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이불 밖은 위험해...

[사설] 난방비 폭등, 긴급 지원 확대하고 장기 대책 구체화해야

연일 계속되는 영하의 한파 속에 서민들의 겨울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비를 비롯한 난방비가 폭등하고 있어 서민들의 고통이 대단하다. 최근 각 가정에서 난방비 청구서를 받아보고 모두 놀라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난방비 상승 소식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폭등했는지는 감히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 서민들의 시름이 더해 가고 있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용 도시가스료는 폭등했다. 지난해 주택용 도시가스료는 무려 네 차례 인상돼 연초 대비 38.5% 올랐다. 한국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국제가격보다 싸게 공급하느라 적자가 증가한 것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가스료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이번 겨울 난방비가 폭등했다. 정부는 서민 가계 충격을 고려해 올해 1분기까지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2분기부터 다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난방시스템하에서는 앞으로 난방비는 더욱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선 해결책은 폭등하는 서민 난방비에 대한 긴급 지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스 수급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정부는 26일 단기 대책으로 급격한 난방비 인상을 감당하기 힘든 취약계층에 대해 올겨울에 한해 에너지 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 폭을 지금보다 2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대상은 취약계층 117만가구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가구에 제한된다. 경기도 역시 김동연 지사는 26일 200억원 규모의 예비비와 재해 구호기금으로 취약계층 43만5천여명, 6천225개 시설에 난방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난방비 급등 요인은 국제 천연가스의 가격 폭등이다. 우리나라 난방비는 국제유가에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정부는 국제 천연가스 시장 가격을 예의 분석해 장기적 수급 대책을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겨울을 넘기려는 단기 대책도 중요하지만, 수혜 계층을 서민으로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장기적 수급 대책을 마련, 안전판 확보가 중요하다. 서민들의 고통은 난방비 폭등만이 아니다. 각종 물가가 금년 들어 폭등하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내달부터 과자와 빵, 음료 값을 올리겠다는 식품업계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 과자류 제품 가격을 200~300원씩 올리고, 빙과류도 100~200원씩 인상한다. 빵 가격을 평균 6.6% 인상하며, 생수는 이미 출고가를 평균 9.8% 올렸다. 이런 상황임에도 여야 정치권에서 난방비 등 생활비 폭등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면서 구태의연한 정쟁만 계속하고 있어, 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난방비를 비롯한 물가 폭등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이재명 소환, 더는 의미 없는 이유/검찰 마당 유세전, 수사에는 묵비권

앞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논평을 밝힌 바 있다. ‘검찰, 이재명 소환은 28일로 끝내라’(경기일보 1월18일자 보도). 독자들이 주신 다양한 형태의 의견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데, 수사를 그냥 끝내라는 것이냐.’ 그런 취지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효력 없는 소환 조사로 시간 끌지 말라는 거였다. 진술서로 갈음하는 조사고, 검찰 마당 정치 이벤트다. 이런 기망 행위 끝내고 결론을 내라는 것이었다. 예정됐던 소환이 28일 이뤄졌다. 전개되는 장면이 예상 그대로다. 출두하는 그를 지지자들이 연호했다. 이 대표의 정치탄압 선언이 있었다. 이재명 구속 구호가 거기 뒤섞였다. 갈라진 한국 정치가 그대로 재연됐다. 조사실로 들어가 12시간 조사를 받았다. 실제 조사 시간만 8시간여에 달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내용은 없다. 33쪽의 진술서를 내고는 입 닫았다. 검찰 질문서가 150쪽이었다. 질문마다 ‘진술서로 갈음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대표 변호인단이 검찰이 시간을 끌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심야 조사를 거부했다. 결국 수사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검찰이 재출석 날짜 2개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의 확답은 없었다고 한다. 3차 소환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가 지적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지난 11일 1차 조사 때 이미 증명됐다. 실효성은 없고 정치만 남은 소환이다. 28일도 그럴 거면 그런 소환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3차 소환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 대표 측 출두 거부와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다. 이 대표 소환까지 끝낸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이 있다. 성남지청에서 이 사건을 이송 받아 묶어 청구할 거란 예상이다. 실제 이재명 대표가 구속 수감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국회는 현재 1월 임시국회 중이다. 종료와 동시에 2월 임시국회로 이어진다.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것이 확실하다.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으로 가는 것이다. ‘출두 진술서’는 묘한 수였다. 출석 불응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했다. 그러면서 조사도 피해 가는 효과를 거뒀다. 검찰에게는 실익 없는 소환이었다. 서면 진술서 39쪽(대장동 33쪽, 성남FC 6쪽)을 받은 게 전부다. 우편으로 받았어도 되는 자료였다. 물론 어느 쪽을 비난할 건 없다. 이 대표에는 피조사자의 권리다. 검찰에는 수사기관의 숙제다. 다만, 이런 진정성 없는 ‘법 기술’을 국민 앞에서 계속 반복한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커 보였다. 대장동 수사는 오래됐다. 국민에게 문재인 검찰이 어디 있고, 윤석열 검찰이 어디 있나. 검찰·경찰 수사만 벌써 두 해를 넘겼다. 이제 수사 단계의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유혐의인가 무혐의인가. 유혐의이면 구속기소인가 불구속기소인가. 결정하고 발표해라.

[지지대] “오또케”

2021년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가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글이 논란이 됐다. 점주는 지원자격에 만 20세 이상으로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라고 명시했다. 또 ‘소극적이고 오또케 오또케 하는 분은 지원하지 말라’고 했다. 이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점주가 여혐인 듯”, “성별 혐오를 조장한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점주는 모집 공고 글을 삭제했다. ‘오또케’는 ‘어떡해’의 변용으로, 여성의 수동적인 태도를 비꼬는 단어다. 주로 위급 상황에서 “어떡해”라는 말만 반복한 채 아무런 대처를 못 하는 여성을 조롱하는 것으로, 여성 혐오의 대표적 표현이다. 지난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측이 사법제도 공약을 발표하면서 ‘오또케’라는 여성 경찰 비하 표현을 사용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경찰관이 ‘오또케’ 하면서 사건 현장에서 범죄를 외면했다는 비난도...”라는 문장이 쓰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여성 비하 의미가 있는 줄 몰랐다”고 사과하며,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책임자였던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해촉했다. 2019년 서울 대림동 여성 경찰관 진압 영상과 함께 ‘오또케’라는 말이 유포됐다. 이것이 여경 전체의 무능을 조롱하는 혐오 표현이 됐다. 당시 경찰은 대림동 영상의 전체 촬영분을 공개하고 여경의 대처에 문제가 없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오또케’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선 당시 ‘오또케’ 표현으로 캠프에서 해촉됐던 정승윤 교수가 국민권익위원회 신임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야당과 일각에선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검찰 핵심참모였던 정 교수의 임명에 대해 “국민권익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젠더 갈등만 증폭시킬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부위원장은 ‘오또케’가 “여성 비하 표현인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몰랐다고 해서 덮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권익위는 유희가 된 혐오 표현을 줄이는 노력도 하기 바란다.

[이슈&경제] ‘평균 실종’ 시대 생존법

어느 장군이 행군을 막는 강의 평균 수심이 1m라는 사실만 믿고 도하를 명령했다. 그런데 강 가운데에서 물이 갑자기 깊어졌고, 뒤늦게 장군이 회군을 명령했지만 이미 많은 병사를 잃은 이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강의 최대 수심은 2m였다. 이 이야기는 평균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오류를 불러올 수 있는지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평균의 함정 외에도 최근 ‘평균 실종’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자료를 설명하는 대푯값의 하나인 평균이 그 자체의 오류와 함께 모집단 특성의 급격한 변화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과거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소비가 보편화되고 획일적인 교육체계가 등장하면서 동질적인 집단 속에서 평균점수, 평균나이, 평균소득 등 평균은 매우 유익했다. 그러나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 현상이 종 모양의 정규분포가 아닌 ‘양극단으로 몰리는 양극화’, ‘한쪽으로 쏠리는 단극화’, ‘개별값이 산재하는 다극화(N극화)’되면서 평균의 의미는 점점 빛이 바래지고 있다. 평균 실종을 초래하는 양극화, 단극화, 다극화는 우리 사회에 여러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 이른바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다. 첫째, ‘빈익빈 부익부’로 대변되는 양극화로서 소득과 집값 격차를 꼽을 수 있다. 통계청의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처분가능소득은 807만1천원인 반면 하위 20% 처분가능소득은 90만2천원으로 그 차이는 약 9배에 달했다. 또 지난해 상위 10%와 하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도 약 50배 차이가 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별 간, 세대 간, 노동시장 등에서 양극화는 나타나고 있다. 둘째, 단극화는 절대 우위를 가진 한곳에 세력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국가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 인구의 50.3%, 청년 인구의 55.0%, 일자리의 50.5%, 1천대 기업의 86.9%가 집중돼 있다. 또 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천710만원으로 비수도권보다 300만원 많다. 마지막으로 다극화의 대표적 사례는 사회적 현상과 소비에서 나타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개인의 욕구와 취향에 맞춘 새로운 상품과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평균 실종 시대에서 무난함·적당함은 애매함으로 전락한다. 양극화·단극화·다극화의 끝점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과 개인은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차별화·다양화 전략을 구사해야만 생존 가능하다. 근본부터 바뀌고 있는 산업의 지형도 맞춰 각자의 핵심역량과 타깃을 분명히 하는 새로운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본격화되면서 2023년 전망이 밝지 않다. 그러나 평균을 뛰어넘는 남다른 치열함으로 새롭게 무장하면 불황은 극복할 수 있고 우리 정치·경제·사회도 진일보할 수 있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인천의 아침] 경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

사람의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더하라는 의미다. 곧 듣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경청(傾聽)’이라고 한다. 경청의 한자어는 ‘기울 경(傾)’과 ‘들을 청(聽)’으로 이루어졌다. 즉, 잘 기울여서 열심히 들으라는 뜻이다. 진정한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더 나아가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까지 주는 것을 말한다. 만년에 공자(孔子)가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회고한 ‘이순(耳順)’이란 타인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를 않는 경지이며, 어떤 말을 들어도 이해를 하는 경지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걸 관용하는 경지다. ‘이순이 곧 경청’이다. 공자도 60세가 돼서야 비로소 “이순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경청이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격언이 있다. 역시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잘 듣는 것으로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옛날 노(魯)나라 왕이 바닷새를 궁궐로 데려와 술과 육해진미를 권하고, 풍악과 무희 등으로 융숭한 대접을 했지만, 바닷새는 어리둥절해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흘 만에 죽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노나라 왕은 바닷새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이 즐기는 술과 음식 그리고 음악이 바닷새에게도 좋을 것이라 착각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오늘의 우리도 독단적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또 다른 바닷새, 상대방을 당황케 하고 죽이고 있지는 않는지. 진정한 소통은 단순한 의사전달을 넘어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이 진정한 소통은 바로 ‘경청’에서 출발한다. 바닷가 소라는 사람의 귀를 닮았다. 소라에 귀를 대고 기울여 보라,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 앞의 사람의 말에 정성껏 귀를 기울여 보라, 그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청득심, 귀 기울여 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혜다. 판단하려는 나를 비워 내고 나의 내면에 또 상대의 말과 마음에 귀 기울이면, 새로운 나와 너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안의 너, 네 안의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진심과 진실의 목소리가 들린다. 경청,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것은 나와 너, 우리 모두를 살리는 창조적 공존의 길이다.

[아침을 열면서] 계묘년, 토끼 안녕!

“두 눈은 도리도리, 앞다리는 짤막, 뒷다리는 길쭉, 두 귀는 쫑긋하여 완연한 산토끼였다.”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의 한 대목이다. 토끼의 큰 두 눈은 광각렌즈와 같이 넓은 범위를 감시할 수 있다. 짧은 앞다리에 비해 길고 근육이 발달한 뒷다리는 토끼에게 순간적인 도약력을 선물해 줬다. 도망감을 속되게 이르는 ‘토끼다’라는 말은 바로 이 토끼의 뒷다리 힘에 의한 빠른 기동력에서 유래했다. 뾰족 서 있는 두 귀는 주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달리며 데워진 체온을 식히기 쉬운 구조다. 과연 우리 조상들은 핍진한 묘사로 토끼의 생리적 특징을 완벽하게 노래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멧토끼는 토끼목 토낏과에 속하는 포유동물로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멧토끼의 학명(Lepus coreanus)에도 당당하게 코리아가 붙었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산과 들에 흔했던 멧토끼는 사람들의 주요한 사냥감이기도 했다. 겨울철 농한기면 마을 아이들이 조직적으로 토끼몰이 사냥에 나섰다. 철사가 보급되고 나서는 토끼가 다니는 길목에 올무를 놓아 잡았다. 고기는 먹고 가죽으로는 목도리, 귀마개며 장갑을 만들어 썼다. 이처럼 생활밀착형 동물이다 보니 산에 사는 멧토끼는 각종 동요와 설화에 단골 주인공으로 출현하며 문화적, 정서적으로 친숙한 동물이 됐다. 하지만 요즘엔 멧토끼가 좀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센서카메라를 활용한 정밀조사에서도 멧토끼의 출현 빈도는 떨어진다. 흔한 야생동물의 대명사였던 토끼가 귀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변화다. 초식동물인 멧토끼가 좋아하는 먹이는 풀과 나무 줄기이며, 서식지로는 초지와 관목지대를 선호한다. 한편 우리나라 산림은 난방 연료 변화와 녹화사업에 힘입어 반세기 만에 울창해졌다. 이러한 서식지 조건의 변화로 멧토끼가 설 자리는 점차 감소했다. 그나마 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는 시화호 인근과 지리산 노고단 등지에 가면 멧토끼 서식 흔적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한편 유럽이 고향인 집토끼는 구한말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집토끼는 이베리아반도에 사는 굴토끼(Oryctoiagus Cuniculus)를 가축화한 종이다. 분류학적으로 멧토끼와는 속(屬)이 다르며 생태적 특성도 차이가 난다. 집단생활을 하는 집토끼(Rabbit)와 달리 멧토끼(Hare)는 단독으로 활동한다. 집토끼는 굴을 잘 파고 그 속에서 새끼를 낳고 키운다. 새끼는 벌거숭이에다 눈을 뜨지 못한 상태로 태어난다. 이에 반해 멧토끼는 굴을 파지 않고, 새끼는 털북숭이에 눈을 뜬 채 태어나 바로 활동한다. 1990년대 이후엔 집토끼를 육종한 다수 품종의 토끼가 수입되면서 우리나라에 애완토끼 기르기 붐이 일어났다. 귀엽고 온순한 이미지를 가진 덕에 애완토끼의 인기는 높았다. 하지만 치명적인 귀여움과는 별개로 애완토끼 키우기는 만만치 않다. 체온 조절 능력이 약해 적절한 온습도 관리가 필수적이며, 발바닥 패드가 없기에 바닥은 반드시 푹신한 재질로 마련해야 한다. 이가 평생 자라기에 이갈이를 도와줄 질긴 건초를 수시로 챙겨 줘야 하며, 자주 빠지는 수북한 털을 감당해야 한다. 토끼 기르기 난이도에 절망한 몇몇 이들은 토끼에게 자유를 허한다. “그래 원래 얘들이 살았던 숲에서 마음껏 다니도록 풀어주는 거야”라며 죄책감을 덜어낸 이들은 토끼를 공원에 버린다. 하지만 애완토끼는 품종 개량으로 만들어져 야생에서의 생존능력을 갖추지 못한 존재다. 천적과 굶주림, 추위에 노출된 토끼의 최후는 대개 비참하다. 착각과 무지에 의해 낮아진 도덕적 장벽은 토끼를 죽음으로 내몬다. 멧토끼, 집토끼, 애완토끼. 이처럼 각자 삶의 무게를 진 토끼들의 운명은 우리 인간에 의해 많은 부침을 겪었다. 토끼에 대한 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토끼와의 공존은 가능할지 모른다. 이제 곧 정월대보름 둥근 달이 차오를 테다. 지금껏 달에게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면 이번 계묘년 보름달 옥토끼를 보면서는 한 번쯤 토끼들의 안녕을 빌어 주는 건 어떨까.

[천자춘추] 하천환경시설, 유지관리가 중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하천의 이수 기능을 극대화했다. 동시에 고밀도 토지 이용으로 하천의 치수 기능도 대폭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하천의 이·치수 기능은 빠르게 확대된 반면 환경 기능은 상대적으로 무시되고 약화된 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경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환경의 보전 및 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과밀화된 대도시 주민들의 친수공간 필요성에 관한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울에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한강종합개발사업 등의 하천정비가 시작됐다. 이후 양재천, 수원천 등을 비롯한 국내 대도시 하천을 필두로 그와 유사한 사업들이 이어졌다. 오염하천정화사업을 시작으로 자연형하천조성사업을 거치면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지속된 환경부 생태하천복원사업을 비롯해 최근의 비점오염저감사업, 통합집중형오염지류개선사업, 지역맞춤형 통합하천사업, 그리고 국토교통부의 하천환경정비사업, 행정안전부 소하천정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국고 보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환경부 소관 사업 예산으로만 보더라도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과한 ‘2023년도 환경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2022년 4천100억원이던 국가하천정비 예산이 올해엔 전년 대비 10% 증액된 4천510억원으로 배정돼 하천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회 승인 과정에서 이른바 ‘쪽지예산’까지 동원될 정도로 치열한 예산 확보 경쟁이 매년 수반되고 있다. 그러나 사후 유지관리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을 우려해 정부에서는 사후 모니터링과 유지관리계획의 수립 및 이행과 평가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적 노력을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동력비 등 유지관리비가 많이 소요되는 시설의 경우 파손된 기계장치를 방치해 시설물이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흔하다. 과거 오염하천정화사업이나 자연형하천정화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된 일부 지자체 하천 둔치의 직접정화시설들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고보조사업의 신청 단계에서 시행 자치단체의 사후 유지관리비 확보 계획을 최우선 조건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이에 상응해 정부에서는 설치비뿐만 아니라 유지관리비도 일부 예산을 책정해 일정 기간 지원하도록 지침 변경 및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그동안 시행된 사업의 시설물 운영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방치되거나 비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시설물의 재가동을 위한 유지보수 예산의 확보와 지원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협력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 난방복지 사각지대 ‘차상위계층' 한파에 떨고 요금에 울고

인천시가 난방비 폭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추가 지원 카드를 꺼냈지만, 2만가구 이상의 차상위계층은 여전히 난방복지의 사각지대로 남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9일 시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122억원을 투입해 기초생활수급자 11만187가구와 인천형 기초생활수급자 245가구 등 모두 11만432가구를 대상으로 1가구 당 10만원씩 난방비 추가 지원에 나선다. 시는 또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한 시비 지원 시설인 종합사회복지관과 노숙인지원시설 등 복지시설 1천832곳에 60만~100만원의 난방비를 지원한다. 시는 필요한 예산은 재해구호기금을 통해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인천시 재해구호기금 설치와 운용 조례’와 행정안전부 관련 지침에 따라 한파는 재난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생활에 필요한 긴급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난방비 지원이 필요한 사각지대가 남아있어,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는 이번 난방비 추가 지원에 기초생활수급자만 포함했을 뿐, 중위소득 50% 이하의 법정 차상위계층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보장법에 충족한 수급 대상은 아니지만, 바로 그 위의 계층으로 ‘잠재적 빈곤계층’이다. 이들 대부분은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자신을 부양하는 가족이 있거나 재산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빠진다. 현재 인천에 차상위계층은 2만4천가구(지난해 12월 기준)에 달한다. 인천 남동구의 한부모 차상위계층 김하진씨(29)는 아들과 42.9㎡의 빌라에서 산다. 김씨는 해마다 겨울이면 전기장판과 난로를 이용해 최소한의 난방을 하고 있지만, 이번에 난방비가 폭등하면서 당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내복까지 입고 버텨 그동안 5~6만원대 난방비로 겨울을 났는데, 이번엔 10만5천원으로 배가 늘어났다”며 “이미 물가도 많이 올라 힘든데, 당장 생활비 마련이 걱정”이라고 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한파가 이어지는 만큼 이 같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에너지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에너지 복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5만1천126가구에게 겨울철 최대 29만1천800원(4인 가구) 등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가 유일하다. 이로 인해 시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주민의 에너지 실태조사와 함께 에너지 복지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강구 인천시의원(국민의힘·연수5)은 “차상위계층 등 다양한 빈곤 형태의 주민들에게도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한파는 지자체가 마주할 대표적인 재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 “시가 중앙부처의 에너지바우처만 기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에너지 실태조사와 복지 지원 체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 때”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한파가 이제는 주기적인 재난이 될 것이라는 것에 공감한다”며 “복지 관련 부서와 함께 에너지 관련 정책과 지원 체계 등을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어 “차상위계층의 숫자는 변동폭이 심하다”며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SOS 긴급 복지 지원 서비스 등을 통해 메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코로나로 귀한 몸 ‘타이레놀’... 3월부터 공급가격 오른다 [현장, 그곳&]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타이레놀을 사기가 이렇게 어렵나요.” 29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약국. 약국으로 들어온 손님이 타이레놀을 찾자 약사 김정현씨(가명·52·여)는 텅 빈 타이레놀 진열대를 가리켰다. 이윽고 ‘손님이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다른 약(타세놀)을 꺼내며 타이레놀과 같은 성분이라고 강조했다.  겨우 다른 약을 판매한 김씨는 고민에 휩싸였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수요가 높아진 타이레놀에 대한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서 일부 손님들의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자 해당 약품의 비축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한 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타이레놀 재고가 5개 남은 가운데 이 약국은 손님 1명당 타이레놀을 1개만 살 수 있도록 수량을 제한하고 있었다. 약사 홍연주씨(가명·57·여)는 “코로나19로 타이레놀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공급이 부족해 손님을 돌려보내는 일이 많다”며 “약국마다 구매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된 만큼 아마 다른 약국에 가도 비슷한 실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시민들은 타이레놀 찾기에 나서는 실정이다. 이 약국에서 만난 이예슬씨(42)는 “근처 약국 네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결국 사지 못했다”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약 중 하나인데 이렇게까지 구하기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증상 완화 치료제로 한때 품귀 현상을 보이던 국민 진통제 타이레놀의 몸값이 또다시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가격 인상이 예고된 탓인데, 일각에선 사재기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 등에 따르면 타이레놀 제조사 한국존슨앤드존슨은 3월1일부터 일부 제품의 공급가격을 18% 인상할 예정이다. 인상 제품은 ▲타이레놀500mg 10T ▲타이레놀500mg 30T ▲타이레놀ER 650mg 6T ▲타이레놀 우먼스 10T ▲타이레놀 콜드에스 10T ▲타이레놀 어린이현탁액 100ml 등 타이레놀과 ▲니코레트 껌 2mg ▲니코레트 껌 4mg 등 총 8개 품목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 관계자는 “전 세계에 걸쳐 의약품 제조원가 및 유통 전반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 수년간의 팬데믹 상황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따라 일부 제품의 공급가를 부득이하게 인상하게 됐다”며 “국내 시장 수요도에 맞춰 시장에 이를 안정적인 공급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