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강남’ 송도, 상가 무덤 전락⋯ 공실률 1년새 15배 ‘껑충’ [현장, 그곳&]

“송도가 ‘인천의 강남’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상가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24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더샵송도센트럴파크 3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상가. 1층 상가 70여개 중 절반 이상이 텅텅 비어 있다. 이 아파트 시세는 3.3㎡(1평)당 4천600만원(네이버 부동산 기준)으로 송도에서 가장 비싼 ‘대장 단지’이지만 입주 2년이 지나도 첫 입주조차 못한 상가가 수두룩하다. 이 단지는 송도의 대표 공원인 센트럴파크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개통 예정역인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사이에 있어 최고의 입지를 갖고 있다. 이런데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비싼 분양가 등으로 상가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단지 상가는 전용 면적 42㎡(13평) 기준 분양가 6억9천여만원이었지만 현재 10~20% 할인해 매매하는 곳도 많다. 인근 더샵 퍼스트월드 주상복합아파트 상가도 마찬가지. 송도 조성 초기인 2005~2009년 당시 ‘인천의 타워팰리스’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슬럼화까지 이뤄지고 있다. G동 1층 내부 상가는 인기척이 끊긴 채 적막하다. 오랜 시간 비어 있었던 것을 보여 주듯 상가 내부의 벽과 바닥은 갈라지고 녹이 슬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상가는 분양 당시 매매가의 절반 가격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이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분양 당시에는 빈 상가가 없고 사람은 북적였는데 지금은 죽은 상가가 됐다”며 “10여년 전부터 인근에 새로운 상가들이 계속 생기면서 공실이 생기더니,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송도 더프라우 주상복합아파트 1~3단지 상가도 현재는 공실 안에 잡동사니만 쌓여 있다. 2007년 1단지 청약 당시 오피스텔의 경쟁률이 4천855대 1을 기록하면서 상가 역시 인기가 높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또 지난 2021년에 들어선 생활형숙박시설인 한라웨스턴파크송도 인근 상가 단지도 문을 연 점포보다 공실이 많다. F동은 6개 상가가 연달아 비어 있고 필라테스 학원, 자동차 물품점, 음식점이었던 곳들도 간판만 남겨진 채 상가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인천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송도가 경기 침체와 과잉 공급 등으로 상가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기준 송도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6%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0.4%에 비해 무려 15배 늘어난 수치다. 비싼 상가 분양가와 임대료 등이 이 같은 공실을 부추기고 있다. 송도의 경우 전용면적 33㎡(10평) 기준 매매가는 지역에 따라 6억~9억원, 임대료는 월 300만~500만원에 이른다. 상가 소유주는 대출을 받아 분양을 받았는데, 임대인이 없으니 이자만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송도 상가 공실이 앞으로도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도의 부동산중개인 B씨는 “앞으로도 빈 상가가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은행 이자는 계속 오르는데 사려는 사람도 없어 팔지도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상가 공실은 계속 늘 것”이라며 “비어 있는 상가가 이어지면 주변 상권이 슬럼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코끼리'에 올라타는 전쟁 시작됐다 [한양경제]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기사입니다 2024년 인도는 '경제코끼리'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해 예상 성장률은 약 7%로, 이는 OECD 주요 국가들의 성장률을 2~3배 웃도는 수준이다.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서의 잠재력도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를 중요한 투자처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이다. 2023년 기준으로 인구는 약 14억 명을 넘어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인도의 매력은 단순한 인구 규모뿐만 아니라 젊은 노동력에도 있다. 중위 연령이 29세로 젊은 인구층이 대부분인 인도는 향후 생산성과 소비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도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점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언어 장벽 없이 현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잇따른 인도 시장 진출 현대자동차는 이달 22일 인도 현지법인 상장에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33억 달러 규모의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인도의 전기차(EV) 생산 및 제조 설비 확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상장은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현대차는 이를 통해 인도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인도 시장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는 인도의 가전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주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인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과 현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인도 진출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인도 시장에 포진해 있다. 일본의 마루티 스즈키는 2003년에 인도 상장에 성공해 현재 인도 자동차 시장의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마루티 스즈키는 인도 현지에서 연간 225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영국계 힌두스탄 유니레버(Hindustan Unilever)는 인도의 소비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네슬레(Nestle) 역시 식품 및 음료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인도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인도가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거대한 소비 시장임을 보여준다. 해외로 떠나는 한국 기업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하지만,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마냥 반길만한 일은 아니다. 2021년 한국의 해외 직접 투자(OFDI)는 75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2.8% 증가한 수치로, 주로 금융 및 제조업 분야에서 큰 투자가 이뤄졌다. 이 시기에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의 대규모 시설 투자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 이뤄졌다. 과감한 기업 유턴정책에 나선 일본 일본은 최근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되돌리는 '유턴 정책'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첨단 기술 산업과 주요 공급망 산업을 겨냥한 정책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유턴 기업에 강력한 세금 감면 혜택과 보조금 지급을 제공하며, 실제로 유턴 기업들에게 10년간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최대 45%의 투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2024년 일본 정부는 첨단 기술 분야 유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금액이다. 일본의 리턴 정책은 특히 반도체, 배터리,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스미텍(Simmtech)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스미텍은 인쇄 회로 기판(PCB)과 반도체 패키징 기판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말레이시아에 주요 생산 기지를 구축한 후 2020년에 일본으로 복귀했다. 인도의 '경제코끼리'에 올라타는 것은 한국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기회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해외 진출을 통해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는 있지만, 동시에 국내 경제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의 유턴 정책은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을 다시 강화하려는 시도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도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국내에서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108곳에 불과했다. 여기에 정부는 5월 '유턴 지원전략 2.0'을 발표하며 유턴기업 지원 강화를 약속했지만 8월까지 선정된 유턴기업은 13곳 뿐이었다. 매년 600~700개 기업이 돌아오는 일본이나 2021년 유턴기업이 1,844개였던 미국과 대조적이다. 지난 17일 유턴기업을 방문한 산업통상자원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도 유턴기업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핵심사안들은 모두 입법사항이라 정부의 역할만으론 한계가 있다.

이종헌 강남대 나날 회장 “농촌 활력 우리가 살린다”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도울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날’을 불러주세요.” 용인특례시 기흥구와 처인구의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봉사 활동을 진행하는 강남대 나날 8기 이종헌 회장의 바람이다. 지난 2017년 출발한 나날은 동아리원 모두가 사회복지학부 전공 대학생으로 구성, 도움이 필요한 농촌지역을 찾아 질병 관리 및 예방, 마을환경 개선, 농촌일손돕기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는 용인 외에도 강원도와 충청도 등으로 활동을 나가는 등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 회장은 “나날은 농촌 시기에 맞는 봉사활동을 체험하는 일반적인 농촌 봉사 활동에 더해 노후 주택 수리, 농촌 어르신과의 면담, 농촌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공동체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나날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제8회 대한민국 농촌재능나눔 대상 시상식’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전 활동처럼 평소대로 즐기면서 기쁘게 진행한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아 수상하게 된 것”이라며 “수상했다는 사실보다 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 가고 해당 지역과 함께 소통했다는 사실이 더 큰 기쁨”이라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2019년에 입부, 6년째 활동한 그를 지탱한 것은 든든하게 지원해 주고 있는 부원들, 그리고 활동 때마다 만나는 주민들과의 소통이다. 그는 “첫 활동으로 나갔던 모내기 활동에서 맨발로 밟았던 진흙탕의 촉감과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고 있다”며 “활동이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옆에서 열심히 힘써 주는 부회장과 부원들, 봉사 활동을 갈 때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편한 지 알려주고 고생한다고 응원하는 농촌 주민들 덕분에 회장까지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 회장 임기를 약 3개월 남겨둔 그는 마지막 활동까지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호흡하고 싶다며 농촌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는 동아리를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나날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애니콜’이 될 것”이라며 “시들어 가는 농촌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 물환경 개선위한 민·학·관 소통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본부장 오승환)는 한강수계 민학관 물환경 협의회(이하 협의회) 3기를 발족했다고 24일 밝혔다. 협의회는 환경부, 지자체와 K-water, 비정부기구(NGO), 학계가 모여 2020년부터 활동 중인 물환경 관리 거버넌스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상향식,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한강수계 유역 물환경관리 방안 마련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했다. 새롭게 출범한 3기 협의회는 강화된 민·학·관 소통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2년간 한강수계 유역물환경 개선 방향성을 제시하고 추진 과제를 발굴,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본격적인 3기 활동 시작과 함께 지난 22일 수질·수량 이슈 발생 시 적절한 대응 및 기관 간 협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남한강 방제비축센터 ▲원주천댐 ▲송전정수장 등 유역 내 주요 지점을 답사했다. 오승환 한강유역본부장은 “그동안 협의회를 통해 상호 간 신뢰를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유역 물환경관리 방안을 도출해 제시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협의회가 한강유역 물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1. 수원화성박물관

소나무가 아름다운 박물관 입구에 ‘2024년 수원화성박물관 특별기획전-임전필승! 조선의 무예서와 무예24기’를 알리는 깃발이 걸려 있다. 수원시의 한복판, 수원화성의 중심에 자리 잡은 수원화성박물관(관장 한동민)은 전국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박물관 가운데 하나다. 평일에도 1천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 싸움을 하면 반드시 이긴다 “군자는 싸우지 않으나 싸움을 하면 반드시 이긴다.” 정조가 즉위 초에 한 말이 가슴을 울린다. 정조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무예도보통지’의 편찬을 주도하고 최정예 부대 장용영을 창설한 임금이 아닌가. 특별전답게 볼거리가 풍성하다. ‘조선의 무관 선발과 무예’에 관련된 유물을 둘러보고 조선 최초의 무예서 ‘무예제보’가 전시된 곳으로 이동한다. 임진왜란 때 훈련도감 낭청 한교(韓嶠·1556~1627)가 편찬을 시작해 1598년 10월 완성한 무예제보는 국가유산 보물이다. 프랑스에만 있고 국내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이 귀중한 서적을 수원화성박물관이 입수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400년이 넘었으나 잘 보존돼 그림과 글씨가 선명한 것도 다행스럽다. 12년이 지난 1610년 최기남이 편찬한 ‘무예제보번역속집’을 비교해 본다. 1790년 펴낸 무예도보통지와 1785년 펴낸 ‘병학통’은 군대를 개혁하고 군사를 강화하기 위한 정조의 열망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무예제보의 손자뻘인 무예도보통지는 규장각 검서관 이덕무, 박제가와 장용영 장관 백동수가 힘을 합쳐 편찬해 충실한 책의 내용 및 글씨와 그림의 아름다움이 최고 수준이다. ‘뎡니의궤’에 실린 ‘동장대시열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성 동장대에 친림한 정조가 군사훈련을 참관하는 이 그림은 조선의 군사훈련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말을 탄 장용영 친군위와 선기대가 학익진을 펼친 앞뒤로 원진(圓陣)과 방진(方陣)을 펼친 군사들의 모습에서 임전필승의 기운이 느껴진다. 평소에 보기 힘든 군사와 무예, 도검 같은 귀중한 유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즐겁다. ■ 수원화성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2층 왼편에 있는 상설전시관인 ‘화성축성실’로 향한다. 화성 축성과 신도시 수원 건설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입구 오른편에 백마를 타고 황금 갑주를 입은 정조대왕의 행차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220여년 전 조선으로 안내한다. 정조 시대의 기록문화는 현대인들도 놀랄 만큼 상세하고 풍부하다. 공사 종합보고서라 할 ‘화성성역의궤’는 ‘원행을묘정리의궤’와 더불어 기록문화의 백미다. 아름다운 건축물이 즐비한 유럽에서도 화성성역의궤만큼 상세하게 기록된 공사보고서를 찾기 어렵다. 총 184권 100책이나 되는 문집 ‘홍재전서’를 남긴 정조는 출판문화를 한 차원 높였다. 63권에는 정조가 직접 지은 ‘성화주략’이 실려 있다. 정조는 성곽의 크기와 높이, 주요 재료, 해자와 참호의 규격, 터를 쌓는 방법 등 화성을 쌓기 위한 여덟 가지 기본 방안을 제시한다. 물건을 운반하는 수레 유형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와 성벽 쌓는 방식까지 제시할 정도로 정조의 성격은 치밀하다. ‘수원화성 공사를 중지시키는 윤음(綸音)’은 정조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1794년 전국에 흉년이 들어 과연 공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민한다. 신하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일꾼들을 위해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건의하지만 정조는 굶주린 백성 구제가 먼저라며 공사 중지를 결정한다. ‘윤음’은 어려운 백성을 향한 정조의 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호랑이 두 마리가 수놓인 흉배를 가슴에 단 무관의 모습이다. 화성 성역을 감독했던 수원 출신 무관 김후(1751~1805)의 초상화다. 1796년 화성이 완공되자 정조는 김후에게 길이 잘 든 말 한 필을 특별히 하사하는데 이를 기념해 이 초상화도 그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정조가 어머니를 위해 편찬한 ‘뎡니의궤’는 현륭원 행차와 혜경궁 홍씨의 잔치, 수원화성 축성 등의 내용을 날짜 순서대로 기록했을 뿐 아니라 채색한 아름다운 그림이 실려 있어 그 가치를 더한다. ■ 8일간의 화성 행차와 정조의 친위부대 장용영 화성문화실의 입구에 병풍 그림이 보인다. 1795년 을묘년 윤2월, 8일간 정조의 화성 행차와 정조의 친위부대 장용영을 보여준다. 을묘년의 8일간 화성 행차는 조선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흥겨운 축제였다. 정조는 아버지 묘소인 현륭원을 참배한 후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의 환갑잔치를 벌인다. 낙남헌에서 지역의 노인을 초대해 양로연을 베풀고 밤에는 횃불을 켜고 끄는 군사훈련을 민관군이 함께 벌이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연이어 벌인다. 화성에 주둔했던 장용영의 무사들은 평소 무예와 진법을 익히고 선진 농법으로 국영 농장인 둔전을 경영한다. ‘봉수당진찬도’는 1795년 윤2월13일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펼쳐진 혜경궁 홍씨의 성대한 회갑잔치 장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잔치의 주인공 혜경궁 홍씨의 자리는 주렴으로 가려져 있다. 그렇다면 정조는 어디에 있을까. 병풍이 세워진 안쪽에 호피(虎皮) 방석이 깔린 곳이 정조가 앉은 자리다. 봉수당은 1795년 윤2월13일 조선 왕조 역사상 처음으로 ‘검무’가 공연된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1791년 73세의 번암 채제공 모습을 담은 ‘채제공초상 시복본’은 초상화의 백미이다. 화성 성역 총리대신으로 화성 축성을 이끈 주인공이며 영의정을 지낸 채제공의 직계 후손이 번암 선생의 유물을 기증해 박물관 건립의 초석이 됐다니 수원화성박물관은 복이 많다. 화려한 오사모에 분홍빛 단령을 입고 화문석 위에 앉아 있는 채제공의 표정이 행복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채제공이 자필로 ‘임금이 하사한 부채와 선추는 물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이 군주의 은혜’라고 쓴 글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채제공의 왼쪽 눈이 약간 이상하다. 초대 수원유수 채제공에게 장용외사를 겸하도록 임명한 내용의 ‘전령(傳令)’을 살펴본다. 산처럼 보이는 정조의 ‘수결(手決)’도 눈에 들어온다. 장용영 장관 오의상이 받은 ‘고풍(古風)’에도 재미있는 사연이 담겨 있다. 장창과 등패를 비롯한 무예24기의 다양한 무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은과 백옥으로 장식한 ‘대모백은장 옥구보도’는 품격과 아름다움을 두루 갖춘 보검이다. ■ 즐거운 배움터 1층 상설체험실과 정기교육실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교육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수원화성이 품은 옛이야기’를 비롯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백진주 학예연구사의 소개말을 들어본다. “2009년 4월 개관 때부터 유물 전시 위주의 운영을 넘어 전시와 교육, 체험이 어우러지는 박물관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특히 어린이 관람객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최근 기획한 굵직한 전시회만 꼽아도 여럿이다. ‘번암 탄생 300주년 기념 수원화성박물관·실학박물관 공동기획전-재상 채제공, 실학과 함께하다’를 비롯해 ‘정조대왕 서거 220주기 기념 사진전-융건릉 원찰 수원 화산 용주사’, ‘테마전-1950년대 수원, 전쟁의 상흔과 또 다른 시작’, ‘정조대왕 탄신 27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독서대왕 정조의 글과 글씨’, ‘세계유산축전 기념 테마전-위대한 기록과 수원화성’ 등 주제와 내용이 다양하다. 공방거리에 있는 열린문화공간 ‘후소’의 전시와 운영도 박물관이 맡고 있다. 10대 공립박물관으로 선정되고 해마다 우수박물관으로 선정되는 수원화성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안산시 사이언스밸리 과학축제 한양대 에리카서…내달 2~3일

안산사이언스밸리(ASV) 과학축제가 다음 달 2~3일 한양대 ERICA 캠퍼스에서 ‘미래와 함께하는 안산, ASV’를 주제로 100여개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24일 안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5만여명이 방문하는 등 큰 호응을 얻은 ASV 과학축제는 올해로 11회째를 맞아 과학기술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연 등을 통해 과학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산시가 주최하고 (재)안산시청소년재단 상록청소년수련관, (재)경기테크노파크, 한양대 ERICA 캠퍼스, 안산교육지원청 등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어드벤스존 ▲스파클링존 ▲비비파이존 ▲퓨처사이언스존 등 총 네 가지 소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특히 한양대 88로봇위크, 안산교육지원청의 디지털교육과 연계해 시민들에게 ▲로봇 댄스공연 ▲디지털 교육 ▲전시·체험 프로그램 ▲과학 마술공연 등 총 100여개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과학마술공연과 과학토크콘서트, 생활과학교실 창의융합캠프 등 일부 프로그램은 오는 26일까지 상록청소년수련관 누리집 등을 통해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과학마술공연과 과학토크콘서트는 사전 신청하지 못해도 행사 당일 프로그램 시작 30분 전 현장 신청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민근 시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로봇, 우주, 인공지능(AI) 등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미래 과학기술을 미리 만나 보고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한층 더 무르익게 하는 촉매가 되길 기대한다”며 “더 젊은 첨단 혁신도시, 더 멀리 보는 미래교육도시 안산은 앞으로도 모두가 꿈꾸는 미래가 현실이 되는 혁신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