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천억' 영종 인스파이어 리조트 공사… 인천지역 업체는 ‘찬밥’

1조2천억원대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복합리조트(이하 인스파이어) 건설 공사의 인천지역 건설업체 참여율이 고작 1%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인천시의회 임관만 건설교통위원장(국민의힘·중구1)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인스파이어 공사 관련 지역건설업체 참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인스파이어 공사에 인천 업체 참여율은 공사비 기준 1.34%다. 사업시행자인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가 ㈜한화건설에 시공을 맡긴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건설 사업’의 공사 원도급 금액은 1조2천137억원에 이른다. 이중 한화건설은 협력업체 180여곳에 8천865억5천600만원 규모의 공사를 하도급했으며, 이중 인천지역 업체 7곳이 163억2천800만원 규모의 공사에 참여 중이다. 원도급 금액 대비 인천지역 업체의 참여율(하도급 비율)은 1.34%다. 현재 ‘인천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및 하도급업체 보호에 관한 조례’는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서는 인천지역 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70% 이상, 공동도급 비율 49% 이상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조례는 민간 공사도 지역 업체의 공동참여와 직접 시공 비율의 확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인스파이어는 공사에 투입한 인력과 자재 등의 사용도 인천을 외면하고 있다. 인스파이어가 지난 2019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공사에 투입한 총 인력 83만292명 중 인천지역 인력은 고작 6만6천329명(7.9%) 뿐이다. 공사와 관련한 인천지역에서의 고용 창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공사 현장에 투입한 자재는 1천31억5천600만원 중 인천에서 구매한 것은 269억7천400만원(26.2%)에 그친다. 건설 업계에선 어쩔 수 없이 공사현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레미콘 등만 사용한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건설업체들은 인스파이어측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소 10% 이상 하도급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승주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시회 건설정책실장은 “민간 공사도 통상적으로 지역 상생 등을 위해 하도급률이 10~20%에 이른다”며 “인스파이어의 하도급률 수준은 인천을 아예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인천에서 대형 공사가 이뤄지는데도, 정작 지역 경제유발효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 지역에선 40~50%의 지역 업체 하도급이 이뤄져 공사로 인한 낙수효과가 크다”며 “인천시와 인천경제청도 인스파이어를 유치만 해놓고 지역경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스파이어 관계자는 “한화건설을 시공사로 정했고, 시공사의 협력업체 선정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며 “다만 시공사와도 지역 협업의 필요성에 공감, 인력 고용시 가능한 지역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인스파이어는 인천 중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인근 국제업무지구(IBC)에 외국인 카지노, 5성급 호텔, 다목적 공연장, 컨벤션센터 등을 짓는 복합리조트 공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1단계 공사 공정률은 83%로 오는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흥 시화MTV 웨이브파크리움 건물 일부 하자… 부실 시공 논란

시흥 시화MTV에 위치한 신축 건물 일부에서 누수가 발생하거나 건물 옥상 부분에 금이 가는 등 부실 시공 논란이 불거졌다. 아울러 준공이 늦어지면서 입주지연 사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한 지체보상금도 아직 지급되지 않아 수분양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8일 오전 11시께 시흥시 거북섬공원로 27번지 시흥MTV웨이브파크리움 오피스텔 건물에는 지하주차장 입구부터 건물 곳곳에 누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건물 지하주차장 바닥과 승강기 출입구 바닥에도 아직까지 물이 흥건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뿐 만이 아니다. 이번 호우로 지하주차장용 승강기에 물이 차면서 자동양수기로 뿜어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등 건물 곳곳에서 부실 시공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건물 옥상 바닥은 마치 거북등처럼 이곳저곳 금이 가 누수 위험이 높아 보였고 기계식주차장은 아에 입구를 테이핑해 사용 자체를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 건물은 당초 지난해 10월 말 준공을 약속했지만 준공이 늦어지면서 86일 정도 입주가 지연돼 입주민들에게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수분양자들에게 이렇다 할 안내도 없이 지체보상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입주민 A씨는 “지하층 승강기에 물이 차고 건물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해 냄새 때문에 살 수 없다”며 “어떻게 이런 건물을 시흥시가 준공허가를 내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건물 시행·시공사인 B사 관계자는 “건물 일부 하자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고 빠른 조치를 위해 직원을 투입하는 등 하자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체보상금과 관련해서는 위탁사인 하나자산신탁이 정산을 통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잔금이 6월 말에 끝나면서 지급 관련 산정을 다 해 놓았다. 7월 중 지급할 예정으로 전체 안내도 하겠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당연히 준공허가를 내줄 수 없다. 빠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만 오면 조마조마”… ‘오송 참사’ 경기도, 남의 일 아니다 [현장, 그곳&]

“언제 잠길지 모르는 지하차도, 불안합니다.” 18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의 화산지하차도. 새벽부터 내린 비로 지하차도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 위를 차량들이 재빠르게 물길을 가르며 지하차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매년 폭우 시 침수되는 이곳은 지하차도 내부에 물이 들어찼을 때를 대비해 총 8개 배수펌프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배수펌프 집수정의 용량이 작고 인근 서호천으로 배수가 이뤄져 단기간 집중호우 시 하천의 수위가 오르면 제대로 된 배수 기능을 할 수 없다. 운전자 최인영씨(36·가명·여)는 “많은 비가 올 때 큰 사고가 날까 봐 지하차도를 이용하기 꺼려진다”며 “폭우 시 빠르게 물이 들어 차가 언제 침수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겠냐. 제대로 배수가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 신길동의 신길지하차도 역시 비슷한 상황. 비가 내리자 금세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차도 내 빗물받이와 하수구는 오랫동안 쌓여 덩어리진 부유물로 꽉 막혀 있었다. 또 지하차도가 신길천 수위보다 낮게 설계돼 우수 유입량이 과다하면 배수펌프만으로 한계가 있어 보였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내 지하차도 역시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배수시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지하차도는 총 288곳이다. 비교적 지대가 높은 일부 지하차도를 제외하곤 지하차도 내·외부에 물을 배출시키는 배수펌프가 설치돼 있다.  이 같은 지하차도 배수펌프는 각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으며 수위 변동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된다.  문제는 단기간 지하차도의 수위가 오르면 펌프가 배수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리적 여건상 하천 가까이 위치해 있는 지하차도의 경우 배수를 하천으로 하게 되는데 폭우로 하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배수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 또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같이 기계식 배수펌프가 있는 곳은 침수로 인한 배전선 고장도 노출돼 있다.  이에 지자체는 호우 시 모니터링과 현장 통제 등으로 지하차도의 침수를 예방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단기간 빠르게 지하차도에 물이 차게 되면 배수펌프만으로 완벽한 배수가 부족하다”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현장 통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국지성 호우로 지하차도도 풍수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배수펌프 처리 용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며 일정량 비가 내리면 이를 알리는 전광판과 자동차단시설 등 여러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기만평] 최상위 포식카르텔...

[사설] 이천시립 화장장, 위법∙부당 행정이었다

경기도가 의미 있는 감사 결과를 밝혔다. 이천 시립 화장장 건립 과정을 살펴본 감사다. 당초 2010년부터 추진됐던 사업이다. 주민 갈등으로 무산된 뒤 2019년 재추진됐다. 공모를 통해 2020년 8월 후보지를 선정했다. 이천시 부발읍 수정리를 후보지로 선정했다. 17만9천㎡ 부지에 화장로 4기를 갖춘 시설이다. 350억원을 들여 2024년 12월 준공 예정이었다. 이 사업 추진이 위법과 부당행위 투성이였다. 모든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정도다. 행정안전부가 2021년 11월 투자 심사 결과를 시에 통보한다. ‘재검토’다. 관련 예산을 편성하면 안된다. 그런데 이천시는 2022년 예산에 시설비 45억원을 편성한다. 2022년 6월3일 다시 ‘재검토’가 통보된다. 역시 편성한 관련 예산을 감액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천시는 또다시 예산을 살렸고 2023년 예산으로 이월한다. 실무투자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투자 사업을 심사해야 하는 절차도 위반했다. 행안부 지시 위반과 자체 절차 무시였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질 나쁜 위법 행정이 있다. 화장장은 현실적으로 대표적인 주민기피시설이다. 그래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천시는 이걸 하지 않았다. 최소한 소홀히 다루고 넘어갔다. 화장시설 건립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 수행 과정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공고 시 게시물 첨부파일에서 초안의 내용을 누락했다. 사업지는 이천시와 여주시 경계 지역이다. 그런데 이천시 주민만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4월 여주시 매화리 주민들이 삭발식을 했다. 이천시의 화장장 사업을 강력 규탄했다. 여주시민은 모르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100억원의 토지 보상금 문제도 거론됐다. 이때만 해도 통상적인 화장장 건립 갈등 정도로 봤다. 이천시장도 “화장장 입지 변경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주민감사청구다. 166명의 시민이 연대해 법률적 요건을 구비한 감사를 청구했다. 경기도가 감사했고 심각한 실태가 드러났다. 행안부 지시도 ‘무 잘라 먹듯이’ 무시했다. 없애야 할 예산 세우고, 이월시켰다. 주민 설명회는 귀찮았는지 생략해 버렸다. 이천시민과 여주시민을 차별까지 했다. 이렇게 해서 편하고 빨리 가려고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종 결과가 어떤가. 경기도 감사 책임자가 설명했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해선 다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실상 백지화라는 것이다. 이천시 행정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다시 추진한들 동의를 얻을 수 있겠나. 화장장 행정의 어려움은 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해선 안 됐다. 장사(葬事) 행정의 나쁜 예가 됐다.

[사설] 서울 광역버스 하루 6천원, 정부 ‘요금인상’ 뒷짐만 질건가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광역버스 비용 부담이 30%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조정안’에 따르면 8월12일부터 광역버스 기본요금이 기존 2천300원에서 3천원으로 700원 오른다. 무려 30.4% 인상이다. 순환·차등버스(1천100→1천400원, 27.3% 인상), 간·지선버스(1천200→1천500원, 25.0%), 심야버스(2천150→2천500원, 16.3%)보다 높은 인상률이다. 서울 지하철 요금도 10월7일부터 1천250원에서 1천400원으로 150원 오른다. 내년 하반기 150원을 추가로 올릴 예정이다. 2차 인상분까지 고려, 1천550원을 적용하면 지하철 요금 인상률은 24.0%다. 광역버스 요금만 30% 넘게 올라 수도권 승객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매일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하루 왕복 6천원이 든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하자, 다른 지자체에서도 줄줄이 인상 계획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인천·광주시가 지하철 요금을 이달 1일부터 올렸다. 서울과 교통망이 이어져 있는 경기도도 수도권 전철 통합요금제에 따라 지하철 요금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도 시내버스 요금을 다음 달 최대 19.6% 인상하며, 대구·부산시도 하반기 지하철·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지난해 말부터 예고돼 왔다. 서울시는 운송원가 상승에다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등으로 지하철 및 버스 운영기관의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기재부는 지하철 요금 및 무임승차 허용 여부 등은 지자체 고유 사무라며, 이에 따른 손실보전도 지자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전기요금 인상을 제어했고, 라면·제과 등의 가격 인하를 위해 민간기업을 압박하는 등 물가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이에 반해 서울시 교통요금 인상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고물가시대를 맞아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불안하다. ‘시민의 발’인 버스와 지하철 요금까지 오른다니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크다. 가계소득은 정체 또는 퇴보 상태인데, 대중교통 요금까지 오르면 살림살이는 더 피폐해진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최대한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정부는 남의 일처럼 팔장만 끼고 있어선 안 된다.

[세계는 지금] 심각해져 가는 세계 난민 문제

6월20일은 난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유엔에서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월드비전은 올해 이날을 맞아 ‘보이지 않고 잊혀진(Invisible and forgotten)’이라는 제목의 난민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18개국 4천789명의 실제 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아 위기와 폭력 수준이 지난해보다 심각하게 증가했다. 기본적인 생필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하는 난민 가정이 전년 대비 2배나 증가했고, 빈곤에 대처하기 위해 식사의 질과 양을 모두 줄인 가정은 조사 가구의 82%에 달했다. 전 세계 난민 수는 매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발표한 전 세계 난민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2배에 달하는 약 1억800만명이다. 이는 전년 대비 1천900만명이나 증가한 상태로 난민 통계를 시작한 195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전 세계 인구 100명 가운데 2명가량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전쟁이나 분쟁은 난민 발생의 가장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의 분쟁으로 인해 800만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인접 국가로 피란했다. 우크라이나 아동의 절반 이상이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도처에서 여전히 크고 작은 총성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는 전 세계 26개국에 달한다. 소수민족 차별과 박해도 난민 발생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 국가의 소수민족은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 이유 등으로 차별 및 박해를 받고 있다.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미얀마 로힝야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미얀마군의 폭력으로 고향을 떠나 지금까지 방글라데시에 머물고 있는 로힝야족은 91만명에 달한다. 로힝야 난민들은 인간의 기본권리를 박탈 당한 채 이국땅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기근으로 인한 난민 발생도 증가 추세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이 속한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당장의 식량 지원이 필요한 동아프리카의 인구 수가 2천만명을 넘어섰다. 세계식량기구(WFP)와 난민지원 비정부기구(NGO)들은 식량 지원과 함께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을 위한 캠프를 운영하고 있지만 증가하고 있는 난민을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난민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기후난민은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학적 환경이 변하면서 살던 곳을 떠나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해 자연재해로 고향을 떠난 전 세계 기후난민은 3천만명에 이르며 이는 전쟁으로 인한 난민 수를 넘어서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서는 2050년에 이르면 최대 10억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기후난민을 포함해 전 세계 난민 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 문제가 이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인천시론] 뇌졸중과 골든타임

오는 7월22일은 뇌 질환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뇌의 날이다. 뇌 질환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은 많이 발병하고 치명률이 높은 뇌졸중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 장애로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뇌혈관 폐쇄로 나타나는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 파열로 나타나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구분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되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면 후유증이나 장애는 물론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초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 뇌졸중의 신호를 알리는 전조증상에는 한쪽 마비, 감각이상, 언어 및 발음장애, 극심한 두통, 시력저하, 평형감각 이상 등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일반 사람들은 바로 뇌졸중이라고 알아차리기 힘들다. 뇌졸중이 한국인의 4대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같은 증상들이 나타났을 때는 지체없이 119에 연락하라고 하는 것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도 FAST 캠페인을 통해 뇌졸중의 전조 증상을 알리고 있다. FAST는 △얼굴마비(Face) △팔다리 마비(Arm) △언어장애(Speech) 등의 징후가 나타났을 때 빠른 시간(Time) 내에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3시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허혈성 뇌졸중을 치료하는 첫 단계인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으로부터 4시간30분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상황에 따라 24시간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 뇌졸중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뇌손상 가능성이 높다. 즉,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골든타임에는 응급실 도착 후 접수, 영상검사, 진단, 신체관리 등의 뇌졸중 치료 시 병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과정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뇌졸중 증상 발생=즉시 119 신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집 근처의 가장 가까운 응급실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지난해 필자는 대한뇌졸중학회가 주관한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 인증제도에 참여해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 인증제도는 의료기관에서 표준 진료 및 최신 치료가 이뤄지는지를 평가하고, 양질의 진료시스템이 구축돼 있는지 평가하는 인증사업이다. 이처럼 국내 의료계는 뇌졸중을 비롯한 초응급질환에 대한 의료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뇌졸중 치료에 대한 의료질이 올라가고 표준화됐으며, 뇌졸중 증상 발생 시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서 가장 빠르게 치료 받는 것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이 뇌졸중의 전조 증상(한쪽 마비, 감각이상, 극심한 두통, 시력저하 등)과 대처방법(119에 신고)을 숙지해 두길 바란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권선동 은행나무

내가 살고 있는 권선동의 세곡초등학교 앞 길가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 570년의 꺼칠한 고목이다. 나는 매일 아침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피트니스클럽에 간다. 너무 늙고 기력이 쇠한 이 나무는 문신처럼 강렬한 세월의 무늬가 있다. 나무의 밑동에서 위로 올라가며 꽈배기처럼 꿈틀대는 모습이 거대한 아나콘다 같은 느낌이다. 이 나무는 고려 말 한림학사 이고(李皐·1341~1420)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벼슬을 내려놓고 수원에 내려와 살면서 후진들에게 어질고 선하게 살라고 가르치며 자신의 집터에 심은 은행나무다. 집은 간 데없고 절간의 석탑처럼 나무만 덩그러니 서 있다. 이 나무는 내부에 공동(空洞)이 있고 가지 절단부와 줄기에 부패가 진행돼 비바람에 쓰러지거나 가지가 고사해 떨어질 염려가 있었다. 시에서는 보호수 생육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했다. 외과수술과 고사한 가지를 제거하는 한편 철제 지지대도 4개 설치했다. 나무의 가지들은 잘려 나갔으나 외형은 일부분 힘이 느껴진다. 칠월 초 모든 환경개선 작업이 완료돼 깨끗이 단장됐다. 오늘날 권선동은 이고 선생이 선하게 살라는 권선(勸善)의 의미에서 지어진 지명이라고 한다. 선하게 살자! 생이 일장춘몽이고 악해야 할 시간과 용서받을 시간이 없으므로. 이고 선생의 은행나무는 선하게 살라는 뜻을 받들어 삶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시켜 주고 있다.

[지지대] 극한호우

하늘을 올려다보기가 무섭다. 비가 내려도 너무 내려서다. 요즘 내리는 비를 기상당국은 극한호우(極限豪雨)로 명명했다. 몹시 심한 강도로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비를 뜻한다. 강우량으로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이 동시에 관측될 때를 가리킨다. 단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를 넘으면 즉시 극한호우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 기준은 시간당 30㎜인데 극한호우는 그 2배가 넘는다. 이 같은 호우가 처음 내린 시기는 올해 7월11일이었다.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영등포구 신길동 등지에 기상청의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앞서 이날 오후 3시30분께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동작구 등지에 한 시간 동안 72㎜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국민의 안전 및 생명 보호를 위해 올여름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발송 지역은 이 같은 호우가 내리는 읍·면·동이다. 문자를 받으면 곧바로 적극적인 안전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시간당 강수량이 50㎜를 넘으면 하수관 역류나 지하건물의 침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번 호우로 전국에서 7월17일 오후 11시 기준 41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실종됐다. 특히 충북·경북권에는 지난 13일부터 사흘여 동안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훨씬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아직 7월 중순이다. 그런데도 호우 사망·실종자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있었던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중소기업, 전통시장 상점 213곳이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15개 시·도 111개 시·군·구에서 6천255가구 1만570명이 대피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제발 그만하자. 당국은 천재지변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겠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