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사 ‘통상임금 합의안’ 서명… 9년 분쟁 ‘마침표’

기아자동차 노사의 통상임금 분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9년간 계속되던 논쟁은 노사가 통상임금 합의안에 최종 서명하며 법정 공방이 아닌 노사 간 대화를 통한 자율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18일 기아차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오전 광명시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및 임금제도 개선 관련 특별 합의 조인식을 열고 합의안에 최종 서명했다. 노조는 조금은 부족한 결과지만 최선을 다한 합의였다며 9년간의 통상임금 논쟁과 현장 혼란을 조합원들의 힘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조인식에는 강상호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과 최준영 기아차 부사장 등 노사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노사는 지난 11일 통상임금 특별위원회에서 잠정 합의한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과 미지급금 지급 방안을 14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찬성 53.3%로 최종 가결했다. 앞서 특별위원회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해 평균 월 3만 1천여 원을 인상하고, 미지급금을 평균 1천900여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미지급금 가운데 1차 소송 기간의 지급 금액은 개인별 2심 판결금액의 60%로 올해 10월 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2ㆍ3차 소송 기간과 소송 미제기 기간인 2011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는 800만 원(근속연수별 차등)으로 이달 말까지 지급한다. 지급 대상은 지급일 기준 재직 중인 대리 이하 모든 근로자로 정해졌으며 지급액은 근속 기간을 반영해 차등 적용된다. 이와 함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적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상여금 750%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적용하며 상여금을 포함해 시급을 산정한다. 기아차 노조는 대표소송으로 진행한 2차 소송은 합의에 따라 합의금 전액이 지급된 이후 취하할 예정이다. 다만, 1차 소송과 3차 소송은 개별 소송이기 때문에 조합원 선택에 따라 소송을 유지할 수 있으며 소송을 유지하는 조합원에게는 미지급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노조는 오는 21일까지 조합원들의 소송 여부를 접수할 방침이다. 노조에 따르면 1ㆍ3차 소송의 경우 대응상고(사측 상고에 대응만 하는 방식)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조합원이 원할 경우 일반 상고도 가능하다. 1차 소송의 대법원 상고 접수 기한은 오는 25일까지다. 노조는 이날 조합원 대상 소식지에서 통상임금 조합원 총회 가결 3월 말 800만 원 정액 지급 일정과 대법원 상고 일정 등 앞으로의 일정이 빠듯하다며 통상임금 후속 조치가 빠르게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주ㆍ김해령기자

“법률상담서 심리상담까지… 수원고법, 이용자 편의 최우선” 김주현 수원고등법원장 본사 방문

전국 최초로 선보인 사법접근센터를 통해 법률상담부터 심리상담까지 통합적인 사법서비스를 지원하는 수원고등법원이 되겠습니다 18일 본사를 방문한 김주현 수원고등법원장은 개개인이 갖고 있는 억울한 사연에 십분 공감하며 소신 있는 판결을 내리고, 이용자의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수원고법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내 6번째 고등법원이자 기초지자체에선 유일하게 설치된 수원고법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법접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광교 수원법원종합청사 1층 민원실에 마련된 사법접근센터는 변호사회, 법무사회, 신용회복위원회, 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공단 등 유관기관에서 상담 위원들이 구성돼 일반소송ㆍ등기ㆍ회생파산ㆍ가사 상속 등 각종 법률 상담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우선 상담 대상은 장애인ㆍ외국인ㆍ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 및 취약계층이며, 일반인 누구라도 편히 사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주현 고법원장은 그동안 사법접근센터와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은 많았지만 이번 센터는 청사 안에 위치해 상주 인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특히 수원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심리상담까지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법원을 찾는 이들은 가슴 속 상처를 풀 데가 없어 답답해하는데 사법접근센터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법접근센터를 비롯해 법원청사를 방문하기까지의 교통이 불편하고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선 고민거리라고 털어놨다. 김주현 고법원장은 이용자가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법원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중교통으로 오는 길이 불편하다거나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자체 등과 협력해 꾸준히 변화해나가며 시민에게 개방된 법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초대 수원고등법원장으로서 정당한 판결이 이뤄지는 법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주현 고법원장은 우리 법원은 어떠한 부분이 부족하고, 어떠한 부분이 사회에 필요한지 등을 항상 염두에 두려 한다며 사법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법원, 소신 있는 판결을 내리는 공정한 법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일 개원식을 연 수원고법은 내달 중 홈페이지에 사법접근센터 메뉴를 설치, 이용안내 및 예약 등 절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연우기자

수원지법, 전국 법원 최초 법관대표 선출 내규 제정

수원지방법원(법원장 윤준)이 국내 최초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법관 대표 선출 등에 대한 내규를 마련했다. 수원지법은 18일 전체 판사회의를 열고 전국 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 선출 등에 관한 내규를 제정,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해 3월 대법원 규칙에 의해 각급 법원 법관들의 의사를 대표하는 정식 회의체가 됐다. 그러나 일선 법원의 법관대표 선출방법 및 대표의 직무 범위에 관해 아무런 규정이 없어,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에 수원지법은 대표성 논란 해소 차원에서 관련 내규를 마련하게 됐다. 일선 법원에서 대표 선출 방법 등에 대한 자체 내규가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정된 내규에 따르면 직급별 법관대표의 선출 방법은 매년 정기인사 직후 선출위원회를 설치해 추천을 통해 후보자를 선정한 뒤 선정된 후보자를 대상으로 무기명 다수 득표 또는 찬반 투표에 의해 대표를 선출토록 했다. 다만, 후보자 미달 등 법관대표를 선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추첨으로 법관대표를 뽑도록 했다. 또 내규는 법관대표의 임기, 권한, 의무를 구체화해 직무 가능 범위 및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정했다. 특히 법관대표에 대한 위임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법관대표 소환(자격 상실) 절차도 마련했다. 내규를 보면 직급별로 3분의 1 이상 법관의 서면 청구로 소환절차를 개시하고, 해당 법관대표의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직급별 과반수의 법관이 찬성할 경우 그 자격을 잃도록 하고 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이번 내규가 시행됨으로써 직급별 법관 모두의 의사를 반영한 대표를 선출할 수 있어 대표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관대표의 임기, 권한, 의무를 명확히 해 스스로 양심에 따라 직무 범위를 인지, 수행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원지법은 내규에 따른 절차대로 직급별 법관대표 6명을 선출했다. 이연우기자

김창보 선관위원 청문회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격전

여야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창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질 문제보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남양주을)은 민주주의와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협하는 것은 바로 가짜뉴스라며 전 세계 선진국에는 비례대표가 없다는 이야기는 국민의 민주의식을 혼란시키고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합의를 흔드는 반민주적 선동이라고 자유한국당을 겨냥했다. 그는 또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 군인들이 선동했다는 주장들을 야당에서도 일부 동조하고 있고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이 방치되고 있을 때 선거에서 어떤 형태로 가공돼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할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소병훈 의원(광주갑)은 선관위가 선거와 관련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 전문기관으로서의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선거연령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우리나라만 19세다. 선관위가 18세로 해야 한다는 의견만 내지 말고 당위성을 국회에 강하게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한 선거를 치르는 후보자에게는 선관위가 곧 법이다면서 선거를 하다보면 작은 문제 하나라도 선관위에 질의를 하는데 위원회 단위로 답변이 달리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에대해 김 후보자는 선거관계 법령이 상당히 복잡하게 돼 있고 해석이 쉽지 않다. 해석이 그때그때 안되고 위원회 단위로 달리 해석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일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지 유념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은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반대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연동형이 적절치않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나치, 히틀러가 독재하면서 그 부작용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당제로 유도했는데 최근에는 국회의원 정수가 100여명 넘게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해서 오히려 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해 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격이나 지향점이 비슷한 당에서 A당이 자당 후보를 홍보하면서 정당은 B당을 찍게 해서 B당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되게 할 수 있다면서 선진 대한민국에서 적절하지 않은 제도다. 비례대표제를 강화시키려면 내각제로 가는 게 맞다.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를 개편하면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안위는 이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27일 실시하는 내용의 인사청문계획서도 채택했다. 김재민기자

화옹지구 ‘투기성 벌집주택’ 난립… 수원-화성시, 제재 딜레마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지정된 화성 화옹지구 일대에 투기성 벌집주택이 들어선 가운데, 공항 이전사업으로 마찰을 빚는 수원시와 화성시가 벌집주택 제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8일 수원시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최근 화성시 우정읍 화수리와 원안리, 호곡리 등에 이른바 벌집주택으로 불리는 조립식 가건물 수십 개가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화성시는 지난 14일 부시장 주재 과장단 회의를 열고 벌집주택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시 기준 강화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 시 사전ㆍ사후 관리 강화 ▲매주 정기적인 주민등록 사실조사 진행해 위장전입 차단 등의 대책을 내놨다. 이밖에 벌집주택을 완공한 뒤 별장 목적으로 사용하는 입주자에 대해 재산세의 최대 40배 중과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해당 지역 유사 규모의 주택 재산세가 1만1만4천 원에 불과해 실질적인 제재 방안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화성시의 경우 개발행위를 제한할 경우 자칫 군공항 이전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반면 수원시는 추후 이전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벌집주택 탓에 혹여나 보상비용이 늘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선 벌집주택에 대한 제재를 하기 위해선 화성시가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화성시는 군공항 이전은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벌집주택 제재에는 나선다는 방침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인허가 규제방안을 검토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제재에 나설 것이라며 다만 군공항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이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수원시 관계자는 화성시 관할이기 때문에 수원시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향후 군공항 이전사업이 진행되면 벌집주택도 보상 대상이 될 수도 있어 화성시의 대응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태병ㆍ이상문기자

[사설] 지역균형발전론에 모두가 정신 팔면서 / 경기도 지역 내 불균형발전은 외면했다

같은 경기도 내 시군이다. 그 안에서 벌어진 격차가 엄청나다. 31개 시군별 재정자립도를 보자. 경기도 화성시는 64%다. 경기도 연천군은 21%다. 두 지자체 차이가 3배를 넘는다. 교통 약자용 이동 수단으로 특별교통수단이 있다. 경기도 고양시가 486%, 경기도 연천군이 23%다. 여기에서 차이는 무려 20배 이상이다. 도로밀도 역시 엄청난 지역 편차를 보인다. 경기도 부천시가 11.41㎞/㎢, 경기도 가평군이 0.46㎞/㎢다. 약 25배다. 경기도와 경기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다. 무수히 많은 관련 수치 가운데 일부만 봤는데 이 정도다. 지역 간 격차는 대체로 경기 남북 간 격차로 귀결된다. 각종 지표에서 우위를 점한 지역은 대부분 경기 남부권에 있다. 반면 열등한 지표를 보인 곳 중 상당수가 북부 지역이다. 근본적 원인이라 해서 딱히 새로울 건 없다. 모두 알듯이 군사시설규제(남부 8.02%, 북부 44.28%)와 개발제한구역규제(남부 17.8%, 북부 43.6%)가 원인이다. 지역균형발전론자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법조문이 있다. 헌법 제123조 제2항이다.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수도권을 옥죄는 더 없는 근거로 쓴다. 수도권은 잘 살고, 지방은 못 산다는 획일적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전제가 틀렸다는 증거가 바로 경기도의 이번 자료다. 지역 간 불균형은 수도권 내에서도 심각하게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이 통계수치로 확인됐다. 국가도 모르지 않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고민하는 척 해왔다. 접경지역 발전 계획, 한강 수계 발전 계획 등을 숱하게 뿌려댔다. 국토균형발전론이 정책을 지배했을 때가 참여정부 때다. 그때도 경기도 내 낙후 지역에 대한 개발 지원 약속은 동시에 얘기했었다. 하지만, 매번 공염불로 끝났다. 낙후된 경기도 지역은 낙후된 지방 지역에게 정책적 순위에서 밀렸다. 그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 현재와 같은 경기도 내 불균형 심화다. 헌법은 조문 어디에서도 지역을 특정하지 않았다. 못 사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로 풀어야 옳은 해석이다. 그 못 사는 지역에 경기 북부의 많은 지역이 포함된다.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고 지원돼야 한다. 경기도가 이런저런 해결책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 발전 계획(2018~2022)에 구체적 안건들이 수록된 것으로 안다. 지방보다도 못한 경기도 낙후지역에 대한 제대로 된 헤아림이 이번엔 있길 바란다.

[경기시론] 커뮤니케이션도 미니멀이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최소 한도의, 최소의라는 뜻을 가진 미니멀(Minimal)에주의라는 의미의 이즘(ism)이 더해진 단어로 단순함과 본질적 요소를 추구하는 예술 사조에서 출발했다. 요즘은 인테리어, 패션, 살림 등 생활의 여러 부분에 걸쳐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간소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방식에서도 단순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자도생이 보편화되면서 경제적, 시간적, 심리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기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만 에너지를 집중한다. 자신이 가진 경제적 여건과 시간을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 모임에 가볍게 투자하는 것도 그런 경향과 맥을 같이 한다. 이 때문에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좀 더 정확하고 간결한 것을 선호한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부정적인 단어와 표현으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위주의 피드백만 길게 늘어놓는 방식으로는 부하 직원과 원만한 소통을 하기 어렵다. 기업 내에선 보고서도 한층 간결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잘 읽히지 않고 사장되는 긴 보고서나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지나치게 낭비되는 파워포인트보다, 한 장 혹은 길어야 두 장짜리 보고서로 본질과 핵심에 집중하면서 업무를 밀도 있게 진행하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들은 이미 이른 시간부터 제로 파워포인트(Zero Powerpoint)를 고수해왔는데, 이것은 보고나 회의 같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디자인이나 형식 같은 불필요한 것에 집중하기보다 본질적인 내용에 집중하면서 충실한 회의를 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13억 중국인을 감화시킨 덩샤오핑은 경제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가난한 것이 사회주의는 아니다라는 간결하고 명쾌한 한 문장으로 단숨에 여론의 반전을 꾀했다. 천재예술가 미켈란젤로는 내가 한 일은 마음속 영상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것이 전부였다라는 말로 완벽한 다비드상의 창작 과정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런 분별력을 기르려면 중요하게 분류된 것을 가지고 결론과 이유, 그리고 경과 순서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결론에 대한 근거를 대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를 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 가지는 너무 단순하고 깊이가 없어 보이고 두 가지는 뭔가 부족하지만, 세 가지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듣는 사람이 기억하기 쉽다. 거기에 미사여구나 화려한 수식, 추상적인 표현을 피하고 사실과 정보, 의견과 생각을 확실하게 구분한다면 최선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달변에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막힘없이 이야기를 잘하는 것이 진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잠시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자기 말에 취해서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중요한 것은 전달하지 못하면서 거기에 자기 자랑만 횡설수설하다보면 상대방은 지루하고 짜증나고 대화가 즐겁지 않다.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말 습관은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지지대] 펫코노미(Petconomy)

저출산과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의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25.1%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키우는 반려동물(복수 응답)은 강아지 75.3%, 고양이 31.1% 순이었다. 관련 시장도 엄청 커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해 2023년 4조6천억 원, 2027년 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접어들었고 시장 규모도 3조원대로 증가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 반려동물 산업을 일컫는 펫코노미(Pet+Economy)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다. 펫코노미는 사료, 용품, 의료, 미용, 분양 등은 물론 전문훈련소, 펫 택시, 유치원, 호텔, 의료보험, 장례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에선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전용 수영장과 놀이터를 갖춘 문화센터를 건립, 내년 상반기에 개장한다. 냉난방기가 설치된 호텔과 수영장, 테마 공원, 캠핑장, 방갈로 등의 복합공간으로 반려동물과 가족이 같이 먹고 놀고 쉴 수 있게 꾸며진다. 특히 길이 30m, 수심 80㎝의 수영장(200㎡)은 반려견이 공간 제약없이 마음껏 헤엄을 칠 수 있게 만든다. 뛰놀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마사토를 깐 실내 놀이터인 도그런동, 다양한 사료를 골라 먹일 수 있는 펫레스토랑도 있다. 의성군은 반려동물 사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반려견들이 고령화되면서 노령견(犬)을 위한 시장도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누적 등록된 반려견 가운데 사람의 장년노년층에 해당하는 712세가 45.56%에 이른다. 이 연령대 노령견은 심장ㆍ신장 질환, 피부 질환, 구강 질환, 고관절 질환, 백내장 등 각종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업계에선 실버견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고령화로 병원비가 많은 드는 점에 주목, 만 20세까지 보장하는 반려동물 실손의료비 보험을 내놨다. 노령견을 위한 혈당관리 사료, 관절과 연골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 유기농 면으로 만든 위생 팬티 등도 인기다. 반려동물이 가족을 대신하고, 반려동물 시장이 육아관련 시장보다 더 커지는 현실이다. 세상이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왠지 씁쓸한 면이 있다. 인구 5만2천명의 소멸 위기 지방자치단체 의성군이 반려동물 사업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자구책도 그렇다. 이연섭 논설위원

[사설] 신뢰성 잃은 인천시 행정

송도국제도시와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를 연결하는 배곧대교가 인천시 행정의 신뢰성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배곧대교는 길이 1.89㎞ 4차선 도로 총 1천845억 원의 민자사업으로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 적격성 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B/C)은 1.29로 최종 통과한 광역교통망이다. 배곧신도시에 서울대학교와 병원이 들어오고 시흥시의 생산, 주거 기능과 송도국제도시의 문화, 예술, 교육, 사업기능을 함께 상호보완해 인천과 시흥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에 인천시 실무부서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화물차 통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대했으나 인천시와 시흥시가 2.5t 이하의 화물차량만 통행할 수 있도록 합의함으로써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배곧대교 건설을 인천시가 승인한 적이 없고 승인할 수 있다고 표명한 적도 없다고 밝혀 애초 계획인 2020년 착공이 오리무중이다. 인천과 경기지역 환경단체들이 국제적인 멸종 위기 조류의 도래지인 송도 갯벌을 파괴하는 배곧대교 건설계획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인천시의 입장을 촉구했다. 이에 박 시장이 그동안의 실무진 협상을 전면 부정하고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실무부서는 애써 원론적인 태도로 전환해 박시장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으나 광역자치단체의 행정 신뢰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오래 누적된 인천시 행정의 난맥상과 혼선의 모습으로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그동안 인천시는 여러 분야에서 행정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저해하는 구태를 반복해 왔다. 최근에 인천대학 운영비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을 인천대와 교육부에 전가하려다 국무총리실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인천시 부담으로 최종 결정 난 것이 대표적이다.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자의적인 판단 때문에 관계기관들의 행정력을 낭비한 있을 수 없는 행정이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주 경기장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관련해서도 중앙정부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번복한 것은 광역자치단체의 행정 신뢰성을 추락시켜 큰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신뢰성 있는 행정으로 나가야 함에도 이를 반복하는 것은 행정의 후진성으로 과감히 개혁해야 할 과제이다. 시민이 시장이라는 구호가 무색하지 않게 관련 부서는 소통하고 협치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내부에서의 소통과 교감에 대한 혁신이 요구된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해야 한다. 시장과 실무책임자가 원팀이 되고 원팀이 시민을 바라보며 그 뜻을 받드는 미래행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