을 위한 지원 활동에도 나섰다. 신간회 본부는 실질적인 활동 방침을 제시하지 못했으므로 점차 지회들은 본부 측에 구체적인 활동 방향을 요구했다. 실제로 정기대회를 이용해 본부에 ‘건의안’을 제출했다. ‘중외일보’에 따르면, 안성지회는 1928년 2월 예정된 신간회 정기대회에 제출하기 위해 37개 항목의 건의안을 작성했다. 언론집회결사출판의 자유 획득, 파벌주의자 배격, 봉건적 관습 폐지, 조선인본위 교육 실시 등은 물론 소작권과 소작료 문제,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제, 고리대금 반대, 조선인본위 상공업기관 조직 촉진, 학생의 과학사상 연구의 자유, 여성의 대우 차별철폐, 사형제 폐지 등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활동을 전개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신간회 지회의 이름으로 각 부문 운동에 참여하기는 어려웠다. 경찰의 탄압도 지회 활동을 어렵게 만들었다. 회의를 비롯한 모든 모임은 경찰에 허락을 받아야 했다. 회의 안건 내용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대회가 금지되고, 회의가 허락됐다가 당일 취소되기도 했다. 수원의 인쇄소 노동자는 직공 생활의 비참한 내막을 이야기하다 경찰에 의해 중지를 당했고, 용인군 기흥면의 농민은 농촌의 현실을 예로 들며 현 사회의 문제점을 말하려다가 제지를 당했다. 그리고 곧바로 경찰서로 연행돼 취조를 받았다. 지회의 주요 회원은 농민과 노동자가 다수였다고 하나 실질적인 활동의 중심은 지식인들이었다. 수원과 안성, 광주, 강화지회의 주요 지도자들 가운데는 신문 기자인 청년운동의 간부들이 많았다. 대체로 비타협적 민족주의자들이 지회장으로 선출된 가운데, 사회주의 성향의 청년들이 실질적인 헤게모니를 가지고 지회를 이끌어 나갔다. 수원지회의 경우 1928년 중반 이후 청년운동단체를 매개로 사회주의자들이 활동을 주도했다. ■ 엄혹한 현실에도 민족해방을 꿈꾸다 1931년 5월 신간회 제2차 전체대회는 신간회를 새로운 성격의 단체로 전환하기 위한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신간회 해소가 가결됐다. 대회에서 수원지회의 박승극과 공석정은 중앙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이들은 모두 신간회 해소를 주장하는 그룹이었다. 광주지회, 안성지회, 장호원지회, 인천지회의 대표자들은 이때 본부 중앙집행위원으로 선정됐다. 신간회 수원지회의 지도자이자 수원청년동맹과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수원지부의 집행위원장이었던 박승극의 ‘조선청년총동맹 해소’ 주장은 곧 신간회 해소 논의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일부 비타협적 민족주의자들도 신간회 해소 주장에 합류했다. 신간회가 해소된 이후 주요 활동가들은 공산주의자 단체나 비합법적 노동운동이나 농민운동에 참여하며 민족 해방을 꿈꾸며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 곳곳에는 일제에 의한 탄압 현장과 함께 치열하게 전개된 항일투쟁 현장이 곳곳에 남아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많은 유적지가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안타까운 오늘날이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역사현장이 생생하게 다시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바란다. 글=김형목 (사)선인역사문화연구소 연구이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평택 SPL 제빵공장 합동감식 [포토뉴스]

[최문영의 그림산책]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The Scream’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절규’는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으로 현재까지 매우 사랑받는 작품이다. 절규는 오늘날에도 광고부터 시작하여 만화, 이모티콘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대로 쓰이거나 패러디되고 있다.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삶 속의 심리적 긴장감이 잘 묻어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뭉크는 신경증과 우울증을 앓았는데 그 원인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나를 폐병으로 잃고 자신의 건강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증상이 자신의 예술 활동에 촉매가 된다고 생각하여 공포, 절망, 고독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작품에 드러내었다. ‘절규’는 뭉크가 두 친구와 교외에서 산책 중 직접 체험한 것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산책 중에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 그것이 불꽃과 피로 느껴지며 신경증이 도졌다. 그에게는 자연의 비명이 들렸고 제자리에 서서 공포에 떨었는데 이때 느낀 감정을 화폭에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화면 중앙에는 공포에 떨었던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남성이 서 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은 해골과 같은 얼굴 모양으로 두려움에 떨며 자연의 비명을 막으려는 듯 귀를 손으로 막고 절규하고 있다. 남성의 몸이 곡선으로 왜곡되어 그가 느끼고 있는 공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뒤의 배경은 사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선의 좌측에는 다리 위로 공포에 떠는 남성의 상황에 동떨어진 듯 걸어가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여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우측에는 중앙 남성과 연결되듯 굽이치는 검푸른 해안선과 붉게 노을 진 하늘이 있다. 당시 예술계에 뭉크가 끼친 영향은 매우 커 노르웨이 정부와 프랑스 정부에게서 훈장을 받았으며 유럽의 모든 중요 도시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또한 인간의 감정을 왜곡된 형태와 강렬한 색채, 율동감이 느껴지는 선으로 드러내어 관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양식은 표현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고양특례시 ‘르네상스’ 서막] 노후도시 오명 벗고, 미래도시 희망 열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민선 8기 취임 100일을 맞아 “1기 신도시 재건축, 구도심 재개발, 신분당선 연장, 자유로 지하고속도로 등 고양시 발전의 큰 역점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대도약을 이루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는 주택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으나 수도권 정비계획법 과밀억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지역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한 자족시설 유치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주택과 인구는 많지만 산업구조는 빈약한 형태의 불균형 상태다. 경제, 산업, 일자리 등 도시의 자족 기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기업유치·경제자유구역 추진... 도시 자족시설 확보 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유치, 창업, 투자가 활발한 기업친화적 환경을 마련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의료정밀, 반도체, 문화콘텐츠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시는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산업기반시설 조성을 억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 군사보호구역의 3대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유치·성장동력 확보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경제활동의 예외 조치를 허용하고 혜택을 부여하는 특별지역이다.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각종 인프라 제공, 노동 관련 규제 완화 등 다양한 혜택이 부여된다. 현재 인천, 경기, 충북, 광주, 광양만, 동해안, 대구경북, 울산, 부산·진해 등 총 9곳이 지정돼 있다. 이 중 경기경제자유 구역은 평택 포승·현덕, 시흥 배곧지구가 지정돼 있다. 고양시는 이달 경기도에 경기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신청했다. 경기도에서 심사를 해 1차 후보지로 지정되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최종적으로 경제자유구역 지정 여부를 심사한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고양일산테크노밸리, CJ라이브시티, 고양방송영상밸리, 킨텍스 제3전시장, 창릉신도시 자족용지 확보, 대곡역세권 개발 등 주요 사업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3중 규제로 막혀 있는 산업시설을 확보하고 도시 자족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돌파구“라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첨단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해 잃어버린 도시의 가치를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 바이오·정밀의료 클러스터 조성 시는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예측 중심의 정밀의료로 전환돼 감에 따라 바이오·정밀의료 산업을 특화해 선점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은 474억7천만달러(2017년)에서 1천289억달러(2025년)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 지역 내에 위치한 6개 종합병원, 동국대 바이오 메디컬센터 등 바이오 인프라와 인력을 기반으로 미래성장 동력이 될 바이오산업을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민간형 일자리 창출 및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해 유전공학, 의료기기, 인공지능, 빅데이터 관련 기업을 집적화하고 유치할 계획이다. 해외 대형 의료기관과 제약회사, 바이오헬스 기업, 연구기관 등을 함께 유치해 병원·기업·연구소가 머리를 맞대는 산·학·연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시는 10월부터 ‘정밀의료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한다. 2024년 하반기에는 고양일산테크노밸리 토지 분양이 예정돼 기업 유치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재건축·재개발 마스터플랜 준비 신도시 개발 30년이 가까워지면서 노후한 구도시의 새로운 변화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일산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원도심 재개발사업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도시 전체에 건물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고 주차공간 부족, 배관 부식으로 인한 녹물, 층간 소음 등으로 일상 생활에 불편도 커져 재정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단지 공모에 발맞춰 고양시에서도 공공지원, 허가 기간, 절차 완화로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 7월 민·관 합동으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통합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8월 신도시 재정비 전담 조직인 도시정비TF를 신설했다. 지난 9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5개 신도시 지자체장이 간담회를 갖고 상설 협의체도 구성했다.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용역, 재건축 선도단지 지원 사업 공모 등 자체적 주민 맞춤형 재건축을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시는 일산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국토부와 함께 공동 추진하고 총괄기획가(MP)를 위촉해 정부·고양시·주민 간 소통, 지역 여건을 반영할 계획이다. ■ 서울 출퇴근 ‘30분 시대’ 연다 시는 서울 주요 지역을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편리한 출퇴근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내년 ‘고양시 광역철도 확충방안 수립 연구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신분당선 일산 연장, 3호선 급행, 9호선 급행 대곡연장 방안을 마련하고 2024년으로 예정된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나갈 방침이다. 자유로~강변북로 지하고속도로 건립을 위해 국토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서울시 강변북로 및 경부간선도로 지하화사업 등과 연계하기 위한 ‘고양시 주요도로망 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해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국토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양재(청계천JCT)~고양(남고양IC) 구간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 타당성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각 사업의 검토 결과를 반영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동환 시장은 “종류가 많고 복잡한 복지 서비스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쉽고 빠른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꼭 필요한 계층에 더 많이 지원하는 복지정책 개발, 취약계층 발굴 지원을 총괄하는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도 추진한다”고 말했다. 고양=권순명기자

독도의날... 독도 사랑 연날려요 [포토뉴스]

[지지대] ‘접시깨기’ 행정

김국환의 노래 중 ‘우리도 접시를 깨뜨리자’라는 게 있다. 30년 전쯤 노래다.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고 부엌으로 가서 놀자. (중략) 자 이제부터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어지나’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때만 해도 설거지하는 남편이 드물었는데, 부엌일을 함께하자는 말을 ‘접시를 깨자’고 표현한 것이다. 공직사회에 ‘접시깨기’ 행정이란 게 있다. 새로운 일에 손을 댔다가 실패해 문책을 당하느니,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공직자들의 보신주의를 지적하는 말이다. 일하다 실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있으니 접시 깨는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고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주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신년 업무보고에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020년 1월 취임사에서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난 7월 취임하면서 “일하다가 접시 깨는 행정은 용인하겠지만, 일하지 않고 접시에 먼지 끼게 하는 것은 참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일하다 접시를 깨더라도 도지사가 책임지겠다”며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경기도 감사관실은 김 지사가 강조하는 ‘접시깨기’ 행정을 적용해 감사한다는 방침이다.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게 하는 식의 소극 행정은 문책한다. 반면 경제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 등 공공 이익을 위해 적극적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는 면책 적용한다. 접시깨기 행정 주문이 이어지는 것은 공직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서 접시를 깨뜨리자는 도지사의 적극 행정 주문이나 소극 행정 문책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정권마다 접시깨기 행정 주문이 많았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열심히 일하다 접시를 깨면 피부에 와 닿게 적극 보호해줘야 한다. 시늉만 해선 안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