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무용수들의 춤사위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국악 장단이 극장가에 출격한다. 국립무용단은 오는 3월17일 농악에서 쓰이는 전통 칠채 장단의 무한한 변주를 주제로 가무악칠채 공연 실황을 진행, 이 공연을 전국 10개 지점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다. 이번 공연은 칠채 장단의 특성을 알고 봐도 좋지만, 사전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출연하는 이재화는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해 칠채 장단을 쌓아가고, 여기에 라이브 연주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더해져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국내 최고의 가무악 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가무악칠채는 국립무용단을 이끄는 젊은 무용수들과 음악감독 허성은을 필두로 한 연주자 7인 및 소리꾼 김준수와 정가 가객 박민희까지 총 17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한다. 무용수로는 국립무용단의 송설이재화박혜지이요음황태인최호종이태웅이 참여해 칠채 장단을 현란한 움직임으로 표현하며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국립창극단원 김준수는 칠채 장단을 재담으로 이끌며 흥을 더하고, 가객 박민희는 음절을 길게 늘여가며 이어가는 정가 창법을 통해 작품에 또 다른 매력을 더한다. 또 음악감독 허성은은 해금아쟁태평소장구북징과 같은 국악기와 기타드럼베이스 등의 서양 악기를 함께 사용해 다양한 음색의 칠채를 표현한다. 아울러 가무악으로 채워지는 무대 외에도 이와 어우러지는 영상 기술의 절묘한 조화가 관람포인트 중 하나다. 움직임과 소리에 따라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영상과 레이저를 활용한 연출은 신나는 무용 공연이 아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특히 오선지를 나타낸 듯 한 붉은 레이저빔 사이로 붉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음표가 된 듯 마지막 움직임을 펼치는 장면은 초연부터 이어온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이연우기자
회사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구두를 신고 매일 출근한다. 그러다 최근 구두가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체중이 갑자기 늘어난 탓이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엄지발가락에 가장 통증을 느낄 때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우연히 기분 전환을 위해 페디큐어를 받다가 발가락이 예전보다 휘어진 것을 봤고, 결국 찾아간 병원에서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았다. ■후천성 무지외반증, 통증 전까지 자각 어려워 이처럼 직장인 박모씨와 유사한 발가락 휘어짐으로 병원을 찾는 203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져서 엄지발가락 관절이 안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과 엇갈리는 정도까지 돌아가기도 한다. 특히 앞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 여성에게 잘 발생하는 족부 질환이다. 지난 2020년 후천성 무지외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만여 명이며, 이 중 81%가 여성이었다. 발은 신체에서 멀고, 거울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부위라서 변형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통증이 오기 전까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허동범 연세스타병원 병원장은 신체는 상황에 맞춰 변화한다. 과체중퇴행성관절염이 오면 무릎이 벌어지기도 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 거북목이나 목디스크로 변형이 오기도 한다. 뾰족구두를 오래 신는 분들도 발의 변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진행형 질환, 변화 보이면 서둘러 치료 해야 무지외반증 발생에는 유전적 소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전적으로 평발이거나 발 볼이 넓은 경우, 무지외반증이 발생하기 쉽다. 후천적으로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 경우 무지외반증에 걸릴 위험성이 증가한다. 특히 점차 악화되어 가는 진행형 질환인 탓에 외관상 휘어 있는 변화가 보이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돌출 부위뿐만 아니라 발바닥, 발가락, 발등, 허리에까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20도 이상 휘어 있는 경우에는 수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무지외반증 수술법은 대표적으로 MICA가 있다. 비절개 수술법인 MICA는 2mm 정도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휘어 있는 뼈를 교정하고 일부 절골하면서 진행되는 수술법이다. 기존 수술법은 5㎝ 이상 절개를 해야 해 회복에 시간이 걸리지만, MICA 수술은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적으며 입원 기간도 짧아서 젊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관심이 높다. 나이가 많은 고령 환자, 골다공증 환자에게도 수술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허동범 병원장은 무지외반증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진행형 질환의 특성상 내버려두면 변형은 더 심해진다. 수술을 최대한 피하려면 발볼이 넓은 신발을 신어야 변형을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 뾰족구두를 피하고 키 높이 깔창도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자연기자
김성만 수원시청 체조 감독(49)이 제68회 대한체육회체육상 최우수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한국 여자체조 사상 최초로 2020 도쿄 올림픽 도마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여서정(20수원시청)을 지도한 김성만 감독은 28일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뮤즈라이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체육상 시상식서 영예의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다. 김성만 감독은 뜻깊은 상을 받게돼 기쁘고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선수들을 열심히 지도해 한국 체조 발전에 기여하겠다. 국민들께서도 체조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 달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2020 도쿄 올림픽서 근대5종 57년 출전 사상 처음으로 메달 획득에 기여한 최은종 국가대표팀 감독(54경기도청)과 한주열 인천중구청 펜싱부 코치(40)에게는 우수지도자상이 주어졌다. 한편, 인천서구시설관리공단은 스포츠가치 안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이정아 경희대 체육대학원 조교수는 연구부문 우수상, 박주희 (재)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사무총장은 스포츠가치 나눔부문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 밖에 이다겸 용인시청 패러글라이딩 선수와 남한고 핸드볼팀, 인천시체육회 세팍타크로 팀은 경기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황선학기자
인천시는 자원순환 정책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총괄하는 자원순환에너지본부를 신설해 2025년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응한다고 한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자원순환에너지본부에 자원순환정책과, 자원순환시설과, 매립지정책과, 에너지정책과를 두기로 했고 본부장은 지방부이사관(2급)이 맡는다. 자원순환정책과와 자원순환시설과는 기존의 자원순환과를 2개 부서로 나누고 인력을 보강한다. 이 자원순환에너지본부는 민선 7기 임기를 얼마 안 남기고 최대 현안인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정책에 행정력을 집중해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한 쓰레기소각장 설치 문제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아직 시민들의 동의와 지지 등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캠페인에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을 얻는 일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구청에서 실시한 택배용 아이스 팩 재활용 등을 전면 시행하는 등 작은 일부터 시작해 자원순환을 위한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관련 기업에 대한 육성과 지원도 필요하다. 인천시 산하기관인 인천테크노파크에서는 창업기업부터 기성기업까지 많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주요사업을 전략산업사업으로 지정해서 항공, 자동차, 로봇, 바이오 등을 지원하고 있고, 최근에는 투로모우시티 복합환승센터를 스타트업파크센터로 변화시키면서 유니콘기업의 산실이 되겠다는 큰 포부도 밝혔다. 그러나 정작 폐기물이나 쓰레기와 관련된 지원 사업이나 이와 관련된 창업기업 지원내용은 없다. 쓰레기 자원화 기업이나, 친환경 신소재 개발기업, 포장재 디자인 개발기업 등 관련 기업들을 위한 특화 지원사업으로 인천의 수도권매립지 종료 의지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인천시가 발생 후의 일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발생을 줄이는 원천적인 문제에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1개의 본부가 아니라 관련 부서와 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보다 디테일한 고민과 실행이 필요할 때다. 조영홍 인천대 융합예술영재교육연구소 초빙연구위원
K리그1 엠블럼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이 시즌 첫 연승에 도전한다. 수원은 1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를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1 2022 3라운드를 치른다. 수원은 지난달 26일 수원FC와의 수원더비서 1대0으로 승리하며 연패 위기서 벗어났다. 지난 시즌 사회복무요원 소집 해제 후 1군서 중용받지 못했던 박형진이 이기제의 공백을 잘 메워줬고, 주전 골키퍼 양형모도 두 경기 연속 눈부신 선방을 펼쳤다. 또 이적생 이한도와 데이브 불투이스, 정승원 등이 팀 전술에 빠르게 녹아든 점도 호재다. 지난해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커 한정된 전술 운용과 선수 기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박건하 감독은 올해 보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도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통해 지난 시즌 최대 약점이었던 수비 불안을 메우고 있다. 수원은 지난해 제주를 상대로 1승1무2패에 그쳤지만, 홈에서는 1승 1무로 선전했다. 지난해 5월 12일 경기에선 전반전을 0대2로 뒤졌지만 후반에 3골을 몰아쳐 3대2 신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다. 제주는 겨울 이적시장서 윤빛가람을 비롯해 김동준, 이지솔, 요나탄 링 등 A급 자원들을 대거 수혈해 전북과 울산의 양강체제를 위협할 복병으로 거듭났지만 개막전서 수비 약점을 노출하며 포항에 0대3으로 대패했고, 26일 강원전서도 상대의 두 줄 수비를 뚫지 못해 득점없이 비겼다. 한편, 수원FC는 같은 시간 울산 문수구장서 울산을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승리레 도전하고, 성남FC는 홈에서 서울을 상대로 연패 탈출을 노린다. 권재민기자
여자 프로배구 선두 수원 현대건설과 2위 김천 한국도로공사가 정규리그 마지막 격돌이자 미리보는 챔피언전에서 화력 대결을 펼친다. 1위를 독주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1일 오후 4시 홈인 수원실내체육관으로 도로공사를 불러들여 도드람 2021-2022 V리그 6라운드 첫 경기서 정규리그 우승 확정에 나선다. 27승3패, 승점 80의 현대건설은 이날 도로공사(66점)를 꺾을 경우우승을 확정한다. 더욱이 상대가 올 시즌 3패 가운데 2패를 떠안긴 도로공사여서 챔피언전 직행을 앞둔 현대건설로서는 기선 제압과 지난 5라운드 완패 수모를 되갚아야 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3라운드서 도로공사에 2대3으로 시즌 첫 패배를 당한 후 여자부 최다인 15연승을 질주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중단으로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르느라 체력이 저하돼 지난 2월23일 원정 경기서 시즌 첫 0대3 완패로 무너졌다. 4일간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 25일 대전 KGC인삼공사에 마저 2대3으로 져 시즌 첫 연패의 쓴 맛을 본 현대건설은 3일 휴식 뒤 맞붙는 도로공사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살인적 스케줄에 두 번이나 울었던 현대건설의 도로공사전 관건은 체력이다. 주포인 야스민과 트윈타워 양효진, 이다현에 토종 레프트 황민경, 정지윤, 고예림 등이 버티고 있어 체력만 뒷받침되면 안방에서 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또한 리그 재개 후 다소 흔들리고 있는 세터 김다인의 안정된 볼배급도 필수적이다. 올 시즌 세트 1위에서 최근 2위로 밀려난 김다인이 보다 안정을 이룬다면 현대건설은 홈 팬들이 보는 앞에서 축포를 터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칫 패할 경우 다시 챔피언결정전서 맞붙을 공산이 큰 도로공사에 더욱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어 상대의 기를 꺾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로공사의 쌍포인 켈시와 박정아의 공격을 얼마만큼 차단하느냐도 중요하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3일동안 떨어진 체력 회복에 역점을 뒀다. 단기간 극복될 문제는 아니지만 안방에서 기필코 우승을 확정짓고 편안하게 챔피언전 준비를 하고 싶다. 또한 그동안 많이 코트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황선학기자
안산문화재단이 2022 안산국제거리극 축제의 참여 프로그램인 시민버전6.0 참가팀을 오는 3월11일까지 공개 모집한다. 오는 5월5일부터 나흘간 펼쳐지는 시민버전 6.0은 시민들이 직접 예술가가 되어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펼친다. 지난 2016년을 시작해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구성원의 과반수가 안산 시민 또는 안산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단체이면서 에어로빅 및 타악과 태권도, 줄넘기, 풍물 등 거리에서 공연이 가능한 장르나 거리예술에 부합하는 형식의 작품이면 지원 가능하다. 15개 팀 내외로 선정한다. 자세한 내용은 안산문화재단 혹은 안산국제거리극 축제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행사는 매년 평균 70만 명의 관객이 찾으며 사랑을 받아온 안산시의 대표 축제로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으며 지난해에는 비대면으로 열렸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과 엄격한 출입 관리, 사전예약 등을 통한 체계적인 관객 관리를 통해 안전한 축제 문화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축제 관계자는 오는 5월 안산을 꽃 피울 다양한 공연과 함께 지친 시민들의 감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다시 거리예술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산=구재원기자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둔기로 서로를 폭행한 50대 남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안양동안경찰서는 특수폭행 혐의로 A씨(59)와 B씨(51)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7일 오후 9시40분께 동안구 비산동의 한 노상에서 각각 둔기를 든 채 서로를 폭행한 혐의다. 앞서 이들은 인근 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지지하는 대선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갈등을 빚었다. 이들은 식당에서 나와 말다툼을 이어가던 중 주변에 있던 알류미늄 파이프와 각목을 들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을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B씨가 휘두른 알류미늄 파이프에 머리를 다쳤다. B씨도 타박상 등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양휘모기자
새뜻한 3월. 새 맛은 역시 3월이다. 한 해 시작인 1월보다 출발의 느낌을 더 새롭게 깨워낸다. 그래서 자세도 새로 가다듬고 걸음도 더 바르게 걸어야 할 것만 같다. 새 책, 새 공책, 새 학년이니 입학 같은 새로운 출발의 큼직한 단위나 기억들이 오래 작동하는 까닭이겠다. 사실 2월은 쉬어가는 달처럼 조금 느슨히 보내기 쉽다. 2월 봄방학을 두던 우리네 학기 운용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2월은 이삼일이 짧아서 미처 못 다한 일도 봐주고 싶어진다. 여느 달보다 짧은 만큼 아량은 더 있는 셈이랄까. 그렇게 2월 보내고 3월의 입구에 서면 긴장감이 확 몰려온다. 자, 이제 본격적인 출발인데 무엇부터 어떻게 실행해야 하지? 묵은 먼지를 털며 괜히 서성이다 주변 공기마저 팽팽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듯 마음 다잡게 하는 무슨 채근이 3월에는 더 있는 게다. 예전에는 3월이 싫었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흙길 때문에 더 그랬다. 신발이며 바짓단에 진창이 들러붙기 일쑤라 풀이 자라던 가장자리만 딛는 발자국들로 새 길이 날 정도였다. 질척거리긴 마당도 마찬가지여서 봉당이며 댓돌까지 묻어 다니는 흙들에 비질이 바빴다. 그러던 3월 진창길 대신 지금은 미세먼지로 괴롭다. 온화한 봄날의 복병인 미세먼지군단. 제국의 점령처럼 뒤덮던 황사보다 더 치명적인 미세먼지 예보에 걱정이 앞선다. 오미크론 대확산까지 겹친 먼지세상이라니 암울하다. 벌써부터 눈과 목이 따끔대는 노약자나 기저질환자는 봄을 또 어찌 살아낼 것인가. 그런 중에도 꽃소식은 여전하니 3월을 새롭게 만드는 즐거움이다. 얼음 속에 먼저 피는 이른 봄꽃들 뒤를 따라 우리 산하를 피워낼 꽃들이 골목골목 즐비하다. 간간이 치는 꽃샘추위쯤 다 물리치면서 봄꽃들은 그렇게 희망을 피워 새록새록 건넬 것이다. 어김없이 새 꽃을 피워내는 자연에 우리는 또 사람이 못 주는 꽃 위안을 받으리라. 특히 올 3월은 사람 꽃이 환히 피길 바랄 테지만, 그와 다르면 어느 꽃도 꽃이 아닐 것이다. 내 마음의 꽃이 펴야 정작 참다운 꽃봄이라고 환대하듯. 그나저나 3월은 춘삼월이다. 웅크렸던 어깨 펴고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금 풀어진 채 보낸 2월을 털고 달력을 펼쳐본다. 무엇이든 시작하라고 곧 많은 프로그램이 손짓을 더할 것이다. 덩달아 우리의 설렘이나 들렘도 뭐가 새로이 할 만한 일인지 눈을 밝힐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든 도전의 재도전이든, 코로나 시국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챙겨 나서리라. 지쳤다고 주저앉아 바이러스 탓만 하며 우리 앞의 시간을 그냥 보낼 순 없지 않은가. 그렇게 추켜보니 바닥났던 기운이 좀 솟는다.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고, 너 자신을 피우라는 어린 꽃망울들의 채근도 들리는 듯싶다. 멀리 꽃피는 소리에 다듬어보는 봄맞이 자세다. 정수자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