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vs 먹을 자유... 끊임없는 ‘개고기 갈등’ [개식용종식법 100일 中]

‘개식용종식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육견 관련 협회와 동물보호단체가 대립각을 세우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육견협회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등 특별법의 전면 무효화에 나선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개식용을 금지해야 할 뿐 아니라 식용 개 52만 마리의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육견협회는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에 ‘개식용종식법’ 관련 위헌확인 헌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특별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재산권, 국민의 먹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장은 “육견 농장주들이 생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신고를 하고 이행계획서를 내라는 등의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육견 농가에 대한 보상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특별법을 개정해 3년의 유예기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용견과 반려견은 품종과 사육 과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동물보호를 같은 선상에서 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한육견협회는 농장을 전·폐업하기 위해선 정부가 개 1마리당 1년 소득을 40만원으로 잡고, 5년간의 손실 비용인 200만원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장 면적으로 산정했을 경우 1㎡당 개 2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4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주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과 2주에 1번씩 회의를 하는데도 보상 기준이 나오지 않는다”며 “원하는대로 보상안이 나올 때까지 회원들에게 이행계획서를 내지 말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대한육견협회는 현재 회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개식용종식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개농장주의 억울한 입장을 강조하고, 법의 효력 정지를 촉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다음 달 초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식용 개의 열악한 사육환경 등으로 인한 동물학대,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인식 등을 들어 개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맞선다. 정윤서 코리안독스 사무국장은 “개의 ‘생명’을 담보로 보상해주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지 않아 개의 도살·가공 등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다. 위생 문제도 크기 때문에 개식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식용 개 52만 마리의 보호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육견 농가의 폐업 시점을 분산시키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52만 마리가 쏟아져 나오면 아무도 감당하지 못한다. 동물보호단체가 보호 관리할 수 있도록 시간차를 두고, 필요한 시설도 지원해야 한다”며 “조만간 개농장주가 포기하는 개들이 늘어 유기견이 많아질 가능성도 크다. 동물보호단체와 행정기관이 이에 대해서도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지자체마다 TF 구성했지만… 세부지침 없어 ‘유명무실’ [개식용종식법 100일 中]

개식용종식법이 통과된 이후 전국 지자체들은 ‘개식용 종식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특별법에 대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TF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TF 활동이 운영 신고를 독려하는 단순 홍보에 그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도와 31개 시·군, TF 구성 완료 ‘개식용 종식 TF’는 정부와 협업 체계를 구축해 개농장주, 도축·유통업자, 식당 운영자들에게 관련 신고와 이행계획서를 받고, 실태조사 등을 실시해 개식용 종식을 추진하는 전담조직이다. 특히 개농장을 포함한 개식용 관련 시설의 업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본격적인 처벌이 이뤄지기 전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이들 기관의 전·폐업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시·군 TF는 최소 5명에서 최대 2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개농장주, 도축·유통업자, 식당 운영자를 관리하는 각각의 부서를 한데 모은 식으로 운영하는데, 개농장주의 경우 동물보호·축산 담당 부서에서 맡고 유통업자와 식당 운영자의 경우 식품·위생 담당 부서에서 맡는 방식이다. 22일 현재 경기도에서는 도를 비롯해 31개 모든 시·군에서 TF 구성을 끝냈다. 도내 시·군 중에서는 여주시(3월7일)가 가장 먼저 TF를 꾸렸고, 군포시가 이날 마지막으로 TF 구성을 마쳤다. ■ 개식용 종식 TF, 세부 지침 없어 ‘유명무실’ 논란 경기도와 시·군에 ‘개식용 종식 TF’가 만들어졌지만, TF 운영에 대한 정부의 세부 지침이 없어 이들은 리플렛을 배포하는 등 단순 홍보 활동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TF 조직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기초지자체의 TF 활동은 ▲경기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리플렛·포스터 배부 ▲개식용 종식 관련 현수막 게재 ▲보도자료 배포 ▲공문 등을 통한 관련 서류 제출 독려 등에 머물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TF 구성·운영에 관한 지침’을 각 지자체에 전달했지만, 지침에는 개식용 업체 관련 부서로 TF를 구성하는 방안과 단순 홍보활동에 관한 지침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해 각 기초지자체의 TF는 공식 조직된 별도의 기구로 보기에도 어렵다. 개식용 관련 시설을 담당하던 기존의 부서가 관련 업무를 동일하게 하는 상태로 ‘TF’ 조직으로 묶인 형태라, TF 관련 별도의 사업과 활동이 없는 상태다. A시의 동물복지팀장은 “경기도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 등이 제대로 없어 시 단위 TF에서 자체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운영 신고와 이행계획서 접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시의 동물복지팀장 역시 “TF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며 “자체적으로 개식용 관련 업체의 현황을 조사했다가 농림부의 지적을 받아 그만두기도 했다. 홍보를 제외한 TF 활동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TF 구성이 늦어진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도가 제공하는 홍보용 리플렛 등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본적인 홍보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자체 중 가장 많은 개식용 관련 시설이 있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경기도가 기초 지자체 관리 등에 부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에 리플렛을 전달하고, 현수막을 보내 홍보를 돕고 있지만 농림부의 가이드가 명확하지 않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을 제일 잘 아는 건 지자체이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인 방식으로 해주길 부탁하고 있다”며 “2주에 1번씩 중앙-지방협의회 영상회의를 열어 문제점을 공유하고 피드백하고 있으며, TF 운영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메뉴얼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 어르신 한 명 한 명 설득한 ‘서귀포’, 간담회 갖는 ‘충주’ TF 운영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미흡해 경기도와 시·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타 시·도의 경우 개식용 관련 시설 업주들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상남도의 경우 지난 2월 개식용 종식 TF를 구성한 뒤 도내 개농장과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현황파악을 마쳤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TF는 개농장 15곳과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17곳을 찾아가 업주의 고충을 파악하고, 운영 신고와 이행계획서 제출에 대한 안내를 했다. 특히 지난 1, 8일엔 개농장 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어 전·폐업 이행계획서에 담아야 할 내용들을 알리고 제출하도록 독려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공문으로 관련 내용을 알려도 되지만 직접 현장을 방문해 업주들의 어려움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같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업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해 업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고 신고를 모두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충청북도 충주시의 TF 역시 개농장,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업주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지난 15일 개농장주 3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선 운영 신고서와 이행계획서를 작성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현장에서 서류를 배부해 제출을 독려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농장주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이라는 지역 특성이 있다. 서류를 드리고, 직접 안내해야 받기 수월할 것 같았다”며 “개 마릿수와 면적만 적으면 현장에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개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경기만평] 이러다 끝날수도...

[사설] 막힌 도로 뚫는 게 행정의 으뜸이다

경기도가 확정해 놓은 지방도 건설 사업이 있다. 지난 2021년 고시한 ‘제3차 경기도 도로건설계획’이다. 파주, 양평, 연천 등 도 전역에 20개 도로다. 총 연장 64.33㎞, 사업비 8천111억원이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계획대로라면 여러 곳에서 착공돼 있어야 한다. 이미 준공된 곳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준공된 지방도가 한 곳도 없다. 착공된 도로도 2개에 불과하다. 18개는 여전히 밑그림단계다. 용인 완장~서리 지방도 확장 사업이 있다. 지방도 321호선 확장 사업으로 지난해 착공했어야 했다. 640억원의 예산 투입이 늦어지면서 투자 심사 중이다. 파주 축현~내포 4차로 확장 사업은 2022년 시작됐어야 했다. 안전기준 변경 문제로 아직 노선을 그리고 있다. 착공 지연은 자연스레 준공 지연으로 이어진다. 기대했던 준공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마련이다. 착공 지연 사유는 예산 늑장 투입이다. 경기도도 ‘예산 투입이 여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올해 편성한 관련 예산은 4천445억원이다. 지난해보다 2천181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지방도 건설에 대한 의지는 반영했다고 본다. 문제는 사업 지연으로 늘어나는 토지 보상 비용이다. 총 사업비 가운데 토지 보상 비중이 크다. 공사가 지연될 때마다 이 보상비가 급등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도내 토지 가격이 12.31% 상승했다. 도로 인접 토지는 대체로 이보다 높다. 공사 지연에 따른 전체 공사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입 예산의 효율적 편성을 주문했다. 진세혁 평택대 교수는 “지방도 사업별 시급성을 따져 도 자체적인 자원 조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토지 비용 상승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토지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산 투입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고, 긴급한 분야에 대한 집행을 우선해야 한다는 권고다. 여기에 지방도 건설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편성도 요구된다. 지역 도로망의 차이가 곧 지역 경제력의 차이다. 20개 지방도 선정의 기준도 그런 것이었다. 도로가 막혀 낙후된 지역, 도로가 없어 못 사는 지역이었다. 해당 지역민에게는 어떤 복지보다 시급한 도로 복지다. 도정의 집행 순위에서 당연히 앞에 놓여야 한다. 이게 착공 지연, 보상비 증가, 사업비 부담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예산 집행에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다. 도로별•사업 단계별 우선순위 등을 전면적으로 살펴야 한다.

[사설] 소상공인 반값 택배 출범... 시장 안착을 기대한다

인천시가 오는 10월부터 ‘소상공인 반값 택배’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인천지역 소상공인들의 물류 경쟁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택배 발송 물량은 대부분 월 10건 내외라고 한다. 그러니 택배업체와의 계약에 의한 택배비 인하가 어렵다. 소상공인 반값 택배는 이들 택배 물량을 일괄 수거, 계약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소규모 물량을 한데 모아 ‘바잉 파워’를 갖추도록 하는 사업 얼개다. 지난해부터 실증 사업을 진행해 성과를 확인했다고 한다. 대상 물품들은 의류, 신발, 가방, 생활가구, 애완용품, 농축산물 등이다. 인천시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30곳의 택배집화센터를 마련한다. 인천지하철 1·2호선의 30개 역사들이다. 소상공인 반값 택배의 1단계 확대 운영 인프라다. 이곳에서 접수한 소상공인 물량을 시장 평균 가격 대비 50% 절감된 택배비로 배송해 준다. 내년 7월부터는 인천지하철 57개 모든 역사에 집화센터를 설치한다. 2단계 확대 운영 계획이다. 집화센터는 역사 안 유휴 공간에 설치한다. 이 중 검암·계양·인천시청·원인제역 등 9개 역에서는 서브 집화센터를 운영한다. 인천시는 소상공인공동배송을 위해 민간업체와 위탁계약을 했다. 업체 인력 347명에 대한 인건비와 집화를 도울 전기화물차 30대를 지원한다. 7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소상공인이 집화센터에 물품을 가져다 놓으면 집화원이 수거해 배송한다. 소상공인이 방문하기 어려우면 2천500원을 내고 픽업 서비스를 요청할 수도 있다. 물품들은 도시철도 집화센터에서 중간 집화센터로 옮겨진다. 여기서 분류 작업을 거쳐 전국으로 배송된다. 현재 택배비 시장 평균 가격은 3천500원이다. 앞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은 이보다 50%가량 싼 1천500원으로 고객에게 물품을 보낼 수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소상공인 공동물류센터 운영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결과를 분석해 보니 택배 가격은 25% 저렴해졌다. 배송 시간은 50% 이상 단축됐다. 참여 업체 중 23%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매출 상승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인천시는 시스템 운영이 안정화하면 2027년부터 반값 택배를 인천시민으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7개월간 실증 사업을 거쳤다니 현장감을 살린 정책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공공 주도 사업이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소요 예산 대비 발생 편익에 대한 분석도 꼼꼼히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인천형 소상공인 반값 택배의 시장 안착을 기대한다.

[변평섭 칼럼] 과연 보수는 위기일까?

과연 보수는 위기일까?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압승하면서 ‘보수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보수당이 총선거에서 3연패를 당하고 나니 그런 위기론이 나올 만도 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의 경우 50대의 44%가 조국혁신당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보수 진영으로 볼 때는 비관적이다. 지금의 50대가 40대이던 때부터 진보성향의 투표를 했는데 50대가 돼서도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40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4·10 총선거에 나타난 의미 있는 통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은 약 50.5%, 국민의힘은 45.1%를 득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5.4%포인트 더 얻었을 뿐인데 의석수는 민주당이 63.4%(161석), 국민의 힘은 35.4%(90석)을 차지했다. 따라서 1.1%포인트, 어떤 곳은 0.53%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당락이 뒤바뀌는 곳이 적지 않았다. 이것은 보수의 가치가 위축됐다기보다는 정권심판의 욕구가 강하게 표출됐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대통령의 대파 이벤트만 없었어도 1% 상당의 차로 낙선의 고배를 마신 국민의힘 후보들은 다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조국혁신당 대표, 그리고 많은 야당 후보들이 유세 때마다 대파를 흔들어 보이며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을 공격했다. 오래전부터 유권자들은 농산물 등 물가가 고공행진에 대해 불만이 높았는데 대통령의 875원 발언은 그동안의 민생정책에 불신을 가져왔으며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감성적 공감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이런 감성적 분위기는 야당이 대통령 남은 임기 3년은 너무 길다며 탄핵을 외치는데도 역풍이 불지 않을 정도였다. 정상적인 선거에서 ‘탄핵’의 ‘탄’소리만 나와도 역풍이 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보수가 패한 것은 보수의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 아니라 이 같은 여당의 전략 부재에서 비롯됐다. 민주당은 이해찬, 김부겸 등 전직 총리만도 두 명이 선거 지휘를 맡았고 이재명 대표의 요지부동으로 낙천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당에 남아 후보자들을 지원했다. 막판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뛰어들어 민주당 색깔의 점퍼를 입고 야당 후보의 지원에 나섰다. 그야말로 연합함대였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은 “70 평생에 이렇게 무능한 정부는 처음”이라며 노골적인 정치 공세를 펼쳤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한 사람에게 전국 선거를 맡겼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 전 당대표도 쳐냈고 당 대표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주저앉혔으며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변방에 내몰았다. 선거 연합군 편성에 실패한 것이다. 실패가 아니라 오만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해병대 채 상병 죽음과 관련한 수사선상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서 벌어진 소동과 황상무 수석비서관의 ‘회칼’ 발언은 그 수습 과정이 ‘동네 축구’ 수준만도 못한 ‘자살골’이었다. 이런 미숙한 전략만 아니었으면 국민의힘이 이렇게 참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보수가 이렇게 위축되진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기회에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면,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때의 초심으로 바뀐다면, 보수의 미래가 있다.

[경제프리즘] 특별검사와 특별비용

총선이 끝나고 범야권의 대표들과 당선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안이 있다. 바로 특검이다. 특검제도는 검찰보다 더 막강한 권한이 있는 고위공직자 및 관련자(이하 ‘고위공직자 등’이라 함)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때 필요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특검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에 대해 특검이 진행된 바 있다. 한편 고위공직자는 모두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심부름꾼을 자처한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죄를 지으면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를 받는데, 고위공직자 등은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막강한 권력으로 수사기관의 손발을 묶어 자신의 범죄를 밝히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특검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라의 주인들은 작은 범죄를 저질러도 그 죗값을 치르기 위해 강제수사까지 받는 상황에 국민의 심부름꾼들은 특별한 제도를 만들어야 겨우 수사를 할 수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현실이 그러하니 특검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 기왕에 제도를 운영한다면 한 명의 국민으로서 하나의 제안을 할까 한다. 우선 특검을 통해 수사를 받는 고위공직자 등에게 유죄가 선고되고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해당 특검을 운영하기 위해 소요된 모든 비용을 함께 부과하여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기 바란다. 그리고 특검을 통해 수사를 받은 고위공직자 등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해당 특검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 해당 비용을 부과하기 바란다. 이렇게 한다면 죄를 지은 고위공직자 등은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에 순순히 협조할 가능성이 높고, 국회의원들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특검을 이용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제도가 있음에도 그 제도를 회피하는 권력자를 위해 또다시 특별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느라 특별한 비용이 발생한다면 그 특별비용은 제도를 회피한 권력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생계를 위해 죽어라 일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고위공직자 등이 감옥에 간다고 해서 생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고위공직자 등이 범죄행위를 한 것에 대해 국민이 책임질 일도 아니므로 국민들에게 그 비용까지 부담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철에 그렇게 외치던 ‘민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위와 같이 제도를 운영해 진심으로 민생을 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천자춘추] 삼국시대로 회귀한 대한민국

22대 총선이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보다는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저질 정치의 전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뉴스에서는 날마다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하며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한쪽에서는 ‘범죄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불통 정치를 끝내자’며 욕설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국민은 ‘범죄자’와 ‘불통 정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았고 결과는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며 끝이 났다. 정치는 본래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해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고 국민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낙후된 정치’ 모습을 보였다. 경제가 침체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희망을 제공하는 것이 바른 정치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전의 부재’로 인해 결국 ‘지역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치 백제, 신라, 고구려 시대로 회귀한 듯하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22대 국회의원의 의석수는 총 300석이다. 이 중 지역구 의원은 254명, 비례대표는 46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석수가 실제 업무와 비교해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다. 전국의 시·군 수는 168개다. 시·군 대표 1명과 인구 10만명 미만의 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해 100곳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별권한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특별한 보직을 맡지 않는 한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최고위원의 경우 대기업 총수나 회장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 국회의장은 국가 서열에서 2위, 국회부의장은 8위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는다. 발언·표결의 자유와 불체포특권 및 상당한 세비(歲費)와 기타 편익을 받을 권리 등을 모두 내려놓고 국회의원을 봉사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21대 국회 당시 상정된 국정과제 법안 중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급한 법안’의 처리가 늦어져 한숨만 내 쉬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계류 중인 법안 중 시급한 ‘민생에 관련된 법안’은 밤을 새워서라도 시급히 처리야 속 타는 성난 민심을 달래 줄 수 있을 것이다.

[지지대] ‘위험한’ 日 우익교과서

일본의 역사 왜곡이 반복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역사 왜곡은 점점 더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는 우익 성향의 교과서를 채택했다. 지난 19일 레이와서적의 중등 역사교과서 2권이 문부성의 검정을 통과해 내년부터 학교 교과서로 쓰인다. 일본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교육에 사용될 교과서여서 역사 인식 퇴행이 우려된다. 이번에 통과된 역사교과서는 일제강점기 군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으며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근대화로 이어졌다는 우익사관에 기초해 쓰여졌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황당하고, 기가 차다. “조선반도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일본이 주도해 조선의 근대화를 진행하고자 했다”, “일본군이 조선 여성을 강제 연행했다는 사실은 없으며 그녀들은 보수를 받고 일했다”, “일본 점령이 해제되자 한국은 이승만 라인을 일방적으로 선언해 다케시마(竹島·일본 주장 독도 명칭)를 점거했다”, “역사상 조선왕조가 다케시마를 영유한 사실은 없다”. 노골적인 왜곡을 실은 레이와서적 역사교과서는 일본 시민단체 사이에서 ‘위험한 교과서’로 분류된다. 시민단체들은 전쟁과 식민지배 등 역사를 왜곡한 후쇼사 교과서가 문부성 검정을 통과한 2001년부터 ‘위험한 교과서’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추가 검정 통과로 우익사관 역사 교과서는 4종으로 늘어났다. 한국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강제징용 문제, 식민지배에 대한 극히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거짓 기술을 포함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역사 왜곡은 선의를 먼저 표시한 한국에 대한 무례이자 도전이다. 윤 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일본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며 손을 내밀었는데, 일본은 변한 게 없다. 일본 정부가 역사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면 미래 평화와 동반자 관계는 깨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