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남극의 심리학

남극장보고과학기지는 동계 기간 고립된 공간이다. 반경 350㎞ 내에 인간은 기지에서 월동하는 18명밖에 없기에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고립된 공간이다. 이 지역은 얼음을 제외하고 흐르는 맑은 물도 전기도 없는 곳이기에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아직 남극 대륙과 문명 세계를 잇는 해저케이블도 없기에 이곳에서 유일하게 문명 세계와 연결되는 것은 위성통신망뿐이다. 문명 세계에서는 인터넷이 비록 가상일지라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인터넷 화면을 내려놓고 바깥으로 나가면 만나는 현실은 눈과 얼음뿐이다. 내 머릿속 세상과 바깥에서 마주한 현실의 차가 클 때 그 고독감은 배가 된다. 고립된 현실이 해가 뜨지 않는 극야와 맞물려 생겨나는 고독감을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월동 생활에 있어 성공을 결정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또 하나의 요인은 인간관계가 매일 마주하는 18명으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통해 외부 소식을 접하더라도 결국 현재 내 삶 속에서 큰 영향을 받는 일들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생활 공간에 정해진 인원만으로 계속되는 일상은 사고(思考)와 신경(神經)의 폭을 극히 제한한다. 바깥세상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만한 일들도 이곳에서는 제한된 사고 범위 속에서 고요한 연못에 던져진 돌처럼 계속되는 증폭작용으로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이 고요한 증폭작용을 멈추기 위해선 영상을 보거나 가무(歌舞) 활동을 통해 요즘 한국에서 자주 회자하는 ‘도파민’ 자극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심리적 고립이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전이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 사람의 감정이나 태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에 구성원 중 하나로서의 나의 태도와 심리적 통제가 아울러 중요하다. 한 사람의 심리적 분출은 타인에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함께 시끌벅적 이야기하고 활동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또 반대로 개인들에게 독립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도 필요하다. 이처럼 남극은 심리적 ‘밀고 당기기’가 일어나는 복잡하고 세밀한 심리 활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심리적 ‘밀고 당기기’는 제한된 물자 배분과 맞물려 심리적 작용과 반작용 활동을 만들어 낸다. 제한된 물자라도 과감하게 풀어 놓으면 소비 속도가 빠르지 않고 계속 놓여 있지만 무엇인가 소비 속도의 변화로 특정 물품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그 물품은 내놓는 즉시 소진돼 버린다. 그렇기에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또 다른 심리적 ‘밀고 당기기’를 통해 제한된 만족을 위한 최적점을 찾아내야 한다. 다행히 필자가 속한 제11차 월동대는 상호 존중과 배려 깊은 마음으로 생활해 큰 무리 없이 극야 기간을 잘 보내고 남극 횡단산맥 뒤편에서 점점 밝아오는 여명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다. 남극과 같은 고립된 환경에서 한국인의 심리적 활동에 관한 연구가 적어 아쉬움이 있지만 ‘제한’ 속에서 더 도드라지는 심리 활동 공간이기에 남극 연구의 지평이 심리학으로도 넓어지길 바란다.

女양궁 10연패 견인 ‘인천시청’ 전훈영 "행복합니다"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10연패 달성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합니다.” 28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에서 임시현(한국체대)·남수현(순천시청)과 함께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선사한 ‘맏언니’ 전훈영(30·인천시청). 이날 한국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중국 리 지아만, 안 치쉬안, 양 샤오레이를 세트 스코어 꺾고 5대4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금메달을 획득, 10연속 정상에 올랐다. 전훈영은 인천에서 태어나 서면초, 인천여자중, 인일여고를 거친 ‘인천의 딸’이다. 초등학교 때 양궁부 코치의 권유로 활을 잡은 전훈영은 2014년 경희대 재학 시절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 그해 종합선수권 우승 등 두각을 나타냈다. 2022년 인천시청에 입단해 이선영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을 쌓아나간 전훈영은 지난 4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서 2위에 올라 30살 나이에 첫 올림픽에 출전했다. 전훈영은 이번 한국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로서 ‘1번 사수’로 나서 활약을 보여줬다. 이선영 감독은 전훈영의 강점으로 침착함과 정확성을 꼽았다. 전훈영은 8강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승전서 침착하게 10점을 잇따라 꽂아 우승에 기여했다. 전훈영은 경기를 앞두고 “첫 올림픽 무대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늘 하던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즐겁게 하겠다”며 “한국 여자양궁팀의 단체전 10연패를 목표로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밝혔고 그 약속을 지켜냈다.

[오늘의 운세] 7월 29일 월요일 (음력 6월 24일 /甲午) 띠별 / 생년월일 운세

쥐띠 丙子 36년생 문서차량 변화 여행출행시비조심 자손만남 戊子 48년생 만사불리 금전복잡 관재망신 말실수 조심 庚子 60년생 투자재물 손해 부부갈등 음주운전 조심 壬子 72년생 직장문제로 고민 질병으로 병원출입 탈선조심 甲子 84년생 여행출행 바쁜나날 재물손해 친구들모임 丙子 96년생 마음의 변화 출행여행 음식대접 고민해결 길(吉) 소띠 丁丑 37년생 가택안정 매사원만 금전해결 계약가능 길(吉) 己丑 49년생 명예상승 승진가능 계약성사 재수대길 길(吉) 辛丑 61년생 연인과 데이트 하고 재물지출 실속없는 편 癸丑 73년생 직장 스트레스 기분손상 재물지출 많을 때 乙丑 85년생 재물지출 투자손해 주점출입 흥청망청 丁丑 97년생 차량문서 해결 선물 생기고 귀인도움 만사 길(吉) 호랑이띠 戊寅 38년생 질병조심 자손걱정 생기나 문서문제 길(吉) 庚寅 50년생 재물지출 오락탈선 음주 대인 오락 투자불리 壬寅 62년생 음식대점 직장해결 자손기쁨 데이트 성사 甲寅 74년생 친구형제 모임 직장해결 재물원만 술조심 丙寅 86년생 문서시험 원만 부모 집안문제 과욕은 금물 戊寅 98년생 일시적 컨디션 다운 오후는 모임갖고 해결 토끼띠 己卯 39년생 자손경사 계약성사 명예상승 만사 해결할 때 辛卯 51년생 재수는 원만하나 건강은 불리 실속없고 분주 癸卯 63년생 마음의 변화 건강불리 재물지출 과음조심 乙卯 75년생 경쟁탈락 재수불리 시비구설 음주운전 조심 丁卯 87년생 운기왕성 시험원만 모임갖고 능력도 인정 길(吉) 己卯 99년생 인기상승 모임성사 귀인노력 능력발휘 대길 용띠 庚辰 40년생 재물성사 운수왕성 자손도 경사 매사안정 壬辰 52년생 음식대접 직장고민 해결 자손경사 만사 길(吉) 甲辰 64년생 남을 위해 봉사해야 길(吉) 가정에 충실해야 길(吉) 丙辰 76년생 직장해결 시험합격 귀인도움 능력발휘 길(吉) 戊辰 88년생 컨디션 불리 가정불화 소식듣고 과음조심 庚辰 00년생 재물성사 투자투기 주점출입 즐거운 모임 뱀띠 辛巳 41년생 가족들을 위해 돈을 써야 편안하고 무난해 癸巳 53년생 직업자손 고민 재물지출 주점출입 조심 乙巳 65년생 투자재물 손해 직장고민 자손고민 헌신해야 丁巳 77년생 부모님 도움 상사의 후원 시험합격 만사 길(吉) 己巳 89년생 일진평범 부모님 소식 여행무난 급체조심 辛巳 01년생 데이트 성사 일진 무난하나 건강과 무리수 주의 말띠 壬午 42년생 음식대접 직장해결 모임성사 기분 상쾌해 甲午 54년생 경쟁관계 발생 남을 인정하고 봉사해야 무난 丙午 66년생 부모님 가족걱정 동분서주 실속없는 하루 戊午 78년생 일진불리 친구와 트러블 감정대립 한발양보 庚午 90년생 술조심 인기있고 대우 받으나 실속없고 바쁜나날 壬午 02년생 학업직업 상담 음식 생기고 대우받고 만사해결 양띠 癸未 43년생 자손문제 고민직장 및 사업문제 원만 길(吉) 乙未 55년생 돈거래 불리 사업손해 오락탈선 음주조심 丁未 67년생 귀인도움 문서 차량 시험 구직 등 원만성사 己未 79년생 인기있고 좋은소식 오고 소원성취 만사 길(吉) 辛未 91년생 재수왕성 가족화합 연인화합 승승장구 원숭이띠 甲申 44년생 재물지출 자손불화 직업고민 친구모임 丙申 56년생 문서고민 시비발생 재물지출 음식조심 戊申 68년생 오전은 기분손상 오후는 소식듣고 평범해 庚申 80년생 주점 출입하고 모임성사 용돈 생기고 길(吉) 壬申 92년생 고민해결 음식대접 운수왕성 재수도 대길 닭띠 乙酉 45년생 타인으로 손해 직장문제 마음갈등 부부언쟁 丁酉 57년생 문서해결 계약가능 귀인도움 행운오고 길(吉) 己酉 69년생 명예상승 구직성사 시험합격 운수왕성 길(吉) 辛酉 81년생 사랑에 빠질 때 마음갈등 생기나 반길반흉 癸酉 93년생 직업고민 재물지출 술 오락손해 탈선주의 개띠 丙戌 46년생 가택서류 차량 상가 문제해결 고민해결 戊戌 58년생 명예를 탐하다 망신 음주 대인 우연한 만남 조심 庚戌 70년생 주점출입 재물지출 연인 데이트 즐거워 壬戌 82년생 친구가족 만나 음식대접 즐거운 데이트 길(吉) 甲戌 94년생 동료모임 여행출행 즐거운 날 오락장 출입 돼지띠 丁亥 47년생 시험합격 문서문제 원만 능력발휘 大길(吉) 己亥 59년생 명예상승 계약성사 운수왕성 만사해결 辛亥 71년생 직장갈등 질병으로 병원출입 명예실추 조심 癸亥 83년생 술 음식으로 재물지출 매사 양보 봉사해야 乙亥 95년생 경쟁발생 재물지출 음식 술 생기고 모임 청년철학관 작명연구소 서일관 원장

한국 女양궁, 단체전 올림픽 10연패 ‘신화를 쐈다’ [파리 올림픽]

대한민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서 10회 연속 우승의 신화를 썼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벌어진 여자부 단체전 결승서 전훈영(인천시청)·남수현(순천시청)·임시현(한국체대)이 팀을 이뤄 리 지아만·양 샤오레이·안 취시안이 출전한 중국을 슛오프(연장전) 끝에 세트 스코어 5대4로 힘겹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단 한번도 우승을 내주지 않고 10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1974년 뮌헨 대회서 정식 종목으로 양궁이 채택된 이후 이날까지 발생한 전체 46개의 금메달 중 한국은 절반이 넘는 28번째 금메달을 획득, ‘양궁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예선 라운드 1위로 톱 시드를 받은 한국은 멕시코를 5대3으로 꺾고 올라온 2번 시드의 중국을 맞아 1세트서 ‘맏언니’ 전훈영이 연속 10점을 쏘는 활약에 힘입어 56-53으로 앞서며 승점 2점을 선취해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2세트서도 한국은 임시현이 연속 10점을 쏘며 양 샤오레이가 분투한 중국에 55-54로 앞서 승점 2를 보태며 4대0으로 달아나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듯 했으나 3세트서 잠시 주춤하며 51-54로 뒤져 4대2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한국은 마지막 4세트서 단 한발의 10점도 기록하지 못하며 기대했던 임시현이 연속 8점을 쏘는 바람에 53-55로 뒤져 4대4로 동점을 허용하고 슛오프에 돌입했다. 슛오프서 선공을 한 한국은 전훈영이 10점을 쏴 승기를 잡은 후, 중국은 리 지아만이 8점을 쐈다. 이어 남수현이 9점을 기록했고 양 샤오레이가 10점을 기록해 19-18로 리드했다. 임시현이 마지막 발서 10점을 쏴 안 취시안이 9점에 그친 중국에 29-27로 승리해 경기를 마무리 했다. 앞선 8강전서 부진했던 전훈영은 4강전서 서서히 안정을 되찾은 뒤 결승서는 6발 가운데 4발을 10점에 꽂는 활약을 펼쳐 대한민국의 10연패 달성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서 1회전을 거치지 않고 8강에 직행한 한국은 미국을 꺾고 올라온 대만을 맞아 초반 다소 저조한 경기를 펼친 끝에 세트 스코어 6대2로 승리를 거뒀다. 이어 8강전서 인도를 꺾고 올라온 네덜란드를 상대로 벌인 4강전서 한국은 벼랑끝 탈락 위기로 내몰렸다가 강한 멘탈로 회생했다. 1세트를 57-53으로 2점을 선취했으나, 2세트를 52-53으로 아쉽게 내줘 2대2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3세트서 두번째 발을 모두 10점에 꽂은 네덜란드에 57-58로 뒤져 2대4로 역전을 내줬다. 비기기만 해도 탈락하는 상황서 맞이한 4세트서 한국은 5발을 10점에 꽂고 9점 1개를 기록해 59-51로 크게 앞서 승부를 슛오프로 몰고갔다. 3명이 1발씩을 쏜 슛오프서 한국은 9·10·7점을 쏴 8·7·8점에 그친 네덜란드를 26-23으로 제쳐 5대4 신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편, 3·4위전에서는 멕시코가 네덜란드를 세트 스코어 6대2로 제치고 단체전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일자리·인프라…서울행 이유 多 있다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②]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경기도 청년들은 서울로의 잦은 이동을 반복합니다. 왜 '서울'을 택하고 '경기도'를 비울까요. 지역별로 분석해 봤습니다. ■ “내 일자리로 '제조업'은 싫어”…눈 돌리는 청년들 교통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진 경기 서부권에는 국내 대표 산업단지인 시화·반월산단이 있습니다. 중소 제조기업을 중심으로 가동되며, 시흥·안산 외에도 인근의 수많은 지역 일자리를 책임지는 곳입니다. 산단 가까이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와 한국공학대학교 제2캠퍼스 등이 위치한 만큼 산학협력도 비교적 수월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일대에서 '청년'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노동자 상당수는 중장년층 이상인 데다가, 취업을 준비하는 지역 청년 대부분도 제조업에 몸 담기를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청년층(15~29세 취업자)의 취업·근무 선호 업종은 ‘정보통신업’, ‘전문 연구개발업’,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등 정보기술(IT)을 다루는 업종이나 플랫폼 기업 쪽 분야로 추려집니다. 통계청 ‘2024년 4월 고용동향’만 봐도, 전국 청년층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만9천명 감소한 가운데 청년 선호 업종이 선방한 편입니다. 예컨대 연구개발업계 고용보험 가입자가 최근 1년 동안 14만9천명에서 15만1천명으로 1.7%포인트 늘어난 식입니다. 하지만 경기도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상황은 다릅니다. 첨단바이오산업이 몰린 충북 오창, 자동차·조선·철강이 집중된 경북 포항 등의 산단과 달리 수도권 ‘제조 산단’의 메리트가 크지 않아서 청년 인력이 점점 더 빠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단 내 청년 근로자 비중은 20%도 채 되지 않고,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에 한정하면 15% 아래에 그치고 있습니다. 시흥에 거주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 남상은 씨(25)는 “시흥에서 나고 자랐지만 시흥 내 산업단지에 취직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근무 여건이나 복지 등을 살펴봤을 때 제조업계는 물론, 산단 내의 현실이 좋지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지역색 지워져도 그저 '서울 생활권' 어필만 경기 동부권은 어떨까요. 성남 판교에서 지하철로 40분 이동하면 도착하는 여주역의 모습은 황량했습니다. 역 주위는 드넓은 공터가 자리했고, 그마저도 주차된 차량들이 가득 찼습니다. 먼 거리에 아파트 한두 채가 보였지만 도보로 수십 분을 이동해봐도 마트나 병원을 찾아보긴 어려웠습니다. 시청·여주역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과 멀어져 그나마 최대 관광지인 신륵사 부근 신도심을 가도, 빈 건물이 널려있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관도 하나 없는 여주시 곳곳엔 그저 'GTX-D 노선 유치…서울 생활권 됐다'는 문구의 현수막만 내걸렸을 뿐이었습니다. ‘여주만의 지역색’이 묻은 곳을 볼 수 없었습니다. 여주에 사는 취업 준비생 박현진씨(25)는 “우리 지역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여주에서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하고 싶진 않다”며 “청년들이 여주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적어 지자체 차원에서도 ‘서울과의 접근성’을 강조하는 게 홍보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1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용인특례시도 ‘서울 생활권’을 앞세웁니다. 용인시 동백에서 화성 동탄신도시까진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3번 갈아타고 1시간 20분이 소요됩니다. 반면 동백에서 서울 강남역까진 광역버스로 1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합니다. 22㎞ 떨어진 동탄보다 34㎞ 떨어진 서울이 더 빨리 도착한다는 의미입니다. 용인이나 동탄이나 경기도 안에서도 즐길거리는 많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이 ‘강남’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용인에 사는 박성준씨(23)는 “같은 경기도 안에서 인근 지역으로 갈 때와 서울로 향할 때의 이동 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며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주변에 다양한 인프라가 더 많은 서울로 향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습니다. ■ 경기 북부, 신도시 품어도 인프라 ‘텅’ 최근 인구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파주시와 양주시. 두 지역은 각각 운정 신도시와 옥정·회천 신도시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신도시여도, 수도권 규제와 군사 규제 등 6개의 중첩 규제를 받는 ‘경기 북부’라는 여건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현재 경기 북부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2천442만원으로, 경기 남부의 60% 수준입니다. 기업 유치가 어려워 일자리조차 구하기 버겁습니다. 갓 신혼부부가 된 청년층이 아이를 낳아 키우더라도 종합상급병원이 단 하나도 없는 지역에 남는 대신, 서울로의 이사를 택합니다. 속속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하려 해도,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청년층이 입주하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파주에 거주하는 백건종씨(26)는 “파주의 경우 경기도 내 다른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인데도 유명 토익학원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청년층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건, 놀거리건, 하다못해 ‘저렴한 집값’ 등이 받쳐줘야 하는데 경기 북부는 그 모든 부분에서 해당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경기 남부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경기와 서울을 잇는 여러 교통수단 중 최근 큰 관심을 받은 건 단연 김포 골드라인입니다. 하지만 2량 규모의 이 경전철은 기대와 달리 수요를 맞추지 못하며 '골병라인'으로 오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김포시에겐 짐이지만 이 짐마저 부러운 도시가 있습니다. 경기 남부권의 안성 이야기입니다. 안성은 현재 경기도에서 2곳 남은 '철도 불모지' 중 하나입니다. 1989년 안성선이 폐선된 이후 현재까지 철도선이 하나도 없고, 30년 넘게 ‘철도의 꿈’을 꿔왔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포천의 경우 2년 뒤(2026년) 7호선 도봉산 포천선의 개통이 예정돼 그나마 현재 상황을 모면할 수 있으나, 안성은 미지수입니다. 최근 ‘수도권 내륙선 광역철도 구축 사업’ 계획이 시동을 걸긴 했으나, 착공 시기 등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이라도 조기 추진돼야 안성의 철도시대가 개막할 것이라는 여론이 있습니다. 안성 내에 운행 중인 시내버스는 외곽으로 갈수록 기나긴 배차시간을 갖습니다. 정류장마저 발견하기가 힘듭니다. 청년들이 집을 구하러, 일을 잡으러, 공부를 하러 안성 안에서 이동하는 데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보니 자차를 활용하거나, 아예 서울로 떠나버리는 실정입니다. 경기 남부가 여타 권역에 비해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지만 이마저 수원특례시 등에 밀집된 탓에 ‘빈익빈 부익부’ 상태입니다. 안성에 사는 이현희씨(23)는 ”얼마 없던 버스마저 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나가려면 마을버스로 터미널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버스가 일찍 끊겨 택시나 부모님을 부를 때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안성이 경기남부에 있다지만 사실 충청남도와 가깝기도 한 만큼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처럼 경기도 사방팔방에서 청년들이 ‘우리 터전’을 떠나고 있습니다. 지역이 청년들을 서울로 내몰고 있진 않은지, 청년을 잃은 지역은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연우·조주현기자, 아주대 ADDRESS팀(경제학과 윤주선, 경영학과 임승재, 사회학과 이자민·정민규)

서울로 몰리는 경기 청년…이탈 '가속화'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①]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입니다. 이곳 경기도를 좋아하지만 앞으로도 경기도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미래는 그려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경기도를 떠나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을까요." 올해 설 연휴 직후 경기일보로 한 통의 연락이 왔습니다. 청년들이 경기도에서 밀려나는 이유와 현실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의식을 함께 고민하기로 한 경기일보는 5개월여간 아주대학교 재학생 4명으로 구성된 팀 ADDRESS와 함께 기획·취재·작성하며 고군분투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7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① “우리에게 서울행은 불가피한 선택” '왜 우리는 길바닥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할까' 이번 취재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일터도, 학교도, 문화시설도 부족한 것 없는 경기도지만 서울행을 택하는 청년들은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서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던 지난 3월 평일 오전 7시 무렵 수원역. 서울역으로 향하는 세 대의 무궁화호는 전부 '매진'이었습니다. 승강장에서 만난 현승호씨(26)는 '어디 가느냐'는 물음에 "서울"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은 왜 가느냐'고 묻자 현씨는 "출근길"이라며 "9시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데 집에서 수원역까지의 거리도 있다 보니 늦어도 오전 7시엔 출발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간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곽예원씨(23)는 등교를 위해 1호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학교 수업을 끝내고 다시 수원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3시간 30분. 이 중 3시간이 이동 시간입니다. 곽씨는 “1교시 학교 수업을 들으려면 이 시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오후 6시 수업 끝나고 수원역에 돌아오면 8시쯤 된다”며 “딱 학교 일정만 소화하는 데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다”고 했습니다. 주말도 다르지 않습니다. 친구와 함께 서울행 광역버스에 몸을 실은 이서유 씨(20)를 수원역 인근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성수동에서 친구들과 전시를 관람한 후 주변 팝업 스토어를 둘러볼 예정”이라며 “유명 전시와 팝업스토어가 모두 서울에서 진행되다 보니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도 아깝고, 금전적인 비용들도 부담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서울로 가고 있는 경기도 청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는 '주간인구지수'입니다. 낮 시간대 경기도에 인구가 얼마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표된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경기도의 주간인구지수는 94.5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아래에서 3등을 기록했습니다. 주간인구지수가 100을 넘으면 낮 시간대 인구가 순유입한다는 의미인데, 경기도는 통근·통학 등 이유로 순유출하는 인구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특히 ▲20~24세 91.6 ▲25~29세 89.0 ▲30~34세 89.2 등 '청년' 인구의 주간인구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낮 시간대 청년들이 경기도 밖으로 활발히 이동하는 셈입니다. 결국 경기도 청년들은 이동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가장 최근 자료(2020년 기준)만 봐도 통근·통학 인구가 ‘120분 이상’ 걸린다고 응답한 인구는 전국에서 경기도가 가장 많았습니다. 또, 경기지역 청년층의 노동조합인 경기청년유니온의 ‘경기도 청년 시간, 소득 빈곤 실태조사’(2017년)에 따르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20~30대 청년들이 하루 평균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14시간 36분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7시간 49분)을 제외하면 퇴근 후 경기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5분 뿐입니다. 청년들이 떠나면 지역의 경제활동은 축소됩니다. 특히 기업의 동태성(기업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정도) 감소에 치명적입니다. 김정호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생활 인구 감소는 소비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기업의 투자가 축소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기업에서 더 많이 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젊은 기업은 경제 전체 기업의 동태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며 “따라서 청년층의 유출은 기업의 동태성을 감소시켜 경제 전체의 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청년 유출은 지역 내의 생산기반 및 인프라를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한 지역의 이상적인 모습은 주거·생산·소비·생활 등의 통합적인 인프라가 구축된 모습인데, 주간에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은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박경숙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의 주간 이탈 문제는 경제적 자립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는 지역 고유의 생산 기반에 대한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인구 유출 문제는 문화나 복지, 교통 인프라 등의 약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그 지역은 소멸의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연우·조주현기자, 아주대 ADDRESS팀(경제학과 윤주선, 경영학과 임승재, 사회학과 이자민·정민규)

개정안 발의…권칠승 의원 “발암놀이터 원천봉쇄법 당연”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⑩]

경기도내 일부 초등학교와 유치원 탄성포장재 놀이터 바닥재에서 1급 발암물질 등 유해 물질이 다수 검출(경기일보 1일자 1·2·3면 등 연속보도)돼 논란이 일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국회의원(화성시병)이 학교보건법 및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학교 놀이터를 학교장이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명시하고, 놀이터 바닥재 하층부에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향후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가능해 보다 안전한 놀이환경 조성 효과가 기대된다. 경기일보는 지난 5월 경기지역 초등학교와 유치원 8곳을 무작위로 선정, 해당 교육기관 내 탄성포장재 놀이터 바닥재의 유해성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샘플링을 실시한 8개 교육기관의 모든 놀이터 바닥재 하층부에서 발암물질인 PAHs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2곳의 경우 아이들이 직접 접촉하는 상층부도 기준치를 넘겼다. 이러한 결과가 보도되자 학부모 단체는 물론 시민단체에서 탄성포장재 놀이터 바닥재를 사용하고 있는 교육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와 교체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권칠승 의원은 ‘학교보건법·환경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학교보건법 개정안 및 환경보건법 개정안이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먼저 학교보건법은 제4조(학교의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① 학교의 장이 유지·관리하여야 하는 학교시설에 ‘학교 놀이터(유치원·초등학교에 설치되는 시설)’를 명시했다. 그동안 학교장이 유지해야 할 시설에 체육관·기숙사는 포함돼 있는 반면 놀이터는 빠져 있어 놀이터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보건법 개정안은 제23조(어린이활동공간의 위해성 관리) ① 어린이활동공간에 대한 환경안전관리기준 규제 대상을 ▲도료, 마감 재료 및 합성수지·합성고무재질 바닥재 등에 들어있는 카드뮴, 수은 및 6가크로뮴의 함량 ▲도료 등에서 방출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및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의 방출량 ▲도료 등에 함유된 프탈레이트류의 함량 ▲그밖에 어린이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한이 필요한 환경 유해인자로 구체화해 신설한다. 그간 PAHs는 환경안전관리기준에 빠져 있었다. 이번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권칠승 의원을 만나봤다. Q.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은. A. 의정 활동을 하면서 어린이 안전과 교육환경 개선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지역의 학부모, 교사, 학생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어린이 통학 버스 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잠든 아이의 방치를 막는 소위 ‘한음이법’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바 있다. 이달 초 경기일보가 연재한 ‘놀이터 유해 물질’ 관련 기사를 눈여겨봤고,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 법안을 준비했다. Q. 개정안은 어떤 내용이며, 핵심 내용은 어떤 것이 있는지. A. 크게 2가지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에는 학교의 장이 환경위생을 유지·관리해야 하는 시설에 기존의 교실, 운동장, 체육관, 급식시설 등에 더해 놀이터를 포함했다. 환경보건법 개정안은 환경부 장관이 어린이 활동공간에 대한 유해인자를 평가하고 안전관리 기준을 정함에 있어, 최근 문제가 된 PAHs의 방출량을 포함하도록 했다. Q. 이 개정안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A.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학교 교육과 더불어 놀이와 운동을 즐기는 밀접한 활동공간이다. 그런데, 유해 물질에 방치되면서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법안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린이 안전 문제를 더욱 세심하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길 바란다. Q.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계획하고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A. 국회 교육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과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법안 통과는 물론 전국 단위의 조사를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관리하는 유해 물질의 종류를 늘리고, 보다 엄격한 환경안전 관리 기준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Q.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 공동체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다. 이에 대한 투자에 당연히 안전 문제가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안전과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어른들의 눈높이로만 바라본다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인식을 모두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경기인터뷰]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 “농업의 가치… 문화예술 콘텐츠로 싹 틔울 것”

‘이런 것도 농업박물관에서 할 수 있어?’ 이런 놀람이 농업의 가치와 역사, 미래에 대한 관심으로 마음에 가닿아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곳. 2022 년 12월15일 수원시 서둔동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농업박물관이다. 백지나 다름없던 박물관의 초대 관장으로 부임해 농업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그리고 명확한 색깔을 입혀내고 있는 황수철 관장(66)을 만나 박물관이 전하려는 농업의 가치와 문화적 함의를 물었다. 그는 “로컬에 대한 기대, 농촌으로의 회귀가 코로나 이후 새로운 문명에 대한 희구로 나타났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깨뜨리면 위기라는 걸 절실히 배우는 이때, 국립농업박물관이 매우 시의적절 하게 문을 열었다”며 “단순한 재미 요소를 넘어 농업과 작물이 사람들에게 친숙해지고 그 가치가 서서히 마음에 녹아드는 과정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Q. 국립농업박물관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A. 농업의 역사와 가치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0여년의 준비를 거쳐 2022년 12월 개관했다. 박물관이 자리한 이곳, 수원시 서둔동 일원은 한국 농업의 메카로 유서 깊다. 조선 후기에는 새로운 농사법 등을 활용한 농업 개혁의 꿈이 펼쳐진 곳이고 우리나라 농업 연구의 총본산이라 할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농과대학이 있었다. 박물관 뒤편 ‘여기산’에는 한국 근현대 농학 연구의 선구자인 우장춘 박사의 묘가 있다. 우리 농업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적 장소에 박물관이 개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Q. 초대 관장으로 토대를 닦으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다. A. 2022년 2월 부임하고 10개월 정도 박물관 개관 준비에 매진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개관 이후 농업을 문화·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조명한 전시, 교육, 문화 행사 등을 활발히 진행했다. 또 기후위기 등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알리고 야외 경작존 등을 선보이며 점점 수원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자평한다. 내부적으론 학예와 농업, 행정의 세 파트가 서로 발을 맞춰 나가도록 박물관 내 포럼을 매달 개최했다. 농업 관련 특정 주제, 학예 관련 주제를 서로 학습하고 맞춰 가는 과정을 만들었다. 그런 정성들이 하나둘 모여 7월 기준 누적 관람객 82만명을 돌파했다. 농업의 역사와 농경문화의 보고(寶庫)로 국민 모두를 위한 교육과 힐링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Q. 다채로운 농업을 보여주기 위한 국립농업박물관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나. A. “생각한 것과 딴판이다.” 관람객들에게 이 말을 듣고 싶었다. 농업 하면 떠오르는 보편적인 이미지들이 있지 않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고품격 문화예술의 터로 만들고자 했다. 즉, 지역 농업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전시나 내부 구성을 탈피하는 게 숙제였다. 그래서 제1회 기획전시도 농업을 문화예술로 풀어내려 했다. 전시명을 ‘농(農), 문화가 되다’로 지어 차별화된 유물과 작품들을 선보였다. 직원들도 품격 있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농업이란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면서도 이미지메이킹하는 전시 제목, 현대적인 색깔 등 관람객들이 농업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Q. 사회와 농업 간 괴리가 크다. 국립농업박물관이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가. A. ‘나’와는 별개의 일로 치부하던 농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농업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사시사철 포근하고 정겨운 농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랑이논밭에서는 농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를 위해 직접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박물관은 사라져 가고 잊혀지는 농업유산을 보전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그 부분과 관련해 1만5천점가량의 농업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의 중요한 기능인 자료수집·보존을 위해 아카이빙도 올해부터 진행한다. Q. 올해 주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 A. 현재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4년 제1회 기획전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을 진행 중이다. 전시동 중앙홀에서는 감자 전래 200주년을 기념한 테마전시 ‘추앙하라! 감자’를, 오는 8월18일까지 여름방학맞이 특별곤충전시 ‘알록달록 누에와 곤충마을로 떠나요!’를 진행한다. 8월 말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박물관에서 농업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9월 이후에는 연중 행사인 국립농업박물관 문화제, 제2회 기획전도 있다. 발효, 장류를 주제로 ‘기다림의 맛’을 준비 중이다. 이와 연계한 행사와 영화제, 음악회, 장터 등등 다양한 볼거리도 집약적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Q. 경기도, 수원에 자리 잡은 최초의 국립농업박물관인 만큼 지역사회와 연계한 협업도 중요할 텐데. A. 박물관은 지역사회와 유리돼서는 존속할 수 없다. 스타필드 수원, 수원문화재단 등과 협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 유관기관, 일본과 유럽 등 해외 농업기관들과의 교류·협력도 강화하며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발돋움하려 한다. 특히 외국의 많은 국가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배우려고 오는데 기능은 익힐 수 있으나 정신과 문화는 없다. 여기 박물관에서 농업의 그 정신과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축만제 주변에 숙소를 마련하고 그 주변을 농업 메카로 다시 만들면 수원이 세계적인 농업 교육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경기도와 수원 역시 농업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Q. 국립농업박물관의 지향점이 궁금하다. A.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젊고, 품격 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스밈 혹은 스며듦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억지로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박물관이어야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곳이다. 직원들에게도 강조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우리는 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농업에 접근해야 하고, 무엇이든 최고의 품격을 담아 전시와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Q. 한쪽에선 지방 소멸, 농촌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농업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생태와 생명이 화두가 되는 세상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존 산업문명의 한계가 분명해졌고 새로운 생태문명 내지는 새로운 생명문명의 모색이 세계 모든 나라의 당면 과제가 됐다. 생태위기,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이슈를 도외시하고는 농업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새로운 생태문명의 시대는 지구생태계와 인류의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농업의 다양성이 극대화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유기농업, 순환농업 등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의 성과도 최대한 활용되는 방식의 농업이 활발해질 것이다. 다양성과 공생이 미래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라 본다. Q. 결국 그 미래를 보여주는 게 박물관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이자 목표 아닌가. A. 물론이다. 우리 박물관도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 가령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 국립농업박물관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관 1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후위기 시대, 공생의 길을 묻다’는 그 일환이었다. 박물관 야외 논에서는 생물다양성 교육 관점에서 토종 벼를 심고 있으며 다랑이밭에는 퍼머컬처(permaculture) 텃밭을 조성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수직농장(vertical farm)을 통해 스마트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식물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의 식생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의 전시와 교육·체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우리가 가야 할 미래임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女 공기권총 오예진·김예지, 12년 만에 金·銀 ‘경사’ [파리 올림픽]

한국 여자 사격의 ‘간판 듀오’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예진, 김예지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서 열린 공기권총 결선에서 각각 243.2점, 241.3점을 쏴 1, 2위를 차지하며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오예진은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세웠던 240.3점을 넘어선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했다. 결선은 8명의 선수가 2시리즈(각 5발) 동안 총 10발을 쏜 후 2발씩 단발 사격해 총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1명씩 탈락하는 녹다운 방식이다. 오예진은 D사대에 섰고 1시리즈에서 52.2점, 2시리즈서 49.5점을 쏴 합계 101.7점으로 1위에 올랐다. 김예지는 A사대에 서 1시리즈서 49.7점, 2시리즈서 51.8점으로 합계 101.5점을 기록해 2위를 기록했다. 단발 사격에 돌입한 오예진은 18.7점(9.2, 9.5), 21.1점(10.5, 10.6), 20.2점(9.8, 10.4), 20.8점(10.6, 10.2), 20점(9.6, 10.4), 20.1점(10.1, 10.0), 20.6점(10.0, 10.6)으로 합계 243.2점을 쏴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예지는 20.3점(10.0, 10.3), 20.1점(9.9, 10.2), 19.9점(9.8, 10.1), 19.9점(10.2, 9.7), 20.2점(10.2, 10.0), 19.9점(9.4, 10.5), 19.5점(9.7, 9.8)으로 241.3점을 마크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사격이 올림픽서 동반 메달을 획득한 것은 지난 2012 런던 대회 남자 50m 권총서 진종오(금메달), 최영래(은메달)에 이어 12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