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임ㆍ농업을 내세워 남북협력사업 물꼬를 튼다. 3차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이화영 평화부지사도 포함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도가 북한과의 양묘사업, 스마트팜 조성 등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도지사 측근은 12일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3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경기도 측 참가 여부를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만약 참가하면 경기도 대표는 이 지사 대신 이 부지사가 맡는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같은 기간 중국 톈진에서 개최되는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 이 부지사가 도 대표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다. 이 부지사의 방북이 이뤄질 경우 임ㆍ농업 중심의 남북협력사업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도가 북한과의 협력을 고려한 상황에서 북측에 나무를 심는 양묘사업, 4차산업 기술을 농장 조성에 접목하는 스마트팜 등을 추진 중이다. 우선 도는 남북협력을 위한 양묘사업으로 개풍양묘장 재가동을 추진한다. 앞서 도는 2007∼2010년 북한 개성시 개풍동 6만㎡에 온실 양묘 5곳, 노지 양묘 5곳을 각각 갖추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해당 부지에는 연간 150만 그루의 나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2010년 5ㆍ24 조치 이후 잠정 중단된 상태다. 도는 재가동을 위한 내부 논의를 마쳤다. 이어 북한 지역 내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사업도 추가로 논의 대상에 오르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사에 사물인터넷ㆍ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해 농작물 등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농장이다. 도는 독자적인 스마트팜 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을 합쳐 과실을 양측이 공유하는 체계를 구상 중이다. 도는 스마트팜 조성을 통해 남북이 상호간 이익을 얻는 남북협력사업 롤모델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부지사는 오는 15일께 중국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을 접견, 도 차원의 남북 체육 교류안을 최종 합의한다. 앞서 이 부지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현지에서 김 체육상을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화영 평화부지사는 “협력 사업의 기본은 수뇌부와의 교감”이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측 산림 내 나무 심기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경기도가 앞장서서 산림청 등과 중점적으로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팜 관련) 북한이 식량부족으로 고민하던 시기를 넘긴 만큼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며 “그 방향은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스마트팜 등 4차산업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북한과 3차 남북 정상회담(평양)에 동행할 방북단 규모를 200명 수준으로 합의했다. 이에 청와대는 수행단 구성 등 방북단 참가 범위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만의 북한 땅에서 이뤄지는 남북정상회담은 2박3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마지막 날 두 정상의 ‘공동선언문 발표’가 진행된다. 여승구ㆍ김태희기자
“사법부의 의지만이 ‘사법농단’ 사건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다.” 최근 ‘법블레스유’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듣는 상대방이 법의 축복을 받았다는 뜻으로, 만일 법이 없었다면 진작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모른다는 깜찍한 경고다. 여기에는 법이 투명하고 엄격하게 집행되는 사회가 전제되어 있다. 그런데 근래의 사법부를 지켜보면 법의 축복이 과연 실재하는지 의문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이 도통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촉발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판사들을 사찰한 파일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진상조사위원회는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결론 냈지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가조사를 요구했고 지난해 9월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올해 1월 추가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사건의 성격은 180도 바뀌게 된다. 법원행정처가 이른바 거점법관들을 통해 판사들의 동향을 사찰했다는 정황뿐만 아니라 상고법원 설치 협조를 대가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양승태 사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도 재판거래의 흥정대상으로 삼고,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를 사찰하는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정보 등의 헌재 기밀을 빼돌렸다고 한다. 이는 최소한의 역사의식도 없이 법 위에 군림한 것으로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명백히 훼손한 것이다. 사상초유의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사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계속됐다. 작성자의 동의 없이 임의제출 받은 문건은 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더니, 이제 영장전담 재판부는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누가 봐도 앞뒤가 안 맞는 ‘핑계’이고 ‘어불성설’이다. 법원은 지난 9월2일 기준으로 검찰이 청구한 208건의 압수수색영장청구 중 88.9%에 달하는 185건을 기각했다. 통상의 압수수색영장 발부율 90%의 정 반대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장전담판사들은 ‘재판 거래는 없다’며 사실상 무죄 선고에 준하는 예단을 드러내기도 하고, 수사의 밀행성을 무시하고 임의 수사 선행을 내세우는 등 마치 영장기각을 염두에 둔 심사의 인상마저 주고 있다. 수사대상인 법원이 영장 발부를 결정한다는 것도 아이러니한데, 사법부가 스스로를 ‘성역화(聖域化)’하고 ‘치외법권’으로 만들고 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인한 ‘사법부 독립의 위기’는 그 누구도 아닌 사법부가 자초한 것이다.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본인의 업적으로 삼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동원해 스스로 사법권을 박근혜 정권에 헌납한 ‘사법부 자해사건’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은 사법부도 예외가 아니다. 사법부가 국민의 사법부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국회 국정조사, 특별재판부 설치, 적폐법관 탄핵 등 응급조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친지 오래다. 지난 6월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7.6%에 불과했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에 대한 신뢰를 국민이 거두어들이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재판거래 의혹을 불식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개혁은 가능하지 않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바로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인 공정한 재판과 사법부 독립이며,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해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은 필수다. ‘사법농단’ 사건 해결을 위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범죄는 아니다’라는 식의 섣부른 예단은 사법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법부의 ‘의지’만이 ‘사법농단’ 사건의 유일한 해법이다. 백혜련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을)
해마다 1만 건이 넘는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는 가운데 경찰관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외국인 수가 많게는 2천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확인, 외국인 치안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인 외국인 관리를 위해 인력 확충은 물론 추가적인 외사계 부서 신설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청 관내 등록 외국인 수(7월 기준)는 33만2천364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경기남부청 산하 경찰서 30곳 중 절반인 15곳에 외국인 치안과 지원을 담당하는 외사계 부서가 설치돼 있지 않다. ▲부천소사ㆍ오정경찰서 ▲안양동안ㆍ만안경찰서 ▲성남중원ㆍ분당경찰서 ▲광명경찰서 ▲용인서부경찰서 ▲과천경찰서 ▲의왕경찰서 ▲하남경찰서 ▲이천경찰서 ▲여주경찰서 ▲양평경찰서 ▲군포경찰서 등이다. 이들 서에서는 별도의 외사계 없이 보안계 부서 내 외사팀 소속 직원 1~2명이 1인당 수천 명에 달하는 외국인 지원 관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안양만안경찰서 관내에는 5천320여 명의 외국인이 등록돼 있지만 외사업무 담당 직원은 고작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직원 1명당 2천660명의 외국인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용인서부경찰서도 관내 3천280여 명으로 파악된 외국인을 담당 직원 2명이 전담하고 있으며 군포경찰서에서도 6천883여 명으로 추정되는 외국인근로자들을 보안계 소속 외사팀 직원 4명이, 광명경찰서 역시 6천100여 명의 외국인들을 3명의 직원이 분담해 외사 업무를 처리 중이다. 더욱이 외사업무 담당자들의 경우 외국인 관리 외 다문화 가정 및 결혼이주여성 정착 지원과 홍보를 포함해 내근 근무까지 병행,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외국인 밀집지역 등을 비롯해 외국인 치안 수요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담당 직원 수가 턱없이 모자라 효율적인 업무 처리에 지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외사업무 수요와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오는 10월 6개 경찰서(안양만안, 군포, 성남중원, 부천소사ㆍ오정, 광명경찰서)에 외사계 신설을 추진 중”이라며 “향후에도 순차적으로 외사계 신설에 노력해 직원들의 업무 부담 해소는 물론 적극적인 외국인 치안 관리 및 지원에 힘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남부청 관내 외국인 범죄 현황은 지난 2015년 1만829건, 2016년 1만4천49건, 지난해 1만850건, 올해(8월 기준) 6천805건이다. 양휘모기자
제주 입국 예멘 난민 500여 명으로부터 시작된 난민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이들을 도우려는 단체와 막으려는 단체가 각각 맞불집회까지 계획하고 있어 충돌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와 난민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오는 16일 일요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난민연대행동 집회를 열기로 예고했다. MAP는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혐오’라는 슬로건으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를 통해 한국은 지난 25년간 고작 839명의 난민만 인정할 정도로 인색했던 만큼 이제라도 근거 없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난민반대 주요단체인 난민대책 국민행동도 같은 시간에 보신각 바로 맞은 편인 종로타워빌딩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자국민 차별·자국민 혐오를 넘어, 제6차 난민반대집회’를 통해 난민법 폐지와 가짜난민 송환, 무비자제도 폐지, 불법체류자 추방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출도 제한 조치 이후 현재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예멘인 400여 명을 난민으로 인정할 것인가는 조만간 결론이 난다. 이미 난민법을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법무부는 이들에 대해 늦어도 10월까지는 난민지위 심사를 마친다는 구상이다. 이들이 난민으로 인정된다면, 아니 난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적 체류 허가자로만 인정된다면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제주도에 묶어놨던 출도 제한 조치가 풀린다. 즉 이들이 제주도를 벗어나 수도권으로 몰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때야말로 난민 문제가 대다수의 국민에게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국내 최대 다문화도시인 안산시가 새 정착지로 주목받자 일부 안산시민들이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안산 난민 절대 반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안산시에도 ‘난민 수용 반대’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부담을 느끼는 안산시가 이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기초지자체로서 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경기도가 강 건너 불구경 할 때가 아니다. 정부와 광역지자체인 경기도가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이명관 사회부장
주민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국가 사무를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공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을 공언했지만 이를 지원할 재정분권 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등 총론 수준에 그쳐 기대보다는 실망과 우려가 크다. 과연 자치분권이 제대로 실현될까 의구심이 든다. 1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에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6대 추진전략과 33개 과제가 담겼다. 종합계획 내용은 지난해 10월 공개된 ‘자치분권 로드맵’을 토대로 마련된 것으로 크게 진전된 것은 없다. 로드맵부터 계획 수립에 약 1년이 걸렸는데도 주민참여 확대, 지방재정 확충 등 큰 틀의 방향만 나열했을 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은 거의 없다.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당사자인 지방정부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못한 채 요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데 그쳤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계획이며 진정으로 자치분권을 실현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성명서를 냈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하지만 알맹이에 해당하는 재정분권은 쏙 빠졌다. 정부는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을 거쳐, 장기적으로 6대 4까지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원론적인 수준의 기존 목표만 반복 제시한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 전혀 아니다.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 재정분권 구체안은 당초 올해 2월 발표 예정이었다가 부처간 이견으로 미뤄졌는데 이번 종합계획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돌려야 하는데 미루고 있어서다. 자신들의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관계부처의 소극적인 태도와 비협조가 문제다. 정부의 지방세 확충 방안은 소득세ㆍ소비세를 중심으로 지방세수를 늘린다는 것이다.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11%인 지방소비세 비중을 늘리고 소득세·법인세의 10% 수준인 지방소득세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지방세를 늘리려는 이유는 지자체의 복지비 부담이 늘어서다. 2008~2017년 예산 증가율은 중앙정부 6.6%, 지자체 5.0%이지만 복지지출 증가율은 중앙정부 7.5%, 지자체 9.3%로 지방 부담이 더 많아졌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지방세 확충은 시급하다. 계속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치분권은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재정분권 빠진 자치분권은 있을 수 없다. 진정한 자치분권은 중앙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뿐 아니라 돈(세금)까지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국세의 지방세 이양 방안 등 재정분권을 획기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체안을 하루빨리 확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울뿐인 자치분권에 지방민심이 외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영애 위원장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으며, 인권교육과 홍보활동을 통해 사회 전반에 인권 감수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인권감수성은 한마디로 인권 문제가 개재된 특정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복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인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권감수성의 개념은 인권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 태도가 아니라 인권 관련 상황을 해석하고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권의식과는 차별화되는 개념이다. 인권의 한자말 ‘권’ 자는 ‘권리 권’으로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정의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한자말은 ‘저울추 권’이다. 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각 나라마다 법원에서 정의의 여신이 한 손에 경전이나 칼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또한, 특이한 점은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감는 경우도 있지만, 눈을 뜨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뜨고 있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을 법 앞에 평등하게 대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눈을 떠서 형평성 있게 대우하라는 뜻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며, 국가는 국민을 차이와 차별 없이 행복하게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 연수를 갔다 올 기회가 있었다. 오사카는 노인인구가 28%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됐다. 오사카뿐만 아니라 일본은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노인들에게 70~80만 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연령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일본은 65세가 되는 노인 시점부터 도리어 자살률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미나를 마치고 주제발표를 했던 일본 공무원에게 일본이 경제 대국 2위에서 인구 고령화와 생산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서열이 점점 낮아지는 것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물었을 때, 그는 오히려 경제 대국 서열을 매기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반문했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이 최우선 과제이고 목표이지, 경제문제는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요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함께 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이 급격히 상승하기는 하지만, 그 연금은 지금까지 일본을 경제 대국으로 만들어 준 보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후생성 담당 공무원의 당찬 답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과 발전이라는 경제논리 덫에 잡혀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뒤로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기에 지위 또한 대통령 직속이 아닌 독립기구로서 그 고유하고 독립적인 가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권력에 의해 그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권 또한 자국민의 행복이 최고의 가치이므로 지역사회와 국민에게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 이를 어떻게 제도나 정책으로 또는 개인의 삶 속에서 실천해 나갈지 생각하는 인권감수성은 중요한 문제이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은애·김기영 재판관 후보는 자녀 학교 배정 등을 이유로 각각 7번, 3번 위장전입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석태 후보는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있다. 앞으로 열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과 아들의 병역 기피, 지역구 사무실 특혜 임차 등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런 청문회는 더 이상 할 필요도 없고, 한다면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으나 자신의 내각에서 많은 후보자가 비리의 온상임을 알게 됐다. 할 수 없이 5대 비리에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더해 확대하면서 기존 5대 항목의 세부기준을 낮췄다. 그래도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제대로 한다면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후보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국민이 관심도 없고 냉소적이고 청와대에 대해 분노만 쌓이는 형국이다. 인사 청문회에서 야당이 반대한들 대통령이 임명할 거면 뭐 하러 그런 제도를 운영하느냐는 것이 정확한 민심이다. 2000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이제 의미 없는 존속이냐 아니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개혁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존속을 전제로 말한다면 첫째, 국회 사전 검증절차를 통해 비 자격자가 청문회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권을 봐도 청와대의 자체 검증 시스템은 믿을 수 없다. 청와대에서 추천하면 신상과 도덕성에 관한 비공개 1차 검증을 통해 후보를 거른 후 인사 청문회에서는 정책검증만 한다.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니 논문 표절이니 하는 후보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국민이 꼴사나운 광경을 안 보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다원화해야 한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국회나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의 결단이다. 지금의 청문회는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쇼다. 장관 한 번 해보려다 패가망신하는 꼴이며 자격 미달자들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대법관도 되고 헌법재판관들도 된다. 인사 청문회는 국회의 사전 검증절차를 통과한 후보를 상대로 사상이나 직무 관련 전문성을 철저히 파헤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낙마자처럼 국민적 공분을 사야 마지못해 대통령이 포기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무척 지루한 8월을 보냈었다. 하루하루 역대급 폭염으로 지쳐 허덕이는 중에 “제발 비 좀 오게 해 달라!” “제발 이 뜨거운 열기를 식혀 달라!”고 하늘의 자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났었다. 그런 와중에 애태우듯 피해 달아나는 태풍의 뒤를 보며 “제발 태풍 하나만 지나가게 해 달라!”는 울부짖음을 하나 더하게 하였었다.그러다가 반갑게 하나 지나가던 태풍이 삶의 터전을 할퀴듯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하늘이 진노한 듯 이내 비구름이 날개 달고 여기저기 물 폭탄을 쏟아붓는 탓에 원망할 여유도 없이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한 번 배워 깨닫게 하였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수업료는 수업에 어울리는 가치가 있다. 어울리지 않게 터무니없이 비싼 수업료는 외면받을 수도 있다. 대학의 수업료가 학교에 따라 다른 것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가끔 학교 등록금을 비교하면서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도 그런 의미이겠다.음악도들이 수준 높은 연주가에게 높은 수업료를 내면서 짧은 시간의 현장 레슨이나 정기적 레슨을 받으며 스스로 만족하는 것도 그렇고, 특별한 자격증을 취득하려거나 또는 필요에 의한 외국어를 배우려고 평균 이상의 수업료를 드리면서 만족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예측한다면서 태풍이 지나가는 길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대비한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심한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을 때, 그제야 인간 문명의 오만함과 인간 존재의 무능함을 깨달아 하늘 앞에 겸손히 머리 숙이게 하니 그 수업료가 보통 비싼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올해 초에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하여 만든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내용 중에 추수를 앞둔 들판의 벼가 비바람에 쓰러진 것을 바라보던 주인공 혜원(김태리)의 고모(전국향)가 “하늘도 참 무심타!”고 하다가도 “하늘이 하는 일을 우리가 뭔 수로 어떻게 하겠어!” 내뱉듯이 한마디 하는 말도 그런 의미이겠다. 더구나 영화의 전개 내용을 볼 때 뭘 해도 되는 것이 없어 고향으로 내려와 사나흘만 머물다 가겠다는 것이 겨울로부터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로 들어서면서 자연에 순화(純化)되어 가는 이야기를 통해 하늘 아래 사는 인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성경에 의하면 원래 인간은 존재 자체가 그렇다. 흙 속의 티끌인 ‘아다마’로 만들어진 ‘아담’이 사람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신이 그 코에 생기를 불어 넣었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생령이 되었다고 할 때 그것은 신의 간섭이나 도움, 하늘의 섭리를 거슬러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구약성경 잠언에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하였다. 그러니 하늘에 닿아 자기 이름을 내려고 돌 대신 벽돌로 진흙 대신 역청을 사용하면서까지 문화와 과학의 업적을 과시하는 성과 탑을 쌓으려다 신의 진노로 무너지고 흩어져 버렸다는 바벨탑 사건은 어리석은 인간의 표본이라 하겠다. 이왕 비싼 수업료를 치렀으니 배우고 깨달은 대로 살아야겠다. 매 맞고 후회하는 인생이 아니라 신을 경외하듯 나 외에 다른 사람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더 겸손히 하늘의 뜻을 행하는 마음으로 신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살피고 나라를 걱정하고 인류를 위해 마음을 순화하며 살아야겠다. 강종권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
초등학생 시절, 추석 하루나 이틀 전에 어머니와 함께 금촌의 할아버지 댁에 간다. 큰집이다 보니 차례 준비를 해야 했고, 손님도 많이 찾아오셨기에 음식 장만을 위해 조금 일찍 서두르셨던 것이다.당시 인천에 살던 필자는 전철을 타고, 서울역에 가서, 다시금 기차를 타거나, 불광동 시외버스를 타고 갔었다. 어머니께서는 도착하기 전에 꼭 전통시장에 들러 선물을 사셨는데 주로 소고기 몇 근, 닭 몇 마리 이렇게 사셨던 기억이 난다. 특히나 닭을 사면 생닭을 어머니께서 직접 고르시면, 주인이 그 닭을 잡아다가 목을 치고,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 세탁기 같은 곳에 넣는다. 우당탕탕탕, 우당탕탕탕. 탈수기 같은 털 뽑는 기계였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곳. 다음날, 다시 한 번 할머니의 손을 잡고, 추석맞이 때때 신발을 사러 시장으로 내려간다. 로보트태권브이 신발을 그렇게 신고 싶었던 필자, 다른 신발보다 비싸 보이는 가격에 망설였지만, 할머니께서 어린 마음을 이해하시는지 과감하게 집어주신다. 어디 추석에 뿐이랴. 선친께서는 “좌절하고 나태해질 때는 반드시 시장을 가봐라. 그곳의 활력과 생기 그리고 열정을 보면, 반드시 힘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시곤 했다. 학창시절 성적으로 기분이 우울할 때면, 시장에 가서 그분들의 외침과 활력을 보면서 기운을 북돋고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왕만두, 순대 등 먹을거리도 기분 전환에 한몫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는 시장에 얽힌 추억이 많이들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같은 반에 몇 명은 시장 옷가게 집 딸이요, 쌀집 아들이요, 정육점 자식이지 않았던가? 앞으로 우리 다음 세대에게 시장은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까? 이제 그 추억 만들기와 추석 만들기가 전통시장에서 시작된다. 매년 추석이 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과 함께 ‘전통시장 가을축제’를 실시한다. 경기도에서도 62개의 시장이 참여한다. 경품지급, 노래자랑, 축하공연, 게임, 시식 등 시장별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추억을 제공한다. 이벤트가 없으면 어떠랴. 차례상 차림 비용 역시 전통시장에서 준비하면 약 23만 원으로 대형마트의 33만 원 대비 10만 원 정도 저렴하다고 하니,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노래자랑에 참여하는 아빠, 경품을 뽑고 들떠 할 가족들, 모두에게 추석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뿐 아니라,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어른들은 재미와 옛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전통시장. 달라진 전통시장에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를 만끽하는 행복한 추석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아울러, 서민들 주머니까지 생각해 주는 착한 전통시장은 언제나 우리 옆에 가까이 있다. 추석을 준비하며 전통시장에서 만나길 기대해 본다. 백운만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강화 장정리 석조여래입상은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봉천산 아래 자리잡은 고려시대 석조불상으로 보물 제615호로 지정됐다. 두꺼운 화강암의 판석에 돋을새김으로 했는데, 현재는 전각을 만들어 그 안에 모시고 있다. 민머리의 정수리 부분에는 상투 모양의 작은 머리(육계)가 솟아 있다. 타원형의 얼굴에는 살이 올라 있는데 눈·코·입의 표현이 다소 둔중해 보인다. 귀는 비사실적으로 길며, 목이 짧아 3줄의 주름인 삼도(三道)가 가슴까지 내려와 있다.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은 두껍게 표현되어 신체의 굴곡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좁고 둥글게 처리된 어깨선으로 인해 불상은 어딘지 모르게 움츠러든 모습이다. U자형의 옷주름은 가슴에서부터 흘러내려 무릎 부분까지 표현되었는데 형식적이며 간략하게 처리되었다.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