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학사 학위 취소 통보에 대한 인하대의 이의신청을 거부했다. 인하대학교는 조 사장 졸업 취소와 관련한 재심의 신청을 교육부가 모두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7월 조 사장이 1998년 인하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편입학했다고 결론 내리고, 조 사장의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하라고 인하대 측에 통보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조 사장이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할 자격이 없는데도 인하대가 편입을 승인했다고 판단했다. 조 사장은 편입 전 한국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2년제 미국 대학을 다녔다. 교육부는 조 사장의 미국 대학 이수학점이나 성적이 인하대 편입학에 지원할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교육부는 조 사장이 2003년 인하대를 졸업할 때도 학사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인하대는 조 사장의 학위취소 통보는 이와 관련한 1998년 교육부 감사 결과를 뒤집은 것으로 일사 부재리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조 사장 편입학 취소 통보와 학위취소 통보를 재심의해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조 사장은) 인하대 편입학과 졸업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김준구기자
민선7기 용인시가 시정 원칙을 바로잡는 등 시스템 정비를 마치고 명품도시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정책 시행에 나선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10일 시청 컨벤션홀에서 민선7기 시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언론인 간담회를 열어 취임 후 100일간의 성과를 설명하고 민선7기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백 시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를 “시정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사람중심 새로운 용인을 향한 시스템을 정비한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백 시장은 이 기간 동안 과거의 원칙 없는 행정 등으로 인한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난개발조사특위를 발족하고 도시계획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를 전면 재편했다. 또 ‘선 교통대책 수립, 후 개발’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향후 개발사업 인허가의 기준이 될 도시교통정비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특히 정작 지원이 필요한 곳인데도 이제까지 혜택을 받지 못한 다세대ㆍ연립주택에도 아파트처럼 관리ㆍ지원을 하는 등 역차별을 해소하는 데도 주력했다. 백 시장은 최근 조직개편안이 확정됨에 따라 이달 하순 후속인사를 단행하고 새로운 조직과 시스템으로 ‘사람중심 새로운 용인’을 향한 민선7기 정책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백 시장은 “용인시는 지금 규모만 큰 100만 대도시가 아니라 전국 제일의 품격을 갖춘 명품도시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이 시급히 해결하길 원하는 교통불편 해소 등에 우선 역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용인시는 스마트 교통도시와 플랫폼시티 조성 등을 포함한 민선7기 125개 공약사업 이행계획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교통문제는 도시철도망을 촘촘히 갖추는 등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풀어가기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도시철도 수서-광주선을 에버랜드를 거쳐 남사로 연장하는 등 권역별 도시철도망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경전철 동백역에서 GTX용인역을 거쳐 성복역까지 연결하는 신교통수단 건설을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도로망도 내년 초 개통될 삼가-대촌간 우회도로에 이어 57번 국지도를 45번 국도까지 연결해 처인구 중심권에서 바로 분당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통팔달의 도로환경을 구축키로 했다. 2035도시기본계획이 이르면 10월 말 경기도의 승인이 예정됨에 따라 플랫폼시티를 비롯한 경제자족도시 건설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백 시장은 보정·마북동 일원 330만㎡ 부지에 첨단산업은 물론이고 쇼핑과 문화, 복지, 행정, 주거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를 건설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곳은 GTX용인역과 연계해 수도권 남부 최대의 교통허브로 조성하고 인근 경찰대부지나 마북연구단지 등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국 최고의 교육특별도시를 향한 투자도 강화키로 했다. 시는 일반회계의 5%, 1천억 원대 예산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워 내년부터 교육투자를 대폭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 전체가 수준 높은 평생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시는 이날 시립박물관 건립과 시민축구단 창단 등을 담은 문화·체육·관광도시 계획이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두에게 따뜻한 배려의 복지도시’ 등 각 부문별 공약 실현 계획도 밝혔다. 용인=강한수ㆍ김승수기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최근 ‘201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및 ‘제3회 LINK OF CINE-ASIA’에서 ‘만화&필름 피칭쇼(Comics&Film Pitching Show)’를 성황리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행사에는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100만이 넘는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을 포함한 16개의 작품이 발표되었으며, 참석한 세계 각국 200여 명의 영화관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행사 기간 중 51건의 비즈니스 상담으로 111억 원 가치의 디지털 만화 IP의 2차 콘텐츠 제작이 논의됐으며, 특히 진흥원의 ‘2018 연재만화제작지원사업’의 선정작인 ‘영화는 리얼이다’는 국내외 다수의 투자배급사와 영화·드라마 제작 및 미국 진출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또한 진흥원은 아시아필름마켓 기간 동안 홍보 한국 만화 IP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웹툰 영상화의 새로운 영역 : 영화와 드라마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엔진, AI로’ 주제의 포럼을 개최하는 등 국내외 영화산업 관계자 및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에게 한국만화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힘썼다. 진흥원과 토리코믹스가 함께 진행한 포럼에서는 영화 ‘강철비’의 양우석 감독과 문화콘텐츠 전문가, 영화 및 만화 관계자들이 모여 점점 커지는 웹툰의 영화화에 대한 최신 지견을 나누면서 앞으로의 영화 제작에 웹툰의 영향력을 높게 내다봤다. 이용철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본부장은 “행사에 참여한 모든 작품이 개성이 넘치고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전환하기에 매우 용이해 많은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한국 만화의 가능성과 우수성을 알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천=오세광기자
구조물의 노후화로 흉물스럽게 방치된 포천지역 10여 곳의 방호벽에 대해 철거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철거가 확정된 방호벽 철거 비용을 국방부가 포천시 예산으로 하라고 요구하자 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9일 시에 따르면 시에는 유사시 전쟁에 대비한 방호벽이 21곳 설치돼 있다. 수십 년 전 설치된 방호벽으로 시와 시민들은 교통사고 위험, 주변경관 저해, 시의 이미지 훼손 등을 감내해왔다. 이에 시는 자체조사를 벌여 구조물이 노후화돼 흉물스럽게 방치되면서 주변경관을 크게 해치고 안전사고 위험 등이 우려되는 성동리 방호벽 등 10여 곳의 방호벽을 철거 대상으로 지목, 성동리와 영송리 방호벽은 철거가 확정됐다. 특히 교통량이 많은 국도 43호선 영중면 성동삼거리에 설치된 성동리 방호벽은 삼거리 도로 선형이 굽어 교통안전 시야 확보가 안 돼 잦은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주변경관을 크게 저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 12월 경기도와 3야전군 정책협의회에서 이 방호벽을 철거하고 복합대체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특별조정교부금 13억 원과 시비 5억 원을 확보, 지난 6월 철거작업이 시작됐으며 현재 5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군과 지장물 이설 협의 과정에서 한전주, 군 통신주 이설에 따른 비용이 추가돼 시는 불가피하게 3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기 위해 2차 추경예산을 세웠다. 결국 성동리 방호벽 철거에 시 예산이 8억 원이 들어간 셈이다. 특히 민선 7기가 출범하면서 시는 방호벽 철거는 군에서 할 일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미 철거가 확정된 시도 9호선 영송리 방호벽 철거 비용 3억2천만 원을 국방부가 시 예산으로 하라며 팔짱만 끼고 있자 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 관계자는“시가 사격장 등 군 관련시설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데 군이 필요해 설치한 방호벽을 이용가치가 떨어져 철거해야 시점에 시의 요구가 있자 마치 생색내는 것처럼 시 예산으로 철거하라는 것은 시와 시민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앞으로는 방호벽 철거에 시 예산이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미지를 크게 흐린 노후화된 나머지 8곳의 방호벽 철거와 그에 따른 철거 비용에 대해 국방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천=김두현기자
2007년 3월 남북 변화의 바람을 전 세계 알리는 평화 전달자 역할을 위해 IFJ(국제기자연맹) 소속 기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특별총회는 IFJ 창립 이래 처음이다. 총회에는 70여 개국 200여 명의 세계 언론인들이 이념과 체제를 떠나 서울을 비롯해 북한 금강산, 개성에서 3박4일간의 일정을 소화했다. 주제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 이 행사는 그해 2월 6자회담에서 2·13 합의를 도출한 이후 남북 장관급회담 등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열려 더욱 특별했다. 전 세계 기자들은 남과 북을 오가며 한민족의 분단 현실을 직접 확인하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에 대해 깊은 이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전 세계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지만 만찬장에서 먹은 금강산 옥류관 냉면 역시 잊지 못한다. 금강산 관광특구에는 많은 음식점이 있지만, 이곳 옥류관은 북한 측에서 직접 운영한다. 기억을 더듬자면 북한의 옥류관 면발 색은 짙었고 맑은 육수를 담은 놋그릇에 층층이 올린 고명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냉면은 역시 육수 맛. 두 손으로 그릇을 잡고 한 모금 크게 들이키자 웬걸, 맛이 굉장히 밍밍했다. 하지만, 입맛을 계속 당기는 깊은 맛의 마력이 있었다. 식초를 육수에 부으려 하자 안내원이 면발에 식초를 부어야 부드러워져 먹는 느낌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날 이후 나는 꼭 식초를 면발에 붓는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7일 북한에서 열린 ‘10·4 정상선언 11주년 공동기념행사’에 참석한 결과를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이 평화부지사는 북측과의 교류협력 합의사항 6개를 발표하면서 북한 옥류관의 경기도 내 유치를 위해 남북 관계자들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협의내용이 이뤄진다면 경기도에 ‘평양 옥류관 1호점’이 세워지게 된다. 통일부도 경기도의 옥류관 유치 등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양시는 벌써 유치전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내 경기도-북한 간 협력사업에 대한 서면 합의를 위해 방북한다. 머지않아 북한 요리사가 직접 만든 ‘평양냉면’을 먹는 상상이 ‘새로운 경기’에서 현실이 된다. 김창학 경제부장
국회가 10일부터 20일간의 국정감사에 돌입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국감은 29일까지 14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734개 피감기관을 상대로 이뤄진다. 이후 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 등 3개 겸임 상임위는 19개 기관을 상대로 오는 30일부터 11월7일까지 별도로 이뤄진다. 올해 국감은 문재인정부의 국정 전반을 평가하는 사실상 첫 국감 성격을 띤다. 지난해 국감은 문정부가 출범하고 5개월이 지난 시점에 시작돼 직전 박근혜정부 정책에 대한 검증이 많았던 측면이 있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을 놓고 강하게 충돌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정부의 각종 실정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송곳 감사를 벼르고 있다. 특히 고용 부진과 성장률 지표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탓이라며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고용 악화 등의 원인은 보수 정권의 정책실패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며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경제정책 외에도 여야가 격론을 벌일 이슈는 많다. 야당은 비핵화 진전없는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 군사합의의 문제점, 현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에서 불거진 부작용도 집중 파고들 태세다. 심재철 의원의 비공개 행정정보 열람 및 유출 논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갈팡질팡하는 교육정책, 부동산 대책,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을 놓고도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경기도는 19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이 열린다. 민선 7기 경기도의 첫 국감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수술실 CCTV 설치 등의 정책과, 여배우 스캔들ㆍ조폭유착설 등 이재명 지사의 도덕성 검증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 정책과 관련된 토론이야 얼마든지 격론을 벌일 수 있지만, 김부선씨 증인 신청 등 이 지사 개인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감의 본질을 벗어나 자칫 흥밋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민주당은 ‘민생국감, 평화국감, 개혁국감, 실적점검 국감’ 등을 이번 국감의 4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반면 한국당은 ‘재앙을 막는 국감’ ‘미래를 여는 국감’ ‘민생파탄정권 심판 국감’으로 명명했다. 바른미래당은 ‘바로잡는 국감’이란 기조를 내세웠다. 각 정당마다 ‘한 판’ 하겠다고 벼르는데 소모적 정쟁으로 흘러선 안 된다. 지금까지 국민들이 봐온 국감은 정쟁ㆍ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당수 의원들이 ‘튀어야 산다’는 식으로 윽박 지르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기존에 제기된 문제들을 재탕ㆍ삼탕하는 사례가 많았다. 국회는 국감을 통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꼼꼼히 따지고 잘못은 추궁해야 한다. 정부의 독선과 잘못은 견제하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국민 총의를 모을 수 있게 생산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국민이 국회에 요구하는 것은 민생과 경제 살리기다. 이를 유념하고, 국민을 위한 국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의 역사적 고전 ‘노예로 가는 길(The Road to Serfdom)이란 책이 있다. 번역에 따라 ‘노예(奴隸)로의 길’이니 ‘예종(隸從)의 길’로 번역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국가가 시장을 통제하는 관리경제는 소수 정책결정자에 의해 독재화하고, 국민은 자유와 번영은커녕 모든 것을 정부에 매달려야 하는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내용이다. 발간된 지 70년도 더 된 이 책이 요즘 가슴을 친다. 약자를 위한다는 선의의 정책이 시장 원리를 무시하면 약자를 괴롭히고 결국은 파멸로 몰아넣게 된다는 예언이 섬뜩하다. 하이에크는 ‘인간은 구조적으로 무지하다’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가진 불완전한 인지 구조에 따라 세계를 해석하고 지식을 획득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요즘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확증편향이다.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경제 자문위 김광두 부의장은 현재 우리 경제는 투자가 죽어가고 있고 잠재력과 산업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정부는 약자를 위한다는 이념과 명분으로 ‘나눠주는 시혜(施惠)’를 담보로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소득, 연금 등 모든 것을 정부에 의존하는 노예로 만들고 있다. 보통 일이 아니다. 하이에크의 경고가 현실로 되고 있다. 특정한 이념에 사로잡힌 경제정책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분배의 원천이 되는 생산과 투자 없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IMF(국제통화기금)는 9일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3.7%인 것에 비해 급속한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진단이 정확해야 해결책이 나오는데 이념·통계 논쟁만 반복하고 있다. 몇 달만 기다리면 좋아진다는데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답답할 뿐이다. 경제 곳곳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실업자가 8개월째 100만 명을 넘고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두 달 연속 5천 명 이하로 떨어지는 고용참사가 빚어지고 있다.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의 주도로 보유세 인상과 다주택자 금융규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이미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정책도 너무 많다. 여덟번째 내놓는 부동산 정책, 일자리 안정자금 증액, 근로 장려금 지원 확대, 차등 적용이 빠진 최저 임금 대책 등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국민의 생존을 검증되지 않은 실험에 맡겨선 안 된다. 현장의 위기에서 해법을 찾기 바란다. 하이에크가 경고한 노예로 가는 길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규모가 큰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작은 글씨의 작품설명을 읽느라 눈도 피곤해진다. 그래도 전시된 작품은 모두 보고 싶은 욕심에 동선이 커져서 마지막에는 자세히 보지도 못한 채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아쉬움을 배려한 것인지 특별전 이외의 상설 전시는 가장 유명하고도 중요한 작품을 관람자의 주요 동선에 배치한다. 방문연구로 기약된 1달을 알차게 보내려고 지난 주말에는 라이프찌히 조형예술박물관을 방문했다. 1층 정면의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큰 홀의 한가운데에 사람 키의 2배 정도 높이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가 아주 호화로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데, 그의 발밑에는 큰 독수리가 날개를 모으고 있다. 벗은 남자는 담요로 하반신 일부만 덮고 있다. 가슴과 어깨, 오른쪽 넓적다리의 근육이 드러나 보이고 두 손은 주먹을 쥔 채 오른쪽 무릎 위에 놓여 있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독수리는 발톱으로 바위를 움켜잡고 있다. 청동의자는 팔걸이가 화려하고 사람의 얼굴들을 새긴 부조석상들이 붙어 있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철 왕좌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이 남자는 올림포스 신전에 앉은 신 같았다. 독수리가 있으니 제우스일 것이다. 그런데 수염을 기른 제우스와 얼굴이 달랐다. 머리칼은 부스스하고 눈은 부리부리한데 코는 주먹코에 입은 꼭 다문 채 입 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다. 한국 석굴암 부조에 있는 금강역사를 닮았다. 베토벤이었다. 조각가는 막스 크링거(Max Klinger)였는데 그는 왜 베토벤을 제우스처럼 조각해 신격화했을까 생각해 봤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이 두드러졌는데 부모를 일찍 여의자 피아노 연주자로 가족을 부양했다. 작곡자로서도 인정받았으나, 28살 때 귓병으로 청력을 잃고 32살 때에는 자살하려고 유서까지 썼다. 고난과 번민을 딛고 작곡에 매진해 하이든, 모짜르트의 뒤를 이어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했다. 다문 그 입과 주먹 쥔 두 손은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았다. 청력을 잃고도 굴하지 않고 훌륭한 음악을 작곡한 인간승리를 기리고자 조각가는 그를 ‘신의 영역’에 앉혀놓은 것이 아닐까? 흔히 베토벤을 악성(樂聖)이라고 하니까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를 넘어 이제는 신으로 여긴 것이다. 베토벤은 유서에 신을 향해 ‘너무도 가혹하십니다’라고 썼다는데, 가혹한 처사의 신도 이겨낸 인간이고 보니 이 정도로 신격화된 동상이 안성맞춤 같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가 작곡한 138개가 넘는 작품들이 듣는 이의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키는 경우가 흔해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예술의 신으로 여길 만했다. 관람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유럽식 건축물의 열린 창으로 서툰 솜씨의 플루트 곡조가 흘러나왔다. “미미파솔 솔파미레 도도레미 미레레…” 걸음을 멈추고 합창교향곡의 그 곡조가 끝날 때까지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서서 들었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수원특례시 실현을 위한 수원시민들의 자발적인 시민활동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10일 수원시 영통구주민자치위원회 및 영통구 주민 700여 명은 수원올림픽공원에서 ‘수원특례시 제정 촉구 영통구민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와 정치권은 진정한 자치와 분권 실현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조속한 시일 안에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를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결의대회에서 정두용 영통구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장 등 7명은 ‘수원시 36만 영통구민’ 이름으로 결의문을 발표해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을 조속하게 개정해, 그 위상에 맞는 행정ㆍ재정적 자치 권한을 즉각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자치분권 실현도 강력하게 촉구했다. 결의문에서 “자치 재건과 분권 실현으로 시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길 간절히 희망한다”면서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자치분권의 핵심사안인 재정 분권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복지사업비의 지방자치단체 부담 가중 문제를 해결할 책임 있는 대책을 즉시 마련하라”면서 “주요정책 수립 과정에서 자치분권의 주인인 ‘국민’과 ‘지방정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앙정부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에 따른 추진과정을 공개하고, 공론화 절차를 거쳐 ‘국민’과 ‘지방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라”며 “국회는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법률 제ㆍ개정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자치 분권형 개헌 논의를 조속히 재개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700여 명의 시민뿐 아니라 염태영 수원시장, 조명자 수원시의회 의장, 김진표 국회의원, 박광온 국회의원 등도 참석해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김진표 의원은 현재 수원시의 모습을 마치 고등학생이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유하며 특례시 실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광온 의원은 수원시와 울산광역시를 비교하면서 1인당 복지비 혜택이 2배가량 차이 나는 점을 꼬집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자치분권과 특례시 실현을 위해 뜻을 모아주신 영통구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특례시 실현으로 우리 시 위상을 찾고, 자치분권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