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아내와 침대 누워있는데 계엄, 딥페이크인 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소식을 들었을 때 딥페이크인줄 알았다고 발언했다. 이 대표는 5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3일 밤 계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딥페이크’(허위 영상물)로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날 밤 퇴근하고 집에서 아내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아내가 갑자기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면서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하더라”며 “나는 ‘저건 조작이다. 조작이 틀림없다. 진짜일 리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영상을 봤을 때 대통령은 실제로 계엄을 선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건 조작된 날조됐고, 가짜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 이번 주에 가결에 필요한 여당으로부터의 충분한 지지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은 시간문제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에 대해 “유동적인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당장 오는 7일에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가결에 필요한 여당의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즉 재적 의원 300명을 기준으로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범야권 의석이 192석인 것을 고려하면 여당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되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 6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하루 뒤인 지난 4일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5일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 대표는 “문제는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찬성) 의사는 있지만 (그러려면 부결) 당론에 반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들을 다소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그(윤 대통령)는 탄핵당할 것”이라며 “유일한 문제는 그가 모레, 일주일 후에, 또는 한 달이나 석 달 후에 축출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은 이런 비정상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대한민국의 평판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엄령이 내려진 날을 회상하며 무장 군인이 국회를 봉쇄한 후 국회로 진입하기 위해 1m 높이의 울타리를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파업 첫날 경의중앙선·무궁화호 열차 1시간30분 지연...승객 불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5일 저녁 덕소행 지하철 경의중앙선 열차가 정전으로 멈춰 약 1시간30분 동안 지연됐다. 그 여파로 이 선로를 사용하는 열차들이 줄줄이 지연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이날 오후 7시18분께 경의중앙선이 회기역에서 중랑역으로 가던 중 일시적으로 차량에 장애가 발생해 멈춰섰다고 밝혔다. 승객들은 불이 꺼진 열차 내에서 약 20분간 대기했고, 그 과정에서 승객 중 23명은 호흡곤란과 공황 증세를 보여 쓰러졌다. 이에 일부 승객이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했고, 119 구급대가 출동해 승객 5명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또 이번 사고의 여파로 KTX 3대와 무궁화호 3대, 전동열차 20대 등이 최소 10분에서 최대 1시간30분 지연됐다. 열차에 갇힌 승객 일부는 강제로 출입문을 개방해 철로로 걸어나갔고, 이 때문에 출발이 늦춰졌다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선로로 하차한 고객들은 직원 안내로 걸어서 중랑역으로 이동했고, 다른 고객들은 해당 열차를 타고 중랑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코레일은 다른 열차의 지연 피해를 파악 중이며, 열차를 차고지에 입고한 뒤 고장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청량리발 부전행 무궁화호도 회기역서 멈춰 승객들이 갇혀있다고 전해졌다. 7시10분 청량리를 출발해 부전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 역시 1시간50분 간 멈춰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열차는 입석까지 승객이 가득 차 있었고, 하차를 요구하는 승객도 있었다. 다만 실제로 하차한 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호 경찰청장, “비상계엄령 당시 국회 출입 통제는 내란 아냐”

조지호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는 내란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 비상계엄령 당시 국회 출입 통제와 관련한 질문에 “당시의 조치는 내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국회의원 출입을 금지해 국회의 권능을 마비시킨 것이 내란죄와 국헌문란에 해당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첫 번째 출입 통제는 오후 10시46분께 시작됐으며 20분 뒤 국회 관계자들의 출입이 다시 허용됐다. 그러나 비상계엄 포고령이 발표된 직후인 오후 11시37분께 전면적인 통제가 다시 시행됐다. 조 청장은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이 오후 11시30분께 전화를 걸어 “국회 전체를 통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 청장은 “처음에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거부했다”며 포고령 내용을 확인한 후 서울경찰청에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포고령 1호에 명시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 집회, 시위 등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이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이며,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이 발효되면 모든 행정기관은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포고령 전문을 신문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문을 통해 전달받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포고령은 여러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이고 그 중 하나가 언론매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통제는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임을 밝히면서 “이후 서울청장의 법적 근거 부족 지적을 받아 국회 상시 출입자는 허용했다”고 말했다. 김봉식 서울청장은 “처음에는 법적 판단을 할 여유가 없어 통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19분 후 국회 경비대장이 국회의원 출입을 요청한 뒤,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국회의원과 국회 출입증 소지자만 출입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무장한 계엄군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했을 때 경찰이 배치된 배경에 대해 “우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남부청에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사퇴 여부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내가 부족해서 잘못했을 수 있지만, 현장 경찰관들은 상황에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은 “대통령의 계엄령에 따라 내린 지시는 정당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를 따랐다”며 당시의 조치가 위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 여민, 비상계엄 및 탄핵 관련 긴급토론회 개최

더불어민주당 의원모임인 ‘더 여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및 탄핵 관련 긴급토론회를 개최한다. 더 여민은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의결을 앞둔 6일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국회 침탈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한 헌법적·형사법적 차원의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민국 헌정을 유린한 비상계엄의 위헌성·위법성을 확인하면서 법리적 차원에서 윤석열에 대한 탄핵 및 형사적 처벌의 정당함을 확인하고자 기획됐다. 토론회의 좌장은 법학적성평가연구원장을 역임한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토론회는 이번 사태를 헌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1부와 형사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부는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국회 기능 정지 시도행위의 가벌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다. 더 여민은 “이번 긴급토론회는 급박하게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제 및 토론을 맡은 전문가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한편 더 여민은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포럼으로 안규백 대표, 전현희·김교흥 부대표 등 42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또 ‘검찰 정치탄압 저지 대토론회’,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연속토론회’ 등 주요 정치 현안이 있을 때마다 토론회를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오디세이 시베리아

오전 9시 우수리스크 마르코폴로 여관을 씩씩하게 출발한다. 7월9일 아침 기온 15도, 낮 기온은 25도 이내로 매우 쾌적하다. 시베리아는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잔다. 오늘 목적지는 하바롭스크. 680㎞를 가야 한다. 부산에서 평양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실제로 오늘이 시베리아 대평원 자동차여행의 첫날이다. 우수리스크를 벗어나자 멀리 아무르강 하류 우수리강이 보인다. ■ 헤이그 밀사 ‘이상설 선생’ 유허비 우수리강에 헤이그 밀사 정사인 이상설 선생 유허비가 있다. 이 선생은 1917년 우수리스크에서 사망했는데 “조국 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 유고는 모두 불태워 강물에 흘려보내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유해를 화장 후 우수리강에 뿌렸다. 광복회가 우수리강에 이 선생 유허비를 세웠다. 이 선생은 신식 서양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독학으로 수학, 화학, 법학을 공부했고 영어, 프랑스어 등 7개 국어에 능통했다고 한다. 탁월한 언어 실력으로 헤이그에서 열리는 1907년 ‘만국평화회의’ 대표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선생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학책을 직접 지어 조선인 학생에게 ‘수리 과목’을 가르쳤다. 근대 ‘한국 수학의 아버지’로 불리고 20대 나이에 성균관 대사성을 거친 천재 학자임을 알게 됐다.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 역대 대사성 명단과 함께 선생의 기록이 있다고 한다. “유유히 흐르는 아무르강에서 맴도는 고혼(孤魂)이시여 이제는 평안하소서.” 멀리 고국에서 온 후생(後生) 인사드립니다. ■ 시베리아 대평원을 향하여 출발 원주민 언어로 시베리아는 ‘잠자는 땅’이란 뜻이다. ‘시베리아’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원시림, 광활함, 혹독한 추위, 자작나무 숲, 영화 닥터 지바고 설원 등 광활한 대자연 단어가 연상된다. 여행은 언제 가느냐가 중요하다. 겨울철과 여름철 대자연의 얼굴은 전혀 다르다. 현재의 시베리아는 초여름 연녹색의 향연이다. 위도가 높아 봄이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나뭇잎 색깔이 연한 녹색을 띠고 있다. 차창 밖 줄지어 서있는 연녹색 산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하다. 도로 옆으로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산림 사이사이에 작은 농가 몇 가구, 널따란 대초원, 커다란 필지의 농지가 나타난다. 우수리스크를 벗어나 두 시간이 지나니 인가도 거의 없다. 도로 옆으로 모스크바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만났다 헤어졌다 계속 달려간다. 아마 바이칼호까지 약 3천700㎞를 철도와 나란히 서쪽으로 달려갈 것이다. ■ 위험한 시베리아 국도 모스크바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 국도는 고속도로가 아니고 편도 1차선(왕복 2차선) 으로 협소한 길이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와 동쪽 태평양을 연결하는 국가의 중요한 간선도로임에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미흡함을 느낀다. 산업용 도로이기 때문에 관광객이나 승용차는 적고 대부분 화물차다. 겨울철 눈으로 파손된 도로는 제때 보수가 안 돼 곳곳에 포트홀이 매우 많고 자동차가 튀어 오르는 바운딩이 자주 있어 운전 여건 최악의 위험한 길이다. 조금만 전방 주의를 소홀히 하면 포트홀에 빠지고 차가 위아래로 요동친다. 앞쪽의 화물차들은 천천히 달리므로 화물차를 만날 때마다 추월해야 한다. 반대 차선에서 마주 오는 차를 피하면서 중앙선을 넘어 추월해야 하므로 시속 150~160㎞의 위험한 급가속 운전을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시아 재정이 어려워 도로 보수가 지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를 검색해 보니 러시아 국방비가 전쟁 전 국내총생산(GDP)의 4.3%인데 지난해는 6.7%(한국은 2.9%)로 증가했다. 전비 조달을 위해 금년에 세금을 대폭 인상한다고 한다. 소득세율은 전쟁 전 13% 단일세율에서 금년부터 최고 22% 누진세율로 인상, 법인세율도 전쟁 전 20%에서 금년부터 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 평화스러운 숲속 길 드라이브 ‘카메이트’인 L실장은 여수에서 온 분이다. 향후 두 달 동안 좁은 차에서 함께 보내야 할 자동차 가족이다. 점심은 휴게소의 야외 식당에서 샤슬릭 꼬치구이를 먹기로 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우리를 유혹한 것이다. 샤슬릭 꼬치를 굽는 러시아 직원이 과거 마산에서 일했다고 하면서 반갑게 인사한다. 우리는 계속 광활한 산림과 대평원을 지나간다. 언어와 단어로 광활한 대평원의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 현대인들은 속도의 경쟁에서 중압감을 받으며 살아간다. 빌 게이츠가 말한 ‘빛의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뒤떨어지면 낙오자가 된다. 문명 세계의 속도, 빠름, 효율성, 날짜, 요일, 시간 관념을 이곳에서는 잠시라도 잊고 싶다. 무심히 창밖의 초원. 산림,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 하바롭스크까지 680㎞의 먼 거리를 달려 가면서 수시로 급변하는 다양한 얼굴의 시베리아를 마주한다. 어느 구역은 소나기가 계속 내리고, 어느 구역은 햇볕 쨍쨍한 파란 하늘이다. 어디는 흐리고, 어디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다. 동해안에서 서울까지 280여㎞ 짧은 거리를 차로 올 때도 날씨가 여러 번 변하는 것과 비교해 본다. 녹색의 대초원과 자작나무 숲속을 지나 석양 무렵에 목적지 하바롭스크 화려한 러시아정교회 첨탑을 마주한다. 첫날 680㎞를 무사히 달려왔다. 마침 시내에 고려인 식당이 있어 저녁식사는 한식으로 한다. 고객은 러시아인들이고 외국인은 우리 일행뿐이다. 검색해 보니 고려인 후손이 8천명 산다고 한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다. 이곳은 하바롭스크주의 주도이며 러시아 극동에서 가장 큰 도시다. 아무르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아무르강변의 호텔은 전망도 좋고 침대와 샤워 시설이 매우 깨끗하다. 샤워실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하루의 여독이 풀린다.

[문화산책]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으로 열정을 뿜어냈던 오베르쉬르우아즈에 가면 그가 그렸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강산이 수차례 변해도 마을 곳곳에 자리한 성당과 저택, 심지어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밀밭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그 시절과 교감하는 감동을 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흐를 자랑스러워하는 이 마을 주민들의 수많은 노력이 담겨 있다. 주요 장소마다 작품이 그려진 안내판을 비치해 고흐의 눈과 우리의 시각에 비친 풍경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고 고흐를 찾아다니는 순례자들을 위해 최대한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근래에 전쟁과 각종 개발로 천지가 개벽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일제강점기를 거쳐 폐허가 됐다가 복원으로 되살아난 고궁은 관람객들의 편의와 현실을 고려한 재창조에 가깝고 양반의 행차를 피해 다닌 피맛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땅에 귀를 기울이면 지하에 잠들어 있는 옛터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급격한 발전으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우리는 지나가 버린 옛것의 가치를 조금씩 갈구하고 있다. 낡은 기와집만 남아 있어 슬럼화되던 황리단길은 첨성대와 불국사보다 붐비는 경주 최고의 관광지가 됐으며 폐공장과 버려진 집은 독특한 공간을 지닌 카페로 사랑받고 있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북촌과 서촌은 항시 외국인들로 붐벼 몸살을 앓는 중이다. 사라져 가는 옛 골목길을 재조명하고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게 카페와 상점이 잇따라 들어서며 활성화된다면 무엇보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극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 천편일률적인 구성, 건물주들의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 겹쳐 그 열풍이 사그라든다면 거리는 이내 빈 간판만 덩그러니 남은 채 을씨년스러움만 풍기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오베르 마을의 고흐처럼 그곳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튼튼한 스토리텔링을 갖추지 못하고 유행만을 좇는다면 이내 인기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의 본질은 화려한 치장과 그럴듯한 외양이 아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시대를 관통하는 뼈대가 핵심이다. 경주의 황리단길이 날이 갈수록 사람들로 붐비는 이유는 담장 너머 신라 천년의 고분군이 이곳의 정체성을 확연히 증명하기 때문이고 수원화성의 행리단길이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정조 이래 굳건한 성곽이 예나 지금이나 자리를 지켜서다. 켜켜이 쌓이는 세월의 때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묻어 있기에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자아낸다. 4대 강 이후 남한강의 경관은 완전히 변했지만 여전히 가장 사랑받는 공간은 여강 절벽을 굽어보는 자리에 들어선 여주 신륵사다. 절에서 강의 경관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이 공간에 들어선 다층전탑은 고려시대 이래로 이곳을 지나는 뱃사공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했다. 강 건너에 호텔이 들어서고 강변의 모래밭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신륵사와 전탑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존재들 덕분에 나루터를 오가던 황토돛배가 여행객을 싣고 예전의 수려했던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흔들다리나 케이블카, 각종 위락시설로 치장해도 잠시 사람들의 흥미를 끌 뿐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케이스가 부지기수다. 우리는 그동안 본질을 유지하고 있는 가치는 애써 무시한 채 시류에 편승한 것이 아닐까.

“있을 수 없는 사태”… 여야 비상계엄 질타 ‘한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국회 국방위와 행안위 위원들이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국방부의 ‘비상 계엄’ 대처와 경찰청의 국회 정문 봉쇄 등을 문제 삼으면서다. 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위 여야 위원들은 이날 김선호 국방부 차관과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향해 이번 사태의 전모를 추궁했다. 다만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의 면직 재가로 회의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위원은 “선진 대한민국에서 계엄 선포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과정에서 위법은 없었는지, 적절한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용원 위원도 “러시아 파병 등 중차대한 안보가 있는 상황 속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1979년 마지막 계엄령 이후 반세기 만에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여당 의원으로서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을 비롯해 계엄령을 주장해 온 야당 의원들에게도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제 판단이 틀렸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한기호 의원도 “군인 출신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난감하고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투입된 장병들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사과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규정했다. 박범계 위원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그 자체로 위헌이자 위법한 비상계엄이고 따라서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발동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박선원 위원도 “내란죄는 사형도 가능한 죄”라며 “계엄 건의 권한을 가진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은 수사 대상이고, 불법적 계엄 상황에서 계엄사령관 임무를 수행한 육군참모총장은 내란 또는 내란 임무 종사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는 여야 모두 ‘비상 계엄’ 선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이다. 반면 국방위와 달리 행안위에서는 내란죄 표현을 둘러싼 여야 간 격론이 벌어졌다. 민주당 신정훈 위원은 “경찰의 국회 봉쇄와 군 병력의 투입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절차를 원천 차단하려 한 의도”라며 “국민을 적으로 삼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든 명백한 반국가적 내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조은희 위원은 “야당에서 내란죄라고 이미 판결을 내리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이를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현안 질의에 참석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이번 사안을 내란죄라고 규정하거나 저를 내란의 동조자나 내란의 피혐의자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신중을 기해달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회를 요청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현안 질의가 파행됐다.

‘윤 대통령 탄핵·김건희 특검’… 세밑 “얼어붙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한 탄핵소추와 특검법 도입을 위한 여야의 표결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비상계엄’ 논란 이후 보수·진보가 둘로 갈라져 윤 대통령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놓고 찬반 집회를 벌이면서 내년도 예산안 적기 처리에 제동이 걸린 데다, 내각 총사퇴 등에 따른 국정 ‘셧다운’마저 우려되면서다. 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범야권 6당 의원 190명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이날 0시 48분께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에 따라 보고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안 처리가 6일 0시 49분부터 8일 0시48분까지 표결이 가능한 셈이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의결은 7일 오후 7시를 전후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처럼 주말인 7일 오후 7시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예고한 것은 소추안 통과 후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탄핵 소추안’ 통과로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국적인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진행되는 날 동시에 ‘김건희 특검법’도 통과될 때 윤 대통령 부부는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지옥의 문’에 들어가는 운명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 탄핵소추와 함께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재석 의원 총 300명 중 200명이 찬성해야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등 범야권 6당 192명은 여당 이탈 8표를 얻어야 하고 국민의힘은 108명 중 8명의 이탈을 막아야 하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앞서 국민의힘 108명의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개헌 저지선(100명)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윤 대통령 이후 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여당 내 잠재적 대권 주자들도 탄핵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높은 상태다. 아울러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친한(친한동훈)계’의 대통령 탈당과 내각 총사퇴 등 강도 높은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의 수용 여부가 향후 여야의 정치적 판도를 바꿔 놓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천)은 이날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을 탄핵한 민주당이 여당 의원들을 향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협조하라는 얘기는 들을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며 “우리 당은 현재 당론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안을 반드시 부결시키겠다’고 선언했다”며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와 결별하고 국민의 명령을 따라 탄핵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