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시를 정확하게 해놓은 곳이 없는데 제도가 의미가 있나요?” 5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헬스장. 건물 외부에는 ‘초대박 이벤트, 선착순 모집 중’이라며 홍보물만 부착돼 있을 뿐 가격이 적힌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도 가격과 환불 규정에 대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취재진이 직접 방문해 가격에 대해 문의하자, 그제야 직원이 작은 책자 안에 담긴 가격표를 내밀었다. 가격표를 사진으로 찍는 것도 ‘인터넷 등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이유로 불가능했다. 같은 날 의왕시의 한 미용실 출입문에도 가격표가 부착돼 있지 않았다. 또 다른 미용실 입구 앞에 붙어 있는 가격표에는 커트와 염색 항목의 최저 금액만 표시돼 있을 뿐이었다. 이민서씨(32)는 “가격을 비교해 보고 결정하려고 했는데 가격표에 적혀 있는 금액이 최저 금액이라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없었다”며 “머리 기장 등의 이유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위해 마련된 ‘가격표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된 가격표시제는 음식점과 미용실 등 외부에 최종 지불요금을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는 제도다. 이후 지난 2022년 헬스장 등 체육시설로 확대됐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진이 이날 경기지역 체육시설과 미용실 등 10여 곳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헬스장에서 기간과 금액이 적힌 가격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격표가 부착된 미용실의 경우에도 최종 가격이 아닌 최소 가격만 표시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을 위해 단속과 점검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가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만이라는 소비자가 많다”며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서 시범 단속을 진행하고 점검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내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가격 표시를 하지 않는 영업장에 대해 계도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면서도 “민원이 있으면 경고를 한 후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화요일 날씨는 아침 기온이 전날보다 떨어져 비교적 춥고, 일교차도 10도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6도로 전날과 비슷하지만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6~영하 1도로 전날보다 5~8도 낮아 춥게 느껴질 것으로 예보됐다. 경기 내륙을 중심으로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내외로 벌어지는 등 일교차가 크겠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 영하 2~영상 5도 ▲용인 영하 4~영상 5도 ▲이천 영하 4~영상 6도 ▲양주 영하 6~영상 5도 ▲의정부·동두천 영하 4~영상 5도 ▲가평 영하 5~영상 6도 ▲인천 영하 2~영상 3도 등의 분포를 보인다. 전날 내리던 비 또는 눈은 새벽에 대부분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이미 내렸던 비 또는 눈이 얼면서 빙판길이나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있을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이 낮아지면서 내린 비 또는 눈이 얼어 이면도로, 골목길, 경사진 도로, 그늘진 도로 등을 중심으로 빙판길이나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며 “교통안전 및 보행자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법리스크 벗은 삼성, 큰 도약 기대한다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기소 후 1천252일, 약 3년5개월 만이다. 삼성은 이로써 총수 사법리스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검찰이 이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에서 특히 주목됐던 것은 경영권의 승계 불법성 여부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했다고 봤다.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격인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기 위해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했다. 기소 이후 재판은 “공짜 경영권 승계”를 처벌해야 한다는 검찰과 “신성장동력 확보 목적”이었으므로 무죄라는 이 회장의 반박이 맞섰다. 재판부는 이날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에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점도 밝혔다. 결과적으로 통상적인 기업 경영 과정의 일부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철저하게 법리에 의해 결론 내린다. 법리 외적인 요소를 대입하는 건 그래서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깔린 배경을 얘기한다.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는 경제계 비중이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선고 전부터 무죄 선고 가능성이 흘러나온 것도 이런 예상 때문이었다. 여기에 이날 선고를 앞두고 나온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의 발언도 주목을 끌었다.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수사와 재판을 ‘족쇄’로, 선고를 심기일전의 ‘기회’로 해석한 것이 이채롭다. 이 원장은 2020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였다. 이 회장 수사와 기소를 직접 이끌었던 수사 담당자였다. 물론 이 원장은 이날 발언에 분명한 전제를 달았다. “(사건에) 직접 관여하거나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회장 무죄를 예상 하는 듯한 표현이었다. 삼성그룹에는 더없는 희소식이다. 사법리스크를 벗고 제 역할로 도약해 가기를 바란다.
엊그제 또 인천에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있었다. 생후 2개월도 안 된 쌍둥이 딸 2명이 한 모텔에서 숨졌다. 경찰이 20대 친모와 계부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다른 곳에서 인천에 놀러 온 가족이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아이들인데 왜 이런 일이 그치지를 않는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가 빈발한다. 이에 정부는 2020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제를 도입했다. 신고가 들어오면 맨 먼저 현장에 출동한다. 조사와 응급·분리 조치, 상담, 시설 인계 등의 일을 한다. 이를 위해 전국 곳곳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들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한다. 상담사가 부족하거나 아동학대가 너무 많아서일 것이다. 인천에는 미추홀·계양·남동·서구 등 4곳에 광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다. 한 해 운영에 30억원이 들어간다. 이들 기관에는 대개 10~20명의 상담사들이 있다. 학대 피해 아동의 치료, 상담, 가해자 예방교육, 사례관리 등이다. 그러나 인천 아동학대 상담사 1명당 사건 처리 건수는 연간 53건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기준은 연간 최대 30건이다. 전국 평균 44건에 비해서도 업무량이 20% 이상 많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전국적으로 최근 5년 사이 80% 이상 늘었다. 2018년 3만6천417건, 2020년 4만2천251건, 2021년 5만3천932건 등이다. 인천에서도 해마다 3천건 이상의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온다. 이 중 2천건 이상이 실제 아동학대 사건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인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사가 맡는 사건이 많다 보니 심도 있는 일 처리가 어렵다. 학대 피해 아동의 관리나 가해자에 대한 예방 교육 등이다. 실제로 인천 아동학대 사건들에서 다시 학대가 반복되는 재발비율도 17%에 이른다고 한다. 학대 사건에 쫓기니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나 사례관리가 쉽지 않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한 이유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확충을 전담공무원 충원이 따라가지 못한다. 현장에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군·구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부의 문제지만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 기본 인성의 파탄을 드러낸다. 저출산 사회의 개탄스러운 역설이다. 피해 어린이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긴다. 아동학대 사건은 당분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는 내년까지는 인천 상담사 1인당 사건을 연간 30건 이하로 낮출 방침이라고 한다. 법과 제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더 촘촘한 아동학대 대처 시스템이 필요한 때다.
이렇게 묻는 것도 재밌는 접근이다.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까 걱정되느냐.’ 권위 있다는 한국갤럽의 설문이다. 제일 많은 답변이 32%였다. ‘공익보다 사익을 위하는 사람.’ 두 번째 많은 답변은 21%였다.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사람.’ 네 번째 답변은 14%였다. ‘능력, 경험 부족한 사람.’ 그런데 그 중간에 싫은 사람이 있다. 세 번째 많은 18% 답변이다. ‘막말, 혐오 발언하는 사람.’ 이런 설문과 통계는 드물다. 오죽하면 이랬을까. 부패, 무능, 독재, 갈등…. 많은 정치 이슈가 있다. 근데 막말 혐오가 꼽혔다. 막말 정치가 준 피로가 그만큼 크다. 21대 국회에서 특히 그랬다. 욕설, 저주, 비방, 깐족, 음란…. 내용이 험악해 옮기기도 민망하다. 국회 윤리위원회 통계에 방증이 있다. 지금까지 52건이 제소됐다. 중복 10명을 제하면 42명이다. 거기서 제일 많은 게 ‘입’이었다. 막말하고, 욕하고, 명예훼손했다. 의원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몇 선(選)이 몇 명일까. 5선의 관록 의원이 2명이다. 4선 의원이 6명, 3선 의원이 5명이다. 여기까지가 보통 다선의 경계다. 나머지는 초선과 재선이다. 초선이 21명으로 제일 많다. 막말만 있는 게 아니다. 위안부 기부금 횡령으로 회부됐다. 회기 중 코인 거래로 회부됐다. 제3자 뇌물 수사로 회부됐다. 국민을 부글거리게 한 대표적 사건이다. 이것도 다 초선 의원들 짓이다. 이렇게 유권자를 실망시킨 초선들이다. 여기에 다선이 우선 축출돼야 할 이유가 있나. 국회 밖에서 내린 판단도 하나 살펴보자. 경실련이 1월 중순 발표한 낙천자 명단이다. 공천 주면 안 될 의원 34명을 꼽았다. 8개 기준을 제시했는데 판단에 차이가 있다. ‘반개혁 입법 활동’ 등이 그렇다. 기준 자체부터 진영 쏠림 현상이 있다. 이견 없이 판단할 기준에 이런 게 있었다.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의원’. 이 기준에 여야 의원 11명이 포함됐다. 3선 2명, 재선 1명이고 나머지 8명이 전부 초선이다. 여기서도 다선만 쫓아낼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4년 전, 여의도는 초선 축제였다. 처음 입성한 얼굴로 꽉 찼다. 5선 12명, 4선 20명, 3선 41명. 다 합쳐 봐야 73명이었다. 나머지는 재선 69명, 초선 153명이다. 초선만 따져도 52%, 재선까지 합치면 75%다. 초·재선이 혁명의 조건이었다면 혁명은 21대 국회로 완성됐다. 그런데 안 그랬다. 초선들의 문제가 훨씬 많았다. 그렇게 4년 지났는데 똑같은 깃발이 또 내걸렸다. ‘다선 퇴출’이라는 선동이다. 역시 근거는 없다. 그냥 나가란다. 영남 다선은 다르다. 호남 다선도 다르다. 거기는 공천 받으면 거저먹는다. 누굴 꽂아도 당선이다. 그 다선은 유권자가 만든 게 아니다. 권력이 선물한 다선이다. 권력이 그 선물을 회수해 가겠다는 거다. 누가 뭐랄 건가. 하지만 수도권은 다르다. 선수(選手) 하나하나를 유권자가 만들어줬다. 지역민이 쌓아올려준 역사다. 이 다선을 배제하는 건 유권자를 배제하는 것이다. 권력이 나서 민의를 틀어보려는 것이다. “참 어려운 얘기네요.” 국회 담당 ‘김 반장’ 얘기다. 여의도 현실에 맞는 조언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다선 배제’를 선언했다. ‘-15·-35%’ 감점 표까지 발표했다. 다선 배제 없다는 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불출마’, ‘험지 출마’는 다선 퇴출의 에두른 표현이다. 결국 다선은 쫓겨나기 시작할 거다. 거기에 이런 지적이 무슨 ‘약발’이 있겠나. 그런데도 몇 자 적고 가려는 이유? 그건 다선 축출에서 풍기는 고령 퇴출의 패륜적 냄새 때문이다.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상장주식에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차원의 후속조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이 많이 있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었던 금투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규제라고 본 셈인데 과연 그럴까?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얻은 연간 수익이 일정 금액(국내 주식∙펀드 5000만원, 해외 투자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한 소득의 20~25%만큼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선진 자본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는 금투세와 비슷한 과세장치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세부 방식엔 차이가 있지만 모두 상품별 수익을 통합적으로 계산해 과세하는 손익통산(損益通算) 방식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에서 수익을 얻더라도 다른 투자에서 손실을 입은 경우 모든 금융상품의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이익을 거둔 경우에만 과세를 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하나의 계좌에서 이뤄진 매매라도 손익통산이 되지 않는다. 손해를 보더라도 국내주식은 매도할 때 양도가액의 0.3%에 해당하는 증권거래세를 무조건 내야 한다. 한편 이들 국가들은 투자 손실을 이월해주는 이월공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투자를 통해 손해를 봤다면 올해 이익을 보더라도 이를 합산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영국은 무제한 이월, 미국과 독일은 일정 기간, 일정액 범위에서 무제한 이월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3년까지 이월을 인정해 준다. 반면 한국은 수년간 손실을 입었어도 올해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금투세는 이상한 규제가 아니다. 다양한 금융상품, 수년간 손해와 이익을 모두 고려해 종합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합리적인 과세 방식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세제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금투세 도입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다.
한국에는 현재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가 있다. 243개 지방정부는 인구수, 재정여건, 지역경제여건, 문화시설, 생활편의시설 등 모든 여건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인구가 많은 지방정부도 있고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방정부도 있으며 비교적 재정여건이 양호한 지방정부가 있는가 하면 매우 열악한 지방정부도 있다. 지방정부 간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는 지방정부 간의 격차를 발생시키고 때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는 지방정부 간 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현재에도 추진 중이다.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공기관을 이전하기도 했고 5+2 광역경제권을 구상해 추진하기도 했다. 지방정부 간 존재하는 격차를 줄이려는 지역균형발전 노력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한국의 지방정부를 획일화 또는 동질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면 쉽게 동의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명한 정치철학자인 아이리스 매리언 영은 ‘차이의 정치와 정의’라는 책에서 “좋은 사회는 집단 간 차이를 제거하거나 초월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상호 간의 차이를 긍정하는 사회”라며 “집단 간 차이가 없는 사회가 가능하거나 또는 그런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는 지역 특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방정부 간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정책은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여건상의 특성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중앙정부 중심의 하향식 추진체계보다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상향식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방정부 중심의 상향식 추진체계는 지방정부가 상호 경쟁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권한이 확대돼야 가능하다. 지방분권을 통해 자율성이 확대되면 지방정부는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전략을 통해 다른 지방정부와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당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다른 지방정부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리면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의 특성을 제거하거나 초월하려고 하지 말고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차이를 인정 및 존중하면서 공존·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중 가장 힘들고 위험한 직업은 단연 소방관이다. 소방관들은 남들이 살기 위해 뛰쳐나오는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수백 도의 뜨거운 열기와 연기가 가득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거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서다. 화염에 휩싸인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도 많다. 지난 10년간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이 40명에 이른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의 한 육가공공장 화재 때도 사람을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건물이 무너져 2명의 소방관이 숨졌다.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대 소속 김수광 소방장(27)과 박수훈 소방교(35)다. 김 소방장은 극한 훈련을 극복해야 하는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했다. 박 소방교는 태권도 5단의 특전사 출신이다. 아무리 강인하다 해도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직업이 소방관이다. 이들의 영결식은 지난 3일 경북도청에서 경북도청장으로 열렸다. 유가족들은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고, 동료 소방관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떨궜다. 윤인규 소방사는 조사에서 “뜨거운 화마가 삼키고 간 현장에서 결국 구조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반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저희 모두는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또 느꼈다”고 했다. 순직한 대원들의 유가족은 물론 화재를 진압하던 동료 소방관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순직 소방관에게는 1계급 특진과 보국훈장이 추서된다지만, 사람이 가고 없는데 무슨 큰 소용이 있겠는가.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 등 심리질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 20명 가운데 1명은 ‘자살위험군’에 속한다. 소방청이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과 함께 지난해 소방공무원 5만2천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참혹한 상황을 직접 겪거나 목격하는 소방관들의 정신적 충격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소방관들이 순직할 때만 반짝 관심을 보여선 안 된다. 남은 동료의 안전을 확보하고 정신적 장애 관리와 치유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게 숭고한 희생에 대한 보답이다.
지난 보신각 타종 행사에 특이한 참석자가 있어 이목을 끈 바 있다. 나라의 미래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장 엘리나’라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귀화 한국인으로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1천330만, 유튜브 118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글로벌 인플루언서이다. 요즘은 SNS 소통이 대세다. TV와 인쇄매체가 눈과 귀를 홀렸던 시대에서 숏츠와 릴스로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말초적인 세계로 이동했다. 자본주의와 정보기술(IT)플랫폼이 결합한 SNS가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며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게 됐다. 소위 관계의 자본과 에로틱(매력)의 자본이 합쳐 니치(Niche) 괴물로 재탄생한 것이다. 정보와 지식의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종합일간 USA투데이와 지역신문이 세계적인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전담 기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작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도 선정됐던 가수. 인스타그램에서만 3억명의 팔로워 보유. 그녀는 작년 한 해 음반과 저작권료, 콘서트, 굿즈 등으로 약 2조4천억원(미국 빌보드)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그녀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스위프트 노믹스(Taylornomics)’라고 부르기도 한다니 그저 위대하다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명문 하버드와 플로리다, 뉴욕대에서는 그녀와 관련된 강의까지 신설한다. 원래 인플루언서는 SNS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을 뜻하다가 요즘은 마케팅 영역으로 확장돼 일반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특정 제품을 광고해 그 대가를 취하는 사람으로 널리 사용된다. 라이브 쇼핑 산업이 발전하면서 그들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며 품질 경쟁력과 브랜드 자산이 어느 정도만 돼도 대기업과 맞짱 뜬다는 점에서(광고 마케팅 비용 절감) 새로운 게임의 시장이 열린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대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는 형국이다. 필자 주변에도 대만계 한국인으로 본인의 초상권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아바타로 구현돼 스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기도 하고 유명 인플루언서와 회사도 같이 창업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인플루언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무분별한 소비 조장 문화와 2차적 사회 병폐들이 노정된다. 중국의 인플루언서(왕훙·網紅) 중 ‘장다이’는 모델 출신으로 알리바바에서 수천만 팔로워를 동원 거액의 패션 판매실적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반대로 우울증을 앓던 왕훙이 인터넷 생방송 도중 농약을 마시라는 팔로워의 악성 댓글에 음독해 숨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도 일어났다. 100만명 이상의 중국 왕훙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도 생기고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만을 전문 관리하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이 새로운 산업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의 부상으로 인해 이미 세상은 정보와 지식의 홍수다. ‘나노 인플루언서(특정 분야의 전문 영향력 인사)’, ‘디토 소비(추종과 모방 구매)’,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신종 허위 주문 배달과 추천 실적 사기)’, ‘핀플루언서(Finance+Influencer)’라는 신종 용어도 생겨났다. 요즘 SNS상에서 광고인 듯 아닌 듯하는 정체가 모호한 포스팅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유튜브 같은 메가 채널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악용해 시장 정보를 교란하거나 투자 미끼 사기 리딩방, 수십만의 구독자를 꾀어 사전에 차명계좌를 심어놓고 추천 종목 매수를 권유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경제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아세모글루가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 발전은 곧 진보인가’라는 테마를 던진 이유를 곱씹어 본다. 깨어 있는 의식들이 조직화돼 테크놀로지의 기득권과 폐해를 견제할 줄 아는 ‘인간을 위한 진보’만이 진정한 인류의 행복을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