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경기도… 빛 못 보는 ‘빛공해 규제’

경기도내 설치된 과도한 인공조명 불빛으로 인해 주민들의 빛 공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빛 공해 민원이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18~2022년) 경기지역 빛 공해 민원 건수는 총 6천683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1천182건, 2019년 1천221건, 2020년 1천386건, 2021년 1천439건, 2022년 1천455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민원 내용을 보면 과도한 불빛으로 인한 수면장애와 생활불편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눈부심과 농작물 피해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수원특례시의회 민원 게시판에는 빛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불만 사항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원인 A씨는 “많은 수원 사람이 빛 공해에 시달리고 있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잠을 자다가도 테라스와 술집 조명에 벌떡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는 지난 2019년 7월19일부터 가평군과 연천군을 제외한 29개 시군 전역을 '경기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해 빛 공해 저감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조명환경관리구역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 따라 인공조명의 밝기 기준을 지켜야 하는 지역으로 1종부터 4종까지 총 4가지로 구분된다. 1~2종 지역은 국립공원이나 농림지역같이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이고, 3~4종 지역은 주거지역과 상·공업지역이다. 1종에서 4종으로 갈수록 밝기 허용 기준이 높아지며, 규제 대상이 되는 조명은 가로등, 보안등, 옥외광고물 조명, 아파트 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식조명 등이다. 해당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초과 범위에 따라 5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지자체의 빛 공해 관리 단속은 민원 접수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 전담 인력이 없는 탓에 빛 공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단속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측정장비나 전문인력이 없어 민원이 발생하면 현장 방문 후 계도 조치 정도만 하고 있다”며 “한국환경공단에서 제공하는 ‘빛 공해 저감 컨설팅 서비스’가 있지만 매번 신청하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빛 공해가 수면장애를 만들고 심지어 갑상선암, 유방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빛 공해 기준을 적용하는 데 있어 섬세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자체 재정자립도 하락 ‘책임론’… 여야 후보 ‘네탓 공방 [총선 관전포인트]

4·10 총선 경기도내 예비후보들이 책임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모두 의석을 차지한 일부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재정자립도 하락을 이유로 책임론을 씌우고 있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 프레임을 내세운 것이다. 22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원·안산·부천시 등 경기도내 20개 시·군에서 관내 모든 선거구(44개, 전체 51개)를 석권했다. 일례로 수원의 경우 민주당이 5개 선거구를 모두 차지했다. 민주당이 석권한 지역구 4~5곳의 일선 시·군 중 안산시를 제외한 수원과 부천은 지난 2010년 제5회 동시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소속의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곳이다. 안산시의 경우 2010년부터 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가 지난 2022년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민근 시장이 선출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수원지역의 경우 국민의힘에서 김현준(수원갑)·방문규(수원병) 예비후보 등이 수원특례시의 재정자립도 하락을 강조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경기데이터드림에 따르면 수원특례시 재정자립도는 지난 2019년 55.9%, 2020년 45.9%, 2021년 44.8%, 2022년 44.2%로 하락하다가 지난해의 경우 46%로 집계됐다. 재정자립도는 전체 재원에 대한 자주재원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지자체의 재정 운용 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안산(재정자립도 2019년 55.8%, 지난해 37.2%)에서도 재정자립도 하락을 꼬집는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민주당 김철민 국회의원(안산 상록을)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겠다고 공언하는 등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경기 침체의 원인을 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다. 부천(2019년 39.8%→지난해 31.1%)에서도 같은 당 서영석 예비후보가 부산엑스포 유치 무산, 무역수지 적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은 국정보다 관심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서도 주민 삶에 밀접한 당 차원의 공약이 유권자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등 관심이 있는 선거의 경우 지역 실정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나 총선은 전체 선거로 지자체보단 정권에 대한 책임론이 더 강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면서도 “유권자들은 자기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공약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대통령과 함께하는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상 초유 사태’에도 경기도 공공의료과장 공석…도의회, 대책 마련 촉구

경기도의회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에도 담당부서인 경기도 공공의료과장이 부재한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황세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22일 제373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1차 회의에서 전날 오병권 경기도 행정1부지사의 아주대병원 방문 자리에서 공공의료과장이 빠졌다는 점을 설명하며 “의료 공백이 길어질 것 같은데 현재 공공의료과장이 공석”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료과는 경기도의료원의 운영 등을 담당하는 과장이다. 이와 관련, 유영철 도 보건건강국장은 “전 공공의료과장은 안성시 보건소장으로 나갔고, 새로운 공공의료과장은 기술 서기관으로 내부에서 승진을 해야 한다”며 “조직 개편으로 직렬을 조정해 행정직으로 배치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시기는 다음 달 말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준호 의원(국민의힘·파주1)은 “공공의료원에만 비상 진료를 맡길 것이 아니라 민간 의료기관이나 군 병원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등 장기적인 의료 공백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또 “도민들이 응급 상황에서도 신속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는 정보제공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미숙 의원(민주당·군포3)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의사들의 업무 과부화를, 이인애 의원(국민의힘·고양2)은 의료 정보에 대한 도민 홍보 강화 등을 각각 지적했다.

국힘-경기도, 연일 '신경전'... 與, 북자도 설치 법안 착수

‘서울 편입 및 경기 분도(分道) 병행’을 공약으로 내건 국민의힘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북자도) 설치 법안 마련에 착수, 이를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경기도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양·김포·구리 등 서울 편입을 원하는 지자체는 편입을 추진하고 이외 지역을 북자도로 묶겠다는 게 국민의힘 구상인데, 도는 이미 10개 시·군으로 구성된 북자도 설치 계획을 수립한 뒤 정부에 주민투표를 요청한 상태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기·서울 리노베이션 TF는 ▲북자도 설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한 북자도 지원 ▲국무총리실 산하에 북자도 지원 위원회 설치 등이 담긴 ‘북자도 설치에 대한 법률안’을 구상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정부에서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서울 편입·경기분도 원샷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특히 TF는 법안 내 북자도 세부 구획을 빈으로 두며 북부 지역 10개 시·군으로 북자도를 설치한다는 도 구상과 대조를 이뤘다. 배준영 TF 위원장은 “서울 편입을 원하는 일부 지역이 있기 때문”이라며 “다음 국회에서 경기 북부 분리와 서울 편입 문제를 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반면, 도는 “국민의힘 서울 편입은 선거용 사기극”, “서울 편입·북자도 양립 불가능”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도의회 임시회 도정 질의에서 국민의힘의 서울 편입, 분도 병행 방침에 대해 “행정구역 개편에는 수많은 소통과 절차가 필요하다”며 “그것을 불과 두세 달 만에, 정치 일정(총선)을 앞두고 하겠다는 것은 (의도가) 심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상당히 개탄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이미 김 지사는 국민의힘이 진정 북자도 설치에 뜻이 있다면 도가 정부에 요청한 북자도 설치 주민 투표에 힘을 실어달라고 주문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도 입장도 같다”고 말했다.

[경기만평] 브레이크 없는...

[사설] 경기도의사회장의 부적절한 토론 논리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 경기도의사회장의 이 말이 여론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2일 방송된 TV토론회에서 이동욱 회장이 발언을 했다. 이 회장은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 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데도 가고, 의무 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 문제를) ‘양’으로 때우려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사실 의사 사회에서는 간혹 오갈 수 있는 주장이다. 이런 얘기를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에서 논거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가 반박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반에서 20~30등’이라는 표현은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반 여론의 흐름도 이 회장 주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 반박에도 논리적 비약은 있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이 지역감정에 기초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계층 갈등 의도를 갖고 있다고도 볼 건 아니다. 의사 증원 반대 논리를 펴는 가운데 나온 말일 것이다.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의사 질 저하’의 논리적 적정성을 따져 볼 동기는 제시했다. 정부가 2월15일 이미 내놓은 현안 브리핑이 있다. ‘2천명 증원해도 의대 질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거기서 과거의 예를 설명했다. 1980년대 의과대학 정원은 지금보다 많았다. 서울대 260명(현재 135명), 부산대 208명(현재 125명), 경북대 196명(현재 110명) 등이다. 이 회장의 논리대로라면 과거 의사들의 수준은 낮았어야 맞다. 그런데 그런 객관적 혹은 증명된 지표는 없다. 80년대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면 지금 의료계 시니어 그룹이다. 여전히 최고의 전문가 집단임을 자부하고 있다. 스스로의 존재가 곧 증명이다. 얘기는 엉뚱하게 대입 전문가 분석까지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작년 기준 전국 고등학교 수는 2천379개다. 전교 3등까지를 다 합해도 7천명을 넘는다. 정부가 목표한 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5천58명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전교 3등까지는 해야 의대에 갈 수 있다. 심지어 학생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이제 반에서 20, 30등은 거의 꼴찌다. 현실을 알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온 나라가 의료 비상이다. 국민의 눈과 귀가 의료계에 쏠려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중요하다. ‘20, 30등 의사’는 의사에게도 도움 안 될 괜한 소리였다.

[사설] 세대갈등 부추기는 갈라치기 공약, 표 얻으려 남발 안 된다

선거 때마다 공약이 쏟아진다. 4·10 총선을 앞두고도 여야 모두 표심을 자극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퍼주기 경쟁이라도 하듯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 특정 세대나 연령층을 자극해 득표에 활용하려는 공약도 있다. 이는 세대 갈등, 사회 갈등을 야기한다. 표 계산을 떠나 갈등을 조정·융합해야 할 정치 본연의 기능에 역행하는 행태다. 이번 총선에서도 세대 간 갈라치기 공약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사회갈등 조장형’ 총선 공약을 연달아 던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공약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지하철 적자 누적 요인으로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를 지목하며 이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공공교통 적자엔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이를 노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세대 갈라치기’다. 대한노인회는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며 즉각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 생활밀착형 정책 확대’를 약속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전국 경로당 매일 무상 점심 제공, 실버타운 이용 계층 및 혜택 확대 등의 공약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경로당 무상 점심 확대 공약을 내걸었다. 또 청년층을 끌어들이려 원룸 임대사업자의 반발이 심한 ‘월 20만원대 기숙사 5만가구’ 공급 공약도 제시했다. 각 정당의 공약 온도 차는 국민의힘은 노년층, 민주당은 청장년층, 개혁신당은 청년층으로 지지 연령층이 구분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공동체 이익보다는 특정 세대를 겨냥한 공약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개혁신당은 경찰·해양경찰·소방·교정 공무원 채용시 여성의 병역 의무화도 공약했다.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가야 하는 20대 남성(이대남)을 자극해 지지를 얻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거대 양당의 노인 공약도 건강보험 고갈, 재원 조달 대책이 부족해 선심성이 농후해 보인다. 표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층에 공약을 집중하는 게 정당의 기본 선거 전략이라지만 세대 간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된다. 그러잖아도 우리 사회는 갈등의 골이 깊다. 세대·이념·지역·노사·젠더·계층 갈등이 심각한데 정치인들이 표를 위해 화합은커녕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일단 표만 많이 얻는다면, 당선만 된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의 후진적인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답답하다. 이런 정치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유권자들이 똑바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삶과 종교] 새로운 삶을 가능케 하는 것

앞선 글들에서 필자는 참행복은 ‘존재’에 달려있음을, 그래서 ‘존재의 변화’가 관건임을 종종 언급했다. 한데 막상 ‘무엇이’ 그런 새로운 삶을 가능케 하는지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오늘은 그것을 다뤄본다. 동화 ‘미운오리새끼’의 주인공은 백조다. 그는 집오리들 틈에서 나고 자라면서 자신을 하늘을 날지 못하는 집오리로 믿고 살게 된다. 그래서 날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이 백조임을 알게 된다. 처음엔 믿지 못했지만 자신이 백조임을 굳게 믿자 비로소 하늘을 날게 된다. 네 발로 기던 아기가 두 발로 걷기까지 2천번 넘게 넘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2천번 넘게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거다. 아기는 무수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의 신뢰와 사랑을 보고 ‘저분이 내 부모가 맞구나. 내가 저분의 자식이 맞구나. 그러면 나도 저분들처럼 두 발로 설 수 있겠구나’ 믿게 된다. 자신을 향한 부모의 믿음을 보고 자신이 인간임을, 네 발로 기는 짐승의 자식이 아니라 두 발로 서는 인간의 자식임을 믿게 된다. 이 믿음이 그를 두 발로 걷게 만든다. 필자는 이전 글들에서 천주교에서는 세례 때 결정적인 존재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데 아무리 세례로 새로 태어나도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미운오리새끼’의 주인공이 큰 날개를 갖고 태어났어도 자신이 백조임을 믿지 않았을 때에는 날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피땀 흘려 노동하고 아이는 그것을 먹고 큰다. 입에 들어가는 것은 밥이지만 실제로 먹는 건 부모의 피땀이다. 아이는 부모의 피땀을 먹으며 ‘내가 정말 저분들의 자녀구나’ 믿게 된다. 부모의 피땀이 그에게 믿음을 주고, 그 믿음이 비로소 그를 인간이 ‘되게’ 한다. 마찬가지로 천주교 신자들은 미사 때마다 성체를 먹는다. 성체는 예수의 살과 피를 가리키는 것으로 천주교인들은 미사 안에서 빵과 포도주가 참으로 예수의 살과 피가 된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아이가 부모의 피땀을 먹듯 천주교인들은 성체를 먹고 자란다. 이 참된 양식이 새 삶을 가능케 한다. 이 과분한 사랑의 양식(예수의 자기증여)을 먹으며 자신이 틀림없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믿게 된다. 이 참된 양식이 믿음을 자라게 하고, 그 믿음이 그를 하늘사람이 ‘되게’ 한다. 그리하여 부모의 피땀을 먹고 자란(기억하는) 자녀가 부모를 닮듯 결국 예수를 닮게 된다. 진심으로 신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된다. 자신을 집오리의 자녀라 믿는 이는 땅을 기지만, 자신이 백조의 자녀라 믿는 이는 하늘을 사랑하게 된다. ‘추구’는 ‘존재’에 달렸기 때문이다. 존재가 달라지면 추구하는 바도 달라지는 것이다. 자신 없어 하는 청년 신자에게 필자는 말한다. “내게 성체를 주신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기억하자. 하느님이 믿는 나를 믿어라.” 우리에게 자유가 있다는 건 신이 우릴 믿는다는 것이다. 신이 믿는다면 그건 ‘된다’는 것이다. 남은 건 내가 그것을 믿느냐뿐이다. “중요한 건 자네가 하느님을 믿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아니라네. 가장 근본적인 것은 하느님께서 자네를 믿으신다는 사실이지.”(토마시 할리크)

[천자춘추] 문화 예술 콘텐츠의 미래는?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흐름은 산업화 정보화를 넘어 정신 문화 역사 예술 쪽으로 왔다. 문화산업은 영화, 음악, 게임 등 같은 콘텐츠 등으로 국가의 신성장 동력이자 차세대 핵심 산업이 되고 있다. 과연 문화 콘텐츠의 미래는 어떤 방향일까? 기존의 콘텐츠 내용적 스토리 중심에서 시각적 이미지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텍스트 형태보다 동영상 같은 이미지로 제시되는 서비스가 그 비중을 확장되고 있다. 기승전결 등 스토리의 짜임새의 완성보다는 이미지의 화려함과 독특함이 앞세우는 경향이 더욱 대세가 될 전망이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생활문화 콘텐츠로 넘어가고 있다. 문화예술 작가들의 음악, 다큐, 사진, 글, 그림, 캘리그라피 등을 활용한 작품과 이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거대 콘텐츠나 트렌드 속에서 소규모 문화 콘텐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을 향한 열정과 의지, 창의성을 북돋우려는 문화 예술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래는 어떤 콘텐츠여야 할까. 우리나라처럼 변화무쌍한 콘텐츠 흐름 속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스타일, 문화, 예술적 표현을 창조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사회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가치관, 발상, 특별한 기량, 창의성을 지닌 자만이 살아남는다. 문화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 문화 예술의 교류는 점점 더 민족과 지역을 초월해 확대되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이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하이테크, 언제나 새롭고 넓은 무언가를 쫓는 인간의 숨결을 가리키는 하이터치가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한류 확산은 변방 로컬문화에서 중심문화로 극적으로 이동 중이다. K컬처는 글로벌 도약하고 있다. 글로벌 문화교류에서 최대 수혜국이다. 정부는 올해 콘텐츠 키우기에 1조7천400억을 쏟아 붓는다. BTS와 오징어게임을 이을 다음 ‘K-컬처’, ‘K-콘텐츠’ 대표작을 발굴하자는 것이다. 창의적 콘텐츠가 생성될 수 있는 문화 인프라, 즉 생태계 구축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따라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보이느냐 마느냐가 판가름 나게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 한식(한국인의 음식), 한복, 한옥, 한글, 태권도, 다산 정약용 등을 베이스로 삼아야 한다. 문화 생태계는 콘텐츠와 미디어가 중심이 되어 개인의 마니아, 사회적 콘텐츠 비즈니스, 문화속의 장인정신과 생활환경 등이 선순환을 이루는 문화의 일대 거점이자 거대한 수자원이 된다. 창의성을 전제한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고 문화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디지털 문화 콘텐츠 분야의 단체나 기관, 창의적 전문인력을 키우고 창작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과 다양한 통신기기는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와 창작 활동을 돕는 통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새로운 개념이 추가되며 사회적 문화적 융합이 확산되고 정착되기 시작했다. 구분되던 다양한 영역들이 하나로 모이는 현상이 펼쳐지고, 더 나아가 영역의 경계 구분이 없이 새로운 사용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래는 도시다. 오래된 도농지역에서 신도시로 변할수록 도시 브랜딩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IT와 문화 예술을 통한 재도약 추진과 그럴수록 전통가치를 미래가치로 바꾸며 자연 친환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아파트만 있는 베드타운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들이 함께하는 가장 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도시가 답이다. 모든 시민에게 편리하고 안락한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참신한 기획과 건강한 매개자가 희망과 사랑의 메신저이다. 그들이 도시의 빈틈을 자발적으로 창조한다. 문화 콘텐츠의 미래는 일과 놀이가 일치하고, 꿈과 현실이 교차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문화 콘텐츠의 발전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본질적 일치를 추구하게 되고, 사람들의 놀이와 정신, 감성, 창조적 예술성이 바로 그 동력이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 콘텐츠는 문화코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