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 “지역 필수의료 시스템 역할 다할것” [인터뷰]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2개 지역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다. 재단 산하 인천세종병원과 부천세종병원은 인천 계양·부평구, 경기 부천·광명시 등 네 곳을 책임지는데, 이곳 인구만도 200만여명에 이른다.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인천 계양·부평, 경기 부천·광명지역에 소재한 많은 의료기관과 상호 협력해 지역에 꼭 필요한 필수 의료를 적시에 제공하도록 탄탄한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40년 넘은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의 지역사회 ‘헌신’ 세종병원은 지난 1982년 개원 이후 42년간 중증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했으며 끊임없이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펼쳐 왔다. 이는 5회 연속 보건복지부 심장전문병원 지정, 14년 연속 관상동맥우회술 1등급 선정, 국내 최초 장거리(600㎞) 심장이식 성공, 국내 최연소 인공심장수술 성공, 국내 최초 심장통합진료 시행 등으로 증명된다. 특히 대한민국 유일 심장전문병원으로 운영돼 온 수십년의 병원 역사는 ‘최초’, ‘최고’, ‘유일’로 수식되며 국내 심장치료 발전사와 함께한다. 수십년을 거치며 쌓은 노하우는 단지 ‘수술을 잘한다’에 그치지 않고 안정성을 갖춘 확고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또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이 바탕이 돼 연구 중심 병원으로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전통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등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세종병원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그치지 않고 국내외 의료나눔에도 앞장선다. 병원 개원 이듬해부터 시작해 41년간 세종병원에서 무료 심장수술 등 의료나눔으로 희망을 되찾은 환자는 국내 1만3천여명, 해외 1천600여명에 이른다. 이 같은 세종병원의 지역 사랑은 이제 지역 책임의료기관 본격 출범으로 한 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다. ■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의 핵심 ‘책임의료기관’ 책임의료기관은 수익성이 낮은 필수보건 의료 분야 공급 부족, 지역서비스 연계 미흡, 의료 공공성 저하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모델이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별로 보건복지부, 시·도, 국립중앙의료원, 책임의료기관 등이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으로 책임의료기관은 세부적으로 ‘권역’과 ‘지역’으로 나뉜다. 권역 책임의료기관은 시·도(17개) 단위에서 고난도 필수의료를 제공하며 지역 의료 역량 강화를 위한 권역 내 협력체계 기획·조정 및 교육 파견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 책임의료기관은 진료권(70개) 단위에서 양질의 필수 의료를 제공하면서 지역별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보건의료기관과의 연계·조정 등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 인천세종병원, 원내외 협의체로 공공보건의료 역할 강화 지난 8월 27일 지역 책임의료기관 출범식과 함께 제1회 원외대표협의체 회의를 열고 본격 업무에 돌입한 인천세종병원은 지난 4월 지역 책임의료기관 지정에 따라 원내·외에 다양한 변화를 이뤘다. 우선 병원장 직속 기관으로 공공의료본부를 신설함에 따라 의사 2명, 간호사 4명, 연구원 1명, 사회복지사 1명으로 구성했으며 산하에 공공의료협력실과 지역응급센터를 뒀다. 또 진료부, 공공의료본부, 간호부, 기타 협력 부서를 묶어 원내 협의체를 구성, 부서 간 협력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의 꽃인 ‘원외 대표협의체’도 구축했다. 협의체 수장인 위원장은 오병희 병원장이 맡았다. 공공의료본부는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중증응급 이송·전원 및 진료 협력 ▲감염관리 및 환자 안전관리 ▲재활의료 및 지속관리 협력 ▲산모·신생아 어린이 협력 등의 업무를 맡는다. 박 이사장은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양한 기관의 협력이 강화됐다”며 “다양한 시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됐는데 이를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개선안이 도출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부천세종병원, 심장병 등 중증 환자 치료 전문 부천세종병원 역시 지난 8월 지역 책임의료기관 출범식과 함께 제1회 원외대표협의체 회의를 열고 본격 업무에 돌입했다. ‘심장병 없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설립 이념을 앞세워 지난 42년간 중증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하고 끊임없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펼친 부천세종병원이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한 단계 도약을 이뤘다. 부천세종병원은 지난 3월 보건복지로부터 경기 부천권(부천·광명)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본격 출범까지 원내·외에 다양한 변화를 주며 준비 태세를 갖췄다. 의사 2명, 간호사 4명, 연구원 1명, 사회복지사 1명으로 구성한 병원장 직속 기관으로 공공의료본부를 신설했고 산하에 공공의료협력실과 공공의료사업팀을 뒀다. 또 공공의료본부, 응급의료센터, 심장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진료협력센터, 인공지능빅데이터본부, 대외협력실 등 기타 협력 부서를 묶어 원내 협의체를 구성, 부서 간 협력·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이 밖에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의 꽃인 ‘원외 대표협의체’도 구축했다. 공공의료본부는 ▲부천 진료권 심뇌혈관 중증응급 이송·전원 핫라인 구축사업 ▲퇴원환자 케어플랜 수립 및 연계사업 등 필수사업과 함께 ▲지역사회 감염병 관리 및 의료인력 역량 강화 교육 ▲포괄적 심장 재활 프로그램 지역 연계사업 및 지역 의료기관 역량 강화 ▲소아심장질환 연계사업 등을 펼친다. 박 이사장은 “보다 촘촘해진 협력체계를 통해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효율적이면서도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ESG 실천에 앞장서는 병원 2021년 ESG 실천 경영병원을 선포한 최초 민간종합병원인 세종병원은 환경에 대한 인식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병원의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ESG 경영을 추진 중이다. 매달 ESG 경영위원회가 체계적으로 점검·보완하고 ESG 실적은 직원들과 내원객에게 공개 운영한다. 에너지 절감과 폐기물 감소 등 환경보호 활동을 위해 목재로 만드는 종이 소비를 줄이고자 병원 전체 전자동의서 시스템을 도입하고 병원소식 정기간행물을 온라인 형태(E-book)로 제작했으며 병원 후원 정기간행물은 콩기름 종이 재질로 교체했다. 특히 병원 내 모든 비상주 공간 조명에 센서를 달아 새는 전력 소비도 줄였다. 이에 따라 세종병원은 전년도 대비 지난해 총 종이 사용량과 전기 사용량을 각각 1천533권(낱장 76만6천500장), 7%(97만6428kW) 절감했다. 업무 공간에도 ESG를 적용했다. 종이 서류와 직원 책상을 과감히 없애고 디지털화한 ‘스마트워크센터’ 시스템을 국내 의료기관 중 최초로 도입해 업무환경에서의 자원 낭비를 원천 차단하고 효율성을 높였다. 직원 개별 PC를 없애고 개별 혹은 부서 프린터를 일원화하면서 근무 중 사용하는 종이를 줄이는 효과도 얻었다. 의료폐기물 감축에 앞장서고자 의료기관 최초로 리유저블 가운도 도입했다. 수술실(멸균)과 혈관촬영실(멸균), 내시경실(비멸균)에 재사용이 가능한 기능성 수술 가운(리유저블 가운)을 사용한다. 박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수술실과 진료 현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가운이 얼마나 큰 환경 오염원인지를 알 수 있었다”며 “해외 선진국들이 재사용 가능한 기능성 가운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년여간 현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공식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렵더라도 끝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세종병원 ESG 경영의 핵심 정신”이라며 “환경을 지키는 행동, 작은 행동만 개선해도 누구나 ESG를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내외 의료나눔 실천 ESG 실천의 핵심은 ‘사회적 책임’이다. 세종병원은 1982년 부천세종병원 개원 이후 국내외 나눔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국내외 심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수술을 해 준다. 해외의료봉사단을 구성해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몽골, 러시아 등의 심장병 아동을 국내로 초청해 무료 수술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까지 국내 1만3천여명, 해외 1천600명이 혜택을 받았다. 장애인 고용증진 활동도 잊지 않았다. 세종병원은 2019년부터 의료기관 최초로 이같이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며 오케스트라를 운영 중이다. 36명의 발달장애인으로 구성한 오케스트라에는 세종병원 소속 직원이 포함돼 있다. 공동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지역사회 대표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은 부천시와 소사구에 지속적으로 기부금을 기탁하고 있으며 김장나눔, 밑반찬 지원, 어르신 나들이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세종병원 역시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인천시·옹진군과 협약을 맺고 도서지역(덕적도) 주치병원 역할과 찾아가는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 필요하다”며 “세종병원은 앞으로도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투명한 경영을 하는 병원으로 나아갈 것이며 모든 임직원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고자 앞으로도 끊임없이 ESG 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용익 부천시장 "균형발전 위한 공간복지·경제 도약 실천"

조용익 부천시장은 “민선 8기 반환점을 돈 만큼 지난 2년,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더 나은 시정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간복지’와 ‘경제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루기 위해 고민과 실천을 거듭해 오고 있는 조 시장은 앞으로 펼칠 시정철학을 함축하는 가치로 시민 참여와 유연성, 균형발전, 미래지향을 들었다. 조 시장은 향후 민선 8기 나머지 임기 동안 시민 앞에 열려 있고 시대의 변화에 능히 대처하는 행정, 그리고 도시 구석구석 골고루 발전하고 미래세대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갖고 진취적인 성공을 이루는 시정을 선보인다는 각오다. Q. 민선 8기 성과 중 하나만 구체적으로 든다면. A. 하나만 꼽는다면 ‘소통’을 들 수 있다. 시민 소통을 민선 8기 핵심 가치로 두고 ‘열린시장실’을 제1호로 결재했으며 시민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찾아가는 민원 상담의 날 현장부천’과 ‘열린시장실 현답부천’, ‘어쩌다 동장’ 등 다양한 소통정책을 펼쳤다. 시민주권 정신을 반영한 ‘부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복원해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더 나은 시정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고 올해는 시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시장 직속 ‘소통담당관’을 신설·운영하고 있다. 현장과 더불어 온라인 공간으로도 ‘소통’을 확장했다. 지난달부터 시민과 함께 시 정책을 논의하는 온라인 소통 공간 ‘경청 지혜’를 개설·운영 중이다. 시가 추진하는 정책과 부천시가 안고 있는 문제 등을 허심탄회하게 시민께 보고하고 소통하며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 앞으로도 다양한 소통정책을 추진해 ‘소통하는 시장, 일 잘하는 부천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Q. 구체적으로 실현된 소통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A. 주로 시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추진했다. 올해 거주자 우선 주차장을 주간 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 무료 개방하고 지난해 부천도시공사 관리위탁을 통해 초·중학교 일곱 곳과 주차장, 체육관, 운동장 등을 경기도 최초로 개방해 원도심 일대 주차난 해소와 시민의 건강한 체육활동을 돕는 성과를 냈다. 또 지난해 지자체 최초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주정차 단속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전면 시행하고 임산부를 위한 맘(Mom) 편한 택시를 비롯해 교통약자 바우처 택시를 운영하는 등 ‘교통도 복지’라는 생각으로 교통복지 강화에 힘썼다. 이렇듯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시민의 일상이 행복한 부천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Q. 경기도교육청이 과학고 설립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도내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부천시에 과학고가 왜 꼭 필요한가. A. 부천시 인구는 2010년 87만5천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8월 기준으로 77만3천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인구 감소는 국가적으로 출산율 저하와 관련이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타 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이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교육환경’이 인구 유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자녀의 진학을 위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가족 단위의 인구 유출이 일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이 진학을 원하는 학교를 부천에 마련해 인구 유출을 막고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계속 머물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 정주 여건의 중요 요소인 교육환경을 개선해 시민의 거주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부천시는 학교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의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천고는 현재 과학중점고등학교로 운영되고 있어 과학고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부천고는 이미 그린스마트스쿨 공간 재구조화 사업에 선정돼 230억원의 시설 개선 사업비를 확보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내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과학고에 필요한 물리적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천은 이미 과학거점도시로 성장할 든든한 기반이 갖춰져 있다. 아울러 과학과 문화·예술의 창의 융합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어 창의 융합인재를 키워 내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 인력이 모이는 SK그린테크노캠퍼스, 부천로봇산업연구단지와 같은 과학·첨단산업 인프라와 부천아트센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웹툰융합센터 같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구축된 도시다. 이 같은 다채로운 인프라를 발판으로 우수 인재들이 창의력과 꿈의 크기를 더욱 키울 수 있는 미래 교육도시를 만들어 가겠다. Q. 부천이 지속가능한 자족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유치가 중요하다. 부천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은. A. 부천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를 글로벌-유니콘-선도기업 등 첨단산업 알짜 기업들이 입주하는 집약적인 산업단지로 조성할 것이다. 지난해 4월 SK그룹과 SK그린테크노캠퍼스 조성 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입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선도기업으로 삼아 반도체, 미래차, 정밀기계 등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고자 한다. 서울 마곡, 인천 계양과 트라이앵글 산업벨트를 이뤄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중심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을 쏟겠다. 지난 1월 대장지구 첨단산단 계획을 고시했다. 입주전략 수립용역을 통해 유치 업종을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분양공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망한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부천시 기업지원과와 부천산업진흥원으로 구성된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월 기업 유치 전략회의를 개최해 방안을 구성하고 있다. 내년 1월 1일자로 시장 직속의 기업유치팀을 신설해 국내외 유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Invest KOREA)와 지난 7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우수한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기반을 강화했다. 앞으로도 각종 산업전시회 참가와 기업유치 설명회 등 다양한 전략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활발히 펼칠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첨단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어우러진 만족도 높은 정주 여건을 만들고자 한다. Q. 기업유치 활성화에 기여할 핵심 기반시설 중 하나는 편리한 교통망이다. 부천에 구축되는 교통망은. A. 계획 중인 GTX 전체 노선 6개 중 4개 노선(B·D·E·F)이 부천시에 구축되면 경기 전역과 인천, 강원, 충청지역까지 철도망이 연결된 수도권 교통 핵심 요충지로 거듭나게 된다. 부천시는 ▲대장~홍대선 ▲제2경인선과 신구로선을 병합하는 노선 ▲GTX-B·D·E·F 노선 ▲지하철 1·7호선 및 서해선 등 총 9개 철도 노선을 보유한 도시가 된다. 철도망을 비롯해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광명~서울 고속도로, 서창~김포 구간 지하고속도로 등 도로망 구축 사업도 빠르고 안전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Q. 중동 1기 신도시 등 노후 계획 신도시 정비와 원도심의 재건축·재개발도 시의 핵심 현안이다. 시의 방안은 무엇인지. A. 부천시 정비사업의 큰 정책 기조는 ▲원도심의 쾌적한 주거환경 개선 ▲빠른 정비사업 지원 ▲주민 부담금 저감 등이다. 중동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원도심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지역 특성에 맞춰 주거·도로·인근 환경을 개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중동 1기 신도시의 기준용적률은 350%이며 특별정비예정구역은 18곳으로 계획됐다. 또 양질의 주거환경 조성과 미래도시로의 전환 계획을 모색하고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도입과 미래형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지난 9월 선도지구 선정 공모 신청이 마감됐다. 신청 가능 구역 16곳 중 12곳(75%)이 신청서를 냈다. 올해 10월 평가위원회를 거쳐 11월에 선도지구 선정 구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민동의율을 면밀하게 검증하는 등 선도지구 선정 평가를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 올해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연간 4천가구의 정비물량을 특별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연차별로 관리할 계획이다. 앞으로 통합 재건축을 희망하는 구역을 대상으로도 선도지구와 차별 없이 신속한 행정 처리·지원을 집중하겠다. 중동 1기 신도시의 성공적인 재정비를 위해 주민과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주민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사업 범위 내에서 주민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며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원도심 주거환경 개선과 주민 부담 비율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중·대규모 사업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중규모 사업을 위해 주민이 원하는 지역에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계획을 우선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내년에는 주민제안제도 등을 활용해 관리계획 수립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또 대규모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는 주변 정비계획과 통합해 선제적으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신속히 사업을 추진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겠다. 특히 역세권과 같은 전략적 정비가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공모 등을 통해 용도지역 종 상향 및 용적률 완화를 검토하고 역세권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남은 임기 동안 원도심 정비를 위한 정책 추진에 총력을 기울여 도시 균형발전을 이뤄가겠다. Q. 기타 추가적으로 하실 말씀은. A.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미래를 대비한 중요한 변화들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도시의 근간이 되는 지역경제 기반을 더욱 탄탄히 갖추기 위해 기업 유치와 산업생태계 조성에 온 힘을 다하겠다. 당면한 과제인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구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신도시·원도심의 균형발전에도 집중하겠다. 특히 대장~홍대 광역철도가 연내 조기 착공될 예정으로 2030년 완공되면 홍대입구역까지 2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 부천종합운동장역은 현재 7호선과 서해선에 더해 GTX-B·D·F 노선이 추가돼 5중 역세권이 되며 대장역은 대장~홍대선·GTX-D·D y분기·E 노선이 관통하는 4중 역세권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처럼 광역교통망 확장은 시민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 중동 1기 신도시 재정비와 원도심 주거환경 개선 문제는 지역주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풀어가겠다. 도시 구석구석 고른 발전을 통해 모든 시민이 공평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시민 참여, 유연성, 균형발전, 미래지향’ 가치를 토대로 현장 중심의 민생 시정을 펼치고 시민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열린 행정을 실천하겠다.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행정을 보여드리겠다. 이 모든 변화와 발전의 중심에는 언제나 시민 여러분이 있다. 시민과 함께 이 도전의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속가능 자족도시 부천’의 더 밝은 미래를 함께 준비하겠다.

가을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 경기도 산성 투어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산세를 이용해 쌓은 성곽을 산성이라고 한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산성이 발달했고 평야 등 너른 땅을 앞에 두고 높은 산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고구려 시기부터 산성을 이용한 방어전략을 사용했으며 이런 방식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읍성 인근에는 1개 이상의 산성이 자리했다. 산성은 크게 포곡식(包谷式) 산성과 발권식(鉢圈式) 산성으로 나뉜다. 포곡식 산성은 산기슭에서 시작해 능선을 따라 정상 가까이 축조한 성곽이다. 계곡을 하나 이상 포함해 성내 가용면적을 넓히고 수원을 포함해 평소 주민들이 거주하거나 지구전으로 이어질 경우 용이하도록 쌓은 것으로 북한산성, 남한산성 등이 대표적인 포곡식 산성이다. 발권식 산성은 산 정상을 중심으로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산 둘레를 성벽으로 두른 것처럼 보여 테뫼식 혹은 머리띠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포곡식에 비해 작은 규모의 산성이 이에 속하며 부여의 증산성, 순천의 검단산성 등이 있다. 높은 지형에 짓는 산성은 그만큼 방어하기 유리하다는 것이 전시시 가장 큰 장점이다. 산의 경사와 높이가 적군에겐 상당히 부담을 주는 요소였고 평지에 비해 큰 기술을 보이지 않아도 방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산의 크기에 맞춰 짓는 성곽이어서 원하는 크기로 지을 수 없고 산세가 험한 것은 교통이 불편하다는 의미로 전쟁이 길어지고 물이나 식량이 끊기면 병력의 삶은 피폐해졌다. 산과 숲 사이 방어를 위해 지은 성곽은 현대인들에겐 걷기 좋은 산책로이자 지역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산이나 성곽 규모에 따라 코스도 다양해서 본격적인 등산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도 가을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된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1624년(인조 2) 서울의 중심부에서 동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 축성을 시작해 1626년에 완공했다. 평균 고도 해발 480m 이상으로 험한 산세를 이용해 지형적으로도 방어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둘레가 12km에 이르며 산 위에 도시가 위치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분지로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조선시대 보장처로 지었다. 완공 10년 뒤인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의 대표적인 탐방로는 사방에 나 있는 문에서 시작하거나 회귀하는 코스다. 첫 번째 동문길은 약 9.5km로 남한산성 동문(좌익문)에서 시작해 남한산성 로터리를 지나 북·서·남문을 지나는 순환길이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서문(우익문)까지 이르는 서문길은 약 2.1km 1시간 남짓 소요되며 감이동 초입의 먹자골목을 지나 남한산성의 다양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다. 위례동주민센터에서 출발해 위례성복교회를 지나 남한산성 남문(지화문)까지 이르는 남문길 약 6.5km로 3시간 이상 소요되며, 하남시 광주향교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북문(전승문)까지 걷는 북문길은 초입에 위치한 광주향교와 상사창동연자마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 권율 장군의 기세를 엿보다, 독산성 독산성의 축조 시기는 분명치 않다.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백제가 쌓은 고성이었고 신라통일기·고려 시대에서도 군사상 요지로 돼 있어 그 시기를 짐작할 뿐이다. 본성의 총연장은 1천100m, 내성은 350m에 불과한 아담한 산성인 독산성은 군사기지로 주요 위치에 놓여있었지만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1593년(선조26) 독산성 전투 당시 왜군을 이끌던 우키다 히데이에는 독산성 내부에 물이 떨어졌을 것을 짐작하고 탐정 군사에게 물을 올려보냈다. 하지만 권율 장군은 이에 속지 않고 오히려 백마를 산 위로 끌어올려 흰쌀을 끼얹어 말을 씻기는 것으로 위장해 왜군을 교란했다. 이를 본 왜군이 물이 많은 것으로 짐작하고 퇴각했다는 일화는 물이 부족한 단점을 권율 장군이 슬기롭게 극복한 일화로 전해진다. 이 병법 전략에서 유래해 지금은 ‘세마산’ 또는 ‘세마대’로 부르기도 한다. 독산성 숲길은 오산시 오색길 중 4코스에 해당하는 길로 1km 남짓, 왕복 1시간이면 가능하다. 우선 독산 정상에 오르면 보적사를 만나게 된다. ‘보적사’라는 이름은 춘궁기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노부부가 부처님께 공양을 하고 집에 오니 곳간이 쌀로 가득찼고, 이를 부처님의 은덕으로 여긴 노부부가 더욱 열심히 공양했다는 전설이 담겼다. ■ 흙으로 지어진 토성의 굳건함, 강화산성 1964년 사적으로 지정된 강화산성은 몽골의 2차 침략을 막기 위해 1232년 착공해 1234년부터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했다. 내성·중성·외성으로 이뤄진 이 성은 모두 흙으로 쌓은 토성으로 내성은 강화성으로 둘레가 1천174m, 중성은 5천381m, 강화 동쪽 해협을 따라 지어진 외성은 1만1천232m였으나 1270년 몽골의 요구로 헐어 버렸다. 이후 1973년 남문, 2004년에 동문을 복원한 상태다. 산성 내부에는 남문인 안파루, 서문인 첨화루, 동문인 망한루, 북문인 진송루가 남아있으며 암문 4개, 수문 2개 그리고 높은 곳에서 망을 보기 위한 남장대와 북장대 등 방어시설이 있다. 성의 동쪽이 허물어진 것에 비해 남북쪽은 잘 보존돼 있는 편이다. 강화산성을 둘러볼 수 있는 여러 코스 중 강화 나들길 15코스에 해당하는 ‘고려궁성곽길’은 총 11km 길이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강화산성 남문에서 출발해 남장대를 거쳐, 서문, 북문과 고려궁지를 지나 동문에 다다른다. 특히 감시를 위해 지어진 남장대에 오르면 강화읍과 영종도까지 내다보일 정도로 풍광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먹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통합하다 [전시리뷰]

한국화 분야의 대표적 원로 작가 이철주(1941~ )의 첫 회고전이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이달 24일까지 진행된다.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변천하는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한국미술과 한국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관습을 깨고 새로움을 더하다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 작가 이철주가 한국화 작가로서 60여년에 걸쳐 추구해온 목표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이철주 작가의 첫 회고전 ‘꽃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는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 등 틀에 갇히지 않은 재료와 탁월한 조형의식을 다룬 작가의 6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1960년대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추상미술을 비롯한 서구 미술의 파도와 수묵화로 대변되는 전통 고수의 강박에 강하게 노출된 세대의 미술인이었다. 작가는 수묵채색화의 학습을 거쳤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시기별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스스로 변화한다. 1972년 작 ‘찬가(讚歌)’는 군무를 선보이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그린 인물화다. 묵이 아닌 커피로 그린 이 그림은 초기작이지만 관습을 깨고 새로움을 더하려는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 작품이다. 회화 재료가 아닌 식재료인 커피를 선택한 것은 사용 과정도 용이하지 않을 뿐더러 그 결과도 보장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통해 작가는 구습을 깨고자 했다. 한편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활발히 유입됨에 따라 국내 미술 작품이 외면받게 됐다. 작가는 위기를 벗어나고자 이 시기를 기점으로 통렬한 자기 비판을 선행한다. 이후 먹과 채색의 번짐과 퍼짐이라는 기법적인 변화에 한국적인 내용과 정서를 진하게 결합하는 데 집중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연화좌 위 부처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묘사된 ‘장생’은 먹과 색의 번짐에 의한 불균일한 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예적 혹은 수묵화적인 아름다움 먹의 고유한 성질이기도 한 번짐과 퍼짐을 적절히 통제하며 간결함에 집중했던 초기작에 비해 극단적인 기법 활용은 대상의 형상을 변형하고 요약하는 추상미술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취향과 작품세계의 변화는 1990년대에 들어서며 작가가 선보이는 ‘우주로부터’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걸쳐 작가는 ‘우주, 땅, 하늘’ 그리고 ‘무제’ 시리즈를 통해 동양적 세계관을 작품에 녹여낸다. 그리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조율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는 2010년을 전후로 ‘꽃보다 아름다워라’ 시리즈를 내놓는다. 작가는 이 세상 어떤 것도 고정불변함은 없다는 것을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과도 동그랗고 붉은 사과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깔과 형태의 변화를 겪듯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다고 작품에서 말하고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붉게 타오르던 운석도 형태를 잃어가며 미지의 우주를 담아낸다. 작가의 최근 작은 ‘꽃보다 아름다워라’라는 글씨를 종이에 쓴 뒤 이를 동일한 정사각형으로 등분해 여러 조각으로 잘라 새롭게 구성한 콜라주 하듯 붙인 것이 주를 이룬다. 여전히 먹과 한지를 재료로 하되 현대적인 조형성을 탐구하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통합하고 조화시킨 것. ‘꽃보다 아름답다’는 내적인 의미는 갖고 있지만 먹의 조형만 남은 외적 형태는 서예적인 특징과 수묵화적인 아름다움이 결합돼 있다. 전시는 이달 24일까지.

주인의 취향을 만나는 책 전시장 [우리동네 독립서점_헤엄치는 뜰]

‘헤엄치는 뜰’은 지난 8월 부천시 원미동에 문을 열었다. 서점 주인 박하영 씨는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을 전시하듯 고르고,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책을 매개로 인연을 쌓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주인의 취향을 만나는 책 전시장 부천시 원미동의 ‘헤엄치는 뜰’은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방’을 표방하며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삶의 전환점마다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기 위해 자신 역시 또 다른 시작과 마주한 주인장 박하영씨. 시각예술 분야에서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 오던 박씨는 자신이 하던 일과 독립서점 운영에서 비슷한 점을 느꼈고 아예 다른 도전이라기보다는 영역 확장으로 여기며 서점 문을 열었다. “책방이라는 공간이 주인의 취향이 묻어 나는 책을 늘어놓는 하나의 전시장처럼 느껴졌습니다. 독립서점에서 콘텐츠를 펼쳐 보이고 여러 모임을 기획하는 모습이 제가 일해 오던 방식과도 굉장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막연히 서점이라는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현한 것이죠.” 박씨는 몇 년 전부터 때로는 취미처럼 때로는 습관처럼 독립서점을 다녔다. 여행을 가도 그 지역에 있는 책방을 둘러보는 것을 일정에 넣었고 그때마다 일반적인 카테고리를 벗어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책을 분류해 보여주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정리된 책을 보면 책방 주인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한껏 반영해 큐레이션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 서점과는 차별화된 독립서점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방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책을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 혹은 내가 일하는 동네에 책방이 있다는 것은 쉬어갈 곳이 있다는 뜻이기도 해 잠시 들러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박씨도 “이미 ‘동네’라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어 그것으로 연결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제가 독립서점을 열게 된 것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제가 부천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지역과 일상을 떼어 놓을 수 없어 이곳을 택했고요. 서로의 관심사와 주제를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플랫폼이자 다양한 사람을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 동네를 벗어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공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문을 연 ‘헤엄치는 뜰’의 책은 그동안 박씨가 좋아하던 책들로 채워 나가고 있다. 책을 모으고 읽는 것을 좋아했던 독자 박하영의 취향을 알 수 있는 큐레이션, 그런 박씨를 닮은 공간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더불어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방’을 지향하는 만큼 커리어 전환기에 필요한 책,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독립’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책, 새로운 취미에 도전할 때 읽으면 좋을 책 등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큐레이션도 늘릴 생각이다. “앞으로 ‘헤뜰리에’라는 이름의 예술 프로그램, 예술 독서모임을 기획·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평소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아 어린이 독서모임도 운영해 보고 싶고요. 어떻게 하면 진행자의 일방적인 가이드가 아닌 아이들이 자유롭게 세상을 탐구하는 독서 모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삶의 단계에서 겪는 여러 변화엔 시작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시작은 누구나 두렵기에 그만큼 용기와 위로가 필요하다. 박씨는 그 여정에서 “책이 좋은 친구가 돼 준다”고 말한다. “몸에 힘을 빼고 물에서 헤엄칠 때 자유로움을 느끼듯 ‘헤엄치는 뜰’을 방문하는 분들이 책방을 유영하며 자신 앞에 주어진 세상을 탐색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찾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나만의 ‘만화아지트’가 돼 주는 곳⋯ 부천오정도서관 [공간의 재발견]

부천시에서는 매년 만화축제와 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런 문화적 노하우를 인정받아 2017년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인정됐으며 ‘도서관이 많은 도시’를 표방하며 도서관별 특화 주제를 뚜렷이 갖고 있다. ‘만화’가 특화주제인 오정도서관은 전체 장서량의 14%에 달하는 도서가 만화책 정도로 대표적인 만화도서관이다. 전체 장서량의 14%가 만화책 부천시는 ‘만화’라는 주요 콘텐츠를 갖고 있는 도시다. 올해로 27회를 맞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이달 3일부터 나흘간 열리며 제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도 이달 25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다. 2017년 동아시아 지역 최초이자 세계에서 21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된 바 있는 부천시는 오랜 기간 축적된 ‘만화 도시’의 노하우와 문화 사업·교육·도서관·시민 역량이 결집된 노하우를 유네스코 네트워크로부터 인증받았다. 부천오정도서관은 부천의 11번째 도서관이다. 부천시는 2016년 행정체제 개편으로 책임읍면동제를 실시하며 일반구제를 폐지했는데 오정구청으로 사용되던 유휴공간에 ‘오정어울마당’을 조성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이 공간은 행정복지센터, 도서관, 노인복지관, 생활문화센터 등 공공기관이 입주했으며 2024년 현재 행정체제 재개편으로 구청이 부활해 청사 공간 재배치 등을 거쳐 도서관과 여러 기관이 공존하고 있다. 부천시는 도서관이 많은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오정도서관이 위치한 권역은 원도심으로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고 있던 지역이었기에 공공도서관 건립은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었다. 별도의 부지를 설정해 오정도서관을 건립하려던 계획을 갖고 있던 부천시는 오정구청을 공간을 활용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과 기간을 대폭 절감하게 됐다. 2017년 4월 개관한 오정도서관은 올해로 개관 7년을 맞았다. 연면적 2천147㎡로 오정구청 청사 1층과 2층 일부를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공간 조성 등 시작 단계부터 직원들이 참여해 다른 도서관과 차별화를 실현했다. ‘만화도시’라는 부천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서 북카페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개관 초기인 2017년부터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방문객 28만명이라는 기록이 말해주고 있으며 이용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도서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평균 95%로 높게 나온 것도 오정도서관이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서관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만의 ‘만화아지트’가 돼 주는 곳 오정도서관의 공간 모티브는 조성 단계부터 참여한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골목길’을 콘셉트로 한 서가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이 이어지고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호기심과 지식, 이야기의 보고인 도서관의 특징과도 잘 어우러진다. 도서관 1층은 구청사 건물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내부에 계단을 만들어 서가 공간과 열람 공간을 분리했다. 자료실 내부에는 오정도서관의 자랑 ‘다락’이 있는데 작은 계단을 오르면 분리된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옥상과 아래층 공간은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2층에는 오정도서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만화아지트’ 공간이 있다. 만화 특화 도서관답게 전체 장서 9만8천544권 중 14%에 해당하는 1만4천46권이 만화 도서이며 2023년 기준 만화책 대출량도 전체 관외 대출량 15만9천717권 중 18%인 2만8천701권을 차지했다. 만화아지트는 학습만화 서가, 만화 열람좌석, 웹툰 서가, 우수만화 전시코너 등 다양한 만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웹툰을 비롯한 각종 출판 만화를 판타지, 로맨스, 액션, 일상, 기타 등 5개 장르로 구분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오정도서관은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서 변별력을 갖기 위해 2024년 현재 만화를 소재로 한 11가지 프로그램을 70회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선정 시 만화로 한정 짓기보다는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아이패드 모션툰, 캐릭터툰, 한컷 일기툰 등 디지털 드로잉 등 관련 콘텐츠로 그 폭을 넓혀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한 캐릭터 만들기, 굿즈 제작 등 온라인 공방 창업 수업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의 관심 주제를 반영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취미활동을 넘어선 수익 창출의 기반을 제공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도서관 측은 만화도서 구입 시 이용자들이 많이 찾을 만한 책을 들이기 위해 2023년부터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기간 연 2회 만화 희망도서 수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수요조사에는 270명의 이용자가 참여해 817권을 신청했고 그중 415권을 선정해 구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연 4회 만화 신간도서를 수시로 확충하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연간 자료 구입량 8천175권 중 13%에 해당하는 1천78권을 만화책으로 구입했다. 잠시 쉬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 오정도서관은 만화특화도서관이면서도 공공도서관 본연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과의 협력·연계 등 독서복지 실현을 위한 도서관 사업을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찾아가는 만화교실’ 3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내 대명초, 덕산중, 수주고 등 3개교에서 도서관 나들이, 찾아가는 저자특강, 발달장애 청소년 대상 도서관 체험 및 독후활동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톡톡 책읽는 오정’ 코너를 통해 매월 1회 일반도서 10권, 아동도서 10권을 추천하고 있다. 이는 독자들이 만화책뿐 아니라 일반도서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갖고 독서량을 늘리도록 길잡이가 돼 주는 기획이다. 또 만화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즐기도록 분기별로 10~15권씩 선정해 장르 만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으며 연령대별 베스트 대출도서를 선정하는 등 이용객들을 배려하고 있다. 오정도서관은 구청이 부활함에 따라 구청사 내에 입주한 여러 공공기관과 더불어 책과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마음 먹고 책을 읽거나 빌리기 위해 찾는 문턱 높은 도서관이 아닌, 오며 가며 들러 잠시 쉬고, 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부천오정도서관 주소 : 부천시 오정구 성오로 172(오정동, 오정구청) 운영시간 : 월~목: 오전 9시~오후 10시 (아동실, 만화아지트(오전 9시~오후 6시) 토~일: 오전 9시~오후5시 휴관일 :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기쁨과 눈물·고통과 빛을 연주하다

살아있는 피아노의 전설,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지난달 20일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대전, 대구 등 국내 투어를 진행했다.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과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F장조,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다. 피아노 앞에서 70여년, 여전히 배움을 말하다 “저는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그 음악들을 사랑하고 배우기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944년생, 올해로 80세가 된 피아니스트가 전국 투어에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진행된 팬들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고 슈베르트, 쇼팽, 드뷔시 등 서정성이 짙은 음악을 자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끌리고 좋아하는 작곡가의 음악을 여전히 공부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으로 5세에 독주회를 열고 7세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신동이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첫 독주회부터 모차르트를 연주했노라 회상했다. 물리적인 세월만 따져 봐도 7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모차르트를, 피아노를 ‘공부’한 그녀는 현존하는 최고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임이 분명하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피레스는 모차르트 소나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조금씩 달리했다. 9월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과 13번,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고 전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드뷔시 대신 쇼팽의 ‘녹턴’을 선택했다. 명쾌하고 건강한 터치, 맑고 투명한 피레스의 음색은 모차르트 음악에서 절정의 빛을 낸다. 20대에 녹음한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은 발매 당시 이미 ‘완성형’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 그녀는 반세기 동안 자유로움과 깊이, 절제와 유연함을 더해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숙성시켜 왔다. 인격이 묻어 나는 음색, 삶에 대한 겸손함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무채색의 단순한 옷과 낮은 신발을 신고 무대에 등장한 피레스는 첫 곡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C장조’를 연주했다. 피레스의 연주는 따뜻하고 섬세하지만 주저함이 없었다. 대체로 양손 한 성부씩 단선율로 구성된 작품의 각 음과 프레이즈마다 피레스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었다. 앞선 대담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기쁨과 눈물, 고통과 빛이 한 프레이즈에 있다”고 표현한 바 있는데 피레스는 자신의 연주를 통해 그것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그런 피레스조차 모차르트보다는 드뷔시를 연주할 때 한결 편안해 보였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가 공통적으로 “모차르트가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데 70여년을 모차르트에 천착해 온 피레스도 예외는 아닌 것일까. 신동이었던 그녀가 연주자를 넘어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경과 지지의 대상이 된 데는 1999년 그녀가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해 고국에 설립한 ‘벨가이스 예술센터’와 2012년부터 벨기에에서 시작한 ‘파르티투라 프로젝트’의 의미와 역할 때문이다. 파르티투라 프로젝트는 크게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을 위한 합창단 운영과 경쟁 중심에 대안을 제시하는 워크숍을 들 수 있다. 음악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피레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으며 물질적인 표현보다 ‘영적인’ 것에 집중하는 그녀의 삶과도 직결된다. 피레스는 이번 내한을 통해 9월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 4개 도시에서 총 5회 공연을 가졌다. 잠시 대만에서 연주를 한 후 10월 2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를 협연한다.

우리말글과 사랑에 빠진 개그맨 정재환 [인터뷰]

개그맨으로 방송에 입문한 정재환씨는 한글운동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어머니와 같은 우리말글의 소중함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고 깨닫길 바란다는 그는 우리말 중 ‘한글’, ‘행복’, ‘훈민정음’, ‘하하, 호호, 히히’ 등 주요 단어와 웃음소리에 들어있는 닿소리(자음) ‘ㅎ’을 가장 좋아한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한국인답게’ 제대로, 잘 말할 수 있길 희망한다는 정씨의 우리말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글을 쫓는 삶 정재환씨는 1983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TV예능 MC, 라디오 DJ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다. MC 역할을 하다 보니 말 한마디의 파급력을 절실히 느꼈고 방송인으로서 올바르고 정확한 표현을 써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개그맨으로 데뷔해 15년 정도 개그맨으로 활동했고 5년 정도는 방송 진행을 했습니다. 개그맨으로 활동할 땐 주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기고 재미있게 할까, 어떻게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웃을까’만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을 웃기는게 제 일이고 웃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죠. 그런데 진행자로서 역할이 바뀌면서 우리말 사용에 대한 방법을 저 나름대로 찾았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한글과 사랑에 빠진 것이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할수록 의사소통도 자유롭다. 그러나 때때로 부정확한 언어로 얼버무려 말해도 대화 상대와의 친밀한 정도나 이야기하던 상황과 맞물려 알아듣고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 정씨는 “방송 언어는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사석에서 친구가 다소 횡설수설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능력을 갖고 있죠. 하지만 방송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확한 언어를 사용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말해야 합니다.” 20대 초반 방송과 인연을 맺은 정씨는 30대 후반 한글과 인연을 맺었다. 이전부터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깨달음으로 알음알음 해오던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학에서 우리말글 역사를 공부하면서부터다. 그는 이 시점을 두고 “삶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표현했다. “한글이 어머니 같은 정말 좋은 글자라는 걸 느꼈습니다. 최현배 선생, 이오덕 선생 등이 쓰신 한글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을수록 ‘우리말’의 소중함이 커지더군요.” 정씨는 마흔 살이 되던 2000년 성균관대 사학과에 입학해 방학 없이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학사를 3년 만에 끝냈고 동대학원에서 10년에 걸쳐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석사 논문 주제는 ‘한글 맞춤법 간소화 파동’, 박사 논문 제목은 ‘해방 후 조선어학회 활동’이었다. “학교 입학에 즈음해 한글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글의 역사, 우리말과 글의 역사가 궁금해 국문과가 아닌 사학과를 선택했고요.” 보통 사람을 위해 만든 글자를 지키는 보통 사람들 2000년은 만학도로서 학업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한글운동을 본격화한 해기도 하다. 1997~1998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영어공용화론에 대항하던 한글운동가들이 모여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키우고 가꾸자는 취지로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를 창립했다. “처음 영어공용화론이 나왔을 때 일제 식민지를 버틴 한글이 영어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강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환경운동을 벌이는 것처럼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움직이었던 것이죠.” 정씨는 한글문화연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2007년 ‘동사무소 명칭 변경’을 꼽았다. “2007년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당시 정부의 입장은 서류 위주의 행정업무 기구에서 폭넓게 시민들의 복지를 지원하고 문화활동 등을 포함하는 기관으로 확대하기 위해 센터(Center)로 바꾸겠다는 거였죠. 그런데 한글운동가들은 활동의 영역만 넓히고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었고 길거리 서명,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결국 동사무소라는 이름이 사라졌는데 좌절의 아픔이 무척 컸습니다.” 한편 정씨는 최근 우연히 만난 외국인 관광객이 쓰고 있던 모자에 적혀 있던 ‘한국’을 얘기하며 한글의 활용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한글이 적힌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하는 일이 참 드문데 ‘한국’이라는 글씨가 적힌 모자를 쓴 그 부부는 참 행복해하더군요.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 보니 스페인에서 온 관광객이었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것에 매력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수원의 상점 간판을 볼 때면 여기가 과연 ‘정조대왕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정씨는 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간판마다 적힌 외래어들을 한글로 표기하고 그런 노력이 수원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로 작년에 한글문화수도를 선언한 세종시에 대해서도 차곡차곡 한글을 도시의 상징으로 만들어 가길 바람을 드러냈다. “세종시가 행정도시라는 것 외에 문화적인 요소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세종’이라는 이름 자체가 큰 콘텐츠거든요. 세종시 출범 당시부터 최근까지 한글 간판 우선 표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점의 간판도 한글로 표기할 것을 조례 제정부터 차근차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별로 한글마을, 한글거리는 조성돼 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지키는 곳은 없거든요. 세종시가 한글문화수도로서 한글 관련 특화 도시가 되길 바라 봅니다.” 정씨는 2022년 8년간 강의하던 교수직을 내려놓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 책임연구원으로 속해 있다. 더불어 한글문화연대 한국어학교 교장으로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친다. 주로 읽고 쓰고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태생적으로 보통 사람을 위해 만든 글자라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텨온 것도 우리들의 삶과 함께 살아온 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앞으로 큰 목표보다는 그저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동네 할아버지가 됐을 때쯤엔 한국사,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제가 공부한 것들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훈민정음, 세계 속 ‘한글’이 되기까지

자신의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백성을 딱하게 여겨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 그리고 그런 세종의 글에 다양한 문법 체계와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 현대의 한글을 정착시킨 주시경. 무엇보다 한글의 생명력은 사대부의 배척과 일제의 탄압에도 명맥을 이어온 백성들의 삶에서 비롯된다. 한류의 중심 한글 ‘한류’라는 단어가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9년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해외 진출을 시작하면서 당시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중음악의 해외 홍보를 위해 ‘한류-Song from Korea’라는 이름의 음반을 제작한 것. 한국 음악과 한국 음식을 즐기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는 외국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최종적으로 ‘한글’에 쏠렸다. 사람들의 이러한 관심을 대변하듯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한국문화, 그중에도 한글을 차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2월 자사의 글로벌 혁신 플랫폼을 이용했으면 하는 연령대와 케이팝 팬의 연령대가 일치한다고 판단해 ‘코카콜라 제로 한류’ 제품을 전 세계 36개국에 출시했다. 콜라에 과일향을 입혀 한류를 표현한 ‘상큼한 최애 맛’을 만들었으며 제품 전면에 한글로 코카콜라를 새겼다. 한편 나이키는 한국문화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수년 전부터 ‘한글날’ 컬렉션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한글로 ‘나이키’를 새긴 운동화, 의류를 한정판으로 판매해 소비자들로부터 한글 디자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제품 가치를 높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파리 생제르맹 클럽 등 한국 축구 선수 소속 팀은 한국과 한글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한글 유니폼 및 신발을 선보였다. 백성을 위해 만든 문자, 훈민정음 조선 제4대 임금 세종은 왕이된 지 25년이 되는 해(1443년) 한글을 창제했다. 집현전 학자들에게 한글에 대한 자세한 풀이가 담긴 해설서 ‘훈민정음’을 집필하게 했고 마침내 세종 28년(1446년)에 한글을 반포했다. 전 세계 문자 중 훈민정음처럼 창제 과정을 기록한 책이 남아 있는 것은 한글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훈민정음은 한문으로 한글의 원리와 풀이, 예시를 쓴 ‘해례본’과 한문으로 쓴 훈민정음 일부를 우리말로 풀어 놓은 ‘언해본’ 두 가지가 남아 있다. 글자를 아는 것이 곧 권력이었던 시절에 글자를 몰라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왕이 모두가 익힐 수 있는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세종은 훈민정음 반포 무렵 한글이 우리말을 적는 데 무리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만들었다. 125장으로 구성된 최초의 국문 악장 용비어천가를 통해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지 본래 단어의 형태를 나타낼지 등 표기 체계와 소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한글의 활용도와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오랜 시간 글자 권력을 공고히 해 온 당시 사대부는 물론이고 실학자들도 한글을 철저히 배척했다. 신분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린이들이 한자를 배우기 전 선행학습 차원에서 한글을 익히거나 편지를 쓸 때나 한글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한글’의 아버지, 주시경 훈민정음 창제 이후 줄곧 훈민정음 혹은 정음으로 불리거나 언문, 암글(암놈이 쓰는 글), 아해글(아이들이 쓰는 글) 등 낮춤 말로 불리던 것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현대의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을 정리해 보다 체계적인 언어로 거듭나게 한 인물이 주시경 선생이다. 주시경이 37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한 뒤에도 그의 뜻을 이어받은 제자 최현배, 김윤경, 이윤재, 이병기 등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됐던 ‘말모이 사업’을 광복 이후 ‘조선말큰사전’ 사업으로 확장·재개한다. 1947년부터 1958년까지 총 6권으로 완간한 조선말큰사전은 현재도 ‘우리말큰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배포되고 있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우리동네 독립서점 '수연목서'

영국의 초대 총리 윈스턴 처칠은 폭격으로 무너진 하원 재건을 위한 연설에서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수연목서’ 대표 최수연씨도 이런 믿음으로 수연목서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작가로서 작업실로 계획했던 곳을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게 된 계기와 수연목서를 채운 책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과 건축이 담긴 공간 수연목서는 2021년 여주시 산북면에 문을 열었다. 자녀들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동네에서 사진가인 최수연씨와 그의 아내의 가구 작업실 겸 공방을 염두에 두고 건축한 이 건물은 애초에 서울시립대 이충기 교수에게 건축을 의뢰할 때부터 작업자의 정체성이 잘 드러날 것을 주문했다. “땅 위에 건물을 지으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텐데 우선 아름답고 의미 있는 건축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간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평소 생각과 ‘수연목서’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의미를 더하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공간에 대한 애착과 노력은 2021년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빛을 발했다. 최씨는 수연목서를 오픈한 지 1년쯤 지나 작업실로만 사용하던 공간에 작업물을 전시하고 일반인이 편하게 들를 수 있도록 서점으로 꾸몄다. 사진과 건축 관련 서적을 주로 큐레이팅하고 있으며 평소 생각에만 머물러 있던 공간 나눔을 실천하고자 책방을 운영하게 됐다. “책만 판매한다고 하면 손님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 것 같아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북카페로 오해하는 것 같아요. 수연목서는 책방이면서 갤러리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 공간입니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사진 작품과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가구와 공예가 더해졌죠.” 국내외 사진 작가들 소개하고파 서점과 카페, 목공소와 갤러리, 사진 작업실 등이 세분화돼 있는 수연목서는 내년 5월까지 계획이 잡혀 있을 정도로 사진전이 상시 열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죽, 목공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공예품을 전시해 문화공간으로서 의미를 더 한다. “앞으로도 사진과 건축을 주로 다루는 서점으로서 국내외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는 것이 수연목서의 장기적인 계획입니다. 수연목서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데 차차 공연에 대한 계획도 더해 나갈 예정이고요. 모쪼록 수연목서가 책과 사진,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