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채취·집수색에 거짓말탐지기까지…그래도 수사 협조해야죠"
"'캣맘' 사건 범인, 빨리 좀 잡혔으면…"
1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캣맘' 사망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104동 앞 화단.
바닥에는 낙하한 시멘트 벽돌이 깨지면서 파편이 흩어져 나간 자국이 선명했고, 그 주위로는 '이 선을 넘지마시오'라고 쓰인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있었다.
화단 앞쪽으로는 야산이, 좌측으로는 5m 가량 높이의 옹벽이 가로 막고 있어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외진 곳으로, 이따금씩 고양이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일 뿐 주민들은 발길을 하지 않아 고요했다.
사건 발생 8일째, 경찰수사가 계속되면서 104동 5∼6라인의 공동현관은 아예 개방돼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드나들 수 있는 상태다.
이날도 경찰간들이 아파트를 찾는 모습이 쉽게 목격됐고, 주차장에는 과학수사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지갑이 사라진 교실 속 학생들처럼 용의선상에 오른 104동 5∼6라인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DNA분석을 위한 구강세포 체취에 협조했으며 일부 가구에는 주민 동의 아래 경찰의 수색까지 실시됐다.
이날 경찰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열흘 가까이 계속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아파트 주민들은 넌더리를 낼 만도 하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수사에는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주민은 "경찰이 집으로 와 구강세포를 채취해갔다. 사건 당시 집에 있던 아들은 경찰서를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며 "범인 한 사람 때문에 선량한 다수의 주민들만 용의선상에 올라 꺼림칙하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사건 후 귀갓길에 뒤를 돌아보는 등 불안감이 상당하다"며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의선상에 오른 104동 5∼6라인 주민들을 제외한 주민 다수도 불안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또다른 주민은 "벽돌이 떨어진 곳은 베란다(남측)가 아닌 주방과 세탁실(북측) 쪽"이라며 "벽돌을 실수로 떨어뜨렸다기 보다는 누군가 고의로 던졌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 아파트에 범죄자가 살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범인이 재차 범행할 수도 있다"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은 "꼭 범인을 잡아달라"며 수사에 적극 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캣맘' 혐오 범죄든 일반 살인 사건이든 해결이 돼야 안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불편이 계속되더라도 경찰 수사에 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사건 이후 아파트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며 "평소 주민들 사이에 다툼도 없었고, 고양이로 인한 민원은 전혀 없어 의문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8일 오후 4시 40분께 이 아파트 화단에서 박모(55·여)씨와 또다른 박모(29)씨가 고양이집을 만들던 중 아파트 상층부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50대 박씨가 숨졌고, 20대 박씨가 다쳐 병원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는 벽돌을 정밀 분석하는 한편, 3차원 스캐너를 이용한 모의실험, 주민들을 상대로한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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