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사상자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폭격 맞은 듯 처참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29일 오후 3시30분께 큰불이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 일대는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냉동ㆍ냉장창고 용도로 지어지는 이 물류창고는 창문이 모두 깨지고 검게 그을렸다. 완공을 2개월 앞둔 신축 건물이었지만, 1층 입구 위에 설치된 지붕은 불로 인해 엿가락 처럼 구부러지는 등 건물은 폐허를 연상케 했다. 사고 현장 주변 일대는 화재 폭발로 인해 부서진 건물 파편 등이 널브러져 있어 당시 화재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곳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난 건 이날 오후 1시30분께다. 큰 불길이 잡혀 많은 연기가 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하에서는 여전히 유독성 연기가 뿜어 나오고 있었다.

오후 4시께. 소방대원들은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구급차로 서둘러 옮겨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샌드위치 판넬로 짓고 있던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한 목격자에 따르면 “불이 날 당시 현장에서 ‘펑’하는 소리가 2번 연달아 났다”며 “그 이후 대량의 연기가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공사현장에서 갑자기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금세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고 덧붙였다.

해당 물류창고는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방식으로 지어졌으며, 샌드위치 패널 구조 형태로 돼 있어 지하에서 발생한 불이 빠르게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오후 38명이 사망한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 등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왼쪽) 화재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엄태준 이천시장 등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전형민ㆍ윤원규기자
29일 오후 38명이 사망한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 등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왼쪽) 화재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엄태준 이천시장 등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전형민ㆍ윤원규기자

이날 현장에서 골절상을 입은 중상자와 가벼운 화상이나 연기 흡입 증상을 보인 경상자도 발생했다. 부상자들은 이천 관내 병원과 수원 아주대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이천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이송된 환자들이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심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며 “그런 와중에도 부상자가 ‘현장에 함께 있던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라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이천 내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찰과상이나 타박상 정도로 큰 부상은 없지만, 안정이 필요한 상태로 하루 동안 입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면적 1만1천43㎡ 규모로 2018년 5월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이 물류창고는 지난해 4월23일 착공했으며 오는 6월30일 완공 예정이었다. 이날 공정률은 85%가량으로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뒤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날 공사 현장에는 9개 업체 78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당수는 지하 2층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 발화한 지하 2층에서는 마감재 작업이 한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불은 오후 6시41분께 완진됐다.

김해령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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