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못 받고, 등본 못 떼… 행정전산망 마비에 민원 업무 ‘대혼란’ [현장, 그곳&]

“민원서류를 발급받지 못해 집도 못 구하게 생겼습니다. 누굴 원망해야 할까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하려던 A씨는 주말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특성상 전입이 증명돼야 대출이 실행되는데, 서류 제출 마감일인 지난 17일 정부의 행정전산망 오류로 관련 서류를 은행에 내지 못해서다. A씨는 “당장 관련 서류는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해 20일 하루 연차를 냈는데, 은행에서 이걸 받아줄지 몰라 잠이 안 온다”며 “이러다가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인천에 사는 B씨(40)는 지난 17일 오전 가족여행을 위해 김포국제공항을 찾았다가 결국 여행을 포기해야 했다. 신분증을 두고 와 임시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려 했지만, 시스템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B씨는 “신분증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며 “오랜만에 가족끼리 준비한 여행인데, 다 망친 기분”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 행정전산망이 사흘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곳곳이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지난 16일 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시스템 업데이트 후 전국의 행정전산망이 모두 멈췄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에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수원특례시 권선구 곡선동행정복지센터에서는 민원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과 오류를 안내하는 공무원들이 뒤엉키며 혼란스러운 풍경이 연출됐고, 인천시청 민원실에서는 입사 서류 제출을 위해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으려던 20대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18일 오전 일부 민원 서류 발급 서비스가 재개된 데 이어 오후에는 대부분의 민원 서류 발급이 가능해졌지만, 이미 제출 시한을 넘긴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안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가 관할하는 등록 업무 등은 날짜를 소급해주기로 했지만, 이 같은 지침을 민간기업 등이 받아들일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이에 시민들은 온라인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며 “주말이라 물어볼 곳도 없고 괴롭다”거나 “월요일에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공유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틀째 오류가 지속되자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해 긴급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수능 끝… 이젠 해방”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아들딸 [현장, 그곳&]

“1년 동안 못한 게임 오늘 몰아서 할 거에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교시(한국사 및 탐구영역)가 마무리 된 16일 오후 4시40분께 수원 매원고 정문은 오색빛깔 우산으로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9시간에 걸쳐 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 자녀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해 조금 이르게 마중 나온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는 시험 종료 시간이 다 돼도 자녀가 나오지 않자 발을 동동 구르는 등 초조해하며 인터넷에 ‘제2외국어 신청 안 했는데, 제2외국어 보는 애들까지 기다렸다 가나요?’라는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우주연씨(45·여)도 남편, 중학교 2학년 딸과 함께 활짝 핀 노란색 꽃다발을 들고 아들을 기다리는 데 여념없는 모습이었다. 우씨는 “오후 4시쯤부터 온 가족이 모여 고생한 아들을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꽃은 그동안 고생한 아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40분가량이 흘러 오후 5시20분이 되자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리며 수험생들이 우르르 시험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표정은 이날 오전 입실할 때와는 달리 대체로 밝아 보였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을 생각보다 잘 치르지 못한 탓인지 침울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교문을 나서기도 했다. 수원고에 재학 중인 조희찬군(18)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무난하게 풀었다”며 “오늘은 가족들이랑 맛있는 밥 먹고 1년 동안 못한 게임 몰아서 할 예정”이라고 웃음 지었다. 같은 시각 인천 남동구 문일여고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가장 처음으로 교문을 빠져나온 한유진씨(20·여)는 부모님을 마주치자마자 “엄마”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한씨는 “국어가 어려워서 기분이 안 좋았다”며 “끝나자마자 엄마가 보고 싶어 달려 나왔는데,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고 속내를 밝혔다. 5교시(제2외국어·한문)까지 진행된 일부 학교에선 어둠이 찾아온 후에야 수험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오후 6시5분께 안양 인덕원고에서도 5교시를 마친 수험생들이 지침과 후련함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하나둘 빠져나왔다. 이를 본 학부모들은 그동안 고생한 자녀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히거나 보듬어 안아주기 바빴다. 시험관 시술을 통해 10년 만에 어렵게 낳은 아들 박규태군(18·안양 동안고)을 기다리던 학부모 박종호씨(55)는 “아들이 좋아하는 중국집을 예약해뒀다”며 “수험기간 너무 고생해 안쓰러웠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군은 “국어 과목은 기조가 바뀌면서 문학이 급격하게 어려웠고, 제가 잘했던 비문학은 쉬워져 불리했던 것 같다”며 “긴장이 돼서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재수를 했는데 2년 동안 부족하고 게으를 때도 있었지만 끝까지 믿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파손된 채 방치 중앙분리대…무단횡단 ‘아찔’

“중앙분리대가 파손된 지가 언제인데 저렇게 방치해두니 사람들이 늘상 무단횡단을 합니다.” 15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고화로 인근. 도로 위에 설치된 중앙분리대 일부 구간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중앙분리대의 30m가량이 하단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부서진 부위에는 위험 표시를 알리는 얇은 테이프가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었다. 인근에 있는 횡단보도 파란불이 깜빡이자 한 시민은 중앙분리대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을 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 김주원씨(28)는 “매일 이곳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데, 한참 전부터 중앙분리대가 훼손돼 있었다”며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 사이에 거리가 있어 시민들이 자주 무단횡단을 하는 곳인데, 왜 보수작업을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만양구 안양동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왕복 6차선 도로를 따라 ‘무단횡단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중앙분리대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곳곳의 중앙분리대가 끊겨 있어 시민들은 경고 문구에도 아랑곳 없이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이었다. 경기도내 도로 곳곳에 설치된 중앙분리대가 파손된 채로 방치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단횡단 등을 예방하기 위한 중앙분리대가 파손된 채 방치되면서 무단횡단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날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중앙분리대는 가로 2.5m, 높이 1.2m의 기둥 사이에 가로 막대를 이은 울타리 형태로, 보행자의 무단횡단이 잦아 교통사고 발생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되는 구간 등에 설치한다. 하지만 불법유턴과 역주행 등으로 파손된 중앙분리대를 행정당국이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서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담당 지자체는 부족한 인력 등을 이유로 민원이 접수되면 정비에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 번은 도로의 상황을 확인하며 수리 및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인력의 한계로 복구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파손된 중앙분리대의 복구 작업이 늦어질수록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부추길 수 있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각 지자체는 유지·보수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도내 무단횡단 교통사고(횡단보도 외 보행자 사고) 건수는 총 7천577건으로, 매년 평균 1천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무단횡단 사고로 304명이 숨졌고, 7천436명이 다쳤다.

‘긴장 가득’ 수능 예비소집·출정식…“수고했다 말해주고 싶어” [현장, 그곳&]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내 자신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많이 긴장되지만, 끝까지 힘내보겠습니다. 파이팅!”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5일 경기지역 수험생들은 마지막 의지를 다졌다. 일부 후배들은 선배들을 위한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수능 예비소집일인 이날 오전 9시50분께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중 체육관. N수생과 검정고시생 등 수험생 700여명이 한 발 한 발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한 자리에 모였다. 하나같이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줄지어 선 이들은 모두 긴장감이 역력한 기색이었다. 10분이 흘러 오전 10시가 되자 교사들은 일제히 수험표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이를 받아 든 수험생들은 곧바로 체육관 옆쪽에 마련된 시험장 안내문을 유심히 살펴보는가 하면 수험생 유의사항이 적힌 인쇄물을 사진으로 찍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군복을 입고 수험표를 받으러 온 남인성씨(21)는 “대학을 가지 않았으나 새로운 꿈이 생겨 수능에 도전하게 됐다”며 “지난 12월 입대한 후로 11개월동안 개인정비시간을 활용해 수능공부에 매진한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비슷한 시각 수원특례시 영통구 태장고 분위기도 마찬가지. 자습을 하고 있던 3학년7반 학생들은 수험표 배부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표정이 바짝 굳었다. 이에 황지영 선생님(35·여)은 학생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잘 보고 오라”는 응원과 함께 선물을 전달했다. 그제서야 학생들은 웃음을 보이거나 서로 짧은 응원과 격려의 말을 주고받는 등 긴장을 덜어냈다. 하상현군(19)은 “고3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수능인 만큼 매우 떨린다”며 “준비한 것 최대한 열심히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수험생들도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느끼면서 수년간의 노력을 인정받을 마지막 관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N수생’과 검정고시생 등이 모인 인천 남동구 정각중학교. 응시원서 접수증과 신분증을 손에 꼭 쥔 수험생들이 굳은 얼굴로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수험생 이재민씨(23·남동구)는 “건강 때문에 이번 수능이 인생에서 처음이라 많이 떨리고 긴장 된다”며 “내일 컨디션을 위해서 오늘은 일찍 자려고 한다”고 했다. 김연우씨(22·연수구)는 “지난 7월에 전역 해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2년 가까이 군생활과 함께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수능을 끝나고 홀가분하게 놀고 싶다”고 했다. 앞서 오후 1시께 남동구 만수동의 문일여자고등학교에서는 수험생들이 흰색 수험표를 손에 든 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수능을 치를 학교를 미리 둘러봤다. 이곳에서 수능을 치를 김민재양(19·인천예고)은 시험장 좌석 배치표, 주의사항 등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김양은 “내일이 온다는 게 떨리고 걱정이 가득하다”며 “수험 기간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수능을 보고도 미술 실기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실기가 끝나면 50% 할인 수험표를 들고 신나게 놀 생각”이라며 “내 자신에게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또 이태은양(19·석정여고)은 “3년 내내 내신 성적을 챙기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양은 “내일은 엄마가 해준 김치볶음밥을 점심으로 먹을 예정”이라며 “엄마에게 고등학교 3년 내내 짜증 아닌 짜증을 냈는데 미안한 마음이고 대학 가서 효도하겠다”고 말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내일 수능을 보는 학생들은 학창시절 중 코로나19가 길었던 학생들이라 더욱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어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한 학생들인 만큼 실수하지 않고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일부 학교 후배들은 이처럼 긴장한 선배들을 위해 용기와 기운을 북돋아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조원고 각 3학년 반에서는 1·2학년 학생들이 제작한 약 2분 분량의 응원영상이 상영됐다. 그렇게 학교 전체가 따뜻한 감동으로 물들 즈음 후배들은 직접 ‘합격 기원’, ‘좌절 금지’ 등의 피켓을 들고 3학년 반을 방문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후배들은 이어 학교 출입구에서 정문까지 100여m 구간 양쪽을 하나둘씩 채워 길을 형성한 뒤 박수와 환호로 선배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또 학생자치회가 제작한 ‘잘 풀고, 잘 찍자’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앞세워 꽹과리와 북을 치는 등 선배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이를 본 3학년 학생들은 조금은 긴장감이 풀린 듯 한 표정을 지으며 ‘고맙다. 다음은 너네야’, ‘공부 열심히 해라’ 등 장난 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한윤지양(16)은 “수능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 많이 했을텐데, 너무 떨지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만 하셨으면 좋겠다”며 “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다”고 응원했다. 홍지은 선생님(31·여)도 “다른 학교에서 보는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 긴장되고, 떨릴텐데 긴장감을 이기는 게 최우선”이라며 “그동안 노력했던 자신을 믿고, 의심하지 말고, 그대로 열심히 풀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수험생은 유의 사항을 잘 숙지하여 시험에 응시해 주시길 바란다”며 “모든 수험생이 안전하게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능 당일인 16일은 한파 없이 다소 포근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1교시 국어 영역이 시작한 뒤 오전에 수도권과 충남 등 서쪽 지역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해 낮에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는 천둥·번개가 치는 곳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형점포 통로 막는 적재 여전… 안전 ‘휘청’ [현장, 그곳&]

“여기가 창고도 아니고…. 이러다가 불이라도 나면 더 큰 불로 번지는 거 아닌가요?” 14일 오전 10시께 안양시 범계동의 한 아웃렛. 1층에 마련된 물류 창고 옆으로 지하주차장 입구까지 수백개의 상자가 소화기를 가린 채 쌓여 있었다. 창고 밖엔 ‘적재 금지’라는 팻말 4개가 놓여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듯 다양한 옷과 신발들이 담긴 상자들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수북했다. 또한 지하 하역장에도 물류를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마련돼 있었지만, 화물차량들은 물건을 싣고 내리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지하주차장을 차지해 물건을 쌓아두고 있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의 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차장 출구부터 물류 창고 바로 앞까지 식품, 가전제품 등이 담긴 상자 수십개가 놓여 있어 하역장을 방불케 했다. 또 비닐이 상자를 감싸고 있어 화재 발생 시 큰 불로 번질 우려가 있어 보였다. 이곳을 찾은 이희천씨(34)는 “화재가 났을 때 쌓아둔 상자에 불이라도 붙으면 더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안전을 위해서라도 물류 보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경기도내 대형 판매시설들이 정해진 공간이 아닌 곳에 물류를 적재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대전 현대아웃렛 화재 때도 지하주차장에 놓인 상자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백화점, 대형마트 등 도내 대형 판매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754건이다. 한 달에 약 20번 판매시설에서 불이 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총 18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매년 종합정밀점검 등을 하고 있지만 물류 적치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동 가능한 물류 적치 자체가 관련 법 위반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판매시설이 보관 장소 부족으로 통로 등에 물건을 적재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 화재 발생 시 화재를 더욱 키울 위험성이 있으며 피난로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며 “소방당국의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시설 내 안전관리자의 꾸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물품 적치의 경우 고정시설이 아닌 이동 가능한 물품이기 때문에 이 자체로 소방법 위반 사항은 아니라 단속이나 강제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난시설에 물건을 적치하는 등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생기면 현장에서 즉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철저한 점검 및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도로 위 얌체 운전자 ‘철퇴’…경기북부경찰, 암행순찰 단속 [현장, 그곳&]

“차량번호 XXXX, 정차하세요. 도로교통법 제13조1항을 위반, 인도 주행해 범칙금 4만원에 벌점 10점입니다.” 14일 오후 1시40분께 양주시 옥정동. 양주시내에 들어선지 10분 만에 경기북부경찰청 암행순찰팀의 김현수 경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인도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곧바로 김 경장은 사이렌을 켠 뒤 오토바이를 멈춰 세우고 “인도 주행을 하면 안된다”며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운전자는 “죄송하다. 다시는 안그러겠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곧이어 신호를 위반한 승용차도 암행순찰팀에 적발됐다. 이 차량 운전자는 신호등이 빨간 불인 상황에서 단속 카메라가 보이지 않자 그냥 지나가다 바로 뒤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암행순찰차에 적발됐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우회전을 하려고 신호와 상관없이 간 것”이라고 횡설수설했지만, 암행순찰팀 이영준 경위의 설명에 바로 위반 사항을 인정했다. 단속 카메라가 없는 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넘어 가속하는 차들은 암행순찰차 내부에 설치된 탑재형 영상 단속 기기에 실시간으로 찍혀 단속됐다. 이날 취재진이 동승한 암행순찰차는 겉보기엔 일반 차량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발견하면 경광등이 켜지며 순찰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북부경찰청 교통안전계는 2021년 4월 사망사고나 교통 민원이 많은 도심지를 중심으로 암행순찰차 3대를 투입, 매일같이 단속에 나서고 있다. 단속을 시작한 2021년엔 7천527건, 지난해엔 3만6천638건의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적발했다. 이 경위는 “단속을 통해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법규를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해 안전한 교통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낡고 녹슬고… 흉물된 인천 중구 미단시티 공원들 [현장, 그곳&]

“미단시티 공원에 산책을 가도 운동기구와 벤치가 흉물스럽게 낡아 만지지도, 앉고 싶지도 않아요.” 10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 1호 공원. 산책로 데크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있어 걷다가 자칫 발이 빠지는 안전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이 넓은 공원에는 농구장과 익스트림 스케이트보드장 등 다양한 공간이 있지만, 농구 골대와 보드 시설물 모두는 녹으로 뒤덮인 채 방치돼 있었다. 비슷한 시각 미단시티 9·10호 공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벤치 주변엔 나뭇잎들이 지저분하게 쌓여있었고, 정자 천장에는 녹과 곰팡이가 뒤엉켜 폐가를 연상케 했다. 인근 어린이공원의 운동시설 손잡이와 발판 등도 어김없이 주황색 녹으로 뒤덮여 있었다. 영종도 주민 A씨는 “미단시티 공원이 크고 조용해 가끔 바람 쐬러 산책을 나온다”며 “그런데 멀리서 봐도 시설물들이 낡은게 보여 이용하진 않고, 산책길만 걷는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 운북동 미단시티에 조성된 12곳의 공원이 수년째 방치돼 흉물로 전락했다. 경기 침체와 앵커시설인 초대형 복합 쇼핑몰 건립 무산 등으로 지역 개발 자체가 지지부진해졌고, 이에 따라 당초 유입이 예상됐던 시민들을 확보하지 못해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주민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도시공사(iH)와 중구에 따르면 iH는 지난 2011년 미단시티 1~6호공원을 준공한 뒤 2016년 구에 관리 업무를 이관했다. 또 지난 2017년에 준공한 미단시티 7~12호 공원은 지난해 구에 넘겼다. 그러나 구는 미단시티 공원 대부분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미단시티 9·10호 공원 인근에는 초·중·고등학교가, 1·2호 공원 주변에는 병원과 국제학교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이 어그러지면서 예정 시설 대부분이 들어오지 못해 빈 땅으로 남아 있고, 특히 3·4·5·6호 공원 주변엔 공정률 25%에서 4년째 중단된 미단시티 복합리조트가 도시 미관도 해치고 있다. 미단시티 내에서 iH가 매각한 토지 분양율은 55%에 그쳤으며, 팔린 토지 대부분도 공사를 중단하거나 시작도 하지 못해 공터로 남아 있다. iH 관계자는 “미단시티 설계 당시 주거비율을 18%로 낮게 잡았다”며 “남아 있는 상업용지를 주거용지로 바꿔 유입 인구를 늘리고, 이를 통해 공원 이용률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을 관리하기에도 예산이 버거운 상황”이라면서도 “앞으로 미단시티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묻지마 범죄’ 느는데… 다 쓰러져가는 ‘치안 최전방’ [현장, 그곳&]

“청사 시설이 오래돼 휴게공간이 없는 건 물론이고, 남·여화장실 분리조차 돼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입니다.” 6일 수원특례시의 한 지구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청사 외벽은 곳곳이 벗겨져 있는 등 한 눈에 봐도 오래된 모습이었다. 건물 내부는 조사실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좁아 칸막이를 이용, 임시방편으로 공간을 분리해 쓰고 있었다. 민원인과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문을 닫아도 아래 공간이 넓어 안이 들여다보였고, 남·여 공간도 분리돼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같은 날 성남시의 또 다른 파출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오래된 벽돌 위로 하얗게 페인트칠을 한 파출소 내부는 성인 5~6명이 서면 꽉 찰 정도로 좁았다. 파출소에 설치해둔 주황색 의자는 낡아 구멍이 나 있었고, 좁은 건물 내에 휴게실을 마련할 수 없어 컨테이너를 개조해 휴게공간으로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역내 한 파출소장은 “직원들이 청사 노후화로 누수 등의 문제 때문에 업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시설이 협소하다 보니 피의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하는 과정에서 곤란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안전을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일선 지구대·파출소 청사 시설이 노후화해 양질의 치안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내 지구대·파출소 356곳 중 절반 이상인 177곳(50%)은 지어진 지 20년 이상된 건물이다. 세부적으로는 20~30년 미만이 120곳, 30년 이상이 57곳 등이다. 특히 성남 수진1파출소와 파주 조리파출소는 1981년 지어진 건물을 여전히 쓰고 있고, 과천 별양지구대와 평택 현덕파출소는 1983년 지어진 건물에서 근무 중이다. 또 남양주 수동파출소와 동두천 생연파출소 등도 1989년 당시 지어진 건물을 쓰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은 공간이 부족해 치안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경찰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치안 유지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 때문에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위해 시설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지구대·파출소는 경찰 공무원의 업무공간이자, 시민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장소인만큼 오래된 청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청사 노후화 개선은 관서 이미지 개선과 경찰에 대한 신뢰·친밀감 구축 등에도 효과적인 만큼 경찰 내부에선 자체 설문조사·연구용역 등을 진행해 예산 편성을 요청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30년 이상된 협소한 청사 건물에 대해 기재부에 신축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노후화된 청사 건물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관련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홍등 꺼진 수원역 집창촌… 경제 메카 변신 ‘깜깜무소식’ [현장, 그곳&]

“수원시가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할 땐 당장이라도 경제 메카로 만들 것처럼 굴더니, 2년이 넘도록 아무 대책 없이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5일 수원특례시 팔달구 덕영대로 옛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일대. 골목 곳곳 건물들은 텅 비어있고, 유리창에 붙은 ‘임대 문의’ 현수막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로 인근 수원역 로데오거리에는 일찍부터 거리를 찾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이곳에는 지나가는 시민 한 두명만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옛 성매매 업소 업주 모임 ‘은하수마을’ 대표 김범석씨(가명·60대)는 “집결지 폐쇄 후 시에선 골목을 살리기 위해 보여준 노력이 하나도 없다”며 “우범 지역이었던 이곳이 시민의 노력으로 하나 둘 변해 가는데, 여기에 힘을 보태려는 시의 의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전국 최초로 60년 만에 자진 폐쇄됐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수원특례시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이곳을 경제집결지로 만들겠다는 시의 다짐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지난 2021년 5월 31일 0시를 기점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는 시민들의 의지가 모여 폐쇄라는 결과를 얻은 만큼 이곳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역시 후보시절부터 집결지에 청년 창업 공간을 조성하겠다거나 중장기적으로 경기 남부권의 경제적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폐쇄 2년 5개월이 지나도록 시가 내놓은 골목 활성화 방안은 전무하다. 폐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전담부서는 해체됐고,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라고는 소방도로를 개설하는 게 전부다. 과거 성매매 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공간 ‘기억공간 잇-다’ 역시 무관심한 정책 속에 시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유동인구만 30만명에 달하는 수원역에 들어서 있음에도 이날 기준 방문객은 628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시가 수원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성매매 집결지 일대를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거리로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일대 한 시민은 “아직까지 성매매업소가 사라졌다는 점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 색안경 낀 눈초리를 받는다”며 “분기 별로라도 플리마켓, 먹거리 시장이라도 열면 거리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텐데, 바로 옆 로데오거리와 비교하더라도 활성화시킬 생각이 없어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 관계자는 “옛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일대 거리의 골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건 공감하지만, 현재 특별하게 추진 중인 것은 없다”며 “다만 해당 골목 시장상인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하는 등 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

꽃 대신 쓰레기 키우는… ‘인도 위 화분’ 눈살 [현장, 그곳&]

“저 화분이 보기 좋으라고 설치한 건지, 쓰레기통으로 설치 한건지 모르겠네요.” 1일 오전 9시께 화성시 병점동의 한 인도. 쓰레기로 뒤덮인 대형 화분이 눈에 띄었다. 화분 안에 심은 꽃 사이 사이에는 쓰고 버린 휴지, 비닐 조각, 음식물이 담긴 지퍼백 등 쓰레기가 마구 뒤섞여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언뜻 보면 화분이 아니라 쓰레기통 같다”고 혀를 찼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반달공원과 팔달구 인계동 인근도 상황은 같았다. 대형 화분 안팎엔 피다 버린 담배꽁초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컵, 찢어진 종이 봉투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게다가 화분 주변으로 종량제 쓰레기 봉투와 각종 생활 쓰레기들까지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인근 주민 정선영씨(45·여)는 “근처에 살아서 거의 매일 이 골목을 지나다니는데, 쓰레기 때문에 이게 화분인지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주민 혈세로 설치한 인도 위 화분이 ‘쓰레기 화분'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날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영통3동·화성병점1동 주민자치회 등에 따르면 이 화분은 ‘주민자치위원회 제안사업’ 중 ‘마을 꾸미기 사업’의 하나로 주민자치위원회 또는 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설치한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갓길로 대형 화분을 설치해 경관 개선 효과와 함께 쓰레기 무단 투기 및 불법 주차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게 해당 화분들은 오히려 쓰레기를 양산하는 쓰레기통으로 변한 지 오래다. 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청소나 단속 등의 관리를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현 경기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화분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설치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할 수 있는 예산을 충분히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 행정복지센터나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서 상시적인 청소와 단속 등의 관리책을 만들고, 시민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일선 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화분 위 쓰레기가 버려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환경 조성 등을 위해 설치된 화분인 만큼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해명했다.

‘아슬아슬’ 휴게소 보행… 안전 대책 ‘제자리걸음’ [현장, 그곳&]

“편히 쉬러 온 휴게소인데, 자칫 교통사고라도 날까 불안합니다.” 31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왕곡동의 의왕휴게소. 차량과 사람이 뒤엉키는 등 접촉 사고의 가능성이 만연해 보였지만 보행자를 위한 통행로는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어 여러 대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휴게소로 들어오자 보행자들은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또 주차를 시도하는 차량이 움직이자 차량 사이를 지나던 사람들은 가까스로 몸을 피해 차 앞에 멈춰 서기도 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용인휴게소도 비슷한 상황. 휴게소 입구에서 트럭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소형차 주차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트럭을 미처 보지 못한 한 시민은 주차장으로 이동을 하다가 차에 부딪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박혜주씨(38·여)는 “운전을 하다 피곤해서 마음 편히 쉬려고 온 휴게소인데 사고가 날까 봐 불안하다”며 “많은 차량이 오고 가는 휴게소에 보행자가 안심하고 다닐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지킬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의 휴게소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8년 20건, 2019년 36건, 2020년 24건, 2021년 26건, 2022년 19건으로 총 125건이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8명이 사망했으며 6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6년부터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표준모델 적용 휴게소 개량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량 작업은 휴게소 내 보행자 통로를 설치하고 대·소형 차량 분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휴게소 207곳 중 개량 작업이 완료된 곳은 지난해까지 60곳(28.9%)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 예산은 2억7천만원으로 지난해(4억원)에 비해 대폭 줄어들어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자가 마음 편히 쉬기 위해 가는 곳이다. 운전자의 안전이 중요한 곳”이라며 “통행 공간을 분리하고 차량 속도 저검 장치 등을 설치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다른 사업에 예산이 많이 투입되다 보니 한 번에 많은 곳을 개선하기 어렵다”면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예산을 확보한 뒤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12년째 공터로 방치… 외대 인천 송도캠퍼스 추진 ‘안갯속’ [현장, 그곳&]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송도캠퍼스 부지를 12년째 빈 땅으로 방치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외대는 이 부지에 국제교육센터만 지어 놨을 뿐 4년째 운영조차 하지 않아 세금을 감면 받으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연수구, 한국외대 등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지난 2011년 인천경제청과 송도동 197의1 4만3천㎡(1만3천평)를 208억원에 사들이는 매매계약을 했다. 한국외대는 당시 2016년까지 기숙사·통번역센터·한국어문화교육원·국제비즈니스센터 등의 제3캠퍼스인 송도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외대는 송도캠퍼스 조성을 하지않고 12년째 이 부지를 방치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에 땅값 208억원은 5년에 걸쳐 나눠 냈지만, 재정이 열악해 송도캠퍼스를 지을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천경제청은 한국외대 송도캠퍼스가 들어서면 송도의 글로벌 외국계 기업들과 연계하는 한편, 일대를 국내·외 대학이 모인 하나의 캠퍼스타운으로 조성하려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외대 송도캠퍼스 부지 주변에는 인천글로벌캠퍼스를 비롯해 연세대 국제캠퍼스, 인천가톨릭대 송도국제캠퍼스, 인천재능대 송도캠퍼스 등이 이미 들어서 있다. 여기에 한국외대는 최근 3번째로 교육부에 송도캠퍼스 신설을 위한 계획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재정이 좋지 않아 교육부 심의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또 현재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한국외대의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은 더 장기화 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외대가 지난 2019년 송도캠퍼스 부지의 한 가운데 지은 국제교육센터는 텅 비어 있다. 앞서 구는 2017~2018년 한국외대가 부지를 개발하지 않아 본래 용도, 즉 교육용으로 땅을 쓰지 않으면 세금을 면제해 줄 수 없다며 재산세 9억7천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구는 6개월 이상 공사가 중단했다고 보고 세율이 높은 종합합산세율을 적용했다. 한국외대는 뒤늦게 국제교육센터를 짓는 등 송도캠퍼스 사업 재개 움직임을 보였지만, 국제교육센터는 개관 이후 전혀 운영하고 있지 않다. 한국외대가 세금 감면을 목적으로 국제교육센터만 지어 놓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해권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국민의힘·연수1)은 “한국외대 송도캠퍼스 계획이 벌써 10년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인 것은 사업 추진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5천명 규모의 새로운 캠퍼스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기대는 이미 사라졌다”며 “인천경제청이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관계자는 “재정 사정 등으로 그동안 송도캠퍼스 사업이 표류했지만, 최근 다시 교육부에 변경계획을 신청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교육부 심의 통과를 확정지을 순 없지만, 오는 2026년까지 송도캠퍼스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위치 '제각각'… 시각장애인에겐 너무 힘든 ‘교통카드 찍기’ [현장, 그곳&]

“교통카드 찍는 위치요? 버스마다 다 다르던데요?” 경기도가 버스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추진한 ‘단말기 위치 표준화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시각장애인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9월부터 시내버스 운전석 앞쪽에 있던 단말기를 바닥에서 1m10cm 떨어진 높이에, 좌석과 더 가까운 곳으로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경기일보 취재진이 수원·용인·화성·오산 등지에서 시내버스 20여 대를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교통카드를 찍는 단말기 위치가 모두 제각각이였다.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탑승한 버스의 경우 승차 시 교통카드를 찍어야 하는 단말기가 운전석 바로 앞쪽에 설치돼 있었다. 흔히 ‘돈통’이라고 불리는 입금함의 높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어, 대다수 승객은 고개를 숙이거나 계단을 올라오면서 교통카드를 찍었다. 반면 용인시 기흥구에서 탑승한 버스의 단말기 위치는 달랐다. 단말기가 좌석 안쪽으로 들어와 있었고, 높이도 50㎝ 정도 높게 설치돼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예산 등의 문제로 단말기 교체에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해 사업을 신청한 21곳의 지자체 가운데 고양·안양 등 9곳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으나, 단말기 위치 변경을 신청한 버스 1천815대 중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한 버스는 907대(50%)뿐이다. 또 올해 용인·성남 등 12곳의 시·군에서 신청한 788대의 시내버스의 단말기도 교체해야 하지만, 지난 9월 기준 표준작업을 완료한 곳은 10%도 안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10곳의 지자체는 사업 신청을 하지 않아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시각장애인들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최선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은 “교통카드 단말기의 위치가 버스업체별로, 버스 종류별로 다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이를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사업의 취지는 좋으나, 단말기 위치 변경 속도가 느려 오히려 더 큰 불편만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교통카드 단말기 제조업체가 한 곳이다 보니 지체되고 있다”면서도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나머지 10곳 지자체도 단말기 표준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들 쌩쌩 ‘위험천만’...보행자 우선도로 없다 [현장, 그곳&]

“좁은 길에서 왜 저렇게까지 내달리는지…보행자는 보이지도 않나 봐요.” 25일 오전 8시께 화성시 송산면 송산초 앞 도로. 이곳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밀집해 있고, 다수의 주택과 상업시설까지 있어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키는 모습이 시도 때도 없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을 지켜줄 인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이곳을 통학로로 삼는 어린 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차량이 지날때면 도로 양 끝으로 몸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위험천만한 보행을 이어갔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평택시 안중읍 안중고 앞 도로 사정도 마찬가지. 인도 없이 왕복 1차선으로 이뤄져 있는 이 도로 양쪽으로 불법 주차돼 있는 차량이 즐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차량들은 급출발과 급정거를 반복하며 아찔한 주행을 이어갔다. 갑자기 다가온 차량을 본 보행자들이 불법주차된 차량 사이로 몸을 숨겼다 걷는 위험한 상황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신모씨(27·평택)는 “이렇게 좁은 도로에서 왜 저렇게 내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곳은 옛날부터 위험했던 곳인데, 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최근 3년간 경기도내 보행자 교통사고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은 제자리 걸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1년이 지나도록 경기도내 보행자 우선도로는 고작 3곳에 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경기남·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보행자 우선도로는 지난해 7월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거리에서 보행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경기지역 보행자 우선도로는 3곳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 1곳, 연천 2곳 등이다. 이는 서울(106곳)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전북(22곳)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게다가 최근 3년간 경기지역 보행자 교통사고는 총 2만5천374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2020년 8천79건, 2021년 8천349건 2022년 8천946건 등으로, 이로 인해 594명이 목숨을 잃고, 2만5천7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과속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거리를 누비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특히 보행자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보행자 우선도로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보행자 우선도로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도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군과 함께 보행자 우선도로 확충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몰래버린 양심… 쓰레기 뒤덮인 특성화거리 ‘몸살’ [현장, 그곳&]

“아무렇게 던져 버린 쓰레기로 더러워진 길바닥 좀 보세요. 관광객이 이곳을 어떻게 기억하겠어요.” 24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남수동 음식문화특성화거리인 ‘통닭 거리’ 일대.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골목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부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선 음식물 등을 섞어 내다 버린 탓에 지독한 악취가 풍겨져 나왔다. 또 다른 종량제 봉투에선 오염된 액체가 흘러나와 골목을 까맣게 더럽히고 있었다. 무단 쓰레기 단속을 위해 설치된 무인 단속 카메라 앞엔 혼합 폐기물이 버젓이 버려진 상태였다. 주민 한정화씨(35·여)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다수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찾는 관광 거리인데, 이 근방에선 쓰레기가 매일 보이다시피 해 주민으로서 창피하다”며 “이런데도 쓰레기통, 단속 인원 하나 없고 누구 하나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시각 안산시 상록구 한대역 일대 특성화거리 ‘패션타운’과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 음식문화특성화거리도 사정은 같았다. 인도 옆으로 늘어선 가로수 주변으로 종이 봉투에 담긴 혼합 폐기물이 널브러져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패대기쳐진 박스 등 쓰레기는 시민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골목 한편엔 피켓 등 행사에서 사용된 후 버려진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인 채 나뒹굴었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경기도내 특성화거리가 ‘쓰레기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이날 수원특례시 등 경기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특성화거리는 각 거리 특성을 반영, 지역 이미지를 대표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하지만 이들 거리는 관계기관들의 무관심 속에 취지를 잃은 채 방치되고 있다. 연일 거리 위를 쓰레기가 채우고 있었지만, 수거 하는 인력은 보이지 않았고 쓰레기통, 무인 단속 카메라 등 쓰레기 무단 투기를 예방·관리할 수 있는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특성화거리는 지역을 대표하는 거리인 만큼 거리 미화가 중요하다”며 “지자체는 일시적인 단속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시·일시적인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근 상인 등을 대상으로 쓰레기 처리 방식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을 하고, 거리 위 또는 점포 앞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도록 쓰레기통 설치 등 시설·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도내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특성화거리 골목에 상시 발생하는 쓰레기를 인지하고 있다”며 “특성화거리는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인 만큼, 인근 상인 계도와 정화 활동 등을 통해 깨끗하게 관리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돌아온 '화재의 계절'…火 키우는 불법은 '여전' [현장, 그곳&]

“왜 소방시설 앞에 주차를 하는지…. 불났을 때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책임은 누가 집니까?” 2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A시장 앞에 마련된 비상소화장치 주변에는 버젓이 적힌 ‘주정차금지’ 문구가 무색하게 차량 3대가 일렬로 불법 주차돼 있었다. 시장 내부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소방 도로’ 확보를 위해 길 양쪽으로 그려진 황색 실선 주변으로 수십 개의 노점들이 상품과 가판대를 설치해뒀고, 테이블 등의 고정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소방차 진입은 물론 보행조차 어려운 모습이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화성시 반월동 B아파트 상황도 마찬가지. 주차장과 각 층 현관에 설치돼 있는 방화문 대부분이 활짝 열린 채 돌과 신문지 등으로 고정돼 있는 상태였다. 닫혀있어야 할 주차장 방화문은 닫힐 틈 없이 입주민들에 의해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문모씨(29)는 “그냥 주차장 출입문인줄만 알았지, 방화문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며 “지금까지 계속 열려있어도 아무도 닫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왜 방화문을 열어둔 채 방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화재의 계절'이 또다시 찾아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지역에서 소방법령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건조한 가을·겨울철 화재는 자칫 큰 불로 번져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만큼 시민의식을 강화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소방청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경기지역에서 소방법령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만 153곳에 달한다. 이는 전국 기준 1천26곳의 10%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이들에 대한 조치현황(중복 포함)을 보면 시정명령이 94곳, 현지시정 82곳 등 가벼운 처분을 받은 곳도 있었지만, 위반 정도가 중해 과태료 처분(75곳)을 받거나 입건 및 행정처분(25곳)을 받은 곳도 있었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만큼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소방법령을 잘 준수하게 하는 등 시민 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등 더 노력하겠다”며 “시민께서도 무심코 한 행동이 큰 화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인식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판교 추락 참사 겪고도… 지독한 ‘환풍구 안전불감’ [현장, 그곳&]

“어쩔 수 없이 환풍구를 밟고 지나 가야 하는데, 매번 불안하죠.” 18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폭 2m에 불과한 인도 약 3m 구간 전체를 환풍구가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상 환풍구가 인도 역할을 하고 있어 길을 지나기 위해선 무조건 환풍구를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환풍구 덮개 위로 카펫이 깔려 있어 시민들은 환풍구 위를 지나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지나 다니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안산시 단원구 중앙동 일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물 사이 골목길 바닥에 폭 1m, 길이 6m가량의 환풍구가 설치돼 있었지만 추락 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비롯해 어떠한 안전장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유동 인구가 많은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환풍구를 밟고 지날 때마다 ‘철컹’ 소리와 함께 덮개가 들썩이는 등 불안정한 모습도 포착됐다. 고모씨(25·안산)는 “어쩔 수 없이 환풍구를 밟고 지나가야 하는 곳들도 있는데, 덮개가 불안정한 곳도 많아 불안하다”며 “안전장치도 없어 더 무섭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37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 환풍구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지났지만, 환풍구는 여전히 '도로 위 싱크홀'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환풍구 관련 안전대책을 수립·시행키는커녕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는 등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4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이후 한 차례 지역내 환풍구 현황 등을 파악했을 뿐 현재는 환풍구 추가 설치 여부나 현황 등을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안전대책 역시 전무하다. 환풍구 관련 안전대책은 사고 이후 정부가 신설한 ‘건축물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마저도 2015년 이후에 조성된 곳에만 적용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환풍구는 언제든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곳”이라며 “경고문을 부착하거나 펜스를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시설물 안전관리 과정에서 환풍구도 같이 점검하고 있다”며 “추락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신경쓰겠다”고 해명했다.

자립 도울 지원센터 ‘0곳’... 기댈곳 없는 인천 노숙인 [현장, 그곳&]

“술에 취해 광장을 맴돌다 삶을 끝내고 싶지는 않아요. 다른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11시께 부평구 부평동의 부평역 광장. 공원 한쪽 매트릭스에 누워있는 김모씨(43)는 두꺼운 옷에 이불을 덮고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2개월째 지내고 있다”며 “일자리, 잠자리가 필요한데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 놨다. 이에 앞선 오후 5시께 인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 광장 한 켠도 상황은 마찬가지. 다소 쌀쌀해진 날씨에 5~6명의 노숙인들이 길가에 모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듯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아예 누워 있는 노숙인도 눈에 띠었다. 이곳에서 만난 노숙인 조모씨(53)는 “날씨가 더 추워지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며 “나 혼자 일어서기는 쉽지 않아 누구라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인천지역 광장에 방치된 노숙인들에게 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종합지원센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거리 노숙자는 주안과 부평, 인천공항 등에 모두 130여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천지역 노숙인 관련 시설은 재활시설 1곳과 요양 3곳, 자활 1곳, 상담소 1곳 뿐이며, 이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없다. 특히 노숙인들의 자립을 도울 일자리 지원 기관은 자활시설 1곳 뿐이다. 노숙인들에게 직업상담·훈련 등을 지원하지만, 정원이 32명이기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현장 상담을 통해 거리 노숙인을 찾고, 맞춤형 주거·고용·의료를 지원한다.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연계 활동도 한다. 또 자활사업과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후관리를 통해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다. 서울(3곳)을 비롯해 경기(3곳), 부산(3곳), 대구(1곳), 광주(1곳), 대전(1곳), 제주(1곳) 등은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노숙인들을 돕고 있다. 이준모 전국노숙인시설협회 회장은 “거리 노숙인의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자활에 대한 설득부터 일자리 지원까지 한번에 제공해 자립을 돕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학교 노리는 거미줄 전선… 안전사고 ‘電지적 방관’ 시점 [현장, 그곳&]

“아이들이 매일 같이 오가는 학교 주변에 전선이 뒤엉켜 있어 사고라도 날까 불안합니다.” 16일 오전 8시40분께 안산시 상록구의 어린이보호구역.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이곳엔 전봇대 등 6대의 전신주가 모여있었으며 전선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맞닿아 있었다. 특히 한 전신주엔 가로등과 전선이 뒤엉켜 가로수 사이에 파묻힌 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학부모 김지현씨(36·가명·여)는 “전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주렁주렁 내걸려 있는 걸 보면 감전 사고가 날까 위험해 보인다”며 “특히 통학로에 전신주가 가득한데 아이들이 다치면 어쩌나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초등학교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학교 담장 옆으로 4대의 전신주가 놓여 있었다. 전신주와 연결된 갖가지 전선은 학교 주변을 큰 사각형 형태로 둘러싸고 있었지만 감전 등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기도내 학교 주변이 전선과 전신주로 인한 감전 등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만4천볼트 이상의 초고압선이 지나는 학교도 37개에 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전선 지중화 사업이 확정된 후 각 지자체와 함께 전주와 통신주를 제거하고 전선과 각종 통신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지중화 사업 자체에 걸리는 시간이 긴 데다 투입되는 예산도 막대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해마다 조금씩 예산을 투입, 사업을 추진하는 실정이라 사업 기간이 더욱 지체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선 지중화 사업은 장기간 검토가 필요하고 매설 작업도 오래 걸린다”며 “특히 작업 비용이 막대해 한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1년 경기지역 내 14건의 지중화 사업이 시작된 이후 온전히 전선 및 전신주가 매설된 것은 단 2건(14.2%) 뿐이다. 현재까지 8건의 사업이 진행 중이며 3건은 설계 단계다. 1건의 사업은 완전히 취소된 상태다. 전선 및 전신주가 외부로 드러날 경우 감전이나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며 전자파 노출 등의 문제가 생긴다. 특히 올해 8월 말 기준 15만4천볼트 이상의 초고압선이 지나가는 학교는 37개교에 달하고 있어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작업 기간이 길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더뎌 보이는 것”이라며 “지중화 사업의 경우 한전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각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신청을 하면 조사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실시공에 우는 ‘안산 마리나큐브’…“하자투성이, 못 살겠다” [현장, 그곳&]

“해양·레저·관광·주거·상업이 동시에 어우러진 국내 유일무이 워터프론트 시티를 경험해보세요.” 시화 MTV와 반달섬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생활형 숙박시설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던 안산 마리나큐브가 부실시공 및 관리 미흡으로 수분양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호실 누수 및 주차장 배수 불량 등 부실시공에 따른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데다 화재 후 안전조치까지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9시께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마리나큐브(생활형 숙박시설) 분리수거장 대리석 재질의 외벽에는 지난 8월 담뱃불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면서 그을렸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당시 인근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가 함께 타며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뻔한 상황이었지만 이날도 여전히 분리수거함이 아닌 곳에 걸쳐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물병, 콜라 캔, 소파 등이 30여m에 걸쳐 나뒹굴고 있었다. 한차례 화재사고를 겪은 후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쓰레기 정리 등 화재 예방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건물 내부 상황이었다. 수분양자 A씨는 올해 여름 창가 쪽 천장에서 물이 새는 피해를 입었다. 시도 때도 없이 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려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였다. 누수 피해는 주차장에서도 이어졌다. 비만 내렸다 하면 천장과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로 바닥이 금세 물바다로 변했고, 결국 가뜩이나 협소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수분양자 B씨는 최근 방바닥과 벽 등에서 진드기 50여마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후 자체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으나 진드기가 계속 발생하는 등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A씨는 “이게 지어진 지 1년도 안 된 건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며 “시공사와 관리실에 지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안산시 등에 따르면 ㈜태룡건설은 2021년 4월7일 성곡동 838-7번지 일대(대지면적 2천4㎡)에 연면적 2만2천749㎡ 규모(지하 1층~지상 28층)의 마리나큐브(생활형 숙박시설)를 착공, 올해 2월27일 완공했다. 그런데 입주 후 호실 및 주차장 누수와 화재, 진드기 등의 각종 문제가 잇따랐고 수분양자들은 시공사와 관리실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태룡건설 관계자는 “현재 누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호실을 파악하고, 대처 중”이라며 “이후에도 같은 피해가 반복될 경우 지속 보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마리나큐브 관리 주체인 디플러스프라퍼티 관계자는 “분리수거장 정비 등 화재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고, 진드기 방재 작업도 벌이며 원인을 찾고 있다”며 “또 시공사에 지속 공문을 보내는 등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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