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앞에, 뒤로 밀린 안전… "노조 현장감독 참여 필요"

"시공사 '불법 지시'에 노동자가 맞설 수 있는 환경 조성 돼야"

38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나온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원인이 우레탄폼 발포와 용접 작업이 안전장치 없이 동시 진행됐기 때문으로 추정(경기일보 5일자 1면)되는 가운데, 시공사의 ‘불법 지시’에 노동자가 맞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경우 우레탄폼 발포 작업과 승강기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 진행된 것이 발화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계당국은 우레탄폼 발포 시 유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에서 용접 시 발생한 불꽃이 반응,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규칙은 인화성 물질이 존재해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통풍ㆍ환기 및 분진 제거 등 조치를 해야 하고, 용접 작업장 반경 10m 안에 인화성 물질을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인화성 물질이 있는 공간에서 용접 작업을 할 경우 덮개를 씌우거나 방호벽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이천 참사 역시 아직 정확한 발화 원인은 경찰 수사 중이지만, 유가족 및 생존자 등은 사고 당시 시공사의 ‘불법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공사현장 노동자 대부분이 하청 또는 일용직인 탓에 시공사가 잘못된 지시를 내려도 따를 수밖에 없어, 이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공사현장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동조합의 현장 감독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의 공사현장 감독계획에 노동조합의 참여 보장이 없는 것은 형식적인 감독과 서류상에서만 존재하는 재발 방지 대책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 관계자는 “인원도 부족한 고용노동부가 독점 중인 공사현장 감독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노동조합에도 일정 부분 나눠야 한다”며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감독에 참여하면, 시공사의 불법 지시를 노동자가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사현장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오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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