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신간도서] 무업사회 外

■ 무업사회 / 구도 게이ㆍ니시다 료스케 著 / 펜타그램 刊 현재 일본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는 ‘청년실업’이다. 우리의 문제기도 하지만, 일본은 지난 90년 초반 ‘버블경제’ 붕괴 이후 지속하고 있는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 무업사회는 한 번 ‘무업상태’에 빠지면 다시는 빠져나오기 힘든 이른 바, ‘무업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진단한다. 이 책 1부는 이미 도래한 ‘무업사회’에서 유령과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청년 무업자’의 실태와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여기에 대한 저자들의 논지는 명확하다. 고도 성장기에 구축된 ‘일본형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 부실이 변화된 노동조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대책 없이 ‘청년 무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저자는 ‘NEET’, ‘히키코모리’ 같은 개념을 적용, 설명한다. 값 1만5천원 ■ 수학 사고력을 키우는 20가지 이야기 / 가미나가 마사히로 著 / 윤출판 刊 뒤통수를 자꾸 얻어맞는다면 기분 좋을 리 없다. 게다가 상식, 직감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과정을 보다 보면 바보가 된 기분도 든다. 수학이 딱 그렇다. 이 책은 데이터, 확률, 도형, 논리의 각 분야별로 대표적인 주제를 5가지씩 다룬다.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해, 차차 심오한 수학의 세계로 나아간다. “어! 왜? 아하!”를 거듭하다 보면 수와 사물을 제대로 보게 될 것이다. 거꾸로 보고, 옆에서 보고, 뒤집어서도 생각해 보라. 결국 중요한 것은 끝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수학에 ‘직감이라는 지름길’은 없다고 주장한다. 문제를 끈질기게 생각하고, 논리를 하나하나 신중하게 따라가는 것만이 정답에 다다르는 길이다. 값 1만4천원. ■ 1895년, 소년 이발사 / 이승민 著 / 미래i아이 刊 ‘1895년, 소년 이발사’는 급변하는 개화기를 배경으로 새로운 시대를 꿈꾸며 성장해 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당시의 사회상 속에 잘 녹여 그려낸 동화다. 엄청난 위기와 변화를 맞이하고 있던 개화기 당시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120여 년 전 우리 조상들이 마주했던 어지러운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고 새로운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개화기, 급격한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은 시도 때도 없이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많은 교훈과 감동을 안겨준다. 값 1만원.이주의 베스트셀러1.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 인플루엔셜2. 지금 이 순간 | 기욤 뮈소 | 밝은세상3. 트렌드 코리아 2016 | 김난도 | 미래의창4.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 한빛비즈5.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6.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사이토 다카시 | 위즈덤하우스7.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 애덤 스미스 | 세계사8. 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 그책9.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 김영사10.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현실너머 편 | 채사장 | 한빛비즈

[책에서 배우는 금융&재테크] 부의 방정식

정환용 著 / 제우미디어 / 272쪽 / 1만4천원이제 막 취업해 월급을 받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은 재테크에 걱정이 많다. 월급만 받으면 돈이 알아서 모일 줄 알았는데 카드 값과 학자금대출을 갚기에도 벅차다. 시중에 나와있는 재테크 서적을 봐도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투자 전략이 대부분이어서 선택이 쉽지 않다.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재테크 서적인 ‘부의 방정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대에게 익숙한 페이스북에 재테크 팁을 소개한 ‘정환용의 부의방정식’을 모아 엮은 책이다.‘정환용의 부의방정식(www.facebook.com/2030boo)’은 10만여명의 팔로워와 300만건의 누적 조회수를 올린 인기 페이지로 2030세대를 위한 실전 재산 불리기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며 젊은 직장인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월급이 많지 않아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재테크 방법을 쉽게 정리해, 젊은 직장인에게 특히 유용하다.저자는 나도 모르게 새어 나가는 지출을 잡아주는 ‘통장 나누기 노하우’ 실천법부터 비상금에 이자를 더해주는 CMA 활용법, 지인들의 보험 가입 권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생활 별 재테크 방법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특히 ‘통장 나누기 노하우’는 80만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또 학자금대출 상환시기, 월세 부담을 줄여주는 월세세액공제 등 젊은 직장인들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제공한다. 흔히 갖는 재테크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메신저 형태로 구성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든 궁금증은 페이스북과 블로그로 문의하면 답변해준다.이정현기자

안산문화광장, 얼빛으로 물들다…

오색찬란한 불빛이 매서운 겨울 밤을 따뜻하게 수놓는다. 높은 구조물로부터 이어진 수백여개의 하얀실은 기와집 모양의 형상을 띈다. 여기에 쪽빛, 잿빛 등 한국 전통의 빛깔과 문양들이 비치며 춤을 춘다. 안산문화재단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안산문화광장 얼빛으로 물들다의 모습이다.내년 1월17일까지 안산문화광장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국적인 빛과 전통문양을 보여준다. 미디어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cade)가 합성된 용어로,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재단은 송대규 미디어아티스트와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송 작가는 그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시도하고, 현대예술 및 문화기술분야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이번 전시의 배경에 대해 “각종 행사와 축제의 중심이었던 광장은 겨울이 되면 유동인구도 적어지고, 삭막한 공간으로 변해버린다”며 “잠깐이라도 오가는 시민들에게 따뜻함을 선물하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주제는 한국의 ‘얼’과 ‘빛’이다송 작가는 “순수한 우릿말인 얼은 정신, 마음, 혼을 일컫는다. 또 쪽빛, 잿빛은 가장 한국적인 색”이라며 “한옥에 투영된 우리 민족의 정신을 우리만의 색으로 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옥 모양의 구조물을 세웠다. 이 구조물이 조금 특이히다. 그는 “넓게 트여있는 광장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작품에 반영하고자 벽이 있는 구조물이 아닌, 수백여개의 실 가닥으로 한옥구조를 만들었다”며 “하얀실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관람에 있어 좀더 편안할 뿐아니라 영상을 비췄을때 그만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여기에 현대적으로 해석한 쪽빛, 잿빛 등 한국적인 빛깔과 전통문양을 미디어아트와 결합해, 빛을 쏘아 작품을 완성했다.그는 “전통의 색과 현대의 과학기술이 만나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며 “안산문화광장에서 다가오는 2016년의 좋은 기운을 받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송시연기자

[그림 읽어주는 남자] 신춘호의 ‘압록강 단교 기념조각’

2015년의 마지막 날이에요. 한 해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저는 올해 빼앗긴 주권을 되찾고 식민지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었던 1945년을 떠올리며 우리 민족에게 가장 상징적인 작품들을 찾아보아야겠다고 다짐했지요. 독립과 민족해방 70주년의 의미가 작지 않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625한국전쟁으로부터도 65년이 흘렀잖아요.8월 18일 아침, 저는 6.25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斷橋)위에 서 있었어요. 신연암로드 추진단의 첫 출발지가 단둥(丹東)이어서 그 참에 단교를 찾았던 것이죠.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했던 그 다리는 1911년에 준공되었고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라 명명했으나, 지금은 강 건너 북한 쪽 구간이 아주 정교하게 폭파된 채 을씨년스럽게 남아있을 뿐이었어요. 저는 단교 위로 올라가 다리 끝까지 걸어가서는 강 건너의 북한을 바라보았죠. 마흔 여덟에 눈앞에서 본 북한은 지금까지 학습된 북한이 아니었고, 심지어는 현실의 시간과도 아주 무관한 듯했어요. 이쪽의 현실과 저쪽의 현실 사이를 압록강이 흐르는 것, 오롯하게 그것만이 강력한 현실처럼 보였죠. 강은 두 개의 현실을 나누지 않고 뒤섞어서 서해로 나아갔으니까요. 중국은 단교 위에 최근 사회주의 리얼리즘 기념조형물인 를 세웠어요. 1950년 10월 19일 펑더화이(彭德懷. 1898~1974) 인민지원군 총사령관이 30만 명의 중공군을 이끌고 이 단교를 건너 북한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그들에게 한국전쟁은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어서 미국을 몰아내고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는 게 목적이었죠. 기념조각은 펑더화이와 중공군이 사회주의의 연속혁명을 위해 한 걸음[進一步]을 내 딛는 장면을 형상화했더군요. 그러나 기념조각의 청동 인물들은 그 자리에 무겁게 굳어서 ‘기념물’이 되었을 뿐 더 이상 연속혁명의 생물은 아니었어요. 그들이 바라보는 철교의 끝은 완전히 끊어져서 건너지 못할 것이었고, 그들 뒤로 바짝 붙어서 위용을 뽐내는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거대한 자본주의였으니까요. 펑더화이와 마오쩌둥의 사회주의는 북한에 남았으나 그들의 자리는 ‘고전적 혁명유적지’에 불과했죠. 사회주의 기념 조형물과 그 뒤에 펼쳐진 단둥의 자본주의는 그래서 역설이었고 카오스였어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북한의 마른 풍경과 달리 이쪽의 단둥은 기름진 도시의 급성장이 노골적이었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 단교 옆 신 철교 위를 레미콘 차량과 화물차와 관광버스가 줄을 이어서 들고 나더군요. 마치 이제는 북한에 자본주의를 건설하려는 듯 말예요. 그래서일까요? 일순간 펑더화이와 그를 따르는 중공군의 기념조각이 텅 빈 껍데기처럼 가벼워 보이더군요. 펑더화이의 발밑에 새긴 ‘평화를 위하여’가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김종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