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산사태 덮쳐 ‘참혹’... 일상이 무너졌다

“하늘에 구멍이 난 건지... 토사가 쓸려 내려오는 게 시간 문제일 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수도권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경기지역 곳곳에서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추가로 예보된 폭우에 야산 인근 주민들의 산사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오전 광명 종합사회복지관. 복지관 6층에 위치한 다목적체육관에는 간밤에 내린 폭우로 인해 발생한 침수와 산사태로 ‘보금자리’를 잃은 수재민들이 모여 있었다. 체육관 안에는 임시 텐트가 약 24개 설치된 상태였고, 입을 옷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뛰쳐 나온 수재민들은 광명시와 적십자사가 가져다 준 죽이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최용진씨(67)는 “어제 오후 10시부터 황토색 흙이 집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잠시 짬을 내 집을 찾았더니 집 안이 온통 토사로 범벅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양평에서도 산사태 공포는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새벽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에선 산비탈에 들어서려다 공사가 멈춘 단독주택 개발 구역의 토사가 유출됐다. 비탈 아래 마을 주민들은 그대로 산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 A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산사태 위험이 큰데 경사가 가파른 곳에 주택 허가를 내준 게 잘못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군포시 산본동의 빌라 단지에서도 평소 자연의 풍경으로 여겼던 인근 산은 언제 재앙을 가져다 줄지 모르는 불길한 대상이 됐다. 주민 김형우씨(67)는 빌라 뒤쪽과 마주한 5m 높이의 산 비탈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산비탈 가운데 수로에는 빗물이 폭포처럼 휘몰아쳐 내려오고 있었지만 토사가 흘러내려오면 이를 막아줄 방어막은 고작 얇은 철제 울타리뿐이었다. 그는 “밤새 산에서 세차게 물이 흘러와 한숨도 편히 못 잤다”며 “비가 더 온다는 데 행여 산사태가 나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시 오포읍의 한 아파트 단지의 상황은 이보다 더 열악했다. 인근 야산과 접해 있는 아파트 단지 뒤쪽은 기본적인 울타리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우를 그대로 버텨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밤 일부 주민들은 산사태 우려에 2시간 간격으로 토사 유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부천시가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한 소사본동 일대에서도 주민들의 우려는 계속됐다. 이 구역 안에는 주택가와 진영고 앞 사찰의 경사지 등이 함께 포함돼 있는 데다 토사 보다는 돌이나 바위가 많아 산사태 시 더 큰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주민 B씨(63)는 “어제는 너무 비가 많이 와 돌이 떨어져 굴러 내려오면 어떡하나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도내 누적 강수량은 여주 산북 419.5㎜, 양평 408㎜, 광명 390㎜, 광주 33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10일에도 수도권 ‘물폭탄’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남부·인천 등은 100~200㎜(많은 곳은 350㎜ 이상), 경기 북부 등은 50~100㎜(많은 곳은 200㎜ 이상)이다. 지방종합

[경기만평] 난리통에 고립된...

고립된 마을...필사의 탈출 [포토뉴스]

[휴먼시티 수원] 숨 막히는 일상…숲, 쉬어볼까

자연 속 흠뻑… 수원 여름 명소 10곳 수원특례시가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름철 명소 10곳을 선정했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여름철 풍광은 물론 새로 조성된 경관까지 아름다운 장소 곳곳을 물색하고 발굴했다. ■ 초록세상이 주는 싱그러움, 만석공원 장안구 송죽동 248번지에 위치한 만석공원은 1998년 조성된 후 꾸준하게 관리되면서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공원 전체가 초록으로 뒤덮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성인 몸통보다 큰 거대한 연잎들이 수면을 반쯤 덮은 여름만의 정취를 감상하기 좋다. 수변 덱(deck)길을 이용하면 연잎으로 만들어진 초록 물결 위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 낙락장송 사이로 느끼는 고즈넉함, 노송공원 정조대왕의 효심을 담아 능행차길에 심었다고 알려진 소나무들이 낙락장송이 돼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노송지대. 현재 3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되고 있는 노송지대 중 장안구 이목동 768 일원 노송지대 2구역(삼풍농원~중부세우관)을 따라 조성된 노송공원은 길고 유려하게 뻗은 소나무들이 시원한 여름철 경관을 선물한다. 통행량이 많은 경수대로와 연접해 있지만 키가 큰 나무들 덕분에 차량소음은 거의 차단되고 온갖 풀벌레 소리가 귓전을 가득히 채운다. ■ 길게 뻗은 무궁화 가로수길, 국립산림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진입로는 여름철에 특화된 꽃길 산책이 가능하다. 여름꽃의 대표주자인 무궁화 나무로 가로수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무궁화 나무는 키가 작은 편이라 가로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이곳은 550m에 달하는 진입로 양쪽에 무궁화를 심고 우산 모양으로 수형을 가꿨다. 진입로 왼쪽으로 도보가 마련돼 산책 삼아 걸으면서 한쪽으로는 성인 눈높이에 활짝 피어있는 무궁화를 보고 한쪽으로는 산림자원 연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은 아름드리 나무들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 연꽃·해바라기 등 여름꽃 만개, 탑동시민농장 여름꽃 대표주자들이 만개한 탑동시민농장은 수원의 여름철 핫플레이스다. 텃밭 외 경관단지에 식재된 연꽃과 해바라기가 늦여름을 맞아 활짝 피어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진흙 속에서 성인 키보다 높이 자란 압도적인 크기의 연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홍련과 백련이 주를 이룬 가운데 꽃잎 하나하나 수채화 물감으로 물들인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시원한 도심 산책로, 권선동 완충녹지 권선구 주거밀집지역인 권선지구 주변으로 조성된 완충녹지는 ‘산책 효자’다. 도로와 인접한 생활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완충녹지가 수십년의 세월 동안 사람들을 지키는 울창한 숲처럼 자라났기 때문이다. 효정초등학교 앞부터 선일초 삼거리 앞까지 1천300m가량 이어지는 완충녹지 산책로에 들어서면 숲길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 온종일 피고 지는 나라꽃, 수원무궁화원 시가 무궁화 양묘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수원무궁화원도 여름철을 맞아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권선구 고색동 7-175 일원 1만2천여㎡ 규모의 무궁화원에서는 제철을 맞은 무궁화가 매일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원무궁화원에는 250여 품종, 2만4천여주의 무궁화가 있으니 산책로를 따라가며 천차만별 무궁화의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있다. ■ 아기자기한 풍경, 효원공원 효원공원도 여름철 아름다운 경관으로 손꼽힌다. 경기도아트센터와 연계된 효원공원은 14만㎡가 넘는 면적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원 곳곳에는 여름꽃 무궁화가 계절을 알리고, 백일홍나무로 잘 알려진 배롱나무가 화려하면서도 시원한 자줏빛 색감을 자랑한다. 공원 둘레를 산책로로 연결하는 길에는 맥문동과 야생화가 식재돼 걷는 재미를 더한다. ■ 바람 통하는 잔디광장, 청소년문화공원 인계동 324-5 청소년문화공원은 ‘도심 속 허파’ 같은 곳이다. 빽빽하게 채워 넣기보다는 공간에 여유를 줘 도심 속 바람이 지나는 길 역할을 한다. 너른 초록색 잔디밭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면서 곳곳에 무궁화도 식재돼 꽃을 찾는 재미도 있다. 지난 2017년 산림청이 지정한 무궁화 명소로 올해 제32회 수원무궁화축제가 개최된 흔적으로 덴마크무궁화와 부용 등 생소한 종류도 아직 남아 있다. ■ ‘남제장류’ 장관 수원천 정조가 사랑한 버드나무가 즐비한 수원천의 한여름은 수원8경 중 하나로 ‘남쪽 제방에 길게 늘어선 버드나무’라는 의미의 ‘남제장류(南堤長柳)’가 꼽히는 이유를 말 대신 풍경으로 설명해준다. 줄지어 서 있던 수양버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화홍문에서 매향교에 이르는 구간은 여전히 여름철마다 장관을 이룬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듯 버드나무 가지가 향하는 끝에 흐르는 수원천과 화홍문의 모습은 더위마저 잊게 한다. ■ 수국정원 만남을 기약하며, 신동수변공원 신동수변공원은 신동지구 내 원천천과 연계된 공원이다. 지난 2017년 2만4천여㎡ 규모로 조성돼 최근까지 가꿔지고 있는데 올여름에는 수국정원을 조성해 공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6월 초여름에 다양한 품종의 2천700본에 달하는 수국을 식재해둔 상태여서 내년 6월이면 아름다운 수국정원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민기자

[생각하며 읽는 동시] 수박

수박 김명숙 내 머리보다 큰 수박을 샀다 가운데를 쩍 갈랐다 잘 익어 달디 단 수박 나누어 먹으니 더 달다 뱉어낸 씨앗으론 글씨를 썼다 수박 수박 수박...... 이라고 쓴 까만 글씨가 박수박수박수......로 읽혔다 잘 익은 게 박수 받을 만하다 박수 받을 만한 잘 익은 삶 여름 과일 가운데 가장 먹음직스러운 건 아무래도 수박이 아닐까 싶다. 우선 덩치부터가 그렇고, 속살은 또 어떤가? 벌겋게 익은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돋운다. 여기에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즐거움이 있다. 제아무리 여름 햇살이 뜨거워도 수박을 앞에 놓고 먹을 때만은 덥지 않았던 추억을 필자는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뱉어낸 씨앗으론 글씨를 썼다/수박 수박 수박....../이라고 쓴 까만 글씨가/박수박수박수......로 읽혔다’. 시인은 잘 익은 수박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니 칭송했다. 이 수박 예찬론은 여기서만 멈추지 않고 인간사(人間事)에까지 암시를 던진다. 우리네 삶에서 ‘익는다’는 건 뭘 의미할까? 그렇다. 사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삶이란 생각이 든다. 주어진 자기 일에 열심히 매달리는 것, 땀을 쏟는 것, 스스로 만족하는 것, 빙긋이 웃는 것. 이 모두 박수 받을 만하지 않은가? 며칠 전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 모여 점심을 함께했다. 다들 주름진 얼굴에 허연 머리들이었지만 입가엔 웃음이 맴 돌았다. 이 동시를 읽다가 그 친구들 얼굴이 떠오른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들도 다 ‘잘 익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알고 보면 수박이나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사설] 수도권 역대급 폭우, 피해 복구·예방 최선 다해야

지난 8일부터 수도권 전체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물폭탄으로 사망·실종·부상자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이재민도 수백 명 발생했다. 특히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겨 아수라장이 됐다. 지하철 역사와 선로에 물이 넘치고, 도로가 무너지고 잠겨 곳곳에서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주택과 상가, 주차장이 침수된 곳도 많다. 지반침하와 싱크홀이 생기고,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도 났다.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수도권이 마비되면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교통대란 속에 큰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오전 0시부터 9일 오전 11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서울(기상청) 425.5㎜, 경기 여주 산북 415㎜, 양평 옥천 402㎜, 광주 396.5㎜ 등이다. 7월 한 달간 내릴 비의 양이 하루만에 쏟아진 것이다. SNS에는 물바다가 된 도로나 지하철 역사, 그 속에 갇힌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시시각각 올라 왔다. 물폭탄에 속수무책인 처참한 상황은 마치 재난영화를 방불케 했다.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는 102년 만에 내린 역대급 폭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호우로 9일 오후 7시 현재 사망 9명, 실종 6명, 부상 9명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재민도 400여명 발생해 인근 학교와 주민센터, 체육관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각 소방본부에는 수백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문제는 이런 집중호우가 11일까지 수도권에 100~300㎜ 더 내린다는 것이다. 경기남부는 350㎜ 이상 쏟아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 만큼 더 내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대본은 9일 오전 1시를 기해 대응 수위를 ‘비상 3단계’로 올렸다. 풍수해 위기 경보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산림청은 오전 11시 전국 49개 시·군에 산사태 예보가 발령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복구 대책을 지시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각한데 11일까지 폭우가 더 내린다니 걱정과 불안감이 크다. 주민 불편과 피해가 큰 만큼 응급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 지반 등이 약해져 2차 피해가 예상되므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경찰, 소방, 지자체 공무원 등의 역할이 크다. 재난 관리는 예방과 재발 방지가 우선이다. 기상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사전 대비하기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수해위험지구에 대한 정비 등 되풀이되는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사설] 취업률 100% 반도체 마이스터高 설립/용인, 수원, 평택, 화성...어디가 좋겠나

경기도에 반도체 마이스터고가 설립될 것 같다.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 정책백서에 담겼다. 인수위가 8일 경기교육을 이끌 로드맵을 공개했다. 10대 정책목표, 25대 정책과제, 80대 추진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에 주목되는 것은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이다. 학생 맞춤형 직업·진로교육을 위한 ‘High Tech 고등학교 설립’이고, 이를 위해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 반도체는 경제안보 및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미래 전략산업이다. 이를 현장에서 만들어갈 전문 인력 양성은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10년간 15만명 인재 양성’이라는 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여기서의 인력은 주로 학사, 석사급의 연구 인력이다. 전문가들이 생산 현장에서의 인력 충원 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내놨다. 그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 고등학교를 만든다는 게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 구상이다. 시의 적절한 구상이다. 반도체 마이스터고의 잠재력은 이미 증명됐다. 앞선 예로 충북 반도체 마이스터고가 있다. 출발은 1969년 종합고등학교였다. 2010년 반도체 장비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지금은 반도체제조과, 반도체장비과, 반도체케미컬과로 세분화돼 있다. 졸업생의 진로가 놀라울 정도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재학 중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취업 약정을 맺는다. 2013년 첫 졸업생 이후 현재까지 취업률은 거의 100%(일부 진학)에 육박하고 있다. 인수위 구상에는 구체성도 보인다. 폐교 부지 활용안을 내놓고 있는데, 전국 단위 기숙 형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등학교를 반도체고로 전환하는 방법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설립 지역이다. 인수위 안에는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으로만 규정돼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라면 용인 외에도 수원, 평택, 화성이 있다. 이들 지역에도 희망 학교나 희망 여론이 있을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있다. 경기도가 2019년부터 시작한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 프로젝트다. 27개 기관 중 15곳을 동·북부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이전 부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공개 경쟁했다. 해당 지역의 민의가 충분히 반영됐다. 시민의 관심도 크게 높였다. 반도체 마이스터고를 모든 지역에 만들 수는 없다. 결국 한 곳을 우선 선택해야 하는데, 그 결정 과정을 공개 경쟁으로 하면 괜찮을것 같다. 반도체 마이스터 설립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임태희 교육감 4년, 이 하나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지지대] 채솟값 고공행진

심술도 이런 심술이 없다. 장맛비에 밤에는 바람도 한 줌 안 분다. 땀은 비오듯 흘러내린다. 누가 열대지방에서 이런 무더위를 밀수했을까. 피부에 와닿는 불쾌지수도 그렇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도 역대급이다. ▶폭염 말고도 서민들을 괴롭히는 게 또 있다.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 중인 채솟값이 그렇다. 시장에 나가 보면 어제 써놓은 값이 무색하다. 상인들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다. 서민들도 서민들이지만 음식점 업주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추는 63.1%, 배추는 무려 80.1% 뛰었다. 특히 배추 김치가 필수인 식당들은 김치 담그는 비용이 체감상 3배 올랐다고 호소한다. 수도권에서 15년 동안 보쌈집을 운영해온 한 업주는 “원래 여름 배추가 비싸긴 하지만 이렇게 비쌌던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배추 3포기가 들어 있는 한 망 가격이 낮을 때는 6천~7천원 정도지만 올여름은 4만원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인들의 한숨 소리에 땅이 꺼질까 걱정된다. ▶보쌈은 배추에 싸 먹기도 하고 배추김치를 곁들여 먹기도 해 꼭 필요한데, 이미 올해 초 1천원 올려 추가로 올리기에는 손님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전체적인 단가가 30~40% 뛰었지만 가격에는 그만큼 반영할 수 없다. 수도권의 또 다른 보쌈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틀에 한 번 3~4포기씩 겉절이를 담그는데 시장에 나가 직접 배추를 살 때마다 하루하루 배춧값이 오르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채솟값 폭등에 집 안에 텃밭이나 화분 등을 두고 직접 키워 먹는 서민들도 늘고 있다. 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텃밭 가꾸기 관련 상품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씨앗과 모종 판매량 등은 41% 증가했다. 특히 값이 뛴 대파(77%)와 쪽파(420%), 상추(42%), 배추(13%) 등이 잘 팔렸다. ▶미니 화분은 35%, 삽이나 호미 등은 13% 판매량이 늘었고 전지가위(21%)와 식물 영양제·비료(8%), 식물 지지대(14%) 판매도 증가했다. 채솟값이 치솟다 보니 이처럼 텃밭 가꾸기 관련 상품이 인기라는 기이한 현상까지 이어진다. 끝 모를 물가 인상은 도대체 언제 멈출까. 고유가·고금리에 이래저래 서민들만 힘든 요즘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세계는 지금] 소멸도시와 도시재생

칸(Cannes)은 프랑스 니스 남쪽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인구 약 7만5천명의 휴양 도시다. 이곳에서 매년 5월 ‘칸 국제영화제’가 열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또 6월 하순에는 ‘칸 국제광고 페스티벌’도 개최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3대 음악 산업 전시회로 꼽히는 ‘미뎀(Midem)’이 개최되기도 한다. 칸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 프랑스 칸의 컨벤션센터(Palais des Festivals et des Congr〈00E8〉s)이다. 칸 영화제, 칸 라이온스, NRJ(Nouvelle Radio des Jeunes) 뮤직어워드, 미뎀 등의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8만8천 스퀘어미터(sq.m)의 규모, 3만5천 스퀘어미터의 전시 공간, 18개의 강당으로 이뤄져 있다. 매년 약 30만명의 의회 대표단과 40~50개의 국제 전문 마이스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중해를 끼고 호텔, 상점, 레스토랑이 모두 인접해 있는 마이스 복합 지구로 아름다운 경관이 매우 유명하다. 칸에서 가장 유명한 ‘끄르제트 거리(Bd. de la Croisette)’는 세계 곳곳에서 모인 유명 인사와 영화배우가 숙박하는 최고급 호텔을 비롯해 고급 레스토랑, 부티크 등이 즐비한데 이 거리의 서쪽 끝에 있는 건물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은 영화제뿐만 아니라 연중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2022년은 대한민국의 영화인들도 ‘칸 국제영화제’에 대거 참석해 K-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받는 등 그 열기가 대단했다. 코로나19 이후 칸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120m² 규모의 세트와 350명의 청중을 수용할 수 있는 Hi5 스튜디오가 새로 생겼다. 공간이나 이동에 제약 받지 않는 방식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이벤트 형식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스튜디오로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갖춰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전문적인 온라인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칸이 프랑스의 수도가 아닌 작은 휴양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마이스 산업이 발전한 이유에는 ‘문화 콘텐츠의 힘’이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칸은 영화제, 광고제, 음악 산업 전시 등 문화 예술 산업에 있어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소멸 도시와 도시재생에 대한 이슈가 화두이자 고민이다. 지리적으로나, 인구수로나 그다지 이점이 없는 ‘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마이스 중심지가 됐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그 중심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문화 콘텐츠’를 모으는 힘,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김유림 중국스포츠산업연합회 한국지부장·카타르 민간대사

[기고] 간호사, 세상에 그 정성이 울려 퍼지는 존재

영혼 없는 눈빛, 타성에 젖은 걸음과 대비되는 생기발랄한 속사포랩으로 놀이기구 이용 안내를 하는 ‘소울리스좌’가 화제다.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전직 캐스트(계약직 직원) 김한나씨다. ‘영혼 없는’이란 부정적 의미의 ‘소울리스(soulless)’가 노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적화한 상태라는 새로운 맥락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체력과 감정까지 모두 쏟아붓기를 요구해 온 자기 착취적 노동윤리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근무자 모습도 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배우 박진주씨가 연기한 간호사의 모습이 그 예다. 환자에게 친절하며 업무를 깔끔하게 수행하지만 감정적으로는 하늘에 떠 있는 한 마리의 매처럼 초연한 상태를 유지한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의 70%가 번아웃(소진)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과중한 업무와 낮은 성취감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업무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고도 지적한다. 그러나 환자를 대하는 데 몸에 밴 상냥함과 열정이 없는 간호사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환자들의 기대치를 맞춰야 하는 현실이 소울리스 근무를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간호법 제정이 절실하다. 40년 가까이 간호사로 근무했던 아내가 은퇴를 했음에도 사명감을 갖고 애쓰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소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그들만의 이익만 추구하는 여느 직종, 단체와는 확연히 다른 그들의 외침에 깊이 공감한다. 백의의 천사인 간호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한 모습으로 세상에 그 정성이 울려 퍼지는 존재이므로. 송수행 前 MK상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