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이 말에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면? 마침내 <헤어질 결심>을 본 소회와 영상이 겹칠 것이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긴 그 영화. 영화제 동안 현지 평점도 최고라서 부풀었던 <헤어질 결심>의 황금종려상 기대는 감독상으로 서운함을 달래야 했다. 마침내는 영화에서 한국어를 잘 못하는 중국동포(탕웨이)가 쓴 말이다. 그 단어가 새삼 이색적으로 도드라지게 닿은 것은 대사도 영화의 미장센처럼 만드는 감독의 힘이겠다. 마침내가 ‘결국, 끝내, 기어코, 급기야, 필경, 드디어’ 같은 유의어보다 일상어로 덜 쓰이는 까닭일 수도 있다. 아무튼 마침내는 ‘마지막에 이르러’를 강조하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지고 잔상이 오래 남는다. ‘어떤 경과가 있은 후 마지막에 이르러’라는 말뜻이야 다른 유의어에도 비슷이 담겼지만. 다 알다시피 영화는 문학, 미술, 음악 등을 영상에 녹여 담는 종합예술이다. 대략 두 시간에 예술성은 물론 세계인을 휘어잡을 대중성까지 담보하는 장르적 융합으로 작품을 빛낸다. 한때는 세계 영화판을 쥐락펴락한 양대 산맥으로 미국영화의 대중성과 유럽영화의 작품성을 대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칸영화제에서 보듯, 한국영화도 세계의 주목이 집중될 만큼 비약적 발전과 위상을 갖췄다. 그런 중에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은 큰 성취로 지면을 즐겁게 달궜다.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후이지만 한국영화사에 남을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를 찾아보며 아쉽게 여겨진 대사도 달라졌다. 철학과 문학을 녹여 담은 명대사는 명장면과 함께 오래 회자되며 영화의 위상을 높여왔다. 그 전에는 나만의 허전함이었는지 모르지만, 곱씹을 대사로 거듭 호명되는 영화들에 한국영화는 별로 많지 않았다. 요즘은 대사의 매력을 다시 쓰며 활용하는 눈 높은 관객들의 호응과 향유를 받는 게 많아졌지만 말이다. 책 속에 잠자던 단어나 문장이 영화에 나오면 그것을 다시 즐기며 한국어의 영역을 넓히는 맛이 좋다. 〈헤어질 결심〉에서도 여러 명대사가 운위되는데 ‘마침내’ 또한 묘한 매력으로 되새김 중이다. 마침내, 기다린 영화에 ‘N차 관람’ 관객도 늘고 있다고 한다. 대중적 흡인력은 적은 편이라도 찐 관객의 여러 번 관람이 영화를 한층 풍요롭게 한다. 영화도 관객이 같이 키워가는 것, 보는 사람이 늘수록 더 새롭고 다양한 영화를 만날 기회도 많아진다. 그렇듯 마침내 한국영화를 즐겨 찾는 외국인이 확연히 늘기까지 영화계는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바쳤을지. 그래서 마침내보다 계속 더! 널리 세계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연일 폭염이라 마침내 더위가 물러간다는 소식이 간절하다. 마침내 뭔가를 이루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지독한 폭염만이라도 물러가주면 좋겠다. 정수자 시조시인
맞춤형 바이어 정보 제공·해외 판로 개척... 위기를 기회로 3년여 전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감염병의 등장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위한 셧다운을 강행한 데다,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 역시 연이은 악재에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이 속에서 경기지역 수출기업들의 근심은 깊고 또 깊다. 하지만 마냥 좌절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도내 수출 기업들은 이례적인 상황에서 저마다 새로운 전략과 대응책을 마련,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자 한다.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 우려 등 경제 개선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대표 경기도수출기업협회 회장을 필두로 도내 수출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하자며 다방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대표 경기도수출기업협회 회장과 함께 경기지역 수출 기업들의 재도약 발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경기도수출기업협회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A 우리 협회는 경기도 내 소재하는 수출 중소기업인들이 자발적인 만남을 통해 정보를 공유,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필요한 사항을 지자체에 건의해 수출지원 정책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수출기업을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창립해서 2년 뒤인 2011년 3월 비영리 단체로 경기도에 법인 등록했다. 현재 조직으로는 연합회와 시군에 협의회를 두고 종합품목인 수출기업 1천200개사가 회원으로 있다. Q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 영향 등 외부 리스크로 경기도 수출입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협회 차원들에서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A 이번 사태로 갑작스러운 선적 및 발주 취소와 제품 재고 등 매출액 감소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협회는 대체 거래선 바이어 발굴에 대해 협회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B2B 플랫폼을 통해 신규 거래처 알선을 지원하고, 맞춤형 해외바이어 정보제공으로 거래처 확보를 지원한다. 또한 바이어 파트너십 유지와 경기도 통상촉진단 화상 상담회 개최를 유지하고 있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수출 애로 통합지원센터(2018년 3월 경기도 개설)를 통해 회원사 등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입 피해사례 접수 및 애로사항을 청취, 지원사업 관련 상담을 추진한다. 물류비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의 ‘물류 전용 수출바우처’ 지원사업에 연계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분야별 지원사업과도 연결해주고 있다. Q 다양한 방식으로 도내 수출기업들의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A 우선 국가별·품목별 해외바이어 정보를 50건 이상 제공해 주는 맞춤형 해외바이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통상촉진단 화상 상담회를 통해 중국 충칭,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 등 해외 바이어와 도내 수출기업을 연결해 해외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또 수출프론티어기업의 글로벌 해외 진출 인프라 구축 및 ESG 경영역량을 강화하는 경제단체 우수프로그램 지원사업도 있으며, 수출 중소기업의 제품을 글로벌 B2B 플랫폼에 올려 해외바이어가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노출시키는 해외 마케팅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내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외판로 개척에 필요한 무역실무 등 수출 역량 강화교육을 매월 4회 교육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남양주시 소재 내수기업 및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전문가를 파견해 해외판로개척, 바이어 발굴 방법, 수출 절차 등 종합상담 및 수출 애로를 상담하는 수출지원센터 맞춤형 컨설팅이 있으며 수원특례시 소재 창업 및 중소 제조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국외 규격 인증취득을 지원하고 있다.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A 올해 수출기업의 하반기 수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물류비 상승, 컨테이너 부족, 선적 지연 등 수출물류난에 대한 많은 수출기업이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기업들의 지원과 애로 해소, 제도 건의를 위해 수출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는 ‘경기도 수출기업종합지원센터’가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히 경기도 주력·미래 산업 분야 수출기업 고용집중 산업군의 반도체, 바이오 헬스케어, 차세대디스플레이 등 최근 트랜드에 맞는 수출 특화업종을 추가하는 등의 지원도 절실하다. 협회는 이를 위해 협회가 운영하는 글로벌 B2B 플랫폼을 통한 도내 우수 수출기업 제품의 해외 판로 개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노력할 계획이다. 또 회원사 간 SNS 정보교류를 위한 유튜브 개설과 업종별 분야별 소통의 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이 용이한 창업 초기기업 및 수출 초기기업을 집중 지원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수출 활성화 및 해외 마케팅을 위해 경기도와 함께 수출 초기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Q 엔데믹을 대비하는 도내 수출입기업들에게 한 말씀. A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은 3고(물가, 금리, 환율)에다가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겹치고 최저임금 급등, 조세부담 강화 등으로 수출 중소기업에 어려움이 많다. 엔데믹 시대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산업구조와 인공지능, 비대면 등의 경제변화에 발맞춰 현장에 요구되는 수출기업의 혁신전략이 필요하다. 향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중요한 만큼 수출 동향을 살피면서 수출기업들의 성장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또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기업은 최근 유럽연합 및 미국 등에서 도입되는 新 무역장벽 동향 및 코로나19 이후 주목받고 있는 ESG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지성이라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다. 용기를 잃지 않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협회와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 한수진기자
국가채무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천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말에는 1천75조7천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2017년 660조2천억원이었던 수치와 비교하면 무려 63%나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극복, 경제활성화, 고용 회복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빚을 낸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천조 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를 넘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일 충북대에서 개최된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방만한 국가재정을 안정적이고 건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기존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정책기조를 전면 전환한 것이다. 건전재정의 핵심은 긴축재정을 의미하며,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0% 이내로 유지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기 위해 재정준칙을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부터 2026년까지의 각국 재정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D2) 비율의 증가 폭은 1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높다. 이에 정부는 건전재정을 통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 5년간 증가 폭인 14.1%의 3분의1 수준인 5~6%까지 낮춰 2027년엔 50%대 중반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은 공공기관 운영 결과 분석에서 이미 문제점이 노출됐다. 일자리 창출이란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비대화를 초래했다. 지난 5년간 공무원은 14.8% 증가했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더욱 증가했으니, 33만명에서 무려 44만명으로, 인건비는 22조9천억원에서 30조3천억원으로 32% 급증한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또한 공공기관은 28개가 증가해 350개에 이르렀고, 이들 공공기관 부채는 2017년 493조원에서 지난해 583조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4조3천억원 흑자에서 1조8천억원 적자로 반전됐으니, 국가부채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감당할 만한 규모의 부채는 국가운영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채무와 조직의 비대화는 국민의 혈세로 돌아오게 되므로 결국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즉, 국가와 국민이 동시에 빚더미 위에 놓이게 된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돈을 풀어도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경기회복이 어려운 상황인데, 긴축재정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국가부채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축재정으로 인해 국민의 고통은 크겠지만 국가의 미래를 내다볼 때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현 국가부채 상황에 따른 문제점을 소상히 밝힘과 동시에 정부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할 것을 강력하게 요망한다.
잘 지은 경기도 신청사다. 2만6천227㎡ 부지에 25층 규모다. 전망대, 스마트오피스, 융합형프로젝트오피스 등이 있다. 청사 앞에는 4만5천㎡ 규모의 대규모 정원도 있다. 청사의 상징적 의미, 도민을 위한 휴식 공간 등을 자랑하는 시설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가 논란이다. 우선 남성 공무원들을 위한 휴게시설 문제다. 현재 청사에 8·14·18층 세 곳에 휴게실이 있는데 모두 여성 전용 휴게실이다. 남성 전용 휴게실은 없다. 휴게소 구비는 가장 기본적인 근무 복지다. 남녀 차이로 접근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휴게소를 흡연 전용 공간으로 여기던 시절도 아니다. 피로 해소와 활력 재충전을 위한 필수 공간이다. 비좁고 낡았던 ‘팔달산 구청사’ 시절조차 남녀 모두에 1곳씩 제공됐었다. 적어도 남성 공무원들에는 ‘거꾸로 가는 근무 복지’인 셈이다. 성남시, 화성시 등에서도 이런 문제가 불거져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더욱 본을 보여야 할 경기도다. 서둘러 해결해줘야 한다. 아울러 제기되는 것이 숙직 제도다. 숙직 요원은 간부급 당직 사령과 일정 이하 당직원으로 구성된다. 숙직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다. 이걸 경기도에서는 남성 공무원들이 전담하고 있다. ‘여성 숙직실이 없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언제부터 제기된 얘긴데, 이런 답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상황이 더 열악한 일선 시군도 개선한 문제다. 파주시, 용인특례시 등 남·녀 통합당직제를 운영하는 시군이 10여곳이다. 여건이 경기도와 닮은 서울시를 보자. 이미 2018년 12월에 여성 공무원 숙직 근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당직 근무 제외 대상자도 ‘임신(출산)자’에서 ‘성별 불문 만 5세 이하 양육자, 한 부모 가구 미성년자 양육자’로 확대했다. 인천시와 일부 산하 구청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중앙부처 가운데는 여성 가족부가 2012년부터 시작했고, 법제처도 2015년부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해당 기관의 여성 직원 비율 증가가 있다. 여성가족부는 직무 특성상 여성 직원 비율이 남성의 두 배다. 경기도청 여성 공무원 비율도 50.8%다(2021년 12월 31일 기준). 부산(53.9%)·서울(51.7%)·인천(51.3%)·광주(50.3%)·울산(50.0%)시도 전부 50%를 넘는다. 숙직 제도에 변화를 주지 않고는 지탱하기 힘든 상황에 온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여성 공직자들도 그리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준비를 잘 하면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고, 그런 선례가 모든 지자체에서 확인되고 있다. 시작해야 한다. 지금 해도 다른 곳에 비해 늦었다.
많이 채운다. 있는데도 또 채운다. 어떤걸 갖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채운다. 언젠가 사용할거라며 계속 채운다. 냉장고 안의 식재료들이 그렇다. 냉장고 없는 집이 없다. 크기도 상당히 커졌다. 두대 있는 집도 많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함께 가진 집도 많다. 정리를 잘 해놓은 집도 있지만, 상당수는 냉동실 문을 열면 쏟아질 듯 온갖 식재료가 그득하다. 깊숙하게 들어있는 냉동식품 중에는 몇년씩 된 것도 있다. 요즘 냉장고 속의 식재료들이 슬슬 나오고 있다. ‘냉파’ 열풍(?) 때문이다. 냉파는 ‘냉장고 파먹기’의 줄임말이다.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 냉장고 안의 재료들을 활용해 음식을 해먹는 것을 의미한다. 냉파는 식비도 줄이고, 냉장고 정리(또는 청소)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 모임이나 외식을 자제하면서 냉파가 유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뜸하더니만, 최근 다시 부활했다. 물가가 겁나게 오른 탓에 장보기가 부담스런 주부들이 식비를 아끼기 위해 냉장고 속 재료들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종의 ‘짠테크’다. 블로그나 SNS에는 냉파를 실천하는 사례가 많이 올라온다. ‘식비절약·무지출 일주일째 냉파 집밥’ 같은 식으로 글과 요리 사진을 게재하는 이들이 있다. 냉장고 속 재료로 음식을 하는 ‘냉파 콘테스트’도 있다. 처치하고 싶은 재료와 냉파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넣으면 온갖 정보가 넘친다. 쉬운 예로 얼린 잡채는 굴소스와 찬밥만 더하면 잡채볶음밥이 되고, 얼린 사골국과 냉동만두는 만두국으로 먹을 수 있다. 냉장고 파먹기로 장보러 가는 횟수나 인터넷 구매가 줄고, 불필요한 쇼핑을 자제하게 됐다고 한다. 무(無)지출로 며칠 버티는 날도 생겨 흐뭇하다는 소감도 있다. 냉장고 파먹기는 생활비를 아끼고, 음식물쓰레기가 줄어 환경보호에도 일조한다. 꽉 차있던 냉장고에 여유가 생기니 냉장 효율이 좋아져 전기료도 절약된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냉장고는 가벼워지지만 서민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공정’과 ‘상식’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을 있게 한 중심 키워드다. 대선 기간 내내 이 공정과 상식을 주창했고, 그 결과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당연히 온 국민은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정책, 그리고 ‘공정’과 ‘상식’의 정부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 기대 탓인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새 정부 출범 이래 서서히 오르면서 지난 6월 첫째 주에 긍정평가 53%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 만인 최근 7월 첫째 주 지지율이 30%대로 낮아졌다. 정치권에서는 국정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지지 동력으로 40%를 꼽는데, 취임 후 두 달이 채 안돼 40%대가 붕괴된 것이다. 한국갤럽이 7월 8일 발표한 ‘7월 첫째 주 대통령 직무수행평가(7월 5~7일)’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한 응답이 37%,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49%였다. 긍정 평가가 한 달 만에 16%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7월 첫째 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41%)보다도 낮았다.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외교(6%), 전 정권 극복(6%), 소통(6%), 결단력 뚝심(5%)를 꼽았다. 반면 부정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인사(25%)를 가장 문제로 꼽았다. 이어 경제 민생 살피지 않음(12%), 경험 자질 부족(8%), 외교(6%) 순이었다. 발언 부주의는 3%였다.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주까지는 주로 이념성향 중도층과 무당층에서의 변화였으나, 이번에는 윤 대통령에 호의적이던 고령층, 국민의힘 지지층, 성향 보수층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긍정률 하락 및 부정률 상승 기류가 공통되게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지율은 당연히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여론조사와 지지율에 흔들려선 안 되지만, 그것은 엄연히 현재의 국민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현 상황의 의미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권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결과는 윤석열 정부를 세운 ‘공정’과 ‘상식’이 국민들은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공정과 상식으로 돌아가자!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의 슬로건은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였다. 이를 “다시, 공정과 상식! 새로운 공정과 상식”으로 돌이켜 새겨야 할 것이다.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문화평론가
경찰(警察)을 뜻하는 영어 폴리스(police)는 ‘시민 의식과 권리, 책무’ 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polis’가 어원이 돼 라틴어,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로 들어온 단어다. 개념적으로 ‘시민의 자질과 책무’가 ‘정치, 국가질서 유지 전반’이라는 뜻으로 발전했고, 경찰(police)은 이러한 개념이 ‘공공의 안녕을 위한 치안유지’라는 좁은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정부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중앙정부에는 ‘특별사법경찰(약칭 특사경)’ 조직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제는 전문성이 결여된 일반사법경찰로서는 직무수행이 불충분한 개연성을 감안, 전문적 지식이 정통한 행정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특정한 직무의 범위 내에서 단속, 송치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제도이다. 예컨대 지방은 환경, 식품위생, 동물보호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민생과 경제 분야 2개의 조직으로 198명의 특사경이 활동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다. 그 직무도 33개 분야 108개 법률을 지명 받아 수행하고 있다. ‘사법경찰직무법’에 근거한 것이다. 108개 법률 숫자는 결코 적은 범위는 아니지만, 실제 단속 및 조사 현장에서 반쪽짜리로 결말을 맺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행락철 하천 계곡에서 평상을 설치하고 음식물을 제공하는 불법 행위를 적발하면 하천법에 의한 하천구역 내 행위는 송치할 수 있지만, 하천과 연결된 소하천에 자리 잡은 불법 시설은 치외법권처럼 단속을 할 수가 없다. 소하천을 규율하는 ‘소하천정비법’이 지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는 먹거리 안전을 위해서 식품위생법에 의한 단속과 조사로 집중 적발해도 그 중 절반 정도는 표시기준 위반 사건으로 연속적인 수사가 필요하지만 ‘식품표시광고법’이 포함되지 않아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반쪽짜리 수사로 마감하는 경우는 그 외에도 농지법, 위생용품관리법 등 다수 법률이 있다. 직무 범위 확대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속과 적발보다는 범죄 예방을 통해 민생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협조해 법안 검토를 완료하고 개정 발의 준비 중이다. 빠른 기간 내에 법률이 개정되기를 소원한다. 사법경찰직무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완성도 높은 수사 결과가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경찰관을 ‘캅스(cops)’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경찰제복 소매의 구리 단추인 캅(cop)에서 기인한 것이다. 왠지 친숙한 느낌이다. 경기도 특사경은 일상에서 도민 생활과 밀접한 환경, 식품 , 동물보호, 의료행위 등 각 분야에서 민생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를 사전 예방함으로써 생명 존중과 깨끗하고 쾌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캅스(cops)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김민경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장
지금은 몇 시인가. 낙엽 쌓인 거리는 햇살 걷히고 시계 바늘은 마냥 헛돈다. 걷고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그 누가 어지럽게 돌려대는지 한 가닥 줄도 잡지 못했다. 팽팽하게 태엽을 감고 구두끈 질끈 묶고 종소리 기다려도 언제나 한걸음 늦어버린 시작 등 뒤에 박수 소리만 듣는다. 사방으로 뻗은 갈래 길에 앞서가는 걸음들 따라 숨 가쁘게 뛰다가 쉴 곳을 찿는다. 이제 몇 바퀴나 남았는지 머리끈 동여매도 눈앞은 뿌옇기만하다. 그대 시간은 몇 시인가. 헛 도는 내 시계 바늘은 오늘도 시간은 맞질 않는다. 한희숙 1985년 전국주부백일장 대상, <문파문학>, <경기수필> 등단. 경기여류문학회·한국경기시인협회·수원문인협회 회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민선 8기 김동연 도지사가 취임했다. 경제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시기에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것 같다. 민선 7기 이재명 전 지사의 경제 실적은 좋지 않았다. 2017년 남경필 전 지사 때 경기도 경제성장률은 6.6%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위였다. 이재명 전 지사 취임 후 2019년 경기도 경제성장률은 2.3%로 급격하게 하락해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9위가 됐다. 기본소득과 각종 현금 살포로 복지예산은 늘어났지만, 경기도의 국민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오히려 급증했다. 민선 7기에는 경기도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자본투자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인건비 지출은 과도했다. 경기도의 인건비 집행률은 2018년 94.86%에서 2019년 101.26%, 2020년 100.54%로 2020년 전국 평균 96.52%를 상회했다. 결국 장래 세대의 채무부담을 나타내는 장래 세대 부담 비율이 2020년 기준 경기도는 9.29%로 전국 평균 3.61%를 훨씬 넘어섰다. 김동연 도지사는 본인의 ‘인물 경쟁력’으로 당선됐다. 자신의 깨끗한 이미지와 경제부총리 이력으로 신승을 거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계파도 없고 맹목적인 팬덤도 없다. 오랜 공직 생활을 거치면서 공적으로 검증을 받아온 사람이라 부패 및 비리 세력과의 거리도 멀다. 그래서 김동연 지사는 청렴하고 공정하게 도민들을 위한 경기도정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김동연 지사의 도정은 ‘변화의 중심/기회의 경기’를 표방하고 있다. 변화가 있어야 기회도 만들어진다. 도민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려면 공공부문 개혁이 필요하다. 측근 일자리를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들을 통폐합하고 비전문가의 낙하산 인사를 금지하고 채용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유능하고 깨끗한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과 행정개혁을 통해 절감된 예산으로 일자리 및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장래 세대의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정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기도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 혁신적인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며 기업활동을 뒷받침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경기도민들의 일자리 기회를 늘려야 한다. 정말 어려운 도민들이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서비스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도민 전체의 기회가 만들어진다. 민선 8기 경기도정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기회가 넘치는 공정하며 청렴한 경기도를 만들기를 희망해 본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좋은 생각을 내 몸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당신이 만약 일류 요리사라는 꿈이 있다고 하자. 지금 손발과 눈, 귀, 코, 혀, 피부 등의 감각기관을 동원해 요리를 만들고 있다면 당신은 누구일까. 바로 요리사다. 일류인지 아닌지는 굳이 알 이유도 없다. 아직은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냉장고 속의 부추와 양파 따위를 꺼내어 엷은 밀가루 반죽을 휘젓고 있다면, 당신은 요리사다. 이것이 생각을 몸으로 가져오는 행위다. 당신의 꿈은 이루어졌다. 사람의 몸이 다른 무엇과 대체할 순 없는 이유는 이런 데 있다. 당신이 지금 분노를 일으키면 어금니가 꽉 다물어지고, 눈에 열이 오른다. 당신은 그 순간 ‘화난 사람’이 된다. 몸으로 이 움직임을 반복하면 ‘환자’가 된다. 같은 맥락이다. 마리아상을 떠올리면 어떨까. 당신의 몸은 즉시 ‘마리아님 버전’으로 바뀐다. 호흡이 고요해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생각과 행위는 명사와 동사만큼이나 밀접하다. 명사는 살아서 날뛰는 동사를 압축해 사전이라는 액자에 표구해 놓은 언어다. 명사는 대체로 언어의 화석과 같다. 화석에는 동사가 없다. 화석을 발굴한 고고학자는 역사의 명사를 발굴한 것이다. 거기에는 공룡의 포효도 없고 흔들어 대는 꼬리도 없다. 당신이 지금 ‘나는 요리사가 아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생각이 바로 ‘생각의 화석’이다. 생각을 당신의 몸으로 가져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각을 몸으로 가져온다는 것은 명사를 동사로 풀어낸다는 의미다. 당신이 비타민 고형제처럼 맑은 물에 퐁당,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때 ‘지지지지’하면서 작은 물 알갱이와 함께 풀어지는 고형제의 변화가 동사의 실제다. 당신의 생각이 몸에 투척되는 순간 몸은 액상 비타민처럼 변한다. 세계의 중심이 거동했으니 변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왕이면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변하고 있는 상태가 진실이고, 동사의 맛이다. 즉, 당신이 지금 일류 요리사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요리’를 하는 것이다. 부추전을 만들기 위해 당신이 냉장고를 여는 순간, 당신은 요리사의 몸이 된다. 생각은 몸으로 이동하여 근육과 세포에 스며들고 의식을 부추긴다. 일류 셰프는 이렇게 된다. 일단 요리를 하는 사람과 요리하지 않고, 이름만 일류 셰프 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누가 요리사인가. 당신이 지금 요리를 하고 있다면 당신이 요리사다. 몸으로 실행하고 있지 않은가.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