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날리면...

[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8.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

쌀은 세계인의 절반 이상, 아시아인들의 주식으로 먹는 곡물이다. UN은 2004년을 ‘세계 쌀의 해’로 제정했으며, 농촌진흥청은 8월18일을 ‘쌀의 날’로 정했다. 쌀(벼)은 한국인에게 너무나 정겨운 이름이다. 한 알의 쌀, 한 톨의 볍씨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관장 이도연)은 5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벼농사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체험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은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내에 위치하고 있다. 잔디가 곱게 깔린 박물관 마당 한쪽에 짚으로 만든 두 채의 움집이 있다. 신석기시대의 ‘원추형 집’과 청동기시대의 ‘직사각형 집’은 관람객을 한반도의 고대사로 데려다 주는 상징물이다. 그 옆에는 한반도 모양의 자그마한 논에서 자란 10여종의 벼가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 볍씨 한 알에 깃든 인류의 역사와 자연사 박물관에서 커다란 볍씨가 매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쌀알을 토해내려는 듯 껍질이 살짝 벌어진 이 볍씨의 이름은 ‘가와지볍씨’란 이름을 가졌다. 일산 신도시 개발에 앞서 지표조사와 문화유적의 발굴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1991년 6월에 이융조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이끄는 발굴 팀이 대화동 가와지마을 논바닥에서 까만 토탄층 가래나무 층위에서 볍씨를 발견한다.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한 이 교수는 이 볍씨를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국 베타연구소로 보내 연대 측정을 요청한다. 방사성탄소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5천20년 전의 볍씨로 밝혀졌다.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을 밝혀줄 뿐 아니라 한반도 벼농사가 청동기에서 출발했다는 기존 정설을 뒤집었다. 발굴팀은 벼 줄기와 낱알을 연결하는 ‘소지경(小枝莖)’ 흔적 등을 근거로 가와지볍씨가 우리나라 최초의 경작 벼라고 결론짓는다. 가와지볍씨의 역사적 의미는 5천년 전 한반도 농경문화의 기원이 바로 한강문화권을 중심으로 한 고양 지역에서 벼농사가 이루어졌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이 볍씨는 학계에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다. 앞서 여주 흔암리나 김포 가현리에서 발견된 볍씨의 연대보다 2천년이나 앞선 5천년 전의 볍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너비 7mm 남짓의 작은 볍씨 한 톨은 농경문화가 일본으로부터 전파됐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엎는다. 한반도 최초의 재배 벼가 발견되자 외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1994년 9월17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가와지볍씨를 자세히 소개했다. ■ 세계서 가장 작은 유물로 세운 박물관 가와지볍씨 발굴 10년이 되는 2001년, 고양시농업기술센터는 가와지볍씨의 가치를 집중 조명하는 학술발표회를 열고 연구원들은 가와지볍씨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조상대대로 쌀농사를 지어 온 고양에 볍씨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같은 해 11월에 발굴 당시에 출토된 토기와 볍씨를 전시하는 ‘농심테마파크’ 문을 연다. 2013년 열린 고양600년 학술세미나 ‘한반도 벼농사의 기원과 고양가와지볍씨의 재조명’과 국제학술회의 ‘고양가와지볍씨와 아시아 쌀농사의 조명’은 박물관 건립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2014년 4월 마침내 전시관 이름을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으로 변경하고, 같은 해 11월에 ‘고조선과 고양가와지볍씨’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박물관으로서 출범에 걸맞게 ‘농업의 미래를 위한 박물관(2015)’과 ‘세계의 선사농경과 5천20년 역사의 씨앗, 고양가와지볍씨(2016)’라는 학술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며 위상을 높여나간다. 또한 2016년에는 특별전 ‘고인류문화연구소 소장품 한국선사시대 농경연모 특별전’을 열었다. 2019년 4월29일에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을 정식 등록하고, 9월에는 남양주 우석헌자연사박물관과 업무 협력을 체결한다. 이를 계기로 특별전 ‘혁명의 씨앗, 광물’와 ‘벼, 타임캡슐을 열다’를 연달아 열어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낸다. 볍씨 한 알에 담긴 시간의 흔적과 화석에 기록된 다양한 생물종의 공존과 진화의 열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내고,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두 박물관의 협업이 신선하다. 협업과 융합의 노력으로 볍씨 한 알을 매개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공생과 상생의 중요성을 확인한다. 작은 공간에서 매우 큰 의미를 담은 전시이다. 두 박물관의 협업과 융합이 빛을 발한다. 박물관은 현재 2천813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소장품은 가와지에서 발굴한 5천20년 전 신석기시대의 볍씨 5톨과 청동기시대 3천년 전의 볍씨 90톨을 보관하고 있다. 박물관은 네 곳으로 공간을 나누어 주제를 담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제1전시실 ‘고양가와지 유적실’은 1991년 5천20년 전 가와지볍씨가 출토된 대화리 가와지마을 발굴현장을 50분의1로 축소하여 재현한 곳이다. 당시의 사진을 통해서 발굴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돋보기기 장착된 특수용기 안에 든 5천년, 3천년 전의 가와지볍씨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슴 설레게 한다. 평균 길이 7.03㎜, 너비 2.78㎜에 불과하다는 가와지볍씨를 돋보기를 통해 유심히 살펴본다. 저 볍씨 한 알에 고양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 흘린 땀방울과 수확의 기쁨이 배어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볍씨가 더욱 크게 보인다. 전자현미경으로 벼의 줄기 부분과 낱알을 연결하는 부분을 ‘소지경’이라 부르는데, 이 부분을 확대한 사진을 살펴본다. 가와지볍씨는 사람이 훑은 흔적이 보인다. 자생벼와 달리 재배벼의 소지경은 표면이 거칠다. 볍씨를 발굴한 지역에서 출토한 주먹도끼와 토기를 만나볼 수 있는 제2전시실은 주제가 ‘선사시대 농경생활’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빗살무늬토기에 담긴 뜻밖의 사연이 무척 흥미롭다. “빗살무늬토기는 벼를 비롯한 곡물을 담는 그릇으로 알고 있으시죠? 연구자들이 빗살무늬토기에 쌀을 넣어 밥을 지어봤는데 아주 맛있게 익었어요. 아마도 불기운이 토기의 바깥 면에 고르게 닿았기 때문일 것이에요” 정현진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며 미소를 짓는다. 박물관은 유물과 상상력이 만나야 즐거운 공간이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사용한 돌도끼를 든 원시인을 소재한 만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제3전시실은 ‘조선·근대 농경문화’를 알려주는 공간이다. 누구나 다 알듯이 한강은 농사와 유통을 비롯해 한국인의 생활문화의 현장이자 중심지였다. 벼농사가 발달했던 고양시의 과거로 안내하는 유물들과 마주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지게와 호미 같은 물건들이다. 벼의 줄기를 이용해 많은 물건을 만들어 사용했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서민들이 애용했던 짚신, 벼를 비롯해 곡식과 열매를 말리는 멍석, 곡식을 담는 가마니, 거름이나 흙, 재를 담았던 삼태기 등 지금 아이들의 눈에는 낮선, 어른들의 눈에는 익숙한 물건들이다. 감동스러운 것은 농기구를 비롯해 전시된 유물들이 모두 1991년 당시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던 지역 농민들이 기증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 쌀 한 알에 담긴 과거와 미래 가와지볍씨는 한반도 최초의 벼 재배현장이 한강 유역인 고양시가 중심이었음을 알려주는 소중한 유물이다. 문제는 가와지볍씨가 야생벼가 아니라 재배벼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었다. 볍 알이 이렇게 많은 사연을 전달해 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 볍씨에는 5천년 전 단군조선의 역사도 담겨 있을 것이다. 고양시의 쌀 사랑도 각별하다. 지역 농업인을 돕기 위해 고양시가 나서서 ‘고양 쌀’ 소비 촉진에 앞장서고 쌀 팔아주기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볍씨 한 알로 시작된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유물을 가지고 박물관을 세운 나라로 알려지게 되었다. 쌀은 미래의 자원이다. 고양시가 볍씨 연구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길 소망한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사설] ‘청년 농부 3만명 육성’ 정책, 경기일보 기획보도 역할 컸다

정부가 농업인 고령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청년농업인 3만명을 육성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5년간 청년농 2만6천명을 농촌에 유입한다는 목표 아래 영농정착지원 규모를 키우고 맞춤형 농지 공급과 금융 등 자금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로 청년농의 비중을 전체 10%까지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2020년 기준 40세 미만 청년농은 1만2천400명으로 전체 농업 경영주의 1.2%에 그친다. 프랑스(19.9%), 일본(4.9%) 등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농은 56.0%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령농의 이탈과 40세를 초과하는 청년농 규모를 감안, 내년 4천명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2만6천명의 유입을 추진키로 했다. 청년농부 3만명 육성은 비싼 땅값, 생활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청년농부들이 농어촌에 정착하지 못하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경기일보 K-ECO팀의 ‘청년농부 잔혹사’ 연속보도 이후 3개월여 만에 나온 조치로 본보의 역할이 컸다. 농촌에 정착하려는 청년농부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상세히 보도해 정부의 대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식품부가 5일 발표한 ‘제1차(2023~2027년)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보면, 청년농 육성을 위해 창업 준비단계부터 성장단계까지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우선 재정지원을 확대한다. 영농정착지원금 지원 대상을 내년 4천명까지 2배로 늘리고 금액도 월 110만원으로 10만원 증액한다. 또 청년농이 원하는 농지를 30년간 빌려 농사를 지은 뒤 매입할 수 있도록 ‘선(先)임대-후(後)매도’ 제도를 내년 중 도입한다. 임대형 스마트팜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청년농스타트업단지도 2023년 조성한다. 이와 함께 청년농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 융자금 상환기간을 15년에서 25년으로 늘려주고 금리를 2%에서 1.5%로 인하한다. 첫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청년농에게 공공 금융기관이 담보없이 직접 투자하도록 하고 청년농 전용펀드를 2027년까지 1천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재정 지원 외에도 자연재해,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원예·축사의 30%를 스마트화한다. 청년층은 우리 농업의 혁신 동력이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다. 청년들이 농업에 안착할 수 있게 생활여건·보육·주거·농촌인프라 등 사안별로 각 부처가 협의해 차질없이 뒷받침해야 한다. 필요한 부분의 규제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늙은 농촌, 쇠락해 가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사설] ‘기회의 수도’, 복지 틀을 바꾸는 일/도민에 취지 알릴 홍보가 부족하다

민선 7기 도정과 민선 8기 도정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복지에 대한 접근 방식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세를 이루는 것은 현금성 복지다. 2010년 ‘무상급식’ 이후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다만, 그 대상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7기 복지가 모두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라면 8기 복지는 필요한 곳에 주는 선별적 복지다. 그걸 이재명호는 ‘기본 복지’라고 했고, 김동연호는 ‘기회 복지’라고 한다. 이미 시작된 정책들이 꽤 된다. ‘긴급복지 핫라인’도 그중 하나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동기였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참변이었다. 이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한 장치다. 어렵고 소외된 도민이 정책의 대상이다. 지금까지 397건이 접수됐고, 218건은 해결됐다. 중증 장애인을 위한 ‘경기누림통장’도 있다. 10만원씩 저축하면 10만원을 얹어준다. 2년 뒤면 최대 5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자활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중증 장애인만이 대상이다. 이미 975명이 신청했다. 이런 취지를 포괄하는 개념이 기회소득이다. 김 지사가 도의회에서 그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 주변 곳곳에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작 보상은 받지 못하는 도민이 많다.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 보전의 기회를 주고 싶다.” 앞선 경기누림통장 역시 기회 복지의 하나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문화예술인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김동연 기회복지는 그 본질이 분명해진다. 가난하고, 소외된 도민을 지원해 공정한 경쟁의 무대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복지의 기본틀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다.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1천300만 도민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김동연호가 풀고 가야 할 과제가 생긴다. 취지를 알리고 설득하는 홍보다. 선별 복지의 대상은 특정한 집단 또는 계층이다. 누림통장의 대상은 중증 장애인이고, 복지 핫라인의 대상은 소외된 계층이다. 중증 장애인도 아니고, 소외계층도 아닌 도민에게는 남의 일이 될 수 있다. 관심 밖의 도정이라는 얘기다. 이래선 성공할 수 없다. 직접 수혜자가 아니어도 동참해야 한다. 취지를 이해하고 목적에 동의해야 한다. 집중과 선택의 과정을 필히 겪는 예산 편성이다. 불가피하게 줄어드는 복지와 계층이 생긴다. 그들이 기회 복지에 동의 못 하면 어떻게 되겠나. 도정을 불신하고 비난할 것이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홍보다. 그런데 많이 부족했다. 항간에 도는 ‘김동연호가 구상은 좋은데, 실천이 부족하다’는 평도 결국 이 때문이다. 홍보 부족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홍보의 기능, 조직, 인력, 예산을 모두 늘릴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과감한 조직 개편까지 검토해야 한다. 취임 100일에 손보지 못한 홍보가 향후 4년을 허송하게 할 수 있다.

[특별기고] 공중보건의 위기

급속하게 발전하는 4차 산업과 생활의 편리성 증진에 따라 인구의 도시 집중화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사한 감염병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중위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2050년에는 도시 인구가 전체 인구의 70%를 넘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지대는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중보건학적으로 지구촌이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인구보건 문제다. 지구촌 인구는 2022년 현재 80억명인데 2050년에는 100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는 즐어들고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등 보건경제 위기가 심각하게 노정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20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로부터 인구를 수입해야 할 처지에 있는 것이다. 인구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해 이민청과 인구청도 검토해볼 만하다. 둘째, 공중위생의 결여로 인한 감염병의 대유행이다. 코로나19는 2020년부터 3년째 유행 중이며 세계보건기구에서 국제보건위기상황(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감염병으로 여섯 번째로 지정했고 원숭이두창은 일곱 번째로 지정될 정도로 지구촌의 심각성을 알리는 감염병의 유행이다. 최근 유행 중인 감염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이며 바이러스 질환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경작지 확대를 목적으로 자연을 파괴해 동물이 먹이를 찾아 인간 세계로 접근함에 따라 동물과 인간의 접촉으로 발생하는 감염이라는 것이다. 동물에겐 아무렇지도 않던 감염병이 인간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셋째, 환경보건의 악화로 인한 지구온난화다.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에 따른 탄소배출량의 증가로 인해 지구온난화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구 환경의 파괴로 지속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면 사회가 불안정하고 경제성장도 불가능하게 되는데 환경, 사회, 경제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은 환경 영역에서 유래하고 사회가 소비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결돼 있는 것처럼 유엔이 설정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환경과 사회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경제 영역의 발전은 우리의 삶과 교육 등 사회적 여건에 의해 가능하며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영역은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의 환경 영역에 의해 뒷받침된다. 넷째, 식품안전과 식품위생의 악화로 인한 식량안보 문제다. 인구의 급증에 따른 필수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항생제, 유전자조작 식품 등 전혀 새로운 시도로 식량의 증산이 대두될 것이다. 지속적인 지구온난화로 식량 생산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1%이며 식량안보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쌀의 자급률은 92~105% 수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보리, 밀, 콩, 옥수수 등 다른 식량 자급률은 0.5~9.4% 수준이다.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밀은 자급률이 2%에 지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출입이 자유롭지 못한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곡물 가격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농업 강국들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등 지역경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문제로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대응 문제, 격변하는 식량안보 문제 등이 있다. 이러한 때 지구온난화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과 동물, 식물 및 지구가 함께 참여하고 모두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하나의 건강(One Health) 전략 추진과 세계보건안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한현우 보건학 박사·대한보건협회 경기중부지회장

[지지대] Y2K 감성 부활

Y2K. Y는 연도(Year), K는 아라비아숫자 1천을 뜻하는 킬로(Kilo)의 첫 철자다.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를 뜻한다. ▶20세기 말에 사용됐던 컴퓨터는 연도(年度)를 끝의 두 자릿수만 인식했다. 이 때문에 2000년이 되면 ‘00’으로 인식해 1900년과 혼동이 일어났다. 천년대(代) 오류란 의미에서 ‘밀레니엄 버그’라고도 불렀다. ▶같은 이름의 록밴드가 있었다. 고재근, 마쓰오 유이치, 마쓰오 코지 등 3인조로 구성된 한일 합동 다국적 그룹이었다. 1집 타이틀곡 ‘비련’으로 1999년 4월 데뷔했다. ‘헤어진 후에’도 사랑을 받았다. 한일 합작 록밴드라는 점과 꽃미남 친형제 등이라는 점도 독특했다. 2000년 서울 잠실에서 열린 한일 축구대표팀 친선경기에도 초대받아 공연했다. ▶최근 가요계에 Y2K 바람이 불고 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감성의 복고(復古)다. 엑소, 아이브, 뉴진스 등이 Y2K 감성을 자신들의 콘텐츠에 녹였다. 이전의 가요계 복고 감성이 1970년대와 1980년대 사이 유행한 디스코 장르의 음악과 의상 등이었던 점과 차별화된다.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엑소의 시우민이 있다. 그는 솔로 데뷔 음반 ‘브랜드 뉴(Brand New)’를 발매하면서 1990~2000년대 초반 음악감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했다. 걸그룹 트와이스도 가세했다. 미니 음반 ‘비트윈 원앤투(BETWEEN 1&2)’의 타이틀곡 ‘톡 댓 톡(Talk that Talk)’ 뮤직비디오를 통해 Y2K 영상미를 선보였다. ▶가요계 트렌드는 팬들과 그들이 구축한 팬덤에 의해 형성된다. 보통 10년을 주기로 바뀐다. 가요계는 1990년대 당시 10대들이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로 성장한 점이 맞아 떨어져 복고풍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나브로 20년 전 대중가요 정서가 부활하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삶과 종교] 인생이란 참고 버티는 것

한 청년이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자꾸 일이 꼬이더니 몇 번의 실패를 맛봤다. 마음의 상처를 입고 건강도 크게 잃었다. 자포자기 외톨이가 돼 슬픔 속에 묻혀 버렸다. 도무지 견디기 힘들었던 마음의 상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몰래 준비한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세상과 작별 인사를 선택한 것이다. 다행히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의사가 말하기를 요새는 수면제 성분이 옛날과 달라 웬만큼 먹어도 죽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는 다른 마음 품지 말라고 했다. 청년은 헛웃음이 나왔다. 옆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죄책감에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꿈을 꿨다. 꿈속에서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참 행복한 모습이었다. 부스스 꿈에서 깨고 멍한 상태로 화장실에 갔다. 순간 자신의 초라한 몰골이 거울에 비쳤다. 그때 내면에서 큰 울림이 들려 왔다고 한다. ‘아! 이대로는 안 된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청년은 삶의 의지를 가다듬으며 새로운 결심을 했다. 일단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체력이 바닥나고 건강이 크게 무너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운동은 걷기였다. 걷는 시간을 천천히 늘리면서 조금씩 체력을 되찾았다. 점점 운동량을 늘려 나갔다. 꾸준한 운동 덕분인지 눈에 띄게 건강이 좋아졌다. 청년은 일자리를 구했다. 불러주는 대로 여러 잡다한 일을 도맡았다. 너무나 힘들고 지쳤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모욕도 당했다. 그때마다 청년은 생각했다. “이미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몸인데 이것도 못 참겠냐.” 청년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묵묵히 일을 하며 견뎠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그렇게 쌓인 인맥 덕분에 탄탄한 직장도 얻고 좋은 인연을 만나 안정된 가정을 꾸리게 됐다. 청년은 지난 몇 년의 힘들었던 시절이 꿈결같이 느껴졌다. ‘그때 만약 내가 세상을 떠났다면 지금 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물론 지금도 역경이 닥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너무 답답해 다 때려치우고 엎어 버리고 싶은 감정도 솟구친다. 그때마다 이렇게 마음을 다스렸다. ‘난 이미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다. 그 힘든 시절도 이겼는데 지금 이 고통도 결국 지나갈 것이다.’ 인생은 결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숙제가 있다. 그 숙제를 풀어가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누구에게도 쉬운 인생은 없다.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 사람들도 자신만의 숙제가 있다.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자신만의 고민이 있다. 원래 산다는 것은 아픈 거다. 인생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사는데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 아프니까 인생이다. 누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이런 꼴 보면서까지 살아야 합니까?” 나는 대답했다. “살아야죠. 당연히 살아야죠. 참으면서 꿋꿋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입니다.” 살자.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찾아오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 아니겠는가. 광우스님 화계사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리허설 [포토뉴스]

[천자춘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건축물관리법 시행규칙’의 일부 개정안이 지난 8월4일자로 발효됐다. 이번 개정안을 놓고 6월 8일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송석준 국회의원의 주선으로 대한건축사협회 17개 시·도 건축사회 회장들과 국토부 정책관, 국토부 관계자들과 2시간에 걸친 난상토론을 했지만 서로 의견 편차가 커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후 국토부에서는 일선 시·도에 이에 대한 의견 조회가 있었고 경기도청에서는 31개 시·군의 의견을 받아 반대 의견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시·도에서도 분명하게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경기도건축사회 소속 건축사 1천여명의 반대 서명서를 제출했고 부산에서도 650여명의 반대 서명서를 국토부에 제출했음에도 편법으로 건축물 관리법이 아닌 시행규칙으로 개정됐다. 이번 사례를 통해 국토부의 권세가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나 국민의 안전,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건축사회의 의견은 간단명료하다. 해체감리 사건, 사고를 분석해 보면 건축주와 시공자의 지휘를 받고 있는 해체 감리자는 나약할 수밖에 없기에 해체 감리자를 모집 공고한 후 감리자 명부에 등록하고 허가권자가 지정해 먹이사슬을 끊자는 것이다. 더 투명하고 안전한 해체공사가 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와 협의를 통해 고쳐 나가야 한다는 논리이다. 또한 해체 감리금액에 따른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감리자를 교체할 수 있다는 항목은 우리나라 현실이 발주자 아래에 있는 시공사의 저가 도급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감리부분에 시공단가 대비 감리 금액을 책정한 부분이나 금액에 대한 권리를 가진 발주자의 저가 덤핑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제안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광주 해체 공사 사고 이후 해체공사 관계자, 건축사, 국토부, 언론인 등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해체 공사비가 책정된 이후 해체 계획서가 작성되고 이에 따른 저가 감리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보면 발주자가 제시한 금액이 아니면 해체감리를 일방적으로 몇 번이고 바꿀 수 있는 졸속 법안을 만들어 공포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는 옛말을 기억하고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건축법 제25조 건축감리 규정에서는 이러한 부조리와 병폐를 방지하고자 건축 설계자는 당해 건축물에 대해 건축 감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물론 외국의 경우에는 건축설계자가 감리를 하고 해체공사까지 겸하는 사례들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건축물이 생성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시기상조가 아닌가 한다. 먼저 발주자와 시공자, 설계자와 감리자의 영역이 엄격히 분리되어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도록 정책과 제도를 선행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국토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작고 힘없는 일선에서 일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기고] 잠자는 심장 깨우는 자동심장충격기를 아시나요

가을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로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란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게 가을은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계절로 심장 건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계절이라는 것이다. 환절기 심장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낮은 기온일 때 우리 몸의 혈관은 수축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혈액 공급이 줄어든다. 이때 심장은 체온 유지를 위해 심장박동을 강화하게 돼 혈압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심장의 과부하 때문에 혈관이 자극돼 동맥경화로 혈전이 발생하고 혈관을 막으면 관상동맥에 문제를 일으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켜 돌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성남소방서 심정지 환자 구급출동 통계자료에 따르면 총 1천325건 중 겨울 340건(25,7%), 가을 334건(25.2%), 봄 331건(25.0%), 여름 320건(24.1%) 순으로 가을부터 증가해 겨울에 심정지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시간인 ‘골든타임’은 심정지가 발생해 심장박동이 멈추고 산소 공급이 중단돼 뇌사 상태로 전환되기까지 4분 정도의 시간을 말하는데, 이 시간 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적용은 중요한 응급처치 중 하나다. 심폐소생술은 외부에서 압박을 가해 심장을 압축시켜 강제로 피를 순환시킴으로써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조직 손상을 막아주는데 이때 AED를 함께 사용하면 생존율을 4배까지 높일 수 있다. 최근 각종 언론 보도 및 안전교육 등의 효과로 심폐소생술과 AED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그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2008년부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공항과 철도, 공동주택 및 다중이용시설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필수로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에 설치된 AED의 위치조차 잘 모르고 있어 아직은 낯선 것이 사실이다. 성남소방서에서는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AED가 설치된 건물 출입구와 출입구 주변에 AED 설치 위치와 사용법을 안내하는 위치정보 제공 알림판을 제작 보급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건물 내 관계인은 물론 방문객도 쉽게 AED 위치와 사용법을 확인해 유사시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나의 가족과 이웃이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AED의 위치를 지금 한 번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박미상 성남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