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테니스 ‘최강 콤비’ 김나리ㆍ홍승연, ‘같은 듯 다른 매력’

국내 테니스 최고 권위의 제75회 한국테니스선수권 여자 복식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국내 최강 콤비 김나리(30)ㆍ홍승연(28ㆍ이상 수원시청). 둘은 지난 15일 끝난 이 대회 결승서 김다빈ㆍ한나래(인천시청) 조를 2대0으로 완파하고 대회 2연패 달성과 함께 시즌 3관왕에 올랐다. 최영자 수원시청 감독은 (김)나리는 강력한 포핸드를 앞세워 힘 있는 경기를 펼친다. 아담한 체구에서 이 같은 힘을 낸다는 것은 포핸드를 정석대로 구사할 때 가능하다. 투지와 근성도 좋다면서 홍승연에 대해 공이 많이 감기는 구질을 앞세워 상대 선수들을 괴롭히는 영리한 선수다. 발도 빠르고 지구력도 좋다. 특히 수비가 좋다고 평가했다. 복식은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가 다른 성향의 선수임에도 최 감독은 오히려 지난해 7월부터 이들을 하나로 묶어 복식 경기에 뛰게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첫 출전한 춘천오픈대회 준우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결승에 오르며 8차례 우승과 2번의 준우승 등 최강 복식조로 자리매김 했다. 이들은 처음 최 감독으로부터 복식조 편성을 제안받았을 때 서로 맞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단다. 김나리는 성향이 너무 달라 (홍)승연이와 절대 안 맞을 줄 알았다. 감독님께 처음에는 거부 의사를 표현했지만, 이번 시합만 맞춰보라고 말씀하셔서 출전했는데 준우승했다. 그 뒤로 몇 번 더 짝을 이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맞기 시작했다. 이제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고 말했다. 홍승연은 나는 조용하고 말이 없는 편으로 대회가 다가올수록 더 성격이 차분해진다.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나리 언니와 성향이 달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호흡이 잘 맞는다고 미소지었다. 최 감독은 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원동력에 대해 같은 듯 서로 다른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홍승연이 코트서 안정적인 플레이로 상대 공을 받아주면 화끈한 공격을 구사하는 김나리가 네트 앞에서 위닝샷을 만들어준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시즌 후반에 쉼없이 열리면서 둘은 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제3차 한국실업테니스연맹전에 불참했다. 김나리와 홍승연은 계획대로라면 의정부에서 진행 중인 3차 실업연맹전에 출전했어야 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으로 건너뛰고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한국실업마스터스대회를 준비 중이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만큼 해오던대로 준비를 잘해 부상 없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수기자

[의학] 코로나발 취업난 심화에 청년 알코올문제 비상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이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환경이 악화하자 술을 마시며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음주로 해결할 경우 문제 음주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청년 취업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2.2%, 경제활동 참가율은 47.0%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4% 하락했다. 취업난이 이어지자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이들까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취업했어도 휴직과 실업에 내몰려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휴직 중이던 20대 여성 승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는 강제 휴직이 이어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많은 청년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힘든 상황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거나 도피하기 위해 술을 마시지만 이는 자칫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자 술을 마시는 청년이 늘고 있다. 지난 3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시행한 코로나19 대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에서 음주 횟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0.9%에서 8%로 8.8배가 많아졌다. 거의 매일 폭음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0.53%에서 2.19%로 증가했다. 허 원장은 음주량 증가는 정신건강 악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코로나19에 청년층 음주가 급증했다는 건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음주경험이 계속 반복되면 뇌가 착각을 일으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이 생각나게 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시상하부ㆍ뇌하수체ㆍ부신피질 축을 교란시켜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 부정적인 감정을 술로 해결하려다 오히려 여러 사건ㆍ사고에 노출될 수도 있다. 지난 7월 부산의 한 PC방에서 만취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손님과 종업원을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 여성은 고교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해 사회에 불만을 느끼고 한달여 전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성태 원장은 긴 시간 음주를 지속하면 알코올이 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쉽다며 술을 마실수록 찾아오는 더 큰 우울감에 더 많은 술을 원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맨 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시겠지만 음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 술이 아닌 건강한 방법을 찾아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평소에 정신건강 관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의왕=임진흥기자

[오늘 날씨] 흐리고 비 계속…미세먼지 '보통'

수요일인 오늘(18일) 하루종일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강수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인천경기도는 흐리고 비가 내리다가 낮 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많겠다. 하지만 오후 들어 다시 비가 시작되겠고, 내일(19일) 밤 그치겠다. 내일 새벽 서해5도, 오전에 서울인천경기도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30~80mm이고, 많은 곳은 100mm 이상 내리는 곳도 있겠다. 원활한 대기 확산과 강수의 영향으로 대기 상태는 대체로 청정하겠다. 서울, 경기북부와 남부는 '보통' 수준을 보이겠고, 인천은 '좋음' 수준을 나타내겠다. 오늘 낮 최고기온은 서울 20도, 인천 19도, 수원 20도 등 18~22도로 평년(10~11도)보다 5~10도 높겠다. 내일까지 낮 기온은 어제(17일, 17~21도)와 비슷하겠지만, 비가 그친 후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기온이 차차 떨어지기 시작해 모레(20일) 아침 기온은 내일 아침 기온(14~18도)보다 15도 이상 크게 떨어져 쌀쌀하겠다. 내일 아침 최저기온은 14~18도, 낮 최고기온은 15~20도를 기록하겠고, 모레 아침 최저기온은 0~4도, 낮 최고기온은 6~9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서해중부해상에는 오늘 오후에 바람이 점차 강해져, 밤부터 모레 오전까지 바람이 30~65km/h(9~18m/s)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도 2.0~4.0m로 매우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다. 장영준 기자

[장영준의 잇무비] '요가학원:죽음의 쿤달리니',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과 욕망

감독: 김지한, 전재홍 출연: 이채영, 최철호, 조정민, 간미연 등 줄거리: 패션계 간판 모델에서 밀려난 '효정'(이채영)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으로 요가학원에 입소하면서 겪게 되는 섬뜩한 현상을 그린 미스터리 공포 영화. 아름다워지고 싶은 끝없는 집착과 욕망 여자에게 '아름다움'이라는 욕망은 감출 수 없는 재채기와 같은 것이 아닐까. 효정(이채영)도 그랬다. 광고 촬영 현장에서 자신아 아닌 다른 이로 모델이 교체되는 수모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궁극의 아름다움을 얻게 해준다는 요가학원 '칼리'. 하지만 그곳은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다. 영화는 요가라는 소재를 통해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낸 인간의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여기에 배우들의 기괴한 몸동작은 영화의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서로 다른 욕망을 지닌 그들 영화에는 효정 뿐 아니라 미연(조정민), 보라(간미연) 등 외모에 집착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바로 이곳, 요가학원에서 궁극의 아름다움을 차지하기 위해 이들은 가슴 깊숙이 숨겨놓은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각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은 영화 속 공포를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섬뜩한 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덕분에 공포감이 고조될 수록, 억눌린 욕망이 폭발할수록 관객들의 아찔함은 깊이를 더해간다. '김녕사굴 설화'와 요가의 만남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제주도 설화가 하나 있다. 조선시대 제주 구좌읍 김녕리 마을 동쪽 큰 굴에 살고 있는 뱀에게 화를 화를 입지 않으려면 처녀를 바쳐야 한다는 내용의 '김년사굴 설화'다. 설화 속 뱀은 판관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판관도 결국 죽은 뱀의 피해 의해 죽는다. 영화 '요가학원:죽음의 쿤달리니'도 이런 설화의 내용을 따라간다. 지하 공간에 걸려 있는 뱀의 사진들은 이런 설화의 내용을 암시한다. 특히 푸른 바다와 요가학원 '칼리'는 완벽히 대비되는 공간으로 등장해 관객들을 더욱 혼란에 빠트린다. 개봉: 11월 18일 장영준 기자

[사설] 軍소음 피해학교 지원조례 무용지물, 왜 만들었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학교가 경기도내 141개교에 이른다. 군사기지 피해 학교 36곳, 군 공항 피해 학교 105곳이다. 지역별로는 군 공항이 위치한 수원이 57개교로 가장 많고 이어 화성오산 18개교, 성남 13개교 등의 순이다. 이 중 초등학교가 49곳으로 가장 많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다. 141개 학교 중 103개교가 소음 피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경기북부는 북한과 접경지역에 있어 학교 인근에 군 부대가 많다. 수시로 전차와 장갑차가 지나가고 군용트럭 통행량도 많다. 사격장 포격 소리에 아이들이 놀라기 일쑤다. 수원에는 군 공항이 있어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마다 대화가 불가능 할 정도의 소음이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수업은 정지 상태다. 일부 학생들은 이명ㆍ어지럼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교육청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주변 소음피해 학교 지원 조례를 제정,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했다. 해당 조례 제11조에는 교육감은 소음피해학교의 교수ㆍ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중 협의체를 구축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군사시설 등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조례를 만들고 1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기도의회의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황대호 의원이 이런 문제들을 지적했다. 도교육청 행정국장은 아직까지 협의체를 구성한 사례는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정도라고 답변했다. 조례까지 만들어놓고 주먹구구식이라니, 교육청 담당자가 할 소리인가 한심스럽다. 군 공항의 비행훈련과 사격장 포격 등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수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는데 대처를 안하고 있다니 직무유기다. 예산 확보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 어필해야 한다. 조례대로 지역교육지원청은 지자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학생들에게 쾌적한 학습환경을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11월부터 시행되는 군 소음 방지와 피해를 보상하는 군 소음 보상법에 학교가 제외돼 있다. 국회 교육위 정찬민 의원이 보상 대상에 학교 등 교육시설이 포함되도록 군 소음 보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국감에서 밝혔다. 교육청과 지자체에서도 힘을 보태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사설] ‘내 자식이었대도 이럴 것인가’... 어린이집 아동학대 여전하다

경남 사천의 한 어린이집 폐쇄회로에 이런 장면이 잡혔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린다. 어른이 음식을 억지로 아이 입에 밀어 넣는다. 손등을 수차례 내려치기도 한다. 아이는 뇌병변장애 2급을 앓은 다섯 살배기다. 말을 하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 못한다. 어른은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다. 조사했더니 한 달간 130여대를 때렸다. 주먹은 물론 컵으로도 때렸다. 가장 최근의 어린이집 아동 학대 예다. 동영상을 본 누구라도 분노했다. 하물며 아이의 가족은 어땠겠나. 몸이 성치 않은 아이다. 안 그래도 늘 속상했을 것이다. 그 아이가 학대를 당하는 모습이다. 그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학대 어른에게 묻고 싶다. 당신 자식, 당신 손주라도 그렇게 했겠는가. 아이가 싫으면 왜 그 일을 하고 있는가. 두들겨 맞는 아이들이 한둘 아니다. 피멍 들어오는 아이들도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에겐 지옥이다. 경기도 내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봤다. 최근 3년간 200건 이상 발생했다. 2018년에 58건, 2019년 112건, 올 해(9월 말 현재) 36건이다. 올 들어 줄었다고 보면 안 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린이집 상당수가 폐쇄된 영향이다. 유형별로 보면 신체적 학대가 95건으로 제일 많다. 정서 학대도 28건, 방임 17건이다. 66건은 다양한 형태의 학대로 분류됐다. 사실 학대의 정도를 구분할 것도 없다. 아이 부모들엔 다 가슴 무너지는 일이다. 지역별로 나눠봤다. 화성시가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수원시(17건), 용인ㆍ김포시(각 15건), 부천ㆍ안산ㆍ남양주ㆍ시흥시(각 11건), 광주시 10건이다.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 있다. 안양ㆍ이천ㆍ연천이다. 근래 모든 지자체의 공통적 행정 목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출산을 책임지는 도시다. 이런 구호는 같은데 아동학대의 실태가 천차만별이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학대받는 도시가 있다. 침소봉대라 할 것이다. 인구 비율을 고려하라고 할 것이다. 행정 밖의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잘 안다. 그렇지만 아이가 학대받는 도시의 우악스런 표현을 철회하지 않겠다. 안양ㆍ이천ㆍ연천에는 한 건도 없는 건 사실 아닌가. 앞선 경남 사천의 예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시가 정직 6개월 처분으로 끝냈다. 피해 아동 부모가 이의를 제기하자 살인 유죄 등 중범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행정이 이러니 저러는 것 아닌가. 행정이 의지를 가지면 역점 정책이 된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을 지금보다 강조하면 된다. 그러면 24건이 10건 되고, 10건이 0건 될 것이다.

[지지대] 마리 앙투아네트의 구두

초등학교 교사인 오 선생은 문간방을 세를 놓았다. 세입자 권씨는 보증금도 다 내지 않고 오 선생의 문간방으로 이사를 왔다. 남매를 데리고 오는데 짐이라곤 이불 보따리 하나와 취사 보따리 하나가 전부였다. 이런 와중에도 권씨는 반짝이는 구두를 바짓가랑이로 닦았다. 윤흥길 작가의 단편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이렇게 시작했다. ▶권씨는 철거민 권리를 찾기 위해 시위를 벌이다 주동자로 몰려 감옥생활을 했다. 왜소했고, 내성적이었다. 그래도 대학까지 다녔다는 자존심만은 대단했다. 그는 아홉 켤레나 되는 구두를 장만, 구두닦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구두 닦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구두를 닦을 때면 그의 눈빛은 기쁨으로 반짝였다. ▶권씨라는 캐릭터는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 그늘의 아이콘이었다. 권씨의 경우처럼 구두는 성별, 나이, 계층, 취향 등 뜻밖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에게 구두 아홉 켤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도시의 흔한 가장의 전형이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월이 흘러도 가장이 짊어진 무게는 마찬가지다. ▶외신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의 흰색 미들힐 구두가 경매에서 4만3천750유로(약 5천760만원)에 낙찰됐다고 한다.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그녀는 프랑스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경매를 통해 제법 높은 값이 매겨진 그녀의 구두는 결국 200여 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그녀의 구두는 염소 가죽과 실크 등으로 호화롭게 만들어졌다. 앞 코가 해지고, 여기저기 구겨졌다. 크기는 225㎜다. 오늘날 유럽의 잣대로 따지면 굽 높이는 4.7㎝라고 한다. 굽에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이름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당시 그녀를 시중들었던 여성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번에 햇빛을 본 셈이다. ▶산업화시대를 살아갔던 권씨의 구두와 혁명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사라져간 여인의 구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죽음 앞에선 철저하게 평등했던 한 인간이 신었던 신발이었다는 점은 명쾌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아있는 역사적 체취는 날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한 한 켤레의 구두에서 치열했던 당시의 사회상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씁쓸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포토뉴스] 수원시농업인단체 사랑의 김장나눔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