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흉기난동’ 피해자 의무기록 무단 열람 논란

국군수도병원 관계자 수십 명이 성남시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크게 다친 40대 남성의 의무 기록을 무단 열람, 상급부대의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일 분당 AK플라자에 있던 40대 남성 A씨는 최원종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인근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반인도 중증외상 환자의 경우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런데 A씨의 개인정보가 담긴 의무기록이 주치의 등 진료 담당자가 아닌 내부 직원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됐다. 의무기록에는 이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뿐 아니라 병명, 입원 기간, 치료 내용 등 모든 진료기록이 담겨 있다. 이런 사실은 경기일보가 입수한 국군수도병원의 보고 자료에서 확인됐다. 국군수도병원은 지난 4일 오후 ‘<긴급> 목적에 맞지 않는 환자의 의무기록 열람에 대한 주의’란 제목의 업무보고를 통해 “A씨에 대한 의무기록을 조회한 150여명의 인원 중 A씨 또는 그의 진료와 관련 없이 의무기록을 열람한 인원이 다수(5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필요한 열람을 금해 주길 바란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규정상 업무와 관련 없이 열람한 경우, 지휘부(의무기록관리위원회) 보고 대상으로 법적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군수도병원 내부적으로 A씨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된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행위는 의료법 및 군 의무기록관리 훈령 등에 따라 금지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 현재 국군의무사령부는 A씨의 의무기록 무단 열람 사실에 대해 병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감찰 조사 중이다. 국군의무사령부 측은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된 감찰 조사가 지난 14일부터 시작됐고, 환자의 의무 기록을 조회한 열람자 및 경위 등을 파악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며 여타 자세한 내용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색 ‘서행’, 적색 ‘일시 정지’… “점멸신호 지킵시다” [현장, 그곳&]

“빨간 점멸신호등이 보이면 일단 멈춤!, 황색 점멸신호등이 보이면 서행!, 오늘도 안전운전 하세요.” 17일 오전 10시께 각종 산업단지가 몰려있는 화성시 석우동 교차로. 이곳은 도로 폭이 좁아 차량 신호등 4개가 적색 점멸신호등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운전자들은 빨간색 점멸등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갔다. 취재진이 20분 동안 지켜본 결과, 지나간 차량 30여대 중 일시 정지하는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헬멧과 야광조끼를 착용한 도로교통공단 직원들이 경광등으로 점멸 신호를 가리키며 통행 방법을 안내하기 시작하자, 운전자들은 일시 정지한 후 주위를 살피며 지나갔다. 시민 표선우씨(26)는 “적색 점멸 신호등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앞으로는 빨간불이 깜빡이는 점멸신호등이 보이면 무조건 멈춰야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화성시 안녕동의 한 황색 점멸신호등 교차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길을 건너려던 시민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쌩쌩 지나다니는 차들 때문에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이곳 사거리에서 보행자와 운전자 간 소통을 유도하는 ‘손짓 캠페인’을 진행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차량을 향해 손을 들어 통행하려는 의사를 표시하자, 일시 정지하며 서행하는 차들이 늘어났다. 점멸신호등 교차로 주행 시 운전자들이 제한 속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경기일보 14일자 6면)에 도로교통공단 경기지부가 운전자와 보행자 통행 방법 홍보에 나섰다. 도로교통법상 황색 점멸등은 차량이 바로 멈출 수 있을 정도로 서행하며 지나가야 한다. 또 적색 점멸등의 경우 반드시 일시 정지 후 주위를 살펴야 하며, 이를 무시한 채 지나가면 신호위반 단속 대상이다. 송준규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 본부장은 “점멸신호도 엄연한 신호의 한 체계”라며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 점멸신호등 통행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기만평] 해보나 마나...

[사설] 이재명은 방탄 국회 포기 약속 지키고/정치권은 이참에 불체포특권 폐지하라

진부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얘기해 보자.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권한이다. 회기 중에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비회기 중 체포 또는 구금 됐어도 회기 중에는 석방된다. 현행범이 아니고 국회 요구가 있으면 그렇다. 행정부의 부당한 압박을 막자는 취지다.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려는 장치다. 더 진부한 얘기까지 하자. 이게 비리 의원 보호 장치로 변질됐다. 임시국회 열어 영장을 무력화한다. 국민이 없애라 해도 안 없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배임 의혹 조사를 받았다. 소환 당시 피의자 신분이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스스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성남FC 사건과 관련 영장 청구가 있었다. 그 영장은 방탄국회가 막았다. 그 후 민주당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권고했다. 당 지도부가 방탄국회 포기로 화답했다. 물론, ‘정치적 탄압은 예외’라며 출구는 남겼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이 대표 스스로 방탄국회 포기를 선언했다. 17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밝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다...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내 발로 출석해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고도 했다.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라고도 했다. 공개적이고 분명하게 발표했다. 대단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울 일은 아니다. 밝혔듯이 성남FC 방탄국회를 활용했다. 혁신위 요구와 당 지도부 다짐도 있었다. 지켜보는 여론이 여간 매서워 지지 않았다. 현실적인 과제도 있다. 방탄이 또 통할 것이냐는 의구심이다. 성남FC 때도 당내 찬성표가 쏟아졌다. 당내 파열음은 그때보다 심해졌다. 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9월 정기국회는 회기 쪼개기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에게 득될 것 없는 표결이 다가오는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 방탄 포기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부여할 의미는 있다. 이번 선언이 불체포특권 폐지로 이어지기 바란다. 관련 법을 없애 버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에 앞서 실질적인 사문화(死文化)로 접어들었으면 좋겠다. 눈앞의 관전 포인트는 정치인 이재명의 사법적 운명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 남을 역사는 불체포특권의 운명이다. ‘이재명 사건이 불체포특권 없앴다’는 역사가 훨씬 중요하다.

[사설] 차별받는 내부장애인, 인식 개선과 지원 절실하다

소수집단 안에도 또 다른 소수가 존재한다. ‘내부장애인’도 그중 한 집단이다. 지체장애나 시각·청각장애 같은 외형적 장애 외에, 겉으로는 비장애인처럼 보이지만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는 내부장애를 ‘몸속 장기에 완치되기 어려운 장애나 질병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라고 규정하고 있다. 심장, 신장,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간질) 장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부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은 크게 떨어진다. 법적 장애인이 된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장애인 수는 해마다 느는데 의료서비스는 물론 복지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상당수 내부장애인들이 고립된 채 편견과 무관심 속에 살아간다. 지난해 기준 전체 등록장애인 263만3천26명 가운데 내부장애인이 15만635명으로 5.7%를 차지했다. 경기도의 내부장애인 수는 도내 장애인의 6%를 넘는다. 도내 내부장애인은 해마다 1천명 이상 늘고 있다. 2018년 3만2천830명(5.99%)에서 2019년 3만4천251명(6.11%), 2020년 3만5천839명(6.29%), 2021년 3만7천587명(6.49%), 2022년 3만8천928명(6.65%) 등 5년간 6천명 넘게 증가했다. 내부장애인은 요루 장애인을 빼고는 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지속적 증가에도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미흡하다. 장애가 아닌 질병을 앓는 환자로 보는 시선이 많아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경기도에서 내부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는 심장과 신장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연간 150만원의 치료비가 전부다.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심장·신장 장애인에 대한 연간 치료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부장애인들은 증상에 따라 약값으로 한 달에 수십만원, 치료비로 최대 수백만원을 지출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여서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지난해 ‘신체내부기관 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률안은 내부장애인의 지원을 위한 관리, 교육,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지원사 지원, 소득 보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통합적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내부장애인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부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에 사회에 나서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내부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해·배려가 필요하다. 이들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법안 통과도 절실하다.

[삶과 종교] 생각과 인격, 마음의 근육을 키우라

묻지마 범죄와 길거리의 악마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어린 학생들까지 선전포고하듯 생각 없이 범죄 예고에 동참하고 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에서 히틀러의 부하로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일을 매우 근면하고 효율적으로 해냈던 아이히만을 통해 평범한 인간이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지적한다. 아렌트는 이 원인을 ‘생각 없음’이라고 단언하면서 아이히만의 죄가 ‘사유하지 않음’에 있다고 봤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에 대해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과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고 말한다.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범죄 문제의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사형제를 부활하라”, “호신용 무기를 갖춰 각자도생하라” 등의 제도적·물리적 방법으로는 비판적 성찰의 부재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범죄를 막을 수 없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교육에 관심을 두고 구체적으로 학교와 가정을 생각해 보자. 먼저 학교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유지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고상한 표현은 “제발 그림자만 밟히면 다행이다”는 고충 어린 토로가 돼 버렸다. 이 문제를 선생님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으로 분리하는 프레임은 옳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소모적인 논쟁이다. 학교에서 깊이 생각하고, 탐구하며, 분별하도록 가르쳐야 하는 교육을 해야 함에도 저학년은 단순한 보육에서 끝나고, 고학년이 되면 입시 경쟁과 서열화에 숨이 막혀 간다. 좋은 학교를 분류하고, 한 두 문제로 학생을 등급으로 나누며,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 학교 체제에서 학생들이 터득하는 것은 사유와 인격의 함양보다 거짓과 교만, 그리고 자기 기만이다. 학교는 교사, 학생, 배우는 것들이 유대감의 그물에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 개방성과 환대와 배려를 통해 형성된 유대감의 그물에서 학생들은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 인격과 사람다움을 함양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가정이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분석한 뉴스에서 이들의 가정환경과 교육의 정도를 언급한다. 어떤 이는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폭력과 학대에 노출됐고, 어떤 이는 우수한 가정환경에서 비교와 억압에 시달렸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가진 문제는 자녀에 대한 책임의 시한이다. 과연 자녀를 언제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좋은 직장, 결혼, 재산의 증여가 자녀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적어도 열 번 이상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며 고난의 광야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수많은 어려움, 실패와 좌절의 광야를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미지의 세계를 향한 비전과 도전의 행보가 가능하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삶이냐’에서 “그대가 가진 것을 버리고 모든 속박으로부터 그대 자신을 해방하라. 그리고 존재하라”고 역설하면서 구약성서의 인물들을 예로 든다.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창세기 12:1)는 명령이 아브라함에게 주어지면서 유대 부족의 역사가 시작된다. 아브라함을 필두로 그의 자손인 이삭, 야곱, 요셉도 고향과 씨족, 그리고 가진 것을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을 떠났으며, 하나님을 만나 변화되고 튼실한 마음의 근육을 키워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새로운 일들을 창출하는 모습을 창세기에서 볼 수 있다. “요셉은 무성한 가지, 곧 샘 곁의 무성한 가지라 그 가지가 담을 넘었도다.”(창세기 49장 22절) 야곱이 요셉에게 한 축복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교사와 부모의 교육을 통해 사려 깊은 인격적 존재로 성장하고, 마음의 근육이 단단한 잘 자란 나무가 돼 밖으로 무성한 가지를 뻗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해법이야말로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고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2024 수능, 나만의 루틴으로 컨디션 유지 필요

이제 2024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킬러 문항 배제로 그 어떤 해보다 수능 출제 기조에 관심이 집중된 지금 수험생들이 가장 집중해 해야 하는 일은 바로 나만의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다. 수능은 보통 8시 전에 수험장에 입실해 장시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 시험을 치르게 된다. 보통 우리의 뇌는 기상 후 적어도 3시간은 지나야 집중력이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시험 시작 시간을 고려하면 7시 이전에 기상한 후 간단한 아침 식사를 통해 뇌에 에너지원을 공급해 줘야 한다.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무리하게 되면 오히려 시험 당일 100%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안정적인 루틴으로 몸을 시험 일정에 최대한 맞춰 세팅해야 한다. 가능하면 수능 당일 시간표대로 과목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다. 보통 오전에는 가장 집중력이 높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 취약한 과목이나 어려운 단원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개념 공부나 처음부터 모든 단원을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나만의 약점 노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약점 노트는 오답만 기록된 것이 아니라 내가 틀릴 것 같은 문제도 포함한 것이다. 말 그대로 나의 약한 부분을 총정리한 나만의 비법 노트다. 공부 후 문제집을 풀거나 테스트를 통해 나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다시 공부를 반복할 때는 틀린 부분만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전체를 다시 공부해 시험을 봤을 때와 모르거나 틀린 부분만 다시 공부하고 시험을 봤을 때의 결과가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입맛이 없더라도 규칙적으로 식사를 꼭 챙겨야 한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조금씩 자주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대이므로 좋아하는 과목이나 자신이 있는 과목 위주로 공부하면 좋다. 에디슨과 나폴레옹은 낮잠을 수시로 즐겼다고 한다. 이들은 바쁜 일정 틈틈이 낮잠을 통해 뇌를 쉬게 하고 시냅스를 활성화했을 것이다. 잠깐의 휴식을 통해 뇌를 쉬게 하면 훨씬 더 좋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죄책감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수험생이 휴식이나 낮잠을 자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책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럴 필요 없이 쉴 때는 열심히 쉬어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 기억하기 바란다. 특히 잠들기 전 두 시간 동안의 공부는 장기 기억으로 전환돼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공부 후 숙면을 취하면 자는 동안에도 뇌는 부지런히 일을 힌다. 저장된 정보를 단단하게 장기 기억으로 전환한다. 일반적으로 뇌는 단기 기억에 저장된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곤 하지만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면 오래 기억되고 그것이 시험장에서 나의 실력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데스크 칼럼] ‘아시아인의 축제’ 부담감 떨치고 즐겨라

47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4년 주기로 열렸던 대회가 처음으로 5년 만에 열리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40개 종목에 걸쳐 483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대한민국은 직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일본에 밀려 종합 3위로 내려앉았다. 이번 대회서 5년 만에 2위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두 차례 하계올림픽과 지난 아시안게임서 2위 경쟁 상대인 일본에 메달 순위에서 모두 뒤졌다. 무엇보다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에서의 열세가 큰 원인이다. 이번 대회서도 종합 2위 달성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국 스포츠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체육 정책의 변화로 가뜩이나 취약했던 저변이 붕괴되고 전문체육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예전만 못하면서 한때 ‘세계 톱10’을 자랑했던 대한민국 체육은 국제경쟁력에서 뒤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5년을 기다려 온 태극전사들은 대회 개막이 점점 다가오면서 주변의 기대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성취욕에 심적인 압박감이 커져 가고 있다. 과도한 긴장감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느끼는 국가대표로서의 긴장과 중압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선배들이 이 과정을 견뎌내면서 금메달리스트로서의 성취감을 느껴 왔다. 반면 많은 선수들은 목표를 이루지 못한 좌절감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메달리스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은·동메달 획득자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때로는 죄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는 ‘엘리트 체육’으로 대변된 대한민국 스포츠가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외국처럼 다양한 직업을 지닌 경우와는 다르게 운동이 직업이기 때문에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산물이다. 한 외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선수는 동메달리스트라고 한다. 금메달리스트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기쁨이 있지만 당연하다는 표정이고 은메달리스트는 1위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크기에 기뻐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동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큰 희열을 느낀다. 스포츠는 경쟁이 필수이고 결과가 말해준다. 하지만 각종 국제대회는 그 지역 또는 세계인의 축제다. 좋은 결과를 추구하되 그동안 노력한 과정과 결과에 만족하고 축제를 즐기는 여유가 이제는 필요하다. 한 달 뒤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이 5년 만의 축제를 즐겼으면 한다. 또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해 나가는 성숙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지지대] 이끼의 경고

작고 부드럽다. 짧게는 1㎝, 길게는 10㎝에 이른다.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 엉켜 집단으로 자란다. 꽃이나 씨앗은 물론 없다. 서양 격언에도 곧잘 인용된다. 구르는 돌에는 이 식물이 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주억거릴 독자들이 있겠다. 이끼의 이력서다. 지구에 1만2천여종이 서식 중이다. 우주 공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생명력도 강하다.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며 4억년을 생존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끼가 지구 온난화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랄프 레스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교수팀이 티베트 고원 등에 사는 이끼인 타카키아의 DNA를 분석한 결과다. 외신은 유전적으로 매우 빠른 진화 특성을 갖췄지만 현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만큼 빠르게 진화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티베트 고원 얼음 절벽에서 3억9천만년이나 살아왔다. 연구팀은 티베트 고원의 타카키아 서식지를 10년 동안 18차례 방문해 샘플을 수집하고 서식지를 조사했다. DNA 염기서열도 분석했고 기후변화가 타카키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했다. 그 결과 과거에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살아남았지만 현재의 온난화를 고려하면 앞으로 100년 이상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티베트 고원의 개체수는 매년 1.6%씩 감소했다. 서식지도 빠르게 줄어 금세기 말에는 서식지가 세계적으로 1천~1천500㎢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류는 늘 진화의 정점에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공룡도 왔다가 멸종된 것처럼 인류도 사라질 수 있다. 이끼는 4억년 이상을 공룡의 등장과 멸종, 인류의 등장 등을 지켜봤다. 우리가 이들로부터 회복력과 멸종 등에 대해 뭔가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끼가 인류에게 던지는 준엄한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