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족쇄 언제까지… 기업들 ‘SOS’ [규제 풀어 경제 활로 찾자②]

“1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성장했는데 규제 때문에 결국 타지로 떠나야 했습니다.” 14년 전 안양시의 한 오피스텔에 처음 둥지를 튼 A회사. 1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시작한 회사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지난 3월 700여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규모가 커지며 회사가 비좁아지자, A회사는 본사 건물을 주기적으로 옮기고, 인근에 다수의 건물까지 임차하는 등 사업 규모를 키워나갔다. 흩어진 조직을 잇는 일은 번거로웠지만, 성장의 발판이 된 안양시를 떠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속되면서 분산된 부서가 업무 효율을 떨어트린다고 판단한 A회사는 흩어진 조직을 한 데 모으기 위해 신사옥의 필요성을 느꼈다. 회사는 곧바로 신사옥 부지 물색에 들어갔으나, 적합한 부지를 찾을 수 없었다. 현행법상 일반공업지역의 용적률은 350%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안양시 내에서는 회사가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A회사는 창업과 성장을 함께했던 안양시를 떠나 과천으로 거처를 옮겼다. 성남시에서 성장한 B회사의 상황도 비슷했다. 내부 규모가 커지며, 외부 규모도 키울 필요를 느낀 B회사는 성남시 내에서 이전할 부지를 찾았으나, ‘용적률’이란 벽에 부딪혀 끝내 타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본사가 이전한 곳은 과천으로, 성남에서 약 20km 떨어져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출퇴근 문제를 호소했으며, 심지어 퇴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용적률이 조금만 더 높았어도 회사가 성장해온 지역을 떠날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 지역에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성장하는 ‘향토기업’이 배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일반공업지역 용적률 350% 제한…“시대 맞게 개선해야” 정부가 설정한 일반공업지역 용적률 제한이 향토 기업으로의 성장을 막고 있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반공업지역의 용적률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150~350%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공업지역은 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공업을 배치하는 지역으로 주거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이나 공장, 창고시설 등을 건축할 수 있다. 지자체 조례에 따라 단독주택, 종교시설, 의료시설, 기숙사 등의 건물도 시공이 가능하다. 여기에 적용되는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이다. 용적률이 높을 수록 건축물은 층을 높일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지정된 용도지역에서 관할 구역의 면적과 인구 규모, 용도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해 국토부가 설정한 용적률 범위 내에서 용적률을 설정할 수 있다. 현재 일반공업지역 용적률의 뿌리가 되는 국토계획법에서 일반공업지역 용적률을 350%로 제한하고 있어 전국 지자체의 용적률도 최대 35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역시 27곳 지자체는 일반공업지역 용적률을 350%로 규정하고 있다. 용인시와 안양시, 광명시 등 3곳은 이보다 더 낮은 300%로 제한하고 있고 파주시는 250%로 용적률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은 넓은 규모의 사옥을 둘 수 있는 부지를 찾아 타 지역 이전을 감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공업지역에 설정된 용적률을 현 시대에 맞게 검토해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 내 공업지역이 상업지역처럼 이용되는 흐름에 비춰보면 기존 용적률 제한은 시대에 뒤떨어진 경향도 있다”며 “기업 활용도를 종합적으로 확인해 산업발전 상황에 맞는 용적률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공업지역에 속한 대다수 공장은 단층 혹은 2층 규모로 건축돼 건물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없어 용적률 상한선을 350%로 제한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용적률 한계를 겪는 기업이 용도 변경 등의 방법을 택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집중취재반

수도권 집중호우 지속…“교통안전 유의해야” [날씨]

정체전선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수도권 지역에, 목요일인 18일 더 강하고 세찬 비가 쏟아지면서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하루종일 경기·인천·서울, 서해5도 등 수도권 지역에는 50~150㎜의 비가 내릴 예정이다. 많이 내리는 곳은 200㎜ 이상의 강수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전날(17일) 기상청은 ▲광명 ▲과천 ▲안산 ▲시흥 ▲부천 ▲가평 ▲의정부 ▲수원 ▲성남 ▲안양 ▲구리 ▲남양주 ▲오산 ▲평택 ▲군포 ▲의왕 ▲하남 ▲용인 ▲이천 ▲안성 ▲화성 ▲여주 ▲광주 ▲양평 등에 호우 예비특보를 내린 상태였다. 오늘은 새벽 중 수도권 전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지역에 오늘 오전까지는 시간당 30~6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비가 강하게 내리는 곳은 70㎜ 이상까지도 내릴 수 있다. 늦은 오후에는 서울·경기남부에 시간당 30~60㎜, 경기북부에 시간당 30㎜ 내외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비로 인해 기온은 일시적으로 내려간다. 다만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낮 동안 체감온도가 31도 내외까지 오를 수 있다. 오늘 수도권의 아침 최저기온은 23~26도, 낮 최고기온은 26~30도를 기록했다. 주요 지역별 기온 분포는 ▲수원 24~26도 ▲성남·과천 24~27도 ▲의왕 25~26도 ▲이천 24~27도 ▲양주·의정부 24~28도 ▲연천·포천 23~26도 ▲김포 24~28도 ▲인천 23~26도 등으로 전망됐다. 미세먼지는 원활한 대기 확산과 강수의 영향으로 대기질이 청정해 경기·서울·인천 모두 ‘좋음’ 수준을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한 지역에 많은 비가 예상돼 임진강, 한탄강 등 경기북부의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며 “하천변 산책로나 지하차도를 이용할 때 고립될 수 있으니 출입을 금지하고 저지대 침수와 하천 범람, 급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가시거리가 급격히 짧아지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 있겠으니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만평] 지친다.. 지쳐...

[사설] 가설건축물 재질 ‘강판’ 확대, 화성시 기업 애로 덜어줘야

가설건축물은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건축하는 건축물이다. 공장이나 창고를 이용할 때 작업 공간 및 물품 적재 등을 위한 공간이 부족할 경우 설치·사용한다. 건축법에선 가설건축물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정하고 있다. 가설건축물은 외장재를 천막이나 합성수지(FRP, PC, PVC 등)로 해야 한다. 철재 샌드위치패널, 강판 등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기업들은 천막이나 합성수지는 상품 보관의 안전성 저하, 약한 내구성으로 인한 수시 교체, 화재 위험, 환경 악영향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강판을 사용하면 2~5년 주기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 나오는 천막이나 합성수지를 대체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결론은 가설건축물 재질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보 기자가 화성시의 공장들을 돌아봤다. 양감면의 UV인쇄 조립 공장은 천막형 창고를 가설건축물로 쓰고 있다. 이 공장은 4년 전 가설건축물에서 화재가 나 공장이 모두 불에 탔다. 피해액만 15억여원에 이른다. 공장 대표는 화성시는 천막과 합성수지만 가설건축물 재질로 인정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용기 제조공장도 최근 가설건축물을 합성수지로 교체했다. 합성수지는 내구성이 약해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주기로 교체해야 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한다고 했다. “안전성이 떨어지고 환경도 저해하는 합성수지를 사용하라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비효율적 규제”라고 했다. 화성시 기업인들은 ‘화성시 건축 조례’가 규정한 가설건축물 재질의 한계를 지적하며 조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천막은 단열 효과가 없고 내구성이 부족해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 합성수지는 고온에 노출될 경우 쉽게 연소할 우려가 있고, 변형이 쉬우며 제조와 폐기 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불에 탈 때 나오는 연기는 유독성 가스를 포함하고 있어 화재 시 인근까지 큰 피해를 준다. 도내 다른 지자체에선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수용, 가설건축물 재질를 확대했다. 광주시는 지난 2020년 가설건축물 재질에 합성강판을 추가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가설건설물 건축재질 확대’ 정책으로 관내 6천여 기업이 주기적 재설치 비용을 절감해 행정안전부의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이후 용인시도 가설건축물 재질로 내구성이 좋은 강판을 허용했고, 파주시도 최근 건축조례를 개정해 강판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화성시의 공장은 지난 1일 기준 1만2천651곳이다. 화성시도 건축 조례를 개정해 가설건축물 재질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들이 애로를 호소하는데 불합리한 규제로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사설] 족쇄 풀린 지방의원 후원금… 대가성 걷어낼 장치가 없다

요즘 전국 지방의원들이 후원회 구성에 바쁘다고 한다. 인천 광역·기초의원들도 속속 후원회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달부터 지방의회 의원도 상시적으로 후원회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국회의원 등만 후원회를 둘 수 있었다. 지방의원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어 헌법소원을 냈다. 2022년 2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를 받아 국회가 지난 2월 정치자금법을 개정했다. 광역의원은 연간 5천만원, 기초의원은 연간 3천만원까지 정치기부금을 걷을 수 있다. 지방의원 후원금 족쇄가 풀린 것이다. 그러나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더 많다. 우선 정치적 후원회가 난립하는 문제다. 나아가 후원금을 매개로 한 대가성 거래나 결탁 등도 걱정이다. 지방의원은 지자체의 행정 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개입할 수 있다. 지자체가 수행하는 각종 개발·토목 사업 등도 의회를 거친다. 다양한 공공발주 사업, 공모 사업 등도 의회를 피해갈 수 없다. 민간개발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인허가 등에도 직간접적 관여가 가능하다. 지자체의 민원인에 대해서도 밀접한 업무 연관성을 가지는 부분이다. 지방의원 본인들도 걱정이라고 한다. 후원금을 통해 본의 아니게 민원인과 엮이는 등이다. 관련 전문가들도 후원금의 역기능을 경고한다. 주민들을 위한 의정 활동보다 후원금 잘 내는 지역 토착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이다. 지방의원에게 허용된 겸직도 후원금의 폐단을 키울 수 있다. 인천시의회의 경우 현재 40명 모두 겸하는 직책이 있다. 겸직을 통해 보수를 받는 의원도 절반에 가깝다. 기초의회도 마찬가지다. 남동구의회의 겸직 비율은 82%에 이른다. 이들 겸직 기초의원들도 절반 이상이 따로 보수를 받는다. 보수를 받으며 겸직을 맡고 있는 기업체나 기관을 외면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겸직 기업의 사업이나 거래 등에 후원금이 결탁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지방의원 후원회에 대한 감시·감독 채널은 느슨하다. 후원금 기부 내역과 사용 내역 등 회계 관련 상시 공개도 없다. 연말에 한 차례 선관위에 회계 보고만 하면 된다. 주민들은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서나 알아 볼 수 있다. 그것도 1년이나 지난 회계 내역을. 계층적 정치 후원회의 난립 문제도 있다. 골목마다 국회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 후원회가 횡행할 판이다. 동네 국밥집이나 미용실 등도 의원님들 후원금 눈치 살필까 걱정이다. 그들은 늘 “주민들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는 세상 이치와 엮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방의원 후원금의 대가성을 걷어 낼 제도적 장치가 아쉽다.

[김종구 칼럼] 현철의 20년 고난, 지금 가수들은 모른다

‘거대와 춤을 처요 증다웁게~.’ 도대체 글로 써서는 알 수 없는 노래다. 음(音)을 들으면 7080 노래다. ‘아이 워즈 메이드 포 댄싱(I was made for dancing)’. 미국의 팝 가수 레이프 개릿이 노래했다. 금발의 머리를 늘어뜨린 미모다. 유니섹스한 청순함으로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우리에겐 ‘책받침 스타’로 유명했다. 그 노래를 ‘현철과 벌떼들’이 저렇게 불렀다. 막걸리 걸친 듯한 목소리. 진한 경상도 사투리억양. 그게 현철의 등장이었다. ‘중고 신인’이라는 말의 시초였을 게다. 1942년 생으로 이미 불혹의 나이였다.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했다. 후배 나훈아(1947년생), 남진(1946년생)에게 밀렸다. 반짝 출연조차도 그에겐 행운이었다. 얼마 뒤 놀라운 일이 생겼다. 그룹의 마지막 곡이 대박을 터뜨렸다. ‘고이요한 내가쓰메 나비츠럼 날라와스어....’ ‘사랑은 나비인가 봐’다. 가요계를 강타했다. 팝이 지배하던 대세를 뒤집었다. 대한민국 제2의 트로트 열풍은 그렇게 시작됐다. 1989년 가요대상을 받았다. 무명 생활 20년 만의 성공이었다. 중년의 현철이 무대에서 펑펑 울었다. 훗날 그가 추억한 무명 시절 얘기를 보자. -징그럽게 가난했었다. 집사람이 나를 대신해 돈을 벌었다. 하나 팔면 3천원 남는 카세트테이프 장사였다. 아들 젖이 안 나와 우유로 근근이 키웠다. 사글세 3천원부터 시작해 열두 번 옮겼다. 구들장이 틀어져 있는 방이었다. 집사람과 연탄가스에 중독됐다가 겨우 살았다.-(2011년 아침마당에서) 그의 음악에는 고집이 있다. 음악이 바뀌어도 창법을 바꾸지 않는다. 누구도 흉내 못 낼 독특한 창법이다. 허스키하면서도 고음이 시원하다. 마이크도 감당 못할 만큼 비음이 강하다. 모든 마디의 시작을 절묘하게 늦춘다. 바이브레이션의 진폭이 누구보다 크다. 당신(1974년), 그대와 춤을(1980년), 사랑은 나비인가봐(1982년), 봉선화 연정(1989년).... ‘가요-번안곡-트로트’로 변화한 그의 노래다. 이 모든 노래를 똑같은 창법으로 소화했다. 그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2007년 한 공연 리허설에서 추락사고를 당했다. 갈비뼈 3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2016년 디스크 수술로 재활치료에 들어갔다. 2020년 뇌경색까지 더해지며 투병에 들어갔다. 2020년 이후에는 그를 본 사람이 없다. 그리고 7월15일, 82세로 사망했다. 참으로 고달팠을 가수 생활이다. 20년의 무명, 십수년의 인기, 다시 십수년의 투병, 그리고 사망이다. 한국 산업화 시대와 닮아도 많이 닮은 일생이다. 얼마 전 가수가 구속됐다. 음주운전 논란이 일었다. 허위 자수 종용 등의 죄목이다. 성악에서 트로트로 전향했다. 경연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회 10억 원이 넘는 공연도 했다. 수입이 정확히 계산도 안 된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그의 짧은 과거에서 감동을 찾긴 어렵다. 학폭과 일탈 등의 분노가 일고 있다. 그가 벼락출세하는 과정은 짧고도 간단하다. 방송사와 기획사가 찍어낸 단막 드라마다. 20년 무명의 눅눅한 역사와는 다르다. 케이팝이 세계를 지배한다. 이 시대에도 사연은 있다. 오늘에 이른 추억을 저마다 말한다. 몸매 관리를 위한 여자 연습생의 고생, ‘치킨을 2년 동안 못 먹었어요’. 오랜 합숙생활에서 오는 고생, ‘군만두 더 먹으려고 싸웠어요’. 그들의 고생을 가볍다 하지 않겠다. 그렇대도 고인이 된 현철의 굶주리던 역사에 비할 바는 아니다. 현철이 그때 방송에서 남긴 투박한 교훈이 있다. “젊은 세대에게 참고 하다 보면 언젠가 이긴다카는 걸...(보여줘서 좋다).”

[함께하는 인천] 나는 매일 하루 종일 게임을 한다

게임은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끝이 없다. 한 판 이기거나 임무를 완수해 레벨 업이 되면, 어마어마한 폭죽을 터뜨리며 축하를 해준다. 능력치도 올라간다. 더욱 짜릿한 것은 이길 것만 같은, 풀릴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계속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것을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이후로는 언제, 어디서든 틈만 나면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주 멋진 일이다. 최근 짧은 동영상으로 퍼지고 있는 드라마 대사 한마디가 생각난다. “얼마나 좋아!!” 내가 하는 일이, 우리 아이가 하는 공부가 게임처럼 재미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고 싶어서 난리를 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하고 싶어서 난리를 부리는 정도는 아니라도 알아서 하는 정도라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 닥쳐와도 ‘난도가 높을 뿐, 풀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상을 게임처럼 디자인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제인 맥고니걸의 ‘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녀는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대체 현실 게임 기획자다. 그녀는 뇌진탕을 겪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게임처럼 일상을 디자인하여 하루하루 이겨 나간 과정을 기록했다. 일상을 게임처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션이 필요했다. 시간 지켜 약 먹기, 걷기 목표,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 강아지 ‘연두’를 위해 해야 할 일, 혈당 체크, 회사에서 해야 할 업무, 챙겨야 할 개인사 등등. 이 모든 것을 미션으로 정했다. 게임 디자인에서는 미션을 수행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캘린더앱을 쓰기로 했다. 여러 가지 할 일, 습관 기르기 등의 앱을 써봤지만 캘린더 앱이 접근성과 편리성 면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다. 캘린더에 미션을 입력하고, 미션을 완료했을 때 해당 일정의 색깔을 바꾸는 것이다. 미션을 완료한 것은 회색, 완료하지 못한 미션은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달력의 지나간 일정의 이 모두 회색으로 바뀐 것을 보면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게임 디자인의 핵심은 보상이다. 미션을 완료하고 나면 보상이 필요하다. 중간 중간 보상을 입력해 뒀다. 맛있는 것을 먹는 날, 원하는 것을 사는 날, 아무것도 안하는 날 등. 만약 아이들이 있다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시험을 치르는 큰 미션을 해결하고 나면 ‘폐인 데이’ 같은 것을 정하는 것도 재미있는 보상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난 매일,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있다. 지금은 오늘 미션 중에 여섯 번째인 칼럼을 쓰는 미션을 완료해 뿌듯하다.

[지지대] 경인이 아닌 인경

어느 날 문득 우리가 흔히 쓰는 ‘경인(京仁)’이라는 단어가 궁금해졌다. 당초에는 서울과 인천을 붙인 의미로 쓰였다. 처음은 서울과 인천을 잇는 철도 경인선(경인국철)이다. 1898년 5월 경인철도를 깔기 위해 생긴 경인철도합자회사 이름에 이 표현이 처음 문서화했다. 이후에는 경인국도, 경인고속도로 등으로 확대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금은 경인이라는 단어는 경기도와 인천을 붙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인천교육대학교가 경기도 안양에 캠퍼스를 둔 뒤 교명을 경인교대로 바꾼 것도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경인은 수도권 전체를 의미하는 별칭으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수도권이라는 명칭으로 굳어진 상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특별시를 따로 분리하고 경기도·인천시를 함께 묶는 경향이 있다 보니 점점 경인은 ‘서울-인천’의 의미가 아니라 ‘경기-인천’의 의미로 바뀌는 추세다. 그렇다면 이 경인이란 단어는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2조(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는 시·도의 순서를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지도나 내고장알리미 등에서도 공식적으로 이 순서를 따르고 있다. 이 순서를 적용하면 우리는 ‘경기-인천’을 뜻하는 경인이란 단어 대신 ‘인천-경기’를 뜻하는 인경이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 셈이다. 우리가 그동안 관행적으로 써 온 ‘서울-인천’을 의미하는 경인이라는 표현은 이제 점점 사라져 가고 ‘경기-인천’을 뜻하는 단어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공식 시·도 순서를 적용해 ‘인천-경기’를 뜻하는 인경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어색하다. 수십년간 경인이라는 단어를 쓰다가 인경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입에 착 달라붙는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지자체는 물론이고 언론 등에서 지금부터라도 써야 하지 않을까.

[천자춘추] 자전거 사고 제로 위한 안전수칙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통해 최근 5년간(2019~2023년) 자전거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2만7천348건의 자전거 교통사고가 발생해 38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는 경기도가 96명(24.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서울 52명(13.4%)으로 나타났으며 외부활동 여건이 좋은 계절과 날씨에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전거는 보행자에 비해 이동속도가 빠르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체를 보호해 줄 보호장치가 부족하며, 넘어지면서 노면 및 지형지물 등과 신체가 직접 충돌할 수 있어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자전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및 홍보는 아무리 강조하고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자전거 이용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본인 신체에 적합한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본인 신체에 적합하지 않은 자전거를 이용하면 그만큼 사고 가능성이 증가한다. 발이 지면에 닿지 않을 정도로 안장을 높이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 또는 크기의 자전거를 이용하면 그만큼 사고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둘째, 운행 전 안전점검 및 안전장구 착용이다. 타이어의 공기압이나 브레이크 체크는 기본이고 야간 운행에 대비해 반사체를 붙이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되며 안전모 및 반사조끼 등 안전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자전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중 안전모 착용은 21명, 미착용은 52건으로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가장 중요한 안전운행에 대한 마음가짐과 법규 준수다. 자전거 운행 시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방지책이다. 따라서 도로 통행 시 차량 및 다른 자전거와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방어운전을 해야 하며 보도나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이동하는 등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안전운행과 법규준수를 일상화, 습관화해야 한다. 자전거 교통사고 제로(Zero)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운전자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며 더불어 관계 기관에서도 자전거 안전운행에 대한 계도와 안전장구 착용에 대한 홍보, 캠페인 및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문화카페] 물, 탄생과 소멸의 이중적 상징

장마철이 지나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일찍 시작됐기에 장마는 어떨지 사뭇 걱정스러웠다. 이제는 기후위기 혹은 기후변화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도 많다. 새삼 물, 공기, 햇살과 같은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하는 나날들이다. 퍼붓는 장맛비를 보노라면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미끄러운 빗길을 걸어가는 어르신들도 염려스럽다. 곡식이 자라려면 비가 와야 하듯 물은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지키는 근원적인 물질이다. 인간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70%가 물인 걸 보면 만물에게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그런데 물은 생명의 탄생과 보존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죽음과 파멸의 상징이기도 하다. 물의 이러한 이중적 상징은 대표적으로 성경에서 발견된다. 물로 세례를 받음으로써 새 생명으로 거듭나는가 하면 노아의 방주에서는 파멸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에서도 물의 이중성은 자주 활용된다.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는 유명한 장면으로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1995년)를 들 수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사이보그인 구사나기 모토코는 인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물속으로부터 상승하며 하나의 기계 생명체로 완성된다. 여기서 물은 어머니의 자궁 속 양수를 상징하는 것으로, 사이보그도 인간처럼 탄생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사나기의 취미도 잠수나 수영이다. 이처럼 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자궁 회귀적 본능을 은유한다. 이는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 양수에 있을 때 느끼는 평안함을 뜻한다. 한편 물을 특수한 영화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독일의 베를린파인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영화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운디네(Undine)’(2020년)는 설화에 등장하는 물의 정령 운디네를 변주한 작품으로 영화의 제목이자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도시개발 전문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관광 가이드인 운디네는 연인 요하네스에게 실연당한 뒤 산업 잠수사인 크리스토프와 우연히 만나면서 사랑에 빠진다. 흥미로운 점은 강, 풀장, 호수, 바다 등과 같은 여러 물의 공간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의 죽음이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영화 속 물의 공간은 대부분 죽음의 장소들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프가 죽은 줄 알고 자살한 운디네와 그녀가 죽는 순간 소생한 크리스토프가 재회하는 곳 역시 물의 공간인 바다다. 지난해 개봉한 페촐트 감독의 ‘어파이어(Roter Himmel)’(2023년)는 산불을 다루지만 여전히 여름 바다에서 벌어지는 청년들의 일상 속 내면적 심리를 쫓는다. 장마철엔 비가 그만 내리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리쬐는 뙤약볕도, 쏟아지는 폭우도 한여름의 자연 현상이다. 이 무덥고 습한 하루하루에 지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챙겨야겠다. 물을 소재로 하는 좋은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혹여 영화 운디네를 본다면 아름다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바흐의 곡도 놓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