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큰데 권한 없는… 아직도 ‘반쪽 특례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시행 2년上]

2022년 1월13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이 시행되면서 수원·용인·고양시, 경남 창원시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가 ‘특례시’로 승격했다. 각 시의회 역시 특례시의회로 출범했으며 경기도의회와 함께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관 확충 등 독립성이 더해졌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경기도에서는 화성시가 인구 100만을 돌파하며 특례시·시의회 추가 출범이 예정됐다. 경기일보는 지방자치법 시행 2주년을 맞아 지자체, 지방의회의 현 주소와 성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수원·용인·고양특례시가 출범 2주년을 맞았음에도 ‘아직 반쪽짜리 특례시’라는 입장을 펴며 지역 특성과 필요에 부합한 사무 권한 이양, 특례시 관련 특별법 제정 촉구를 3년차 목표로 설정했다. 특례시는 인구, 행정 수요 규모로 따졌을 때 광역단체 수준의 행정을 하고 있지만 개발제한구역(GB) 해제, 도시계획 승인, 산업단지 개발 등 핵심 사무 권한은 정부, 경기도로부터 이양받지 못하고 있어 ‘이름만 특례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광역소하천심의사무 ▲개발 제한 구역관리 ▲건축허가 등 10개 사무에 대한 특례시 이양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양·용인·수원, 그리고 창원 등 4개 특례시가 발굴 및 건의한 안건들로 이들 특례시가 현재까지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권한을 이양 받은 특례 사무는 19개 기능, 163개 단위 사무다. 이중 창원시에만 적용되는 항만 등 2개 기능, 101개 단위 사무를 제외하면 도내 3개 특례시는 ▲물류단지 지정·개발 ▲환경개선부담금 징수 ▲관광특구 지정 등 16개 기능, 61개 단위사무를 이양받았다. 또 오는 4월부터는 1만㎡ 이상 신기술창업집적지역 지정 시 협의(1개 기능, 1개 단위사무)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 광역단체에 요청한 86개 기능, 383개 단위사무 중 4분의 1 미만 수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지난해 4월부터 시행, 권한 이양 수준이 매우 미흡하다는 게 특례시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따라 특례시별 시급한 이양 요구 사무도 다른 상황이다. 지역 내 GB 비율이 높은 고양의 경우 GB 해제 권한을, 첨단 산업 개발 압력이 높은 수원, 용인의 경우 도시 관리계획 변경 권한 이양을 요구하고 있다. 또 4개 특례시는 올해 특례시에 대한 정부와 광역단체의 행정·재정적 권한이 명시된 ‘특례지원특별법’ 제정, 국무총리 직속 ‘특례시지원위원회’(가칭) 설치를 적극 요구해나겠다는 입장이다. 도내 한 특례시 관계자는 “출범 2년을 맞았음에도 이양된 사무 자체가 적을 뿐더러 GB 해제 등 일부 사무는 도와의 협의를 전제로 하기에 적극 자치를 전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행정·재정 권한 이양과 함께 특례시 지원 기구 및 특별법 제정을 적극 요구, 온전한 특례시로 거듭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특례시, 상생 모색… 사무관계 재정립 필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시행 2년 上]

경기도를 중심으로 특례시 수와 행정 사무 권한 이양 요구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도-특례시 간 상생 방안을 고민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진단이 나온다. 도 입장에서는 이양할 행정 사무 권한과 이양 대상이 많아질수록 고유 권한과 관련 조직·예산 축소 가능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도가 촘촘히 전개하기 어려운 행정 서비스를 특례시가 전개, 도민 행정 서비스 질 향상에 함께 나설 수 있다는 기회도 공존하기 때문이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특례시 출범을 앞둔 화성시는 특례시장으로 구성된 ‘특례시장협의회’ 준회원 자격을 부여받고 이양 요구 사무 권한 발굴에 나섰다. 또 협의회 현안인 행정·재정 권한 확대, 근거법 제정 요구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도가 특례시 수, 요구 권한 증대에 발맞춰 광역-특례시 간 사무 관계 재정립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 입장에서 이양 사무 권한, 이양 대상 특례시 확대는 도 권한 및 규모 감축을 의미하는 데다, 특례시 최대 요구 사항인 재정 자율권은 특례시 외 중소도시에 대한 교부세 감소로 직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면 특례시와 광역단체 간 균형은 경기도만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일부 권한만 이양됐지만, 화성시에 이어 특례시가 더 늘고 이들에 대한 이양 사무도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도의 조직, 예산 감축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 위원은 “특히 특례시 재정 자율권 부여는 광역단체 세입 감소, 기초단체 조정교부금 총량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정부와 광역단체 모두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다만, 기초단체가 광역단체보다 행정 접근성이 뛰어나고 지방분권 차원에서 기초단체의 권한 확대가 필요한 만큼, 특례시를 시작으로 광역-기초 간 사무 재분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역단체가 할 수 없는, 또는 촘촘히 전개하기 힘든 사무를 특례시가 적극 이양받아 광역-특례시가 상호 보완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소순창 도 지방시대위원장(전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광역시와 달리 특례시는 ‘인구 100만 이상 기초단체’로 도의 협력, 또는 지원을 받아야 할 사안이 아주 많다”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례시 권한 확대가 도 위축 문제를 야기하며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 위원장은 “하지만 특례시-광역단체 간 사무 관계 조율은 지방분권 시대의 과제가 될 것”이라며 “도와 특례시가 상호 보완하는 방향으로 사무 권한을 분배한다면 상생과 행정 서비스 증대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밤낮없이 ‘왈왈’… 층간 소음 못지않은 ‘동물 소음’

#1. 의왕시 이동의 한 원룸 빌라촌에 사는 김영진씨(가명·32)는 지난해 말 집을 옮긴 이후 단 한번도 잠을 깊게 자본 적이 없다. 빌라 앞에 설치된 임시 닭장에서 밤낮없이 들려오는 닭 우는 소리 때문.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대는 닭 소리로 늘 선잠을 자다 보니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는 등 일상에 지장이 크다”며 “집 주인에게도 말해보고 민원도 넣어봤지만 바뀌지 않아 매일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2. 수원특례시 장안구 한 아파트에 사는 박수진씨(가명·여)는 매일 들려 오는 아랫집 층견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다. 박씨는 “이미 개 주인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최근 이사할 집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지역 곳곳에서 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동물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2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실태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 신규 등록된 반려동물은 29만958마리다. 이중 경기도는 8만7천287마리(30%)를 차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국내 누적 등록 반려동물 수는 302만5천859마리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300만 마리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도심 곳곳에선 개가 짖거나 닭이 우는 등 동물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물 소음은 비반려인의 휴식과 수면 등을 방해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권을 침해, 성숙한 반려 문화 형성을 저해한다. 이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이웃 간 다툼을 유발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7월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주차장에선 반려동물 소음으로 인해 갈등이 생겨 흉기로 이웃을 위협,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상 ‘동물이 내는 소리’는 소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피해 사례 등 현황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동물 소리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거나 구제해 줄 기관도 없다. 증거 등을 수집해 민사소송을 할 수 있지만, 금전·시간적 비용이 수반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해 3월께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동물이 내는 소리도 ‘소음’의 범주 안에 포함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인 ‘소음·진동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이재홍 한국층간소음관리협회장은 “반려동물 수가 늘수록 동물 소음 피해 사례도 늘고 있지만, 현재는 제도적 한계 등으로 인해 이를 해소할 수 없다”며 “성숙한 반려문화 형성을 위해서라도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사회적 협의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로선 제도적 근거가 없어 행정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다만 반려동물 에티켓 교육 등 프로그램을 통해 성숙한 반려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0도 안팎 큰 일교차…오전 미세먼지 '나쁨' [날씨]

금요일인 12일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겠고, 오전에는 미세먼지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7~영하 2도, 최고 기온은 영상 2~4도로 전날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평년(최저기온 영하 12~영하 5도, 최고기온 0~3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경기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최저 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이 있겠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성남·과천 영하 4~영상 4도 ▲용인 영하 5~영상 4도 ▲광주 영하 5~영상 3도 ▲파주·양주 영하 7~영상 3도 ▲연천·포천 영하 6도~영상 3도 ▲부천 영하 3~영상 3도 ▲인천 영하 3~영상 2도 등의 분포를 보이겠다. 미세먼지는 경기북부와 남부, 서울, 인천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보통' 수준이겠으나, 오전 중 '나쁨'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 출근길에는 최근 내린 눈이 녹았다가 새벽 사이에 다시 얼면서 도로 살얼음과 빙판길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으니 교통 안전에 유의해야 하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전 중 가시거리 1㎞ 미만의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으니 차량 운행 시 감속하고 추돌사고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만평] 평생 붙어있을 듯한데...

[사설] 경기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성공적 안착을 기대한다

‘경기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가 시작된다. 올해 1천200대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전체 시내버스 6천200여대를 공공관리제로 전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도민 편의를 높일 방침이다. 10일 경기도청에서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출범식’을 가졌다. 버스업계와 노조는 공공관리제 참여를 통한 버스 운행 서비스 개선 다짐이 담긴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형 준공영제를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 버스 종사자 처우 개선과 근로조건 개선, 환경 개선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는 경기도와 31개 시·군, 버스회사가 함께 시내버스를 관리하는 경기도형 준공영제다. 버스 운영 수익을 경기도가 거둔 뒤 일정 기준에 따라 업체에 분배해 시내버스에 대한 공적관리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운수종사자 처우를 개선하고, 도민 교통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노선은 차량 내외부 디자인이 공공버스 브랜드를 바탕으로 통일된다. 타 시·도를 경유하는 차량은 파란색 도색이, 단일 시·군을 순회하는 차량은 초록색 도색이 적용된다. 도는 제도 시행과 함께 버스업체별 차량관리 실태, 교통사고 지수, 첫차·막차 운행 시간 및 배차 간격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 안전과 이용자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버스회사의 경영이 안정되고 운수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민들은 더 친절하고, 안전하고,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는 버스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관리제가 안착되기 위해선 해결 과제가 많다. 운수종사자 인력 충원, 운수종사자 간 임금격차, 시·군비 재정 부담, 버스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있다. 우선 5천600여명의 신규 인력 조달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운수종사자 간 임금격차도 해결해야 한다. 시내버스 운수종사자의 월 평균임금이 360여만원인데 광역버스는 410여만원이다. 서울시 평균은 420여만원이다. 도비와 시·군비 예산 비율이 3 대 7인데 시·군에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많다. 결국은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역시 재정이 제일 큰 관건이다. 버스업체 경영 안정과 운수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선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투입 비용이 2천억원 규모다. 2027년까지 총 1조1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예산이 큰 문제지만 돈만 쏟아붓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어렵게 공공관리제를 출발시킨 만큼 도와 시·군, 버스업체, 운수종사자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 성공적으로 이끌기를 바란다.

[사설] 보신탕 불법은 ‘확정 선언’, 지원대책은 ‘논의 시작’

경기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다. 불법이 된 보신탕 업계에 대한 지원책 설명이다. “유예시간이 지난 후부터 바로 단속에 나설 것이며, 육견업계 종사자들과 지원 방안을 협의하는 중이다”. 3년이 지나면 즉시 단속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지원책은 아직 결정 안 됐고 협의 중이라고 했다. 단속은 결정됐고 지원은 결정 안 됐다는 얘기다. 이런 정책 집행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가 하루아침에 적법을 불법으로 바꾼 것인데.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금지법)이 지난 9일 통과됐다. 법의 목적을 재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제정까지의 과정도 새삼스러울 것 없다. 다수의 여론이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렇대도 직격탄을 맞은 식당을 무시할 일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정당한 행위였던 보신탕 영업이다. 행위 자체에 새로운 불법적 요소가 개입된 바도 없다. 여론이 바뀌면서 국가가 ‘불법’으로 바꾼 것이다. 국가에 하소연할 수 있다. 경기일보가 안산시 초지동 안산시민시장을 살폈다. 1997년 개장한 이후 개고기 유통이 활발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급격히 줄었고 이제 두 곳 남았다. 그중 한 식당이 24년째 운영되고 있다.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한참 됐는데 개식용금지법이 통과된 9일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법 통과 하루만인 10일 매출이 70% 폭락했다. 화성시, 수원시, 안양시를 둘러본 결과도 같다. 법률이 통과된 자체가 업계에는 폐업 통보가 됐다. 보신탕을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이 유예 기간을 줬는데 3년이다. 이 기간 폐업하고 새로이 살길을 찾아야 한다. 식당 하나가 맛집으로 자리하는 데 수년 또는 수십년 걸린다. 몇 대에 걸쳐 만들어진 명성도 있다. 거기에 투입된 유무형의 경제적 투자는 엄청나다. 이런 걸 감안한다고 발표한 게 다양한 지원책 약속이다. 그런데 내용이 없다. 농축산부 관계자 말처럼 ‘이제 논의해 보겠다’다. 혹시 지원책이 금융 혜택을 말하나. 낮은 이자로 창업 지원을 하겠다는 것일 게다. 업계에서는 들은 척도 않는다. 멀쩡한 식당 문 닫게 하고 빚 얻어 쓰라는 게 무슨 대책이냐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돈을 얼마나 싼 이자에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나마 세부적 지원책은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가가 책임질 보신탕집 지원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개 식용 논란이 아니다. 특정 직업군의 생존권 문제다.

[삶과 종교] 복 있는 사람

2024년 갑진년 새해가 시작됐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한 해의 마지막과 첫날의 시작에서 ‘송구영신(送舊迎新)’ 예배를 드린다. 송구영신을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옛것은 보내고 새것을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가 이전보다 더 낫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다가오는 것에는 언제나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마련이다. 새해가 되면 개인적인 종교의 유무를 떠나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일 것이다. 그런데 ‘받으세요’라는 말에는 분명 누군가 그것을 ‘준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즉, ‘복 받으세요’는 그 복을 ‘주는 이’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새해 첫날 아침에 담임목사로서 송구영신 예배 때 성도들이 적어 낸 새해의 소원을 담은 기도 제목을 가지고 기도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바라는 복을 주시는 이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했다. 개인적으로는 성경에서 ‘복’에 대해 말하는 것 중 세 곳의 말씀을 좋아하고 자주 묵상한다. 시편 1편에서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복 있는 사람’이 살아갈 길. 마태복음 5장에서 마음이 가난하고, 애통하며, 온유하며, 의에 주리고 목마르며, 긍휼히 여기며, 마음이 깨끗하며, 화평하게 하며, 의를 위해 박해를 받는 사람이 복이 있다고 선언하신 예수님의 이른바 ‘팔복’의 말씀. 그리고 다윗 시대 찬양대장이었던 아삽이 시편 73편 28절에 고백한 “하나님께 가까이함이 내게 복이라...”의 구절이다. 그런데 앞 두 곳의 말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고 받기 원하는 복과는 거리가 있다. 아니 이렇게 세상을 살면 세상에서는 오히려 무시당하고 어리석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 말씀들은 주님을 믿는 이들이 일반적으로 희구하는 복이라 생각하는 것의 차원을 넘어 ‘복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나도 남들이 일반적으로 원하고 바라는 복을 구하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복입니다”라는 아삽의 고백은 참으로 힘과 위로가 된다. 새해 첫 글을 쓰며 잠시 손 모아 기도한다. 새해에는 모두가 행복하길, 모두가 건강하길, 모든 전쟁과 아픔의 소식이 사라지길.... 그리고 모두가 복 받은 사람을 넘어 ‘복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기원한다.

[천자춘추] 한 아이 성장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2023년 언제나, 누구나, 어디서나 돌봄에서 누락됨 없는 전방위적 돌봄을 실행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돌봄이 잘되면 앞으로 도민들의 거주 만족도와 삶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그만큼 ‘돌봄’ 영역은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중 아동돌봄 영역은 아동 인구의 감소와 이들의 권리기반 관점에서 보다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동 돌봄은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1차적인 아동 돌봄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양육자, 가족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돌봄의 주체가 엄마든, 아빠든, 그 누구든 아이들은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양육자가 돌볼 때만이 행복을 만끽하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러한 양육자의 돌봄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힘이 되고 자아를 형성하는 핵심이 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1차적인 돌봄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 있거나 가정마다 양육환경 차이로 인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이때 우리 사회는 ‘한 아이를 온전히 잘 키워내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한마음으로 나서는’ 2차적인 공적 돌봄, 사회적 돌봄을 수행해야 한다. 2차적으로 작동되는 공적 돌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의 실행이 필요하다. 하나는 아동이 충분한 사랑을 경험하며 성장하도록 돌보는 주 양육자들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제, 임신부 단축근무, 가족돌봄휴가, 아동수당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은 우리 사회 일부에서 가능하고 많은 분야는 아직 말도 꺼내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하므로 보다 충분히, 마음 편하게 아동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두 번째는 태어나서부터 발달단계별로 생명권과 보호권, 발달권을 전제로 한 다양한 공적 돌봄을 이용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여러 유형의 보육과 교육시스템, 초등학령기 방과후 돌봄, 급식 지원 등 돌봄이 필요할 때 ‘언제나 믿고 요청할 수 있는’ 공적 돌봄을 우리 사회 곳곳에 촘촘하게 채우고 질 관리까지 담보해야 할 것이다. 합계출산율 0.7명을 기록하며 인구절벽의 벼랑 끝에 선 한국은 이제 ‘모든 아동은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지지대] 우울증 환자 100만명 시대

아무리 따져 봐도 이건 아니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단순한 통계 숫자이지만 그 참혹함과 비통함은 역대급이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환자 수도 32.8% 늘었다. 꿈인가 싶어 볼을 꼬집어 봤는데 엄연한 현실이다.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이 질환에 대해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라고 경고했다. 1849년이었다. 그로부터 무려 175년이 흘렀다. 이 병은 우울감과 무기력 또는 짜증과 분노의 느낌을 지속해 유발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정서·신체적 고통도 동반한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그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100만32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2018년 75만3천11명에서 매년 늘어 2021년 91만명대로 올라섰다가 이듬해 100만명 문턱을 넘었다. 이어 2022년에는 2018년에 비해 32.8% 급증했다. 진료비도 늘었다. 2022년 5천378억원이었다. 2018년 3천358억원이었으나 2020년 4천107억원으로 4천억원을 넘었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1천억원 넘게 불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2천억원가량 급증한 셈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심하다. 여성 우울증 환자는 67만4천50명으로 남성(32만5천982명)의 2배가 넘는다. 2018년에 비해 증가율도 여성이 34.7%에 달해 남성(29.1%)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차원의 정신건강 예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규칙적인 운동 등 개인 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것도 조언한다. 무슨 운동을 할지 고민이라면 생활 속에서 평소 관심을 가져온 종목을 정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게 좋다. 국민이 건강해야 진정한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