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커뮤니티]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 119구조 안되나요?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를 구해달라며 119에 전화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연에 누리꾼들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24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자신을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며 산책 중 발생했던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강아지가 하수가에 빠져 못 나오는 상황이었다. 너무 깊어 일반 사람도 못 들어가는 하수구여서 119에 신고했다"며 "하지만 119가 관할이 아니라며 다른 번호를 줬고, 그것도 관할이 아니고 강아지 구조하기에는 늙은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 늙은 직원이 하수구 들어가서 다치면 어떻게 하냐면서 못들어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강아지를) 어떻게든 꺼내야해서 저희가 들어가 구조는 했지만 나오기도 힘들었다. 강아지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며 "하지만 이런 상황이 또 오면 강아지 구조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119는 왜 있을까. 사람만 구조하는 게 119일까. 강아지 산책 조심하세요. 도와줄 사람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119는 사람만 구한다" "그런 거 안 간다" "이거 참 너무한데.." 등 사연자를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코로나19로 119 대구로 지원가고 긴급 최소 인원만 남았는데 강아지 구조 거부가 그리 큰일인가? 동물보호협회도 있는데"라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러나 "강아지도 가족인데 구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다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하면 누구한테 신고해야 하나" 등 사연자를 옹호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소방청에서는 현재 '생활안전 출동 거절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거절 기준은 크게 3가지로, 그 중 첫 번째는 △긴급 △잠재긴급 △비긴급 등 상황별 기준으로 다시 세분화했다. 즉 긴급한 상황일 경우 소방관서에서 즉시 출동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유관기관이나 민간이 출동할 수도 있도록 했다. 벌집제거, 동물포획, 잠금장치 개방 등 유형별 특징에 따라 출동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기견 여러마리가 물려다니며 사람을 위협하면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하지만 작은 애완견이 집을 잃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119에서 출동하지 않는다. 이 밖에 119구조대와 안전센터생활안전대 등 출동 부서 특성에 따른 기준도 마련해 놓고 있다. 통상 119는 위급하지 않은 구조구급 요청을 거절할 수 있으며, 인명피해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여러 요청들을 해결해줄 수 있지만, 애완견이 구멍에 빠졌으니 구조해달라는 등의 경우는 동물구호단체로 연결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영준 기자

[전지적 비교 시점] 죽은 아내의 짧은 귀환, '하이바이, 마마!' vs '지금, 만나러 갑니다'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이가 다시 찾아온다. 죽은 아내의 짧은 귀환을 다룬tvN '하이바이, 마마!'(극본 권혜주 연출 유제원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엠아이, 이하 '하바마')와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두 재회를 비교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tvN '하이바이, 마마!'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김태희)가 남편 조강화(이규형)과 딸 조서우(고보결) 앞에 다시 나타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하바마'에서는 죽은 딸에 대한 미련으로 저승으로 떠나지 못한 채 이승에 남은 차유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계속 딸의 곁에 있던 차유리로 인해 조서우는 귀신을 볼 수 있게 됐다. 그 때문에 귀신을 따라갔다가 냉동실에 갇히는 일이 발생한다. 조서우가 위험해지자, 하늘을 원망한 차유리는 이승에서 환생 전 49일간의 심판을 받게 된다.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면 계속 살 수 있다는 미동댁(윤사봉)의 이야기에 가족의 곁을 서성인다. 그러나 조강화와 조서우 곁에는 오민정(고보결)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하바마' 2회에서는 딸 조서우를 만나는 차유리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원 도우미로 오해한 유치원 선생님 덕분에 차유리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다. 반면, 조강화와 오민정은 아이가 실종된 줄 알고 발칵 뒤집어졌다. 조서우를 찾아 정신없이 아파트를 헤매던 조강화는 차유리와 마주하면서, 3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04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いま、会いにゆきます)는 다시 찾아온 아내와 6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오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 아들 유우지(다케이 아카시)는 죽은 아내 미오(다케우치 유코)와 다시 만난다. 다시 만난 미오는 자신들과 함께 한 기억이 없다. 타쿠니는 기억을 잃은 미오에게 자신들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두 사람은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후 다시금 이별을 하게 되고, 미오의 일기장으로 그들이 재회한 사유를 알게 된다. 돌아온 미오는 타쿠니를 만나기 전 시간대의 미오였던 것. 그는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타쿠미와 유우지를 만나고자 다시 찾아간다. '죽은 이와 재회'라는 중심 소재를 가지고 두 작품은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사랑하던 이를 떠나보낸 가족의 시선에서의 재회를, '하바마'는 차유리의 시선에서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바마'와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가족과 부부의 애틋한 감성과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온다. 한편,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3회는 오는 29일 오후 9시 안방극장을 찾는다. 장건 기자

[시 읽어주는 남자] 봄날의 심장

봄날의 심장 - 마종기 어느 해였지?? 갑자기 여러 개의 봄이 한꺼번에 찾아와 정신 나간 나무들 어쩔 줄 몰라 기절하고 평생 숨겨온 비밀까지 모조리 털어내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과 라일락, 서둘러 피어나는 소리에 동네가 들썩이고 지나가던 바람까지 돌아보며 웃던 날.? 그런 계절에는 죽고 사는 소식조차 한 송이 지는 꽃같이 가볍고 어리석구나. 그래도 오너라. 속상하게 지나간 날들아, 어리석고 투명한 저녁이 비에 젖는다. 이런 날에는 서로 따뜻하게 비벼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눈이 떠지고 피가 다시 돈다. 제발 꽃이 잠든 저녁처럼 침착하여라. 우리의 생은 어차피 변형된 기적의 연속들. 어느 해였지? 준비 없이 떠나는 숨 가쁜 봄날처럼. 《마흔두 개의 초록》, 문학과지성사, 2015. 송곳니처럼 뾰족한 싹들이 땅을 뚫고 솟아나는 봄 들판의 초록 풍경은 혁명의 서곡(序曲)을 보는 것만 같다.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의 근육을 이완시켜 모든 생명들을 춤추게 만드는 봄의 시간은 예측할 수 없는 혁명의 두근거림처럼 뜨겁고 아찔하다. 조만간 저 싹들이 피워낼 꽃과 향기의 시간을 어떻게 향유하며 살아가야 할까? 흔히들 사계(四季)를 인생에 비유한다. 씨앗이 발아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시드는 계절의 흐름이 삶의 여정과 흡사하기 때문에 그런 비유를 하게 된 것이라 이해된다. 그러나 그 비유는 결정론적이다. 봄은 청춘의 시간이고 겨울은 노년의 시간이라는 확신적 짐작은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동의할 수도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비유는 유사함의 징후일 뿐이다. 삶은 비유를 넘어서는 기적의 연속이다. 그러나 삶의 기적을 비유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기도 하다. 마종기 시인은 그것을 우리의 생은 어차피 변형된 기적의 연속들이라고 말한다. 기적의 연속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다. 마종기 시인은 살아있음의 기적을 봄날의 심장으로 비유한다. 봄날은 청춘의 한 때를 지시하는 시간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내재된 생의 의지를 의미한다. 청춘은 여러 개의 봄이 한꺼번에 찾아와 모든 것이 들썩이는 격동과 절정의 시기임에 분명하다. 그런 시절엔 죽고 사는 소식조차 가볍고 어리석다. 가볍고 어리석었기에 돌아보면 속상한 것이 청춘이다. 그러나 삶이란 속상함만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다. 심장을 비벼 다시 피가 돌게 해야 한다. 여러 개의 봄으로 어쩔 줄 몰라 기절했던 그 시간을 변형시켜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마종기 시인은 꽃이 잠든 저녁처럼 침착해지는 것이라 말한다. 어느 해였는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함께 뛰고 있었던 봄날의 심장을 비벼 삶의 매순간을 준비 없이 떠나는 숨 가쁜 봄날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시인의 당부일 것이다. 산다는 것은 숨 가쁘지만 침착하게 꽃을 피우는 봄날의 기적이 아닐까? 신종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