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도 관광객도 ‘뚝’... 이러다간 무인도행 [경기 바다 ‘외로운 섬’ 풍도를 가다③]

안산시 단원구에 속한 섬 풍도는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물론 생활 인프라 등이 열악하다. 갑자기 주민이 늘어나기도 힘들 뿐더러 이를 감당할 시설이 없어 마을 존립은 관광객 유치에 달려 있다. 하지만 교통도, 생활용수도 미흡한 상태여서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유인도’ 풍도는 가까운 미래에 ‘무인도’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했다. 11일 풍도어촌계와 풍도노인회 등에 따르면 풍도 주민 중 최고령자는 89세이며 최연소자는 51세다. 40대 이하 주민이 없고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70~80대다. 특히 20~50대 연령층의 새로운 인구 유입도 최근 3년간 없었다. 주된 원인은 정주하는 데 필요한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주민 정금례씨(가명·72·여)는 “섬에는 미용실이나 약국, 편의점도 없다. 은행 업무를 한 번 보려면 바다 건너 육지로 가야 하는 게 너무 벅차다”며 “특히 은행 일은 요즘 다 휴대폰으로 본다지만 나이를 먹으니 방법도 모르겠다. 꼭 은행을 들러야 할 상황이면 답답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라도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소연했다. 택배도 마찬가지다. 섬에 우체국 집배원 1명이 있지만 업무용 차량과 사무실 등은 없다. 이 때문에 우편·택배 분류부터 배달까지 모든 과정은 그의 ‘개인 차량’에서 이뤄진다. 집배원 박일현씨(51)는 “주민들이 택배를 부치려면 통상 내륙보다 5천~6천원 요금을 더 내야 하고 택배 받는 데 1~2일 더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악천후 등 기상 요인까지 겹치면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주민 최선병씨(가명·70대)는 “육지에선 5천~6천원 더 싸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을 거리가 멀다 보니 비용도 더 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여름이면 물건이 상해서 오기도 한다”며 “지자체가 지난 9월 한 달 정도 택배비를 5천원 정도 지원했는데 마트 등 필요한 물건을 살 곳이 없는 섬이어서 이런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섬 안은 관광객이 와 편하게 묵을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 풍도 관광객 수는 지난해 9천580명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7천148명으로 집계됐다. 통상 봄철 야생화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대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여행객은 전년 대비 1천~2천명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객 정모씨(56)는 “아내와 함께 풍도를 찾았는데 날씨 때문에 배가 뜨지 않아 계획보다 2~3일 더 섬에 머물고 있다”며 “예정보다 길어져 회사에도 난처하고 편한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풍도 같은 섬의 인구 소멸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섬 내 인구유입률을 늘리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제4차 섬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전국 섬 개발을 위해 최근 10개년(2018~2027년)간 △주민 정주여건 개선(4천250억원·28.1%) △관광 활성화(2천814억원·18.6%) △교통 개선(2천487억원·16.4%) 등에 투자 초점을 맞췄다. 정주여건을 개선해 섬 내 체류 인구율을 높이거나 지속가능한 섬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인구를 유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태완 한국섬진흥원 부연구위원은 ‘섬 인구감소 대응방안연구’ 보고서를 통해 “육지와 비교해 차별 없는 교통 등 기초 인프라 접근성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 필요하고 주민과 섬 방문자가 살기 좋고 체류하기 편한 섬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농업 혁신이었는데”…‘귀족과일’ 샤인머스캣에 무슨 일이?

“1년 새 시세가 6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지옥이죠…샤인머스캣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혁신인데” 한 때 높은 당도에 비싼 가격으로 ‘귀족 과일’로 불리며 열풍을 일으켰던 샤인머스캣이 최근 들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생산량 증가와 품질 저하를 꼽고 있다. 11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전통시장 청과물 가게에는 다른 과일과 달리 샤인머스캣에 ‘당도 월등 보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가게에서 4~5년 전 4kg에 8만~10만원대였던 샤인머스캣은 현재 3만5천~4만5천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박진수 사장(58)은 “지난해부터 손님들이 대놓고 ‘맛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샤인머스캣의 맛품질이 떨어졌다”며 “저 문구는 (도매시장에서) 직접 먹어보고 맛있는 것만 골라왔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샤인머스캣은 2014년 국내에서 생산·판매되기 시작했다. 특히 소비자 선호와 타품종 대비 높은 가격으로 2016년 이후 재배 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8년에는 묘목 품귀현상까지 발생하는 등 포도농가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샤인머스캣의 가격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샤인머스캣 도매가격(2㎏)은 2020년 3만5천56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3만2천931원, 2022년 2만7천334원, 올해 2만4천13원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샤인머스캣 가격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산량 증가 ▲품질 저하를 꼽고 있다. 먼저 수요 대비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났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추정치)은 2016년 278ha에서 올해 기준 6천576ha로 7년 새 23배 이상 넓어졌다. 더욱이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무렵 숙기가 다 차지 않은 제품이 조기 출하되는 등 시장에 기존보다 맛이 떨어진 상품들이 대거 유통됐다. 이러한 저품질 상품의 유통으로 소비자들에게 '샤인머스캣은 비싼 데 비해 맛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된 것이다. 엄석희 농협경제지주 농산물구매국 MD는 “2019~2021년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았는데, 지난해부터 과잉 생산 등으로 수요와 공급 격차가 벌어지며 시세가 확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aT에 따르면 지난해 7월 3만9천507원이던 도매(2kg) 가격은 추석이 있던 9월 1만9천254원을 거쳐 지난해 10월 1만2천107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샤인머스캣 품질은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생산량 증가로 물량은 계속해서 늘어나며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나가는 현상이 이어졌다. 올해 9월 샤인머스캣 도매 가격(2kg)도 3년 전인 2020년 2만7천127원에서 올해 1만5천120원으로 4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거봉, 캠벨 등의 포도 가격은 각 약 27%, 49% 올랐다. 이에 농가들은 울상인 모습 속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다짐하는 모습이다. 화성에서 포도 농장을 운영하는 이완용 경기도 포도연구회 사무국장(51)은 “샤인머스캣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하는 농업의 혁신이었는데 지금 현장은 말 그대로 지옥”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장성도 뛰어난 우수 품종인데 유통문제 등으로 시장 시세가 많이 흔들리며 상위 10%의 농가외 나머지는 상자값, 인건비도 안 나올 정도로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한다”며 “지난해 추석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고품질을 생산해 소비자의 신뢰를 받도록 농가에 대한 재배기술교육과 유통교육이 필요하고 유통계는 제값 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품질 향상으로 소비자 신뢰회복 하는 등 노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서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수출 활성화를 위해 농가의 품질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위면적당 수량 조절로 적정 생산량이 유지되고 품질 개선을 통해 수출 활성화가 이루어지면 샤인머스캣의 지속적인 생산과 가격 안정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DMZ 고엽제 후유증 추정 종료일 연장을”

6·25전쟁 이후 고엽제가 민통선 이남까지 살포됐다는 미군 예비역 장교의 증언이 54년 만에 나온 가운데(경기일보 8일자 10면) 고엽제 후유증 추정 종료일이 비과학적이어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경기일보가 단독 입수한 주한미군전우회(회장 및 이사장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유엔군사령관) 발행 ‘한미동맹저널’에 따르면 1969~1970년 미2사단 DMZ 고엽작전을 지휘했던 데이비드 로저스 예비역 화학장교는 한미동맹저널(2022년 4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국의 DMZ 내 고엽제 후유증 추정종료일(Presumptive End Date·PED)을 1972년 8월31일로 결정한 것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훈처는 지난 2011년 1월25일 연방정부 공보를 통해 한국 비무장지대 고엽제 노출 주한미군예비역(군인, 군무원, 민간인 제외)을 돕기 위해 PED를 1968년 4월1일부터 1971년 8월31일까지로 추정했다. 로저스 예비역 화학장교는 “아스펜연구소, 포드재단, 국제개발처(USAID) 등의 최신 연구를 보면 고엽제가 토양에 살포·유출·누출됐던 베트남의 다낭, 푸켓, 바엔호야 등지의 공군기지 세 곳은 거의 50년이 지난 후에도 토양 표면에 다이옥신 오염 수준이 기준치의 800배가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DMZ는 임진강 위쪽을 따라 이어지는 비포장길 전체와 후방 호크·나이키 미사일기지와 레이더기지 전역에 55갤런(200ℓ)들이 드럼통에서 직접 고농도의 고엽제가 살포됐다”며 “그러나 베트남에서처럼 디젤유나 항공유 등을 뿌려 희석하지 않었다”고 증언했다. 희석 등 조치가 없어 다이옥신이 50여년간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베트남에서의 PED는 사이공이 함락되고 미군이 철수하던 시점인 1975년을 기준으로 한다”며 “비록 베트남보다 규모가 작을지언정 한국 DMZ에 복무했던 병사들도 여전히 잔류 다이옥신에 노출돼 있다. 이에 추정종료일을 한국에서 최소 전술핵탄두 철수와 미군을 감축하기 시작한 1975년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한미2사단 고엽제 작전지휘관이었던 로저스 예비역 화학장교는 민통선 이남에 있던 고엽제를 전부 소진하라는 명령에 따라 카투사(주한미군에 소속된 한국군) 1개 소대를 동원해 55갤런들이 드럼통 1천개 분량을 경기도 등지의 방공포기지 등에 살포했다고 증언했다.

낡고 녹슬고… 흉물된 인천 중구 미단시티 공원들 [현장, 그곳&]

“미단시티 공원에 산책을 가도 운동기구와 벤치가 흉물스럽게 낡아 만지지도, 앉고 싶지도 않아요.” 10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 1호 공원. 산책로 데크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있어 걷다가 자칫 발이 빠지는 안전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이 넓은 공원에는 농구장과 익스트림 스케이트보드장 등 다양한 공간이 있지만, 농구 골대와 보드 시설물 모두는 녹으로 뒤덮인 채 방치돼 있었다. 비슷한 시각 미단시티 9·10호 공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벤치 주변엔 나뭇잎들이 지저분하게 쌓여있었고, 정자 천장에는 녹과 곰팡이가 뒤엉켜 폐가를 연상케 했다. 인근 어린이공원의 운동시설 손잡이와 발판 등도 어김없이 주황색 녹으로 뒤덮여 있었다. 영종도 주민 A씨는 “미단시티 공원이 크고 조용해 가끔 바람 쐬러 산책을 나온다”며 “그런데 멀리서 봐도 시설물들이 낡은게 보여 이용하진 않고, 산책길만 걷는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 운북동 미단시티에 조성된 12곳의 공원이 수년째 방치돼 흉물로 전락했다. 경기 침체와 앵커시설인 초대형 복합 쇼핑몰 건립 무산 등으로 지역 개발 자체가 지지부진해졌고, 이에 따라 당초 유입이 예상됐던 시민들을 확보하지 못해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주민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도시공사(iH)와 중구에 따르면 iH는 지난 2011년 미단시티 1~6호공원을 준공한 뒤 2016년 구에 관리 업무를 이관했다. 또 지난 2017년에 준공한 미단시티 7~12호 공원은 지난해 구에 넘겼다. 그러나 구는 미단시티 공원 대부분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미단시티 9·10호 공원 인근에는 초·중·고등학교가, 1·2호 공원 주변에는 병원과 국제학교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이 어그러지면서 예정 시설 대부분이 들어오지 못해 빈 땅으로 남아 있고, 특히 3·4·5·6호 공원 주변엔 공정률 25%에서 4년째 중단된 미단시티 복합리조트가 도시 미관도 해치고 있다. 미단시티 내에서 iH가 매각한 토지 분양율은 55%에 그쳤으며, 팔린 토지 대부분도 공사를 중단하거나 시작도 하지 못해 공터로 남아 있다. iH 관계자는 “미단시티 설계 당시 주거비율을 18%로 낮게 잡았다”며 “남아 있는 상업용지를 주거용지로 바꿔 유입 인구를 늘리고, 이를 통해 공원 이용률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을 관리하기에도 예산이 버거운 상황”이라면서도 “앞으로 미단시티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모습·문화 달라도 다문화 품은 ‘우리’... 경기도 미래 활짝 [1만호 특집]

외국인도 ‘경기도민’이 된 시대, 다양한 인종과 문화는 서서히 우리 삶에 녹아들고 있다.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또 이웃으로 그들은 어느새 우리 곁으로 훌쩍 다가왔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 속도는 더디다. 조금만 생김새가 달라도, 조금만 한국어가 서툴러도 우리 눈에는 편견이라는 색안경이 씌워진다. 경기일보가 1만호 발간을 맞아 편견 없이 ‘우리’라는 울타리 안으로 그들을 받아들인 이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 ‘우리’ 학교 학생이 된 아이들 경기 안산의 원곡초등학교 5학년 4반 교실. 모니터 속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익숙한 듯 “이순신”이라고 외쳤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의 동작에 따라 “위!” “아래!” “옆!”이라고 소리치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이 한 교실에 앉아 웃고 떠들며 함께 공부하는 모습은 여느 한국 초등학교의 교실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이들의 국적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총 17개국 출신으로 중국과 러시아 국적 비율이 높다. 교실 한 편에는 기본적인 의사 소통을 위한 ‘생존 한국어’라는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누군가에겐 다소 낯설어 보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곳에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이다. 이 학교만 해도 전교생 440명 가운데 약 95%인 420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다문화 학생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다문화 학생들이 어느새 ‘우리’ 학교의 학생이 되고 있다. 안복현 원곡초 교장은 “최근 충청도와 경상도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로 견학을 왔다. 그 지역에서도 다문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온 것”이라며 “점차 한국 학생과 다문화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게 보편적인 모습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고 사회에 진출하면 우리 사회도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우리’ 회사 직원이 된 동료들 안산에 위치한 업소용 냉장용품 제작회사인 ㈜세운에는 약 3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찾아간 날에도 공장 곳곳에는 여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부분 한국어가 서툴러 대화는 힘든 수준이었다. 영어로나마 대화가 가능했던 건 필리핀 출신 나단(가명)씨였다. 그는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느냐?”는 물음에 “1년 됐다”고 답했다. 이어 “이곳에서 사는 게 어떠냐?”고 묻자 “재밌다. 안산이나 시흥에서 친구들을 만나 놀기도 한다. 이곳 사장님도 잘 해주셔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8년 설립 초기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했다.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성실함 덕분에 회사는 날로 성장해 지금껏 규모를 키우며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5월에는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로부터 이주민 모범 고용 사업장으로 선정돼 경기도지사 명의의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오일성 대표는 “외국인들은 이제 우리 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인적 자원이자 동료가 된 지 오래”라며 “임금이나 복지가 비슷한데도 이직도 안 하고 오래 일해줘서 고맙다. 서로 존중하고 우대하는 분위기 덕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그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체류 외국인은 약 220만명, 그 중 약 40만명이 ‘불법체류자’라 불리는 미등록 외국인이다. 심각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주민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어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해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법무부가 지난해 말부터 길거리나 사업장에서 미등록 이주민들을 단속해 출국 조치했다. 그럼에도 그 수는 더 늘었다. 음성화됐다는 의미”라며 “정부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이들을 양성화해야한다. 10년 이상 성실하게 일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엄격한 기준을 갖고 심사를 거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그러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더 데리고 오겠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도 진행 중이다. 생산가능인구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지방소멸 얘기도 나온다”며 “더 많은 이주민들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정착한 미등록 이주민들을 양성화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적응이 끝난 이들이 한국에서 정식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지역에서도 이 같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