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나도 겪었다), #WITH YOU(당신과 함께), #WE CAN DO ANYTHING(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지난 4월 6일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이 접착식 메모지에 이런 문구를 적어 창문에 붙였다. 이 학교 남자 교사들의 상습적 성희롱과 성추행을 폭로한 것이다. 졸업생들이 적극 나섰고, 재학생들이 가세했다. 학교 측은 처음에 “포스트잇을 당장 떼라”며 강압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나는 당당하다, 자랑스럽다’며 떼지 않았다. 서울교육청이 조사에 나섰고, 교사 18명이 파면·해임·정직·견책 등 징계를 받았다. 용화여고에서 시작된 ‘스쿨미투’ 운동은 60여 개 학교로 퍼져 나갔다.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인 3일에는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국 중·고교 여학생 모임 등 30여 개 단체가 ‘스쿨미투 집회’를 열었다.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집회에선 여학생들의 미투 발언이 이어졌다. 전북의 한 공동체 대안학교에 다녔다는 여성은 “가족보다 더 신뢰하던 교사한테 성추행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며 “선생님은 ‘자유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했고 나는 거기서 계속 생활하려면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여성은 “몇 달 지나고서야 상담치료로 그게 성폭력인 줄 알았다”며 “그가 교육관련 일을 하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여자는 허리를 잘 돌려야 한다” “10개월 생리 안하게 해줄까?”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쭉쭉빵빵해야 한다”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니까 성폭력을 당하는 거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스쿨미투 고발은 여학생의 일상이 얼마나 차별, 혐오, 폭력에 노출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스쿨미투가 고발한 것은 ‘일부 교사의 비상식적 만행’이 아니라 성폭력이 상식이 돼버린 학교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선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교육 시행 △학생들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중단할 것 △학내 성폭력 전국 실태조사 △성별 이분법에 따른 학생 구분·차별 금지 △사립학교법 개정과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민주적 학교 조성 등 5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스쿨미투 집회를 통해 교사들의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언어와 신체접촉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음이 폭로됐다. 하지만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해당 학교는 숨기기에 급급했다. 학생들 또한 상급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기록이 남지 않을까 걱정돼 침묵했고, 참아왔다. 그러나 상처는 곪아 터지는 법, 이제 수술을 해야 할 때다. 이연섭 논설위원
얼마 전 일본에서 한 초등학교를 나온 러시아 대학교수가 자기는 단군에 대해 한민족의 개국 시조며 우리의 국조(國祖)라고 확신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자신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과거 내 기억 속에선 초·중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단군상을 많이 보아 왔는데 지금은 우상이라는 핑계로 전부 부서져 버려서 작금의 대한민국은 무슨 일이 진행되는가 하는 걱정과 우려가 일어났었다. 결국, 단군은 신화이기에 없애 버린 것인가? 그럼 한민족의 정체성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대한민국은 일본 식민사관과 종교적 문제, 남북 적대 행위 등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논하는 것을 학자나 정치인들이 금기시했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두 권의 책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들을 다룬 책이었으나, 독일 슐리만의 끈질긴 추적으로 트로이의 목마와 많은 전쟁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신화가 아니라 역사의 사실이라는 것을 발굴하고 증명했다. 현대의 고고학자들은 신화를 역사의 사실로 찾아보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강단 사학자들만은 우리의 장구한 역사를 신화라고 치부하고 단군의 역사를 믿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믿음과 배치한다고 무시하고 파괴하며, 더욱 심한 것은 북한이나 조총련계 쪽에서 연구한 것을 편들면 좌파 빨갱이로 오인당하니 누가 연구하고 누가 교육적으로 혹은 문화나 정치적으로 말을 하겠는가? 건국신화는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 확인하는 근거가 된다. 우리 사회 일부에선 신화라는 용어에 대해 비현실적 이야기요 허구 또는 거짓말이란 뜻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중국은 삼황오제의 전설과 신화 중에서 그 일부를 사마천이 저술한 사기에서 정사(正史)로 만들어 우리 민족의 역사를 자기들의 역사로 억지로 구겨 넣어 동북공정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혼돈의 시기를 지나 사회정의와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태어나는 산고의 시기다. 여러 개혁정책과 역사의 바른 인식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민족의 정체성을 말하고 개혁하려는 의지나 노력은 하지 않고 관망하는 모습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미 아는 이도 많지만, 보수나 진보 등 모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정체성의 방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더 미루지 말고 국가와 사회, 정치, 문화, 교육계 등이 앞장서서 민족의 정체성 찾는 길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단기는 조선 시대의 사서 동국통감에서 고조선의 건국을 요 즉위 25년 무진년으로 본 것에 근거해, 단군 원년을 BC 2333년으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5·16군사정변으로 군사정부가 집권한 뒤인 1962년 1월 1일부터 단기 사용을 중지시키고 공식적으로는 서기만을 쓰고 있다. 여기서부터 민족의 정체성이 혼란을 겪고 있다. 혹자는 뒤늦게 세계화에 민족주의가 뭐냐고 하지만, 열린 민족주의 개념으로 자기 민족과 동등하게 다른 민족과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민족 문화가 바로 서는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시가 인천의료원의 ‘선(先) 의료 서비스 질, 후(後) 제2의료원 건립’을 추진한다. 4일 시에 따르면 2022년까지 공공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해 인천의료원 의료 서비스 질에 집중하고, 함께 추진하려던 제2의료원 설립은 장기과제로 넘기기로 했다. 시는 애초 박남춘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 3천200여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제1의료원 의료 서비스 질 개선과 인천 제2의료원 설립’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영적자에 시달리는 인천의료원의 의료 서비스 질 개선에 우선 집중키로 변경했다. 시의 이 같은 방침은 인천의료원이 그동안 민간 의료기관 대비 낮은 인건비로 우수 의료인력 유치가 어려워 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수입이 감소하는 경영적자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는 기존 사업명을 ‘인천의료원 기능 강화 및 시립요양원 설립’으로 변경하고 약 660억 원의 예산을 투입, 2022년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우선 시는 제1의료원의 시설·장비 개선과 전문 의료인력 확보를 통해 수요를 늘려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고 만성질환자에게는 체계적인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의료서비스를 확대한다. 시는 이와 함께 중증 질환 노인들에게 장기공공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남동구 도림동에 지상 3층(연면적 2천714㎡) 규모로 노인요양시설(100인)·주·야간 보호시설(40인)을 포함한 시립요양원 설립도 추진한다. 제2 인천의료원은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용역심의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8천만 원의 예산으로 2019년부터 자체 타당성 검토를 시작한다. 2020년 보건복지부 지방의료원 설립 협의 및 승인 절차를 거쳐 2022년까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는다. 앞으로 협의를 거쳐 국·시비(국비 503억·시비 2천500억)를 확보해 이르면 2022년부터 제2의료원 건립하겠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계획 변경으로 제2의료원 건립이 무산된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과 분리했을 뿐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시민에게 질 높은 의료·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인천시가 제 1경인전철 지하화, 내부순환 철도망 구축 사업을 2027년 이후로 연기했다. 시는 투자적격성(B/C) 값 확보에 난항을 겪는 제 1경인전철 지하화와 내부순환 철도망 구축 사업을 제 2경인전철, 서울 2호선 청라 연장 사업이 끝나는 2027년 이후에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시는 제 1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을 당초 2018년과 2019년 각각 사전타당성 조사,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2021년에는 사업 실시 설계를 마칠 방침이었다. 또 내부순환 철도망은 상대적으로 B/C값이 높은 남부순환선(인천대공원~시민공원 29.98㎞, 사업비 1조7천711억원)을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 구간은 단계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 1경인전철 지하화와 내부순환 철도망 사업은 각각 약 8조1천966억원, 6조6천59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면서 B/C값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제 1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의 B/C값은 0.55로 추산됐으며, 내부순환 철도망 구축 사업은 대순환선 B/C값 0.29, 남부순환선 B/C값 0.48에 그치며 사업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는 제 2경인전철과 서울 2호선 청라 연장 사업 이후 B/C값을 다시 산정할 계획이다. 시는 제 2경인전철 등 2개 사업이 먼저 완료되면 유동 인구와 교통 수요가 늘면서 내부순환 철도망, 제 1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의 B/C값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는 제 2경인전철과 서울 2호선 청라 연장이 이뤄지면 제 1경인전철에 몰리는 교통 수요가 분산, 현재 4개 선로를 2개 선로로 축소·지하화해 사업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시 관계자는 “제 1경인전철 지하화와 내부순환 철도망 사업은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제 2경인전철과 서울 2호선 청라 연장이 마무리되면 사업 여건이 변해 B/C값 확보가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 1경인전철 지하화 사업은 지상 철로 때문에 남북으로 단절된 도시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인천역~부개역 13.97㎞를 지하화하는 것이다. 내부순환 철도망 구축은 인천대공원~송도테크노파크~동인천~아시아드경기장~인천대공원을 연결해 인천 중심의 도시철도망을 구축하고 시민의 교통 편의를 높이는 사업이다. 이승욱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5일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 오찬 형식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참석해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9년도 정부 예산안, 각종 민생법안 처리 문제와 함께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사법농단 의혹 특별재판부 추진 등을 놓고 폭넓은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지난 8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여소야대 및 다당제 정치 지형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복잡한 각 당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협치를 실현하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예산 협력 요청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각 당 원내대표는 서로 첨예하게 입장이 다른 각종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정청은 4일 국회에서 고위당정청회의를 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각종 개혁·민생법안 통과를 위해 긴밀한 협력·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정거래법과 상법, 유통산업발전법, 상생협력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경제 개혁법안과 가맹점주, 소상공인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생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정청을 이를 위해 여야 민생법안TF(태스크포스)를 설치와 쟁점법안을 중점적으로 협의할 채널 신설도 검토할 방침이다. 홍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사립유치원 비리와 공공기관 채용비리 등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사안에 대해 정부가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국민의 불안과 의혹이 없도록 대응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당정청은 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등 유치원비리 근절을 위한 3개 법안 통과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정부가 제출한 470조 5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을 이끌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데 중지를 모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내년도 예산은 규모도 커진 데다 22조 원에 이르는 아동수당, 청년지원금, 근로장려금, 등이 민생 관련 중요 예산이다”면서 “예산 편성 이후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나중에 서둘러 집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초기부터 집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예산국회 기간에 당정청 협력이 더 긴밀해져야 한다”며 “산업 현장의 큰 영향을 주는 일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끝나는 연말 전에 정부·여당 방침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해인ㆍ정금민 기자
서해5도 어민들이 남북 공동어로구역 조성 분위기를 환영하면서도 중국 불법조업 어선 단속부터 강화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4일 인천시에 따르면 서해5도 남북공동어로구역 운영과 관련, 시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세부계획을 손질하며 운영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남북은 지난 9월 남측 백령도와 북측 장산곶 사이에 남북공동어로구역 시범구역을 설정하되 구체적인 경계선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 확정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공동어로구역 시범운영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 구역에선 서해5도 어선만 조업할 수 있도록 ‘어선어업안전규정’ 등 관련 법규 개정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서해5도 어민들은 공동어로구역 운영을 환영하면서도 ‘중국어선 퇴치’를 위한 강력한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백령도 주민 A씨(55)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단속을 현재보다 훨씬 강화하지 않는 한 남북공동어로구역이 생긴다고 해도 인근 어민들에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같이 중국 불법어선들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단속은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백령도 주민은 “해경에선 어쩌다 중국어선 하나 잡아놓고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포장만 하고 있다”며 “공동어로구역 운영과 함께 중국어선을 어떻게 막을지 구체적인 실행계획부터 세우는 게 어민들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연평도 한 주민도 “공동어로구역이 생겨도 남북 어선 숫자보다 중국어선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며 “떼로 몰려다니며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 단속을 어떻게 강화할지부터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해경에 따르면 서해5도 특별경비단 창단 이후 불법조업 중국어선 나포실적이 지난해에는 18척,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20척으로 나타났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 관계자는 “창단 이후 우리 수역 내 불법조업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으며, 불법조업 어선 나포시 인근 중국 어선들도 함께 퇴거 조치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어민들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도록 민·관·군 합동으로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준구·허현범기자
“주말에도, 밤에도 고객이 저를 찾는다면 기꺼이 도와드립니다!” 멀리 떠나도 자꾸 찾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신뢰감이 든다. NH농협은행 효자촌지점(지점장 이철웅) 고객들의 ‘그 사람’은 이곳의 엄진숙 팀장(48)이다. 엄 팀장은 지난 1989년 농협에 입사해 올해로 29년째 근무 중인 정통 ‘농협우먼’이다. 그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사내 업적우수평가표창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평소 고객을 ‘내 가족’이라는 생각하는 엄 팀장의 고객 서비스 제일주의가 있었다. 엄 팀장이 과거 NH농협 서판교지점에 있었을 때 통장 관리부터 전반적인 금융 상담을 도와드린 한 어르신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다. 이 고객은 엄 팀장이 서판교지점에서 성남시 끝자락인 황송지점으로 자리를 옮기자 “내 통장은 엄 팀장한테 맡겨야 한다”며 40분 이상 버스를 타고 찾아왔다. 이어 엄 팀장을 통해 토지보상금 100억 원을 받을 새로운 통장을 만들면서 황송지점을 떠들썩하게 했다. 엄 팀장과 ‘절친’이 된 부녀 고객도 있다. 이들은 엄 팀장 특유의 친절함에 서울로 이사해서도 금융상담이 필요할 때면 그를 찾는다고 한다. 가족 장례식에도 농협 상조 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주고, 직접 조문도 가며 가족처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이 부녀와 엄 팀장은 이제 은행 업무가 아니더라도 서로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그는 “고객들이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하면 주말이든 밤이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아 도와주곤 한다”며 “나를 필요로하는 고객에게 이익을 따지지 않고 내 부모님, 내 조카라는 생각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엄 팀장은 고객에게 친절하려면 직원들이 먼저 행복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활기찬 지점 분위기 조성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 영화와 뮤지컬 등 문화활동과 볼링 같은 체육활동도 즐기곤 한다. 직원들도 그를 친근한 ‘큰언니’같이 여겨 편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상담을 요청한다. 이러한 수평적인 분위기는 엄 팀장의 ‘직원도 고객같이’라는 마인드 때문에 가능했다. 엄 팀장은 “직원들도 내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 직원들이 상대하는 고객들도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해령기자
가로등불 아래 우리들의 신세계가 열린다 밤이 짙을수록 날개옷은 더욱 찬란하고 우리들의 몸짓은 결 고운 빛살무늬가 되지 그래서 우리 어두운 곳에서 눈치 보는 비열함을 거부한 채 불길 두려워하지 않는 최대치의 삶을 향해 이렇게 신명난 오늘을 날고 있지 화끈하고 짧게 촌음을 쪼개어 사노라면 이웃을 미워할 여유가 없지 내일을 걱정할 여유도 없지 우리 다만 번데기의 고독을 짚어 나방으로 몸 떨고 있을 뿐 세월 한 자락 피어내는 빛살무늬로 날고 있을 뿐. 서금자
스위스 쥬크시에는 브록체인 기업들이 몰려 있는 크립토 밸리(Crypto Valley)가 있다. 제주도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가 쥬크시의 크립토 밸리를 따라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8월 중순 스위스 쥬크시와 블록체인 랩을 방문해 담당자들로부터 쥬크의 발전 요인을 설명들었다. 2014년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스위스에 와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쥬크시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관련 세제와 법령을 마련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 비트코인의 사용도 공식 인정했다. 암호화폐의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으며 채굴 장비 이용에 대해서는 세금 부과했다. 주크시는 스위스 내에서도 법인세율이 가장 낮고(8.6~14%) 기업 규제가 적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비트코인 스위스(Bitcoin Swiss AG),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 등 재단 설립지가 됐다. 비트코인 채굴기 ASIC칩 제조업체이자 전 세계 채굴사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트메인(Bitmain) 또한 이곳에 지사 설립했다.2018년 기준 암호화폐 거래소 셰이프시프트(Shape Shift), 비트코인 스타트업 자포(Xapo), 테로스(Tezos), 블록체인 기반의 자산관리 플랫폼인 멜론폰트(Melonport), 모네타(Monetas)등 250여 개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업과 재단이 몰려 일종의 파이프라인을 형성했다. 스위스가 크립토밸리로 성공한 이유는 세계적 수준 인재, 인프라, 중립성, 프라이버시 문화 등 많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공무원들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가장 큰 성공 요인이며 경쟁력이다. 비탈릭크 부테린이 재단 설립을 찾던 중 쥬크시 공무원들이 문제 해결하려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쥬크시에 2014년 재단을 설립하고 쥬크는 세계적인 크립토 밸리가 됐다. 스위스의 공공 정책 또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친화적이다. 스위스연방철도(SBB)는 매표기에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신분인증(디지털 ID)을 적극 도입했다. 스위스 크립토밸리는 대학, 협회, 연구실, 변호사, 회계사, 공공기관들이 네트워킹을 형성해 하나의 밸류를 형성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위스 쥬크시 방문 중에 10월3일 오전(현지 기준) 스위스 주크 시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 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블록체인은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기술”로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서울시를 세계적인 블록체인 도시로 성장·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5년간 관련 예산 1천233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예산을 집중 투자해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집적 단지는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와 마포 서울창업허브 두 곳에 조성된다. 개포 디지털혁신파크 내에 들어서는 글로벌 블록체인 센터는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2021년까지 신축할 계획이다. 센터에는 국내외 120개 기업이 입주해 국내 블록체인 연구개발을 선도해 나갈 방침이다. 전문 인재도 양성한다. 2022년까지 금융·소프트웨어 등 블록체인 관련 분야의 실무·창업 인재를 4년간 760명 양성할 계획이다. 중국 상무부도 10월 16일(현지시간) 하이난(海南)에 자유무역구 설립을 동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8일 하이난 자유무역구는 블록체인 실험구 설립을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고, 이번 국무원 승인으로 최초로 중국 내 블록체인 실험특구로 발전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립토 밸리 조성을 위해 블록체인 특구 지정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특구는 특정지역에 블록체인 친화적인 환경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재정, 세제, R&D 및 공간 지원으로 블록체인 적용과 암호화폐의 제한적인 사용을 통해 정책 방향의 테스트 베드가 돼야 한다. 최근 규제 혁신 법 가운데 하나인 지역 특구법을 수정 개정하는 것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법에 신기술 기반의 지역 혁신 사업 육성을 위해 지역 혁신 성장 특구제도를 더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 11월 중에 국무 총리실에서 블록체인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난 조직개편에서 블록체인 팀을 해체한 것이 아쉽다. 도에서 판교 지역에 크립토밸리 조성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