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추격 나선 KT, 부상 이어 ‘날씨 변수’ 극복 과제

호시탐탐 상위권을 노리고 있는 KT 위즈가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아온 ‘부상’에 이어 날씨가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T는 2020시즌 정규리그 2위로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지난해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잇따른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하위권을 맴돌다가 6월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7월 2일 이후 줄곧 4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2, 3위 LG, 키움과의 격차도 각각 6경기, 5경기로 좁힌 상태여서 잔여 시즌 동안 충분히 2위도 노려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이달 중순 중심타자인 강백호가 부상에서 돌아올 예정이어서 지난 6월 보여줬던 ‘강백호 시너지’를 발휘할 경우 2위 경쟁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시즌 내내 이어진 부상과 더불어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장기 레이스와 무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로 주전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데다 기후 변화로 비가 자주 내리면서 취소된 경기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막판 순위 싸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현재 우천으로 취소된 KT의 경기는 8경기로 두산, NC(이상 9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앞으로도 태풍과 국지성 호우로 인해 취소 경기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시즌 막판 취소 경기의 재편성에 따른 더블헤더 경기가 많아질 수 있다. 이 경우 투수들의 연투 부담감과 야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2위권과의 격차가 다소 있는 상황에서 추격하는 KT로서는 자칫 오버 페이스로 인해 정작 ‘가을야구’에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더욱이 오는 13일부터 정규리그가 3연전에서 2연전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이틀마다 이동해야 하는 선수들은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가 많아질 경우 부담감은 가중된다. 다행히 선발 마운드가 탄탄한 것이 장점이지만 불펜진이 예년만 못해 시즌 막판 과부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과제다. 따라서 KT로서는 잔여 경기에서 6선발 가동과 ‘불펜 데이’ 운용, 때로는 잡을 경기는 잡고 버릴 경기는 과감히 버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이강철 KT 감독은 “무리하게 상위권을 따라잡는 전략보다 우리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한 두 번쯤 기회는 올 것이다. 최근 흐름을 이어가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겠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더욱 중요한 시기인 만큼 부상 선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선학기자

도의회 염종현 의장, 남경순·김판수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원구성 완료

장장 1개월여간 파행을 겪은 제11대 경기도의회가 의장과 부의장을 비롯한 전반기 원 구성을 마쳤다. 경기도의회는 9일 ‘제362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염종현 의원(부천1)을 의장으로, 국민의힘 남경순(수원1), 민주당 김판수 의원(군포4)을 부의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이날 진행된 의장 선거에서 도의원 156명이 전원 참여한 가운데 1차 투표에선 민주당 염 의원 70표, 국민의힘 김규창 의원 60표, 무효 26표가 나왔다. 1차 투표에서 출석 과반수를 득표한 의원이 나오지 않아 진행한 2차 투표에선 염 의원 83표, 김 의원 71표, 무효 1표, 기권 1표가 나와 염 의원이 의장이 됐다. 당초 이날 의장 선거에선 염 의원보다 김 의원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도의회 회의 규칙에 따라 1~2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다면 결선 투표를 실시하고, 여기서도 동률일 경우 연장자가 당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소 5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염 의원이 의장직을 차지하게 됐다. 염 신임 의장은 이날 당선 소감을 통해 “협치를 통해 도와 도의회의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의장 선거에서는 남경순 의원이 전체 152표 중 134표, 김판수 의원은 150표 중 136표를 얻었다. 남 의원은 “민생 위기가 심각하다. 도민을 위한 의정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도민만 바라보고 도민을 위해 행동하는 의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도의회는 상임위원장 12명도 각각 선출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6명씩이며, 선호도가 높은 운영위원회 위원장 등 3개 상임위 위원장은 의장 선거에서 패한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운영위 위원장은 김정영 의원(국민의힘·의정부1), 기획재정위 위원장은 지미연 의원(국민의힘·용인6), 경제노동위 위원장은 김완규 의원(국민의힘·고양12), 안전행정위 위원장은 안계일 의원(국민의힘·성남7), 농정해양위 위원장은 김성남 의원(국민의힘·포천2), 도시환경위 위원장은 백현종 의원(국민의힘·구리1), 문화체육관광위 위원장은 이영봉 의원(민주당·의정부2), 보건복지위 위원장은 최종현 의원(민주당·수원7), 건설교통위 위원장은 김종배 의원(민주당·시흥4), 여성가족평생교육위 위원장은 김재균 의원(민주당·평택2), 교육기획위 위원장은 황진희 의원(민주당·부천4), 교육행정위 위원장은 김미리 의원(민주당·남양주2)이다. 임태환기자

제11대 경기도의회 전반기 부의장 선출 [포토뉴스]

[현장, 그곳&] 산사태 덮쳐 ‘참혹’... 일상이 무너졌다

“하늘에 구멍이 난 건지... 토사가 쓸려 내려오는 게 시간 문제일 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수도권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경기지역 곳곳에서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추가로 예보된 폭우에 야산 인근 주민들의 산사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오전 광명 종합사회복지관. 복지관 6층에 위치한 다목적체육관에는 간밤에 내린 폭우로 인해 발생한 침수와 산사태로 ‘보금자리’를 잃은 수재민들이 모여 있었다. 체육관 안에는 임시 텐트가 약 24개 설치된 상태였고, 입을 옷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뛰쳐 나온 수재민들은 광명시와 적십자사가 가져다 준 죽이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최용진씨(67)는 “어제 오후 10시부터 황토색 흙이 집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잠시 짬을 내 집을 찾았더니 집 안이 온통 토사로 범벅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양평에서도 산사태 공포는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새벽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에선 산비탈에 들어서려다 공사가 멈춘 단독주택 개발 구역의 토사가 유출됐다. 비탈 아래 마을 주민들은 그대로 산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 A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산사태 위험이 큰데 경사가 가파른 곳에 주택 허가를 내준 게 잘못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군포시 산본동의 빌라 단지에서도 평소 자연의 풍경으로 여겼던 인근 산은 언제 재앙을 가져다 줄지 모르는 불길한 대상이 됐다. 주민 김형우씨(67)는 빌라 뒤쪽과 마주한 5m 높이의 산 비탈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산비탈 가운데 수로에는 빗물이 폭포처럼 휘몰아쳐 내려오고 있었지만 토사가 흘러내려오면 이를 막아줄 방어막은 고작 얇은 철제 울타리뿐이었다. 그는 “밤새 산에서 세차게 물이 흘러와 한숨도 편히 못 잤다”며 “비가 더 온다는 데 행여 산사태가 나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시 오포읍의 한 아파트 단지의 상황은 이보다 더 열악했다. 인근 야산과 접해 있는 아파트 단지 뒤쪽은 기본적인 울타리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우를 그대로 버텨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밤 일부 주민들은 산사태 우려에 2시간 간격으로 토사 유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부천시가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한 소사본동 일대에서도 주민들의 우려는 계속됐다. 이 구역 안에는 주택가와 진영고 앞 사찰의 경사지 등이 함께 포함돼 있는 데다 토사 보다는 돌이나 바위가 많아 산사태 시 더 큰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주민 B씨(63)는 “어제는 너무 비가 많이 와 돌이 떨어져 굴러 내려오면 어떡하나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도내 누적 강수량은 여주 산북 419.5㎜, 양평 408㎜, 광명 390㎜, 광주 33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10일에도 수도권 ‘물폭탄’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남부·인천 등은 100~200㎜(많은 곳은 350㎜ 이상), 경기 북부 등은 50~100㎜(많은 곳은 200㎜ 이상)이다. 지방종합

[경기만평] 난리통에 고립된...

고립된 마을...필사의 탈출 [포토뉴스]

[휴먼시티 수원] 숨 막히는 일상…숲, 쉬어볼까

자연 속 흠뻑… 수원 여름 명소 10곳 수원특례시가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름철 명소 10곳을 선정했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여름철 풍광은 물론 새로 조성된 경관까지 아름다운 장소 곳곳을 물색하고 발굴했다. ■ 초록세상이 주는 싱그러움, 만석공원 장안구 송죽동 248번지에 위치한 만석공원은 1998년 조성된 후 꾸준하게 관리되면서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공원 전체가 초록으로 뒤덮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성인 몸통보다 큰 거대한 연잎들이 수면을 반쯤 덮은 여름만의 정취를 감상하기 좋다. 수변 덱(deck)길을 이용하면 연잎으로 만들어진 초록 물결 위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 낙락장송 사이로 느끼는 고즈넉함, 노송공원 정조대왕의 효심을 담아 능행차길에 심었다고 알려진 소나무들이 낙락장송이 돼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노송지대. 현재 3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되고 있는 노송지대 중 장안구 이목동 768 일원 노송지대 2구역(삼풍농원~중부세우관)을 따라 조성된 노송공원은 길고 유려하게 뻗은 소나무들이 시원한 여름철 경관을 선물한다. 통행량이 많은 경수대로와 연접해 있지만 키가 큰 나무들 덕분에 차량소음은 거의 차단되고 온갖 풀벌레 소리가 귓전을 가득히 채운다. ■ 길게 뻗은 무궁화 가로수길,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진입로는 여름철에 특화된 꽃길 산책이 가능하다. 여름꽃의 대표주자인 무궁화 나무로 가로수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무궁화 나무는 키가 작은 편이라 가로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이곳은 550m에 달하는 진입로 양쪽에 무궁화를 심고 우산 모양으로 수형을 가꿨다. 진입로 왼쪽으로 도보가 마련돼 산책 삼아 걸으면서 한쪽으로는 성인 눈높이에 활짝 피어있는 무궁화를 보고 한쪽으로는 산림자원 연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은 아름드리 나무들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 연꽃·해바라기 등 여름꽃 만개, 탑동시민농장 여름꽃 대표주자들이 만개한 탑동시민농장은 수원의 여름철 핫플레이스다. 텃밭 외 경관단지에 식재된 연꽃과 해바라기가 늦여름을 맞아 활짝 피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진흙 속에서 성인 키보다 높이 자란 압도적인 크기의 연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홍련과 백련이 주를 이룬 가운데 꽃잎 하나하나 수채화 물감으로 물들인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시원한 도심 산책로, 권선동 완충녹지 권선구 주거밀집지역인 권선지구 주변으로 조성된 완충녹지는 ‘산책 효자’다. 도로와 인접한 생활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완충녹지가 수십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을 지키는 울창한 숲처럼 자라났기 때문이다. 효정초등학교 앞부터 선일초 삼거리 앞까지 1천300m가량 이어지는 완충녹지 산책로에 들어서면 숲길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온종일 피고 지는 나라꽃, 수원무궁화원 시가 무궁화 양묘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수원무궁화원도 여름철을 맞아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권선구 고색동 7-175 일원 1만2천여㎡ 규모의 무궁화원에서는 제철을 맞은 무궁화가 매일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원무궁화원에는 250여 품종, 2만4천여주의 무궁화가 있으니 산책로를 따라가며 천차만별 무궁화의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있다. ■ 아기자기한 풍경, 효원공원 효원공원도 여름철 아름다운 경관으로 손꼽힌다. 경기도아트센터와 연계된 효원공원은 14만㎡가 넘는 면적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원 곳곳에는 여름꽃 무궁화가 계절을 알리고, 백일홍나무로 잘 알려진 배롱나무가 화려하면서도 시원한 자줏빛 색감을 자랑한다. 공원 둘레를 산책로로 연결하는 길에는 맥문동과 야생화가 식재돼 걷는 재미를 더한다. ■ 바람 통하는 잔디광장, 청소년문화공원 인계동 324-5 청소년문화공원은 ‘도심 속 허파’ 같은 곳이다. 빽빽하게 채워 넣기보다는 공간에 여유를 줘 도심 속 바람이 지나는 길 역할을 한다. 너른 초록색 잔디밭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면서 곳곳에 무궁화도 식재돼 꽃을 찾는 재미도 있다. 지난 2017년 산림청이 지정한 무궁화 명소로 올해 제32회 수원무궁화축제가 개최된 흔적으로 덴마크무궁화와 부용 등 생소한 종류도 아직 남아 있다. ■ ‘남제장류’ 장관 수원천 정조가 사랑한 버드나무가 즐비한 수원천의 한여름은 수원8경 중 하나로 ‘남쪽 제방에 길게 늘어선 버드나무’라는 의미의 ‘남제장류(南堤長柳)’가 꼽히는 이유를 말 대신 풍경으로 설명해준다. 줄지어 서 있던 수양버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화홍문에서 매향교에 이르는 구간은 여전히 여름철마다 장관을 이룬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듯 버드나무 가지가 향하는 끝에 흐르는 수원천과 화홍문의 모습은 더위마저 잊게 한다. ■ 수국정원 만남을 기약하며, 신동수변공원 신동수변공원은 신동지구 내 원천천과 연계된 공원이다. 지난 2017년 2만4천여㎡ 규모로 조성돼 최근까지 가꿔지고 있는데 올여름에는 수국정원을 조성해 공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6월 초여름에 다양한 품종의 2천700본에 달하는 수국을 식재해둔 상태여서 내년 6월이면 아름다운 수국정원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민기자

[생각하며 읽는 동시] 수박

수박 김명숙 내 머리보다 큰 수박을 샀다 가운데를 쩍 갈랐다 잘 익어 달디 단 수박 나누어 먹으니 더 달다 뱉어낸 씨앗으론 글씨를 썼다 수박 수박 수박...... 이라고 쓴 까만 글씨가 박수박수박수......로 읽혔다 잘 익은 게 박수 받을 만하다 박수 받을 만한 잘 익은 삶 여름 과일 가운데 가장 먹음직스러운 건 아무래도 수박이 아닐까 싶다. 우선 덩치부터가 그렇고, 속살은 또 어떤가? 벌겋게 익은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돋운다. 여기에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즐거움이 있다. 제아무리 여름 햇살이 뜨거워도 수박을 앞에 놓고 먹을 때만은 덥지 않았던 추억을 필자는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뱉어낸 씨앗으론 글씨를 썼다/수박 수박 수박....../이라고 쓴 까만 글씨가/박수박수박수......로 읽혔다’. 시인은 잘 익은 수박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니 칭송했다. 이 수박 예찬론은 여기서만 멈추지 않고 인간사(人間事)에까지 암시를 던진다. 우리네 삶에서 ‘익는다’는 건 뭘 의미할까? 그렇다. 사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삶이란 생각이 든다. 주어진 자기 일에 열심히 매달리는 것, 땀을 쏟는 것, 스스로 만족하는 것, 빙긋이 웃는 것. 이 모두 박수 받을 만하지 않은가? 며칠 전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모여 점심을 함께했다. 다들 주름진 얼굴에 허연 머리들이었지만 입가엔 웃음이 맴 돌았다. 이 동시를 읽다가 그 친구들 얼굴이 떠오른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들도 다 ‘잘 익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알고 보면 수박이나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