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4건 중 1건만 수용… 경기도 제안에 여전히 귀 닫은 정부

경기도가 지역발전을 위해 제출한 각종 건의안에 정부가 묵묵부답(경기일보 2019년 11월8일자 1면)이었던 가운데 올해도 건의안을 4건 중 1건꼴로만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현장에서 발굴한 규제 합리화 내용을 정부 측이 적극 검토, 도민들의 안전ㆍ경제 여건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올해 9월까지 건의안 189건을 중앙 부처에 제출했으나 50건만 수용됐다고 12일 밝혔다. 최근 건의안 수용률(건의안 내용 일부만 반영됐어도 수용으로 집계)을 보면 2018년 36.2%(171건 중 62건), 지난해 41.8%(172건 중 72건), 올해 26.4% 등이다. 올해 건의된 안건 중 검토 단계인 25건을 정부가 모두 받아들인다고 가정해도 수용률은 39.6%에 불과하다. 올해 건의안 189건이 32개 정부 부처에게 전달된 가운데 ▲국토교통부 69건 ▲행정안전부 24건 ▲환경부 23건 등의 순으로(중복 집계 포함) 명시됐다. 이중 국토부는 18건(26%), 행안부는 7건(29.1%), 환경부는 2건(8.6%) 등을 각각 수용했다. 10건 이상 건의안이 접수된 부처 중 수용률이 가장 낮은 환경부에는 ▲특별대책지역 내 폐기물처리시설 입지 완화 ▲특별대책지역에 폐기물 수집운반업 입지 규제 해소 ▲폐수배출시설 배출허용기준 완화 등 오염물질 배출 관련 내용이 많았다. 이처럼 정부가 경기도 제안에 귀를 닫으면서 도민 안전이 우려되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3월과 7월 공장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공장 증축ㆍ증설이 가능하도록 국토부와 환경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근로자들의 작업 공간을 축소하면서(정부의 환경ㆍ위생 기준 강화) 안전사고 요인으로 지적되지만 수도권 규제 등으로 공장 증축ㆍ증설이 제한돼 추가 공간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와 환경부는 경기도 제안에 모두 수용 곤란 입장을 전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9월 국무조정실 등에 자연보전권역 지정 전 공장 근로자 안전예방을 위한 규제 합리화를 호소, 정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정부가 수용하지 않은 주요 건의안을 보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온누리상품권(지역화폐) 가맹점 등록대상 확대(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 ▲신종감염병(코로나19) 확산 위기대응시 원격의료 허용 관련 의료법 개정(지난 7월 보건복지부) ▲이륜차 야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등화장치 부착(지난 7월 국토부) 등이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중앙 부처에서 건의안을 검토하는 기간이 늘어 수치상 수용률이 더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중앙 부처의 신중한 검토도 중요하지만 도민 안전과 직결된 공장 증축ㆍ증설 규제 완화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아쉽다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포토뉴스] 영흥도 쓰레기 매립장 반대 집회

[포토뉴스] 관리가 부족한 수원 일월저수지

[포토뉴스] 한국은행 창립기념 지역경제 세미나

[사설] 복지비 부당 수령, 형사 고발 늘려야

예상대로 곳곳에서 새고 있었다. 복지비가 사취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경기도가 적발한 부당 수령 사례는 3천794건이다. 사회복지법인ㆍ시설의 보조금 부당 수령이 377건이다. 기초 생활급여 부정 수급은 3천411건이다. 공공임대 주택 소유 위반도 6가구 적발됐다. 사회복지법인ㆍ시설 207개소, 기초생활급여 21만 가구, 공공임대 주택 8천389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적발 건수도 놀랍지만, 비위 내용에 더 분노하게 된다. 복지 시설 대표는 파견 직원과 짜고 근무 날짜를 3배 가까이 부풀렸다. 가짜 근무 서류로 지원금을 받아냈다. 복지 회관 한 곳에서만 이렇게 빼먹은 보조금이 2천100만원이다. 모두 도민의 혈세다. 어떤 요양보호사교육원은 승인받지 않은 교수 요원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짐작건대 이 역시 지원금 일부를 착복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다른 요양보호사교육원은 법정 교육과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제멋대로 운영한 것이다. 기초생활 수급자에 주는 생계ㆍ주거 급여도 우려했던 대로 줄줄 샜다. 사실혼 관계 배우자와 생활하면서도 독거로 속여 계속 돈을 받아온 예가 있다. 이 한 사람이 받아간 부정한 돈만 2천200만원이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의 근로 소득을 다른 사람 통장으로 받는 방법으로 지원금을 타 먹었다. 이 분야의 부정 수급 적발 사례만 3천411건이다. 대상이 많은 만큼 벌어지는 위법 수급 행위도 가장 많았다. 못 먹는 게 바보인 꼴이다. 복지비 누수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전해듣는 얘기다. 지금 주목할 건 이런 부정행위에 대한 처분이다. 경기도는 이번 적발에서 2천855건을 환수했다. 징벌적 환수가 아니라 정액 환수다. 부정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관심인데, 373건이 주의ㆍ시정 조치다. 계약해지나 사업정지가 8건이다. 형사 고발은 5건에 불과하다. 적어도 통계로만 보면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없다. 먹은 만큼만 토해내고 끝났다. 우리가 현장의 모든 상황을 알 수는 없다.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정도의 처벌이 경기도만의 얘기도 아니다. 복지비 부정 수급에 대한 처벌이 대략 이렇다. 이래서 안 된다는 것이다. 복지의 한계는 곧 재원의 한계다. 돈이 있어야 복지를 할 수 있다. 그 돈을 촘촘히 관리하는 것은 복지를 지탱해가는 핵심이다. 이를 안다면 당연히 엄벌해야 옳다. 복지비 사취의 피해자는 더 가난하고 더 불쌍한 우리의 이웃이다. 벼룩이 간을 빼먹는 짓이다. 형사 고발 비율을 지금의 10배 이상 높여야 한다.

[사설] 폭등한 전셋값, 땜질식 규제강화로 잡기 어렵다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부동산 시장이 금방이라도 안정될 것처럼 호언했으나 혼란과 갈등만 커졌다.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르고 그나마 안정적이던 전월세 시장마저 요동치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려고 수천만원의 뒷돈을 쥐여주는가 하면,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인데도 세입자 계약갱신 여부에 따라 이중 가격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왜곡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활용해 5%만 올린 전셋집과 높은 시세대로 신규계약이 체결된 전셋집이 공존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실제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간 전셋값 격차가 최대 2배 벌어진 곳이 속출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대인데 한 집은 4억원, 다른 집은 8억원에 전세를 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전세 매물이 품귀를 빚고 전세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가 바뀔 때 4년치를 한 번에 올리기 때문이다. 기존 세입자는 2년간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됐지만, 신규 세입자는 치솟은 전세금을 감당해야 한다. 새 임대차법 시행 100여일이 지난 상황에서 시간이 약이라던 정부 예측과 달리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르고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교육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물량 부족 등으로 전셋값은 크게 뛰어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주거난이 심각하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전세 난민들이 아예 아파트를 사자며 매수 행렬에 가세,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의도한 주거 안정이 과연 실현될 지 의구심만 든다. 전세 품귀에 월세까지 폭등하면서 부동산 민심이 들끓고 있다.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법을 시행했지만 임차인들조차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또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토부 산하에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 7월 도입한 전월세신고제 등 부동산 법령 위반을 상시 조사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전월세 계약기간을 3+3년으로 늘리고, 세입자가 임대료를 두 달간 내지 않아도 내보낼 수 없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시장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 졸속 시행되고 있는 법, 거기에 더 강화되는 규제 법안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연일 쏟아내는 땜질식 규제법안은 서민 고통을 키우고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