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이재명 당선인 공약사용법, 공약실천계획서에 주목한다

오현순 선거는 끝났다. 경기도민은 이재명 당선인을 민선7기 경기도지사로 고용했다. 무엇을,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를 제시한 185개의 공약, 즉 고용계약서를 승인했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 출발이지만, 선거 이후 정치에 대한 시민의 통제(참여)가 없으면 온전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선거 이후, 이제부터 당선인의 정책공약을 얼마나, 어떻게 이행하는지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당선인 공약사용법이다. 당선인 공약사용법의 핵심은 공약이행을 위한 로드맵이 담긴 공약실천계획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다. 내달 30일까지 운영되는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새로운 경기 위원회’는 공약의 세부이행계획이 담긴 공약실천계획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6ㆍ13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지사 당선인들이 제시한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420조 원인 올해 국가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205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크게 잡아도 국가예산 가운데 사업 총예산은 25%를 넘지 못하니 100조 남짓일 터인데, 시ㆍ도지사 당선인의 공약 대부분이 신규 사업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행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재명 당선인의 공약이행을 위한 재정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당선인 측 정책연구단은 총 185개의 세부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약 4조3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비와 시군비를 제외한 경기도의 소요 재원이 4년 간 1조6천6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당선인 측의 추정치는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민선6기 경기도지사 공약이행을 위해서 약 65조 원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볼 때, 이 당선인의 공약은 촘촘한 복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선관위에 제출했던 5대 공약과 우선순위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하여 언론에 공개되었던 10대 공약과 우선순위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대형 도로, 철도 건설 등 SOC 국책사업이 생략되었다는 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통일경제특구 추진, 남북교류사업 활성화, 경의선과 경원선 철도 연결 복원 추진 등 남북경협사업 등은 필요재정이 얼마인지 추계하지 않고 있다. 핵심공약 대부분이 기초단위에서 집행한 정책이기에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또한 필요하다. 게다가 당선인에 대한 도민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정책공약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우려되기도 한다. 결국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인 ‘새로운 경기 위원회’의 활동이 얼마나 민주주의에 충실할 수 있느냐, 즉, 공약실천계획서 작성 및 확정 과정에 경기도민의 포괄적 참여와 도민화합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 등이 7기 도정 성공의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특히 도민화합을 위하여 경선 및 본선에서 낙선한 후보자 공약과 각 정당 및 도의원들의 공약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약실천계획에 포함시키는 데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당선인의 공약실천계획에 더불어민주당이 지방분권 과제로 제시했던 지방권력 도덕성과 투명성 높이는 ‘청정 분권’이 담기길 바란다. 경기도와 시군 등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인허가권 및 인사권을 둘러싼 불법과 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지역 감사인력 전문성 강화 및 공익제보 활성화를 통해 내부의 청렴성 강화를 모색하는 것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 앞서가는 경기도’를 만들어가는 첫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기획] 킨텍스, 퇴직자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베이비붐 시대 퇴직자들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도와 킨텍스가 퇴직 전문인력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묘안으로 ‘퇴직자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실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경기도의 지원으로 퇴직자에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문 역량이 부족한 수출 희망 중소기업엔 판로를 확보해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도내 기업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경기도형 일자리 대안 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퇴직자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수출·무역업 퇴직 인력, 中企 수출판로 개척 큰 도움 킨텍스는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수출 및 무역업체에 종사하며 해외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퇴직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2018 퇴직자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수년간 소속 기업에서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세우고 현직에서 물러난 ‘수출·무역업 베테랑’ 전문인력에 일자리를 제공한다. 특히 이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판로를 확보해주는 것이 사업의 핵심 취지다. 퇴직 전문인력들은 다양한 수출 관련 해외 네트워킹 등 현직 경험과 노하우를 해외수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에 전수해 해외 바이어 발굴, 해외마케팅 업무 지원, 수출 계약 등을 돕는다. 이와 관련, 킨텍스는 지난 4월부터 올해 말까지 9개월 동안 퇴직 전문인력을 활용한 지원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연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킨텍스는 퇴직 전문인력 및 참여기업을 모집하고 양측을 매칭한 후 수출계약 체결과 해외마케팅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킨텍스 주관 전시회 참가 중소기업이나 해외기업을 연계하고 해외 바이어 및 거래 대상 연락 조율, 외국어 레터 및 제안서 작성, 해외 시장 조사 및 신규 해외 바이어 발굴, 중소기업 해외수출 관련 애로사항 수렴 및 해결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전문위원 선발… 해외시장 공략 노하우 전수 킨텍스는 올해 퇴직 전문 인력 100명을 전문위원으로 선발해 72개 중소 수출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위원들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퇴직 전문인력을 지속적인 공개모집한다. 대기업 및 수출 전문기업 상사 출신이거나, 기타 해외 마케팅 연관 업무 10년 이상 경험자, 외국어 특기 등의 이력을 가진 퇴직 전문인력이 지원할 수 있다. 이들 전문위원은 경기도와 킨텍스의 도움을 받아 각 지자체 취업센터 등과 연계해 수출 판로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 킨텍스는 선발된 전문위원 이력과 참여 중소기업의 업무 성격을 분석해 참여 기업과 전문위원을 매칭시켜 수출 판로 개척을 돕는다. 전문위원들은 교통비 등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1인당 2개사까지 매칭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주 1회 매칭업체를 방문해 판로 개척 방안을 모색한다. 다만, 킨텍스는 전문위원과 참여 기업 간 상호 업무연락이 원활하지 않거나, 상호 사정에 의해 업무가 불가능할 경우, 각종 민원 발생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문위원을 교체해 수출판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 참여 기업은 킨텍스 주관 전시회에 참가하는 유망 도내 중소기업을 포함해 해외마케팅 수출 지원이 필요한 도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업체가 해당된다. 킨텍스 관계자는 “퇴직 전문인력으로 꾸려진 전문위원들의 노하우가 수출 희망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힘이 되고 있다”며 “퇴직자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이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 사업 활로 개척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퇴직자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지난해 첫 시행 ‘결실’ 지난해 킨텍스는 5060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자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도내 해외수출 희망 중소기업과 퇴직 전문인력을 매칭시켜 기업들의 수출 마케팅을 활성화했다. 도내 수출 및 마케팅 퇴직 전문인력 15명을 활용한 결과 도내 해외마케팅 및 수출 희망 중소기업 70개사가 해외 수출 판로를 개척했다. 특히 업무 노하우를 보유한 우수 퇴직자들이 일자리를 얻어 노동시장에 재투입되는 사회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고, 외국어가 능통한 직원의 부재와 수출 경로 파악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문제점을 해결해 기업의 선 순환적 구조를 확립했다. 산업용 절삭기 부품과 드릴 부품을 만드는 ‘(주)티엔씨 샤크’는 퇴직 전문인력의 도움으로 러시아 바이어를 유치한 후 해외마케팅을 실시하고, 재고분 거래 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또 IT 서비스 기업 ‘다누온’은 퇴직 전문인력이 힘써준 결과 인도 교육부와 시각장애인 교육 VR 수출 방안을 논의하고 인도 및 중국 VR 콘텐츠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특히 킨텍스는 매칭된 전문인력과 중소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 연계될 수 있도록 신규 바이어를 지속 발굴해 수출 판로 기틀을 잡았다. 무엇보다 킨텍스는 고유 업무인 전시회와 도내 중소기업을 연계하고 추가적인 기업을 모색해 중장기적 시각에서 무역산업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다양한 항목 ‘기업 만족도’ 조사 활용 킨텍스는 퇴직 전문인력을 활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애로사항 해결 정도, 계약 갱신 여부, 해당 사업 추천 가능성, 업무지원 실현 여부 등 다양한 항목을 통해 기업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다. 킨텍스는 이를 통해서 전시회 참가 중소기업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고령화 시대 일자리를 원하는 퇴직 인력과 해외마케팅 의지를 나타낸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특히 킨텍스는 수출 희망 중소기업들이 업무 특성상 신규 바이어를 발굴하고 실제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을 파악해 퇴직 전문인력들이 해당 산업 분야와 기업에 대한 이해를 제고해 전문성을 향상시키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킨텍스는 향후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 등과 연계해 중소기업과 퇴직 전문인력의 온·오프라인 동시 연계를 실현할 방침이다. 또 킨텍스는 전시회 참가 독려 업체를 대상으로 연중 참가 기회를 제공하고, 경기도 및 산하기관 등의 공조체계 구축을 통해 도내 수출 기업들의 국내외 마케팅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계획이다. 고양=유제원ㆍ김상현기자 퇴직자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이란? /박기철 전시2팀 팀장퇴직자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맡고 있는 킨텍스 전시2팀 박기철 팀장은 “퇴직자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은 경험과 노하우, 해외 네트워킹을 보유한 퇴직 전문가와 해외수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매칭 시켜 해외바이어 발굴, 계약 체결 등 해외마케팅 업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킨텍스는 한 해 1천300건의 국내외 전시컨벤션 행사를 개최해 상당수의 유망 중소, 중견기업들의 참여를 도와 마케팅 성과를 올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전시회 참가 종료 후 해외 바이어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사후마케팅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유망 퇴직자들의 후방 마케팅 지원노력이 더해지면 고령 인구 일자리창출과 더불어 중소기업 수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박 팀장은 “실제 퇴직인력을 활용한 해외마케팅 업무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 능력을 강화시키고, 해외수출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며 “코트라, 중기청 등 수출과 관련한 다른 유사한 사업들에 비해 퇴직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위원들이 맡고 있는 업체 수가 적어 더욱 양질의 수출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아울러 그는 “킨텍스는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코트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기관의 각종 지원 정보를 수출 희망 중소기업에 신속히 제공하고, 바이어 발굴 및 영문 번역 지원, 바이어와 지속적인 Follow-up 등 실질적인 업무 지원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박 팀장은 “무엇보다 킨텍스는 퇴직 전문 인력을 활용해 전시회에 참가한 도내 중소기업에게 전시회 종료 후에도 해외마케팅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퇴직 전문 인력의 고유역량과 수행능력, 성실도를 평가해 우수 자문위원을 매년 자동등록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수출 판로 개척 업무를 더욱 활성화 시킬 구상이다”고 부연했다.이외에도 그는 “외국어 사용이 가능한 고급 청년 인력들이 중소기업 근무를 기피하는 세태에서 외국어 소통이 가능한 퇴직 전문 인력들을 중소기업 해외마케팅 지원 업무에 투입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결과 기업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자부했다.끝으로 박 팀장은 “특히 올해에는 도내 퇴직인력 POOL 확대해 도내 참가 기업의 오픈매칭을 진행하고, 전문위원 1명당 1개 기업 매칭 시 50만 원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는 등 사업을 확대 시행하는 만큼 많은 사업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고양=김상현기자

[지지대] 붉은 불개미의 침입

개미는 아주 작고 약한 미물이다. 그러나 개미에 관한 속담을 보면, 미물로 봐선 안될 것 같다. 작은 사람이 큰 일을 할 때 ‘개미가 절구통을 물고 나간다’고 하고, 부지런하고 저축을 잘 할 때 ‘개미 금탑 모으듯 한다’고 한다. 설화로는 ‘개미와 베짱이’가 유명하다. 여름철 땀 흘리며 부지런히 일해 먹을 걸 저축한 개미가 노래만 부르고 일을 하지 않은 베짱이에게 양식을 꾸어주고 훈계한다는 내용이다. 홍수에 떠내려가는 개미에게 나뭇잎을 떨구어 구해준 비둘기가 뒷날 포수의 총에 맞게 되는데, 개미가 포수의 다리를 물어 비둘기를 구출했다는 ‘개미와 비둘기’도 있다. 속담과 설화 속 개미는, 부지런하고 일 열심히 하고 의리있는 곤충이다. 개미는 전 세계에 5천여 종 분포한다. 개미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편이지만 일부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붉은 불개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적갈색을 띤 붉은 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에 속한다. 꼬리 부분의 날카로운 침에 찔릴 경우 강한 독성물질이 있어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심할 경우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의 과민성 쇼크를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북미에서는 ‘살인개미’로 불린다. 붉은 불개미는 남미에 서식했으나 북미, 호주, 중국, 동남아, 일본, 한국 등으로 퍼졌다. 홍수나 가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생존력과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고 번식력이 강해 박멸이 쉽지 않다. 농작물 피해와 생태계 교란을 일으켜 환경부가 지난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했다. 이 붉은 불개미가 국내에 처음 모습을 보인건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다. 1천여 마리가 발견돼 소동을 일으켰다. 이후 올해 2월 인천항 보세창고, 5월 부산항 허치슨부두, 이달 18일 평택항 컨테이너부두, 2021일 허치슨 부두 등에서 연이어 발견됐다. 특히 20일 허치슨 부두에선 개미집 11개, 공주개미(여왕개미가 되기 전 미수정 암개미) 11마리를 비롯해 일개미 3천여 마리와 알 150여 개가 대거 발견됐다. 붉은 불개미가 생식과 번식을 위한 ‘결혼 비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인데 다행이다. 성공했다면 엄청 번식했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개미가 섞여 들어올 가능성이 큰 코코넛껍질과 나왕각재 등 32개 품목에 대해 수입 컨테이너를 열어 검사하는 등 검역 절차를 강화키로 했다. 또 항만 바닥 틈새를 메우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개미 서식 환경도 없애기로 했다. 의왕 등 내륙 컨테이너기지의 소독도 한다. 붉은 불개미의 추가 유입과 국내 토착화를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 붉은 불개미와의 전쟁이다.이연섭 논설위원

[사설] 이산가족 상봉, 단발성 아닌 정례화 시급하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서린 6·25 전쟁 68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무엇보다도 이산가족들의 슬픔은 더 할 것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이산가족 등록자는 13만2천124명인데 이중 7만5천234명이 사망해 5만6천890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 남쪽으로 넘어와 이산가족이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6·25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 다시 합치지 못하고 헤어진 상태로 지금까지 아픔을 겪고 있다. 이들의 꿈은 헤어진 가족의 생사라도 알고 또한 세상을 떠나기 전 가족을 한 번이라도 상봉하는 것이다. 이산가족 생존자의 85% 이상이 70세가 넘는 고령자임으로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영영 만나지도 못하는 이별의 슬픔은 더 할 것이다.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이를 위한 제도적 확대는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2일 남북적십자 대표가 북측 금강산관광지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을 열어 오는 8월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이 참가한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그동안 남북관계 악화로 인하여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남북 혈육들의 집단 상봉이 3년 만에 재개되는 것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에서 이산가족 상봉 실시 시기를 ‘8월’이라고 명기했는데, 이를 구체화한다는 측면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 규모가 남북 각각 100명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며, 더구나 앞으로 이를 더욱 확대할 것인지 또는 정례화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협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남측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북한 방문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총 27차례 대면·화상 상봉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상봉 인원수의 제한으로 그리운 가족을 상봉한 사람은 너무도 소수이다. 때문에 대다수 이산가족들은 상봉행사 때마다 뉴스를 TV나 신문을 통해 보면서 아픔을 더했으며, 동시에 이산가족 상봉 확대 또는 정례화를 간절히 원했다. 이런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소나마 덜어주기 위해 무엇보다도 북측이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표시해야 된다. 남측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 내지 정례화를 요구했지만 북측이 이를 응하지 않아 이산가족의 소원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속히 이행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후속 조치를 위해 신뢰관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인원을 확대하고 또한 단발성이 아닌 정례화를 통해 상호 신뢰관계를 확인할 수 있음을 인식, 이를 조속히 이행해 주기를 요망한다.

[사설] 최초의 시장 출신 도지사 이재명 시대 / ‘道-市郡’ 관계에 긍정적 요소 돼야

경기도의 이재명 시대가 곧 문을 연다. 무엇보다 이재명호만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시장 출신 도지사다. 지금까지 민선 경기지사는 정치인 또는 고위 관료 출신이었다.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전 지사가 국회의원 출신이었다. 임창열 전 지사는 경제부총리 출신이었다. 이재명 당선인만 다르다. 국회의원 출신도 아니고 고위 관료 출신도 아니다. 처음으로 경기도 내 시장 중에 탄생한 경기도지사다. 시장 군수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의 경기도정은 일선 시군과의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그 마찰의 상당수가 ‘정치적 접근’과 ‘행정적 접근’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정치 출신 도지사들이 예외 없이 대권(大權) 후보로 불렸다. 행정의 목표도 이런 정치적 구도에 맞춰져 있었다. 반면 일선 시장 군수들은 대민 접촉 행정을 펴야 했다. 실리와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의 제1 목표였다. 당연히 도정과 시군정에 괴리가 있었다. 이 당선인은 이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8년간의 성남시장을 통해 시군 행정의 정통했다. 남경필 도지사와는 도정 운영과 관련된 충돌을 수차례 빚었다. 그때마다 이 당선인은 ‘남경필 도정’의 허상을 깊이 있게 짚었다. 이제 그런 그가 도정 책임자가 됐다. 적어도 시군 행정이 원하는 도정의 역할만큼은 훤히 꿰뚫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많은 시장 군수 당선인들이 ‘이재명 경기도’에 기대를 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 당선인이 시군 행정의 큰 줄기를 스스로 획정하고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시장 군수들의 반발 또는 부조화가 불거져 나올 수 있다. 특히 이 당선인에게 학습되어진 성남시와 전혀 다른 시군의 경우 불안감이 있다. 인구 96만의 성남시 행정과 인구 7만의 과천시 행정은 다르고, 첨단 대도시 성남시 행정과 그린벨트 80% 하남시 행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려 있는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행정 외적 요인에 의한 충돌 가능성도 있다. 새로 출범할 민선 7기 시장 군수들 29명이 민주당이다. 재선ㆍ삼선 시장들은 모두 이 당선인과 같은 시장 시절을 공유했다. 시장 군수 조직의 구상이 이 당선인 심중에 박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장 군수들의 반발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지역의 중량감 있는 시장들이라면 더 그럴 수 있다. 서로 역지사지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시장 출신 이재명 도지사라서 시군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많다. 그걸 듬뿍듬뿍 해주기 바란다. 시장 출신 이재명 도지사라서 시군과 삐걱거릴 수 있는 일도 있다. 그런 건 통 크게 덮고 가기 바란다. 이것이 바로 첫 시장 출신 도지사 시대에 거는 도민의 전에 없던 기대다.

[이슈&경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전통산업과 첨단제품

▲ 이연희 ‘전통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원천’이라는 전문가 기고문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글의 요지는 기존산업에서 첨단기술을 접목해 세계적 명품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우리 산업은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경공업, 중공업, 첨단산업으로 발전해왔다. 경제발전과 소득수준에 동반되는 임금의 상승, 기술력 향상과 부가가치 생산 등을 생각해 볼 때,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성공적인 산업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 산업을 접고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앞으로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그때마다 새로운 제품과 산업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연필은 나무와 연필심으로 구성되는데, 연필심은 흑연과 점토, 물의 배합이다. 1660년대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최초로 연필 생산업자가 생겨났는데, 대표적인 연필제조사가 250년 전통의 파버 카스텔(Faber Castel)이라는 회사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타자기 시대와 현재의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아래한글, MS워드 등) 시대에도 이 기업은 필기구 제조사로 변함없이 성장하고 있다. 나무, 흑연, 점토, 물의 조합인 연필과 첨단기술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고, 더 나아가 연필보다는 디지털기기 사용이 보편화됐는데도 이 기업이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기업의 8대손인 안톤 볼프강 파버 카스텔 CEO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순히 필기구만 만들지 않고 창조적 활동과 관련된 도구를 개발하여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시대변화에 맞게 충족시키려는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독일 베를린 시(市)정부는 1991년부터 베를린 동남쪽 지역에 아들러스호프(Adlershof)라는 과학단지를 조성 중이다. 이 단지의 관리기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이곳에는 대학·국공립 연구소가 16개,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와 기술센터가 9개, 약 1천여 개의 민간 기업이 모여 있다. 이곳을 첨단과학단지로 개발하게 된 배경이 전통을 중요시하는 독일답다. 독일연방정부와 베를린 시는 통독이후 쇠락한 동베를린의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 묘수가 필요했다. 이들은 동베를린 지역 중 과학기술의 역사를 가진 지역을 찾아 과학단지로 조성하면 관련기업을 유치하고 산업과 인재들이 모여들 것으로 판단했다. 아들러스호프 지역은 20세기 중반까지 독일 항공우주관련 엔지니어링산업과 연구소가 집적되어 있던 곳이다. 독일 최초 동력비행기의 이착륙장이었으며(1909년), 항공시험연구원(1912년), 아들러스호프 과학아카데미(1949년) 등이 있었으며, 현재 독일의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도 이곳의 여성과학자 출신이다. 아들러스호프과학단지에는 당시의 격납고, 공장 등의 건물을 볼 수 있는데, 엔지니어링산업의 흔적만 남아있던 곳을 연방 및 시정부가 노력하여 첨단산업과 일자리가 넘쳐나는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 지자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과 신제품 출시에 마음이 바쁘고, 정부와 지자체는 침체된 경기와 일자리 만들기에 노심초사하는 형국이다. 새로운 것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산업에서 첨단제품을 만들고 과학기술의 역사가 있는 지리적 장점을 찾아 첨단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천자춘추]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

김동진 2017년 경기연구원에서 실시한 ‘경기도민의 삶의 질’ 조사 결과에 의하면 도민들의 결혼, 출산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 결과가 20대 31.9%, 30대 21.3%로 조사됐다. 또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조사 결과에서는 20대 34.1%, 30대의 24.7%가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20, 30대의 의식 변화가 많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혼 여성들의 결혼 의향이 미혼 남성보다 더 낮게 나왔다. 전체 미혼 여성 중 59.8%만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미혼 남성 비율 71%보다 현저히 낮게 나왔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전체 미혼 여성은 31%밖에 안된다. 미혼 남성은 42.9%로 조금 높게 나왔다. 결혼 의향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될 것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들이 뒷받침해야 될 것이다. 지난 2010년 46.8% 대비 2017년에는 31%로 크게 감소한 것은 결혼, 출산, 육아, 가사, 교육 등 자신의 삶에 있어서 큰 변화가 삶의 질 향상보다는 하향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혼자 살면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삶의 질 향상에 더 낫다는 청년(1코노미 시대: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1인 가구 경제를 의미하는 시대)들의 의식이 변화로 작용한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 ‘결혼에 대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직장이 변변치 않아서, 돈이 없어서, 가사노동·독박육아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 등이 이유일 것이다. 비혼 풍조로 인해 지난해 혼인 건수가 6년 연속 하락한 데 이어 197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출산율 감소로 이어져 국가 인적자원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생각 변화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존재한다. 즉 현실은 결혼 후의 삶들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부터 출산, 육아, 교육, 주택 등 평생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문제들이 표출된다. 인구절벽을 둔화시키고 국가의 존립을 연장하기 위해서 정부나 지자체, 사회단체 등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결혼 후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고 가정을 이루었을 때 주는 행복감이 혼자일 때보다 더 좋다는 걸 보장해 주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결혼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아기자기한 행복을 꿈꾸게 해야 한다. 우리 사회단체는 결혼을 통한 삶의 안정과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친문화 조성과 확산운동을 전개하여 젊은이들이 선택이 아닌 당연시하는 결혼문화 풍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회 모든 구성원(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가족 만들기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로서의 책무와 과제이기도 하다. 김동진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