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6월, 그리고 호국 영웅들

올해로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절대 평범하지 않음을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점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다행히 모두가 바라던 소중한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는 국가방역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우리 국민, 그리고 의료현장에서 코로나와 묵묵히 맞서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킨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한 우리에게는 매년 6월이 되면 꼭 기억해야 할 영웅들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를 지켜낸 ‘호국 영웅’이다. 그분들은 우리나라의 숱한 시련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써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6·25전쟁 때는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웠다. 국가보훈처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민과 함께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기념식과 행사를 개최한다. 먼저 6월6일에는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된다. 이어 6월10일은 ‘가득찬 만세, 새날의 희망’ 6·10만세운동 기념식이 열리고, 6월25일에는 전국 185개 지역에서 ‘6·25전쟁 제72주년 행사’가 진행된다. 또한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 기념식은 6월15일과 29일에 각각 열릴 예정이다. 여기에 발맞춰 경기동부보훈지청 또한 코로나로 인해 취소 및 축소됐던 행사를 이전과 같이 정상적으로 추진한다. 도민과 함께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6월21일 광주시와 함께 ‘나라사랑 남한산성 성곽투어’ 행사를 실시한다. 광주시민들과 남한산성 관광객을 대상으로 스템프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은 호국보훈 정신을 드높일 수 있는 ‘유튜버 한국사 강사와 함께 성곽투어’를 하고, 메타버스로 성곽을 구현한 남한산성 내 현충 시설을 탐방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등 다채로운 보훈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코로나 극복 의료진 등 오늘의 영웅들이 있듯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호국 영웅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 후손에게 물려 줄 아름다운 나라를 위해 호국 영웅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은 가장 빛나는 젊은 시기에 자기 삶 전부를 조국에 바치신 호국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우리의 역할에 공감한다면 그분들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는 뜻깊은 6월이 되리라 생각한다. 양홍준 경기동부보훈지청장

권혁송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양평군지회장

“봉사 의미에 대해 딱히 ‘이것’이라고 정의하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냥 눈앞에 지저분한 것이 보이면 줍고 치우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도울 뿐이다” 권혁송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양평군지회장(52)이 가지고 있는 다소 쿨한 봉사에 대한 생각이다. 권 지회장은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에 대해 지역민들이 가지고 있는 회의적인 시각을 개선해보겠다는 생각에 7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속한 특임유공자회는 지난 2007년 김대중 정권시절 1948년부터 2004년까지 북파공작 등을 통해 국가에 헌신한 이들을 위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결성됐다. 현재 7천5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양평에만 16명의 회원이 있다. 그는 양평 용문면 조현리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조현초·용문중·고교를 졸업하고 안산 반월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18년간 일하다 귀향했다. 다이버 강사, 인명구조, 생존수영강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는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아내 덕분에 봉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20년 전인 지난 2002년에 안산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는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도 흔쾌히 ‘봉사활동으로 보람을 찾으며 일하라’며 응원해주고 있다. 이 같은 응원에 힘입어 그는 지난 2015년부터 남‧북한강 수중 정화활동과 하천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방역봉사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김성대(58), 유권재(57), 이영구(62), 천기선(56) 등 16명의 회원들과 재난과 사고로 강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거나 수색하는 일도 한다. 지난 17일에는 27개 지회 15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안산 제부도에서 바다 쓰레기 수거를 하기도 했다. 그는 “봉사활동에 대한 진정성이 알려지면서 우리 특임유공자회에 대한 주변의 곱지 않던 시선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우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회원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평군지회에는 50대 초반에서 91세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회원으로 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평=황선주기자

씨름 중등부 장사급 우승 이현종(성남 야탑중)

“첫판을 승리하고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30일 제5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씨름 중등부 장사급(130㎏ 이하) 결승에서 김우민(충무중)을 2대0으로 뉘고 경기도 유일의 금메달리스트가 된 이현종(성남 야탑중)은 씨름 입문 후 6년 만에 첫 전국대회 금메달의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광주 초월고 씨름팀 이기만 감독의 1남1녀 중 장남으로, 우월한 DNA를 지닌 이현종은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성남제일초 4학년 때 샅바를 처음 잡았다. 초등학교 시절 경기도 대회서는 두 차례 우승했지만 전국 대회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학산 김성률배대회(5월)에서 3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예고한 뒤 불과 10여 일 만에 우승을 일궜다. 193㎝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같은 장사급 선수들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이현종은 빠른 발을 이용한 밭다리, 뿌려치기 등 변칙 기술이 장기로, 자신보다 무거운 상대 선수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심우철 야탑중 감독은 “(이)현종이는 하체 힘이 좋아 부족한 상체 근력을 키운다면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이 기대된다”라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버지가 지도하는 팀에서 고교생 선배들과 훈련하면서 더 기량이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황선학기자

"지역사회 숨은 일꾼 찾는다" 우서문화재단 '우서문화상' 후보자 모집

우서문화재단이 ‘제7회 우서문화상’ 수상 후보자를 31일부터 공개 모집한다. 우서문화재단은 대한제국 말부터 평생 농촌진흥운동에 헌신한 우서 오성선(1872~1950) 선생을 기리고자 2016년 설립됐다. 우서 선생의 개혁정신을 계승하고자 출범과 동시에 우서문화상을 제정, 매년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우서문화상은 사회봉사상, 농업인상, 청년 농업인상 등 총 세 개 부문이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만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사회봉사상은 ▲사회 공동선을 위해 헌신한 개인 또는 단체 ▲사회 안정과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개인 또는 단체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체육의 혜택을 누리도록 실행한 예술·체육인 또는 단체가 대상이다. 농업인상은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 및 보급을 통해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등 농업 발전에 기여한 농업인 ▲농업인들의 소득 증대 등을 통해 지역 농업 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도 농업인 ▲새로운 품목 개척 또는 농산품의 품질 향상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수출 등 농업 발전에 공헌한 농업인 등이면 추천 가능하다. 실적 기간은 공고일로부터 과거 5년 간이다. 청년농업인상은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청년농업인(1982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으로 위 농업인상에 해당하는 업적을 실현한 경우 해당된다. 후보자 자격은 경기도 내 거주하는 개인이나 사무소를 둔 법인, 단체로 해당 분야에 맞춰 추천을 받으면 된다. 사회봉사상은 도내 관할 읍·면·동장이나, 재단의 수상 후보자 추천 요청을 받은 관련 기관·단체장, 20인 이상의 도내 거주자나 우서문화상의 역대 수상자(동일 시상 부문) 등에게 추천 받으면 된다. 농업인상과 청년농업인상은 관할 시·군 농업기술센터장이 추천할 수 있다. 후보자 접수는 8월 1일까지며, 분야별 심사위원회의 심사와 재단 이사회 결의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 시상식은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우서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사회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분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포상·지원해 향토 문화 발전을 선도하고 선진사회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겠다”라며 “이런 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숨은 일꾼들을 많이 추천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청 방법 및 자세한 내용은 우서문화재단 사무국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정자연기자

인천농협, ㈔인천자원봉사센터와 도서지역 농촌일손돕기

“부족한 농촌 일손 함께 도와요.” NH농협 인천지역본부가 30일 ㈔인천시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인천 옹진군의 고량 조합원 농가를 찾아 농촌 일손돕기를 했다. 이날 이강영 농협 인천본부장과 박창준 인천 옹진농협 조합장, 전년성 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 자원봉사자 30여명이 참여해 포도 곁순치기 작업을 했다. 농협 인천본부와 시자원봉사센터는 도서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육지보다 영농인력 수급이 더욱 어려운 옹진군 북도면 신도리 포도 농가를 돕기 위해 이번 행사를 추진했다. 이 본부장은 “농업·농촌 부문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농업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인천농협은 지역 내 봉사단체 및 기업체, 대학과 협력하여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일손돕기 붐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박 조합장은 “도서지역에서 영농철 농작업이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력지원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전 이사장은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자원봉사의 저변과 활동영역을 확대시키는 농촌일손돕기를 시민사회와 함께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농협 인천본부와 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 2020년 사회공헌 및 농업·농촌 지원 활성화에 대한 업무협약을 하고, 해마다 인천시민과 함께하는 농촌일손돕기를 협력 사업으로 펼치며 농촌 봉사활동 붐 조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민우기자

[6·1지선 격전지 맞수_오산시장] 이권재 vs 장인수 vs 최인혜

오산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안민석 국회의원이 연속 5선을 하고, 곽상욱 시장도 3선을 했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4.4%의 득표율로 41.7%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10%p 이상 앞섰다. 그러나 이번 시장선거는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와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갈등 후폭풍 등 대내‧외적 돌발변수 등장으로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오산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이권재 전 오산시 당협위원장(58), 더불어민주당 장인수 오산시의장(42), 무소속 백승철 대명자동차검사정비사업소 대표(47) , 무소속 최인혜 한국자치법규연구소장(57) 등으로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권재 후보와 장인수 후보의 양자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산민주시민연대 추대로 출마한 무소속 최인혜 후보와 백승철 후보 등의 득표율이 두 후보 득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3번째 오산시장에 도전하는 이권재 후보는 오산 보수진영을 대변하며 착실히 지지기반을 다져왔다. 탄탄한 조직력과 풍부한 경험 등이 최대 강점이다. 이 후보는 경선 상대였던 이재철 전 성남부시장이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며 ‘권재 2 재철’ 원팀을 구성해 외연을 확대하며 지지자들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 특히 오산선후배협의회를 비롯해 영남·호남·충청·강원향우회, 종목별 체육단체, 상인단체, 학부모단체 등의 선거캠프 격려 방문이 이어지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이번에는 반드시 오산의 구태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시민의 머슴이 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후보는 지능형 교통체계(ITS) 도입, 동부대로 지하화공사 조기 마무리, GTS-C노선 오산연장, KTS‧GTS 오산역 정차 추진, 분당선 세교2‧3지구 연장 등을 교통공약으로 제시했다. 교육분야 공약으로는 창의적 미래인재 육성, 방과 후 메타버스 교육환경 구축, 시민공자대학 운영, 경제분야로는 ‘운암뜰 2030 첨단 R&D밸리’ 조성, 세교3지구 재추진, 공설운동장 이전 및 오산랜드마크 건립 등을 약속했다. 오산시의회 전·후반기 의장을 연임한 민주당 장인수 후보는 초‧중‧고교를 오산에서 졸업한 확실한 지역연고와 40대 미래발전형 정치인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장 후보는 경선과정의 불협화음을 송영만 예비후보의 합류로 조기에 수습하고, 차별화된 공약과 실력·능력·경력이 검증된 인물론을 앞세워 승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거사무소를 오산지역위원회로 이전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결속을 강화하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연대를 통해 ‘오산의 미래 가치를 높인다’라는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더 큰 변화 준비된 오산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장 후보는 국도 1호선 오산구간 지하터널 개통을 대표 공약으로 5대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만성적인 차량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경기도 협력사업으로 국도 1호선 지하터널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분당선‧GTX-C노선 오산연장, AI‧반도체 특성화 도시 조성, 탄소 중립 선도도시 프로젝트 추진, 운암뜰 스마트도시 공공개발 및 첨단기업유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무소속 최인혜 후보는 민주당 오산시장 경선방식인 시민배심원제를 권리당원과 지역민의 권리를 무시한 반민주적 방식으로 규정하고 출범한 오산민주시민연대로부터 추대됐다. 최 후보는 이번 선거 승리를 통해 지역 민주화와 지방자치를 올바로 세우고 오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진정한 참여민주주의와 지방자치 등을 실현하겠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사람을 바꾸면 오산이 바뀝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최 후보는 생명(동물권 포함)과 인권·복지가 꿈틀대는 오산,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격조 있는 오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도시, 운암뜰 전면 재검토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오산=강경구기자

[공연 리뷰] 백마디 말보다 빛난 노부부의 사랑

“말은 저렇게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아요.” 현시대를 살아가는 ‘애증의 부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감을 느낄 대사다. 서로가 사랑하는지, 소중한 가족인지 말로 표현하지 않아 평생을 모르고 살지만 ‘내 남편이니까’, ‘내 아내이니까’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마음을 드러낸다.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한 노부부의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눈가를 적시며 공감을 산 연극이 3일간의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에서 진행된 수원시립공연단의 가족극 <바람, 다녀가셔요>다. 공연은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각자의 진심을 가슴에 묻고 살았던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젊은 시절 자신을 구하다 불구가 된 ‘김씨’를 마음에 품고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온 ‘순자(손숙)’과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 번 해준 적 없는 남편 ‘박씨(이순재)’가 ‘사는 방식’을 보여준다. <바람, 다녀가셔요>의 순자는 ‘가정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의 모습을 박씨는 ‘무뚝뚝하고 괴팍한 남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노부부지만 한 번도 자신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짜증 섞인 걱정과 무심한 듯 챙겨주는 말이 전부다. 특히 순자는 첫사랑인 김씨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알고 있는 박씨는 김씨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공연 속 둘은 평생을 싸워온 사람들처럼 짧은 대화를 하는 것이 전부다. 더욱이 과거에는 사랑의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결혼하는 부부들이 많았다. 이혼도 흔치 않아 의무적으로 살곤 했다. 그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참고 사는 것’이다. 이는 순자가 남편과 못살겠다며 집을 뛰쳐나온 딸에게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이 착해서 그런 거야, 너가 조금만 더 참으면 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타난다.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더 참으면 가정을 지킬 수 있다는 막연한 심정을 표현했다. 또한, 순자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박씨의 걱정뿐이다. “우리 영감 바지만 널고 갈게요, 닭 사료 주는 것을 잊었어요”라고 말하며 쉽게 떠나지 못하는 순자의 모습에서 가족을 생각하는 엄마, 아내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다. <바람, 다녀가셔요>는 특별한 명대사, 명장면이 없다. 그저 묵묵히 관객 깊은 곳에 있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진심을 느끼게 한다. ‘애증의 부부’의 정 많은 말과 행동을 통해 큰 울림을 안겨준다. 남편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는 박진수씨(57)는 “공연 내내 울컥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공연 속 부부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 부부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들의 대사 하나 하나가 마음에 와닿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