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착한 꼰대

지난 주말 C대학 인근의 생선 초밥집을 지인과 함께 들렀다. 식당은 점심 시간이 훨씬 넘긴 시간인데도 좌석을 잡을 수 없을 만큼 붐볐다. 그동안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와 상관없이 손님들로 북적이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생선 초밥은 젊은 세대들과는 거리가 먼 어른들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손님들 90%가 젊은 대학생들이었고 나이 많은 사람은 어쩌다 한둘 보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젊은 남녀 학생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게 꼭 이방인 같았다. 어떻게 해서 이 초밥집을 젊은 대학생들이 점령하게 되었는가. 한참을 서서 이것저것을 살펴보았다. 첫째, 일식집에서 초밥을 시키면 넓고 큰 접시에 꽃잎을 놓는 등, 여러 가지 장식을 해서 가져 온다. 그래서 옛날부터 일본 음식은 눈으로 먹고, 한국 사람은 배로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식당은 큰 접시를 없애 버리고 30㎝ 정도의 좁은 나무 판에 초밥 10개를 나란히 얹어 가져 온다. 쓸데없는 장식도 없다. 소위 스키다시라는 서비스도 없다. 그러니 큰 접시에 눈부시게 차려 내놓는 초밥이 아니어서 부담 없이 가볍게 먹을 수 있고, 가격도 대학생들에게 무겁지 않은 1만원대. 초밥 10개는 광어, 연어, 골뱅이 등 고르게 나열되어 있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했고, 거기에 따라나오는 작은 공기의 메밀국수 (소바)를 먹으면 포만감까지 느끼게 된다. 두 번째는 종업원들이다. 일반 횟집 (일식집)처럼 잘 차려입은 아주머니들이 아닌 젊은 또래의 아르바이트생들이어서 역시 대학생들에게 부담감을 덜어주고 친근감마저 준다. 실내 음악도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팝송. 이렇게 일식 초밥 식당이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체질 변화를 일으키면서 젊은 세대들을 자연스레 끌어들인 것이다. 우리의 정치도 젊은 세대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이 현실을 벗어나려면 초밥 식당과 같은 변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한 여론조사에서 젊은 세대들의 보수당 인기가 선거 때보다 더 추락하는 것을 보면 이런 체질개선이 절실함을 느낀다.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은어, 꼰대의 탈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나 학생들이 잔소리 많은 선생님을 가리킬 때의 은어, 꼰대가 이제는 일반화되고 외국 언론에 까지도 소개될 정도로 정치권에서도 자주 회자 되고 있다. 이 은어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는 완고한 고정관념의 소유자들. 그래서 가령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추운 날 장갑을 끼라고 하면 옳은 소리인데도 꼈던 장갑을 벗어 버리는 조건 없는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수출이 급감하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그러려니 흘러 버리고, 불이야! 하고 소리쳐도 놀라지 않는 이를테면 공감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한다. 그렇다. 바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공감의 벽을 정치가 허물지 못하는 것이다. 이 벽을 허물지 못하면 정치, 특히 보수정당은 그들 만의 외로운 무대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것은 이와 같은 위기를 그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혈압이 올라가도록 자기주장만 완고하게 설득하려는 것으로는 젊은 세대와의 공감의 벽을 허물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보수의 지도자로 나서겠다는 사람 중에는 굴착기라도 동원하여 벽을 헐어 버릴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선 초밥집 사장처럼 기존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식당 좌석을 젊은이들로 꽉 채울 착한 꼰대가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천자춘추] 맹자와 플라톤의 대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정의로운 국가는 어떤 국가인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정치인으로서 혹은 사회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법적, 도덕적 책임에 대해서 맹자와 플라톤은 2500년 전에 우리에게 그 해답을 알려주었다. 맹자(孟子)와 플라톤은 기원전 4~5세기에 거의 동시대에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이 두 철학자가 살았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혼란의 시기였다. 맹자가 활동했던 시기는 중국의 서로 죽고 죽이는 분열과 질곡의 춘추전국(春秋戰國)시기였다. 플라톤 역시, 페르시아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올 무렵 다시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패권을 둘러싼 30년간의 전쟁인 펠레폰네소스 전쟁 시기에 태어나서 활동했다. 이 시기 두 지역의 권력자들은 백성의 고통은 안중에 없고 권력욕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시대는 플라톤을 무엇이 올바른 국가이며 개인인가, 그리고 그러한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매달리게 했다. 플라톤은 올바른 국가는 지혜를 가진 철인에 의해 통치되어야 하고, 용기를 지닌 전사 계급에 의해 지켜져야 하고, 다수의 생산자가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면서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할 때 올바른 국가와 개인의 관계가 완성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모든 덕에 알맞게 그 기능을 발휘할 때 정의(Justice)의 실현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맹자와 플라톤의 사상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플라톤이 이야기하는 각자의 충실한 역할은 공자가 제나라에 갔을 때 당시 군주인 경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한 것과 맹자의 오륜(五倫), 즉 친의별서신(親義別序信)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맹자는 여기에 덧붙여 하늘의 뜻(天心)이 바로 민심(民心)으로 군주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올바르지 못하다면 그들을 바꾸어야 한다는 혁명적 사상도 고취했다. 그는 백성이 제일 존귀하고 정부는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고 했다. 플라톤도 어느 한 집단이나 개인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최대한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의(正義)로운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지도자가 자신이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할 때 그 국가는 정의로운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맹자도 백성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알고 백성의 어려움을 자신의 어려움으로 하는 지도자 중에 군주가 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없다.(樂民之樂者憂民之憂者不王者, 未之有也)라고 했다. 이 두 동서양의 철학자의 말대로 한국의 정부와 사회 지도자들은 우리 앞에 당면한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소수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의로운 방법을 찾는데 그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박기철 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기고] 농업작업 안전 예방,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계절의 여왕 5월이다. 그러나 2020년 5월은 여느 때와 다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되면서 전 세계가 자국민의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5월 들어 확진자가 현저히 줄면서 생활방역으로 전환됐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의 투명한 정책과 전 국민의 예방 수칙 실천으로 얻은 안전이라는 대가이다. 이제 모든 생활에서 안전은 삶의 질과 상통한다. 5월 20일은 24절기 중 8번째 절기인 소만(小滿)이다. 소만은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말한다. 오뉴월 하루 놀면 동지섣달 열흘 굶는다는 속담이 있듯 농촌에서의 5월은 정말 바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외국인 일손까지 구하기 어려워 농업인들의 농사일은 가중되고 있다. 우리 농업은 논농사 99%가 기계화되었지만, 밭농사는 기계화율이 60.2%로 농부의 노동력에 의존한다. 쪼그려 앉아서 하는 열악한 작업자세와 미세먼지 등의 주변환경으로 농업인의 10명 중 8명이 농부증이라는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중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더 많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농업분야 재해율이 전체 산업 재해율에 비해 약 1.5~2배 높게 나타났으며, 농촌진흥청은 농업작업 관련 질병 유병률이 평균 5%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농업인의 안전하고 건강한 농업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5년 1월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으며, 이에 앞서 2012년에 농업인안전보험 및 농기계종합보험도 도입됐다. 이에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연구와 안전교육, 예방사업을 전개해 오고 있다. 지역 농산물 생산 관련 작업에 의해 농업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근골격계 질환과 농장의 위험요소를 파악해 차단하는 참여형 농업작업 환경개선 활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농촌진흥청, 농업안전보건센터(의료기관)와 연계해 농업인의 주요 질환조사를 통한 원인규명으로 예방매뉴얼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아직도 농업작업 안전재해 예방에 대한 농업인들의 인식 부족으로 실천율이 저조하고, 농업인들의 질병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지역 의료서비스에의 적용 확산은 미비한 실정이다. 그나마 2021년부터 여성농업인에게 유병률이 높은 질환(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건강검진이 이뤄지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농업인의 농업작업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농업인 특성을 감안한 장비 개발과 안전관련 개인보호구 및 편이 장비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계속 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그동안 농업작업 안전은 수량증대, 소득향상에 가려져 등한시되었으나 이제는 우선순위로 안전사고 방지와 농부증 예방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시기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농약 분진에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제복, 마스크 등 개인보호구부터 착용하는 것이 농업작업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예방의 첫 걸음이다. 이영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생활기술팀장

[세계는 지금] 밝아오는 여명

우리는 언제 미국이나 유럽처럼 근사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꿈꾸어 왔다. 부유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 앞선 나라가 우리의 목표였다. 한국민들은 꿈만 꾸지 않았다. 어느 나라보다 힘차게 전진하였고 어느 국민보다 열심히 뛰었다. 꿈꾸던 선진국이 이제 무지개 너머가 아니라 집 근처 공원 앞에 와 있다. 경제력은 이제 G7에 근접해 있다. 주변국으로 인해 표시가 잘 나지 않지만 군사력도 대단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의 선진 이미지가 세계 도처로 확산하고 있다. 개혁과 혁신, 변화와 변혁을 한국보다 더 강렬하게 추구해 온 나라가 있을까. 선진사회라고 말할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선도하는 사회다. 구미 주요국과 이웃나라를 따라잡기 위해 진력해온 한국은 이제 앞서가고 있다. 전면적인 국민의료보험과 5G 시스템으로 인한 효율적인 의료체계로 가장 안전하고 제일 살기 좋은 나라로 되어 있다. 한국만의 의료복지가 돋보이면서 급기야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을 선망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도 급격히 고양되고 있다. 두 번째는 민도이다. 지하철에서 두고 내린 물건은 분실물 센터에서 찾으면 될 정도로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지난 70여 년 우리는 앞서간 주요국들을 보고 배우는데 나태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관용 정신도 보았고, 미국의 창의성과 도전정신도 익혔다. 독일인들의 차분함도 감지하였고, 독서율 1위 국가인 스웨덴의 공동체 우선주의 정신도 살폈다.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에서의 질서정연함은 이제 한국인의 일상의 모습이 되었다. 위난의 시기에 자원봉사와 이타적인 모습은 우리의 자부심이 되었다. 고무적이게도,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원이나 사교육에 얽매이지 않고 온라인과 개인의 능력에 맞게 맞춤교육으로 발전하고 있다. 2030년이 도래하기 전에 대한민국은 독서율 1위 국가도 될 수 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은 민도를 높여주는 첩경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순화된 언어사용이다. 후진 사회일수록 언어가 거칠다. 말이 거칠면 생각과 행동도 거칠어진다. 언어는 생각과 인격을 드러내고, 시대상과 문화를 반영한다. 선진 사회에서 거친 언어를 사용할 때는 저절로 수치심이 드는 불문율이 조성된다. 사회를 자정시키는 언어가 1등 시민들의 사회로 나가는 핵심의 하나다. 일상에서 싸우고 다투는 언어보다 서로 격려하고 위무하는 언어가 선진 문턱을 넘는 필수품이다. 어휘선택도 중요하다. 외국어를 구사할 때도 그렇고, 한국어를 말할 때는 더욱 중요하다. 한글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외국인들이 좋아하고 드라마나 K-pop을 통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운다. 추석이나 설날에 외국인 노래 경연대회를 보면 우리보다 언어를 더 멋지게 구사한다. 공원에서, 전철역에서 친절하게 안내하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온기(溫氣)가 배인 언어와 함께 어느새 한국 사회에도 보라색 라벤더 향기처럼 화사한 마음의 여유가 채워졌다. 네 번째는 안전 민감성이다. 천재지변은 피할 수 없지만 인재(人災)는 피할 수 있고 줄일 수 있다. 한국은 과거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민해 왔다. 어떤 나라이건 재난으로, 재해로 상처받아 왔다.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인재가 적고, 평소 섬세하게 살피고 관리하는 습관이 있다. 한국도 선진 모델에 근접해 간다. 약간의 세심한 주의가 더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안전 행정을 위해서는 타성에서 벗어나면 좋다.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그 분야의 전문가는 철저한 안전규칙과 점검사항을 직업의식을 가지고 투철하게 따라야 한다. 적당주의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안전 선진화의 요체다. 미국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초강대국이지만,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선진사회라고 하기에는 어폐(語弊)가 없지 않다. 일본은 경제 대국인 것은 맞지만 모범국가라고 하기에는 일말의 부족함이 있다. 중국은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투명성을 높이고 대외 이미지를 고양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한때 선진국임을 자랑하던 유럽의 많은 나라가 거울 속의 자신들을 보면서 스스로 시스템에 대해 다시 살피고 있다. 진정한 복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한 세기 전 풍미하였던 고서적을 다시 꺼내 드는 노인들도 있다. 슈펭글러는 서구의 몰락(Der Untergang des Abendlandes)을 쓰면서 문화와 문명의 주인공도 바뀌게 마련임을 역설하였다. 선진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은 오늘도 잡고 내일도 잡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마음을 뺏긴 팬덤(fandom)이 유럽에도, 미국에도, 아시아에도 넘치고 있다. 새로운 희망은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것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지역 구석구석 누비는 ‘안전 파수꾼’ 가평군 여성의용소방대 박명순 반장

주민의 평안한 일상생활을 위해 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는 안전 파수꾼이 있다. 가평읍 여성의용소방대 박명순 반장(64)이 그 주인공이다. 박 반장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최근 기온이 올라가면서 산으로 나들이하는 행락객이 늘어나자 어김없이 어깨띠를 두르고 산불예방 캠페인에 나섰다. 소중한 산림자원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등산객을 상대로 성냥이나 라이터 등 인화물질 소지 금지와 안전수칙 준수, 야영ㆍ캠핑객을 상대로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서 취사할 것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박 반장은 지난 1998년 의용소방대원이 된 후 가장 신경 쓴 것은 사회 취약계층에 소화기를 보급하는 일이다. 독거노인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소화기 작동방법과 보관방법 등을 알려주고 화재감지기 달아주기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안전한 지역사회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생사를 넘나드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4분의 기적으로 불리는 심폐소생술을 교육하고, 생활 속 응급처치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또 화재 발생 시 초동조치의 중요성을 감안,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가오는 여름철이면 하천변 및 계곡을 방문하는 행락객의 안전을 위해 물놀이 안전계도에도 나설 예정이다. 박 반장은 자원봉사자 기초 소양교육과 재난재해 대비 교육 등 분야별 교육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높여 나가고 있다. 항상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봉사정신으로 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박명순 반장. 이러한 박 반장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사회, 따뜻한 사회가 아닐까. 가평=고창수기자

[지지대] 정부 불신

사설 두서에 전제를 달았다. 지금처럼 안정추세가 이어지고, 감염 창궐로 다시 추락하지 않을 경우. 결론은 방역 행정 칭찬이었다. 제목부터 문재인 정부의 방역 행정은 성공했다였다. 5월5일 종료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기해 내린 평이었다. 정부가 잘한 대목을 구체적으로 평가했다. 순발력 있게 대처한 진단키트를 칭찬했고, 확대를 주도한 드라이브 스루를 칭찬했다. 5월6일자로 보도한 본보 사설이다. ▶그 다음 오후, 용인 확진자(66번)가 나왔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동일 동선에 대한 대대적 검사가 시작됐다. 확진자가 쏟아져 나온다. 12일 정오 기준으로 전국 100명을 넘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의 수치다. 확진자 분포도 전국적이다. 서울 64명, 경기 23명, 인천 7명, 충북 5명, 전북 1명, 부산ㆍ제주 각 1명이다. 확진자의 직업도 천태만상이다. 일반 회사원, 군인, 의료기관 근무자, 학생 등이다. ▶코로나19의 일반적 잠복기는 보름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확진자들의 감염 시기가 나온다. 최대 4월 말 이전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정부가 코로나19가 안정 추세라고 홍보하던 게 바로 그때다. 신규 확진자가 줄고 있다고 했다.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지역 공식 확진자는 0명이었다. 다 끝난 것처럼 말했다. 그때 서울 이태원 확진자 64명은 감염 또는 감염 잠복 상태였다. 돌아보니 어처구니없는 정부의 거짓말이었다. ▶모든 게 국민 덕이라고 했다. 성급한 샴페인이었다. 일부 검사를 국민 전체 검사로 오인했다. 그 오류로 코로나 긴장은 와해됐다. 클럽에 구름 인파를 밀어 넣은 꼴이 됐다. 5월5일자 사설을 내가 썼다. 이쯤에서 반성하고 갈까 한다. 그 사설은 옳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행정은 성공했다라 쓰지 말았어야 했다. 전제는 달았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되레 이런 전제는 확신 없음을 반증하는 징표였다. ▶언론인들이 안고 가는 첫 계명이 있다. 모든 주장에는 일단 의문을 가져라. 주장의 주체가 권력이라면 더욱 그렇다. 긍정적 방향으로만 가려는 게 권력이다. 문재인 정부만 그런 게 아니다. 작금의 모든 정부, 세계의 모든 정부가 그렇다. 그 습성을 잠시 잊었던 게 잘못이다. 교훈으로 삼자. 코로나19에 대한 비판은 계속돼야 한다. 반정부 논조 소리를 듣더라도 그래야 한다. 가짜뉴스 비난을 받더라도 그래야 한다. 김종구 주필

[사설] 안성시 어느 아파트 관리소, 참 나쁘다

이쯤 되면 인격 멸시 수준이다. 인간을 감정 없는 도구로 대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모든 이에게 소중하다.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실직이다. 감원을 진심으로 찬성할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대개의 경우 노조가 들고 일어나 그 생존권을 지킨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직장이 있다. 경기일보가 보도했다. 당사자들이 인력 감축안 통과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본인이 해고될 기획안에 찬성투표를 받기 위해 집집을 방문했다고 한다. 얼핏 말이 안 될 것 같은 이런 일이 안성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아파트 관리소 측이 경비절감을 위해 경비원 감축안을 마련했다. CCTV 증설 등 보완책이 포함됐다. 이 안건을 주민투표에 부치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감축안 통과를 위해서는 일정 세대 이상의 투표가 필요했다. 참여율이 저조할 것을 우려한 관리소 측이 방문 투표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경비원 본인들을 동원했다. 곧 잘릴 당사자들을 동원한 것이다. 경비원들 입장에서 보자. 참담하기 그지없다. 각 세대를 방문해 투표를 받는다. 그 핵심 내용은 경비원 해고다. 찬성을 표시하는 장면을 눈으로 보게 된다. 더구나 관리소 측은 이 용지를 관리소에서 경비원들이 직접 넣도록 했다. 참 잔인한 지시다. 경비원들을 일반 직장의 노동자로 생각했다면 절대로 할 수 없을 지시다.뒤늦게나마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백지화시켰다지만, 이미 경비원들이 받은 상처까지 치유할 수는 없다. 엊그제 경비원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원인은 역시 경비원에 대한 인격 말살이었다. 한 입주민이 수차례에 걸쳐 폭행과 인격 모독을 했다. 주차 문제가 발단이었다. 이중 주차로 피해를 주장하는 입주민이 가해자였다. 폭행과 폭언이 20여일간 계속됐다고 전해진다. 고통받던 경비원이 끝내 자살을 선택했다. 이 사연은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있다. 가해자를 엄벌하라는 청원에 동참한 참여자가 9만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이러면 뭐하나. 계속 반복되는데도 매번 답이 없다. 경비원 갑질과 경비원 자살에 대한 분노는 그때뿐이다. 이제는 대응ㆍ대책이 나와야 한다. 사인 간의 계약 관계-입주민과 경비원-라며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은 경비원이 더 극단적으로 가야 할 것인가. 패륜적 언행에 대한 신상 공개를 제언해 본다. 법 이전에 사회가 가할 수 있는 도덕적 처벌이다. 경비원 노조도 제언한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조성해야 할 최소한의 권리 보장이다. 단순한 분노는 이제 소용없다.

[사설] ‘연락불통’ 클럽 방문자 3천명, 빨리 진단검사 받아야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다. 지난 6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엿새 만에 100명을 넘었다. 클럽 관련 확진자의 90% 이상이 수도권에서 나왔지만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다. 대규모 집단감염을 일으켰던 신천지 사태가 다시 벌어지는 게 아닌가 공포스럽다. 폐쇄된 공간, 관련자의 전국 분포, 신분 노출 회피 등의 특징이 신천지와 유사하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방역당국은 확진자와 접촉자를 추적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황금연휴 기간 클럽에 방문한 5천여명 가운데 3천여명이 연락불통 상태다. 클럽 출입 때 방문기록을 적지만, 연락처가 거짓으로 적혀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가운데 성소수자가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에 갔다는 비난이 커지면서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고 있어서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이들을 찾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자를 찾는 시간 싸움이 시작됐다. 클럽 방문자는 젊은층으로 활동성이 높고 이동반경이 넓다. 이들이 감염된 상태에서 지역사회에 머무르면 코로나19를 빠르게 전파할 위험이 있다. 숨어있는 감염자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에 따라 이번 클럽발 집단감염 확산 규모가 결정된다. 역학조사 속도가 방역 대응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감염 초기에 전파력이 높아 확진자들 중에는 가족, 지인, 동료 등에게 이미 병을 옮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클럽을 다녀온 손자에게 80대 할머니가 감염되는 등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으로 2차 감염이 번졌다. 이런 전파 양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3차, 4차 등 N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감염자가 늦게 발견될수록 확산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이다. 증상이 있는 직원이 확진 전까지 한 달간 출근하면서 166명이 감염됐다. 클럽발 집단감염 노출자를 찾아내 진단검사를 받게 해 확진되면 지역사회와 격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방역당국은 카드내역 조회, CCTV 자료 등을 토대로 이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의 자진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약해 증상만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클럽 방문자들이 스스로 신고하고 빨리 진담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체할수록 본인과 공동체의 위험은 점점 커진다. 검사와 격리,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인천시론] 스스로 만든 함정만큼 치명적인 함정은 없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 기나긴 이별을 보면 스스로 만든 함정만큼 치명적인 함정은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궤멸이 딱 그 꼴이다. 원래 선거에서 지면 모든 욕과 비난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일말의 동정과 아쉬움을 갖기 마련이다. 지금 미래통합당의 자중지란과 황당함은 그런 동정마저도 아까울 뿐이다. 중도층의 안 찍기 잘했다는 말이 실감난다. 토붕와해(土崩瓦解 : 흙더미가 무너지고 기왓장이 부서지다)가 됐는데도 통합당을 찍은 유권자들 가슴에 또 대못을 박고 있다. 앞으로 무소불위의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는커녕 제 한 몸도 추스르지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미래통합당에 대한 기대는 이제 접는 게 옳다. 그들은 서울 강남과 경상도 지역 정당의 굴레를 넘어서기 어렵다. 코로나 탓할 게 아니다. 시대정신을 못 읽고 변화의 물결을 거스른 대가다. 입만 열면 보수와 정권 심판을 외쳐온 그들은 대안도 내놓지 못했고 보수가 지켜야 할 자유와 인권과 개혁마저도 외면했다. 한 마디로 가짜 보수다. 미래통합당의 옹졸한 틀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어느 정당이건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은 그 후유증과 진통을 겪게 마련이다. 미래통합당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은 보수의 정체성을 상실했고 당을 이끌 기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을 지지했던 국민 41%의 의사는 갈 길을 모르고 미래통합당의 현실에 절망을 느낀다. 당의 기수가 없으면 다음번 대선도 보나마나다. 새로운 당의 기수를 지금의 통합당이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이 정답이다. 뻔한 얘기지만 보수는 자기 개혁과 함께 외연을 확장해야 살 수 있다. 과거 이념의 잣대로는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사안에 따라 진영을 넘나든다. 어떤 사안에서는 보수적이고, 어떤 사안에서는 진보적이다. 보수의 기반을 넓힐 여지가 있는데도 통합당은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하지 않으니 기대난망이고 소멸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집권 의지는 제로다. 1949년 중국 대륙에서는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이긴 게 아니라 장제스의 부패하고 무능한 국민당이 스스로 무너졌다. 이번 총선과 똑같다.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만든 재앙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180석의 거대 권력을 손에 쥔 문 대통령의 독주만 남았다. 시원찮은 견제세력보단 한 번 알아서 제대로 해보라는 민심의 뜻이다. 통합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못난 당이 진 것이지 그들이 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문 정권을 견제했고 나라 빚을 걱정하고 코로나 영웅들에게 적극 공감한 사람들이다. 이제 가짜 보수의 득표 한계가 확인되고 세대교체 공감대는 넓어졌으니 진짜 보수의 가능성도 열렸다. 하지만 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김종인 비대위를 둘러싼 통합당의 추한 모습은 자기성찰은 커녕 파국의 낭떠러지로 스스로 떨어지는 정상배들과 다를 바 없다. 정치를 왜 하나. 탄핵 이후 3년, 세상은 바뀌었는데 그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멀리 보고 젊은 보수를 키워내는 일이 통합당 때문에 좌절될까 두렵기만 하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난 젊어서 괜찮아”…‘코로나19 감염 불감증’ 걸린 청춘, 가족 위협한다

답답한데 계속 집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젊은 사람은 걸려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해서 별로 걱정 안합니다.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가 최근 20대를 중심으로 재확산하는 가운데 젊음을 과신하며 방역수칙을 무시하는 등 감염 불감증에 걸린 젊은층이 가족ㆍ지인을 감염시켜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12일 경기지역 곳곳에서는 감염 위험에 아랑곳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수원의 한 대학교 근처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대학생들이 무리지어 PC방ㆍ코인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로 들어갔다. 과제를 하고자 카페ㆍ스터디룸 등을 찾은 이들도 마스크 없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눴다. 해가 저물자 또 다른 대학교 인근 번화가는 피 끓는 청춘으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모여 걷는 수많은 젊은이들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였다. 대학생 J씨(24)는 코로나 사태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다며 어차피 젊은 사람은 걸려도 안 죽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난 1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가 젊고 건강할수록 바이러스 전파력은 크고 증상은 매우 약하게 앓는 탓에 검사를 받지 않거나 진단이 늦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젊은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높은 활동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된 집단감염 역시 20대를 중심으로 전파됐다. 12일 오후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전국 확진자 102명(경기지역 23) 중 67명(65.6%)이 2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20대의 감염 비중은 전체 확진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 확진자 1만936명 중 3천29명(27.7%)이 20대로, 60대(1천358명, 12.4%)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를 보였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건강을 과신하며 코로나19가 무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젊은층의 안일함은 지난 6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코로나19 인식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자제했다는 항목에 60세 이상은 97%가 자제했다고 한 반면, 18~29세는 90%만 자제했다고 응답했다. 또 지인과의 모임 등을 취소했다는 항목에 60세 이상은 99%가 그렇다고 답한 데 반해 18~29세는 85%만 그렇다고 응답하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나는 괜찮다는 안일함이 가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질병 감수성(위기인식)을 높이기 위해 중앙ㆍ지자체 차원에서 보다 공격적인 홍보 및 정보 전달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