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다산의 역사 메시지 ‘하피첩’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차를 좋아해서 호를 다산(茶山)이라 했다. 그런데 다산은 한강을 의미하는 열수(洌水)라는 호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22세에 과거에 장원 합격했다. 혁신군주 정조(1752~1800)는 10살 동생뻘인 정약용을 중용했다. 다산은 정조를 보좌하면서 한강에 배 다리를 건설하고 1793년 31세 나이에 화성을 설계했다. 현재의 경기도청이 자리한 팔달산에 화성을 축성하는 공사를 총괄했다. 다산은 일생 저술에도 힘써 500권을 집필했다. 이중 일표이서라 불리는 경세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를 통해 군주권의 절대성과 우월성을 내용으로 하는 왕권강화론을 제시했다고 한다. 1800년 승하하신 정조대왕, 1801년에 강진으로 귀양가 정치권에서 밀려난 다산=열수 정약용 암행어사. 두 분에게 10년 정도 왕과 신하로서의 역사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다면 조선 후기와 현대에까지 크나큰 발전적 변화와 긍정적 혁신이 있었을 것이다. 다산의 글 중 일부를 소개한다. 병든 아내가 치마를 보내 천 리 밖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부쳤는데 오랜 세월 홍색이 이미 바랜 것을 보니 서글피 노쇠했다는 생각이 드네. 잘라서 작은 서첩을 만들어 그나마 아들들을 타이르는 글귀를 쓰니 어머니 아버지 생각하며 평생 가슴속에 새기기를 기대하노라. 가경 경오년(1810) 9월 다산의 동암에서 쓰다. 정조가 쓴 하피첩 4첩 중 2첩의 내용이다. 다산이 강진의 다사초당 유배 중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대대로 물려 내려오다가 을축 대홍수 수몰상황에서 종손이 지켜내고, 625 전쟁 중 분실됐다가 2005년 수원에서 폐지를 모으는 손수레 위에서 사라지기 하루 전에 발견됐다. 다음날 폐휴지 더미에 던져 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2015년 경매에서 7억 5천만 원을 적어낸 국립민속박물관에 낙찰된다. 경기도 실학박물관 7억, 강진군 4억 5천만 원순. 낙찰액에 동그라미 3개를 더 붙이고 싶다. 다산의 생애와 역사가 있는 남양주시에서 다산의 하피첩을 이어가야 한다. 잃어버린 4첩의 내용이 궁금하다. 알 것 같은데 글로 쓰이지 않는다. 남양주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매년 한시 백일장을 열어야 한다. 비어 있는 하피첩 네 번째 글의 자리를 원로들의 지혜를 얻어 애국심과 효심으로 가득 채워주기를 바란다. 하피첩(霞帖, 2010년 10월에 보물 1683-2호로 지정)은 다산이 우리에게 보내준 여러 개의 역사 메시지 중 하나인 것이다. 이강석 前 남양주시 부시장

[김종구 칼럼] ‘부르주레타리아’-배반의 新계급

부르주아적 특권을 향유하면서 프롤레타리아적 혁명을 말하는 것. 노동 귀족 계급이다. 부르주아적 자산을 움켜쥐고서 프롤레타리아적 평등을 말하는 것. 공산 귀족 계급이다. 이들은 부르주아적 사적 소유를 버린 적이 없다. 여전히 그 이익 속에 산다. 그렇다고 프롤레타리아적 혁명 구호를 버리지도 않는다. 여전히 외쳐대긴 한다. 눈앞의 사익과 혁명의 결실을 둘 다 가지려는 계급, 부르주레타리아(bourg-letariat)다. 공산당 선언은 이렇게 썼다.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동직조합의 우두머리와 직인, 요컨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는 항상 서로 대립하여, 때로는 숨어서 때로는 공공연한 투쟁을 끊임없이 계속해 왔다. 그러나, 부르주레타리아 노동자는 선언 속 동직조합 우두머리를 따라간다. 다른 노동자와 차별화된 특권을 추구한다. 다른 노동자와 견줄 수 없는 부를 축적한다. 특정 노동 집단만의 세계다. 필연적으로 다른 노동집단과 투쟁한다. 그들만의 권력과 부를 위한 배타적 투쟁이다. 자본가와의 투쟁은 어느덧 다른 노동자와의 이익 투쟁으로 바뀌어 있다. 노동자를 팔아 만든 특정 노동자들만의 세상이다. 노동자 배반이다. 공산당 선언은 또 이렇게 썼다. 부르주아적 가족은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가? 자본에, 사적 영리에 근거하고 있다이러한 상태가 진행되면 결국 프롤레타리아에게는 가족이 실제로 사라질 것이며. 그러나, 부르주레타리아 가족은 선언 속 부르주아 가족을 따라간다. 가장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가족의 부를 축적한다. 부의 대물림이 그 중 하나고, 자본가적 투기가 다른 하나다. 자녀 교육도 철저하게 자본에 의한다. 유학을 통한 특수 지위 획득이 하나고, 인맥을 통한 기득권 행사가 다른 하나다. 프롤레타리아의 붉은색 명패를 문 앞에 달고, 부르주아의 화려한 가구로 집안을 채운 가족이다. 무산(無産) 대중 배반이다. 공산당 선언은 위대했다. 그 가치를 두고 1억 명이 죽어나갔다. 나라와 민족이 갈라서기도 했다. 이 시대에도 바뀐 건 없다. 1999년 BBC가 설문했다. 1천 년간 가장 위대한 사상가(greatest thinker)는 누구인가 선언의 주창자 마르크스였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중간계급을 논하지 않았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만을 말했다. 갈라진 두 계급의 투쟁만을 설명했다. 다만, 선언 한 귀퉁이에 소름 돋는 예언이 있다. (혁명이 진행되면) 역사적인 운동 전체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데까지 높여진 부르주아지 사상가의 일부가 프롤레타리아트 편에 서게 된다. 얼치기 프롤레타리아 출현에 대한 예언이었을까. 170년이 흐른 지금, 그 예언이 정확하게 맞아간다. 마르크스주의자 트로츠키가 비유했다. 천국이 있는 정확한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산당 선언의 검증 역사가 그렇다. 공산주의의 정확한 모습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소련 공산당의 실패에도 많은 청년들이 선언을 떼어 놓지 않는 이유다. 이들 청년들에게 부르주레타리아는 배반의 계급이다. 노동자 계급의 숭고함을 팔아먹는 배반의 계급이다. 노동자 계급의 희망을 박탈하는 배반의 계급이다. 자본가 계급의 특권을 추구하는 배반의 계급이다. 자본가 계급의 풍요함을 쫓아가는 배반의 계급이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의 서문을 이렇게 열었다. 하나의 유령이 지금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대한 확신이었다. 프롤레타리아의 탈을 쓴 부르주아의 탐욕이 군림하는 이 시대, 그 서문에는 이제 다음과 같은 첨언이 더해져야 한다. 또 다른 유령이 지금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 부르주레타리아라는 배반의 유령이 主筆

[삶과 종교]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

부처님께 대중들이 국가 존재의 의미를 질문 드렸을 때의 대답은 간결하게 말씀하고 계신다.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스스로 화합해 만든 공동체이다 이와 같은 진리를 설하는 여러 논리의 가운데에서 우선으로 중요하게 사유해야 점은 개개인이 가진 존엄성의 가치에 있다. 부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대는 왕을 중심으로 국가의 체계가 조직되고 운영되던 수직적인 문화가 강조됐다. 지금처럼 개인의 권리인권을 강조할 수 있는 배경에는 문화를 창조하고 규칙을 운영하던 주체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팔만사천의 법문의 중심에는 인간이 중시하는 휴머니즘이 기초를 이루고 이러한 사상의 토대 위에 인간을 위한 철학이라는 심오한 가르침을 구성하고 있다. 중요한 논점은 또한 여러 분야의 학문이 인간에게 어떠한 혜택으로 작용하는가를 첫째의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인간 중심주의를 더욱 진보시켰고, 보편적이고 평등한 견해를 견지하면서 신흥종교에서 빠르게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간의 차별을 정당화했던 계급주의 타파를 완성하고자 노력했던 것이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인간을 만물의 중심으로 인식하는 오만한 사상이 현대사회에서 여러 자연재해와 사회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더라도 지금의 세상은 중심은 인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그에 알맞은 역량인 포용력과 관대함이 인간이 지나쳐 왔던 역사의 흐름에서 간절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인간만이 우월한 존재가 아닌 모든 생명체는 존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평등주의를 견지해야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의 가운데에서 세간(世間)은 세 종류로 이뤄졌다고 말씀 된다. 첫째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인 기세 간이고, 둘째는 중생들이 서로 연결돼 영향을 주는 중생 세간이며, 셋째는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오음세간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바라보면 서로 가슴에 상처를 남기도록 노력하는 행위를 선동하는 것이 아닌가를 고민하게 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존재하는 국가의 권력은 과연 정당하게 집행되고 합리적으로 견제되고 있는가를 되새기게 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올해에는 예년과는 다르게 가을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다수 발생해 국민의 시름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화합해 국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서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세력의 과시를 보여주는 듯하다. 나의 존재는 개별적인 생명체라고 인식할 수 있으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여러 경계로 구성된 세계이다. 이 세계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바탕은 자체에 부여된 질서이다. 국가의 질서는 개인의 사유나 특정한 집단의 정치철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합리적인 비판, 타협을 통해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 나의 견해를 고집하는 현실과 나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타협을 거부하고 민주적 절차와 의무를 팽개치고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고집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한 사람은 곧 국가를 이루는 최소한의 구성원이고 국가는 이러한 구성원의 묵시적인 계약에 의지해 정치권력을 이양받아 우주에 내재하는 보편적인 질서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실천이다. 현재의 사회적 현상을 살펴보면서 남을 탓하기에 앞서 나의 내면을 세심히 살피고 인간으로서 근원적으로 지닌 휴머니즘의 가치를 냉철하게 성찰해 봤으면 한다. 세영 스님 수원사 주지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7일차

[경기도의 미래와 함께하는 유망중소기업] 영동제약㈜

누구나 질병을 간단하고 빠르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질병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자부합니다 소변 검사지는 소변이 묻은 검사지의 색 변화만으로 임신, 간염, 신장병, 당뇨병 등 각종 이상징후를 나타내 획기적인 의료기기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과거 국내에서는 이 같은 체외진단용 제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국내 최초의 체외진단용 제품 전문 기업인 영동제약㈜(대표 이하영ㆍ용인시 소재)이 설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6년 설립된 영동제약은 소변 검사지 국내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면서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가정에서도 가족의 건강을 점검할 수 있도록 출시한 지베서(소변 검사지)다. 소변 검사지의 작동 원리는 신장에서 나오는 노폐물인 소변을 검사, 요로계 이상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내분비ㆍ대사 질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해당 제품은 1분 내 나오는 검사 결과를 통해 최대 10가지 항목을 동시에 점검할 수 있다. 당뇨, 신장질환, 요로감염, 간 기능 이상, 췌장염 등이 모두 소변 하나로 알 수 있는 질환이다. 영동제약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동일한 소변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영동제약은 전 세계 11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해외 법인도 태국과 중국에 설립했으며, 2013년 수출 1천만 달러를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소변 검사지 세계 일류 상품으로 인증했고, 중소기업청이 히든 챔피언으로 표창하는 등 정부 부처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17년에는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으로 지목되면서 제품 홍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비전 YD 123을 선포하면서 기강을 잡고 있다. 1은 수출 1억 달러 돌파, 2는 유럽과 미국에 추가 해외 법인 설립, 3은 소변 검사지에 이어 액상세포 검사ㆍ분자진단 검사도 주력 품목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각각 담고 있다. 이하영 대표는 기업의 근간이 영리 추구에 있지만 사회 공동체가 요구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체외진단용 제품으로 정확한 조기 진단을 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치료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동제약은 최고의 품질을 위한 연구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85년 YD Strip Glucose, GP, GPH 및 소변 검사 시험지 전 품목이 미국 FDA 공인을 받았다. 1998년에는 KSA 9002ㆍISO 9002 인증, 1999년에는 KSA 9001ㆍISO 9001 인증을 각각 획득했다. 2003년에는 ISO 13485 인증, 2006년에는 미국 FDA 공인을 각각 받았다. 여승구기자

경기도, 개최지 인센티브 위력 '실감나네'

경기도가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개최지에 주어지는 인센티브의 위력에 새삼 고개를 떨궈야 했다. 경기도는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9일 총 45개 종목 중 32개 종목이 일정을 종료한 가운데 이날 사격이 12년, 소프트테니스(정구)가 4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대회 6연패 도전의 볼링과 4연패 태권도, 3연패 사냥에 나섰던 태권도는 개최지에 대한 시드배정ㆍ풀쿼터 적용, 기록 종목에 대한 20% 가산점 등으로 인해 모두 2위에 머물러 아쉽게 연승 행진을 멈춰야 했다. 사격에서 경기도는 총 1천780점을 득점, 충북(1천694)을 따돌리고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고, 소프트테니스도 2천56점을 얻어 경북(1천814점)에 앞서며 4년 만에 패권을 안았다. 하지만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볼링은 2천436점으로 서울시(2천483점)에 불과 47점, 탁구는 1천937점으로 서울시(2천6점)에 69점, 태권도는 1천968점으로 서울시(2천142점)에 174점 뒤지며 연승행진이 중단됐다. 이들 종목 모두 개최지 인센티브의 희생양이 됐다. 이들 종목은 개최지 인센티브가 없었다면 모두 연승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경기도는 대회 6일째인 9일에도 23개의 금메달을 추가하며 금메달 131개, 은메달 118개, 동메달 115개로 서울시(금116 은121 동129)를 제치고 1위를 달렸다. 이날 역도 남일반 109㎏급 진윤성(고양시청)이 인상(183㎏), 합계(401㎏)서 우승해 2관왕에 올랐으며, 96㎏급 용상 한정훈(수원시청ㆍ211㎏)도 금메달을 보탰다. 또 육상 남고부 1천600m 계주 경기선발(3분16초49), 남대부 경기선발(3분12초01), 남대 1천500m 손대혁(한국체대ㆍ3분53초65), 같은 종목 남일반 이강철(한국전력ㆍ3분50초31), 여일반 1천600m 계주 김포시청(3분45초24), 남일반 세단뛰기 성진석(안산시청ㆍ16m27)도 우승했다. 탁구 남대부 단체전 경기대, 테니스 여대부 단식 박은영(명지대), 단체전 명지대도 패권을 안았다. 레슬링 남일반 자유형 61㎏급 최인상(상무), 복싱 남고부 핀급 김민서(용인 포곡고), 남일반 라이트급 함상명(성남시청), 볼링 여고 마스터즈 김민희(송탄고ㆍ2천186점), 수영 여고 자유형 100m 이근아(경기체고ㆍ55초95), 유도 고등부 혼성단체전 경기선발도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배구 여고부 수원 한봄고, 여일반 수원시청, 소프트테니스 남일반 경기선발, 양궁 남고부 단체전 경기선발, 고등부 혼성단체전 김민서(경기체고)ㆍ김나리(여주 여강고)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밖에 구기ㆍ단체 종목선 소프트볼 여고부 일산국제컨벤션고, 테니스 남고부 단체전 경기선발, 농구 남녀 고등부 안양고, 분당경영고, 남일반 경희대, 핸드볼 남고부 하남 남한고, 하키 남녀 고등부 성남 이매고, 수원 태장고, 배드민턴 남고부 경기선발은 결승에 진출했다.황선학기자

[기약없는 의정부 미군기지 반환] 장밋빛 개발 청사진 기대했는데… 미군 떠난 자리엔 잡초만 무성

1호선 도봉산역을 지나 평화로 의정부 방향으로 한 정거장 정도 가면 서울 도봉구와 의정부 호원동이 맞닿는 시 경계다. 평화로를 따라 높은 회색 블록 담이 길게 이어진다. 담안으로 갈색 지붕 건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담 철조망과 망루가 없다면 이곳이 부대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풍경이다. 미군, 카투사 훈련을 담당했던 164만2천여㎡ 캠프 잭슨 부지 중 부대가 있던 곳이다. 부대표시조차 사라진 정문은 굳게 잠겨 있고 안길은 잡초만 무성하다. 밤이면 주변이 환한 반면 이곳은 경비등만 있을 뿐 어두컴컴하다. 지난해 7월 부대가 모두 평택으로 이전하고 폐쇄상태로 텅 비어 있지만 아직 반환되지 않아 미군 관할이다. 의정부시는 캠프 잭슨이 반환되면 국제 아트페어 등을 열 수 있는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밑그림을 그려 놓은 지 오래다. 하지만 언제 반환될지 모르는데다 기지 전체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이를 해제하는 데 많은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2개의 의정부지역 미군기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미군 2사단 사령부가 있던 가능동의 캠프 레드크라우드는 지난해 12월15일 모든 부대 병력이 평택으로 철수했다. 또 고산동 캠프 스탠리로 지난해 초 대부분 병력이 평택으로 옮겨 가고 훈련헬기 중간 급유 관리인력만 남아있다. ■ 1960~1970년대 의정부 발전의 견인차 의정부지역 미군기지는 한국전쟁 직후부터 들어서기 시작해 모두 8곳으로 시 전체 면적인 81㎢의 7%에 달했다. 전후복구와 기지촌을 중심으로 의정부 지역경제, 사회문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국가안보란 이름 아래 징발된 땅에 자리 잡은 미군기지는 1960년대 의정부 성장의 견인차였고 1970년대 까지만 해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발전 지체는 물론 지역 이미지 주민의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등 부정적인 면도 컸다. 군사도시, 미군 기지촌, 부대찌개 등 의정부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미군부대가 안겨준 멍에다. 1980년대 들어 경제성장과 함께 미군관련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미군기지는 지역발전의 장애로까지 여겨졌다. 한 때 흥청거렸던 캠프 스탠리 주변 기지촌은 미군이 떠나면서 상점의 영문간판만 상흔처럼 남아있다. 오랜 시간 지역에 희생과 인고를 강요했던 미군기지는 한미 연합토지관계획(LPP)에 의거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2007년 캠프 시어즈, 카일, 에세이온 등 5곳의 기지를 시작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군 공여지는 의정부가 새롭게 도약할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 캠프 잭슨 등 3곳 반환 늦어지면서 개발 차질 제2보병사단과 제5통신대대가 있던 금오동 캠프 시어즈에는 경기북부 행정타운이 조성돼 경기북부경찰청과 경기도 교육청 북부청사 등 주요 관공서가 자리 잡았다. 법원 검찰청사 유치가 무산된 캠프 카일 행정타운 2부지는 창업센터, 여가시설, 공동주택을 지을 계획으로 용역 중이다. 공병부대가 주둔했던 캠프 에세이온은 을지대 캠퍼스와 을지대학병원이 오는 2021년 개원을 목표로 공정률 50%를 넘어서는 등 건설이 한창이다. 경기북부 미군 대상 주한미군방송이 있던 역전인근 캠프 홀링워터는 시민공원으로 시민의 곁으로 돌와왔고, 도심 한복판 캠프 라과디아에는 시민체육공원이 조성됐다. 이제 남은 것은 반환되지 않은 3개 기지다. 캠프 레드클아우드는 안보 테마공원, 캠프 잭슨은 문화예술공원, 캠프 스탠리는 실버타운으로 이미 수년 전에 발전종합계획을 세우고 정부의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반환이 늦어지면서 개발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도시 공동화에 지역경제를 침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캠프 잭슨은 사업자까지 선정됐지만 반환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캠프 내 시설물관리가 부실해져 이를 활용한 개발의 차질이 예상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환경정화 책임ㆍ비용 놓고 정부와 미군 이견 한국정부와 미군은 이들 기지의 환경오염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수년째 환경협의 단계서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오염책임이 있는 미군이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군은 국내법에 근거한 KISE 즉 공공환경 및 인간 등에 급박한 위험이 있는 오염이 발생했을 때만 정화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비용을 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SOFA에 따른 반환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기지 반환이 안되고 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한국정부와 미군 간에 환경오염정화책임과 비용을 놓고 1년 이상 반환협상조차 하지 않는 상황을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가라면서 국민과 약속한바 대로 조속히 미군공여지를 반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발계획을 다 세워 놓고 주민과 약속한 개발계획실천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지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감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시민과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조속히 미군공여지를 반환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 국가안보 위해 희생한 공여지 국가주도개발 필요 반환공여지개발은 범정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의정부시의 주장이다. 독일 필리핀 등은 국가기구가 반환공여지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지역을 국가안보를 위해 미군에 공여한 만큼 반환 뒤에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역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과 행ㆍ재정지원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경기도 첫번째 공약으로 주한미군공여지의 국가주도개발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가주도개발은 구체적 내용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지자체의 볼멘소리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반환된 공여지를 지자체의 힘과 경제력만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토지매입비용이 높아 민간투자유치도 어려운 만큼 토지매입비 일부만 지원하는 공특법을 개정해 중앙정부의 과감한 예산지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용 시장은 국제아트센터로 개발예정인 캠프 잭슨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며 강제로 수용하고 마음대로 건축하더니 막상 돌려받아 개발하려고 하니 그린벨트다. 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만 하고 있다고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