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장학금 ‘줬다 뺏다’… 항의하자 번복 ‘물의’

경기대학교가 장학금 지원 대상이던 신입생 200명에게 일방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다 학생들의 항의 끝에 번복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경기대 측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입학 과정에서부터 학교가 눈 가리기식 행정을 펼쳤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대는 지난 5일 오전 수시모집 기회균형선발전형으로 선발된 학생 200여명에게 기회균형선발장학금 대상자가 아니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들은 수시모집 과정에서 1학기 수업료 50%에 해당하는 장학금 지급 대상이라고 안내받았고, 합격자 발표 당시에도 이 같은 안내를 받아 경기대에 최종 등록한 학생들이다. 당시 학교 측은 기회균형선발장학금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해당 전형 합격자라도 일반 학생들은 장학금 없이 모든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학교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수시모집 요강도 변경됐다. 지난해 경기대 입학안내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4학년도 수시모집요강’을 보면 신입생 장학제도에 기회균형선발장학금 대상이 ‘기회균형선발전형 및 고른기회대상자전형으로 합격한 자’로 명시돼 있었다. 반면 현재는 ‘기초생활수급자등선발전형 및 고른기회대상자전형으로 합격한 자’로 변경돼 있다. 이에 대한 별도의 공지나 안내는 전혀 없었다. 이에 학생들은 수시모집 과정은 물론 합격통지서를 받았을 때도 장학대상에 ‘기회균형장학금’ 대상이라고 기재돼 있던 것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회균형선발전형으로 합격한 한 학생은 “사실상 많은 학생들이 등록하게 하려는 미끼가 아니냐”며 “학교에게 사기를 당한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학생 역시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학교 측에 항의하자, 등록금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면서 “문제가 커지고 학생들이 공동 대응을 하자고 한 뒤 말을 바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학교 측은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치자 당일 오후 정정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문자에 오류가 있었다며 장학금 수혜대상자라고 말을 바꿨다. 경기대 측은 단순 업무실수라면서도 모집요강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서는 담당자 변경을 이유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기대 관계자는 “기회균형선발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은 처음부터 50%의 장학금을 주기로 돼 있었다”며 “다만, 담당자가 업무 파악이 미흡해 벌어진 행정적인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與 경기·인천 단수공천... 본선 대진표 속속 윤곽

여야가 4·10 총선 경기·인천 후보들의 단수공천과 경선 등을 속속 결정하면서 양당 본선 대진표의 윤곽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21일 오후 6시께 경기 단수공천 2곳, 경선 3곳, 우선추천 2곳, 인천 경선 1곳을 각각 결정했다고 밝혔다. 단수공천은 고양정 김현아 전 국회의원, 화성갑 홍형선 전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이며, 우선추천은 오산 김효은(레이나) 전 EBSi 영어강사, 파주갑 박용호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다. 이 중 김효은 영어강사는 영입인사다. 경선은 경기의 경우, ▲수원무(김원재·박재순) ▲남양주갑(심장수·유낙준·이인희) ▲양주(박종성·안기영) 등 3곳이며, 인천은 남동갑(손범규·전성식·정승환)이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 59곳 중 단수공천 26곳, 경선 12곳, 우선추천 2곳이 결정돼 67.8%를 기록하게 됐다. 인천도 13곳 중 단수공천 5곳, 경선 4곳으로 69.2%가 결정됐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이날 경기 단수공천 3곳, 경선 3곳, 전략공천 2곳을 결정하면서 단수 6곳, 경선 11곳, 전략 2곳 등 19곳을 결정, 32.2%에 머물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밤 10시 경기·인천 지역 5곳을 포함,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기·인천 경선에서 광명갑 임오경, 군포 이학영, 파주갑 윤후덕, 인천 연수을 정일영, 남동갑 맹성규 국회의원 등 현역의원 5명이 전원 승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22일 0시 현재 총선 후보를 모두 결정한 곳은 의왕·과천과 이천, 파주갑 등 3곳이다. 의왕·과천은 민주당 이소영 국회의원(초선)과 국민의힘 최기식 전 당협위원장, 이천은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인 송석준 국회의원(재선)과 민주당 엄태준 전 지역위원장이 각각 대결하게 됐다. 파주는 민주당 윤후덕 국회의원(3선)과 국민의힘 박용호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 대결을 펼친다. 또한 ▲수원무 ▲성남 분당을 ▲고양병 ▲남양주갑 ▲용인병 ▲파주을 ▲안성 ▲김포갑 ▲광주갑 ▲광주을 ▲여주·양평 등은 국민의힘 혹은 민주당의 단수공천 혹은 경선후보 등이 결정돼 본선 주자의 면면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성남 분당을의 경우, 국민의힘은 김은혜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과 김민수 당 대변인이 경선, 민주당은 김병욱 국회의원이 단수공천됐고, 파주을도 국민의힘은 조병국·전정일·한길룡 3인 경선, 민주당은 박정 국회의원(재선)을 단수로 공천했다. 안성에서는 민주당이 최혜영 국회의원(비례)과 윤종군 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 경선을 하는 데 비해 국민의힘은 김학용 국회의원(4선)을 단수공천해 본선을 대비하도록 했다. 고양병과 용인병·광주갑은 국민의힘 단수 혹은 우선추천 후보가 민주당 경선 승자와 본선에서 맞붙고, 수원무와 여주·양평은 민주당 단수 혹은 전략공천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승자와 본선에서 대결을 펼친다.

[사설] 40년 된 노후 고양시청사, 백석동 이전이 옳은 방향이다

고양특례시의 시청사는 너무 낡았다. 지은 지 40년 넘은 건물은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을 정도로 노후했다. 사무공간이 크게 부족해 부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공무원이나 시민 모두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덕양구 주교동에 위치한 고양시청사(본관)는 1983년 건립됐다. 고양은 군(郡) 단위 지자체에서 시(市)로 승격됐고 2022년 특례시로 승격됐지만, 시청사는 군청 시절에 머물러 있다. 시청 본관과 31년 된 신관(시의회 건물) 등을 합한 건물 연면적은 1만4천789㎡로 지자체 등 관공서 법적 기준면적(2만8천916㎡)의 51.1%에 불과하다. 주차공간은 143면밖에 안 된다. 용인특례시청사는 연면적 7만6천214㎡, 주차 978면이고, 성남시청사는 연면적 7만5천611㎡, 주차 1천108면이다. 인구 수가 비슷한 이들 지자체와 너무 차이가 크다. 고양시청사의 가장 큰 문제는 사무공간 부족이다. 60개 본청 부서 중 70%인 42개 부서가 11개의 외부 건물에 흩어져 있다. 본관에서 300m 떨어진 곳도 있다. 공무원들의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원 때문에 온 시민들은 사무실 위치를 찾기 어렵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건물을 빌려쓰다 보니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이 연 12억원씩 지출된다. 낡은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다.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들은 방문이 거의 불가능하다. 천장 누수에다 동파로 수돗물이 안 나오기도 한다. 본관은 2000년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최근 5년간 건물 보수 및 안전보강에 25억원 등 35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사를 신축해야 한다. 2018년부터 신청사 논의가 있었다. 2020년에 주교동 제1공영주차장 부지를 신청사 건립 예정지로 확정했다. 연면적 7만3천96㎡ 규모로 예상 공사비는 2천969억원이었다. 신청사 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됐고,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신청사는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늦어졌고, 비용은 4천200억원으로 불었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예산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다행히 해법이 생겼다. 기부채납받은 백석동 요진업무빌딩으로 옮기면 신청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는 2016년부터 요진개발과 소송을 벌여 2022년 11월 최종 승소했고, 지난해 4월 준공된 업무빌딩을 5월에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연면적 6만6천190㎡ 규모다. 이동환 시장이 주교동 건립 계획을 변경해 요진업무빌딩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변화된 상황을 고려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재정이 어려워 신축이 거의 불가능한데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건립 비용의 7분의 1 수준인 599억여원으로 새 청사를 마련할 수 있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사설] ‘먼저 기업 유치해 놓아야’... 앞뒤 바뀐 기회특구 지침

기회발전특구는 현 정부 특화 지역균형발전책이다. 지방정부가 자체 조례에 따라 주도적으로 계획, 지정을 요청한다. 기존 특구보다 인센티브도 많다. 특히 규제특례는 지방정부가 직접 설계할 수 있다. 투자 걸림돌의 규제는 지방정부가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처음에는 비수도권에만 가능했던 기회발전특구였다. 문제는 첩첩 규제로 갈수록 낙후해 가는 수도권 저개발 지역들이다. 인천 옹진 강화나 경기 연천 가평 등이다. 인구소멸위기지역 또는 접경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도 기회발전특구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줄기찬 요구에 지난해 수도권의 저개발 지역도 포함됐다. 인천에서도 관련 연구 용역에 들어가는 등 희망에 부풀었다. 그런데 막상 세부 지침이 나오자 ‘빛 좋은 개살구’ 아니냐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회발전특구의 지정·운영에 관한 지침’을 내놨다. 지정 요건, 재정 지원, 규제특례 등에 대한 세부 로드맵이다. 그런데 이 지침은 쉬이 납득 못할 조건을 달고 있다. 기회발전특구 지정 신청을 하려면 기업과의 투자협약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를 약속한 기업이 있어야만 기회발전특구 지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아직 특구가 생겨나지도 않았는데 투자부터 약속받으라니. 특구로 지정되면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 규제특례 등이 주어진다. 이 같은 특구 인센티브가 기업 유치의 원동력이다. 맨손으로 무슨 투자를 끌어오라는 것인지. 지난 2년간의 인천 기업 유치를 들여다보자.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택했다.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송도·청라국제도시였다. 이뿐만 아니다. 수도권은 기회발전특구의 규모에 있어서도 차별을 둔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비수도권은 광역지자체의 경우 최소 495만~660만㎡(150만~200만평)까지 가능하다. 인천시는 특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최소 495만㎡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수도권은 개별적으로 심의를 해 비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지정할 방침이다. 결국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공장 신·증설 규제 페널티가 기회특구에서도 살아나는 셈이다. 인천 옹진 강화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소멸위기지역이다. 연천 가평 등 경기도 접경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역차별을 가하려 한다. 수도권의 인구소멸위기지역에 기회특구를 주지 않아야 비수도권이 살아난다는 것인가. 특구 지정을 받고 싶으면 기업부터 유치해 놓으라. 규모는 최소한으로. 처음부터 꼬여 가는 수도권 기회발전특구다.

[김종구 칼럼] 또? 과천시장 주민소환

과천에 또다시 주민소환이 등장했다. 관련 법이 시행된 것은 2007년이다. 이후 실제로 투표까지 간 게 두 번이다. 기초지자체 중에 제일 많다. 이번 청구인도 한 시민이다. 소송 패소로 인한 세금 낭비가 이유다. 2013년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을 설치했다.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문제가 생겼다. 손해봤다며 업체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시에 67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시장이 책임지라는 주민소환이다. 나름의 검토가 있었을 것이다. 적정성 여부를 함부로 얘기할 건 아니다.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듣는 시민이 각자 판단하면 될 일이다. 살펴보려는 건 과천의 유별난 역사다.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다. 1990년 이후 쭉 그랬다. ‘10년 후에도 살고 싶은 곳’ 1위다. 2023년 조사다. ‘인구 순유입률’이 경기도 1위이고 경기도내 출산율 2위다. 둘 다 2021년 통계다. 참 좋은 동네다. 그런데 안 어울리는 오명이 있다. ‘주민소환 1위 도시’다. 전국에서도 특별하다. 행자부의 2022년 말 현재 통계가 있다. 124건의 주민소환 청구가 있었다. 이 중에 실제 투표까지 간 청구는 11건이다. 기초자치단체장 소환은 4건이다. 2011년 과천시장, 2012년 삼척시장, 2013년 구례군수, 2021년 과천시장이다. 2건이 과천시장이다. 전국 기초지자체가 226개다. 이 가운데 절반이 과천시장인 셈이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살고 싶은 동네’라면서.... 툭하면 주민 소환으로 뒤집힌다. 앞선 두 번의 주민 소환에는 유사점이 있다. 모두 지역 개발과 관련된 반발이었다. 중앙정부가 내리꽂은 신도시 깃발이다. 막아 내지 못한 시장의 책임을 물었다. 근데 이번엔 좀 다르다. 행정 절차 위반과 세금 낭비가 이유다. 67억원 패소했으니 시장 그만두라고 한다. 예산 낭비가 소환 사유다. 그렇다면 겹치는 화두가 있다. 주민 소환에 쓰이는 예산이다. 위법 단속 인건비, 운영비, 여비 등이다. 주민 소환 없으면 안 쓰일 돈이다. 법 제26조 1항에 딱 정해져 있다. ‘경비는 해당 지자체가 전부 부담한다.’ 시장 불신임에 드는 돈을 시가 내는 셈이다. 과거 두 번도 그래서 과천시가 냈다. 2011년에는 2억4천여만원이 들었다. 2021년에도 4억4천300만원 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회계 처리로 계산 못할 무형의 손실도 컸다. 추진 기간 여론이 두 동강 났다. 정상적인 행정 추진이 사실상 막혔다. 7억원보다 큰 행정력 낭비다. 이 돈을 또 쓰자는 거다. 주민소환이 금과옥조다. ‘직접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칭송된다. 무조건 관대하게 봐주고 넘어간다. 그래야 민주적 판단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니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자’는 주장만 있다. 청구 금지 기간을 단축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은 시장 임기 개시 후 1년간 못한다. 서명수를 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서명 조건은 15%다. 개표 요건을 완화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의 개표 하한선은 33.3%다. 다 맞더라도 과천에선 틀리다. 주민소환제 17년이다. 과천시장이 세 명 있었다. 여인국(2002~2014년)·신계용(~2018년)·김종천(~2022년)·신계용(현재)시장. 예외 없이 주민소환에 걸려들었다. 매번 ‘찬성·반대’ 현수막으로 길거리가 덮였다. 매번 개표도 못하고 묻혀 버렸다. 이번에도 다를 거 같지 않다. 이걸 민주주의 꽃이라 우기면 안 된다. 과천 발전을 위한 견제였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그렇게 봐주기엔 소모적 과거가 너무나 생생하다. 주민 없는 주민 소환은 또 다른 주민 소환의 대상이 될 뿐이다.

[함께하는 인천]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 오픈AI ‘소라’ 유감

동양철학에서 하늘은 종종 우주의 질서, 자연의 법칙, 도덕적 권위의 근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교에서 ‘천인합일(天人合一)’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하늘 사이의 조화롭고 긴밀한 관계를 강조한다. 인간은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며, 도덕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이상적인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지난주 발표한 오픈AI의 동영상 생성형 인공지능 이름이 ‘소라’라고 한다. 일본어의 ‘そら(소라)’를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문화와 사상에서 소라(하늘)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소라’는 자연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한다는 일본 전통 사상을 반영한다. 소라는 또 신성함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신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날로 늘어가고 있고, 이에 대한 통제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소라’라는 제품명을 썼다는 것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인간의 삶이 소라에 종속될 것 같은 불길함이 스쳐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2014년 BBC와 인터뷰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완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면, 이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사건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확실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중요한 지점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확실하지 않은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과 군사적 활용을 통한 무기화의 가능성이다. 고도로 발달된 초지능AI는 인간의 통제능력을 초과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AI는 자기개선 능력을 통해 빠르게 학습하고 발전해 인간이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불투명성도 위험요인이다. AI시스템, 특히 딥러닝 모델은 종종 ‘블랙박스’로 불린다. AI의 의사결정이 복잡하고 불투명해 인간이 이해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은 자율무기 시스템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목표를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AI는 사이버 공격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대규모 정보조작이나 가짜뉴스 생성에도 활용돼 전 세계를 순식간에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렇게 위험한 물건에 왜 ‘소라’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인간의 의도와 별개로 행동할 수 있는 소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문화카페]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 내려놓기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영화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2016년)은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라는 중년 여성의 삶을 다룬다. 이 작품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했던 이자벨 위페르의 농익은 연기가 돋보인다. 한 남자의 아내, 두 자녀의 엄마, 홀어머니의 딸로 살아가는 나탈리는 자신의 직업에도 언제나 진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갑작스러운 발언과 어머니의 죽음 등 그녀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일상의 균열을 대하는 나탈리의 태도에 있다. 영화의 제목처럼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들은 그 시점에서 바라보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담담히 수용하며, 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일상에 최선을 다한다. 변해 버린 남편과도, 급진적 사상을 표하는 제자와도 충돌하지 않는다. 타자의 생각이나 주장의 다름을 받아들이되 나탈리는 묵묵히 자신을 지켜나갈 뿐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희망을 품고 무언가를 시작하려 한다. 2024년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도 훌쩍 지나가고 있다. 계획했던 목표를 실행하지 못하고 작심삼일을 일삼는 자신을 바라보며, 올해 남은 날들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영화 ‘다가오는 것들’의 나탈리처럼, ‘미래의 다가오는 것들’이 아니라 ‘현재의 주어진 것들’에 시선을 돌려 보자. 그것이 사람이건 사물이건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나와 그 모든 것이 지금-여기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비롭지 않은가.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들’은 찬란한 봄의 전령들이다. 사계절 모두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연초록 잎새의 싱그러움과 살갗을 스치는 산들바람의 그 포근함은 봄의 진정한 선물임에 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루드비히 울란트의 시를 가곡으로 만든 프란츠 슈베르트의 ‘봄의 신앙’을 살포시 얹어보면 좋겠다. “...오 신선한 향기, 오 새로운 소리! 그러니 가엾은 마음아, 두려워 말아라! 이젠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달라지리라....”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이 가사처럼 다가올 봄의 믿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겨울과 봄은 서로를 이어주기에 겨울은 진정한 겨울이 되고 봄은 비로소 봄이 된다. 우리의 삶 역시 겨울의 차가움과 봄의 따스함이 공존한다. 슬픔과 기쁨, 고통과 환희, 절망과 용기는 대조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겨울과 봄이 그러하듯 이들이 얽혀 있기에 한 인간의 인생도 위대해질 수 있는 것이다. 두 계절이 교차하는 이 모든 찰나의 순간, 모든 존재가 드러나는 봄의 찬란함을 놓치지 말기를. 그리고 그 역동적 생동감을 움트게 해준 겨울의 인내를 찬미할 수 있기를.

[지지대] 고래 싸움에 쓰러지는 환자들

결국 8천816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7천813명은 현장을 이탈했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숫자가 1천2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형적인 ‘강 대 강’ 대치 국면이다. 일각에서는 작금(昨今)의 의료계 파업이 짧으면 2개월, 길면 6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재앙이다. 두 명의 골리앗 싸움에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것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피해 접수가 늘어가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20일 오후 6시 기준 58건으로 집계됐다. 수술 취소, 진료예약 취소, 진료 거절, 입원 지연 등이 포함됐다. 이 수치는 앞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지만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지역을 대표하는 성빈센트병원과 아주대병원을 ‘뺑뺑이’ 돌아도 의사가 없어 결국 자식의 수술을 진행하지 못한 부모가 울분을 토했다. 또 응급실 ‘전화 뺑뺑이’에 받아줄 곳을 찾지 못하던 80대 환자가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기사회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모든 싸움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의료계 파업은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사람의 목숨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현장을 지키면서 대표자들이 정부와 싸우면 환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일반인들이 우군(友軍)이 돼 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딱 반대 상황에 처한 의료계라고 보면 된다.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명제가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의 대의명분을 덮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싸움에 시간은 의료계 편이 아님을 직시하자. 의료계의 고충도 알겠다. 그래도 돌봐야 할 환자가 우선이지 않을까.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천자춘추]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방법

작년 많은 사람이 공감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은 와요’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불안증을 앓게 된 환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도 생계가 달렸기에 그 해결에 소극적이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내용과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여기서 ‘지위의 우위’란 직위·직급체계상 상위에 있거나 인적 속성, 근속연수·전문지식 같은 업무 역량 등에 따른 우위를 모두 포함한다. 두 번째 ‘업무상 적정범위’란 업무수행에 편승해 이뤄진 행위를 포함하며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지라도 행위 양상이 사회 통념상 적절하지 않다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것으로 인정된다. 마지막으로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꼈거나 근무환경이 전보다 나빠졌다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용자는 조사 기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근무 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을 해야 하며 만약 사용자가 신고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09조). 가해자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며 위자료 700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존재한다. 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므로 산재보험법에서 정하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제37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