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늘리고 유전상담 서비스… 정부 적극 관심을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⑪]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희귀질환이란 개념 자체가 늦게 도입된 우리나라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기회 보장이라는 복지 측면에서 한참을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이미 1983년부터 희귀의약법 및 희귀질환법을 제정해 희귀질환을 관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1999년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희귀질환과 희귀의약품 규제 및 지원을 했고, 일본은 1972년에 난병대책요강을 중심으로 지원 정책을 추진해 1993년 약사법을 근거로 희귀질환 지원을 제도화했다. 반면 국내 희귀질환 지원 사업은 한참 뒤에야 도입됐다. 지난 2006년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정보구축사업을 시작으로 부분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된 뒤에야 국가 차원의 법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실질적 지원 방안에 대한 무관심 속에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제도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 중단 위기 맞은 ‘희귀질환 미진단 프로그램’ 희귀질환은 특성상 유전적 원인에 의한 발병이 많으며, 개별질환의 발생빈도가 높지 않아 관련 분야의 경험 있는 임상전문의가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은 진단을 받지 못한 상태로 여러 의료 기관을 옮겨 다니며 오랜 기간 중복된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으로 이어진다. 반면 미국은 장기적인 진단 노력에도 진단을 받지 못한 희귀질환자의 막대한 사회·경제·의료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 희귀질환 미진단 프로그램(이하 UDP)을 도입했다. UDP는 다양한 분야의 임상 전문가가 희귀질환자를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관련된 생화학적 검사, 대사 검사, 유전체 정보, 기능연구 등 다각도의 정보를 통합해 진단에 접근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진단 확실성을 높여 치료 가능성 및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희귀질환의 유전적, 병태생리적 발병기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제도 도입 이후 2015년까지 8년간의 UDP 경험을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희귀질환의 유전체 연구가 가지는 의학 연구에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2015년부터 6년간 매년 약 3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금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미진단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현재는 연구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종전 권역별 거점센터 등을 통해 진행해 오던 K-UDP를 지난 2022년, 서울대병원에 일임하면서 예산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정부가 희귀질환 진단을 도와줄 배경을 없앤 것”이라며 “의료서비스 체계로 편입되기 위해서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는 게 필수적인 만큼 UDP를 운영하기 위한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일부만 지원되는 ‘신생아 선별검사’…유전 상담도 한계 희귀질환의 80% 이상은 유전질환이다. 이 때문에 가족 내 재발 또는 대물림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가족이 해체되는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에 한해 신생아 무료 선별검사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희귀질환 중 약 5% 정도만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상황에서 치료제가 있는 경우 만이라도 조기에 발견해 반드시 고쳐내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신생아 선별검사를 정부 지원으로 받을 수 있는 질환이 단 50여종에 그친다. 한국은 지난 2018년부터 생후 28일 이하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50여개의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 검사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비급여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모든 주에서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가 의무화돼 있다. 이 외에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시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희귀질환 척수성근위축증(SMA)의 경우 미국은 물론 캐나다, 호주, 대만 등 선진국에서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희귀질환척수성근위축증은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이 아니다. 신경근육계희귀질환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를 받으면 성장 과정에서 질환에 따른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이 희귀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더라도 해석의 어려움으로 인해 오진단 되거나 진단이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유전상담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이다. 미국과 유럽은 1970년대 초부터 유전상담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을 배출, 이들이 유전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 유전상담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홍콩 및 싱가포르 등에서 유전상담사가 임상유전학 전문의와 한 팀을 이뤄 유전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국가 차원의 유전상담사는 없는 상태다. ■ 전문가 제언 “국립중앙희귀질환센터 설립 절실”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 소속 권용진 교수는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 확대 및 정비로 희귀질환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현재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가 아닌 경우 희귀질환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진단 방랑을 겪는 희귀질환자 지원을 위해서 미진단 상태에 있는 환자들을 상세 불명 희귀질환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권 교수는 ‘국립중앙희귀질환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환자들의 동의를 전제로 미진단상태의 환자들을 한 곳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진료하고 판단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유리하다”며 “국립 중앙희귀질환센터가 설립되면 미진단 환자들의 임상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돼 희귀질환 진단까지의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들의 진단 지원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들은 미진단 질환 진단지원 프로그램(UDP)을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중단된 상태”라며 “진단지원 프로그램의 핵심은 ‘임상 연구’이기 때문에 다양한 검사와 세계 학계의 최신 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희귀질환을 더 빠르게 진단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권 교수는 극희귀질환 산정특례 지정 의사 수를 제한하거나 치료제가 고가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병원에 따라 희귀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가의 수와 역량이 다른데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중복진료를 받고 시간 낭비를 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병원별로 임상유전체의학의 역량과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전문의 수를 반영해 지정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가의 의약품을 건강보험에 적용할 때는 보험회사와 협상이 필수적인데, 협상 기간이라도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게 임시 사용승인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비싼 약값에 치료 포기… 갈 길 먼 지원 ‘환자 발목’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⑩]

정부의 제2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2022~2026년)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희귀질환자들에 대한 지원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상당수 희귀질환자들이 고가의 치료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가 하면 산정특례 등록을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직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한 미진단 희귀질환자들은 수십년째 고통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 ‘비싼 치료제’ 의료비 부담…희귀질환자에겐 ‘그림의 떡’ 희귀질환자들은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거나 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치료제들의 비용 부담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한 조사에 따르면 희귀질환자의 30.2%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복용 또는 투약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치료가 필요하지만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서’를 꼽았다. 결국 희귀질환자 3명 중 1명은 고가의 치료제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질환이 나타난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많다. 투병 전 생활과 투병 후 현재 생활 수준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생활 수준이 낮아진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4.8%에 달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2년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확대’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한 뒤에도 여전히 치료제 가격이 환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급여 적용이 안돼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희귀질환으로 ‘척수성 근위축증(SMA)’이 있다. 급여 심사에 탈락한 환자들은 치료제인 스핀라자의 가격 부담이 커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 A씨는 “스핀라자 치료를 받을 때는 호흡이 안정적이었는데 심사 탈락으로 치료가 중단된 이후에는 호흡 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적어지는 등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출신인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 보건복지위원회)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약값 부담을 환자 개인에게만 지우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무한 기다림…극희귀질환 산정특례 진단요양기관 ‘허점’ 이 같은 치료비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산정특례 적용을 받아 치료비 지원을 받는 게 절실하지만, 극희귀질환자의 경우 오히려 산정특례 적용을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무조건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 속한 특정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단 가능 병원 및 의사의 제한은 극희귀질환자들에게는 무한 대기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진단의 난이도가 높고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한 극희귀질환, 상세불명 희귀질환 및 기타염색체이상질환(이하 극희귀질환 등)에 대해 지난 2016년부터 진단요양기관을 지정, 극희귀질환 등의 산정특례 등록을 전담하게 하고 있다. 희귀질환 또는 유전자 클리닉이 설치돼 있는 상급종합병원 이상 요양기관만 승인이 가능하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국내에는 47개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8개 병원(지난 1월 기준)만 산정특례 진단요양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희귀질환자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의 경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안산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아주대학교병원,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등 총 5개 병원에 그친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라고 하더라도 산정특례 등록을 하려면 새로운 의사를 만나기 위한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가 형평성을 이유로 산정특례 등록이 가능한 의사를 ‘해당 요양기관장이 추천하는 5인 이내’로 한정해서다. 결국 환자들은 평소 극희귀질환으로 진료를 받던 담당 전문의 대신 등록 가능 의사에게 재차 진료 예약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병원 수나 의사 수가 제한적이다보니 수개월을 기다려도 지정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게다가 해당 진료 예약이 실제 진료를 위한 게 아닌 간호사실에서 산정특례 신청서만 작성하기 위한 예약인 경우가 많아 옥상옥 성격의 제도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일보가 만난 극희귀질환자 B씨는 산정특례 신청을 문의한 뒤 ‘담당 교수가 아닌 지정된 교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5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그는 “당일 지정 교수의 진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간호사실에서 신청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나의 병을 잘 아는 담당 교수님이 산정특례 신청서를 작성해 주는 게 왜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희귀질환자들이 의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정특례에 등록돼 있어야 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주환 보건복지부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위원은 “병원별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극소수의 인원만 산정특례를 지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정부는 환자들의 현실을 고려해 전문성을 가진 의사는 전부 산정특례를 지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병명조차 없는 환자들…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미진단 희귀질환자 더 큰 문제는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한 ‘미진단 희귀질환자’다. 이들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는 빠져 있다. 희귀질환관리법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려면 유병인구가 2만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 또 ▲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적은 경우 ▲후천성(이차성) 질환인 경우 ▲진단 및 진단기준이 불명확한 경우 등도 희귀질환 지정에서 제외된다. 동일한 질환인데도 선천성인지 후천성인지에 따라 지정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차성질환’인 후천성 단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C씨는 국가지정관리 대상으로 지정되지 못해 의료비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짧아진 장 때문에 영양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음식을 섭취할 수 없다. 그는 “정맥 영양주사, 매일 처방받는 약값, 피검사 비용 등 의료비로 한 달에 300여만원이 든다”며 “증상이 똑같은 선천성은 등록해 주면서 왜 후천성은 차별하냐”고 토로했다. 오주환 보건복지부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위원은 “병원별로 전문 분야를 나눠 증상이 나타난 환자에게 해당 병원을 이용해 빠른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종 진단을 받을 때까지 소급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환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과 관계자는 “미진단 희귀질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희귀질환 지정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원 예산 ‘싹둑’… 희귀질환 고통 ‘외면’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⑨]

정부가 올해 희귀질환자 지원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희귀질환자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희귀질환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는 이 같은 상황에도 희귀질환자를 위한 지원 사업에 손을 놓고 있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정부와 시·군이 각각 50%씩 비용을 내 산정특례 적용을 받는 희귀질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사업이다. 주로 의료비와 간병비, 특수식이 구입비 등을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의 정부 예산이 올해 약 10%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62억9천만원이던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327억5천만원으로 줄었다. 질병관리청은 희귀질환자 증가세와 고가의 약값 등을 이유로 종전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전년 대비 10%를 증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10%를 삭감한 것이다. 희귀질환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 역시 사업 예산이 크게 줄었다. 경기도가 자체 예산을 들여 희귀질환자를 지원하는 사업이 없어 국비 감소의 영향이 희귀질환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게다가 도는 희귀질환자수가 지속해 증가함에 따라 4년 전, 관련 조례를 만들고도 예산 확보는 물론 사업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도내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자 수는 2021년 4천400명, 2022년 4천673명, 2023년 5천400명으로 증가세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전국 희귀질환 산정특례자 2만6천690명 중 20%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올해 도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국비 50%+시·군비 50%)은 149억여원으로 지난해(약 180억원) 대비 18%가 감소했다. 희귀질환자 수는 늘고, 예산은 줄면서 저소득 희귀질환자의 의료비 미지급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지만, 법적 근거도 있는 도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는 2020년 12월, 희귀질환자 급증에 따른 지원 필요성에 공감해 ‘경기도 희귀질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해당 조례는 희귀질환자 관리 및 지원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고, 희귀질환 관리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한 상담, 교육 및 홍보 등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나 협회에 대한 경비 지원도 명문화 했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된 지 4년이 지나도록 희귀질환자를 위해 도가 세운 자체 예산은 ‘0원’, 관련 사업 역시 전무하다. 도 관계자는 “정부에서 국비가 내려와서 희귀질환자들에게 의료비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도 자체적으로 예산을 세워 진행하는 사업은 없다”면서도 “희귀질환자를 위한 지원 조례가 있는 만큼 내년도 예산 수립 과정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천항만공사, 다문화가정에게 문화예술 체험 기회 제공

인천항만공사(IPA)는 지난 5~6월 2개월간 인천지역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문화공연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IPA 문화예술지원사업’을 했다고 31일 밝혔다. IPA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양구가족센터는 문화 소외계층인 다문화가정 부모와 아동이 각종 문화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이번 사업을 기획, 인천지역 8개 군·구에서 참여자를 모집했다. 사업 기간 총 788명의 다문화가족이 어린이뮤지컬, 오케스트라 공연, 과학마술콘서트 등 8차례에 걸친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업에 참여한 한 다문화가정 부모는 “평소 문화공연을 접하기 어려운데, 이번 기회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번과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재완 IPA ESG경영실장은 “다문화가정과 같이 문화예술 향유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사회 문화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PA는 지난해 ‘섬 지역 어르신 그램책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대이작도 주민을 대상으로 도서·책꽂이 및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책 공연을 했다.

염태영, 행안부 특교 5억원 확보…“수원 권선·영통 주민 불편 해소 기대”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수원무)은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장 리모델링 사업’과 ‘권선1동 공영주차장 조성’에 필요한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5억원을 확보했다고 31일 밝혔다. 해마다 1만여명 이상의 교육 수강생과 공원 이용객이 방문하는 영통구 어린이 교통안전교육장은 지난 1998년 준공 이후 20년 이상 경과한 탓에 시설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 주민들과 청소용역근로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특히 지붕 및 바닥 누수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시설물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염 의원은 교통안전교육장 건물 리모델링 공사에 필요한 사업비 3억원을 확보했다. 염 의원은 수원시 권선구 권선1동 공영주차장 조성에 사용될 사업비 2억원도 확보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권선1동 지역에 공영주차장이 조성되면 ▲주차난으로 인한 주민 불편 해소 및 주차질서 확보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긴급상황 발생 시 소방차 등의 골든타임 확보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염 의원은 “더 겸손하고 더 낮은 자세로 오직 민생과 민심의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고 수원 권선·영통 주민들의 생활 속 작은 불편을 개선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앞으로도 수원무 주민께서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기고] 보릿고개

인생을 논의할 때 누군가가 말했다. 늦었다 싶을 때가 늦지 않았다고. 도전하는 노력의 자신감이 희망일 때 힘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삶에 찌들어 여유도 없이 자신의 보다 나은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우리 안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잘못과 그늘이 있었는지 미처 살펴보지 못했다. 젖은 베갯머리 찬바람 휘어드는 어느 길목 모퉁이 주린 배 움켜쥐며 낮은 고개도 힘겹게 넘어가는 무거운 구름 같은 우리의 인생살이. 예전부터 우리는 단 한번도 여봐란 듯이 잘살아 본 적도, 마음 편히 살아 본 적도 없는 나라였다. 6·25전쟁은 힘겹고 메마른 배고픔의 보릿고개는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진지는 잡수셨습니까’ 애처로운 인사를 주고 받으며 어렵게 살아온 우리였다. 잘 살아보세란 새벽잠을 깨운 새마을운동이 가난을 떨쳐버리는 능력만이 내일의 희망이었다. 1950년 전쟁이 휩쓸고 간 잿더미 위 이 나라 이 겨레의 가난의 상징이 보릿고개였다. 우리나라 봄철 기근을 가리키는 춘궁기는 지난 가을에 추수한 쌀이 바닥나는 5월과 6월에는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게 되는 때 보리타작 때까지 보릿고개라 불렀다. 요즘 세대는 보릿고개란 말 자체도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그리 머지않은 세월의 저편에 묵은 곡식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고 농촌의 사정이 가장 어려울 때를 비유하는 말이다. 가난의 눈물로 얼룩진 구황(救荒)작물은 곡식 대용으로 들녘에서 마구 자란 뚱딴지 돼지감자, 피, 칡뿌리, 풀뿌리를 캐서 죽을 쒀 먹거나 소나무 껍질 속 연한 곳을 먹었다. 게다가 백토(白土)라 하는 입자가 매우 고운 흙을 물에 개어 쪄서 먹는데 소화할 수 없는 성분이라 배앓이를 해야 했다. 배고픔 속에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교육의 세계화와 첨단기술로 이들이 경제 부흥을 일으켰다. 꽃이 지는 아픔의 자리에 열매가 열린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눈을 뜨기까지 자원도 없는 우리는 기술집약 산업으로 우리 삶의 질 향상과 배고픔에서 배부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 않았는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의정부시-경기연구원,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 추진 등 모색

의정부시가 경기연구원과 기업유치 전략,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 추진 등을 모색했다. 의정부시는 31일 오전 시청 상황실에서 ‘의정부시-경기연구원 주요현안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김동근 시장과 주형철 경기연구원장을 비롯해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 시정 정책 주요 이슈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간담회에서 ▲의정부 여건 분석 및 발전 과제 설정 ▲의정부시 기업유치 전략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 추진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국가디자인클러스터 조성 ▲의정부역세권 개발 마스터플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CRC, 의정부역 근린공원, 행복로 등을 방문, 사업 현장을 시찰하며 추진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주형철 원장은 “민선 8기 의정부시의 가시적 성과 확보를 위한 정책연구와 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핵심사업 추진과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동근 시장은 “시정 현안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경기연구원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번 간담회를 통해 논의된 사항들을 시정에 반영해 주요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한동훈 회동…정책위의장 교체 임박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회동 이후 서범수 사무총장이 31일 임명직 당직자 일괄사퇴를 요구하면서 수도권 중진 중용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30일) 윤 대통령을 만나 ‘2부속실 설치’와 당 정책위의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당 대표가 새로 왔으니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당 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에 대해서는 일괄 사퇴해 줬으면 한다는 말을 사무총장으로서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또 “(당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우리가 새롭게 하는 모양새를 만드는 그런 차원”이라며 당직자 일괄사퇴 요구를 한동훈 대표와 논의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주말 개최 예정인 고위 당정협의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정점식 정책위의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거취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총장은 한 대표와 정 정책위의장이 만났는지 묻는 말에 “오늘 만난 것 같다. 고위 당정 회의 때문에 정책위의장으로서 (대표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정 정책위의장 교체에 한 대표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서 총장은 이어 ‘당직 인선 발표 시점’과 관련해 “저희가 일괄 사퇴서를 받아보고 그 이후에 정리가 돼서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곧바로 여권 안팎에서 새 정책위의장으로 4선의 김도읍 의원(부산 강서), 3선의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 3선의 송석준 의원(이천) 등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다만, ▲추경호(대구) ▲정점식(경남) ▲서병수(울산) ▲김재원(경북) ▲김민전(부산) 등 영남권 출신인 상황에서 다시 영남권 중진을 중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반면, 한동훈 지도부에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은 수도권 3선(송석준·김성원 등)을 발탁해 4·10 총선 참패를 극복할 수 있는 ‘수도권 대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여론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가 바뀌었는데 황우여 비대위에서 임명된 정책위의장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라며 “지도부 1명을 교체하는 것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