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천500억짜리 크린넷을 고철덩이로, 직무태만 아닌가

크린넷은 음식물 쓰레기나 소각용 폐기물 등을 수거함에 넣으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지하 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이동시키는 환경시설이다. 인천에서는 송도·청라·영종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도시 조성 초기 단계부터 설치가 의무화 됐다. 그런데 영종하늘도시내 크린넷 시설은 완공 후 8년 동안이나 내팽개쳐져 애물단지가 돼 있다고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 중구간의 인수인계 다툼이 기약없이 늘어지면서 설치 비용을 댄 주민들만 속이 터질 노릇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LH(한국주택도시공사)는 영종하늘도시를 조성하면서 2014년 1천500억원을 들여 크린넷을 완공했다. 625개의 수거함과 4곳의 집하장, 70㎞에 이르는 지하관로 등이다. 그러나 이 곳 주민들은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크린넷을 쳐다보기만 할 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완공과 함께 가동에 들어간 송도나 청라의 크린넷과는 딴판이다. 영종하늘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 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인 중구가 운영비용 등을 문제삼아 크린넷의 관리권을 넘겨받지 않고 있어서다. 이때문에 LH는 한 번 써보지도 못한 크린넷의 낡은 관로 등을 교체하느라 또 250억원을 들였다. 인천경제청과 중구는 크린넷 인수인계를 놓고 수년째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연수구(송도)나 서구(청라)와 동일한 비용 분담비율을 제시했다. 노후시설 개선 등 시설비는 경제청 75%, 중구 25%씩 부담하되 운영비는 각 50%씩 부담하는 방안이다. 이는 과거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중재한 부담 비율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구는 크린넷이 폐기물 관련 시설이 아니라 주민편의시설에 불과하다며 인수를 거부해 왔다고 한다. 인천경제청이 예산 지원을 해줘도 종전 문전수거 방식보다 2~3배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들어가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온 주민들은 격앙된 상태다. 당초 아파트 분양가에 200만원이 들어가 있는 만큼, 이자까지 쳐서 반환하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시설을 넘겨 받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중구측 입장에 대해서는 “남의 일 얘기하듯 한다”고 했다. 아파트 입주민 뿐만 아니다. 크린넷 때문에 1억원 넘는 추가 비용이 들어간 상가 건물 등에서는 “괜히 헛돈 쓴거냐”고들 한다. 어쨌든 주민들 돈으로 첨단 환경 시설을 지어 놓고도 8년 간이나 고철 덩어리로 방치해 왔다. 어느 편에 더 책임이 있든지 간에 심각한 직무태만이 아닐 수 없다. 갓 출범한 민선 8기 중구는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사설] 김진표 의장의 일성 ‘개헌하겠다’/그에겐 아주 오랜 정치 소신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취임했다. 4일 국회에서 인사말을 했다. 주목되는 부분이 ‘개헌’이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35년 된 낡은 헌법 체계를 시대에 맞게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21대 국회 임기 안에 개헌을 이뤄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정치 중립, 삼권 분립 등 익숙했던 국회의장 인사말과는 구분되는 대목이다. 이날 인사말만 놓고 보면 개헌의 직접 동기는 5·18이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광주를 방문했던 지난달 18일에도 천명했었다. 당시 그는 “내가 국회의장이 되면 5월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고 말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광주 정신을 계승한 민주당이 이를 거부할 이유도 없다. 헌법 개정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을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김 의장의 개헌 의지는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3년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개헌을 주문한다. 당시 그가 주장했던 개헌의 필요성은 제왕적 대통령제·승자 독식 구조의 종식이다. 2018년에는 개헌을 위한 토론회까지 국회에서 주관했다.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기도 했다. 국정자문위원장 출신으로 실행의 전면에 섰던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개헌안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안이었다. 예산권과 감사권, 인사권을 상당 부분 국회로 넘기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개헌은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김 의장의 이날 개헌 주장은 이런 과거를 조명해 볼 때 결코 가볍지 않다. 밝혔듯이 윤석열 정부 역시 헌법을 고쳐야 하는 ‘공약’을 던져 놓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급진전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개헌이라는 것 자체가 최상의 정치 행위다. 여야 정치권, 집권 권력층, 사회적 여론 등이 함께 가야 성사된다. 발언 한 번에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정성과 합리성이 증명된다면 파장은 얼마든지 확산되고도 남는다. 5선 국회의원의 주장이 아니라 국회의장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개헌을 ‘국민의 삶’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런 개헌을 중앙 정치만 전유할 것은 아니다. 김 의장의 지역구인 수원·경기도에서 토론해도 좋을 일이다.

[지지대] 러브버그의 습격

경기도 고양시와 서울시 은평구·마포구 일대에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는 벌레떼가 출몰해 비상이다. ‘아파트 외벽에 짝짓기하는 벌레들이 새까맣게 붙어있다. 창문에 엄청나게 달라붙어 문을 열 수가 없다. 방충망을 했는데도 집 안까지 침투했다. 가게 안까지 들어와 쓸어도 끝이 없다. 주차한 차에 다닥다닥 붙어있어 징그럽다’는 등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러브버그는 중앙아메리카와 미국 남동부 해안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약 1㎝ 크기의 파리과 곤충이다.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다. 짝짓기 하는 동안에는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로 불린다. 생존 기간은 보통 3~5일 정도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인체에 무해한데다 진드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고 환경을 정화하는 익충(益蟲)으로 알려졌지만 날파리와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혐오감을 준다. 또 사람에게도 날아드는 습성 탓에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최근 러브버그가 갑자기 증가한 이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습한 날씨 영향이 클 것이라는 추정이다.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애벌레가 빨리 자라는데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은 환경이 유지되면서 유충 발달 속도가 빨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마철이 끝나 햇볕에 노출되면 건조한 날씨에 취약해 대부분 자연 사멸한다. 하지만 당장 극성을 부려 해당 자치단체 구청이나 보건소 등에서 인력을 긴급 동원,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각 가정에선 파리약을 활용해 퇴치하고 있다. 러브버그가 불빛에 더 몰려들기 때문에 야간에 커튼으로 불빛을 차단하기도 한다. 해충이 아니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벌레 숫자가 늘어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실제 고온현상이 애벌레에서 성충, 유충으로 이어지는 곤충의 세대 순환 기간을 줄여 일부 지역에서 대벌레, 매미나방, 노린재가 창궐한 바 있다. 해외에선 무당벌레·바퀴벌레·개미떼 등이 극성이었다. 기후이상으로 앞으로 더 많은 벌레떼가 출몰할 것이라는 예측이라 걱정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제프리즘] 친원전 vs 탈원전, 문제는 에너지전환

최근 정부가 원자력 발전 기술 수출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폴란드를 찾아 한국의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미국의 원전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을 구축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끝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공군 1호기에서 간담회를 갖고 나토 정상회의 경제 성과를 묻는 말에 원전과 방위산업 세일즈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친원전과 탈원전에 대한 논의는 유럽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은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는 안을 발의했다. 특히 각국이 갑론을박 끝에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포함시키면서 원전이 친환경에너지라는 인식과 함께 원전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EU의회 환경·경제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 안을 표결에 부쳐 76대 62로 원전과 LNG 발전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원전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아니며 향후 기후 위기 대응 전략으로 맞지 않다는 이유다. 다가오는 6일 본회의를 남겨 두고 있지만 사실상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원전 수출 전략에도 많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원전이 재생에너지가 아닌데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짓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원전 시장, 수요 자체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은 별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기업 간 거래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부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5.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독일(43.6%)과 영국(43.1%) 등 주요 유럽 선진국은 40%를 넘어섰고, 미국(19.7%)과 일본(19%)도 20%에 근접하고 있다. 심각한 수준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비판이 아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친원전도 아니다. 원전 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우선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기고] 무엇이 좋은 삶인가

옳고 그른 것, 좋고 나쁜 것, 잘 사는 것과 잘 못 사는 것.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삶에 대해 『채근담』에서 ‘인지유생야(人之有生也) 여태창지입미(如太倉之粒未) 여작목지전광여현애지후목(如灼目之電光如懸崖之朽木) 여서해지거파 지차자여하불비여하불락(如逝海之巨波 知此者如何不悲如何不樂) 여하간타불파 이희탕생지려(如何看他不破 而懷貪生之廬) 여하간타불중 이이허생지수(如何看他不重 而貽虛生之羞)’라 했다. 이에 대해 한용운과 홍응명이 말하기를 “삶이란 마치 큰 창고 속에 있는 한 말의 쌀과 다름없으며 눈앞에서 번쩍이는 번갯불 같으며 벼랑 끝에 매달린 썩은 나무와 같으며 흘러가는 바다의 큰 물결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찌 즐거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하여 저 마음을 깨치지 못하고 살기를 탐하는 마음을 가지며 어찌하여 저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헛되이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삶, 소중하기로 말하면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없다. 삶은 무엇보다 천 년 만 년 사는 게 아니다. 결코 길지 않은 세월을 살다 이승을 떠난다. 그런 삶, 어찌 소홀히 할 수 있을까? 삶은 보잘 것 없고 길지 않고 위험하고 사나운 것이다. 때문에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슬픈 것이라 했다. 무엇보다 인간은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줄 아는 지혜, 인지능력을 가졌다. 또한 부끄러움을 안다. 그리고 의사소통이라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사는 것,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안다.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지키지 못한다. 피지배자보다는 지배자가, 갖지 못한 것 보다는 많이 가진 것을, 모르는 것 보다는 아는 것을, 미움보다는 예쁜 것을, 그런 일련의 것들이 욕심으로, 욕심이 더한 욕심으로 그래서 자기가 가진 것이 겨우 큰 창고 속에 한말의 쌀로, 하루하루가 번쩍 스치고, 불안 불안하니 슬픔과 즐거움이 오고 가는 것도 까마득 잊고 사니 그것을 안타까워했다. 삶은 많은 재물을 갖는다고 좋은 것만도 아니다. 막강한 권력을 쥐고 사는 것, 그것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무엇을 했느냐 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한 때 더한 권력을 누리고도 돌팔매 속 자유를 구속하며 사는 것 역시 결코 잘 사는 것이 아니다. 있으나 마나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보다는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참된 삶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것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소중하고 제한적이다. 특히 목숨이 그렇다. 그런 제한된 삶을 살면서 욕심을 왜 부리는가. 그것은 어리석음 때문이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처럼, 한국의 법정스님처럼 사람이 과욕, 욕심에서만 자유로워져도 보다 보람된 삶을 누릴 수 있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삶이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변평섭 칼럼] 이준석 대표는 주연인가, 조연인가

최근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휩쓴 <브로커>가 계속 화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영화 평론가들은 조연배우 강동원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속 베이비 박스에서 일하는 동수역을 맡은 강동원의 연기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주제를 잘 살려 냈고 ‘발 없는 참새’라던가 ‘태어나 줘서 고마워’같은 명대사의 분위기도 100% 전달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든 연극이든 심지어 TV연속극까지도 주연 못지않게 조연 배우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TV 일일연속극으로 가장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TBC(동양방송)의 ‘아씨’ 역시 조연 배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TBC는 삼성의 이병철회장이 설립했다가 1980년 전두환 정권 때 KBS와 강제 통합됐는데 1971년 연속극 ‘아씨’는 방송사에 길이 남을 히트를 기록했다. 아씨의 친정 어머니역을 맡았던 김용림, 진산댁 역의 여운계 등 조연들이 드라마를 살렸다는 것인데 이 드라마가 방영될 저녁 시간대에는 서울 거리가 한산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특히 이병철회장이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고 조연 배우를 중요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데 사실 오늘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것도 이와 같은 조연 배우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정치 역시 주연 못지않게 조연이 잘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집권당이 된 국민의 힘을 보면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헷갈리게 한다. 분명 당 대표는 이준석이고 그가 주연 배우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소위 ‘윤핵관’이 주연 같고 이준석 대표는 조연처럼 보인다. 심지어 당 최고회의에서 배현진 의원이 이 대표를 몰아붙이기도 하여 이에 발끈한 이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가 하면 악수를 청하는 배현진 의원의 손을 뿌리치기도 했다. 어린이 소꿉놀이처럼 유치한 장면을 보아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런 볼썽 사나운 모습에 국민이 실망하면 그 화살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다. 이 대표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일까. 국회 0선이라는 경력 때문일까. 오히려 그것이 더 강점일 수 있는데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 장재원 의원 등 반 이준석의 전선(戰線)만 넓히고 있다. 보다 못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고위원과 당 대표는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경고를 했다. 배현진 의원을 정치에 발탁한 사람이 홍준표 시장임에도 이런 경고를 날린 것은 그만큼 당 내 소란이 민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준석-배현진 실랑이도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 헷갈리게 하는 사례 중 하나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소위 윤핵관 측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최재형 의원(前 감사원장)을 위원장으로 출발시킨 당 혁신위원회도 그런 시각으로 보는 측도 있다. 이것을 통해 차기 공천 문제 등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양대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도 주연인지, 조연인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이준석 대표- 거기에다 ‘성상납’ 혐의로 당 윤리위원회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이준석 대표, 우리 정당사에 처음 경험하는 이 사태는 그 자신이 자초한 것인가. 아니면 성숙하지 못한 우리 정치문화가 만들어 낸 것인가.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천자춘추] 지역 문화재단·예술단체

지역의 문화재단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으로서, 지역의 문화예술정책을 총괄하는 공적기능을 수행한다. 2022년 현재, 전국에 120여개의 문화재단이 있으며 지자체는 대부분의 문화예술지원 기능을 문화재단으로 이관해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사는 곳도 시의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재단으로 이관했거나 문화예술사업의 추진 및 이행을 맡기고 있다. 웹진 ‘예술경영’의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미래’에 의하면, 임학순 가톨릭대 교수는 “지역의 문화재단은 문화예술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확보해 지역문화정책의 합의와 협력 기반을 넓혀나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특히, 지역의 문화예술정책에 있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은, 지역의 예술인과 예술단체와의 ‘합의와 협력’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육성을 위한 공모사업의 경우를 보자. 공모사업 심의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체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편이며,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지원서를 심사하게 된다. 단 시간에 심사가 이뤄지다보니 지원자나 지원 단체의 지원 사업 수행능력이나 역량 파악 등이 쉽지 않을 테다. 이로 인한 공모사업 선정의 왜곡이나 여러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공모사업의 진행절차로 1차 서류심사에 이어 2차 면접이 행해진다. 실제 지원을 하고 면접에 참여해본 결과 몇 마디 간단한 문답이 오갈 뿐이어서 단순한 형식에 불과한 경우도 종종 있다. 실제 문화재단과 지역의 예술단체와의 협력과 교류가 활발했다면 소액을 지원하는 사업의 경우는 면접이라는 절차가 굳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역의 예술인으로서 지역 문화재단에 6년여 등기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예술인과 시민을 위한 각 지역의 문화재단은 지역 단체와 ‘협력과 교류’에 힘써야 하며 지역의 예술인 및 문화예술 단체와 함께 성장해 나아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공적 재원을 지역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또한 지역에 맞는 사업을 개발함에 있어 지역예술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협업이나 육성에 가치 기준을 두어야 할 것이다. 예술인들은 문화예술의 공적기능기관에 늘 ‘을’이 되고 싶진 않다. 이재영 ㈔한국예총 김포지회 부회장

[최문영의 그림산책] 장 프랑수아 밀레 '이삭줍는 사람들'

우리에게 친숙한 <이삭 줍는 사람들>은 <만종>과 더불어 프랑스 농민 화가인 장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작 중 하나다. 밀레는 19세기 파리에 콜레라가 유행하여 파리의 교외인 바르비종으로 이사한 뒤 본격적으로 농민의 삶과 자연 풍경을 그렸다. 당시 바르비종에서 자연주의를 추구하며 풍경화를 그리던 화가들이 바르비종파라 불렸는데 밀레는 시골의 풍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더하며 바르비종파의 대표 화가가 되었다. 그는 농민이 일하는 모습을 과장 없이 서정적이면서도 엄숙하게 표현했다. 19세기 프랑스의 농촌에서는 부농들이 추수가 끝난 뒤 밭에 남은 밀 이삭을 생활이 힘든 빈농이나 미망인들에게 줍게 해주는 문화가 있었다. <이삭 줍는 사람들>은 이러한 문화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경에는 추수가 끝난 밭에서 머릿수건을 하고 허리를 굽히며 이삭 줍고 있는 세 여성 농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밀레는 이 여성들의 윤곽선을 견고하게 그리며 얼굴의 세부 묘사는 간략화하였다. 또한 이삭 줍는 행동을 투박하면서도 무겁게 표현하여 운동감이 없어 조각과도 같은 느낌을 주어 이삭 줍는 행위에 관람자의 시선이 집중되게 한다. 이 여성들을 추수되어 단순한 황금빛 들판에 배치하고 대비시켜 종교화에서 느껴지는 장엄미가 엿보인다. 세 여인의 뒤로는 수레를 가득 채운 마차가 출발하고 있으며, 멀리 원경에는 전경과 달리 많은 농민들이 부산하게 일하고 있고 수확물이 높게 쌓여있다. 전경의 세 여성은 이들이 추수하고 간 이삭을 줍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 농부를 소재로 삼은 그림은 다른 회화보다 격이 낮다고 보았다. 밀레는 이러한 시선을 깨고 친분이 없는 농부들의 삶을 엄숙하게 그려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가교 역할을 했으며 이후 프랑스 화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미신청자 추가 신청·접수 시작

경기도가 4일 도내 17개 시·군을 대상으로 농민기본소득 추가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자격요건을 갖추고도 신청하지 못한 농민과 신청했지만 지난해 농업외 종합소득이 미확정돼 지급에서 제외된 농민들이 추가 신청 대상이다.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은 특정 지역 전체 주민에게 지급되는 농촌기본소득과 달리 농업생산에 종사하는 농민에게만 지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분기별로 15만원씩 1년에 총 60만원을 지역화폐카드 충전 방식으로 지급하는데 지급일로부터 3개월 내 사용해야 한다. 현재 농민기본소득을 시행하는 시·군은 이천·안성·포천·양평·여주·연천·용인·가평·광주·김포·의왕·의정부·평택·하남·양주·동두천·파주 등 17개 시·군이다. 신청 대상은 3월 사업신청 시작일 기준, 해당 시·군에 연속 3년 또는 비연속 10년간 주소를 두고 거주하면서 해당 시·군(연접 시·군 포함)에 농지를 두고 1년 이상 농업생산에 종사해온 농민이다. 농업의 범위에는 농작물 재배업뿐만 아니라 축산업, 임업도 포함된다. 중앙정부의 직불금 부정수급자, 농업 외 종합소득이 3천700만원 이상인 농민, 농업 분야에 고용돼 근로소득을 받는 농업노동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신청서 접수는 해당 시·군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신청하거나 농민기본소득 통합지원시스템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시·군별로 신청 일정이 다르니 유의해야 한다. 기본소득 신청을 하면 해당 읍면동에서 신청 자격을 확인하고, 농민이 참여하는 농민기본소득위원회에서 농업경영체 등록정보와 현장 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지급 대상 자격이 없는 사람이 부정한 방법으로 농민기본소득을 지급받는 경우 기본소득 지급 중지 및 환수 조치될 수 있으며, 3∼5년간 신청이 제한될 수 있다. 앞서 도는 17개 시·군에서 4월 중 1차 접수를 받았으며 자격검증 과정을 거쳐 올해 6월 15만명에게 1~6월분 첫 농민기본소득 449억원을 지급했다. 황인순 도 농업정책과장은 “추가지원 절차가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농민기본소득의 취지를 살리는 의미에서 올해부터 추가 접수를 받게 됐다”면서 “소외되는 농민이 없도록 추가 사례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농민기본소득이 31개 모든 시군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현호기자