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_ 전문가 제언] “공공부터 시설 개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앞장서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이 저출산 대한민국의 주요 과제로 인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모유수유실 확대 및 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분야의 선도적 제도 개선과 민간의 필요성 인식 유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출생아 수는 지난 2017년 9만4천88명, 2018년 8만8천175명, 2019년 8만3천198명, 2020년 7만7천737명이며, 지난해 7만6천139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20년 만 19~4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 중 ‘돌봄 시설 및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가 ‘경제적 부담’(44.7%)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비율(12.6%)을 차지한 만큼 관련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모유수유실을 만드는 민간 건축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은 “민간의 경우 이익이 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선 선뜻 나서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따라서 각 지자체는 조례 제정을 기반으로 모유수유실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기업들이 표준사업장 등 장애인을 위한 사업들을 왜 하겠는가”라며 “이득이 돼서 하는 것인 만큼 공공은 민간에 인센티브를 줘 민간이 자연스럽게 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성연 수원여대 아동보육과 교수는 “공공 분야에서 모유수유실 개선에 나서면 육아에 대한 어려움 해소를 위해 국가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민간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고 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를 통해 아이 엄마뿐만 아니라 예비부모, 미혼자들도 아이를 낳아도 키우기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최현호·이정민·김은진·송상호·이은진기자

[독자의 소리] 법 사각지대 놓인 도내 모유수유실... 내실화 시급

모유수유실 확충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따른 저출생 극복의 일환이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도내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조사한 경기지역 민간과 공공의 모유수유실은 지난 2019년 말 612곳에서 2020년 628곳, 지난해 634곳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도내 출생아 수 7만6천139명과 비교했을 때 도내 수유시설은 출생아 120.09명당 1곳이었다. 이는 서울시의 86.07명당 1곳(4만5천531명 대비 529곳), 인천시의 74.36명당 1곳(1만4천947명 대비 201곳)보다 적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산모들이 모유수유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으로 ‘직장 같은 공공장소의 수유실’을 꼽은 만큼 시설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법적인 한계가 벽을 높이고 있다. 수유시설 설치 장소 등을 정의하는 ‘모자보건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청사 내에 해당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휴게소, 공연장(제2종 근린생활시설), 전시장(문화 및 집회시설) 역시 필수시설에 해당한다. 그러나 관광숙박시설, 상점과 같은 1천㎡ 이상의 판매시설 등의 경우 모유수유실 설치가 권장 사안일 뿐 강제적인 이행 대상에선 제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018년 7월 제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이 대형마트(매장 면적 3천㎡ 이상 및 대기업 출자)에 이 같은 시설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는 ‘모자보건법에 모유수유실 설치가 규정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의무화는 법체계 충돌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자체의 추진 의지를 나타내는 모유수유실 관련 조례안은 경기도를 비롯한 용인특례시, 안양시, 오산시, 평택시, 남양주시, 군포시, 가평군 등 총 8곳에서만 제정됐다. 이와 관련해 도내 A지자체 관계자는 “경기도의 관련 조례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추가 조례안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며 “민간에서 관리하는 영역까지 공공이 관여하기엔 예산 문제도 존재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 세운 수유시설 가이드라인은 10㎡ 이상 모유수유실과 15㎡ 이상의 가족수유실 등에 대한 면적 기준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별도의 공간 존재, 소파·탁자·손소독제 등 필수 비치 물품 구비를 명시했지만 이 역시 법적 의무화 사안이 아닌 지침일 뿐이라 시설개선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함께 모유수유실에 대한 내실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전국 모유수유실 1천601개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빠가 이용할 수 있는 모유수유실은 전년도보다 8.5%포인트(1천530개소→1천284개소) 줄어들었다. 여기에 1일 1회 이상 관리주기 역시 1.4%포인트(1천673개소→1천532개소)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모유수유실이 수유모가 많이 찾는 곳에 설치돼 있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 등을 개정하거나 시행령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저출생 극복 차원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지금 같은 과도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독자소통팀=최현호·이정민·김은진·송상호·이은진기자

[사설] 수리조선단지 이전... 항만도시 인천의 미래 먹거리다

한국은 신조선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조선 대국이지만 수리 조선은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에는 세계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환경 규제로 선박 개조·수리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리 조선은 대표적인 항만 연관 산업이다. 국가 관문항이라 할 부산항이나 인천항 모두 항만 규모에 비해 수리 조선 산업은 영세하다. 그래서 3만t 이상 대형 선박은 많은 비용을 들여 중국이나 싱가포르로 수리를 하러 간다. 인천항에서는 그보다 더 작은 선박도 수리할 곳이 없어 1억원씩 들여가면서 부산·군산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인천시는 동구 만석·화수동에 있는 선박수리조선단지 이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규모가 작고 영세해 대형 선박을 수리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이전 대상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제자리걸음이다. 인천시는 2006년부터 동구의 선박수리조선단지를 서구 거첨도로 이전하려 했다. 그러나 주민 반발과 환경영향평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천시가 최근 선박수리조선단지 이전 타당성 검토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고 한다. 모두 11곳의 후보지를 찾아냈다. 종전 선박수리 업체들이 모여 있던 북항 삼광조선 인근과 영흥도 대체매립지,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 등이다. 인천 신항 2단계 예정 부지와 경인항 인천터미널, 남항, 인천해역방어사령부도 후보지로 꼽혔다. 그러나 모두 최적 부지로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1만t 이상의 대형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30만㎡ 이상의 부지가 필요한 데다 주민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서다. 영흥도 대체매립지나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은 면적은 충분하지만 바다 수심이 얕아 사업기간이 길어질 것이 걱정이다. 남항 역시 첨단산업 위주의 해양산업클러스트 부지로 점 찍혀 소음·분진 발생이 불가피한 수리조선단지와 맞지 않다. 또 현재 확보할 수 있는 부지가 작아 사유지를 더 사들여야 해 인근 주거지역의 주민 반발 문제가 걸린다고 한다. 부산시도 2009년부터 3만t 이상의 대형 수리조선단지 구축에 착수, 우여곡절 끝에 가덕도에 터를 잡았다. 민간자본을 유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요즘은 무슨 사업이든 주민 수용성에 발목이 잡힌다. 이에 인천 지역에서도 선박수리조선단지 조성에 따른 인근 주민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박 수리도 맡길 곳 없는 인천항이 되지 않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이다. 선박 수리조선은 항만도시 인천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다. 중고차수출단지와 마찬가지로, 수리조선단지마저 시간만 허송한다면 항만도시라 자처할 수 있나.

[사설] 킨텍스 사장 선임에서 협치정신 봤다

킨텍스(KINTEX) 신임 대표이사에 이재율씨가 선임됐다. 신임 이 대표이사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관료 출신이다. 경제투자실장, 경제부지사 등에 이어 행정1부지사를 역임했다. 행정안전부, 청와대 등의 요직도 거쳤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킨텍스와의 인연이다. 경기도 정책기획관 시절 킨텍스 유치의 당사자였다. 대통령 지휘보고, 당정협의회, 국회청원, 범도민대회 등을 모두 기획하고 추진했다. 그 결과로 1999년 고양에 킨텍스가 자리했다. 이번 경쟁 과정에는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많았다. 인천지역을 연고로 하는 중견 정치인 후보도 주목 받았다. 3선의 풍부한 중앙정치 경험과 행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킨텍스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필요한 능력이었다. 하지만 경기도와의 연고 등에서 이재율 후보에게 점수가 갔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안팎에서는 지금 ‘모처럼의 적임자’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했던 게 있는데, 김동연 경기도의 선택이다. 이재율 대표이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 진영에 있었다. 국민의힘 대표 공약인 ‘과표 3억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100% 감면’이 그의 작품이다. 그런 만큼 경기도가 선임 과정에서 보여줄 입장이 관심이었다. 킨텍스 지분 구조는 독특하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각각 33.74%, 코트라가 32.52%다. 3개 기관의 결정 권한이 정확히 3분의 1씩이다. 그래서 경기도를 봤다. 후보를 낼 것인지와 이재율을 품을 것인지였다. 현재 공석의 원인은 전임자의 구속이다. 전임자는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출신이다. 경기도가 추천한 인사였다. 공석에 이른 책임이 도에 있다. 경기도가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 자세’로 풀이됐다. 도리에 맞는 선택이다. 또 다른 관심은 이재율 후보에 대한 입장이었다. 선거 때 계속 부대꼈던 상대 진영 참모다. 도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이 전 부지사를 지지했다. 돌이켜 보면 김 지사의 협치 선언도 오래됐다. 당선인 신분일 때 국민의힘에 ‘사람’을 요청했다. 인수위에 ‘국민의힘 자리’까지 만들고 기다렸다.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성사된 것은 없다. 그렇게 어벌쩡 해를 넘기고 있었다. 이런 때 보게 된 킨텍스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다. 상대 정파 인사를 지지해 선임시켰다. 고비의 순간에서 지원했다고 한다. 킨텍스 미래에 대해 공감했다고도 전해진다. 반년 전 했던 협치가 이 모습 아닌가. 이재율 대표이사가 냈던 지원서의 한 대목이다. “임직원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쏟아 킨텍스를 아시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김 지사가 7월4일 선언한 취임사 끝 부분이다. “경기도 구석구석을 땀으로 적신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하고, ‘구석구석 땀’으로 적시겠다고 한다. 여기에 무슨 차이가 있나. 무슨 정치가 있고. 킨텍스라는 작은 기관에서 모처럼 협치의 본(本)을 본다.

[지지대] 경기지역화폐

수원페이, 안양사랑페이, 과천화폐 과천토리, 양평통보, 오산화폐 오색전, 용인와이페이, 의정부사랑카드.... 경기도내 각 시·군에서 통용되는 지역화폐 이름들이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해 특정 지역 내에서만 소비되는 화폐다.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지자체가 발행하고 관리를 맡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유흥업소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동네 상점이나 골목상권,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일명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불린다. 경기지역화폐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성남지역화폐의 경기버전 확장판이다.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에서도 벤치마킹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12월 현재 도내 19개 지자체에서 경기지역화폐를 쓰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월 20만~100만원을 충전식 카드에 넣을 수 있다. 주민들은 지자체가 10% 인센티브를 제공해 22만~110만원을 쓸 수 있다. 가맹점 업주들의 경우 신용카드보다 저렴한 카드 수수료와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효과에 호응도가 높다. 문제는 소비자와 가맹점주에 돌아가는 인센티브가 국가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 예산이 소진되면 충전이 줄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도 예산에 차질이 생겼다.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이 올해 절반 규모인 3천525억원으로 줄었다. 지역화폐 예산을 ‘이재명표 예산’으로 생각한 탓인지, 당초 정부는 6천억원 규모의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다행히 민주당이 “소비진작 차원의 정책인데 정부 지원이 없으면 그 효과가 미미해진다”고 주장해 절반을 살려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국회의 예산 심의와 관련, “부끄럽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합의이며 예산이냐”고 비판했다. “지역화폐 예산의 경우 금년 대비 절반이나 깎였다”며 “이는 한파와 같은 매서운 경제의 어려움 속에 있는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입고 있는 방한복을 벗기는 일”이라고 했다. 경기도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규모로 지역화폐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국비가 줄고 시·군 예산이 감소된 곳도 있어 10% 인센티브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경기시론] 지뢰로부터 안전한 사회인가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젊은이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 사회는 왜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을까.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안전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 시점에 지뢰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한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흔히 지뢰는 전방지역인 접경지역에 매설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 지뢰 18발이 남아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서울 우면산을 등산하는 일반 시민들은 지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결서·제2021-346호, 2021.6.7.)에 따르면 전·후방지역에 군이 매설․관리하는 지뢰는 총 82만8천발로 추정하고 있다. 전방지역에는 1천275개소 약 82만5천발이 매설돼 있고 후방지역에는 35개소 약 3천발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년 폭우나 산사태로 지뢰가 유실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매설된 M14 대인지뢰는 작고 가벼워 맨눈으로 찾기 어렵다. 물에 뜨기도 해 유실되면 발견하기 어렵다. 매년 장마나 집중호우 등으로 지뢰 유실 우려가 크다. 그 피해자는 우리의 이웃일 수 있다. 국방부는 한반도 안보환경이 호전되지 않는 한 지뢰는 유용한 군사적 방어수단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999년 3월에 발효된 대인지뢰금지협약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32개국에 이르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는 군사적 효용이 소멸된 지뢰에 대해서는 유엔이 정한 국제지뢰행동기준(IMAS)에 따른 인도적 제거 방식으로 지뢰를 제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뢰의 제거 등 지뢰대응활동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군사적 활용성이 없는 지뢰의 탐지 및 제거는 명시적인 법률적 근거 없이 합동참모본부의 군사상 작전 통제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국민의 재산권 제한 및 보상 등 지뢰의 탐지 및 제거 절차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지뢰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곳의 지뢰는 제거해야 할 것이다. 지뢰 제거의 책무는 국가다. 국가가 뒷짐을 질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지뢰로 인해 국민 안전이 위협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지뢰의 제거 등 지뢰대응활동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제정과 유엔이 정한 국제기준(IMAS), 한국적 실정(지형, 기상, 매설 지뢰의 종류 등), 그리고 지뢰 제거 관련 기술 수준(지뢰지대 특정, 관목 제거, 탐지, 제거, 제거 확인 관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실효적이고 실천 가능한 하위법(시행령, 시행규칙)과 훈령(지뢰대응 지침)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겨울철 질환 예방법] 온몸이 ‘꽁꽁’... 한랭질환 주의보

연일 한파가 이어지면서 건강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바깥 활동을 하는 이들은 갑작스러운 추위로 한랭질환을 앓고,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이들은 밀폐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기침과 두통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한 생활 속 질환 예방법을 알아봤다. ■ 음주, 고강도 운동...갑작스러운 저체온증 유발 ‘유의해야’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저체온증, 동상, 동창 등 추위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질환별로는 환자의 77.7%가 저체온증 증상을 나타냈고 한랭질환으로 사망한 환자 9명 모두 저체온증이 사인이었다. 저체온증은 추위에 신체가 노출되면서 방광이나 직장에서 측정한 중심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겨울철 대표 응급질환으로 피부혈관의 수축으로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도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뇌기능에 영향을 미쳐 의식이 저하되고 분별력이 흐려지면서 말이 어눌하고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이른다. 저체온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겨울철 음주다. 음주를 하면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중추신경계 기능이 떨어지면서 저체온증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추운 날씨에 땀을 흘릴 정도로 심하게 운동하는 것 역시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다. 땀이 공기 중으로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겨울철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 저체온증이 의심되면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흉부나 복부 등의 중심부를 따뜻하게 해주며 작은 충격에도 부정맥이 쉽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 실내생활, 온도·환기·습도 관리 필수 실내생활 역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 기침이나 두통 등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실내 환경을 한 번 살펴보는 게 좋다. 겨울철 사무실이나 집 안은 환기가 잘 되지 않을 경우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로 가득할 수 있다. 밀폐된 실내에서는 오염물질이 농축돼 먼지와 균이 쉽게 쌓여 호흡기 질환 감염과 알레르기 비염, 피부건조증의 위험이 커진다. 사람은 숨을 쉴 때마다 독성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데 신선한 공기로 공기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환기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 해가 떠 있는 시간에 하는 게 가장 좋다. 하루에 최소 2번 정도, 5~10분 이내만 해도 공기가 순환된다. 밤이나 새벽에는 미세먼지가 더 많아지고,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시간이기에 적절하지 않다.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희비’ 엇갈린 의료업계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의사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0∼2012년 한의원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고 이를 토대로 진단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그동안 법원은 한의사의 X선, 초음파 진단기기가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한의사가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과거 헌법재판소는 수차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결정했으나, 당시와 비교해 최근 국내 한의과대학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과정은 지속적으로 강화됐다”라고 판시하며 그동안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학계와 한의학계의 갈등은 지속돼 왔다. 소송 끝에 한의사의 사용이 허용된 의료기기는 초음파 치료기, 극초단파 치료기, 온·냉 경락요법, 적외선 치료기, 초단파 치료기 등 14개에서 이번에 초음파가 추가됐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장은 “일제 강점기 이후에 보건 의료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한의사들의 진단 기기 사용에 규제가 있어왔다”면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우 역사적이고 정의로운 판결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발전해온 현대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의계도 진단기기를 통해 미래로 발전과 도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로 한의사회는 물론 의료·보건 각 분야에서도 해당 업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대한조산협회 등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히며 다른 의료인에 대해서도 진단기기 이용에 합리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26일 대법원 앞에서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 면허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을 촉구한다”며 삭발 투쟁에 나섰다.

[건강칼럼] 고령자에게 더 위험한 겨울철 낙상사고

눈, 비가 내리면서 미끄러운 빙판길 낙상사고 위험에 빨간불이 켜졌다. 겨울철 낙상사고는 뼈와 근력이 약한 노년층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 낙상으로 인해 골절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는 척추, 고관절, 손목 등이 있다. 고관절 골절은 노인 골절 부상 중 가장 위험한 부위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면서 발생하는데 엉덩이뼈, 즉 고관절이 골절되면 체중을 지지하지 못하고 극심한 통증으로 보행이 불편해 장기간 누워 생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욕창, 폐렴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근육량을 비롯해 신체 기능들의 저하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고관절은 눈에 띄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뼈에 금이 가거나 미세골절에도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벼운 타박상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친다면 2차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후유증이 남아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제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관절 골절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골반 바깥쪽 부위의 통증, 엉치 부위 통증, 사타구니(서혜부) 통증이 있고 일상생활 중에는 양반다리를 할 때의 불편함, 계단을 이용할 때의 심한 통증 등이 있다. 고관절 골절이 한번 발생하면 약 50%는 기동 능력과 독립성 회복이 불가능하다. 4명 중 1명은 장기간 요양기관 또는 집에서 보호가 필요한 만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게 되므로 빠른 수술을 통해 골절부위를 안정화해 침상 안정시간을 줄이고 조기에 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은 골절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선택하게 되는데 전자간부 부위 골절의 경우 금속정으로 뼈를 고정시킨 후 안정을 취하는 치료를 하게 되고 나사로 골절 고정이 어려운 경우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치환술이 필요하다. 인공고관절 수술은 과거와 달리 절개 부위도 10~15cm 정도로 작아졌으며 새로운 수술 접근법이 개발되면서 근육 손상을 줄여 과거에 비해 회복률이 높고 고령환자들의 부담이 감소했다. 겨울철 낙상사고를 예방하려면 외출 전 근육과 인대가 이완할 수 있도록 10분 정도 꼼꼼한 스트레칭을 하고 눈길이나 빙판길 등을 피하고 지면을 꼼꼼히 살펴보고 다니는 것이 좋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장갑을 착용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65세 이상 고연령자라면 낙상 후 뼈가 부러지지 않았어도 가까운 병원에서 X선 검사를 통해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프리즘] 남의 땅에 건물 무단증축 처벌 안 된다고

최근 다른 사람이 소유한 땅에 무단으로 건물을 지었더라도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러한 판결이 나왔다는 기사를 접하면 ‘판사가 제정신인가?’, ‘그럼 땅을 뭐하러 사나, 남의 땅에 건물지으면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기사의 댓글을 보니 그와 같은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그럼 땅 주인은 거지가 되네’, ‘판사땅 어디에 있는지 알면 건물짓고 살고싶네’와 같은 댓글이 있었다. 그럼 이번 판결도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로 볼 수 있을까? 우선 재물손괴죄는 형법 제36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다. 본 사안의 경우 타인의 토지는 부동산으로 재물에 해당하고 그 위에 무단으로 건물을 지은 행위는 해당 토지의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볼수도 있다. 위 사안에서 1심 법원은 재물손괴죄에 해당된다고 하여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으나 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 또한 토지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일 뿐 토지의 효용 자체가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효용의 의미를 보면 재화와 용역의 사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을 측정하는 단위로 정의하는데, 위와 같은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땅 주인의 주관적인 만족은 자신의 땅에 타인이 무단으로 건축한 건물로 인해 떨어졌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땅주인이 자신의 땅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땅의 모양이나 가치가 변화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땅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지 효용이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본 사건의 경우 땅 주인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 즉 무단으로 건축한 건물의 철거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자신의 토지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사적인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남의 토지에 ‘고의로’(측량 실수로 인해 남의 땅의 일부를 침범한 것까지 처벌하자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에 대해 민사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토지소유자 입장에서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민사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실제로 철거되기까지 토지소유자가 토지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사안에서는 재물손괴죄로 처벌함으로써 타인의 재산권을 고의로 침해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 남의 땅에 무단으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