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효용성 ‘논란’… 경기도 기회소득 ‘난항’ [긴급진단]

민선 8기 핵심 사업인 ‘기회소득’ 저변 확대에 나선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의 비판과 정부의 제동으로 사업 추진 및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도의회는 농어민, 기후 행동 기회소득 등 도의 신규 사업에 대해 민선 7기 기본소득 또는 정부 유사 사업 대비 차별성, 효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기회소득 자체를 ‘지양해야 할 현금성 복지’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도가 제출한 장애인 기회소득 예산 100억원을 심의, 30% 감액 의결했다. 기존 수혜자의 1인당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도의 계획이 아직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변경 협의를 거치지 않아 유사시 불용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특정 대상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복지 정책을 시행 또는 변경하려면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제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실제 도는 올 상반기 교통 법규를 준수한 배달 노동자에게 ‘안전 기회소득’을 지급하기로 하고 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복지부가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협의’를 결정,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당시 도는 별도의 실증 작업을 거쳐 재협의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 영향으로 내년 예산안에 사업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10월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자체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시 현금성 복지를 지양하도록 기본 방향을 의결했다. 문제는 도가 복지부와의 사전 협의 없이 내년 체육인과 농어민 기회소득 신규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예산안의 도의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복지부 협의 여부에 따라 좌초,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내부에서는 30일 심의가 예정된 농어민 기회소득 예산과 관련, 민선 7기 기본소득 사업 간 중복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도는 농민·농촌 기본소득을 지급 중인데 기회소득과 기본소득 간 충돌, 중복 지급에 따른 재원 낭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체육인 기회소득 예산안은 이날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 원안 가결됐다. 아울러 탄소 중립에 참여한 도민의 활동을 화폐 가치로 환산,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후행동 기본소득은 정부 정책과의 중복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유사한 구조로 시행 중인 탄소중립포인트제도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기후행동 기본소득이 차별성과 효용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내부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예술인, 장애인 기회소득 신설에 성공한 사례를 토대로 복지부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에 전념하는 한편, 도의회를 설득해 관련 예산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연표 기회소득…미래 지향점 vs 계층 장벽 [긴급진단]

김동연표 ‘기회소득’을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렸다. 빈부격차 해소 등을 위해 장기적으로 여러 계층의 소득 보장 제도를 늘려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오히려 계층 갈등만 일으킨다는 우려도 나왔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9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는 우리 사회 장기적인 ‘지향점’이라고 주장했다. 계층 간 소득역전 현상을 막고 사회 약자들의 경제활동 보장을 정부나 지방정부가 독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김동연표 ‘기회소득’의 지향점을 명확히 정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09년 당시 국내 학계에서 생소했던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한 인물이다. 강 교수는 “저출산 시대가 이어지면서 계층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기회소득 지향점을 미래적으로 제시해 다양한 계층, 직업군이 일을 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의회가 기회소득을 두고 쟁점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 사회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기회소득 같은 소득 보장 제도는 오히려 계층 간 장벽을 쌓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기회소득 수혜자는 예술인과 장애인을 시작으로 현재 체육인, 농어민, 기후 대응 동참 주민, 배달노동자 등으로 확대·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재원은 사회 구성원의 소유물인 ‘공유부’에 대한 부분으로, 특정 계층과 직종에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재원은 특정된 곳에 몰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소득보장 제도보다 소득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활동 영역이나 범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복지정책도 소득보장 수준이 낮고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에서 특정 직종에만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기적으로 계층 갈등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 소득분배 개선과 사회약자 양극화 해소라는 사회복지적 목표를 추구하는 정책대안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직종에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는 전형적인 선거용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특정 직종에 대한 근로의욕 강화나 활동 발판을 끌어낼 방안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경기만평] 마음이라도 편하게...

[사설] 외국인 노동자 확대, 열악한 노동•주거환경도 개선해야

정부가 내년도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 규모를 16만5천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외국인 인력은 노동환경과 처우가 열악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내국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 외국 인력 관리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모를 늘렸다는데 보호 대책이 미흡해 여러 가지 문제가 우려된다. 기피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질수록 임금 체불과 인권 침해, 사업장 이탈로 인한 미등록 체류 등 많은 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E-9 비자(비전문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2022년까지 5만~6만명 수준이던 한 해 고용한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급증해 올해 12만명으로 늘어났는데 내년엔 4만5천명을 더 늘린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고용허가 배경으로 ‘빈 일자리’와 ‘현장 수요’를 들었다. 외국 인력 허용 업종은 중소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돼 내년엔 음식점업, 광업, 임업이 추가된다. 서비스업은 올해 2천870명에서 내년 1만3천명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난다.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임업과 광업 사업장에선 외국 인력을 쓸 수 있게 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들어오기에 앞서 이들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기반 조성은 안 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열악한 사업장 특성상 지금도 임금 체불, 주거 문제 등이 심각한데 대규모 인력을 들여왔을 때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음식점의 경우 추가근로수당이나 노동시간 등에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도 고용허가 대상에 포함돼 있다.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이들의 체류 상황이나 노동 조건 등 제반 여건에 대한 실태 점검과 개선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취약 일자리에 대한 개선 없이 외국 인력으로 빈자리를 채울 경우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는 호텔·콘도 업종에 대해서도 고용허가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중고령 여성 노동자 중심의 일자리였던 음식점·숙박 업종의 경우 더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될 수 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의 대안이 무조건 외국 인력 도입으로만 귀결되는 정책 방향은 문제가 있다. 대규모 외국 인력 도입 이후 파생될 문제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해당 업종 노동계와의 논의, 기존 허용 업종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등 재고해야 할 게 많다.

[사설] 인천 떠나 서울로… 그림의 떡 ‘인천형’ 청년복지

청년들이 인천을 떠난다고 한다. 인근 서울 경기에 비해 청년정책 수혜가 없어서다. 똑같이 삶이 팍팍한 청년들임에도 인천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다. 서울로 주소를 옮기면 그 날부터 혜택이 달라진다. 청년통장이나 청년월세지원 등의 복지다. 한 지역사회의 청년 유출은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유인책을 써 불러들여도 모자랄 판에 있던 청년마저 떠나간다니. 경기일보(11월24일자 3면)에 비친 인천 청년들 사연을 보자. 인천 미추홀구에 살던 한 청년은 곧 직장이 있는 서울로 거처를 옮긴다. 서울 월세가 비싸지만 서울시에서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집 월세는 36만원, 서울에 알아본 집은 월 50만원이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직장과도 가까워져 교통비. 월세 다 아낄 수 있다. 인천 남동구의 카페에서 일하는 한 청년은 서울 경기에 사는 친구들이 부럽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지만 그곳 친구들처럼 청년통장을 들어 목돈을 만들지 못해서다. 청년통장은 3년간 매월 10만원씩 저축하면 인천시가 640만원을 보태줘 1천만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의 ‘드림For청년통장’은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19~39세 청년 중 제조업과 지식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한한다. 인천시 청년정책의 진입장벽이 전반적으로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청년정책을 홍보할 때는 ‘나도’, ‘우리 아이도’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막상 신청하려 들여다보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인천형 청년월세지원사업’은 19~39세 청년들에게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한다. 단,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에만 해당한다. 반면 서울은 중위소득 150%까지 지원한다. 인천형 청년통장도 마찬가지다. 인천 청년 83만여명 중 834명(0.1%)에게만 가입 자격이 돌아간다. 경기도 청년들은 어떤가. 어떤 일자리에 종사하든 2년 만기를 채우면 580만원을 지원받는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가 청년 문제 풀기다. 만성적 취업절벽은 ‘그냥 쉬는’ 지경까지 왔다. 비혼 저출산 문제도 그들의 홀로 서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다시 일으키려는 청년정책이다. 그런데 이름만 ‘인천형’이지 정작 청년들은 인천을 떠나려 한다니. 인천시 살림살이가 그 정도로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겉으로만 요란하고 내용은 없는 생색내기 청년정책은 문제다. 시내를 나가 보면 아직도 연말이라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파헤치고 있다. 시민 세금의 자원배분이 청년들에게만 유독 인색한 것인가. 장벽을 낮춘, 좀 더 보편적인 청년정책이 아쉽다.

[김종구 칼럼] 정제 안 된 ‘김건희 공격’, 젊은이들 돌아선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강욱 전 의원을 징계했다.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다. 내용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오는 건 절차다. 당 윤리심판원을 건너뛰고 징계했다. 당규 7호 32조 등에 따른 비상 징계라고 했다.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을 경우...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라고 본 것이다. 기자들이 당규를 공부해야 했다. 그만큼 전례 없고 강한 징계다. 이재명 대표 뜻이라고 한다. 당이 그렇게 설명했다.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다’(21일),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22일). 분위기 파악 못한 이는 유탄을 맞았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22일 유튜브 방송에서 최 전 의원을 옹호했다. ‘(최 전 의원 발언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민주당 대처 방식까지 싸잡았다 ‘왜 민주당은 매번 우리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나’. 이틀 뒤 ‘짐작되는 이유’로 사표 냈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은 이거다.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내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다”. ‘설치는 암컷’이 지칭하는 대상은 다 안다. 언론도 ‘김건희 여사’라고 쓰고 있다. 최 전 의원도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로 반박했다. 보수 언론이 증폭시켰고 여권은 들고일어났다. 익숙한 장면이다. 3년짜리 김건희 공격이다.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다. ‘술자리 쥴리’를 던져 술집과 연계시켰다. ‘검찰총장 아내’를 던져 뇌물과 연계시켰다. ‘중국 출장’을 던져 스캔들과 연계시켰다. ‘과거 사진’을 던져 성형과 연계시켰다. 영부인이 돼도 멈추지 않는다. 옮겨 적기 민망한 ‘빈곤 포르노’까지 동원됐다. 주식 논란·고속도로 논란·명품 가방 논란 등을 빼면 대개 이런 유의 황색 프로파간다다. 당이 중징계를 한 것이다. 여성, 그중에도 젊은 표심을 본 건 아닐까. 실제로 반발이 많다. ‘(최 전 의원은) 인간이 되기 틀렸다’, ‘진짜 한심해 죽겠다’. 31세 류호정 의원(정의당)의 분노다. ‘진짜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발언이다’, ‘같이 계셨던 의원님들은 심지어 이 설치는 암컷 발언 듣고 같이 웃었다’. 27세 박성민 전 최고위원(민주당)의 분노다. 같은 당, 같은 야권 정치인인데 이렇게 분노했다. 정치권 밖 젊은이들의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28세 청년 ‘민규’씨. 취업 준비 중인 공학도다. 대통령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정치는 관심 없어서 잘 모른다’면서도 ‘못한다. 앞으로 잘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 그가 ‘김건희 공격’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낸다. “그게 우리 정치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국가를 경영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대통령 부인의 사생활 놓고 저렇게 떠들 가치가 있나요”. 옆자리 친구도 ‘같은 생각’이라며 거든다. 이들이 젊은이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다른 의견도 많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들 주장에 깔린 정서다. 2030세대는 여성·결혼관을 말함에 당당하다. 아내가 경제력이 있는 건 좋은 거라고 말한다. 가정 밖의 사회생활은 각자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부부라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준으로 보니까 ‘김건희 공격’이 이해 안 되는 것이다. ‘영부인은 설치면 안 되나요?’. 기성세대의 영부인관(觀)이 있다. 조용한 조력자다. 그들에게 ‘김건희 영부인’은 문제 있다. 거론 자체가 불편하다. 반면 젊은 세대의 영부인관도 있다. 당당한 동반자다. 그들에게 ‘김건희 영부인’은 문제 없다. 공격 자체가 불편하다. 물론 밝힐 건 밝혀야 한다. 속 시원히 밝히면 된다.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비방이다. 해선 안 될 사생활 까기다. 이 의미 없는 짓을 4월까지 밀 건가. 민주당에 남은 ‘대선의 추억’이 있다. ‘7시간 대화록’ 틀었다가 ‘김건희 원더우먼’ 만들었던 역풍의 역사다.

[함께하는 인천] 인천아시아아트쇼가 남긴 것들

11월23~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회 인천아시아아트쇼(IAAS)에 예상치 못한 관람객이 몰려 폐막 당일 마감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또 줄지어 선 차량 행렬로 인해 송도컨벤시아 일대가 극심한 교통 혼잡을 겪었다고 한다. IAAS 주최 측 집계에 따르면 관람객은 6만3천여명이었고, 한 갤러리의 최고 판매액이 15억7천329만원에 달했다. 고리들의 ‘황금 해바라기’ 5억원,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에디션’ 3억5천만원, 이우환의 ‘바람 시리즈’ 2억4천만원 등 고가로 거래된 작품도 수두룩하다. 역대 인천 전시회에서 보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자 IAAS 주최자의 입이 귀에 걸렸다. 서울의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를 마냥 부러워하던 처지였는데, 이번에 인천 미술시장의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줬다. 필자는 개막일과 폐막일에 현장을 돌아보며 갤러리 관계자, 작가, 관객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봤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MZ세대 관람객의 얘기는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그는 IAAS 같은 대형 아트페어를 처음 찾은 초보 미술애호가였다. “왜 VIP권으로 3~4일간 전시작품을 관람해야 하는지 알 거 같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많아 부스 전체를 2~3번 돌아다녔다. 거액을 내고 작품을 사는 심정도 이해하게 됐다.” 그는 적지 않은 금액의 작품 구매를 놓고 망설였다. 개인의 취향과 취미를 중시하는 MZ세대의 과감성(?)이 놀랍기도 했고, 한편 부러웠다. 안면 있는 참여 작가, 문화기획자 얘기도 들어봤다. A작가는 “예년엔 갤러리 부스에 물병 한 개도 주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도시락까지 무상 배달해주는 등 운영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B기획자는 “요즘 트렌드와 미술시장의 성격에 맞는 구성과 기획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번에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해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바스키아, 키스 해링, 자코메티, 데미안 허스트, 조지 콘도,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선보였다. 하정우, 하지원, 구혜선, 추가열, 윤송아 등 연예인 10여명의 ‘스타 아티스트 기획전’, 도발적인 ‘청년작가 초대전’도 인기였다. IAAS의 전체적 흐름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우세라는 느낌이다. 아무리 상업적 성격의 아트페어라도 단순히 관람객 수나 작품 거래액으로만 성공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미술 향유 기회를 얼마나 확대하고 있는지, 또 참여한 화랑과 작가, 작품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지도 중요한 가늠자다. 부산 대구 광주에는 저력을 갖춘 화랑들이 상당수 버티고 있어 국내외 메이저급 갤러리와의 네트워크가 아주 탄탄하다. 이런 측면이 취약한 인천의 지역적 열세를 극복할 돌파구를 속히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문화카페] 11월,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새삼 생각하며

모두 지나갔지만 11월에는 하루는 국내적으로, 하루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두 날이 있다. 그런데 두 날짜 모두 공교롭게도 우리의 미래라는 어린이·청소년들과 관련 있는 날이다. 그중 하나는 듣기 평가시간에는 비행기도 못 뜨고, 전국적으로 근로자 출근시간도 늦춰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11월16일), 일명 수능일이고 다른 하루는 우리에게는 5월5일이 있어 잘 기념하지도 않고, 잘 모르는 날인 11월20일, 유엔이 정한 세계어린이의 날(World Children’s Day)이다. 바로 이 두 날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의 ‘어린이·청소년’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듣기만 해도 얼굴에 미소가 나와야 하는 어린이·청소년들에 대해 그렇지 못한 ‘어른’으로서, 또 그들을 위한 공연예술계 종사자로서 수능날은 그냥 단순 시험일이 아닌 매우 상징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유엔 어린이·청소년권리협약(UNCRC) 제31조에 의하면 ‘모든 어린이·청소년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에게 적합한 놀이 및 예술과 문화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얼마나 자신의 정당한 권리에 맞게 휴식과 여가를 즐기며, 놀이를 포함한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의심을 넘어 이젠 식상할 정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펴낸 ‘2022년도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총괄보고서(2023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의 평일 하루 평균 여가시간이 3시간 미만이 59%이며 평일 하루 평균 공부시간 3시간 이상이 40.4%에 이른다. 그리고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학생이 전체 33.5%이고, 그 이유로 학업 문제가 44.3%라고 한다. 이런 수치를 받아들고 우리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차라리 어떤 특정 집단들이 이런 우리 어린이·청소년들의 쉴 권리, 즐길 권리를 막고 있으면 몰려가 시위를 통해서라도 시정할 수 있겠으나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런 권리를 막고 있는 꼴이니 정말 답답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다. 또 모두가 즐겁게 기념해야 하는 11월20일 세계어린이의 날은 어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 정권과의 무력 충돌로 무고한 이스라엘 시민들이 납치당하고, 특히 가자지구의 여성과 어린이 희생자가 최소 1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 세계어린이의 날이 무색한 실정이다. 또 지금도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시민을 비롯한 어린이들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란의 어린 여성들의 상황은 어떤가! 대부분 ‘어른’들의 탐욕과 미움으로 생긴 갈등의 가장 큰 희생자는 어린이·청소년인 것이다. 분명 이들의 목소리와 아우성은 존재하는데 잘 들리지 않고,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아마 어린이·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이들의 의견이 무시될까? 이런 와중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듯이 수도권 한구석에서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고 발표하는 제30회 전국어린이연극잔치가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온라인(게더타운)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11월 마지막 날에 돌아본 단상이다.

[지지대] 겨울에도 만만찮은 과일값

은박지로 포장해 냉장고에 넣어 뒀다 찬 바람이 불면 꺼내 먹었다.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홍시의 겨울 섭취 방식이고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계절을 맞이했던 기억이 새롭다. 예부터 찬 바람이 불면 귤이나 사과 등을 찾기 마련이다. 비타민C가 풍부하게 함유돼 감기나 독감 등의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비타민C는 감기 예방과 회복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자유 라디칼(free radical)로부터 세포도 보호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소화를 원활하게 도와 주는 효능도 있다. 그래서 찾는 겨울철 과일이다. 귤, 사과, 딸기, 한라봉, 석류, 유자 등이다. 그런데 겨울철 과일값이 만만찮다. 대표적인 과일인 귤값이 1년 전보다 10% 이상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가 분석한 결과다. 귤(노지) 소매가격은 10개에 3천564원으로 1년 전 3천141원보다 13.5% 비쌌다. 평년 가격(2천998원)과 비교하면 18.9% 높다. 평년 가격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치를 제외한 평균값이다. 귤값 상승은 농산물 생산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다른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대체품으로 귤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봄철 이상 저온과 여름철 폭염, 호우 등 날씨 영향도 있다. 사과(후지·상품)값은 10개에 2만8천442원으로 1년 전보다 27.1% 올랐고 평년보다 29.3% 비싸다. 단감(상품)은 10개에 1만6천354원으로 1년 전 및 평년과 비교해 각각 46.5%, 51.7% 높다. 어디 귤이라도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을까. 서민들의 즐거움 가운데 또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

[천자춘추] ‘보행신호시간’ 개선의 필요성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로 개편’ 등의 보행자 보호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하위권에 있다. 특히 2021년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사망자가 34.1%를 차지하고 있어 교통안전 선진국에 비해 보행자 안전 수준이 낮은 편이다.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로 국가의 교통안전 정책이 개편됨에 따라 보행자 중심의 보행 신호시간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2022년 경찰청에서는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교통약자 보행속도 기준을 초속 0.7m로 개정했다. 하지만 보행신호시간은 횡단보도 길이와 보호구역 유무에 따라 그 길이가 결정되며 24시간 동일하게 운영된다. 이처럼 보행자의 수요와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보행신호시간 계획으로 보행자의 수요가 증가하는 시간대에 적색신호 시 잔류하는 보행자가 발생한다. 이러한 잔류보행자는 교차로 내 차량과의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반면 차량신호시간의 경우 시간대별로 교통 수요에 대응하는 정교한 운영을 위해 시각제어방식(Time Of Day·TOD)을 이용하고 있으며 주기적인 조사를 통해 시간대별로 최적의 차량신호시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잔류보행자는 교차로 내 차량과의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횡단보도 내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를 위해 우회전 시 일시정지 등 ‘도로교통법’ 개정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내 녹색신호 시 우회전이 가능한 우회전 신호등 설치를 신설했다. 하지만 보행신호시간이 24시간 동일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의 수요가 증가하는 시간대에 적색신호 시 잔류하는 보행자가 발생할 경우 우회전 신호등 설치는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우회전 신호등 설치 시 횡단보도 내 잔류하는 보행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잔류 보행자를 고려한 보행신호시간 계획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교차로 내 보행자 안전을 위한 개선은 바닥형 신호등, 대기쉼터, 중앙보행섬, 무단횡단 방지 펜스 등의 물리적 시설물 설치가 우선되고 보행신호시간에 대한 개선은 미미한 실정이다. 교차로 횡단보도를 대상으로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시설 개선과 더불어 보행신호시간 계획에 대한 연구와 개선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