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9시께 화성시의 한 헬스장. 입구 옆 설치된 키오스크엔 평일(오전 12~10시), 일요일, 공휴일 등 지도자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엔 무인으로 운영한다는 문구가 보였다. 투명 유리 자동문 너머 보이는 내부에는 몇몇 이용객이 불도 켜지 않은 상태로 운동 중 이었다. 한 이용객은 파워랙(등 운동기구) 근처에서 기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안양시의 한 헬스장도 상황은 같았다. 헬스장 내부엔 ‘무인출입’이란 네 글자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이용객들이 한창 기구를 이용해 운동하고 있었지만,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정선희씨(40대·여)는 “원하는 시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회원권을 끊긴 했는데, 제대로 된 지도사도 없이 혼자 운동하다 부상을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하긴 하다”며 “최근 운동기구 사용 방법을 모르는 채로 사용하다 다칠 뻔해 요새는 쉬운 유산소 운동만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곳곳 불법 무인 헬스장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 내 전문 지도자가 상주 하지 않을 경우 이용객이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어 정확한 실태 조사와 단속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날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내 등록된 체력단련장은 3천581곳이다. 하지만 이중 무인 헬스장은 몇 곳인지 알 수 없다. 무인 헬스장을 단속하는 일선 지자체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민원 신고에만 의존, 관련 현황 파악에 손을 놓고 있어서다.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상 영리 목적의 헬스장은 운동 전용 면적이 300㎡ 이하면 1명 이상, 이상이면 2명 이상의 체육 지도자를 배치해야 한다. 즉, 무인으로 운영되는 헬스장은 불법이다. 무인 헬스장은 통상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만큼 늦거나 이른 시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다. 이 때 전문 지도자 등 관리인 없는 상태에서 운동 기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이용객이 이를 이용할 경우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기계 고장 등 사고 발생 시 조속한 대처가 늦어져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관계자는 “불법인 무인 헬스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불법’행위로 규정하면서도 단속 등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허술한 행정도 한 몫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또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등 전문 자격을 보유한 이들이 여러 헬스장을 운영하며 한 곳에 상주할 수 없단 이유로 업장을 비워두는데, 이런 점이 바뀌지 않으면 무인헬스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내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곳곳 불법 무인 헬스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안전사고 위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계도 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고, 파악된 업소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천시가 관급자재 구매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1년간 30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14일 이천시 계약정보 현황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공공사업에 필요한 관급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일반경쟁, 조달청 3자 단가계약 등으로 호법면 소재 A업체와 30억원이 넘는 물품계약을 체결했다. 조달청 3자 단가계약은 계약 방식의 특례로 조달청이 인정하고 등록된 우수물품 중 쇼핑몰(나라장터)을 통해 수요 기관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지정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A업체는 법인을 설립해 식생 옹벽, 호안·보도블록 등의 제품을 제조·판매하며 지난해 이천시와 하천정비, 수해복구 공사 등에 필요한 물품을 154건에 28억4천여만원을 계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충남 아산에 설립된 법인을 통해 같은 기간 체육공원 조성, 도로개설 및 확·포장 공사에 필요한 잔디블록, 맨홀, 콘크리트블록 물품 31건에 4억4천여만원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업체 관계자는 “아산에 위치한 회사는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표이사 B씨는 A업체 임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A업체 관계자는 “특혜는 아니다. 졔품의 종류도 다양하고 영업사원들이 회사 제품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A업체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지역 동종업체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무분별하게 물품계약이 쏠리면서 나머지 업체들은 직원들 급여도 못 주고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확인 결과 특정 물품 구매와 관련 결과적으로 일부 업체가 상대적으로 많이 수주한 건 사실”이라며 “향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업부서와 읍·면·동이 발주하는 사업에 대해 예산 절감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면서 지역 업체에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꽃집을 찾는 성묘객 10명 중 9명은 조화를 구입합니다.” 14일 오전 11시께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한 공원묘지. 지난 설 연휴 동안 공원묘지를 찾은 성묘객들이 놓고 간 형형색색의 꽃들이 빼곡했다. 비석을 둘러싼 잔디 부분에는 조화를 사용해 꾸며 놓았고, 봉분 앞에 놓여 있는 알록달록한 꽃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화였다. 인근에서 꽃집을 하는 A씨는 “꽃을 사 가는 성묘객들 대부분이 조화를 선호한다”며 “생화는 빨리 시들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광주시 능평동의 한 공원묘지도 마찬가지. 공원 내 조화사용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무색하게도 묘지 옆 화병들에는 플라스틱 조화가 가득 꽂혀 있었다. 성묘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손에도 조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전국적으로 친환경 추모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공원묘지는 여전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플라스틱 조화가 가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 공원묘지에서 연간 1천557t의 조화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은 4천304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플라스틱 조화는 장기간 방치될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면서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킨다. 이에 경상남도 김해시와 창원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원묘지 내 플라스틱 조화 반입을 금지하거나 공원묘지에서 생화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친환경 추모문화 정착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이러한 움직임이 없어 플라스틱 조화가 없는 친환경 추모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조화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며 “경기지역에서도 달라진 인식에 발맞춰 공원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에서는 다른 지자체에서 하는 캠페인 활동과 같은 홍보 예산이 따로 없는 상황”이라며 “공원묘지 관리 주체가 각 시·군이기 때문에 생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 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요일인 15일 수도권 전역에 비 또는 눈이 내리겠고 저녁부터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추워지겠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북쪽에서 남하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새벽부터 수도권 전역에 비 또는 눈이 내리다가 오후에 그치겠다. 경기남동부 지역에서는 늦은 오후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겠다. 기온이 낮은 경기북동부 지역에는 눈이 쌓이는 곳도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북부 5~20㎜, 경기남부·인천 5~10㎜, 서해5도 5㎜ 내외이며 예상 적설량은 경기북동부 1~3㎝다. 아침 최저 기온은 서울 6도, 인천 5도, 수원 7도 등 4~8도, 낮 최고 기온은 서울 6도, 인천 5도, 수원 7도 등 4~8도 사이를 보이겠다. 다만 오후부터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기온이 차차 영하권으로 떨어지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저녁부터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며 오후까지 내린 비나 눈이 얼어 빙판길이나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며 “차량 운행 시 안전거리 확보 및 저속으로 운행해야 하며 보행자들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가 안산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에 대한 유해 발굴을 추진한다. 당초 도는 인권침해의 핵심 주체가 국가인 만큼 국가가 유해 발굴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유해 부식 가속화 등의 시급한 상황과 피해자단체·시민단체 요청 등으로 직접 나서기로 했다. 도는 유해 발굴 작업을 위해 이달 초 9억원을 예비비로 긴급 편성했다. 3월 초부터 1년5개월간 발굴·조사·감식·봉안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발굴 대상 지역은 안산시 선감동 산37-1번지 총면적 2천400㎡의 묘역으로, 114기의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감학원 사건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4천700여명의 소년들에게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암매장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선감학원에선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인권침해 행위가 계속됐다. 이 사건은 ‘아동판 삼청교육대’나 다름없다. 1980년대까지 국가폭력에 의한 잔혹한 인권유린이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9월과 2023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묘역의 일부 분묘를 시굴해 희생자 유해로 추정되는 치아 278점과 고리·단추 등 유품 33점을 발굴했다. 과거사위는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인권침해’로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선감학원의 핵심적인 주체인 국가가 희생자 유해 발굴을 비롯한 진실규명을 주도하고, 경기도는 협조하는 역할을 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주관 유해 발굴 사업 예산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국가 주도의 유해 발굴이 어렵게 됐다. 정부는 이후 무책임하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경기도가 나서게 된 것이다. 묘역이 40년 이상 방치돼 유해 멸실 우려가 있는 데다 신속한 발굴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선감학원 사건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기도에서 유해 발굴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경기도는 올해 선감학원 사건 피해 지원 대책으로 피해자 지원금과 의료 지원을 포함해 선감학원 옛터 보존·활용 연구, 추모비 설치, 희생자 유해 발굴 등에 예비비를 포함해 총 22억5천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위법적 부랑아 정책으로 인권을 짓밟은 국가는 책임을 회피하고 아무 조치도 없다. 가해자인 국가는 책임을 인정하고, 선감학원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항만과 공항은 국가 주요 보안시설이다. 사람과 물자가 드나드는 국경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항에도 인천항보안공사가 있다. 항계(港界) 내 출입이 없는 일반시민들은 모르는 기관이다. 국가공기업 인천항만공사의 자회사다. 항계 내 경비보안 및 인원 차량의 출입통제 등이 주업무다. 이런 인천항에서 최근 규정에 없는 경비료를 기업체에 부과해 시끄러웠다. 해양수산부가 원상회복에 나섰지만 경비 갑질이라 할 만하다. 인천항보안공사는 지난달 12일 한 업체에 경비료를 낼 것을 요구했다. 인천내항 4부두에서 수출 중고차를 단순히 보관만 하는 일을 하는 작은 업체다. 보안 관리를 해줬으니 비용을 내라는 것이다. 금액도 중고차 1대당 5천원이었다. 이 업체는 201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쭉 해 왔다. 그간은 한번도 부과되지 않았던 경비료였다. 업체로서는 황당했으나 도리가 없었다. 중고차를 부두 내 야적장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막아서기까지 했다. 경비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수출 중고차를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피해까지 당했다. 결국은 20여일 동안 2천여만원의 경비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 보안공사의 홈페이지에는 경비료 규정이 올라 있다. 경비료 납부 대상도 명시돼 있다. ‘경비료는 수출입 화물의 화주와 이 화물을 하역해 수익을 얻는 하역회사를 납부 대상자로 한다.(제3조)’ 경비료는 관련 법 등에 근거해 징수하며 징수요율 등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승인을 받는다고도 안내한다. 피해 업체는 인천내항 4부두 야적장을 임대, 단순히 중고차 보관 및 컨테이너 적입 작업만 한다. 명백히 부과 대상이 아니다. 화주도 하역회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 업체는 감독관청인 인천해수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경비료 문제 때문에 항만 출입까지 지장을 받아서다. 인천해수청은 경비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이 업체와 보안공사에 보내 왔다. 그러나 보안공사는 자체적으로 인천해수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끝에 원상회복 조치에 나섰다고 한다.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일이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같은 피해를 당한 업체가 더 있었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도 항만 경비료는 덩치 큰 하역회사나 화주업체가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러면 인천항을 들고 나는 전체 화물에 대해 경비료를 부과하는 셈이 된다. 단순 보관 등의 단계에까지 경비료를 걷는 것은 이중 삼중 부과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이 같은 준조세는 엄격히 시행돼야 한다. ‘공사’ 간판을 걸고 자릿세 걷는 식은 아닌 것 같다. 담당 직원의 단순 업무 착오였으리라 믿고 싶다.
2018년 11월14일. ‘칼럼’은 이렇게 쓰고 있다. -대법관 혼자서 3천402건을 처리한다. 누군가의 신병과 재산이 걸린 사건이다. 상고법원 신설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이걸 놓고 양 대법원장이 정부와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수장이 찾아야 할 개선 방향이다. 이게 어떻게 범죄 거래의 대상인가...하다 안 되면 다른 명분을 붙일 것이다. 통칭해 사법농단. 그럴듯하긴 하다-. 제목은 이랬다. ‘양승태 상고법원 과욕, 감옥 갈 일 아니다’. 2024년 1월26일. 예상대로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 선고’. 5년 전은 ‘문재인-윤석열’ 시간이었다. 국정농단 척결의 광풍이 불고 있었다. 결국 ‘최초의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갔다. 그걸 뒤집어서 쓴 근거는 뭐였을까. 간단하다. 수사 동기가 와 닿지 않았다. 재판 거래, 블랙리스트, 인사 파행.... 정치·진영과 결합한 화두다. 수사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었다. 수사 기록 20만쪽? 기록 많다고 유죄되나. 무죄 났다. 과잉 수사다. 2018년 9월19일. ‘칼럼’은 또 이렇게 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만났다. 하루 뒤 검찰이 삼성을 압수수색했다. 9월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방북할 명단에 들어갔다. 하루 뒤, 검찰이 또 삼성을 압수수색했다. 대통령이 이 부회장만 만나면 검찰이 삼성을 쳤다...검찰에 공안감이라는 게 있다. 알아서 이러는 건가. 짠 거 같다-. 이 찜찜함을 제목은 이렇게 정리해 놓고 있다. ‘대통령-이재용 회동의 이상한 법칙’. 2024년 2월5일. 이 찜찜함도 맞아갔다. ‘이재용 회장 무죄 선고’. 역시 ‘문재인-윤석열 시대’ 사건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의 말(馬) 공여자다. 그 분노 위에 올라 탄 수사였다. 그렇게 썼던 이유도 복잡하지 않다. 과도한 압수수색, 진 빼는 수사 연장, 얹혀지는 혐의.... 당시 차장검사가 최근에 회고한다. “위암인 줄 알고 배를 갈랐다. 아니었다. 폐로 전이된 줄 알고 폐도 갈랐다. 거기도 아니었다.” 얍삽한 뒷담화지만 비유는 맞다. 대단한 예지력이 있어 쓴 건 아니다. 특별한 정보가 있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시각으로 봤더니 그랬다. ‘법은 상식이다’. 법학개론의 법언(法諺)이다. 그 기준에서 보면 두 사건은 어색했다. 명분이 약했고, 진행도 무리였다. 여론으로 몰아 간 정치수사·과잉수사였다. 다들 촛불 혁명이라 했다. 혁명엔 반동이 따른다. 5년 흐른 지금, 두 사건이 그렇다. 47개 양승태 혐의와 19개 이재용 혐의가 방향을 틀었다. 검찰 벨 칼이 됐다. 한 방향 목소리만 들리던 시절이었다.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이다. 그 깃발을 걸면 모든 게 인정됐다. 그 대표 사건이 3개였다. 하나는 사법 농단 수사, 또 하나는 기업 농단 수사다. 그 두 명에게 난 연속 무죄다. 기억 뒤로 1건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엄청 빨리 끝났다. 3년9개월에 3심이 다 끝났다. 피고인은 아예 법정에 없었다. 당연히 혐의에 대한 직접 반박도 없었다. 옥(獄)에 앉아서 22년 형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양승태 재판은 1심에만 4년11개월 걸렸다. 공판 290번에 증인 108명이었다. 이재용 사건도 증인만 59명이었다. 변호사가 19명 붙었다. 그렇게 다투더니 무죄였다. 그날 적잖은 댓글이 떴다. ‘박근혜 수사는 유죄 확실한가’. ‘박근혜 재심 필요한가’. 정치는 하루만에 모두 덮었다. 그럴만 하다. ‘그때 그 검찰’이 여당이고 대통령이다. ‘그때 그 정치’가 야당이고 야당 대표다. 얼마나 싫고 불편하겠는가. 그 속을 알지만 적어 두는 정도는 하겠다. 정치가 아닌 누군가는 말하고 있으니까. 그들에겐 ‘박근혜 재심’이 상식일 테니까. 무죄와 무죄가 그걸 자초하고 있으니까.
교육부의 개입으로 대학의 행정과 교육이 형식화되면서 대학이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사회에 맞춰 대학 구조 등의 하드웨어적 측면의 변화 요구는 필요하지만, 교육 내용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까지의 개입은 대학 경쟁력을 악화시킬 뿐이다. 관의 개입을 최소화해가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볼모로 개입을 강화해 대학이 자율성을 박탈당하고 불필요한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보통교육기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은 전문교육을 받기 위해 자원해 들어온 성인 교육기관이다. 교육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탓에 교육부나 교육학 전문가들이 개입하고 있지만, 대개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적 개입이다. 대학교육은 학문 분야별로 알아서 할 문제로 비전공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대학이 스스로 전공 분야를 정하고 입학생을 뽑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교육을 해야 마땅한데 한국의 대학은 다양한 학문 분야가 교육학적 잣대로 재단돼 엉터리 행정절차를 강요받으면서, 점점 관치에 헛발질하는 교육기관이 되고 있다. 의대 교육은 의대가, 법대 교육은 법대가, 외국어교육은 외국어 전문가가 자기 분야의 특성에 맞춰 교육 내용과 방법, 학생 관리에 이르는 모든 사항을 계획하고 수행하면 된다. 많은 교수는 전공 분야의 연구나 교육에 오래 종사해 와 교육에 관한 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 특별히 교육부의 관리를 받을 필요가 없고 교육학 분야의 도움도 전혀 필요 없다.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당연한 대학지원이 교육부의 시혜처럼 돼서는 안 된다. 국가경쟁력에 꼭 필요한 학문 분야의 지원은 국가의 책무다. 시시콜콜 대학에 관여해 비전문가 집단이 전문가 집단을 손에 쥐고 흔드는 체제는 빨리 일소해야 한다. 교육부 역할은 기득권의 문제를 떠나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대 사안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조속히 개편돼야 한다. 많은 정치인, 행정가, 법조인이 대학에서 가르침을 받고 그 지식과 사고로 그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육을 함부로 재단해 망가뜨리면 어렵게 쌓아온 국가경쟁력도 함께 망가지는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관이 국민을 옥죄는 권한을 놓지 않고 있어 민주주의와 역행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관이 몰라 개입하지 않을 때 그 분야가 성장한다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
조선시대 사상가 율곡 이이는 대표적인 경장론자였다. 어느 국가나 사회든 생성기, 창업기, 수성기, 멸망, 소멸의 단계가 있고 수성기와 멸망 사이에 경장(更張)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장론의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경장’이란 팽팽하게 조여 다시 긴장시킨다는 뜻으로 변화의 시기에 맞춰 법이나 제도,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을 뜻한다. 이이는 당시 조선이 법과 제도가 변화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해 경장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했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법과 제도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방의회 전문위원 정수와 사무처 조직 구성을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도 그중 하나다. 경기도의 경우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의원 정수가 156명으로 제10대 의회보다 14명이나 늘어났지만 입법을 지원하는 전문위원 정수는 여전히 의원 정수 131명 기준인 24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는 전문위원 1명당 지원하는 의원 수가 6.5명으로 전국 광역의회 평균인 4.1명의 1.6배에 달한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타 광역의회보다 제대로 된 입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의회 사무처 조직 구성도 문제다. 인구수 및 의원정수에 상관없이 의회사무처장과 담당관 설치만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6담당관실, 13전문위원실, 78명의 정책지원과 등의 방대한 조직을 사무처장이 직접 통솔하다 보니 업무 가중과 한계에 봉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이는 선조에게 바친 상소문인 ‘만언봉사’에서 경장의 방법으로 때를 아는 것(時宜)과 인습에 안주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변화된 시대나 생활에 맞춰 실질(實質)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변화하는 시대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 지방의회의 효율성과 효용성이라는 실질을 추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