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토닥토닥] 절망 걷고 희망 더하기 ‘온힘’

“제가 할게요!” 18일 오전 광주시 회덕동의 이소자 시인(79) 집에 모인 20여명이 너도나도 외쳤다. 최근 중부지방을 덮친 집중호우로 이 시인 주택 뒷산의 구거(溝渠·인공수로)가 무너져 내려 수해를 입으면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소매를 걷고 나선 봉사자들의 목소리다. 이 시인은 지난달 ‘월간문학’에 첫 번째 시를 싣고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집이 몽땅 잠기는 아픔을 겪었다. 거실과 방 3칸, 화장실, 창고 2곳까지 곳곳이 60㎝가량 침수됐다. 일부 천장은 무너졌고 전선은 벽지 밖으로 튀어나왔으며 온갖 가구는 곰팡이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집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던 이 시인은 “종아리까지 물이 차서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아랫집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라’면서 사다리를 연결해줘 그걸 타고 나갔다”고 회상했다. 주변 이웃들은 현재까지 열흘간 이 시인의 잠자리와 식사까지 책임져주고 있다. 또 이 소식이 알음알음 퍼져 한 주민은 직접 행정복지센터에 전화해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날 회덕동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광주지역 울타리봉사회·오포봉사회·도척봉사회, 시 자원봉사센터 등의 봉사원 25명이 힘을 합쳤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원들은 온 집 안에 묻은 폭우 피해를 땀방울로 닦아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토사를 쓸고, 바닥 장판을 뜯고, 가재도구 전부를 밖으로 옮기는 등 하루종일 청소에 매진했다. 소파, 테이블, 옷장 등을 집 밖으로 빼내는 내내 봉사자들은 “손 조심하자”, “더워도 조금만 참자”며 서로를 북돋았다. 이 밖에도 시흥·성남·수원·하남·안산 등 여러 수해 지역에서 1천300명 이상의 봉사자가 100여개 셀터를 방문해 세탁 봉사·급식 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1천200개가 넘는 응급구호세트, 취사구호세트 등도 지원됐다. 아울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12일 양평군 강상면에서 농업기반시설 피해현장 복구에 나섰고, 경기농협 함께나눔봉사단도 지난 17일 광주시 퇴촌면 하우스농가에서 수해복구 지원을 하는 등 희망을 전했다. 최근 남한산성 일대와 이소자씨의 자택 등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최문희 경기적십자 광주지구협의회장(67)은 “80여년 만의 유례 없는 폭우로 수도권 곳곳의 피해가 크다. 모든 봉사자가 자발적으로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해 봉사를 진행한다”며 “봉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참여해주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타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경기만평] 이렇게 들리는건 기분탓인가...

[사설] 반도체 마이스터高, 정부가 인력·예산 전폭 지원해야

경기도교육청이 미래 전략산업인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을 추진한다.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하이테크(High Tech) 고등학교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가 발간한 백서를 토대로 임태희 교육감이 내린 결단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 달 6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100만 반도체 인력 양성의 중심은 경기도가 맡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도체와 바이오 등 우리 산업의 중추가 대부분 경기도에 있는데 이런 기업들과 교육 현장을 연결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고급인력으로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을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교육부에 과학기술 인재 공급을 주문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교육부는 최근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명을 양성하는 내용의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가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인력 문제 해결을 주문한 뒤 나온 대책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은 경기도가 제격이다.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수원, 화성, 이천, 용인, 평택 등에 밀집돼 있어 산학연 협력 등 효율성이 크다. 교육감직인수위가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마이스터고 설립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다.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해 전국 단위의 학생을 모집하는 기숙형 학교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선 해결할 과제가 많다. 우선 반도체 관련 지식을 가르칠 교사가 전무하다. 연수기관도 자체 연수가 아닌 외부로 한정돼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 어려움이 많다. 현재 반도체 관련 연수는 한국과학기술대, 한국나노기술원 등 전문 기관 또는 일부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 교육일정과 맞지 않아 교사들이 학기 도중 연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억대에 달하는 값비싼 반도체 장비와 전기세 등 장비 유지비만 연 2억원이 넘어 학교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교육부도 반도체 인재 육성의 밑그림을 내놨지만 예산, 인력, 실험·실습 장비 부족 등으로 고민이 깊다. 교원만 확보하면 대학의 반도체학과 신·증설, 고교 신설 등을 허용하겠다는데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실험·실습 장비도 상당히 부실하다. 도교육청은 경기도와 협업, 교사 및 학생 연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의 연구 장비를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협업만으로 한계가 있다. 산학연 협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교원 확보, 시설·장비 투자, 연구비 등에 재정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사설] 지역 현안 생략하는 대통령 기자회견/역대로 그랬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통령 기자회견이 그랬다. 철저하게 중앙 중심의 문답으로 진행됐다. 어쩌다 지역 현안이 양념처럼 들어갈 뿐이었다. 지역민은 매번 실망하며 돌아섰다. 중심과 변방의 극명한 차이를 확인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모두 발언과 질의응답이 오갔다. 그 60여분간 지역 현안은 얼마나 언급이 됐을까. 포괄적으로라도 지방은 나왔을까. 결론은 이번에도 부족했다.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기자 질의다. 모두 12명의 기자가 질의에 나섰다. 재경 언론이 8명, 외신 3명이었다. 지방 언론은 단 1명만 지목됐다. 질의응답이 자유 형식이긴 하다. 하지만 실제 운영의 묘는 얼마든지 있다. 진행자가 균형을 감안해 선택을 유도한다. 그게 없었다. 이날 진행은 강인선 대변인이 맡았다. 재경 언론 논설위원 출신이다. 그래서 재경 언론을 더 지목했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재경 언론만의 회견이었다. 대통령실 전체의 지역 인식을 엿볼수 있는 측면도 있다. 통상 대통령 모두 발언은 사전에 준비한다. 국정 전반을 고려하는 조언을 반영한다. 거기에도 ‘지역’이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미리 배포된 ‘100일 성과’ 책자가 있다. 거기에도 지역 관련 언급은 없었다. 말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렇게 설명했다. “(언급된) 정책마다 지역의 정책이 다 녹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 어디에 뭐가 녹아 있는지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라는 것인가. 100일 전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균형 발전 정책들이 있다. 아무것도 추진하지 않았다고 해석해도 좋은가. 급기야 하루 뒤인 18일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이해를 구했다. “어떤 부분이 (100일 동안) 변했는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까 (그랬다)”며 “지역균형위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장에서의 ‘지역’ 실종과 대통령의 뒤늦은 해명. 모두 다 잘못됐다. 준비 부족이고 국정 균형감 부족이다. 또 이러면 안 된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의 대부분이 이랬다. 중앙 위주로 채워졌고 지방은 무시됐다. 가까이 문재인 정부 기자회견도 자주 그랬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2017년 8월17일 있었다. 그때도 모두 발언에 ‘지방’은 없었다. 질의응답에도 단 한 명의 지방 언론에만 기회가 주어졌다. 본보 기자가 물은 국세와 지방세율 개편 구상이 전부였다. 마지막이었던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지방’은 없었다. 이번만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러면 안 된다. 대통령 후보 때 전국을 돌며 표에 호소한다. 쏟아낸 약속만 지역마다 한 보따리다. 그 약속이 진솔하다면 기자회견에서 ‘지방’을 생략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사고 전환을 하기 바란다.

[특별기고] 가정의 행복과 치매예방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를 기록하여 일본 84.7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OECD 38개국 국가평균 80.5세 보다 3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UN과 통계청에 따르면 2065~2070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90.9년으로 노르웨이 90.2년, 핀란드 89.4년, 일본‧ 캐나가 89.3년 등을 제치고 OECD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수명의 증가에 따라 치매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며 과거의 기록을 모두 잊어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령인구 772만 명중 치매환자는 86만 명에 이른다. 치매 유병율이 11.2%로 노인 10명 가운데 한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2050년에는 치매환자가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2014년에 실시한 치매인식도 조사에서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치매로서 응답자의 43%로 나타났으며 2021년 중앙치매센터에서 발간한 치매 인식도 평가도구 마련 및 조사연구에서는 “치매환자가 두렵다”라는 비중이 67.7%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20년 국가치매관리비용이 17조3천억원이며 1인당 2천61만원인데 2050년에는 약 1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위험요인으로는 사회인구학적 위험인자, 생활습관 및 환경적 위험인자와 신체적‧정신적 위험인자를 들 수 있다. 첫째 사회인구학적 위험인자로 연령, 성별, 학력, 유전적 요인이 있다. 치매위험은 연령의 증가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된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데 반대로 혈관성 치매는 남성에서 위험이 더 높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에 대한 가족력이 있으면 혈관성 치매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둘째 생활습관 및 환경적 위험인자로 흡연, 음주, 영양상태, 신체적 활동, 인지적 활동 등 이 있다. 흡연은 원인과 상관없이 모든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 과도한 음주는 치매위험을 증가시킨다. 하루 2잔 이상 술을 마시는 경우 치매의 발병이 2~3년 더 빨라진다고 한다. 과도한 음주는 췌장염, 간경화, 암 등의 신체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알코올에 의한 인지기능저하와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다. 뇌기능에 영향을 주는 불포화지방산, 비타민 B, D, 미네랄 등이 부족할 경우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 신체적 활동부족은 치매의 위험요인이 되고, 사회활동의 빈도가 낮은 경우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셋째 신체적‧정신적 위험인자로 고혈압, 당뇨, 비만, 뇌 외상, 우울증, 수면장애 등이 있다. 고혈압은 치매 발생 위험을 4.8배 증가시킨다. 당뇨는 모든 치매, 알츠하이머 병, 혈관성 치매의 높은 위험과 관련된다. 비만은 고 콜레스테롤혈증, 심혈관 질환 등과 같은 기타 질환으로 치매의 위험요인이 된다. 외상에 의한 뇌손상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과 연관된다. 우울증도 치매의 위험을 높이며 수면장애와 치매는 서로 연관되어있어, 인지기능장애와 치매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제시한 치매예방수칙은 첫째 1주일에 3번 이상 걷고,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먹을 것과 읽고 쓰기를 즐길 것. 둘째 술은 적게 마시고 담배는 끊으며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할 것. 셋째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것과 가족·친구들하고 자주 소통하며 매년 치매조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 등이다. 오래 전에 파주시에 위치한 정원치매노인요양센터를 방문 적이 있다. 식당에서 나오는 어르신을 보고 “어르신 식사 많이 하셨어요”라고 인사하니 “그놈들이 밥 한 끼도 제대로 주지 않아”라고 불평하였다. 어른들은 골다공증에 시달리고 있어 조금만 삐끗해도 뼈가 부러진다. 목욕·이미용 등 노력봉사와 서예·꽃꽂이 등 프로그램봉사, 연주 등 공연봉사, 말동무 등을 위하여 봉사자가 많이 필요하다.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노인의 길로 간다. 성경의 아브라함, 이삭, 다윗임금도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현재의 노인들은 국가부흥을 위하여 노력한 세대이다. 따뜻하게 보살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노인들의 과거를 미화하고 보살피자. 한현우 대한보건협회 경기중부지회장·보건학박사

[지지대] 흔들리는 영국

한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지구촌 곳곳에 식민지가 있어 국기가 24시간 내내 걸려 있어서였다. 남미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대륙에 이 나라의 영토가 있었다. 영국 얘기다. ▶그랬던 나라가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신은 이 나라의 7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 뛰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여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물가가 가장 빨리 오르고 있다. 미국(8.5%), 이탈리아(7.9%), 캐나다(7.6%), 독일(7.5%), 프랑스(6.8%) 등 G7 국가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내년 성장률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망도 어둡다. 그동안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이 물가를 끌어올렸지만, 지난달에는 빵, 시리얼, 우유 등 밥상물가가 무려 12.7%나 뛰었다. ▶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 경기는 침체하면서 물가는 오른다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우려되는 시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겹쳐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요인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에너지 요금이 또 상향 조정되면서 물가지표가 더 뛸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이후 해외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일손이 부족해지고 공급망에도 구멍이 뚫렸다. 섬나라여서 식품부터 많은 재화를 수입하는데 브렉시트로 수입절차가 복잡해지거나 관세가 붙고,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입물가가 올라갔다. 애던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영국 물가상승률이 높은 이유의 80%는 브렉시트와 관련됐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노동당은 내년 4월까지 에너지 요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관련 비용은 290억파운드(46조원)로 추정됐다. 영국 정부는 기존의 에너지요금 지원 등만 되풀이한다. 다음 달 5일 신임 보수당 대표와 총리를 선출한 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유력 후보인 리즈 트러스 외교부 장관은 감세 방안까지 제시했다. 브렉시트의 저주일까. 결코 남의 나라의 얘기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의정단상] 반지하와 기우제, 여의도가 외면한 숫자들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게 발생하며 국민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피치 못할 각자의 사정으로 반지하 집에 거주하던 전국 32만여가구의 국민은 이제 앞으로 내가 살 집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됐다. 이 와중에 수해복구 현장에 나갔던 한 국회의원은 ‘기우제’를 연상케 하는 실언을 했다. 나란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거대 양당은 당내 ‘집안싸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대로변 싸움’으로 확장하는 형국이다. 공감하지 못하고 절박하지 않은 태도, 민심과 함께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자세는 국민의 실망과 좌절을 더 키우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로 정치에 실망한 민심을 표현했다. 직전 7회 지방선거 투표율 60.2%와 비교해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무려 10%p 가량 하락한 50.9%에 머물렀고, 이는 전체 유권자 4천400만여명 중 2천200만명의 인원만 투표에 응한 것이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지만 요약하면 적극적 정치 참여의 효능감에 대한 국민의 실망 즉, ‘정치에 대한 국민의 외면’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오히려 더 공고화된 지역주의와 일부 극렬 팬덤 정치의 반작용, 협치와 조정은 실종되고 서로 발목 잡기와 비난만 남은 현재의 정치 지형은 여야의 승패를 떠나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표출했던 민심 이반 현상을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는 듯하다. 설령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더라도, 정치는 국민을 외면하면 안 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여의도 정치가 보이는 행태는 오히려 이 반대의 상황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치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당장 2년 후로 다가온 총선의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 국민을 위한 세심한 정책기반의 민생회복이다. 당장 살 곳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32만 반지하 가구의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정치권에서 외면돼 왔다. 또한 68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상시결식 아동,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약 200만명의 노인, 매년 일터에서 일하다 안타깝게 사망하는 2천여명의 노동자. 그동안 여의도가 외면했던 이 숫자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고민, 그리고 정책 개발을 실시해야 한다. 노벨 문학상의 포르투갈 작가 조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정부와 권력에 실망한 시민들이 투표 거부를 통해 그들의 민심을 표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정해진 후보 몇 명의 이름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하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정치인에게는 가장 큰 압박인 동시에 자유를 강조하는 민주주의에도 들어맞는다는 것이 작가의 의중이다. 국민이 ‘그 누구도 선택하지 못하는’ 정치판을 만든 책임에서 물론 자유롭지 못한 국회의원의 한 명으로서 소모적인 논쟁과 발목 잡기, 남 탓은 이제 그만하고 여의도의 정치가 국민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라는 정세균 전 총리의 말씀을 옮겨본다. 협치가 가능한 대화 파트너로서 상대를 인정하고 국정을 운영해 국민의 외면을 신뢰로 다시 회복하는 정치가 되길 소망한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기고] 경기도 ‘산하’ 아닌 ‘협력’ 공공기관으로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조다. 신체로 비유하자면 경기도가 몸통이고 산하 공공기관은 팔과 다리라고 할 수 있다. 팔과 다리 없이는 신체 활동을 할 수 없듯이 구조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공공기관의 예산·조직·인사 등을 관리 감독하는 거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갑을 관계가 성립된다. 건전한 관리 통제는 구조상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면 ‘갑질’로 변질되거나 ‘괴롭힘’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사업 계획의 무리한 변경과 장기간의 특정 복무 감사 등 공공기관 직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법과 제도적으로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인 공공기관 직원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 이러한 병폐가 심화할수록 팔과 다리는 제 기능을 못 하고 결국 모든 피해는 경기도민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기도와 공공기관이 상생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라는 호칭을 경기도 ‘협력’ 공공기관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대행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은 하부 조직이 아니라, 도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생 관계다. 호칭 변경만으로 인식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음으로 경기도와 공공기관 간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직원의 경우 공무원의 부당함에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다. 서울시 같은 경우 올해 7월부터 조례 적용 범위를 확대해 서울시 업무와 예산 관계가 있는 모든 기관 직원들의 인권침해를 예방한다. 이러한 제도 마련은 동반성장 및 인권존중의 경기도를 만드는 기틀이 될 것이다. 또한 경기도와 공공기관 간 인사교류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공공기관 직원의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경기도 정책에 반영하고, 각자의 조직문화 이해와 직원 간 접점을 확대해 소통하는 경기도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사교류의 순기능적 측면을 활용한다면 조직 융합에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노사정협의체 구성이다. 이는 앞서 경공노총(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에 정책 질의를 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이슈나 조직 기능의 재분배 등 다양한 어젠다를 협의체에서 사전 의논하고 공유한다면 원활한 도정 운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과 그 구성원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는 제도와 인식 개선은 앞으로 새로운 시대의 공직자들과 발을 맞춰야 할 당면한 숙제이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업무 수행은 다변화하는 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제는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영수 경기도일자리재단 굿잡 노동조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