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도내 한부모가족 관심과 지원 필요

‘한부모가족’이란 모자가족 또는 부자가족을 의미한다(한부모가족지원법 제4조 제2호). 예전에는 ‘결손가족’, ‘편부모가족’이라고 했으나 ‘결손(缺損)’과 ‘치우칠 편(偏)’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인식돼 국립국어원에서 ‘한부모가족’이라는 단어로 순화했다. 한부모가족은 모 또는 부가 만 18세 미만(취학 시 만 22세 미만,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취학 중인 경우 병역기간 가산)의 아동을 양육하고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60% 이하(2023년 기준 2인 가구 207만3천693원, 3인 가구 266만890원)에 해당되는 경우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복지급여가 지급된다. 한편 청소년한부모가족(부 또는 모의 연령이 만 24세 이하)인 경우 중위소득 72% 이하(2인 가구 248만8천432원, 3인 가구 319만3천68원) 시 선정되고 복지급여 지급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2인 가구 224만6천501원, 3인 가구 288만2천630원)다. 경기도에서도 한부모가족 지원 거점 기관을 남부(수원), 북부(구리)에 각각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한부모 자조모임, 부모교육, 심리상담 및 연계, 청소년한부모 자립지원패키지, 정보 제공, 네트워크 구축, 교육문화체험, 인식개선, 시설가족입소자 나들이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한부모가족 복지서비스 종합안내서를 발간해 임신, 출산, 양육, 돌봄, 교육, 취업 등 시기별 지원과 금융, 법률, 자립, 주거 등 필수 분야 지원도 안내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 기준소득액과 2023년 최저임금(월 201만580원)을 비교하면 양육자가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얻는 경우 지원 대상이 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양육자와 아동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 경기도 31개 시·군의 지역별 다양성을 고려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지고 한부모가족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이 확대되면 보다 많은 한부모가족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한부모가족이 아닌 도민 입장에서도 이제 시대 변화에 따라 가족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섣부른 편견이나 오해로 한부모가족 양육자나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부모가족의 복지를 증진할 책임을 진다(한부모가족지원법 제2조 제1항). 따라서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도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한부모가족 등 소외되는 도민이 없도록 지원에 공백은 없는지 늘 살피고 현장 상황을 반영한 정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끊임 없는 전쟁, 층간소음의 해법

우리나라 전체 주거유형의 큰 부분은 공동주택이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았는가. 최근 층간소음 문제가 폭력, 살인 등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민원과 사건·사고가 매년 증가 추세다. 한국환경공단의 ‘2022년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운영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 실내생활 증가로 2019년 2만6천257건에서 2021년에는 4만6천596건으로 소음피해가 2배 가까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층간소음에 대한 규제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직접 충격과 공기 전달에 의한 소음의 기준을 정하고 있고 각 지자체 조례로 관리 중이다. 또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받기도 한다. 층간소음은 제도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 방법이 없다. 위층 소리가 아예 안 들리는 건 건축학적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층 사람이 상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각자의 상반된 입장이 지속해 부딪치면서 서로의 입장만 과열될 뿐이다. 심리학이론 중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이 있다. 각자의 현상이나 대상에 대한 거리감에 따라 해석 수준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행동 반응과 선택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심리적 거리가 멀수록 상위 수준으로 해석하고, 가까울수록 하위 수준으로 해석하게 되며 이러한 해석 수준으로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 이론에 층간소음 문제를 담으면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시끄러운 위층 집이라는 상위 수준의 추상적인 개념으로 해석돼 ‘윗집은 우리에게 층간소음으로 큰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항의하고 이의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나의 권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친한 이웃사촌 관계에서는 추상적 개념이 구체적 개념으로 바뀌어 층간소음이 들려도 ‘애들이 뛰어다니네, 뭐 신나는 일이라도 생겼나 보다’라는 관점으로 해석이 바뀌게 된다. 갈등의 크기에 비하면 해결 방안은 비교적 단순하다. 해석 수준의 전환이다. 층간소음 관련 통계에서도 새로 지은 공동주택보다 오히려 오래된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민원이 적게 나타났다. 이는 층간소음의 해결책은 공동주택을 사용하는 주민들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지혜로운 대처가 답이라는 것을 입증해 준다. 결국 층간소음의 해법은 먼저 기본적으로 시공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살 만한 수준으로 건물 짓는 것이 최선이고 그다음은 서로 간의 안 좋아진 감정을 풀고 윗집은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아랫집은 윗집의 사정을 이해하는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지지대] 베이비 박스 찬반논란

주택가 골목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옆에는 출생일 등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아기를 담은 ‘베이비 박스’였다. 종교단체 주도로 2009년 서울 관악구에서 비롯됐다. 베이비 박스가 올해로 설치된 지 15년째다. 누군가에게는 벼랑 끝의 마지막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종교단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런저런 사정으로 맡겨진 아기가 2천2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군포에 설치된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144명까지 포함된 수다. 도대체 어떤 이들의 딱한 사정이 있었을까. 대부분은 미혼모들이다. 지난달까지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맡긴 미혼모 비율은 84.4%, 지난해는 68.9%였다. 베이비 박스를 운영 중인 종교단체의 분석이다. 이혼 가정이나 혼외 출생, 불법 체류 외국인 자녀 등도 포함됐다.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시원이나 화장실, 모텔 등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아이를 출산해 베이비 박스로 데리고 온 경우는 지난해 기준 1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박스가 아기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베이비 박스가 아니었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이나 미혼모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도움을 받았을 텐데, 베이비 박스 때문에 손쉬운 선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베이비 박스 운영기관이 미혼모를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상담 등의 서비스는 이미 지자체도 시행 중이다. 긴급 지원이 필요한 산모가 발생하면 연계 기관들이 일률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2030세대가 육아비용 등을 이유로 아기 낳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태어난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숙제다. 베이비 박스가 미혼모와 아기를 살리는 수단일까, 아니면 영아 유기를 조장하고 아동인권을 침해하는 도구일까. 논란은 여전히 팽팽하다.

[오늘의 운세] 5월 12일 금요일 (음력 3월 23일 /庚午) 띠별 / 생년월일 운세

쥐띠 丙子 36년생 일진불리 질병조심 사고 및 구설 도난 조심 戊子 48년생 변화변동이 생길 때 차량 가택 직업 여행 등 庚子 60년생 재물지출 직업갈등 양보하고 인내해야 길(吉) 壬子 72년생 일진 무난하나 마음의 변화 여행 출행할 때 甲子 84년생 일진불리 말 실수 음주사고 조심 고달푼 날 소띠 丁丑 37년생 재물이득 문서해결 친구조언 편안한 하루 己丑 49년생 직업안정 자손기쁨 사업왕성 만사무난 길(吉) 辛丑 61년생 돈 거래 불리 중상모략 저의 시비쟁투 조심 癸丑 73년생 시험 가택이사 문제원만 재물원만 데이트 乙丑 85년생 명예상승 돋보인 날 데이트 성공 만사대길 호랑이띠 戊寅 38년생 자손경사 직업안정 문서계약 만사해결 길(吉) 庚寅 50년생 친구 및 상사의 도움 재물성사 뜻을 성취 길(吉) 壬寅 62년생 시험원만 차량 가택문제 해결 소원성취 길(吉) 甲寅 74년생 매사에 조급하게 행동하면 실수연발 조심 丙寅 86년생 재수왕성 인간화합 능력발휘 승승장구 길(吉) 토끼띠 己卯 39년생 몸과 마음이 편안 직업문제 해결 만사 길(吉) 辛卯 51년생 손재수 조심 투자불리 인내심이 필요 癸卯 63년생 문서나 재물원만 모임성사 귀인도움 大길(吉) 乙卯 75년생 인기있고 연인 생기고 구직성사 음식대접 丁卯 87년생 운기상승 즐거운 날 연인화합 인기상승 길(吉) 용띠 庚辰 40년생 재물은 지출하나 가족과 대화 만사무난 壬辰 52년생 문서이득 시험합격 차량서류 매매건 해결 甲辰 64년생 만사 불리하니 일찍 귀가하여 가족과 대화 丙辰 76년생 재물원만 연인 데이트 친구모임 행운오고 戊辰 88년생 직업안전 음식 생기고 모임성사 시험대길 뱀띠 辛巳 41년생 재물손해 타인과 언쟁 기분손상 말을조심 癸巳 53년생 재수원만 문서해결 귀인도움 능력발휘 길(吉) 乙巳 65년생 명예 생기나 재물지출 바람기 발동 데이트 丁巳 77년생 친구도움 재수원만 직장해결 선물받고 길(吉) 己巳 89년생 직업고민 부모와 불화 동분서주 친구모임 말띠 壬午 42년생 문서나 계약문제 원만 재물성사 만사 길(吉) 甲午 54년생 직장트러블 질병조심 자손걱정 재수불리 丙午 66년생 재수대통 귀인도움 능력발휘 행운오고 길(吉) 戊午 78년생 음식 생기고 고민해결 칭찬받고 만사원만 庚午 90년생 친구모임 경쟁승리 주도적 인물 재물지출 양띠 癸未 43년생 계약매매 차량이사 수리시험 가정원만 길(吉) 乙未 55년생 명예상승 승진가능 가정 화합 연인 데이트 丁未 67년생 운수완성 연인 생기고 구직성사 행운의날 己未 79년생 기분 손상되나 친구도움 선물받고 만사 길(吉) 辛未 91년생 동료와 경쟁 재물지출 기분하락 인내해야 원숭이띠 甲申 44년생 만사불리 금전복잡 기분손상 부부갈등 흉(凶) 丙申 56년생 사업완성 귀인도움 능력인정 만사해결 길(吉) 戊申 68년생 직업고민 해결 자손경사 시험합격 만사 길(吉) 庚申 80년생 친구형제의 도움 모임성사 인기있고 원만 壬申 92년생 부모도음 선물 생기고 시험원만 능력생겨 닭띠 乙酉 45년생 명예 생기나 실속없고 주점출입 많을 때 丁酉 57년생 재물이득 모임성사 중심인물 되고 만사 길(吉) 己酉 69년생 직장고민 생기나 해결되고 산부인과 출입 辛酉 81년생 친구와 쟁투 기분손상 재수불길 실수조심 癸酉 93년생 운기상승 부모도움 시험원만 재수도 원만 개띠 丙戌 46년생 사업번창 재수왕성 계약가능 소원성취 길(吉) 戊戌 58년생 직업해결 문서계약 가능 고민 해결되고 길(吉) 庚戌 70년생 동료친구 모임 능력인정 귀인도움 고민 끝 壬戌 82년생 일진대길 시험대길 연인 데이트 재수원만 甲戌 94년생 언쟁주의 기분손상 직업고민 술 음식 생겨 돼지띠 丁亥 47년생 운수왕성 동료나 상사의 도움 가정화목 길(吉) 己亥 59년생 자손고민 생기나 결과는 무난 직장해결 길(吉) 辛亥 71년생 경쟁에서 탈락 투자불리 연인불화 癸亥 83년생 선물 생기고 시험원만 재물성취 만사무난 乙亥 95년생 명예상승 재수원만 데이트 성공 고민해결 서일관 운명철학원

경인지방우정청 우체국 FC봉사단, '나눔' 배달하고… 이웃 '행복' 설계 [함께 토닥토닥]

‘900명’ 경인지역에서 누군가에게 나눔을 베풀어 인생의 기쁨을 설계하고 자신도 같은 행복감을 느끼는 경인지방우정청 소속 우체국 FC(보험설계사)들의 숫자다.  미래를 위해 시작한 저축예금부터 아프거나 다칠 때 위로가 되는 보험까지 다양한 보험을 설계하고 있는 경인지역의 40개 우체국 소속 FC는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타인의 행복을 가꿔주는 설계사이기도 하다.  11일 오후 부천우체국에서 만난 우체국 FC 봉사단은  봉사를 통해 타인의 행복을 설계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고 있었다. 10년 차부터 20년이 훌쩍 넘은 FC까지 보험설계사로 일한 기간과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봉사를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는 모두 같다.  FC들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희망한다. 현재 자신이 풍족하다고 느끼면 부족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주고 어울리는 사회다. 그렇기 때문에 봉사 활동에 나서면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봉사단을 이끄는 박승옥 회장(64)은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데 FC들은 자발적으로 꾸준하게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많은 일에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돕고 그들의 친구가 되면서 오히려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고 봉사단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양주, 부천, 수원, 여주, 안산 등 경인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행복 설계를 실천 중이다. 단순히 시설에 금전적인 후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장애인들과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함께 산책을 나가며 말동무가 된다. 또 요양병원에 방문해 병실 청소부터 병원 정원 가꾸기, 어르신들 목욕 담당까지 구석구석 나눔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봉사단은 올해 연말엔 지역 곳곳의 소외계층을 찾아 쌀과 라면 등 식료품을 나누며 연휴와 연말을 이들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또한 각 지역별 FC 2~3명을 선발해 FC들이 활동하는 지역의 소외계층을 찾아 1대 1 매칭 봉사를 계획 중이다.   박 회장은 “FC들과 함께 봉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의 작은 손길로 누군가의 하루가 기쁨으로 채워지는 모습을 볼 때면 더욱 적극적으로 나눔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역 곳곳을 살피며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법률플러스]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계약 해제가 가능한가?

민법은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 매수인은 그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기타의 경우에는 손해배상 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보수가 불가능하거나 보수가 가능하더라도 장기간을 요하는 등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는지 여부는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에 이르게 된 동기 및 목적, 계약 당시 당사자가 처한 상황, 목적물의 종류와 성상, 하자의 내용 및 정도, 보수에 소요되는 기간이나 비용 등 계약 체결 전후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수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자담보책임에 따라 계약 해제가 가능한지에 대한 일반 법리는 위와 같다. 그러나 설사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더라도 아예 계약을 없던 것(해제)으로 만들기 위한 요건은 이처럼 까다로움은 물론, 구체적인 사례에서는 그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이 판단한 바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A는 B로부터 중고 화물차를 매수했는데, 자동차 종합검사 과정에서 차체의 길이, 너비와 적재함의 내부(하대) 길이가 안전기준을 초과해 원상복구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 후 A는 자동차 정기검사 지연을 이유로 과태료도 부과 받았다. A는 위와 같은 매매 목적물(중고 화물차)의 하자로 인해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원심 법원은, 위와 같은 하자는 수리가 가능하고 특수한 수리 방법을 요하지 않으며 예상 수리기간도 15일 정도에 불과하므로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즉, 대법원은 위 중고 화물차가 원고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고,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수리비용이 매매대금의 약 40% 정도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에게 매매계약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함을 이유로 원고가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년 4월 13일 선고 2022다296776 판결). 이처럼 하자담보책임의 법리를 통해 단지 손해배상 만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예 계약을 해제하고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심사숙고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23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0. 과천 아해박물관

1989년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제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는 ‘놀이’를 아이들의 권리로 선언한다.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면서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예술, 문화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렇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직업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 아름다운 숲에서 다 같이 놀자 아해박물관(관장 문미옥)은 한국 전통놀이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살필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터이자 창조적 배움터이다. 안해가 아내로 바뀐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해’는 어린이의 옛말이다. 아해박물관은 옛날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어떻게 놀았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박물관과 이어진 숲에서 옛날 아이들처럼 즐겁게 놀도록 놀이판을 벌여준다. 과천시 주암동 아담한 동산에 안겨 있는 아해박물관에도 싱싱한 초록빛이 가득하다. 박물관에서는 현재 2023년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오래 오래 논다는 것’이라는 프로그램의 시간표에서도 전통놀이의 재미가 느껴진다.  1차시는 ‘도토리팽이, 나무에서 떨어져 팽그르 돌다’ 2차시는 ‘연, 바람에 기대어 날다’ 3차시는 ‘염색-풀, 나무, 흙으로 물들다’이다. 도토리팽이, 가오리연, 손수건 천연염색 체험키트를 제공하며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는데, 1~3차시까지 중복해서 신청할 수 있다. 단체로 신청하면 차량지원도 가능하다니 관심이 있으면 전화로 문의하면 되겠다. 박물관은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우리 동네 전통 놀이터 -다 같이 놀자’를 박물관 옆 아해숲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게줄다리기는 5·7·9·11월 홀수 달에, 비석치기는 4·6·8·10월 짝수 달에 운영한다. 누구나 사전예약으로 신청할 수 있는데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조상들의 슬기를 엿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 놀잇감 유물들을 전시한 박물관은 어떻게 설립됐을까. 서울여대 아동학과 교수인 아해박물관 설립자 문미옥 관장은 아동교육의 선진 이론을 배우기 위해 국제행사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전통놀이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통놀이가 아동교육에 매우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의 아동학자들에게 자랑하고 내세울 만한 놀이감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그는 이때부터 열성적으로 전통 놀이감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88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 수집한 전통 놀이감은 교수연구실을 채우고 집안에도 넘쳐났다.  전통놀이가 창의성과 과학성, 예술성을 기르는 높은 수준의 공부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열망이 가득한 그는 부친이 물려준 대지에 어린이전통놀이체험박물관을 건립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의 즐거움과 낭만을 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해박물관의 고민은 어른들의 무지와 욕심으로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놀이의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에 집중돼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꿈을 찾고 가꾸는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이런 노력으로 창의체험 프로그램 부분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 놀이로 세대와 세대를 잇다 서광일 학예사의 안내로 1층 상설전시실을 둘러본다. ‘천인천자문’은 어떤 책일까? 한 권의 책에 담긴 정성이 놀랍다. “아이가 돌을 맞을 때 선물한 책입니다. 아버지나 조부가 글을 아는 이웃을 찾아다니면서 천자문의 1천 글자를 한 사람에게 한자 씩 1천 사람에게 받은 글씨를 모아서 만든 책이지요. 1년 365일 안에 책을 완성해야 하니 하루에 세 집을 돌아다녀야 했겠지요?”  자세히 보니 천자문 글자마다 오른편에 작은 글씨로 글씨를 쓴 사람의 자필 서명이 있다. 한글로 훈을 단 것도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 직사각형의 방패연이 여러 점 걸려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전선에 우리 군사들만 알아보도록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문양을 단 연을 날려 명령을 전달했던 사연을 들려준다. 놀이감으로만 알았던 연에도 이런 사연이 담겨 있다니 놀랍다. 연을 날릴 때 사용했던 여러 가지의 얼레도 여러 종류가 전시돼 있다.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방패연 옆에 모형 비행기와 우주선을 배치한 것도 재미있다. 손자손녀와 손잡고 박물관을 관람하는 중년이라면 팽이와 썰매를 전시한 곳에 서면 마음이 절로 즐거워진다. 손주에게 자신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들려주며 팽이를 만드는 방법, 잘 돌리는 기술을 설명하다보면 세대 간의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한겨울 꽁꽁 언 시냇가에 친구들과 어울려 썰매를 타고 팽이를 돌렸던 시절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 지을 것이다. 전시된 팽이가 여러 종류다. 말팽이, 장구팽이, 숫자팽이, 허리들어간 줄팽이, 줄팽이, 88올림픽팽이도 있다. 사금파리팽이와 돌멩이팽이도 있으니 돌릴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지고 놀았다. 명절이면 빠지지 않는 윷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보는 일반윷을 비롯해 엄청 커다란 큰윷과 장작윷, 자그마한 종지에 담아 노는 종지윷, 밤 윷, 콩 윷, 팥 윷까지 온갖 윷을 보면 우리 민족이 얼마나 놀이를 즐겼는지 짐작할 수 있다. 팽이만큼이나 썰매의 종류도 다양하다. 양반다리 썰매, 서서타는 썰매, 막대손잡이썰매, 외발썰매, 방향전환썰매, 스케이트 날썰매, 철판날썰매, 눈썰매를 타고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산과 들에 자라는 칡넝쿨을 감아 만든 칡공으로도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아해박물관 숲에도 칡이 많아 칡 줄기로 칡공, 칡굴렁쇠를 만들어 놀이에 활용하고 있다. 88올림픽 개막식 때 한국의 놀이를 상징하는 놀이로 세계에 소개된 굴렁쇠도 있다. 경기장을 가로지르며 달려갔던 굴렁쇠 소년을 떠올려 본다. 우주소년 아톰을 그린 아톰딱지, 새아씨 종이인형, 판박이 인형옷입히기, 여자아이들도 즐겨 놀았던 구슬치기, 여름날 더위까지 식혀주던 물총도 빛이 바랬지만 유년 시절로 안내하는 유물이다.  전시실 끝에 근대 놀이와 관련된 유물들 전시되어 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37년에 펴낸 잡지 ‘어린이’가 있다. ‘아이를 한울님 같이 생각하라’고 가르친 해월 최시형 선생의 가르침에 감명을 받은 방정환은 정순철(해월의 외손자) 등과 색동회를 조직해 어린이날을 제정한다. 어린이를 존중하는 정신의 뿌리가 동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층은 산마루교실은 체험학습장이다. 통유리를 통해 동산의 나무들이 훤히 보이는 곳에서 아이들은 나무를 잘라 다듬어 팽이를 만들고 칡을 엮어 공을 만든다. 숲에는 상설전시실보다 더 큰 ‘한라백두 놀이마당’과 ‘콩쥐네 집’에도 선조들의 지혜와 땀이 밴 소중한 유물들이 가득하다. ■ 지켜내야 할 아해숲 즐거운 놀이가 벌어지는 ‘아해숲’은 아해박물관 전시실에서 관람한 내용이 펼쳐지는 아해체험숲이다. 아해숲에서 아이들은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고, 칡을 말아 공을 만들고 숲에서 주운 알밤으로 윷놀이를 벌인다. 아해숲은 사시사철 잔치가 벌어지는 흥겨운 놀이마당이다. 숲에 난 길을 따라 걸으며 대자연의 신비를 가슴에 품는다. 동무들과 소나무길, 밤나무길, 상수리길, 왕벚나무 꼬부랑길, 살금슬금 길을 걸으며 우람한 참나무와 작은 풀꽃을 만나는 시간도 즐겁다. 황토길, 낙엽길, 나무다리길, 굽은 길에서 만나는 곤충과 꿩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친다. 숲속 곳곳에 놓인 놀잇감 유물은 전통놀이를 벌이는 작은 마당이다. 그런데 머잖아 이 아름다운 숲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박물관 주변이 주택단지로 지정되면서 박물관 숲까지 개발지역에 포함되어 이 계획을 철회하도록 재판했으나 1차 패소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도시의 품격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이 말해준다. 숲이 사라지면 박물관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아해숲에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결단을 촉구한다. 김영호 한국병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