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마루는 도민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의회의 의지를 담은 공간으로 경기도의회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설립한 최첨단 복합문화공간인 ‘경기마루’ 개관식에 참석한 제10대 경기도의회 장현국 의장(더불어민주당·수원7)은 인공지능(AI), 정보통신(ICT), 증강현실(AR) 등의 다양한 기술이 도입된 경기마루를 통해 도민들이 지방의회의 중요성과 자치분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핵심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광교 신청사 경기도의회 1층에 들어선 경기마루는 1천698㎡ 면적에 인포메이션 코먼스(로비), 아카이브 큐브, 의정 기념관(전시관), 본회의 체험관, 소통 갤러리(기획 전시관), 의정지원 정보센터(의정자료 전문도서관) 등 총 6개 공간으로 구성된 신개념 ‘의정체험 및 홍보 전시관’이다. 이에 경기일보는 경기마루가 담은 구조적 특징과 의미를 분석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 AI 의장이 진행하는 본회의 체험 등 첨단기술 총망라된 6개 공간 경기마루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인포메이션 코먼스(로비)’의 핵심은 초대형 미디어파사드(건물벽 스크린)다. 출입문 양옆 외벽 전면을 총 4개의 스크린으로 활용해 의회의 비전 등을 담은 콘텐츠 영상을 상영하고, 주위에 안내 데스크와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의자를 비치해 휴게와 홍보 기능을 겸할 수 있도록 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디지털 장비를 통해 의정성과와 민주주의 관련 내용을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체험관 ‘아카이브 큐브’가 조성돼 있다. 정중앙에 자리한 ‘아카이브 체험 테이블’은 83인치 크기의 터치 모니터 3대를 이어 붙인 ‘미디어 테이블’로, 주요 의정성과에 대한 디지털 정보를 담고 있다. 관람객이 화면에 손을 대고 직접 조작해 원하는 내용을 열람할 수 있으며 보조 검색도구인 ‘큐브’와 ‘QR 카드’를 이용해 의회 상징물, 의회 변천사, 친선교류 등의 주요 의정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의정 기념물이 전시된 소규모 진열장, 한쪽 벽면을 차지한 미디어 월 스크린을 통해 의회의 역사가 간략히 소개된다. ‘의정 기념관(전시관)’은 초대부터 10대 의회까지의 의회사 가운데 주요 과제와 성과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 공간이다. ‘당선증’, ‘의원배지’, ‘도민청원 서명부’ 등 의회 소장품 2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전시관 한 편에 개별 주제를 다룬 6개의 ‘테마룸’을 별도로 구성해 의회의 활동상을 다양한 관점에서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본회의 체험관’은 AI 의장의 진행에 따라 일일 도의원이 되어 모의 본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단체 체험공간이다. 한 개 학급 규모에 맞춰 마련된 35개의 의석마다 태블릿 PC가 부착돼 있어 전자투표가 가능하며 발언대 뒤편으로 대형 모니터 3대를 구비해 AI 의장의 모습과 회의 진행상황, 표결 결과 등을 실제 본회의와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민생 및 지역현안 관련 주제를 선택해 토론하거나 안건을 상정해 표결하는 등 실감 나는 체험을 통해 본회의 과정을 명확히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소통 갤러리(기획 전시관)’는 ‘경기도의회 청사(廳舍)의 역사를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도의회 청사모형과 사진, 영상을 활용해 청사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특별전시를 진행하며, 스마트도서관인 ‘의정지원 정보센터’는 태블릿PC 24대를 구비해 전자책을 포함한 다양한 의정자료를 통합적으로 검색할 수 있게끔 했다. 이 외에 투표 체험공간, AR촬영코너 등의 부대 공간도 경기마루 관람객에게 소소한 재미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 개관전시 ‘경기도의회, 도민의 삶에 깃들다’…의정성과 40선 경기도의회는 경기마루 개관을 기념해 ‘경기도의회, 도민의 삶에 깃들다’를 주제로 전시를 진행한다. 개관전 주제는 1956년 개청 이후 66년간 축적된 의정성과 40선을 통해 의회가 가져온 도민 삶의 변화를 알리고,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의정철학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요 의정성과는 ‘지방자치70년 경기도의회사 연구용역’ 결과와 상임위원회가 꼽은 우수 조례 등을 반영하고 대표성, 선도성, 주민수혜도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 의정성과 40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은 6개의 테마룸이다. 각 테마룸은 ▲소통·자치분권 ▲한반도 평화와 화합 ▲재난과 감염병 ▲아동청소년 인권·교육 ▲민생안정과 보편적 복지 ▲신도시개발과 경제, 미래 경기도 준비 등 6개의 대주제를 중심으로 40선의 의정성과를 분류해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개별 주제와 관련된 조례와 특별위원회 활동 등의 세부 의정성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영상, 그래픽패널, 실물모형, 문서, 유물 등 다양한 연출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시각적 즐거움과 학습효과를 극대화했다. 관람객은 테마룸에서 지방분권2.0, 친일청산, 남북교류 증진, 균형발전, 세월호 참사, 전염병, 무상교복, 기본소득, 4차 산업혁명 등 굵직한 사회현안과 주요정책에 대한 의회의 활동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다. ■ 상반기 시운전·보완, 하반기 본격 운영…관람료 ‘무료’ 경기도의회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전시해설, 체험프로그램 등에 대한 단체접수를 한시적으로 지양하고, 개별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시관을 개방할 방침이다. 전시관 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내와 체험운영 등에 한해 지원을 실시하고, 해당 구역별로 QR 코드를 통해 관람객이 직접 세부내용을 확인 가능토록 함으로써 감염 위험성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방문이 어려운 도민을 위해 360도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온라인 관람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관전시 도록과 안내책자, 어린이 활동지를 제작하는 등 경기마루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할 예정이다. 경기마루는 상반기 중 전시물 시운전과 보완을 마친 뒤 하반기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이르면 8월부터 청소년 대상의 지방의회 체험 프로그램인 ‘AI 의장과 함께하는 모의 도의회 체험’을 실시해 학급 단위의 의회 체험을 재개하고, ‘도슨트 양성 과정’, ‘1일 도의원 체험’ 등의 추가 프로그램도 기획‧운영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 제11대 의회 출범에 맞춰 기획전을 추진하는 한편, 인력을 충원해 경기마루 운영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기마루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로 관람료는 무료다. 한편 ‘경기마루’라는 명칭은 지난해 9월 공개공모를 통해 접수된 246개 후보작 중 심사와 설문조사 등의 과정을 거쳐 당선됐다. 경기도의 ‘경기’와 최고점, 기준, 하늘, 거실공간을 뜻하는 순우리말 ‘마루’의 합성어로, ‘의회가 마련한 소통과 화합의 공간’을 뜻한다. 이광희기자
일일 확진자 30만명은 이제 대수롭지도 않다.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옮겨졌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누적 확진자가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오히려 걸린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는 요즘인 것 같다. 비감염자는 ‘대기자’일 뿐이다. 오늘 밤에도, 내일 아침에도 진단키트에 두 줄이 선명하게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대한민국 사람 전체가 한번씩은 (코로나19에)다 걸려야 끝날 수 있다”고 말이다. ▶10명에 자정까지다. 사실상 마지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것 같다. 마스크를 쓴 모습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어느 정도는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강제적 제한의 시간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확진을 막았냐? 아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일일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국가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다. K- 방역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말이다. 자영업자는? 강력한 거리두기는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늘어난 것은 빚이요. 나오는 것은 피눈물 뿐이다. 국가 경제는? 한마디로 부채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고, 구성원 간엔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를 초래했을 뿐이다. ▶“한국은 엔데믹(종식 없이 계속적으로 발병하는 질병)으로 가는 최초의 나라가 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모니카 간디 교수의 말이다. 독감과 함께 했듯 코로나19와도 같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조처를 해제하는 쪽으로 정부는 방역조치의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엔데믹으로 가는, 새로운 체계를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듯 하다. 코로나19가 감기가 되는 세상. 그 시작은 백신이었고, 그 마지막은 탈 마스크라 하겠다. 환하게 웃으며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그날을 꿈꿔 본다. 엔데믹은 이제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6·1지방선거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여야 모두 서서히 공천 경쟁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양당의 총력전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선거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고,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딛고 집권여당의 견제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최근 소속당 의원들에게 “진짜 대선은 6월1일이라고 생각해달라”며 지방선거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후 22일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거대 야당의 입법권력과 지방권력에 둘러싸여 집권 초기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 또한 ‘사즉생의 각오로 당의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할 것’ ‘윤석열정부 견제에 총력을 쏟을 것’이라며,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역할론까지 기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여기고 선거전략을 짜는 듯한 모습이다. 지방선거 이슈는 사라지고, ‘중앙정치의 지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했거나 대선 직전 사퇴한 인물들이 지자체장 도전장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윤 당선인의 의중을 뜻하는 이른바 ‘윤심’(尹心)이 지방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런 현상은 경기지역에서 두드러진다. 경기도지사직은 대선후보들의 재도전 디딤돌처럼 여겨진다. 경기도와 정치적 인연이 없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경기도의 미래 비전, 그리고 그 실현을 위한 콘텐트로 도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구·경북의 꼿꼿한 선비정신을 제 몸에, 핏속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던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다. 이들이 경기도의 미래와 비전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숙고의 시간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복심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열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재명 저격수’로 활약한 김 의원과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려는 범진보 후보들이 ‘윤심’(尹心)과 ‘이심’(李心)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민 전 의원의 독주가 예상됐던 국민의힘 내부 경선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선거가 전면 실시된 1995년 이래 8번째다. 지방이 중앙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방선거에 지방이 잘 보이지 않는건 안타까운 일이다.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후보들이 적임자라고 하는 건,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지방선거가 자꾸 중앙정치에 예속되면 안된다.
인천 다세대 주택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도 5개월여 지났다. 층간 소음에서 시작돼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사건이었다. 당시 모두를 경악케 한 것은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보여준 행동이다. 눈 앞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데도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 함께 출동한 경찰도 현장을 제압하기는커녕 다른 곳에서 망설이며 시간을 지체했다. 결국 주민은 흉기에 찔렸고, 피해자의 남편이 범인을 제압하고서야 경찰이 개입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해당 경찰관 둘은 직위해제됐다. 그 사건을 다시 거론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 누구도 공개하지 않았던 현장 CCTV가 공개됐다. 피해 가족이 당시 경찰의 대응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해 공개했다. 영상 속 녹화된 장면이 볼수록 어처구니 없다.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 1층 현관이 보인다. 3층에서 비명이 들리자 박모 경위와 3층 거주자가 뛰어 올라간다. 복도에서 내려오던 김모 순경과 마주한다. 김 순경은 3층에서 거주자의 부인 딸과 함께 있어야 했다. 흉기를 휘둘렀다는 설명을 하는 듯했다. 거주자가 범행 현장인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런데 박 경위는 내려온 김 순경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이 순간 범인은 흉기로 3층 가족에게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경찰 2명이 현장을 피해 달아나는 생생한 모습이다. 1층 현관에 내려와서도 두 경찰은 어쩔 줄 모른다. 김 순경이 펄쩍 뛰며 뭔가를 설명했다. 박 경위에서 사건 현장을 설명하는 듯 보였다. 한 차례 문을 열고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멈춘다.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하고 삼단봉과 테이저건까지 꺼내고 나서야 다시 들어가 보려 하지만 이번에는 현관문이 열리지 않았다. 경비로 보이는 사람의 도움을 얻어서야 진입한다. 3분의 시간이 지체됐고, 그동안 혼자 뛰어 올라간 남편은 맨손으로 흉기를 든 남성과 맞섰다. 남편이 격투 끝에 범인을 기절시켰고, 그제야 경찰이 진입해 범인을 검거했다. 모두 말로써 설명되던 현장이, 생생한 화면으로 공개된 것이다. 기가 차고 어처구니 없다. 경찰은 이 CCTV를 보지 않았겠나. 틀림없이 봤을 것이다. 그런데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입장 모르지 않는다. 목숨을 담보로 범죄 현장을 뛰는 경찰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에 얼마나 큰 모멸감을 주겠나. 조직의 자긍심, 조직원의 사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CCTV 속 두 경찰은 선량한 경찰이 아니다. 직무를 유기하는 범죄자의 모습이다. 공개하고 벌해야 한다. 인천 다세대 주택 흉기 난동 사건 CCTV는 한국 경찰사에 불미스럽지만 꼭 남겨야 할 현장 자료다.
‘배다리’란 ‘작은 배들을 한 줄로 띄워놓고 그 위에 널판을 건너질러 깐 다리’ 또는 ‘교각(橋脚:기둥)을 세우지 않고 널조각을 이어놓은 다리’를 말한다. 정식으로 다리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때 급하게 배들을 이어 세워 다리 구실을 하게 만들거나, 물길이나 갯골이 그다지 넓지 않을 때 널조각 등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이다. 1795년 정조 임금이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에 참배하러 갈 때 한강에서 상인들의 배를 이어 임시 다리 역할을 하게 했는데, 이런 것이 바로 배다리이다. 또 1872년 조선 정부가 만든 「군현(郡縣)지도」를 보면 지금의 인천 연수구 선학동과 남동구 남촌동 사이쯤으로 길게 흘러들어오는 갯골의 끝에 ‘주교(舟橋)’, 곧 배다리가 놓여있다는 표시가 나온다. 따라서 배다리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이고,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이 이름을 가진 곳들이 있다. 이중 지금 인천의 배다리에서는 1900년대가 시작되기 이전에 다리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리와 갯골이 모두 없어졌어도 그 이름은 여전히 남아 추억의 더께를 더하고 있다. 이곳 배다리 일대에는 경인철도 기공식(起工式:1897년) 자리, 개교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영화학교와 창영초등학교 등 많은 역사 유적이 모여 있다. 하지만 이곳은 무엇보다 헌책방 골목으로 유명했다. 나이 쉰을 넘긴 인천 토박이라면 50여 곳의 헌책방이 모여 있던 1970~80년대의 이곳 모습을 아련히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1973년에 문을 연 「아벨서점」을 비롯해 10여 곳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이 주변에서 ‘숭인 지하차도’ 착공식이 열렸다. 주민들의 반발로 10년이 훨씬 넘도록 시작도 못 했던 사업이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배다리를 지나는 이 지하차도는 중구 신흥동~동구 송현동을 잇는 산업도로의 일부다. 주민들은 이 도로가 배다리의 역사 유적과 문화적 분위기를 해치고, 생활환경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그러다가 3t 이상 화물차 통행금지, 지하차도 위에 문화센터와 공원 건설 등 여러 조건에 합의해 공사를 하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인천시와 주민들은 그동안 수십여 차례의 협상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서로를 설득하고 타협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과 절차에 있는 것 아닌가. 100% 만족하지는 못 해도 합의를 지키는 자세. 이번 배다리의 사례가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에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최재용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사무처장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는 “후진국이 공업화로 중진국은 될 수 있지만, 농업의 발전 없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반세기 전에도, 현재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농업 없이는 인류가 살아남기 어렵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통해 수분을 공급한다고 한다. 만약 꿀벌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인류의 대재앙이 닥쳐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꿀벌이 없어진다면 100대 농산물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으며,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상에 많은 사람도 생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는 식량 재배에서 꿀벌의 기여 가치가 세계적으로 373조 원이나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꿀벌의 경제적 가치가 6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꿀벌이지만 평상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가축통계조사 결과, 꿀벌의 사육규모는 267만9천842군(양봉 258만1천766군, 한봉 9만8천76군)으로 2019년 꿀벌 통계 274만4천141군보다 약간 감소했다. 가평군의 꿀벌 사육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만464군으로 전년 대비 약간 증가했으나, 겨울철을 지나 확인해 보니 많은 벌이 폐사했다고 한다. 기상 이후로 가평군을 비롯한 전국에서 올 1~2월에 꿀벌 77억 마리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우리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위대하고 소중한 꿀벌이다. 어떻게 하면 꿀벌을 보호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꿀벌을 보호종으로 지정해 과수와 경종농업과 꿀벌산업을 함께 살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꿀벌산업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림 시 정부와 자치단체, 개인소유 임야에 꿀을 채집할 수 있는 밀원수를 가꾸는 등 꿀벌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모두가 농업 강국이고 지원 사업도 많이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으며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에 다가올 식량 위기에 대비해 꿀벌산업 뿐 아니라, 농업을 생명산업·안보산업으로 인식을 전환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모두가 지켜나가야 한다. 김용주 가평군청 농업정책과장
삼국시대 이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고 고려시대 이후부터는 모든 악기를 조율하는 표준악기이던 대금은 팔음 중 죽부(대나무로 만든 악기)에 속하는 공명악기이며 일명 젓대라고도 한다. 제작과정은 생대나무를 뿌리째 채취해 숯불로 연하게 구워 진을 빼고 대가 갈라지지 않게 묶은 후 1개월간 소금물에 절인다. 이후 음지에서 충분히 건조한 뒤 내공과 지공을 뚫은 후 음정을 확인하고 악기가 터지지 않도록 튼튼한 줄로 묶고 외형을 다듬어 완성한다. 80여cm 길이에 구멍은 10여개다. 문화재청 제공
겨우내 기다린 봄이 왔다. 남녘부터 들려오는 꽃소식이 북상을 거듭하더니 어느새 산천을 녹색으로 물들이면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고지대에 자리한 산사(山寺)는 마을보다는 조금 늦게 꽃 손님이 온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입춘(立春)이 지난 지 한 달이 훨씬 넘었는데 석굴암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봄을 시샘하는 듯 천지를 덮은 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아마 새벽부터 비질을 하지 않았으면 족히 20㎝는 쌓였을 것이다. 도반에게 전화로 눈 소식을 전하니 “서울 근교에서 제일 경치 좋은 절이 오봉산 석굴암인데, 이 봄에 백설(白雪)로 장엄하니 축하 할 일”이라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정작 나의 마음이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쏟아진 눈을 감당하지 못한 소나무들 가지가 휘어지고 딱딱 부러지는 소리 때문이다. 그래도 손길이 닿는 사찰 안에 있는 눈 덮인 소나무들에 빗자루로 눈을 털어주어서 부러지거나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산 중턱의 자리한 나무들은 피해가 컸다. 다선루(茶禪樓) 앞마당에 자리한 수백 년 된 소나무는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기다란 장대로 눈을 털어 위기를 모면했다. 그렇지만 미처 손이 닿지 않은 오봉산 자락의 나무들은 폭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처님은 유정(有情)인 사람이나 짐승은 물론 무정(無情)인 나무와 돌도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눈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지가 꺾이는 모습을 보니 매우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무심하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정한 눈’에 마음이 아려왔다. 겨우내 강추위와 매운 바람을 버텨낸 나무들이 봄을 맞아 대지에서 물을 흠뻑 빨아들여 기운을 회복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자랄 텐데 상처투성이가 됐으니 참담한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면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바르게 성장하기 힘들다. 어찌 사람만 그러하겠는가.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유정 무정의 모든 존재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관심은 곧 사랑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보듬는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나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 눈이 녹아 자연으로 돌아간 지난 4월3일은 음력 3월 삼짇날이다. 예로부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으며, 요즘 세상에는 풍속이 거의 사라졌지만 사찰에서는 산신(山神)에게 제(祭)를 지내며 모든 이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다. 우리 절에서는 다선루 전각 앞에 500여년 된 소나무에 세말 정도의 막걸리를 부어 나무의 무병(無病)을 기원하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도 다르지 않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배려가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기초가 된다. 지난달 9일 5년간 국정을 책임질 대통령이 새로 당선됐다. 산사에서 사는 산승(山僧)으로 거는 기대는 국민의 목소리와 생활에 관심을 갖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는 점이다. 특히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잘 살피고 따뜻하게 보살피는 손길과 정책을 펼친다면 대한민국 발전과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오봉도일 스님 25교구 봉선사 부주지·양주 석굴암 주지
하천변과 산자락에 수많은 풀꽃들이 자라나고, 새들도 봄맞이로 분주하다. 그런 틈 사이에 빠지지 않고 보이는 것이 쓰레기다. 그나마 도심에 위치한 하천변은 관리가 되는 편이지만, 사람의 이용이 적거나 접근성이 좋지 않은 하천변에는 페트병과 비닐 등이 적지 않다. 심지어 규모가 제법되는 가전제품과 가구 등도 버려져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고속도로변엔 담배꽁초를 비롯해 운전자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모인다. 실제 고속도로변 10m 구간에서 수거한 담배꽁초만 300개가 넘었다. 고속도로 사면에는 비닐, 스티로폼 등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하천변 쓰레기는 바람에 날려서, 빗물을 따라서 하천으로 유입된다. 도로변 쓰레기도 빗물받이를 통해 역시 하천으로 흘러간다. 하천변과 도로변 쓰레기는 하천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 결국 해양쓰레기가 된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발생원의 절반은 어구쓰레기, 나머지 절반은 하천유입쓰레기로 추정한다. 작년 국회에서 수산업법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돼 어구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기반은 마련됐다. 어구쓰레기 관리체계 구축과 함께 해양쓰레기 절반을 차지하는 하천유입쓰레기 관리방안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 강화의 한 어촌계에서 걷어올린 그물에는 물고기 반, 쓰레기 반이다. 조업시간보다 쓰레기를 골라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닐쓰레기가 대부분이다. 하천을 따라 흘러들어온 것이다. 비닐과 담배꽁초 등 쓰레기는 해양미세플라스틱이 돼 인간도 위협한다. 이제는 하천과 도로에서의 쓰레기 유입 차단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것이 절실하다. 쓰레기는 바다로 유입되면 더 이상 손쓰기 어렵다. 거꾸로 말하면, 하천과 도로에서 쓰레기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양쓰레기 저감정책이다. 하천과 도로에서의 쓰레기 차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인천시 내부 부서간 협업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하천변과 도로변 대청소를 시작으로 해양쓰레기 차단을 위한 인천시의 구체적인 행보를 바란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문화재단이 탄생한 곳이 있다. 과거 서울의 위성도시이자 경기도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던 부천이다. 부천은 과거 딱딱한 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강화,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문화’를 주력 포인트로 잡았다. 그렇게 지난 2001년 부천문화재단이 태어나게 됐다. 올해로 21살을 맞은 부천문화재단은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연시즌제 도입, 어린이 공연장 마련, 독립영화 전용관 개관, 경기도내 첫번째 법정문화도시 지정 등 괄목할 성과를 내며 문화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김정환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20년이 넘도록 부천의 문화를 이끌어 온 것은 생활 속 자리잡은 문화와 시민력, 그 속의 연결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문화가 곧 삶이다. 시민들의 삶 속에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며 “평범한 일상 안에 문화가 자리 잡고 시민들이 연결되면서 끈끈한 시민력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천문화재단은 부천만의 지역적 장점을 활용, 올해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그들만의 문화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우선 ‘즐거운 나, 행복한 도시’라는 재단의 2030 문화비전에 따라 ▲시민이 주체가 돼 즐기는 문화예술 환경 마련 ▲문화공공성 확립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영유아를 위한 공연배달 서비스 ‘아기 공연’, ‘부천아트페어’와 같은 예술시장 유통 기반 조성, 지역예술인의 재능 기부를 통한 나눔, 장애 예술인의 예술 활동 지원 쿼터제 진행 등이다. 김 대표이사는 “도시의 행복은 ‘나’로부터 시작한다. 올해 역시 ‘나’를 즐겁게 하는 공연, 전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개인의 문화 역량과 권리를 향상시키고 도시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부천문화재단은 문화도시 3년 차에 걸맞은 활동도 고민 중이다. 시민 문화 창작 공간을 발굴, 지원하는 ‘문화적 지역 재생’ 외에도 문화 취약지역 중심으로 문화마을을 조성하는 ‘지역 특화 문화사업’, 시민 워킹 그룹과 문화도시 위원회의 ‘문화도시 거버넌스 강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정환 대표이사는 “이 모든 사업들은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나 귀담아듣는 과정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며 “문화도시 부천의 슬로건을 더욱 가시적으로 실현해 지역 발전과 시민의 문화 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다시금 짚어본 김 대표이사는 “지난 20년의 역사가 향유, 참여, 협력이었다”고 평하며 “올해부터는 시민 주도의 문화도시를 꿈꾸며 발걸음을 내디딜 차례”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끝으로 그는 “문화는 ‘행복’이다. 문화의 울림이 삶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부천에서 누구나 문화예술로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