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속터지는 버스 노선 속시원하게 쭉쭉 직선화한다

인천시가 버스 노선 직선화, 주요 지점별 환승 기능 강화 등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는 등 본격적인 노선 개편에 나선다. 12일 시에 따르면 최근 노선운영체계 개편 및 효율화방안 연구용역을 발주와 함께 노선개편 추진단 조직 안을 마련했다. 우선 시는 용역에서 버스 이용객의 동선 위주로 노선을 직선화해 버스 이용률과 노선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과다한 운행 대수를 투입하는 노선의 운행 체계를 재조정하고 노선의 중복도를 개선, 신도시와 원도심 간 시내버스 공급 불균형을 해결한다. 시의 전체적인 노선 개편 방향은 굴곡 노선과 장거리 노선을 각각 직선화하고 운행 거리를 단축하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현재 간선 위주에서 지선 위주의 노선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다. 장거리 이동 수요에 대해선 지하철과 시내버스 노선 간 환승 체계를 구축해 해결한다. 용역은 7월부터 10개월 동안 이뤄진다. 용역에서는 현재 인천 지역을 운행 중인 시내버스 전 노선 198개 노선 2천359대에 대한 수요 분석 및 권역별 차고지 활용방안, 노선개편안 등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시는 노선개편 사업을 담당하는 노선개편 추진단을 신설한다. 노선개편 추진단은 노선운영팀, 노선개편팀, 서비스개선팀, 운행지원팀 등 4개 팀으로 이뤄지며 총 인원은 단장과 부단장 포함 총 22명이다. 시는 노선개편팀은 오는 7월, 서비스개선팀과 운행지원팀은 2020년 1월 신설한다. 특히 노선 개편 용역을 담당하는 실무책임자를 노선개편관리관으로 지정, 노선개편 전반에 관한 조언을 받을 계획이다. 또 시는 용역 담당자, 버스 운송 노조, 버스업체, 공무원 등으로 민관 테스크포스(TF)를 구성, 관련 기관의 의견도 수렴한다. 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현재 시내버스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면 2024년 2천억원의 시비 부담을 예상한다며 행정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으로 시민의 버스이용 편의를 높이는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道 조직개편 불발땐… 고양 방송영상밸리 사업 ‘치명타’

민선 7기 경기도가 출범 1주년을 맞아 내놓은 조직개편안에 대해 경기도의회가 재검토를 촉구한(본보 12일자 5면) 가운데 조직개편 불발의 불똥이 경기북부에 치명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조 원 규모의 고양 방송영상밸리가 경제실 소관으로 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문화라는 모호한 테두리에 갇혀 추진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일 도에 따르면 도는 13일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로부터 조직개편 관련 조례안을 심의받는다. 앞서 도는 공정국ㆍ노동국 등 5개 국을 신설하고 복지여성실 등을 폐지하며, 문화체육관광국 콘텐츠산업과를 경제실로 이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을 지난달 29일 입법예고한 바 있다. 기재위는 이날 상임위 논의 등을 거쳐 도가 제출한 조직개편안에 대한 수정 의견을 취합했다. 현재 조직개편안에 대해 제기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콘텐츠산업과의 경제실 이관, 복지여성실의 폐지다. 이중 콘텐츠산업과를 놓고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콘텐츠산업이 문화적 가치보다 경제적 성과 위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처럼 도의회에서 강한 반발이 제기, 경기북부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콘텐츠산업과 이관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고양 방송영상밸리 사업의 동력 확보인데, 조직개편 좌초시 이러한 움직임이 힘을 잃을 수도 때문이다. 방송영상 산업을 놓고 도와 경쟁 중인 서울시는 일찌감치 콘텐츠 부서를 경제정책실 산하로 전진 배치했다. 도 관계자는 방송영상 산업 육성을 위해 콘텐츠산업과의 경제실 이관이 절실하다며 복지여성실 폐지 부분은 실ㆍ국장 직위만 덜고 하위 부서는 북부청에 배치하는 등 북부 소외론과는 거리가 멀고, 노동국 신설도 이재명 도지사의 노동 정책 드라이브를 위해 당위성이 있다. 도의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 만큼 도민을 위한 사려 깊은 결단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대운 기획재정위원장(더불어민주당ㆍ광명2)은 도 조직개편안에 대한 타당성을 면밀히 살피고, 집행부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서 심의하도록 할 것이라며 상임위 의견 수렴과 기재위 의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공정하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양 방송영상밸리는 70만 2천여㎡에 6천700억여 원을 투입, 여의도와 상암DMC를 넘어설 방송ㆍ영상클러스터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특히 고용창출 3만여 명, 생산유발 효과 4조여 원 등이 예측되면서 경의권(고양ㆍ파주ㆍ김포)을 비롯한 경기북부 미래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여승구기자

‘붉은 수돗물’ 이어 이번엔 ‘검은가루 수돗물’… 불안 증폭

붉은 수돗물 사태가 2주째 지속하면서 피해사례가 속출한 검단과 검암, 영종 외 지역에서도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12일 가정지구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가정동과 신현동 등 가정지구 일대에서 필터가 변색하거나 수돗물에 검은색 가루가 섞여 나오는 피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가정지구 주민 A씨는 필터를 교체하고 20분만에 필터가 검게 변했다고 호소했고, B씨 역시 싱크대와 욕실에 필터를 설치한 후 1시간만에 필터색이 검붉게 변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검은색 가루가 관찰되기도 했다. 새 필터를 끼운 후 1시간동안 물을 흘려 보내자 필터에 검은색 가루들이 다량으로 묻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민들은 검단이나 영종 등에 비해 가정지구의 피해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가정지구 내 아파트에서도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인천시가 가정지구에 대한 피해상황 확인과 조사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또 주택이나 빌라 등에 대한 피해가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은 만큼 각 동 통반장 등을 동원해 피해상황이 파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민원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국 루원총연합회장은 가정지구도 피해를 보고 있는데 관계기관은 피해지역이 아니라고 안내해 주민 불안만 커지고 있다며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범위를 확대해 보다 넓은 지역의 주민 피해상황과 조사, 보상 등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시 모두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피해 지역을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검단과 검암이 주로 민원이 나오는 지역이긴 하지만, 다른 지역도 민원이 접수되면 기록해서 정리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특정 지역이 피해지역에 포함된다 아니다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이어 검은색 가루에 대해서는 시에서 정밀조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고, 망간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아직은 성분이나 원인을 명확히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시관계자 역시 피해지역인지 아닌지,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은 모두 합동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정확하게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15억 들인 풍도어촌체험마을 ‘파리만 날리네’

안산시가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단원구 풍도에 어촌체험마을을 신축, 운영하고 있으나 유일한 교통수단인 배편이 하루에 단 한차례 뿐이어서 거주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풍도에는 갯벌이 없어 다양한 체험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겨울철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없어 당초 어촌마을 선정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12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6년 5월 어촌마을의 소득 증대와 경제활성화 등을 위해 총 15억 원(국비 12억, 지방비 3억)의 사업비를 투입, 종합안내소와 세족 및 조리장, 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2층 규모의 어촌체험마을(연면적 586㎡)을 개관, 운영하고 있다. 당초 시는 섬 체험의 단점인 이동거리와 숙박을 유리하게 이용토록 함으로써 체류형 체험관광을 유도해 풍도를 알리고 내실있는 체험마을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또주민들의 추진의지가 강해 우수체험마을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야생화의 천국이라 불리는 풍도는 봄철 야생화 시기 이외에는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없어 체험마을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풍도의 특성상 어촌체험마을의 대표적인 체험인 갯벌 체험을 할 수 없어 어촌체험마을로서의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겨울철의 경우 외지 관광객 등 방문객이 없어 체험마을 시설물 동파 등을 예방하기 위해 보일러를 가동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풍도를 오가는 유일한 교통 수단인 배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안산시 단원구 대부방아머리를 경유해 하루에 단 한 차례만 운항되고 있어 지역주민들은 물론 풍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어촌체험마을이 개관된 지난 2016년에는 체험객수가 419명에 그쳤으며, 2017년과 지난해 각각 2천251명과 1천125명 등 지난해까지 3년 동안에 걸쳐 총 3천795명명의 체험객이 체험마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 등은 여름 휴가철 만이라도 배를 증편해 많은 관광객이 풍도 어촌체험마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며 많은 예산을 들여 어촌체험마을을 개관한 운영하는 만큼 관광객 등이 편리하게 찾아 올 수 있도록 대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산=구재원기자

[지지대] 막내형

대한민국 축구가 사상 첫 FIFA 주최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U-20대회(20세 이하)에서 18세 스페인 발렌시아 소속 이강인은 한국 축구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올려놨다. 감각적인 패스로 수비를 흔들었고 공간을 찌르는 정확한 패스로 팀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강인은 준결승전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패스로 최준의 천금 같은 결승골을 도왔다. 이번 대회 총 1골 4도움째다. 지난 9일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1골 2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현재 이강인은 이번 대회 유력한 최우수선수(골든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의 닉네임 막내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한국 축구는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해 선수 선발이 이뤄졌고 팀이 구성되면 철저한 위계(?) 질서 아래 서열이 매겨졌다. 소위 선배의 말이 하늘이었고 심지어 선배에게 제대로 패스를 못하면 혼나기 일쑤였다. 그런 한국 축구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가장 어린 이강인에게 막내형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대한민국은 좋게 얘기하면 동방예의지국이어서 장유유서를 철저히 지켜왔다. 한 살만 많아도 형님이라 부르고 예의(?)를 깍듯이 갖췄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위계질서가 철저하다는 축구에서 막내를 형이라고 부른다. 이는 그의 나이가 어리지만 그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대한민국 축구가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을 대한민국호에 승선시키기 위해 의무 차출 규정이 없는 대회인 U-20 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스페인을 직접 찾아 해당 구단과 대표팀 합류를 논의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과거 대표팀 분위기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20세 형들도 그 누구보다 실력이 뛰어난 막내 이강인을 믿고 따랐고 그를 대한민국호의 사실상 캡틴으로 인정했다. 수직적 조직 문화에 길들여진 대한민국이 실력을 인정하는 수평적 구조로 변화되는 단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거침없는 상승세로 결승까지 오른 태극전사들이 막내형을 중심으로 기적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또 대한민국 축구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이강인이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ㆍ1979)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ㆍ2005), 폴 포그바(프랑스ㆍ2013)가 수상한 골든볼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사설] 불공정한 시세 반영, 공시지가 제도 전면 개선해야

정부의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 특혜를 제공해 부동산 투기를 유발하는가 하면,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불만과 불신도 크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불공정한 공시가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지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실제 가격대비 공시지가 가격의 현실화율이 제일 높은 것이 시민들이 많이 사는 공동주택이다. 단독주택은 엄청 낮고, 상업건물은 이 보다 더 낮다면서 비싼 땅, 비싼 건물일수록 세금을 적게 내고있는 것으로 이는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시가격 산정 및 조정 기준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 이것도 공정하게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트위터를 통해서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유일한 길, 부동산 불로소득을 줄여야 한다며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경기도는 12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업무협의를 가졌다. 도는 국토부에 공시가격 산정 및 조정 기준에 대한 공개 여부, 상대적으로 시세 반영이 안 된다고 평가받는 단독주택 및 상업건물 공시지가 개선, 공시가격 제도의 개선 등에 대해 문의했다. 경기도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세금내는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올라도 왜 올랐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만 해도 공시가격이 지역별가격별주거형태별로 달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가 공시가 산정 및 조정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깜깜이 공시가란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허술하고 문제 많은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달 22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공정한 시세반영으로 책정된 공시가격으로 지난 14년간 징수되지 못한 보유세가 전국에서 약 70조 원으로 추정된다며 경기도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제도 개선에 앞장서달라고 요청했다. 경실련은 공시가격이 아파트의 경우 시세의 70% 이상이 반영되지만, 단독주택과 상업업무빌딩의 시세반영률은 각각 5060%대, 3040%대에 불과해 시세와 동떨어진 과세체계라고 주장해왔다. 경실련 주장대로 상업건물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경우 해당 건물주들은 보유세 절감으로 불로소득이 생기게 된다. 감사원이 경실련의 청구로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제대로 조사되고 평가됐는지에 대한 공익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경기도와 경실련이 요구하는 공시지가 제도 개선이 얼마만큼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제대로 밝히지 않은 가격산정 기준부터 구체적으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공평 과세는 중요하다. 정부의 더딘 공시가 현실화가 자산 상위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공평한 과세, 공정한 세상이 아니다. 현실성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사설] 김원봉 띄우기는 피 튀는 역사전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중 김원봉 띄우기는 계산된 도발이며 역사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김원봉 재평가는 그동안 좌파 진영에서 간헐적으로 제기해온 어젠다 중의 하나였다.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김원봉은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고 해석될만한 발언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역사인식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이 엄청난 이념 대결을 초래할 것을 몰랐을 리 없다. 왜 알면서도 무리수를 뒀을까. 대통령의 노림수는 그동안 줄기차게 추진해온 우리 사회의 주류세력 교체, 100년 집권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친일 청산과 좌파 독립 운동가에 대한 예우를 통해 역사를 바꾸고 내년 총선 때까지 이 같은 프레임을 밀고 나가려 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책무인 국민통합과 국군 통수권자의 신성한 의무인 국가 보위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그동안 국민들은 대통령의 친일 청산 발언과 애국을 통한 통합된 사회 염원이 나름 진정성을 가진 줄 알았다. 현충일 발언을 보니 그러한 용어들이 권력 투쟁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음을 알게 됐다. 현충일은 625 남침에 공을 세워 김일성으로부터 훈장 받은 김원봉을 추켜세우는 날이 아니다. 내년 총선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게는 사활이 걸린 일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죽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국정의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났고 경제와 안보는 파탄 지경이다. 결국, 남은 것은 김정은 쇼와 역사전쟁을 통한 의도된 혼란이다. 김원봉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이제 사회를 보수와 진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나 보수 진보의 갈등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편 가르기를 통한 국민 분열과 상대방 죽이기다. 분열의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 통합으로 가겠다는 것은 말만으론 되지 않는다. 통합된 사회를 지향한다면 그동안 해 왔던 국정 운영에 분열을 조장하는 요소가 있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편 가르기와 이념역사전쟁, 상대방을 적폐와 부역자로 몰아붙이면서 국민 통합을 얘기한다면 누가 공감하겠는가. 올해 100세가 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흑백논리가 만든 우리의 불행한 근현대사를 보면서 깨달은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아 진리를 찾고 그 진실을 토대로 가치판단을 내리는 책임이라고 말했다. 혹자는 지난 70여 년 우리 역사를 분단체제니 뭐니 하면서 탄생해서 안 될 흑역사라고 떠드는데, 분명한 것은 우리가 공산체제가 아닌 것에 감사하고 우리를 목숨 바쳐 지켜 준 현충원의 영혼들에게 눈물로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현명하고 지혜롭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의 역사를 왜곡되게 만들고 이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역사전쟁 도발자들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준비가 돼 있는지 묻고 싶다.

[함께하는 인천] 외과의사 수술실력 유지의 비밀

얼마 전 나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Nabucco)를 관람했다. 플라시도 도밍고(Plcido Domingo)가 주연이고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이 지휘했으며 뉴욕메츠오페라(Metropolitan Opera)가 제작한 대작이다. 관객들의 박수에 대한 응답으로 레바인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한 번 더 연주했다. 날아라 생각이여 황금빛 날개를 달고(in catene, soggetti a lavori forzati, Va, pensiero, sullali dorate)로 시작되는 주옥같은 멜로디였다. 세계적인 세 테너(Three Tenors) 중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는 타계했고, 까레라스(Jos Carreras, 1946~)는 건강상 이전 같지 않지만, 도밍고(1941~)만큼은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공연 당시 도밍고는 76세였다. 나는 이 성악가가 어떻게 노령에도 최상의 목소리를 유지해 완벽한 아리아를 불렀는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은 레바인, 도밍고, 그리고 메츠오페라의 총책임자인 겔브(Peter Gelb)가 나눈 대화에서 풀 수 있었다. 레바인: 오페라라는 예술의 형식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세상의 종말은 아닙니다. 도밍고: 나는 마음속에 노래하는 법을 정확하게 알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먹은 것과 비슷하게 부른 적은 있지만, 완벽하게 노래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겔브: 이토록 오랫동안 노래 부를 수 있는 장수의 비밀(secret of longevity)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도밍고: 오페라를 준비할 때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나는 피아노로 그 곡을 쳐보긴 해도, 곡을 잘 알기 전까지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레바인: 성악가가 목소리를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페라의 아리아는 목소리가 아닌 머리가 하는 일이니까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문득 외과의사인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너는 너의 계획대로 정확하게 수술을 수행하고 있는가? 수술은 치밀하게 계획된다. 수술 전날 침실 천장은 수술대가 되고 형광등은 무영등이 돼 절개를 가하는 순간부터 닫을 때까지의 과정을 마음속으로 가상의 수술을 한다. 그러나 다음날 수술실에서는, 도밍고가 말한 것처럼 마음먹은 것과 비슷하게는 될지언정, 의도한 대로 100% 똑같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성형외과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길리스박사(Harold Gilles)가 78세까지 집도했다는 장수의 역사를 떠올리며, 고령에도 어떻게 그 수술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첫째, 성악가가 목소리를 아끼듯 외과의사는 눈을 아껴야 한다. 둘째, 기본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수술은 단순히 손의 일이 아니라 뇌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Hwang K. The Aging Surgeon and the Secret of Longevity. J Craniofac Surg. 2019;30(1):12를 편집인의 동의를 얻어 2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삶과 종교] 공덕심과 이기심

인간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알맞은 기념일을 제정해 사회에 소속된 구성원들을 통합하고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기념일은 역사적인 산물로서 그 시대의 가치관을 담고 있으며 후세에 가치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의 근거가 특정한 사상이나 선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한 국가를 넘어서 인류에게 많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종교가 특정한 이념을 지향해 지금도 갈등을 유발하는 모습을 현재에도 우리는 살펴볼 수 있다. 또 특정한 지도자에 의한 선동정치에 의해 얼마나 많은 전쟁의 광풍에 여러 국가가 휘말려 들어갔던가? 세계대전을 겪고서 1세기도 지나지 않았으나 우리는 전쟁의 상흔을 가볍게 치부하고 민족의 분단과 대치 속에서도 과연 무엇을 위해 피를 흘리면서 갈등했는가를 냉철하게 사유하고 관조하는 자화상의 모습이 부족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과거의 많은 외침과 전쟁을 겪으면서도 국가의 독립과 가치관을 이어오면서 자긍심과 수준이 높은 문화를 이뤘으므로 우수한 민족임에는 틀림이 없다. 중국에는 50여 종족이 넘는 소수민족이 있고 그 가운데에서 대제국을 이룩하였던 청나라의 만주족은 현재 50만 명 정도가 남아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옛 왕조와 같은 번성하는 국가를 건립함에는 많은 현실의 제약이 따를 것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겠으나 부처님께서 제시하는 법문에서는 국왕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설하셨고,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하여 일반 국민은 권력을 국왕에게 임시로 위임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를 다스리는 위정자와 국민은 서로 지배하고 지배를 당하는 계급적인 신분이 아닌 서로 하나의 배를 같이 탄 존재라는 의미이다. 배를 운용하는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게 하면서 중간에 일어나는 여러 상황에서 발생하는 돌발적인 변수에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선동적인 승객들의 행동에 휘말려서 배를 이끈다면 더 큰 고통을 자초할 수 있다. 한국에서 많이 강조되는 부분이 영웅심을 부추기는 여러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어느 시대에서든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는 심리는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영웅이 존재한다는 현실은 인간사회가 많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또 다른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폭력에도 양면성이 존재하고 있어 국가에 의하여 위임받은 폭력이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트려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도 발견된다. 과연 인간이 인간을 대상으로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조금 더 나아가면 침략전쟁을 미화하면서 다른 국가를 파괴한 경우를 영웅시하는 경향도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극단적으로 인종청소라는 인간의 인성마저도 파괴하는 사례가 몇십 년 전까지도 발생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추악한 이면에는 집단의 이기심이라는 가면을 공덕심으로 포장해 대중들을 현혹시켰던 시대적인 패러다임이 우리의 내면에 숨어서 존재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인간들은 누구나가 궁극적으로 이기적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축생들과 다른 점은 이러한 이기적인 마음의 대중을 향하는 공덕심으로 변화시키려는 마음의 자세와 현실적인 노력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영웅을 찾고 영웅을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영웅이 없었던 우리들의 삶이 무미하고 건조하였던 것은 아니었잖는가? 누구나 이기적인 마음에서 안주하고자 생각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탈피하고자 하는데, 세상의 이치는 단순하고 명확한 것이다. 내가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고 내가 먼저 스스로 참고 인내하며 노력하는 것은 공덕심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공덕심은 멀리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나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작은 배려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세영 스님 수원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