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 등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전국민 대상 지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인 염 시장은 23일 황명선 논산시장과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수영 양천구청장 등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만약 선별 지급으로 결정될 경우 지급 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방대한 조사와 상당한 인력, 시간이 투입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어 선별 결과에 따른 다양한 민원으로 업무 폭증이 예견된다며 지원금 지급을 책임지는 일선 기초지방정부들은 이를 위한 추가 인력투입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욱 우려스러운 건 현장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실시하고 있는 방역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라며 선별 지원이 된다면 해당 업무를 할 행정인력은 방역업무에 매진했던 공무원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할 경우, 이미 재난기본소득 업무에 매달리고 있는 수원시 등의 업무 과중을 우려했다. 이들은 수원 같은 경우 약 670명의 공무원이 지난 20일부터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수원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현장접수에 전적으로 매달려 있다며 만약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해서 나눠주면 877명이 추가로 투입되고, 30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선별지급은 지방정부 업무 수용성을 감안하면 지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염 대표회장은 기초지방정부의 행정현실을 고려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228개 단체장이 가입한 조직으로, 자치 분권 및 정부 간 협력과 조정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정금민기자
산하는 온통 연둣빛 초록빛이다. 벚꽃이 푸른 산허리 곳곳을 환하게 수놓고 있다. 아, 산에도 벚꽃이 피었네! 그러나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해지면, 다시 봄이 찾아올 때까지 산에 벚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에 들어서면 인류의 시작을 알리는 유물들과 마주하게 된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비로소 떠올리게 된다. 그래, 현생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 배웠지. 직립하면서 털 없는 원숭이로 진화가 시작이었지. 맞아, 인류의 조상들은 돌을 깨트려 도구를 만들었지. 코로나19로 휴관 중이라 박물관에 미리 협조를 요청해 둔 덕분에 학예팀장의 안내를 받으며 박물관 탐방에 나섰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전곡리 윗마을 사람들이란 전시가 열리는 1층을 지나 2층 상설전시실에 들어섰다. 순간 수백만 년 전 인류가 출현했던 아득한 시절의 유물과 낯선 풍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상설전시실 중앙에 전시된 주먹도끼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선사박물관은 석기시대의 유물들이 간직한 이야기로 인류 탄생의 비밀을 풀어가는 상상력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선사박물관은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곳이다.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설을 듣다 보니 일상에서 사라졌던 호기심과 감동이 되살아난다. ■ 주먹도끼와 대화를 나누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라 불리는 유리관 속의 유물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 옆에 약 700만 년 전의 투마이로부터 1만 년 전까지 북한의 평양에 살았다는 호모 사피엔스 만달인까지 인류 진화를 보여주는 14가지의 정교한 화석인류 모형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이다. 그러나 유리관 속에 들어 있는 주먹도끼 앞에서 반드시 감사의 예를 표해야 한다. 1978년 전곡리에서 만약 이 돌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멋진 전곡선사박물관은 세워질 수 없었다. 가만히 돌을 바라보면 돌이 말을 걸어올 것이다. 만약 돌이 말을 걸지 않는다면 당신이 먼저 돌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전곡선사박물관은 바로 돌과 대화를 나누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인들에게 연천 전곡리를 기억하게 만들어준 주먹도끼를 찬찬히 살펴보자. 날카롭게 깨진 부분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주먹도끼를 만든 원시인의 솜씨가 정교하다. 1978년 전곡리 유적이 발굴되기 이전, 하바드 대학의 저명한 선사고고학자였던 모비우스 교수는 동아시아에는 양면을 가공하여 잘 만들어진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유리관 속에 전시된 다섯 개의 주먹도끼는 서구 중심의 왜곡된 시각을 교정해 준 유물이기도 하다. ■ 두 발로 서다-인간 진화의 과정 전곡선사박물관은 20세기 고고학의 빛나는 성과를 전시하고 있다. 인류의 조상들이 제작하고 사용한 석기는 물론 발굴한 다양한 화석을 통해 천지창조 때 하느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두 발로 걷고 손을 사용하여 도구를 만드는 원숭이들이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다원의 주장이 과학적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인류의 시작은 직립(直立)이다.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가 두 발로 땅에 서면서 앞의 두 다리는 손으로 진화되었다. 사자의 강한 이빨이나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지 못한 인간이 손으로 돌을 깨트려 날카롭고 뾰쪽하게 도구를 만들었다. 도구를 사용하는 원숭이 무리들이 협력하여 동물을 사냥하고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잘랐다. 도구를 발명한 인류의 조상 호모 엘렉투스는 어느 순간 털 없는 원숭이로 진화하였다. 아프리카를 벗어난 최초의 인류로 알려진 호모 에르가스터가 출현했다. 왜 이들은 거친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유용한 털을 벗어버렸을까? 많은 이점 중의 하나가 털을 없앤 덕분에 피를 빨아먹는 이 같은 기생충에게 더 이상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 털 없는 원숭이 곧 인류의 조상은 돌칼과 돌도끼로 짐승을 사냥하여 살을 잘라 먹고 그 가죽을 벗겨 마름질하고 바느질하여 옷을 만들었다. 이처럼 인류의 조상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확장시켰다. 전시실 안쪽에 맘모스가 있다. 맘모스는 인류의 발달과정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설명한 인류 모형과 함께 박물관의 주요 전시물이다. 엄청난 크기의 상아와 반짝이는 쇠로 찾지 못한 뼈를 대신한 것도 재미있다. 맘모스는 공룡과 함께 지금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동물이다.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자주 동원되는 공룡이 인간의 역사와는 무관한 동물인 반면 맘모스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던 동물이기에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 무덤에서 찾는 인간에 대한 예의 박물관 바닥에 털옷을 입은 사람이 반듯하게 누워 있다. 그렇다. 선사시대의 무덤을 재현한 것이다. 죽은 사람을 묻는 행위, 곧 매장하는 풍습에서 종교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설득력이 있는 해석이다. 종교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고급한 문화가 아닌가. 박물관에서 만나는 원시인의 주검은 뜻밖에도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그만큼 무덤 속에서 소년이 입고 있는 가죽옷이나 매장품은 현대인들의 옷과 장난감 못지않게 정교하다. 이미 수만 년 전에 바늘과 실로 가죽 조각을 잇고 기워 옷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지녔으며 장난감을 만들어 가지고 놀았던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동굴 탐사를 시작하자. 비바람을 막아주는 동굴은 인간의 문화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 원시인들의 생활공간으로 활용된 동굴은 예술의 공간,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사실을 확인한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보았던 알타미라 벽화도 볼 수 있다. 실재 유적과 같은 크기와 모습을 재현했으므로 굳이 유럽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동굴 벽화를 본 피카소가 감탄했다는 말이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선사박물관에 들어서면서 돌에게 말을 걸지 않았는가. 동굴 벽화를 보면서 원시인과 몇 마디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면 반성할 일이다. 원시인들이 만든 작은 인형을 보라. 풍요의 상징 비너스들이다. 그들의 존재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읽을 수 있는 부적과 같은 것들이다. 유물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유물도 입을 닫으니 주의할 것. ■ 박물관은 현재진행형이다 마치 은빛 애벌레처럼 보이는 박물관 주변에도 선사시대의 움집을 비롯해 아이들과 체험하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설물이 곳곳에 있다. 박물관에서 가까운 한탄강은 풍광이 수려한 곳이니 함께 둘러볼 일이다. 최근에 전곡선사박물관을 방문하기 전에 읽으면 좋을 책이 출판되었다.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라는 책이다. 전곡선사박물관장이 알려주는 인류 진화의 34가지 흥미로운 비밀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우리가 궁금해하는 선사시대의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을 친절하게 들려준다. 학예팀장의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3년 전 박물관을 탐방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그것은 경기도 북부의 외진 곳에 자리한 박물관이기에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만족과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박물관 사람들의 정성 때문일 것이다. 전곡선사박물관은 아이들과 부모가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에 썩 좋은 곳이다. 별일이 없으면 5월 중순쯤에 개관할 것이라 한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려는 부모라면 선사박물관 탐방을 아이와 미리 약속해 두시라.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선사박물관은 현재 시설물의 보완 수리 및 단장이 한창이다. 새롭게 단장한 선사박물관은 이전과 얼마나 달라질까 사뭇 기대된다. 내년이면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선사박물관은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제21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게 된 더불어민주당 경기 지역구 당선인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과 똘똘 뭉쳐 지역현안 해결에 나선다. 이번 선거가 여당 압승으로 마무리된 만큼,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의 소통력에 방점을 두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복수의 여당 당선인들과 도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 당선인들은 27일 오후 경기도당에서 실시하는 민주당 도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상견례에서 이 지사를 향해 각종 지역 정책에 대한 관심을 당부할 예정이다. 당초 김경협 도당위원장(부천갑)과 당선인과의 상견례 자리로 마련됐지만, 이 지사가 초청된 만큼 정책 건의가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영인 안산 단원갑 당선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와 만나는 자리에서, 반월시화 공단 쇠락 문제와 중소기업을 독일식 강소 공단으로 만드는 방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평등한 수직체계를 개선하는 문제 등을 설명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원 지역구 5명의 당선인은 오는 28일 수원 지역 모처 식당에서 염태영 수원시장과 만나 조찬회 겸 정책 간담회를 갖고, 지역 현안에 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김승원 수원갑 당선인은 수원시의 인구 규모가 울산보다 크지만, 수원은 울산과 달리 기초자치단체여서 예산이 훨씬 적다면서 이에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지위를 부여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통과와 수원 지역구 당선인 5명이 총선 과정에서 약속한 1개 구 신설 관철에 (수원시도) 협조해줄 것을 당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강득구 안양 만안 당선인은 국회에 등원하기 전 최대호 안양시장과 만나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을 공유할 계획이다. 강 당선인은 조만간 최 시장과 공식적으로 만나 구체적인 프로세스까진 아니더라도,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양측의 입장을 나눠볼 예정이라며 총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발표했던 서안양 스마트벨리 조성, (만안구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안양시청사의 만안구 이전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이규민 안성 당선인은 지난 21일 이 지사를 만나 냉해를 입은 지역 농가에 대한 지원 등을 요청하며 지역 현안 해결에 나섰다. 이 당선인은 안성~동탄 고속전철 유치, 농촌 생활용수개발사업, 경기도시공사가 할 수 있는 청년 창업 주거 복합단지 조성 등에 대한 협력 요청을 드렸고, 이 지사는 그 외의 것들도 지원해주겠다고 화답했다고 말했다. 김주영 김포갑 당선인도 지난 20일 김포 시청에서 정하영 시장을 만나 시청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 조성을 제안했다. 김 당선인 측은 당선 인사차 정 시장을 만나 총선 과정에서 밝힌 공약들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지역 현안은 국회의원과 지자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금민기자
4월 15일 오전 8시. 제21대 국회의원을 뽑으려고 투표소로 가는 중 어르신을 한 분도 못 뵀다. 투표를 마친 뒤 집 근처 광교산에 오르자 어르신들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투표하면 뭐해. 달라질게 있나. 누굴 탓해. 대부분 현 정치를 비판하시면서도 투표 그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순간, 생각했다. 게임 끝났다 어르신들이 반드시 보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정권을 좌 편향으로 보시고 불편한 감정도 감추지 않으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분석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봐도 그렇다. 당시 투표율은 70대가 7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 71.7%, 50대 60.8% 순이다. 20대는 52.7%, 30대는 50.5%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ㆍ노년층이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연령별 투표 출구조사를 보자. 50대 새누리당 39.9%, 더불어민주당 19.6%였으며 60대 이상 새누리당 59.3%, 더불어민주당 11.7%로 응답했다. 출구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투표한 뒤의 응답이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패했으나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더불어민주당에 단 한표차로 졌다. 21대 총선 결과는 깜놀(깜짝 놀람)이다. 총선이 치러지기 한 두 달 전만 해도 바닥 치는 경제에 정권심판론이 하늘을 찔렀고 중국발 코로나 19 쇼킹까지 사회를 휩쓸면서 민심은 여당에 급속도로 차가웠다. 상대적으로 미래통합당에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그들은 자멸했다. 정치 초보 수준의 무력한 수장, 반복된 공천 잡음, 투표 전날까지 막말 논란 해명으로 그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대안없는 제1야당에 든든한 기반인 노년층은 물론, 중도층과 부동층의 외면은 당연한 결과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민심은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주면서 180석의 슈퍼 여당을 탄생시켰다. 헌법 개정만 빼곤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됐다. 너무 압승한 탓일까? 이낙연 당선자는 무겁고 무서운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 앞에 겸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이해찬 대표도 승리에 취하지 마라고 경계의 편지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미래 권력을 놓고 친문대 비문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극복하느냐가 슈퍼 여당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들만의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 부장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백서가 나온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만들기 시작했다. 이미 백서 제작의 초기 단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춘재 사건은 한국 강력사건사에 남는 희대의 연쇄살인이다. 1986년 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에서 이어졌다. 이춘재가 살해한 피해자는 15명, 기타 성범죄가 30여건에 이른다. 미제 상태로 공소시효를 도과했다는 점도 특별하다. 기록으로 남기기에 더 없이 가치 있는 백서라 본다. 예상해보는 백서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사상 과오에 대한 반성이다. 기본적으로 이춘재 사건 수사 자체는 실패했다. 총 180만 명의 경찰이 동원됐고, 3천여 명의 용의자가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8차 사건을 제외하고는 범인을 잡지 못했다. 모든 연쇄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도 2006년 끝났다. 한국 형사 사건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연쇄살인 사건에서 경찰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백서에서 상당 부분 남겨야 할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과학 수사의 승리다. 2019년 9월 경찰은 이춘재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연쇄살인사건 증거물에서 확보한 DNA와 이춘재의 DNA를 대조해 얻어낸 결과다. 당시 이춘재는 처제 성폭행 살해 사건으로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수사 측면에서는 끝난 사건이지만, 경찰의 의지가 밝혀낸 진실이었다. DNA를 통한 과학 수사로 영원한 미제는 없음을 세상에 보여준 결과다. 역시 백서를 통해 후대 경찰에 전해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이춘재가 특정된 이후 경찰은 온갖 비난에 직면했다. 태안읍 반경 2㎞ 이내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이었다. 범인은 아주 오랜 기간 그 범주 내에 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수사 오류가 있었다. 잘못된 혈액형에 의존한 수사, 허술한 공조가 드러난 수사, 비과학적 탐문 등이 드러났다. 특히 8차 사건의 범인도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드러나 인권 침해 오점까지 남겼다. 과학 수사의 쾌거를 무색케 했던 과거 경찰의 오류들이었다. 경찰의 범죄 백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사건 등 여러 사건이 백서로 제작됐다. 이들 사건 백서와 이춘재 백서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앞선 사건들은 모두 경찰이 잘한 수사였고, 이를 자랑스럽게 기술한 백서였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백서는 경찰의 과오를 상당 부분 기술해야 한다. 경찰 조직에는 뼈아픈 고해성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경기남부경찰청의 백서 제작 결정을 높이 사는 이유다. 바란다면, 제작 과정 또는 검토 과정에 경찰 조직 외 관련자ㆍ전문가 등의 참여도 배려됐으면 좋겠다. 어렵게 내린 결정인 만큼, 백서가 후대에 당당할 수 있는 객관적 내용으로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코로나 위기 대응 고용안정 특별대책의 핵심은 3조6천억원을 투자해 청년과 실직자를 위한 일자리 55만개를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업자 지원, 근로자 생활 안정, 기업 고용유지 지원 등을 포함해 총 10조1천억원이 들어간다. 이번 대책 규모는 올해 일자리 예산의 40% 수준이고, 작년 연간 실업자 115만명의 2.5배인 근로자 286만명을 지원하는 과감한 투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일자리 지키기를 국난 극복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며 우리 경제와 고용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기간산업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만큼 모든 기업 지원 방식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이 지난달 237만 명에 달할 정도로 실업대란 조짐을 보이자 대규모 공공 일자리에다 대기업 지원책까지 내놓은 것이다. 고용안정 대책의 핵심은 일자리 지키기다.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되 어쩔 수 없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위한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책 중 일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근로자와 실직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방안은 긍정적인 평가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 특수 고용직ㆍ프리랜서 등 93만명에게 월 50만원씩 3개월간 지원금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무급 휴직으로 소득이 끊긴 근로자 32만명에게도 3개월간 월 50만원씩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지원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직접 일자리 55만개 중 상당수가 제2의 노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직자나 휴폐업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30만명에게 제공하는 공공 일자리의 업무는 방역, 산불 감시, 환경보호 등으로 노인 일자리와 대부분 겹친다. 근무 조건도 주 30시간 미만 근로에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노인 일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 근로 기간은 6개월이다. 비대면디지털 정부 일자리 10만개도 사정이 비슷하다. 데이터 구축ㆍ방역ㆍ환경보호 등 분야에서 주 15~40시간씩 최장 6개월 일하는 조건이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최대 월 180만원), 청년 인턴 지원(월 80만원), 중소중견기업 채용보조금(최대 월 100만원) 등 민간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정부가 월급을 주는 방식의 일자리 15만개도 최대 6개월까지다. 삶의 터전인 일자리 지키기는 국가의 우선 책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일자리가 무너지면 국민 삶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예측하기 어렵다. 세금을 쏟아붓는 알바식 고용이나 기업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일자리는 제도개혁과 함께 민간 기업의 고용 창출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듯하게 했다는 가장 잔인한 달 4월을 보내고 있다. 잠시 숨고르기 하며 곧 지나가리라 여겼지만 한 차례 연기된 개학이 몇 차례 더 연기되더니 한국전쟁 때도 열었던 학교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난생 처음 듣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참 이상한 나라의 영상은 시키지 않아도 기부금을 내고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자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생업을 접고 봉사활동에 나서며 어려울 때 공동체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 동영상을 보면서 황제펭귄의 허들링이 연상됐다.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시속 100km의 눈보라가 몰아치는 남극의 혹한 추위 속에서 황제펭귄들은 어린 새끼와 알을 지켜낸다. 펭귄들은 서로 몸을 밀착하고 한 덩어리가 되어 집단 전체의 체온을 유지한다. 그들은 바깥쪽에 선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다른 펭귄이 자리를 바꿔주는 허들링의 방식으로 참혹한 추위를 함께 견뎌낸다. 황금펭귄이 얼어 죽지 않고 생존하는 비결은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이 결정되자 학교는 순간 혼란에 빠졌다. 정작 현장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않고 정책이 결정됐다는 불만에서부터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노하우나 기자재 부족, 교사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수업에 사용한 자료의 저작권 시비, 무엇보다 수업이 만들어지는 여러 외적 조건은 배제된 채 대형 온라인 학원기업의 수업과 단순 비교되어 평가될 때 입게 될 상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참 이상한 나라는 학교에서도 진행됐다. 다양한 형태로 선생님들이 어우러져 수업준비하는 모습,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로 생활 안부를 묻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담임교사의 모습, 서로의 간절한 그리움 끝에 남는 아쉬움은 교육은 만나고 관계를 통해 함께 성장한다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는 얼마 전 우리 교육청 직원들과 나눈 글에서 엄중한 때일수록 하는 일에 교육의 본질을 담도록 노력하자 했다. 학교는 얼마나 힘들까. 학부모님들은 얼마나 불안하시고 신입생들은 얼마나 교복이 입고 싶을까. 새로운 교육환경의 요구 앞에 선생님들은 얼마나 고민이 많으실까. 이런것이 우리들의 고민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장학행정의 본질이며 현장지원의 구체화라고 했다. 우리도 힘들고 어렵지만 더 큰 어려움 겪고 있는 현장의 선생님들 살피며 이겨내자 했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줄어드니 자연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대기오염이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도 많이 줄었다. 최대한 적게 이동하면서 일하고 새로운 배움의 방법에 대한 고찰과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고민이 전염병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재난은 이 사회를, 우리 모습을 날것으로 드러내니 그것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화염나비떼 잔인하게 피워 올리는 봄, 왁자지껄 아이들 화사한 웃음소리 따라 조용히 읊조려 본다. 나는 이상한 나라의 교사입니다. 이범희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
인천 남부와 서울을 연결하는 제2경인선을 신설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남동갑 당선자는 지난 2018년 보궐선거에서 이 같은 제2경인선을 공약하며 당선, 정치권에 입문했다. 맹 당선인은 1년만에 제2경인선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대상사업에 반영하는 등 확실한 성과를 냈다. 이 같은 성과는 그가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맹 당선자는 제2경인선 예타 대상사업 반영을 토대로 21대 국회 임기동안 조기 착공까지 노려본다는 각오다. - 유정복 전 인천시장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성공 요인이 무엇인가. ▲ 주민과 소통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 당시 매월 마지막 토요일 민원의 날을 열고 300여건의 민원을 처리하며 주민의 걱정과 고민 등을 들어왔다. 그리고 2019년 제2경인선을 기재부의 예타 대상사업에 포함하도록 노력하는 등 공약한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께서 다시한번 기대를 보내 준 것으로 보인다. - 선거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 선거를 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것이 선거과정 중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유권자와 계속 만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드렸어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 일부 주민께 이동의 제한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국회차원에서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이처럼 부족한 선거운동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줘서 감사하다. - 21대 국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 국가적 측면에서 저출생 고령화와 한반도 내 항구적 평화체계 구축이 가장 큰 과제다. 중요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깊이 검토하고 업무를 다뤄보겠다. 특히 저출생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직업경제활동, 국민연금, 의료체계 등 이런 것과 모두 이어져있다. 기본적으로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국민이 기대하는 것만큼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입법활동을 추진하겠다. 그래서 21대 국회 상임위원회도 보건복지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다. - 임기 중 꼭 지켜야 할 공약이 있다면. ▲ 21대 국회 진출하면서 지역 주민에게 약속드린 공약이 있다. 남동의 교통 혁명을 이루고 원도심과 신도시 균형발전을 이루는 문제다. 이같은 공약은 반드시 달성하겠다. 특히 제2경인선은 반드시 실현하겠다.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남동갑은 교통 측면에서 섬과 같은 곳이다. 근데 만약 제2경인선을 설치하면 9개 노선과 환승할 수 있고, 출퇴근 시간도 40분정도 절약할 수 있다. 우리 지역의 젊은 유권자가 출퇴근을 할 때 더욱 편리하게 다닐 수 있으며 거꾸로 수도권에 계신 분들이 소래포구에 더욱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측면도 있다. 또 제2경인선이 실현되면 지금 있는 경인선을 지하화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할 수 있다. 제2경인선이 경인선에 몰리는 수요를 나눠가지면 경인선은 지금 있는 4차선이 아닌 2차선만 지하화하면 된다. 이 때 경제성을 충분히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2경인선 예타 통과를 내년 상반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후 기본계획 수립하는데 1년, 설계하는데 1년에서 1년반 걸린다고 감안하면 이르면 임기 말에 착공이 가능할 것 같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타 통과다. 예타만 통과하면 시간이 문제지, 무조건 착공은 된다고 볼 수 있다. - 원도심과 신도시 균형발전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실 생각인가? ▲ 주차문제 해결이 원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을 이루는 첫 발자국이라 생각한다. 우리 지역의 원도심도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근데 문제 해결의 기본인 주차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할 뿐, 얼마나 부족한지 나와있는 것이 없는 셈이다.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시범지역을 선정해 도시재생과 연계하고 싶다.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도시재생을 구상 중이다. 이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